도아린은 큰 배의 갑판에 많은 사람이 서 있는 걸 이제야 발견했다.그녀의 스카프는 ‘예술가’의 손에 떨어져 있었다.‘예술가’ 옆에 있는 ‘대머리 뻐드렁니’는 변비에 걸린 듯한 표정으로 등을 돌린 채 남자와 고개를 젖히고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예술가’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고, 선글라스 뒤의 두 눈은 도아린의 목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도아린은 이렇게 먼 거리에서 그가 자기 목에 있는 흔적을 볼 수 있을지 몰랐지만, 그 불길한 시선이 상당히 불편했다.그녀의 목이 간지러웠다.육하경이 그 흔적 위를 손가락으로 눌렀고, 웃음은 더욱 밝아졌으며, 심지어 뭔가를 자랑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내가 데려다줄게.”그렇게 말하며 육하경은 도아린의 허리를 감싸 안고 배의 다른 쪽으로 돌아가 작은 보트를 타고 율이가 있는 배로 이동했다.배에 오르자 육하경은 자상훈에게 손짓을 했다.자상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떠났다.“율이! 율이!”도아린은 재빨리 선실 안으로 들어가 방 하나하나를 찾기 시작했고, 육하경은 천천히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어느 방에는 투석 장비가 놓여 있었지만, 병상에는 아무도 없었다.불안한 감정이 몰려왔다.도아린은 육하경을 돌아보았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율이!”도아린은 복도의 끝, 마지막 방 문 앞에 도착했다.그녀는 문손잡이를 잡고도 쉽게 열지 못했다.두려웠다.혹시 이곳에도 율이가 없을까 봐.“육하경, 날 원망하게 만들지 마.”육하경은 여전히 부드럽고 우아한 태도를 유지하며, 조급해하지도 않고 그저 도아린이 문을 열길 기다렸다.도아린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단숨에 문을 열었다.역시나, 율이는 없었다.“육하경, 약속을 어기다니, 너무 실망이야!”“도 언니!”육하경의 등 뒤에서 율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눈을 의심할 필요도 없이 율이는 그녀를 향해 작은 걸음으로 뛰어왔고, 육하경의 손을 잡고 도아린 앞에 섰다.“도 언니, 나 보러 온 거야?”“너 어디 갔었어! 얼마나 놀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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