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또 한 번의 거절: Bab 831 - Bab 840

924 Bab

제831화

구현성의 비서가 먼저 도아린을 보고 구현성의 팔을 가볍게 쳤다.도아린을 본 구현성은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비서를 데리고 선실로 들어갔다.그가 막 들어가자, 한 아버지가 딸의 손을 잡고 나왔다. 그는 웃으며 딸을 업었고 딸은 기뻐하며 손을 들어 공중에 걸린 깃발을 잡으려 했다.두 사람 모두 밝게 웃고 있었다. 마치 앞으로 새로운 삶이 펼쳐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듯, 더 이상 병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에 가득 차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그들이 새 삶을 얻는 순간, 누군가는 생명을 잃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도아린은 그들의 웃음이 눈부시게 느껴졌다.그녀는 맞은편 큰 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 보고 싶어서 난간을 따라 걸었다.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도아린은 이 거래를 막고 싶었다.순간, 독수리같이 날카로운 시선이 도아린을 향했다.이미 시선을 돌렸던 도아린은 반사적으로 다시 선실 안을 바라보았다.창가 자리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예술가 같은 분위기를 지닌 남자였다. 덥수룩한 수염에 긴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커다란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었다.그는 한 손에 잡지를 들고 있었는데 피부는 건강한 구릿빛이었다. 앞에는 컵이 놓여 있었는데 그는 그것을 집어 한 모금 마셨다.도아린의 시선을 감지한 그는 이쪽을 힐끗 보더니 테이블 위에 있던 병을 집어 들고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작은 스푼 하나를 들었다. 그 병의 포장은 도아린이 평소에 자주 사던 꿀 유자차와 비슷해 보였다.도아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아닐 거야! 겉모습이 전혀 다르잖아.’배건후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도아린은 그의 헤어스타일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마스크를 쓴 채 키스했을 때, 배건후의 까칠까칠한 수염이 얼굴에 닿았던 기억은 있었다.겉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굳이 배건후와 연관을 찾자면 저 꿀 유자차뿐이었다. 좀 더 자세히 보려던 순간, 배 뒤쪽에서 육하경이 걸어왔다.그의 뒤에는 두 명의 남자가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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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육하경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고개를 돌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바라본 도아린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을 줬고 육하경의 팔을 세게 움켜쥐었다.그는 통증을 느꼈지만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반쯤 돌렸다. 육하경은 살짝 당황해하는 도아린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불안한 표정 속에는 율이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그는 도아린의 손에서 팔을 빼고는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도아린은 이마를 그의 어깨에 기댄 채 흐느끼며 말했다.“제발... 율이 좀 살려주세요...”거대한 배 위에서, 예술가 차림을 한 남자는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의 손등 위로 핏줄이 도드라졌다.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감지하고 다가갔다.“몇 번 가족이죠?”예술가 차림을 한 남자는 유창한 이탈리아어로 거래가 언제 시작하는지 물었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는 공손한 태도로 번역기 어플을 열더니 약속된 시간에는 변동 없음을 전했다.예술가 차림을 한 남자는 알겠다며 손짓으로 그를 내쫓았다.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선실로 들어가는 걸 본 도아린은 예술가 차림을 한 남자의 신분이 탄로 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긴장을 조금 풀었다.하지만 육하경은 여전히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아린 씨, 이 배에 얼마나 많은 가족이 있는지 아세요? 그 가족들이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는요?”육하경은 그녀의 등을 감싼 채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이미 엎지른 물이에요. 되돌릴 방법은 없어요.”도아린은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까 돈뿐이 아니라 배경까지 원한다는 거죠. 만약 그들을 적으로 돌리면 후에 복수를 당할 테니까요.”“그렇다고 볼 수도 있죠.”육하경은 솔직하게 답했다.그는 도아린의 긴 머리카락을 만졌다. 그리고는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내일 율이랑 만나는 거 허락해 줄게요.”그가 고개를 숙이고 속삭이자 따뜻한 숨결이 도아린의 귀를 간질였다. 도아린은 고개를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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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도아린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선글라스를 사이에 두고도 느껴질 정도였다.그녀는 코웃음을 치고는 그를 가볍게 무시해 버렸다. 그리고는 선실로 걸어갔다.“도 대표님?”구현성이 어느새 난간 가까이 다가와 도아린을 향해 이를 갈 듯한 눈빛을 보냈다.“도 대표님이랑 현무 씨가 친구일 줄은 몰랐네요. 그래서 옥 접시의 경매 가격을 일부러 올린 거였어요? 짜고 치는 수법이 아주 대단하시네요?”‘현무 씨? 현무라고? 육하경이 쓰는 코드네임인가?’도아린의 시선이 구현성과 예술가 차림을 한 남자 사이를 오갔다.구현성의 화가 난 듯한 표정을 보니 연기를 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예술가 차림을 한 남자의 정체를 모르는 듯했다.“제가 현무 씨과 어떤 관계인지 아셨으면 괜히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아니면 그쪽이 바라는 걸 영영 못 얻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두 배 사이에 거리가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도아린의 목을 조르러 뛰어들었을 기세였다.“행동으로 보여줄 테니까 기대하세요.”그렇게 말한 도아린은 예술가 차림을 한 남자를 힐끗 쳐다보며 덧붙였다.“그렇게 아이들을 차별하면서 지내면 좋으세요?”말을 마친 도아린은 바로 선실로 들어갔다.선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그녀는 순간적으로 다리가 풀려 문틀을 짚었다. 그리고는 잠시 숨을 가다듬고 나서야 겨우 안으로 들어갔다.구현성은 씩씩거리며 자기 방으로 돌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그가 일어나 문을 열자, 예술가 차림을 한 남자가 들어왔다.“도아린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예요?”구현성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는 진심으로 화가 나 있었다.불법 장기 매매가 발각되면서 그는 어쩔 수 없이 경찰과 협력해 수사에 협조하는 척해야 했기 때문이었다.겉으로는 협조하지만 그는 이 작전이 실패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딸인 구예진의 몸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의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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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구현성은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다.“무슨 신호요? 도아린 씨가 뭐라고 했어요? 인질이 아니었나요? 도아린 씨도 작전을 알고 있는 거예요?”‘도아린이 알고 있다면 현무 씨도 알고 있는 걸까? 경찰의 작전을 알게 되면 현무 씨가 계획을 바꾸지 않을까?’구현성의 마음속에 갑자기 한 줄기 희망이 떠올랐다. 그는 조금은 기쁘기도 했다.하지만 그 미묘한 표정 변화를 고민성이 놓칠 리 없었다. 그는 테이블 위에 있던 꿀 유자차를 손에 들고 향을 맡았다.“해독할 수 있지?”고민성의 손이 갑자기 가벼워졌다. 예술가 차림을 한 남자가 꿀 유자차를 가져간 것이었다. 예술가 차림을 한 남자는 병뚜껑을 닫았다. 그는 고민성이 유자차를 다 마셔버릴까 봐 걱정된다는 듯 컵을 들고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난 해독하러 가볼게.”그는 신호의 길이는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신지훈한테 한 번 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민성은 그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구현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잘 협조하세요.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고.”희미하게 올라갔던 구현성의 입꼬리가 단숨에 내려갔다. 비서가 얼른 물 한 잔을 따라 주며 그의 감정을 가라앉혔다....밤이 깊었다.도아린이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반쯤 말리고 있을 때, 육하경이 찾아왔다.부드러운 면 소재의 잠옷은 그녀의 몸매를 부각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두 사람은 마치 오래된 부부처럼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것만 같았다.도아린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육하경의 손에는 가죽 가방이 들려 있었다.“뭐예요?”“타투 도구요.”육하경은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문신 기계를 꺼내 새 바늘을 끼운 뒤 약품을 하나씩 정리했다.도아린의 눈이 약간 커졌다.“설마 저한테 새기려고 하는 건 아니죠?”“새기고 싶어요?”육하경이 웃으며 물었다.“아뇨.”준비를 마친 육하경은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제 문신이 아직 완성이 안 됐거든요. 아린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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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도아린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눈물은 육하경의 어깨를 적셨다.그녀는 그의 어깨를 세게 깨물었다. 자기 이빨에서 난 피인지, 그의 어깨에서 난 피인지도 모른 채 입안에는 피비린내가 퍼졌다.그녀를 붙잡고 있던 욱하경의 손이 굳어버렸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도아린이 몸을 일으키고 나서야 육하경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제가 정말 미웠나 보네요.”어깨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 만족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그리고는 등을 돌려 도아린이 그림을 그리는 걸 기다렸다.도아린은 알콜 티슈를 꺼내 상처를 닦아 주었고 그는 약간 아픈 듯 몸을 움찔했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아린은 묵묵히 그림을 그렸고 육하경은 아래로 시선을 떨군 채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꼈다.육하경은 그녀를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이 서로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순간일지도 몰랐다. 그는 이 순간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싶었다.도아린이 밑그림을 그리고 나서 펜을 들었다.날카로운 바늘이 물감을 머금고 피부를 찌르는 순간, 근육이 순간적으로 수축했다.“하경 씨, 우리 예전에 만난 적 있나요?”도아린은 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 타투 펜을 쥔 채 물었다.육하경은 고개를 숙인 채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입을 열었다.“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좋아요.”“우리 집이 육씨 가문에서 배척당한 진짜 이유는... 제가 사생아였기 때문이에요.”육하경은 육민재와 이복형제였고 사생아였다. 그래서 그는 나영옥의 지시로 태어나자마자 고아원 문 앞에 버려졌다.그러다가 육하경의 양어머니가 몰래 보육원에서 그를 데려왔다. 친아들이 죽은 후에도 육씨 가문의 이익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그렇게 육하경은 연성의 명문고에 합격하고 육씨 가문에 얹혀살게 되었다. 숙제를 마치고 나면 그는 항상 하녀들과 함께 집안일을 도왔다.나영옥은 훗날 육민재를 위해 일할 사람이 생겼다면서 육하경에게 어느 정도 호의를 베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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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도아린은 육하경의 기대 어린 시선을 보고 있었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아린 씨, 기억 못 하는 거예요?”육하경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며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도아린은 끝내 기억하지 못했다. 육하경을 도와준 건 그저 별생각 없이 부푼 호의였기에 그녀는 그런 사소한 일까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그녀는 자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육하경의 시선을 피해 연고를 집어 들었다.도아린이 자기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육하경은 기운이 빠진 것 같았다.연고를 다 바른 후, 그는 화장실로 가서 거울로 어깨에 새겨진 문신을 쳐다보았다.그러자 축 처져 있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었다.도아린은 새긴 건 치아 자국이 아닌 살짝 열린 입술이었다. 서로 마음이 통하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만 같아서 육하경은 아주 만족스러웠다.그는 타투 도구를 정리한 후 도아린의 손을 잡고 그녀를 침대 쪽으로 이끌었다.도아린은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가 이끄는 대로 얌전히 따라갔다.불이 꺼지고 창문으로 희미한 달빛이 스며들었다.육하경이 도아린 옆에 눕더니 한쪽 팔로 그녀에게 팔베개를 해줬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볼을 만졌다.“아린 씨를 어떡하면 좋을까요...”“하경 씨, 양어머니는 어땠어요? 하경 씨한테 잘해줬나요?”도아린이 나지막하게 물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깨버렸다.육하경은 그녀의 귀를 만지는 게 너무 좋았다. 부드러운 귓불이 너무 귀여웠던 것이다.“제가 사생아라는 건 알고 나서부터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했어요. 가끔 돌아간다고 해도 운전기사가 제 뒤를 따라붙었죠. 마치 친척 집을 방문하는 것처럼 말이에요.”육하경은 마치 남 얘기를 하듯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나영옥은 원래 그를 육민재의 조력자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정체를 알고 나서부터는 그가 육민재보다 더 뛰어나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 생겼던 것이다.그래서 육하경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일부러 성적을 낮췄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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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건후는 좋은 사람이지만 좋은 남편은 아니었죠.”육하경이 코웃음을 쳤다.“남한테는 정의로우면서 아린 씨한테는 냉정했으니까요.”도아린의 호흡이 미세하게 멈췄다.육하경은 시선을 내리깔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는 어둠 속에 가려진 그녀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건후 얘기... 듣고 싶어요?”도아린은 입술을 꽉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듣고 싶었다. 하지만 육하경이 자신을 떠보는 것일까 봐 두려웠다. 그가 의심을 품을까 봐 겁이 났던 것이다.“하경 씨가 얘기하고 싶으면 하세요. 전 상관없어요.”육하경이 그녀의 앞머리를 젖히고 머리를 뒤로 넘겨 귀 뒤에 눌렀다.“건후는 구조 작전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구조 대상은 강재희 씨였죠. 재희 씨를 찾았을 때 재희 씨는 지하실에 갇혀 출산을 강요받고 있었어요. 상황이 처참했죠. 간신히 구출해 냈지만, 구조팀이 제때 도착하지 못했었어요. 하지만 그 마을은 너무 가난한 나머지 며느리를 돈 주고 사 오는 때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도망간 며느리가 있으면 온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붙잡는 거예요.”“구조팀의 도착이 늦어지면서 다들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게 됐고 대치 상황에서 건후를 보호하려던 분이 맞아 죽었어요. 그들이 건후를 해치려던 찰나에 구조대가 도착해서 고액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강재희를 데려왔죠.”“하지만 사건이 마무리된 후, 건후가 가설을 하나 제기했어요. 자기를 보호하려 나섰던 사람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었죠. 구조팀이 잘못된 시간 정보를 받은 것도 그가 일부러 흘린 거고 혼란 속에서 죽은 척했을 수도 있다면서 말이죠.”그의 말을 들을수록 도아린은 미간이 좁혀졌다.‘하경 씨가 어떻게 이 일에 대해서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거지? 현장에 있었거나 그 작전에 참여한 사람이 곁에 있는 게 분명해.’도아린은 망설이며 물었다.“그 사장님이 사실은 인신매매 사건의 주모자였던 거예요?”배건후가 그의 돈줄을 끊었기 때문에 그는 배건후에게 복수하기로 한 것이었다.‘하지만 배씨 집안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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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도아린의 머릿속이 ‘웅’ 하고 울렸다.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욕실로 달려가 거울을 들여다보았다.다리가 풀려서 바닥에 발을 딛는 순간 그대로 무릎을 꿇을 뻔했다.몸은 나른하고 피곤한데, 온몸에는 치열했던 사랑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그녀가 직접 겪은 당사자가 아니었다면, 거울 속 풍경만으로도 어젯밤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몇 번이나 반복되었는지 짐작했을 것이다.도아린은 세면대를 짚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육하경은 도대체 언제 약을 탄 걸까.어젯밤 그가 방에 들어온 이후, 그녀는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않았다. 설마 마취약을 문신 잉크에 섞었을 리는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제일 먼저 기절했어야 할 사람은 육하경이었을 테니까.순간, 도아린은 번쩍 고개를 들고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주시했다.입술이 평소보다 더 붉었다.육하경은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입꼬리를 눌러 문지르는 걸 좋아했고, 그녀는 입술을 무는 버릇이 있었다.지난번에도 그가 그녀의 입술을 어루만지자마자 몸이 이상하게 반응하기 시작했었다.마취약은 그의 엄지손가락에 묻어 있었던 거다!도아린은 힘없이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아무리 조심해도 결국 당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다행히도 육하경이 그녀를 완전히 차지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아직 완전히 미치지는 않은 것이다.율이를 빨리 구해야 했다!도아린은 재빨리 씻고 나왔다.찬물로 세수를 하니 정신이 조금 맑아졌다. 옷장은 전부 목이 깊이 파인 옷뿐이라 실크 스카프로 가릴 수밖에 없었다.“도아린 양.”복도에 서 있던 자상훈이 마치 유령처럼 그녀를 바라보았다.“선생님께서 바쁘신 일이 있으니, 방에서 기다려 주세요.”“그가 율이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어.” 도아린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율이를 데려오든지, 아니면 나를 보내든지 해.”“도아린 양.”자상훈은 냉정하고 단호한 태도로 복도를 가로막았다.“제게 곤란한 일을 시키지 말아 주세요.”도아린은 자상훈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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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도아린은 큰 배의 갑판에 많은 사람이 서 있는 걸 이제야 발견했다.그녀의 스카프는 ‘예술가’의 손에 떨어져 있었다.‘예술가’ 옆에 있는 ‘대머리 뻐드렁니’는 변비에 걸린 듯한 표정으로 등을 돌린 채 남자와 고개를 젖히고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예술가’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고, 선글라스 뒤의 두 눈은 도아린의 목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도아린은 이렇게 먼 거리에서 그가 자기 목에 있는 흔적을 볼 수 있을지 몰랐지만, 그 불길한 시선이 상당히 불편했다.그녀의 목이 간지러웠다.육하경이 그 흔적 위를 손가락으로 눌렀고, 웃음은 더욱 밝아졌으며, 심지어 뭔가를 자랑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내가 데려다줄게.”그렇게 말하며 육하경은 도아린의 허리를 감싸 안고 배의 다른 쪽으로 돌아가 작은 보트를 타고 율이가 있는 배로 이동했다.배에 오르자 육하경은 자상훈에게 손짓을 했다.자상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떠났다.“율이! 율이!”도아린은 재빨리 선실 안으로 들어가 방 하나하나를 찾기 시작했고, 육하경은 천천히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어느 방에는 투석 장비가 놓여 있었지만, 병상에는 아무도 없었다.불안한 감정이 몰려왔다.도아린은 육하경을 돌아보았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율이!”도아린은 복도의 끝, 마지막 방 문 앞에 도착했다.그녀는 문손잡이를 잡고도 쉽게 열지 못했다.두려웠다.혹시 이곳에도 율이가 없을까 봐.“육하경, 날 원망하게 만들지 마.”육하경은 여전히 부드럽고 우아한 태도를 유지하며, 조급해하지도 않고 그저 도아린이 문을 열길 기다렸다.도아린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단숨에 문을 열었다.역시나, 율이는 없었다.“육하경, 약속을 어기다니, 너무 실망이야!”“도 언니!”육하경의 등 뒤에서 율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눈을 의심할 필요도 없이 율이는 그녀를 향해 작은 걸음으로 뛰어왔고, 육하경의 손을 잡고 도아린 앞에 섰다.“도 언니, 나 보러 온 거야?”“너 어디 갔었어! 얼마나 놀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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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유자차?”도아린은 겉으로 평온해 보였지만 사실 마음속은 엉망진창이었다.‘설마 저쪽 큰 배에서의 계획을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도아린은 주스를 손에 들도 코앞에 가져가더니 향을 맡았다.“돌아가면 제가 직접 유자차를 만들어 줄게요.”“좋아요.”육하경이 입꼬리를 올렸다.“기다리고 있을게요.”한동안 동화책을 넘겼지만 율이가 돌아오지 않자 도아린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찾으러 가려고 했다.“대체 율이한테 뭘 먹인 거예요? 의사한테 약이라도 달라고 하세요.”그러자 그녀의 손이 갑자기 육하경에게 붙잡혔다. 그는 힘을 주어 그녀를 옆자리에 앉혔다.“우리 얘기 좀 해요.”도아린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육하경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그의 미세한 표정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고 눈빛에는 그녀를 향한 깊은 사랑이 가감 없이 담겨 있었다.“돌아가고 나면 우리 그거... 할래요?”“뭔데요?”“연애요.”도아린은 재빨리 손을 뺐다.‘돌아가면 사귀자고?’지금까지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그는 잡혀서 처벌을 받을 게 분명했다.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마치 두 사람이 같이 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행동했다. 돌아가면 연애 사실을 온 세상에 알리기라도 할 듯이 말이다.육하경의 눈빛은 진지했다. 그의 눈빛에는 기대가 가득 차 있었지만 그의 무릎 위에 놓인 손은 불안함 때문에 주먹을 꽉 쥐었다.도아린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하경 씨, 저를 여기로 데리고 오면서 도망칠 방법을 마련해 둔 거예요?”육하경은 꽉 쥐고 있던 주먹을 펴서 무릎 위를 문지르더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아린 씨만 원한다면 저는 아린 씨를 데리고 아무런 방해도 없는 곳으로 갈 수 있어요. 경치도 좋고 먹고 살 걱정도 없는 곳으로 말이죠.”“만약 제가 원하지 않는다면요?”육하경은 고개를 들고 초점 없는 시선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한참 후에야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린 씨가 원하지 않는다면 저 혼자 가야죠. 아린 씨도 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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