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커튼 뒤에 있던 남자는 도아린을 뒤에서 안은 채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남자는 창문 유리에 모습이 비치지 않게 피하면서 그녀의 귀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야!”도아린은 그 목소리에 굳어버렸다. 그녀가 너무 잘 아는 목소리였고 남자의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고통과 씁쓸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그녀가 더 이상 저항하지 않자 남자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이거 놓을게. 소리 지르지 마. 우리 얘기 좀 해.”도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남자는 그녀를 침대 옆으로 밀어 앉힌 후, 그녀 앞에 섰다.검은 옷을 입은 남자. 그는 여전히 야구모자와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그 마스크 뒤로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만약 배건후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두 사람이 어떻게 다시 재회할지 도아린은 수없이 상상해 봤다. 그러다 매번 자신의 그 터무니없는 생각을 접어두기로 했다.오늘처럼 경찰이 보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건후가 살아서 그녀의 집에 침입할 줄은 도아린은 꿈에도 몰랐다.‘그이와 고 형사의 관계를 보면, 사실 이렇게 들어오는 게 더 쉬웠을지도 모르지.’배건후는 한동안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았다.그녀의 눈에서는 놀라움, 분노, 기쁨 따위는 보이지 않았고 집에 침입한 낯선 사람에 대한 질문조차 없었다.방 안에는 그저 조용한, 죽은 듯한 고요함만이 느껴졌다.도아린의 그 공허한 눈빛을 마주한 배건후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그는 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고통스럽게 말했다.“아린아, 내가 나중에 다 얘기...”“그럴 필요 없어요.”도아린이 바로 말을 끊었다.“할 말 있으면 간단히 해요. 나도 할 일이 있으니까.”도아린의 차가운 말투는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지만 그건 자초한 일이니 그 누구도 탓할 수 없었다.배건후가 한 걸음 더 다가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그는 예전보다 많이 야위어 있었고 목젖이 더욱 뚜렷하게 보였다.“손채은의 죽음은 모방범이 한 게 아니야.”배건후는 잠시 멈추고, 말을 이어갔다.“범죄 수법이 아주 능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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