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또 한 번의 거절: Bab 821 - Bab 830

924 Bab

제821화

육하경의 관리 방식은 매우 냉혹하고 가차 없는 듯했다. 하지만 도아린을 향한 그의 시선은 금세 부드러워졌다.“바다 위의 석양이 예쁘긴 한데 오늘은 바람도 많이 불어서 바람 쐬기에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내일 같이 일출 볼까요?”“나와 협상하려고 이리로 부른 건 아닌가요?”도아린은 몸을 돌려 난간에 기대섰고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공중에서 휘날렸다.육하경이 그녀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으나 손을 뗀 순간 다시 머리가 흩어져버리자 결국 손을 그녀의 어깨에 얹어 눌렀다.“아린 씨가 구현성에게 눈독 들이고 있어서 그랬어요. 이렇게 나랑 있지 않으면 나의 계획을 방해할 테니까요.”도아린이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구현성의 딸은 심장병이 있고 희귀 혈액형이라서 장기 이식도 어려운 걸로 알고 있어요.”“맞아요. 그래서 가격이 좀 더 비싸죠.”육하경의 눈에는 한 점의 연민도 보이지 않았고 오직 사업가로서의 기회와 거대한 이익만이 떠오르고 있었다.“그냥 게임 회사일 뿐인데 그 정도로 가치가 있나요?”도아린의 질문에 육하경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뒤를 돌아보라고 손짓했다.도아린은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봤다.바람이 구름을 흩어 놓고 석양이 마치 사탕처럼 오렌지색을 띠었다. 주변의 구름이 붉게 물들어 평화롭고 고요한 느낌을 주었다.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해가 완전히 지기까지 그들은 그대로 있다가 다시 배 안으로 돌아갔다.배 안으로 돌아서자 그녀가 좋아하는 샤브샤브 냄새가 났고 어이없게도 그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육하경이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식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신사답게 의자를 끌어주고 식탁보를 깔아주었다.부하는 한쪽에서 차분히 서 있었지만 내심 당황해했다.그는 예전에 육하경이 직접 장기를 꺼낼 때의 차분하고 숙련된 모습을 봐왔고 육하경에게 있어 누가 됐든 그들은 그냥 장기일 뿐, 그에게 아무런 감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하지만 그가 도아린한테는 분명히 특별한 감정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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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2화

“조심해요.”육하경이 도아린을 품에 안은 채 손을 들어 그녀의 목에 걸린 머리카락을 쓸어냈다.가까이 마주한 육하경의 얼굴을 보면서 도아린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저항할 수 없었다.‘음식에 약을 탄 건가? 대체 언제?’분명히 그녀와 육하경은 같은 음식을 먹었고 음료도 같은 병에 있는 걸 따라 마셨다.‘도대체 어떻게...’“겁먹지 마요.”육하경이 점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깊고 검었다.하지만 그의 눈 속에서는 탐욕스러운 빛이 반짝였다.도아린은 몸이 붕 뜨는 느낌이었고 육하경은 그녀를 안고 천천히 방으로 걸어갔다.그들이 가는 길에 자상훈과 마주쳤고 그는 급히 고개를 숙이고 옆으로 비켰다.“중요한 일이 아니면 방해하지 마.”육하경은 짧게 말하며 방으로 들어갔고 문을 발로 차서 닫았다.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에 도아린의 가슴도 덜컹 내려앉았다.육하경은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나서 몸을 기울여 그녀의 분노한 눈빛을 가까이서 바라봤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눈썹과 코, 입술을 따라 그리듯이 만졌고 도아린도 부드럽고 뜨거운 그의 숨결을 같이 느꼈다.“내가 두려운가요?”“…”도아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반응할 수도 없었다. 그저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이 거부하고 있음을 표현할 뿐이었다.육하경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분노를 무시하고 차분하게 말했다.“내 배에 올랐으니 이제 당신은 내 사람이에요. 이제부터는 내가 아린 씨를 지켜줄게요. 아린 씨에게 상처를 준 모든 사람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손채은한테 했던 것처럼? 미친놈!’그의 말투는 마치 연애 감정을 고백하는 듯 부드러웠지만 그 내용은 사람의 털을 곤두세우게 했다.도아린은 육하경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고 분노와 억울함이 담긴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육하경의 눈동자가 까맣게 빛났다. 도아린이 그럴수록 그녀를 괴롭히고 싶은 욕망이 커져갔다.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입술에서부터 목덜미까지 미끄러지며 한 가닥 머리카락을 쥐었다.“잠깐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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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도아린이 있는 힘껏 눈을 깜빡였다.“강재민 그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어요?”도아린이 아무 말 없이 그를 쳐다보자 육하경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아니면 아직도 건후를 마음에 두고 있어서 그래요? 건후가 아린 씨에게 그렇게 많은 상처를 줬는데도 아린 씨는 여전히 모건 그룹을 챙기고 있잖아요.”도아린이 아무 말 없이 그를 쳐다보았다.육하경은 그녀를 이해할 수 없는 듯,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긴 머리를 움켜잡고 코끝에 가져갔다.여자의 머리카락에 음식 냄새가 배어 있었지만 머리카락의 상큼한 향기를 가릴 수는 없었다.육하경은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마치 어떤 결심을 한 듯 그녀를 안아 들었다.똑똑.그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육하경의 눈에 잠시 날카로운 빛이 스쳤고 그는 도아린을 침대에 다시 눕히고 얼굴을 살짝 쓰다듬은 후 일어섰다.“잠깐만 기다려요.”그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문을 열자 자상훈이 서 있었다.“중요한 일이길 바래.”자상훈이 고개를 숙이고 보고했다.“구현성 쪽에 일이 생겼습니다...”도아린이 채 듣기도 전에, 육하경은 문을 닫고 빠르게 멀어졌다.그제야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중지에 끼운 반지를 돌리기 시작했다.실제로 그녀는 손발이 저리긴 했지만 전혀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그 반지는 특수한 처리를 거쳤고 다이아몬드 반지 밑면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열리면 안쪽에 독극물이 묻어 있었다. 이는 도아린이 혹시 모를 최후를 위해 남겨둔 것이었다.만약 육하경이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그녀는 그의 목숨을 빼앗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도아린은 반지를 원래대로 돌려놓고 심호흡을 했다.반나절이 지나서야 육하경은 돌아왔고 그녀 몸속의 약효도 거의 다 사라졌다.그의 계획이 틀어졌는지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고 도아린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려 하자 예상이라도 한 듯 가까이 다가가 부축했다.도아린은 그의 손을 밀어내며 쌀쌀하게 대꾸했다.“육하경 씨. 억지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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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도아린은 순간 믿기지 않아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하지만 난간에는 정말 그녀가 아무리 찾아도 소식조차 없었던 율이가 서 있었다.그새 율이는 키가 많이 자랐고 얼굴도 건강해 보였다.한정판 드레스를 입고 그 위에 울코트를 걸치고 있었다.그녀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숱이 적고 색도 노랗게 빛났지만 바닷바람에 흩날려 부드럽게 실처럼 퍼졌다.얼굴에 흩날린 머리카락을 쓸어내며 고개를 돌리던 율이는 도아린을 알아보고 그 자리에서 뜀박질하며 손을 흔들었다.“아린 언니! 여기요!”바닷바람에 율이의 외침은 사라졌지만 그녀의 얼굴에 가득한 기쁨은 그대로였다.율이도 도아린이 너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돌봐주는 사람들은 그녀가 말을 잘 듣고 치료를 잘 받아서 몸이 회복되고 나서야 도아린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그래서 율이는 여러 번의 조직 검사와 고통스러운 치료도 이를 악물고 참아왔었다.배가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도아린은 반가움도 잠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다.이 시점에서 율이가 갑자기 나타난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육하경 씨, 무슨 꿍꿍인가요?”“아린 씨 생각은요?”육하경이 도아린의 어깨를 감싸며 그녀를 가슴으로 끌어당겼다.도아린은 굳어져서 그의 품에 의지한 채 꼼짝하지 않았다.‘지희를 가지고 협박하는 걸로 모자라 이제는 율이까지 이용해 나를 압박하려는 걸까?’“지희는 보육원으로 돌아갔어요?”도아린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사람을 보내서 그 사람들을 보육원에 데려다주라고 했어요.”육하경이 부드럽고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그 사람들이 다시 보육원을 떠날지는 모르겠지만요.”“당신!”도아린이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남자는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달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두 배가 아주 가까워지자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율이의 뒤로 다가갔다.육하경은 손을 흔들며 그에게 신호를 보냈고 검은 옷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 뒤 율이에게 다가갔다.“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아린 언니랑 아직 할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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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5화

“아, 그날요? 아직 언니한테 미처 고맙다고 말하지 못했네요!”지희는 매우 기쁜 목소리로 재잘거렸다.“육 대표님 덕분에 우리 별님의 집도 TV에 나와 홍보할 수 있었어요. 아린 언니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하지만 그래도 TV에서 언니한테 감사드린다고 얘기했어요!”“원래는 워크샵 가기로 했었는데,녹화를 마친 후에 너무 늦기도 하고 모두 피곤해서 그냥 레스토랑에 가서 뷔페를 먹었어요! 내가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에 아린 언니한테 얘기하려고 했는데... 혹시 나한테 화났나요?”“아니.”도아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혹시 내가 하경 씨를 오해한 걸까?’그녀는 뒤를 돌아 육하경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다정하게 웃으며 자신을 보고 있었다.“혹시 그 사람들이 호텔에 강제로 남게 하거나 보육원 사람들의 휴대폰을 압수한 적 있어?”도아린은 육하경과 상관이 없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런 적 없어요! 우리 보육원 사람들을 누가 감히 강제로 붙잡겠어요!”지희가 웃으며 말했다.“아, 그러고 보니 우리가 식사할 때 게임도 같이했는데 그때는 모두 휴대폰을 꺼놨어요.”도아린은 갑자기 피로감을 느꼈다.이건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별님의 집 사람들 중에도 육하경의 사람이 있다는 걸 그녀는 단번에 깨달았다.그 사람은 게임을 핑계 삼아 휴대폰을 끄게 해서 보육원 사람들이 외부와의 연락을 끊게 만들었다.그 때문에 도아린은 보육원 사람들이 모두 육하경에게 납치된 것처럼 보였고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의 배에 오르게 된 것이다!“아린 언니, 사실 전부터 말하고 싶었는데요, 육 대표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아린 언니의 이름으로 보육원을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하셨어요. 하지만 아린 언니한테는 비밀로 하라고 했거든요.”“아이들이 만든 작은 수공예품을 시장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팔아줬고요, 그 돈은 모두 보육원 계좌에 들어가고 ‘아린 희망 재단’까지 생겼어요! 정말 그분을 언니의 반쪽으로 고려해 볼만하다니까요!”도아린은 흩어진 머리카락을 잡아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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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6화

“말해 보세요.”“건후 씨 말이에요. 뇌사 판정을 받고 사망을 선고받았었잖아요. 설마 하경 씨가 시켜서...”도아린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이어 나가기 힘들어했다. 도아린은 고개를 돌리고 몰래 살을 세게 꼬집어 눈물을 짜냈다.그리고는 입술을 바들바들 떨면서 육하경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끝내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하경 씨, 대은이 아버지한테 이식된 장기 말이에요. 건후 씨 건가요?”육하경의 부드러운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입가에 짓고 있던 미소도 어느새 사라진 상태였다.“건후가 안쓰러워서 그러세요?”“일단 제 질문에 대답하세요. 맞아요?”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도아린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계속 자기 앞에 나타나는 배건후와 똑 닮은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했고 이런 수작을 부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건후 씨가 죽지 않았다고 생각한 누군가가 내 반응을 떠보려고 수작을 부리는 건가?’만약 도아린이 먼저 알아본다면 배건후가 병원에 누있다는 건 거짓말이라는 의미였고 만약 그녀가 무시해 버린다면 배건후가 이미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되면 병원에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기에 모건 그룹의 주가를 폭락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이제 도아린은 육하경이 장기 밀매 조직의 우두머리라는 걸 확신했다. 그렇다면 그도 분명 배건후가 ‘죽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하지만 그럼에도 배건후가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는 건 육하경 곁에도 배건후의 편이 있다는 것이었다.그녀는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육하경이 입을 열었다.도아린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했다.그녀는 육하경을 도발하려 했다. 그가 진실을 말할 때까지...“여긴 우리 둘뿐인데 아직도 부정할 필요가 있나요?”육하경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제가 건후의 장기를 이식했다고요? 상상력이 참 대단하시군요. 아린 씨 차갑게 대하는 건후가 못마땅한 건 맞아요. 하지만 그래도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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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그녀를 본 자상훈은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하경 씨는 어디 있나요?”“방에서 쉬고 있습니다.”자상훈이 뒤쪽에 있는 방을 힐끗 보았다.도아린은 곧장 가서 문을 두드렸다.“하경 씨.”“들어와요.”방 안에서 낮고 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자상훈의 복잡한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봤지만 도아린은 신경 쓰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소파 옆에 선 육하경은 막 셔츠를 입던 참이었다. 단추를 채우기도 전이라 근육이 조금씩 배인 그의 탄탄한 가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도아린은 황급히 몸을 돌렸다.“죄송해요!”육하경은 옷을 입으면 슬림해 보이지만 벗으면 생각보다 탄탄한 근육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몸매는 운동으로 다져진 게 분명했다.그는 도아린의 반응에 흡족해하며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일이시죠?”“저, 율이를 보러 가고 싶어요.”도아린이 시선을 내리깔고 그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아니면, 사람을 시켜서 데려와도 괜찮고요.”육하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느긋하게 단추를 채웠다.“좋아요.”그는 이렇게 말하며 도아린 앞으로 다가갔다.육하경의 가슴 근육을 얼핏 쳐다본 그녀는 급히 시선을 돌렸다.“그럼 저를 율이한테로 데려다줄 건가요, 아니면 율이를 데려오실 건가요?”육하경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마치 화려한 공작새처럼 으스댔다.“만족스러우세요?”“뭐라고요?”도아린이 홱 돌아서 버렸다.“겉만 잘나서 무슨 소용 있겠어요?”“비록 아린 씨 말도 틀린 건 없지만 건후는 다 잘났어요. 오랫동안 안 좋은 위를 방치한 게 문제지만요.”“내제가 말한 건 그쪽이에요!”그녀는 못 참고 육하경을 노려보았다.그는 단추를 두 개 더 닫고 고개를 들었다.“그럼 제가 잘났다는 건가요?”도아린은 어이가 없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육하경은 웃으며 문을 열었다. 등을 돌리자 그가 입은 하얀 셔츠에는 왼쪽 어깨 쪽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다쳤어요?”도아린이 놀라서 물었다.육하경이 고개를 살짝 돌리며 덤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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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자상훈이 식당으로 들어와 육하경 옆으로 가더니 몸을 숙여 그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그의 부드러운 표정은 변함없었지만 눈빛이 조금 차가워졌다.육하경은 휴지를 뽑아 손을 닦으며 말했다.“율이랑 천천히 식사하세요. 안쪽에 멀티룸이 있으니까 영화 보셔도 돼요. 저는 볼일 좀 보고 올게요.”그가 나가고 난 후, 도아린은 율이와 함께 손을 씻고 복도 끝 방으로 갔다.“율이 어떤 영화 보고 싶어?”“아린 언니가 보는 거면 전 다 좋아요.”율이는 얌전히 소파에 앉아 기다렸고 도아린은 ‘해리 포터’를 찾아서 틀었다.방 안의 불을 끄자 작은 영화관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아린 언니, 해리 포터도 부모님 없이 살잖아요.”율이가 도아린의 손가락을 꼭 잡으며 말했다.“저도 그 애처럼 커서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율이는 이미 대단해.”도아린이 율이의 어깨를 감싸안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아니에요. 저 하나도 안 대단해요.”율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린 언니를 지켜주지도 못했고 게다가 보미 언니 때문에”율이는 비록 손보미가 자신의 엄마라는 걸 알지만 보미 언니라고 부르던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보미 언니는 아린 언니의 남편을 빼앗았어요. 나쁜 사람이에요.”율이는 도아린을 올려다보며 말했다.“제 몸속에는 보미 언니의 피가 흐르고 있어요. 저도 크면 그 나쁜 사람으로 될까요? 그럴까 봐 겁나요.”“아니야. 절대 그럴 일 없어.”도아린은 율이를 품에 꼭 안고 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어떻게 된 거죠?”육하경이 서재로 들어서며 차갑게 물었다.그는 담뱃갑을 집어 들더니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고는 담뱃갑을 탁자 위에 던졌다. 그리고는 자상훈을 힐끗 바라보았다.자상훈은 눈을 내리깔고 얼굴을 굳힌 채 입을 열었다.“육청아 씨 부모님이 마치 증발한 것처럼 사라졌습니다. 갈 만한 곳은 전부 찾아봤는데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육하경은 라이터를 켜려다 잠시 멈칫했다. 그는 담배에 붙이고 깊게 한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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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율이는 이제 돌아가야 돼요.”육하경이 방에 불을 켰다.“꼭 데려가야 해요?”도아린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육하경이 다가와 율이의 손을 잡았다.“저쪽 배에 의료 장비가 있어서 거기가 더 안전해요.”율이는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가면서 아쉬운 눈길로 도아린을 바라봤다. 아이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언제든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도아린이 황급히 따라붙었다.“그럼 제가 같이 갈게요.”“안 돼요.”“하경 씨, 율이는 아직 어린애예요.”도아린이 육하경의 손을 잡고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그럼 거래를 합시다. 하경 씨가 원하는 거 뭐든 할게요. 그러니까 율이를 보내지 말든지 아니면 제가 같이 갈게요.”육하경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아린은 굳이 그 의미를 파악하려 하지 않았다.“대표님, 배가 도착했습니다.”자상훈이 내려와서 보고했다.육하경은 시선을 거두고 율이를 데리고 갑판으로 향했다. 도아린은 불안한 마음으로 뒤를 쫓아갔다.작은 보트 한 척이 커다란 배에 닿아 있었는데 누군가가 밧줄을 붙잡고 기다리고 있었다.육하경은 율이를 그 사람에게 넘겼다. 그 남자는 율이를 안아 보트에 태운 뒤 다시 배로 옮겼다.“율아, 내일 또 놀러 와!”도아린이 율이를 향해 외쳤고 율이는 손을 흔들며 배 안으로 사라졌다.“하경 씨, 전에도 지희를 해치지 않았으니까 율이도 해치지 않을 거죠?”그녀는 육하경의 손을 잡고 그의 표정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는 도아린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번엔 다를 수도 있어요.”도아린이 눈살을 찌푸렸다.“율이를 인질 삼아 절 협박하려는 거예요?”“제가 만약 정말 강제로 아린 씨를 원했다면 반항이 소용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육하경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만약 육하경이 그녀의 생사를 개의치 않는다면 협박은 오히려 그의 분노를 자극하는 도화선이 될 뿐이었다.“그럼... 율이는 왜 데려왔어요?”육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배에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도아린이 뒤를 돌아보자 어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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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헛소리하지 마세요!”도아린이 육하경의 손을 거칠게 밀쳐내며 분노로 가득 찬 눈빛을 보냈다.“율이도 살아갈 권리가 있어요!”육하경은 그녀를 비웃으며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그래도 율이는 부모에게 버려져서 보육원에 맡겨진 데다가 선천적인 질병까지 있잖아요.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얘기예요.”그는 손목을 들어 올려 도아린이 움켜쥐었던 팔에 난 흔적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덧붙였다.“장기를 사는 사람은 예진이 뿐이 아니에요. 저 배에는 다른 아이들도 있어요. 장기들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 말이죠. 율이가 여러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데 좋은 거 아닌가요? 이득이 되는 거래잖아요.”도아린은 망연자실한 채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쌌다. 그녀는 머리를 무릎 사이에 파묻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러니까... 보육원 아이들에게 건강 검진을 받게 한 이유 말이에요. 정말 건강이 걱정돼서가 아니라 필요한 장기를 찾기 위해서였다는 건가요?”“맞는 말이긴 하지만 틀린 부분도 있어요.”육하경이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저는 더 가치 있는 걸 골랐을 뿐이에요.”도아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싸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어떻게 해야 율이를 놔줄 거예요?”육하경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 거래를 멈출 수 없었다.눈물이 도아린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하더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제가 이러면 돼요? 아니면...”도아린이 속옷을 잡아당기는 순간, 육하경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의 눈에 분노가 스쳤다.“아린 씨도 알잖아요. 제가 원하는 게 이런 게 아니라는 걸...”“그럼 어떻게 하실 건데요!”도아린이 육하경의 옷깃을 거칠게 붙잡고 흔들었다.“제가 어떻게 하면 율이를 놔주실 건가요? 대답해 봐요!”육하경은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도아린은 저항하려 했지만 금세 체념한 듯 그의 손에 몸을 맡겼다.육하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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