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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Penulis: 온유
“율이는 이제 돌아가야 돼요.”

육하경이 방에 불을 켰다.

“꼭 데려가야 해요?”

도아린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육하경이 다가와 율이의 손을 잡았다.

“저쪽 배에 의료 장비가 있어서 거기가 더 안전해요.”

율이는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가면서 아쉬운 눈길로 도아린을 바라봤다. 아이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언제든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도아린이 황급히 따라붙었다.

“그럼 제가 같이 갈게요.”

“안 돼요.”

“하경 씨, 율이는 아직 어린애예요.”

도아린이 육하경의 손을 잡고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럼 거래를 합시다. 하경 씨가 원하는 거 뭐든 할게요. 그러니까 율이를 보내지 말든지 아니면 제가 같이 갈게요.”

육하경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아린은 굳이 그 의미를 파악하려 하지 않았다.

“대표님, 배가 도착했습니다.”

자상훈이 내려와서 보고했다.

육하경은 시선을 거두고 율이를 데리고 갑판으로 향했다. 도아린은 불안한 마음으로 뒤를 쫓아갔다.

작은 보트 한 척이 커다란 배에 닿아 있었는데 누군가가 밧줄을 붙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육하경은 율이를 그 사람에게 넘겼다. 그 남자는 율이를 안아 보트에 태운 뒤 다시 배로 옮겼다.

“율아, 내일 또 놀러 와!”

도아린이 율이를 향해 외쳤고 율이는 손을 흔들며 배 안으로 사라졌다.

“하경 씨, 전에도 지희를 해치지 않았으니까 율이도 해치지 않을 거죠?”

그녀는 육하경의 손을 잡고 그의 표정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는 도아린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엔 다를 수도 있어요.”

도아린이 눈살을 찌푸렸다.

“율이를 인질 삼아 절 협박하려는 거예요?”

“제가 만약 정말 강제로 아린 씨를 원했다면 반항이 소용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

육하경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만약 육하경이 그녀의 생사를 개의치 않는다면 협박은 오히려 그의 분노를 자극하는 도화선이 될 뿐이었다.

“그럼... 율이는 왜 데려왔어요?”

육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배에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도아린이 뒤를 돌아보자 어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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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헛소리하지 마세요!”도아린이 육하경의 손을 거칠게 밀쳐내며 분노로 가득 찬 눈빛을 보냈다.“율이도 살아갈 권리가 있어요!”육하경은 그녀를 비웃으며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그래도 율이는 부모에게 버려져서 보육원에 맡겨진 데다가 선천적인 질병까지 있잖아요.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얘기예요.”그는 손목을 들어 올려 도아린이 움켜쥐었던 팔에 난 흔적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덧붙였다.“장기를 사는 사람은 예진이 뿐이 아니에요. 저 배에는 다른 아이들도 있어요. 장기들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 말이죠. 율이가 여러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데 좋은 거 아닌가요? 이득이 되는 거래잖아요.”도아린은 망연자실한 채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쌌다. 그녀는 머리를 무릎 사이에 파묻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러니까... 보육원 아이들에게 건강 검진을 받게 한 이유 말이에요. 정말 건강이 걱정돼서가 아니라 필요한 장기를 찾기 위해서였다는 건가요?”“맞는 말이긴 하지만 틀린 부분도 있어요.”육하경이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저는 더 가치 있는 걸 골랐을 뿐이에요.”도아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싸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어떻게 해야 율이를 놔줄 거예요?”육하경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 거래를 멈출 수 없었다.눈물이 도아린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하더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제가 이러면 돼요? 아니면...”도아린이 속옷을 잡아당기는 순간, 육하경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의 눈에 분노가 스쳤다.“아린 씨도 알잖아요. 제가 원하는 게 이런 게 아니라는 걸...”“그럼 어떻게 하실 건데요!”도아린이 육하경의 옷깃을 거칠게 붙잡고 흔들었다.“제가 어떻게 하면 율이를 놔주실 건가요? 대답해 봐요!”육하경은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도아린은 저항하려 했지만 금세 체념한 듯 그의 손에 몸을 맡겼다.육하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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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아린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선글라스를 사이에 두고도 느껴질 정도였다.그녀는 코웃음을 치고는 그를 가볍게 무시해 버렸다. 그리고는 선실로 걸어갔다.“도 대표님?”구현성이 어느새 난간 가까이 다가와 도아린을 향해 이를 갈 듯한 눈빛을 보냈다.“도 대표님이랑 현무 씨가 친구일 줄은 몰랐네요. 그래서 옥 접시의 경매 가격을 일부러 올린 거였어요? 짜고 치는 수법이 아주 대단하시네요?”‘현무 씨? 현무라고? 육하경이 쓰는 코드네임인가?’도아린의 시선이 구현성과 예술가 차림을 한 남자 사이를 오갔다.구현성의 화가 난 듯한 표정을 보니 연기를 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예술가 차림을 한 남자의 정체를 모르는 듯했다.“제가 현무 씨과 어떤 관계인지 아셨으면 괜히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아니면 그쪽이 바라는 걸 영영 못 얻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두 배 사이에 거리가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도아린의 목을 조르러 뛰어들었을 기세였다.“행동으로 보여줄 테니까 기대하세요.”그렇게 말한 도아린은 예술가 차림을 한 남자를 힐끗 쳐다보며 덧붙였다.“그렇게 아이들을 차별하면서 지내면 좋으세요?”말을 마친 도아린은 바로 선실로 들어갔다.선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그녀는 순간적으로 다리가 풀려 문틀을 짚었다. 그리고는 잠시 숨을 가다듬고 나서야 겨우 안으로 들어갔다.구현성은 씩씩거리며 자기 방으로 돌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그가 일어나 문을 열자, 예술가 차림을 한 남자가 들어왔다.“도아린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예요?”구현성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는 진심으로 화가 나 있었다.불법 장기 매매가 발각되면서 그는 어쩔 수 없이 경찰과 협력해 수사에 협조하는 척해야 했기 때문이었다.겉으로는 협조하지만 그는 이 작전이 실패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딸인 구예진의 몸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의 감

  • 또 한 번의 거절   제834화

    구현성은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다.“무슨 신호요? 도아린 씨가 뭐라고 했어요? 인질이 아니었나요? 도아린 씨도 작전을 알고 있는 거예요?”‘도아린이 알고 있다면 현무 씨도 알고 있는 걸까? 경찰의 작전을 알게 되면 현무 씨가 계획을 바꾸지 않을까?’구현성의 마음속에 갑자기 한 줄기 희망이 떠올랐다. 그는 조금은 기쁘기도 했다.하지만 그 미묘한 표정 변화를 고민성이 놓칠 리 없었다. 그는 테이블 위에 있던 꿀 유자차를 손에 들고 향을 맡았다.“해독할 수 있지?”고민성의 손이 갑자기 가벼워졌다. 예술가 차림을 한 남자가 꿀 유자차를 가져간 것이었다. 예술가 차림을 한 남자는 병뚜껑을 닫았다. 그는 고민성이 유자차를 다 마셔버릴까 봐 걱정된다는 듯 컵을 들고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난 해독하러 가볼게.”그는 신호의 길이는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신지훈한테 한 번 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민성은 그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구현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잘 협조하세요.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고.”희미하게 올라갔던 구현성의 입꼬리가 단숨에 내려갔다. 비서가 얼른 물 한 잔을 따라 주며 그의 감정을 가라앉혔다....밤이 깊었다.도아린이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반쯤 말리고 있을 때, 육하경이 찾아왔다.부드러운 면 소재의 잠옷은 그녀의 몸매를 부각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두 사람은 마치 오래된 부부처럼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것만 같았다.도아린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육하경의 손에는 가죽 가방이 들려 있었다.“뭐예요?”“타투 도구요.”육하경은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문신 기계를 꺼내 새 바늘을 끼운 뒤 약품을 하나씩 정리했다.도아린의 눈이 약간 커졌다.“설마 저한테 새기려고 하는 건 아니죠?”“새기고 싶어요?”육하경이 웃으며 물었다.“아뇨.”준비를 마친 육하경은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제 문신이 아직 완성이 안 됐거든요. 아린 씨가

  • 또 한 번의 거절   제8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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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입가에 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자고충이 하나가 될 때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거야. 앞으로 잘못된 일을 하지 않으면 아프지도 않을 거야.”만약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한다면 그 고통으로 인해 결국 죽게 될 것이다.도아린은 배건후의 머리를 끌어안고 고개를 들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려고 애썼다.배건후는 그녀의 품속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육원의 중첩된 지분을 손에 넣어서 너에게 혼수로 바칠게. 네가 나를 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래도 나는 너를 평생 지켜줄 거야.”그녀가 결국 참지 못하고 흘린 한 방울의 눈물은 그녀의 볼을 타고 떨어져 남자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그렇게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빛이 어두워질 때까지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안고 있었다. “돌아가자.”배건후는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안고 다리를 움직이며 불편했던 자세를 바꿨다.“이 근처에 야생 동물은 없지만 해가 지면 안전하지 않아.”도아린은 처음에는 감정에 휩싸여 배건후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가 몸을 움직이자 그녀는 즉시 이상함을 느꼈다.그녀는 급히 일어나며 말했다.“돌아갈 때 건후 씨 몸이 불편하니까 제가 태워드릴게요. 그리고 내리막길이라 힘도 덜 들 거예요.”“알았어. 네 말 들을게.”자전거 핸들이 비뚤어져 있었지만 배건후는 두 다리로 바퀴를 단단히 고정한 후 힘껏 돌려 단숨에 바로 고쳤다.도아린이 자전거 앞좌석에 타고 배건후는 그녀 뒤에 앉았다.그는 얼굴을 그녀의 등에 기댄 채 내리막에서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긴 다리를 쭉 뻗어 마찰력을 늘리며 조절했다.그들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수혁과 변슬기도 막 돌아오고 있었다.변슬기는 도아린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도아린은 그들이 뭔가 진전이 있을 줄 알고 가서 물어보려 했지만 배건후가 붙잡았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 머리 위에서 붉은 잎 하나를 떼어냈다.“...”변슬기와 진수혁이 설마 자신과 배건후가 야외에서 뭔가를 했다고 생각하진 않겠지.배건후는 오직 도아린에게만 부

  • 또 한 번의 거절   제926화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도아린은 그의 눈동자 속에 가득한 붉게 물든 단풍잎과 맑고 푸른 하늘 그리고 마음속 깊이 즐거워하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의 깊고 그윽한 눈이 가늘게 감기며 그 속에는 격렬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듯했다.‘그래, 이거지!’그녀는 올해 겨우 25살이었다.어린 시절 양부모 곁에서 사랑받지 못했고 장애를 겪은 후 식물인간이 된 동생을 돌보며 결혼 생활에서는 남편의 감정적 학대 속에서 버텨야 했다.그녀는 너무도 많은 행복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이게 맞는 일이다.그녀는 웃어야 한다. 크게 소리 내어 마음껏 웃어야 한다.고작 25살에 불과한 그녀가 이토록 많고 무거운 책임과 압박을 짊어질 필요는 없었다.눈앞 여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점점 사라지고 배건후의 심장도 저릿해 왔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거친 손끝이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스쳤고 천천히 그녀의 눈꼬리를 눌렀다.“웃어. 앞으로 나쁜 감정들은 전부 나한테 넘겨. 내 앞에서는 일부러 강한 척 버틸 필요도 없어. 속상하면 때리고 욕해도 돼. 대신에 절대 자신을 괴롭히지 마.”도아린은 코끝이 찡해지고 눈가가 뜨거워지더니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녀는 급히 일어나 뒤돌아 눈물을 닦으려 했다.그 순간 힘센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고 특유의 나무 향기가 그녀를 감쌌고낮고 깊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여태까지 내가 나쁜 놈이었어. 미안해. 앞으로는 모든 일을 너와 상의할게. 네가 싫어하는 건 하지 않을 거고 네가 속상해할 일도 만들지 않을 거야.”도아린은 팔꿈치로 그를 툭 쳤다.“입만 살아서!”배건후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운 뒤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도아린은 미간을 찌푸렸다.“아직 육원의 중첩된 지분을 손에 넣지도 못했잖아요. 그리고 저도 아직...”이후의 말은 더 이상할 수 없었다.배건후가 상자를 열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청혼의 반지가 아니었다.작고 빨간 벌레가 들어 있었는데 다리가 없고 온몸이 부드러웠으며

  • 또 한 번의 거절   제925화

    변슬기는 바쁜 듯 뒤돌아보며 기대와 불안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좋아요." 진수혁은 흔쾌히 대답했다. 이미 옷을 갈아입었기 때문이다. 배건후는 세 사람을 보고 눈빛이 흔들렸다. 빌라에는 자전거가 두 대 있었는데, 도아린과 함께 드라이브를 나가기 위해 일부러 다른 자전거의 페달을 떼어 놓았던 것이다. 도아린은 자전거를 보고 그에게 너 정말 얄밉다'는 눈빛을 보내며 빨리 고치라고 신호를 보냈다. 자전거를 고치고 네 사람은 문밖으로 나갔다. "꽉 잡아."배건후는 도아린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자 힘껏 페달을 밟았고, 자전거는 비탈길을 미끄러져 작은 길로 향했다.변슬기는 진수혁에게 감히 손을 대지 못하고 자전거 뒤쪽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진수혁은 자전거 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 비틀거렸다. 변슬기는 "저, 제가 밀어드릴까요...거의 정상에 도착하면, 그때 저를 밀어주세요."라고 제안했다. 진 대표님의 속도로는 누가 먼저 정상에 도착할지 내기는커녕,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진수혁은 아무 말 없이 계속 비틀거렸다. 변슬기는 거의 넘어질 뻔했고, 황급히 남자의 허리를 붙잡았다. 자전거는 갑자기 비틀거리지 않았고, 속도도 빨라졌다. 변슬기: "..."배건후는 도아린을 태우고 산길을 누볐고, 도아린은 뒤쪽 페달을 밟으며 일어섰다.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누르고, 짧은 머리카락은 바람에 휘날렸다. "산속 공기가 도시보다 훨씬 좋네요. 매연 냄새도 없고, 에어컨 냄새도 안 나고." 배건후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살짝 몸을 일으켰다. "어제 비가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당신도 비 온 뒤 흙냄새 좋아해요?" 도아린은 배건후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귓가에 웃으며 말했다. "나도 좋아해요! 비 온 뒤 흙과 풀이 섞인 냄새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요!" 배건후는 입꼬리를 올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아린은 잠시 침묵하다가 깨달았다. 배건후가 말한 것은 바로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더욱 환한 미

  • 또 한 번의 거절   제924화

    진수혁은 찻잔을 들어 살짝 한 모금 마시더니 배건후를 바라보았다. "말해 봐요." "내가 먼저 도아린과 결혼하면, 당신은 유럽 유학 기회를 나에게 넘겨요. 당신이 먼저 변슬기와 결혼하면, 당신이 필요로 하는 칩 기술을 두 손으로 받칠게요."진수혁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찻잔을 쥔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갔고, 손등에는 핏줄이 돋아났다. 그는 배건후의 깊은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 매력적인 눈은 도아린을 향할 때면 온통 비위를 맞추고 약한 척하는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매처럼 날카롭게, 거스를 수 없는 공격성을 띠고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진수혁은 눈에 띄지 않게 눈썹을 찌푸렸다. 배건후가 그동안 도아린에게 온갖 비위를 맞추는 것을 보고 진수혁은 배건후가 이미 자존심과 투지를 잃고 오직 결혼 생활을 되돌리려고만 한다고 오해했다. 이제야 배건후는 여전히 그 배건후라는 것을 알았다. 전 부인을 되찾고 싶어 하는 것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발전시킬 기회를 포기한 적도 없었다.유럽에는 강연이 하나 있는데, 입문 조건이 주요 재벌 그룹의 실력자 또는 후계자이며, 배건후의 현재 자산으로는 강연을 들을 수 없었다. 진수혁은 그 자격이 있었지만,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유럽으로 가서 칩 기술을 연구하는 천재를 찾고 싶었다. 두 사람은 서로 필요한 것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건후는 굳이 그와 도박을 걸려고 했다. "당신이 이길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알죠." 진수혁이 말했다. "두고 보시죠." 배건후가 말했다. 두 남자는 악수하며 조용히 내기를 정했다. 저녁 식사 때, 진수혁 부부는 주범금도 데려왔고, 내일을 위해 준비했던 몇 가지 요리가 오늘 식탁에 올랐다. 모두 즐겁게 식사했고, 주범금의 기분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녀는 도아린에게 자신이 구매한 전리품을 자랑하기도 했고, 밤늦게서야 떠났다. 진수혁은 도아린을 데려다줄 때 그녀를 불러 세웠다. "유럽에 칩 분야 천재가 있다는 거

  • 또 한 번의 거절   제923화

    변환에 성공하는 순간, 동생은 깨어났고, 시스템은 남자 주인공에게 귀속되었다. 시스템은 남자 주인공에게 도아린의 진심을 얻지 못하면 죽을 것이라고 알렸다.처음에는 남자 주인공이 믿지 않았지만, 도아린과 이혼한 후 자신의 사업 제국이 날마다 무너져 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도아린의 좋았던 점들을 떠올렸다...도아린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 "비록 허구의 이야기지만, 이 남자 주인공은 정말 쓰레기네!""나도 그렇게 생각해." 배건후는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도아린의 좋은 점을 떠올린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거야."도아린은 그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빛에는 ‘그러니 당신도 그와 똑같은 부류겠지’라고 쓰여 있었다."나는 아니야." 배건후는 도아린의 손을 잡고 심장 부위에 가져다 댔다. “나는 줄곧 당신만을 사랑했어. 다만 임무 때문에 표현할 수 없었을 뿐이야. 나는 모든 것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당신에게 줄 수 있어."도아린은 손을 빼서 그의 옷에 쓱 닦았다."당신은 나를 소유하고 싶을 뿐이야. 나를 소유하는 것이 모든 것을 소유하는 것과 같으니까." 그녀는 일어나 테라스로 향했다.배건후는 따라가서 말했다. "우리는 공정하게 할 수 있어! 결혼 전후를 막론하고 모든 자산은 당신 거야!"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나도 당신 거고."라고 덧붙였다.도아린은 깊어가는 가을의 차가운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눈을 감고 침묵했다.배건후는 말없이 그녀 옆에 서 있었다. 마치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주인이‘놀러 가자’라고 한마디만 하면 즉시 꼬리를 흔들며 기뻐할 준비가 된 듯이.한참 후, 도아린은 그를 돌아보았다."당신 우정윤에게 후원한 적 있어?"배건후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후원한 건 독자들이 남자 주인공을 가장 심하게 욕하는 챕터였어.""……" 그리고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도아린은 웃음을 참으며 일부러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거기 나오

  • 또 한 번의 거절   제922화

    "내가 무슨 바람이 있다고 그래요?"예전에 그녀가 먼저 다가간 건, 배건후랑 제대로 살아보고 싶어서였다.남녀를 불문하고 아이를 낳아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당신을 내 뜻대로 움직이려고 여러 수단을 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사랑 없이는 못 산다는 건 아니에요.내가 엄청나게 목마른 사람처럼 말하네요.배건후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건후가 잘못 말했어요. 배건후가 원해요. 당신이 나를 용서하고 받아들이고, 나를 총애해주길 기다릴게요."퉤!도아린은 씹던 멜론을 배건후의 몸에 그대로 뿜어버렸다.가슴을 치며 화도 나고 웃음도 나왔다.두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 배건후는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몸을 빼앗긴 게 분명하다.겉모습은 그대로지만, 속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예전의 배건후는 엄격하고 냉정하며 웃음기 하나 없었고,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하면 비웃거나 냉담하게 대하곤 했다. 지금의 배건후는 데릴사위가 되겠다는 말도 서슴없이 하고, ‘총애’를 받겠다고 자청하기까지 한다.배건후는 몸에 묻은 과일 조각을 닦지 않고 손을 들어 도아린의 등을 토닥이며 괜찮은지 확인한 후에야 휴지를 꺼내 옷을 닦았다.도아린은 바닥에 떨어진 과일 조각을 치우며 농담처럼 말했다. "배건후, 당신 몸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 게 분명해요. 내가 책 속에 살고 있는 건가? 당신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고 내가 강해져서 당신에게 복수할 거라는 걸 알고 미리 납작 엎드리는 건가?"배건후는 옷을 다 닦고 도아린을 소파로 끌어당겼다."빙의가 아니라 공략이에요.""..."남자는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당신을 공략해서 당신의 사랑을 얻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는 죽어요.""당신 미쳤어요?" 도아린은 그의 등을 찰싹 때렸다."미쳤어요. 당신은 유일한 약이에요."도아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의 품에서 온몸을 떨며 웃었다. "그렇게 뻔한 사랑 고백은 우종이 가르쳐준 거죠

  • 또 한 번의 거절   제921화

    "엄마가 당신한테 준대요, 알아서 해요."도아린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래요. 별장에서 돌아온 후 다시 해결합시다."배건후는 몸을 뒤로 돌리면서 주체 못 하고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잘 보이지 않아 그런지 어떤 부분은 더 확대되어 크게 보였다."전보다 커졌는데요."이상한 말이 도아린의 얼굴을 빨갛게 만들었다.그녀는 화가나 그를 한 눈 째리고 나가서 물건을 정리하였다.도아린은 변슬기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그녀를 끌고 단추를 찾는다는 핑계로 무슨 일인지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변슬기는 카펫에 엎드려서 핸드폰 보조등을 켜고 소파 밑을 드려다보았다."찾았어요."그녀는 손을 뻗어 단추를 쥐면서 주절주절 말했다."도 선생님, 이제 기회가 되면 제가 저희집의 메인 메뉴인 만두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도아린은 카펫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그녀가 건네 준 단추를 만지면서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제일 좋기는 가게 평생 20% 할인 카드 줘요.""작은 가게라 많이 벌지도 못해요."변슬기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이 오시면 무조건 20% 할인 해들릴게요."진수혁은 다 썰어 놓은 과일을 가지고 밖으로 나오면서 저둘이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무슨 얘기 하세요?"변슬기가 설명해주려 하자 도아린은 손으로 그녀의 목을 감싸며 말했다."데릴 사위에 대해 얘기를 했어요. 변슬기의 어머니 아버지는 딸 하나 뿐인데, 앞으로 사위가 있다며 처가에 들어왔으면 해요."변슬기는 진수혁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 보았다. 그가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진수혁의 기분은 별로 파동이 없어 보였고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에 매우 동의하는 눈치였다."우리집에는 니가 하나뿐인 딸인데.""저는 데릴 사위를 할 생각이 있습니다."진수혁은 도아린한테 손을 닦으라고 뜨거운 손수건을 건네 주며 그녀를 지그시 바라 보았다.슬기는 놀라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도아린과 진수혁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

  • 또 한 번의 거절   제920화

    변슬기는 재빨리 진수혁의 등 뒤로 숨었다.진수혁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 상황을 파악하고 조용히 말했다.“이것 좀 부엌에 가져다줘.”“네!”변슬기는 배건후가 문 앞에 두고 간 봉투를 잽싸게 집어 들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부엌으로 사라졌다.도아린의 셔츠 단추 하나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배건후는 자신의 재킷을 벗어 그녀에게 걸쳐주며 조심스럽게 게스트룸으로 이끌었다.“기다려. 금방 다녀올게. 차에 여벌로 둔 옷 있어.”도아린은 황급히 배건후의 손을 붙잡고 재킷을 벗어 돌려주었다.“일북이 근처에 있을 거야. 전화해. 밖에 추우니까 이거 입고 나가.”그녀가 팔을 들자 셔츠는 더 크게 벌어졌고 새하얗고 부드러운 피부가 다시 배건후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눈동자에 번쩍이는 불꽃이 튀었고 그 불씨는 작지만 매섭고 뜨거웠다.도아린은 급히 몸을 옆으로 돌리고 팔로 가슴을 가렸다. “어서 가.”배건후는 한참을 움직이지 않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그녀를 끌어안았다.도아린은 반사적으로 거부하려 했지만 그는 단지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몇 번을 고요히 숨쉬더니 결국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발소리는 집 밖이 아니라 욕실로 향했다.변슬기는 부엌에서 머리를 내밀며 확인하려다 진수혁에게 팔을 붙잡혀 다시 안으로 끌려들어갔다.“생각해봤어? 회사에 남을 거야 아니면 돌아가서 가게를 이을 거야?”변슬기는 고개를 숙이고 포도를 씻었다.자신의 집은 해남에 있는 작은 분식집이었다. 일반 가정에게는 소중한 생계 수단일지 몰라도 재벌가인 진씨 가문 한테는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존재였다.부모님은 외동딸인 변슬기가 곁에 있기를 바라며 나중에는 사위를 맞이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진수혁은 진성 그룹의 황태자다. 그에겐 집안도 학벌도 모두 어울리는 배우자가 필요했고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 떠나는 순간 진수혁과는 더 이상 인연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계속 머무르면 감정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 뻔했다.한참 후 변슬기는 낮은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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