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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너 논문 쓰느라 바쁘다며? 우리가 오면 괜히 네 일만 방해하는 거 아니야?]“그럴 리가요. 저 이미 논문을 다 썼는데, 잡지사에 투고까지 했어요. 요즘 많이 심심해요.”[하지만 삼복날에 전국 각지에서 고온 경보가 떴으니, 이때 여행을 하는 것은 너무...]옆에 있던 이미숙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네 아빠 말 듣지 마. 지금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나고 있으니까.]소진헌은 가볍게 기침을 했다.[내가 언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정은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지금 바로 기차표를 예약해 줄게요.”전화를 끊고 그녀는 얼른 두 사람을 위해 비즈니스 좌석을 예약했다....소진헌과 이미숙은 딸이 보낸 문자를 받았는데, 뜻밖에도 내일의 기차였다.두 사람은 곧바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이 계집애도 참. 시간이 너무 빠듯하잖아. 그리고 몇 시간밖에 안 걸리는데 비즈니스 좌석을 예약하다니. 괜히 돈만 낭비하고 있어...”소진헌은 정리하면서 중얼거렸다.이미숙은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정은이는 하루라도 빨리 우리가 보고 싶은 거예요. 몇 시간밖에 안 걸린다고요? 일반 좌석은 오래 앉으면 허리가 얼마나 아픈데, 그게 편하겠어요? 정은이는 우리를 걱정해서 비싼 표를 끊어준 거예요. 딸이 스스로 돈을 내서 우리에게 가장 좋은 자리를 예약했는데, 당신은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줄 때 그냥 받아요.”소진헌은 혀를 내둘렀다.“이것 좀 봐, 내가 한 마디 했다고 열 마디를 받아치네. 내가 언제 싫다고 했어? 정은이가 돈을 좀 적게 썼으면 해서 그런 거잖아...”“그럼 당신 혼자 일반 좌석에 가요.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 살림이 가난해도 여행을 할 땐 돈을 실컷 써야죠. 평소에 절약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먼 길을 떠날 때까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돼요. 이왕 놀러 간 이상 당연히 즐겁고 편안하게 놀아야 하지 않겠어요?”“그래, 우리 마누라 말이 맞네!”소진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미숙의 말을 이어받았다.짐을 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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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재석은 재빨리 두 사람의 나이와 생김새에서 그들의 신분을 추측해냈다.그리고 웃으며 앞으로 다가가서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조재석이라고, 정은이의 이웃이에요.”정은도 정신을 차리며 즉시 재석을 소개했다.“아빠, 엄마, 이분이 바로 저에게 실험실을 빌려준 조 교수님이에요.”소진헌은 그제야 반응했다.“교수님이 이렇게 젊을 줄은 몰랐는데. 정말 대단하시네요.”이미숙도 살짝 의아해하며 얼른 미소를 지었다.“그동안 저희 정은이를 잘 보살펴 주셔서 고마워요.”“아저씨, 아주머니, 별말씀을요. 그냥 제 이름을 부르시면 됩니다.”‘이름을 부르라고? 그럼 정은이와 동급이 되는 거잖아?’“어? 이건...”소진헌은 재석의 손에 있는 크라프트지 표지에 주의를 기울였다. 책 같기도 하고 또 서류 같기도 했다.“이것은 옆의 연성대학교 물리학과 진 교수님에게 빌린 '탁상달력필기'예요.”소진헌이 알아듣지 못할까 봐 재석은 계속 해석했다.“이 ‘탁상달력필기’는 연성대학교 물리학부의 전통이에요. 교수님들은 매년 가장 우수한 학생들에게 현재 연구하고 있는 인기과제에 근거하여 수시로 필기를 정리하게 했거든요. 간단한 필기지만, 보통 이 학생들은 인기 과제와 미래 세계적인 연구 추세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을 했어요.”“매년 한 학생이 이 필기를 이어받았죠. 일반적으로 4년을 주기로 했으니, 그 사람이 졸업한 후에는 다음 학생에게 맡기는 거죠. 진 교수님은 역대 학생들이 적은 필기를 연도에 따라 간단하게 제본하셨어요. 마치 평소에 쓰는 ‘탁상달력’처럼요. 그래서 우리도 이것을 ‘탁상달력필기’라고 부르고 있어요.”재석은 전문 용어를 최대한 줄이고 직설적이게 설명하려 했지만, 소진헌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왜냐하면 그의 표정이 좀 멍해졌기 때문이다.마치 어리둥절해진 것 같았다.“죄송해요, 제가 너무 복잡하게 설명했죠?”이때 이미숙은 고개를 돌려 소진헌을 바라보았다.“당신이 늘 입에 달고 다니던 그 교수님의 이름도 성이 진 씨 아니었어요? 무슨 범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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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소진헌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요.”재석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서야 천천히 발걸음을 돌렸다.그가 떠나고 나자, 정은은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가 짐을 내려놓느라 바빴다.이미숙과 소진헌은 오랜만에 딸의 거처를 둘러보기 시작했다.방 두 개에 거실 하나.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집이었다.배치와 인테리어는 오래된 느낌이 강했지만, 안에 있는 가구들은 모두 새것이었다. 소파, 서랍장, 전자 기구들까지, 부족한 게 없어 보였다.낡아서 개선할 수 없는 흠집들은 아기자기한 장식품들로 가려져 있었다. 흠이 있었지만, 그 흠마저도 나름대로 정성껏 숨긴 흔적이 역력했다.전체적으로 보면 꽤나 정교하고 아늑한 느낌이었다.원래 정은의 부모는 낡은 계단을 올라올 때부터 딸의 거주 환경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들어와 보니,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이미숙은 그런 딸의 집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정은이 직접 세낸 집을 이렇게 아늑하고 정성스럽게 꾸며놓았다는 사실에, 그리고 딸이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점에 대견함을 느꼈다.인생은 대충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생활에 대한 태도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딸이 몸소 보여주는 것 같았다.이미숙이 소진헌과 막 결혼했을 당시, 소진헌의 월급은 겨우 60만 원에 불과했다.그중 40만 원은 부모님께 용돈으로 드려야 했으니, 젊은 부부에게 남겨진 돈은 20만 원뿐이었다.정은이 태어난 후, 살림살이는 더 빠듯해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숙은 반달에 한 번씩 꼭 꽃을 샀다.형편이 괜찮을 때는 꽃집에서 비싼 꽃을 샀고, 월말이 되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주말에 등산을 가며 들꽃을 따다 꽃병에 꽂았다.정은은 어릴 적부터 이미숙이 참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심지어 가끔씩 보여주는 ‘대범함’은, 일반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 같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그러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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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소진헌이 물었다.“당신이 무슨 경찰이야? 게다가 정은이도 당연히 그 교수님의 개인 사정에 대해 잘 모르겠지. 다음에 직접 조 교수에게 물어보자.”이미숙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본인에게 직접 물어봐야죠.”“아니... 진심이야?” 소진헌은 놀랐다.이미숙은 눈을 부라렸다.“정은아, 설탕 있어?”“네, 가져올게요.” 말하면서 정은이 일어섰다.딸이 떠나자, 이미숙은 그제야 소진헌에게 말했다.“정은이 평소에 혼자 지내는 데다가, 이 조 교수님과 이웃이잖아요. 두 사람의 관계도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고. 그러니 좀 분명하게 물어봐야 하지 않겠어요?”“하긴, 역시 우리 마누라가 똑똑하네, 헤헤...”이미숙은 그를 노려보았다.“저리 좀 가요. 이따가 정은이가 나오면 어떡하려고요?”“에헴!” 소진헌은 바로 똑바로 앉았다.“그럼 조심해야지!”방은 이미 다 정리되었고, 정은은 심지어 부모님을 위해 새로운 침대를 바꾸기도 했다.침대 시트와 이불 커버도 모두 새로 산 것이라, 깨끗이 씻고 햇볕에 말린 다음 침대에 깔았다.“엄마, 아빠, 일단 낮잠 좀 주무세요. 이따가 두 분 데리고 나가서 구경할게요. J시에 몇 번이나 오셨는데, 두 분 데리고 놀 기회가 없었잖아요. 이번에 다 보충할게요.”소진헌과 이미숙은 J시에 온 적이 있었다.정은이 대학 다니는 동안, 그들은 그녀를 보러 세 번 찾아왔다.처음은 신입생으로 입학할 때 정은과 같이 등록하러 왔었다.두 번째는 정은이 남자친구를 사귀었다는 말을 듣고, 두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여름방학할 때 한 번 왔었다.강도겸을 한 번 보고 싶어서.그들이 온 지 3일이나 되었지만, 이틀 동안 줄곧 정은이 그들과 함께 했다. 도겸은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나타나더니 황급히 식사를 한 후에 다른 일이 있다는 핑계로 떠났다.세 번째는 정은의 졸업식이었다.두 사람은 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목격하며 무척 기뻤지만, 다른 사람에게서 그녀가 뜻밖에도 스스로 대학원으로 진입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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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우리 여보밖에 없어.”“그만하고 좀 자요.”“어.”일찍 자는 것은 정말 정확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튿날 정은이 그들을 데리고 경복궁에 갔기 때문이다.날씨는 무척 맑았다.일찍 출발했기 때문에, 그들이 도착했을 때, 햇빛은 아직 심하게 내리쬐지 않았다.소진헌은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는데, 그 기세가 웅장하다는 것밖에 느끼지 못했다.이미숙은 오히려 좀 멍해졌다.“왜 그래요, 엄마?” 정은은 그녀가 어딘가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넋이 나간 것처럼.“그곳이 바로 창덕궁이지?”“네.”“조선 왕조 도성의 북쪽에 위치하여 있고, 응봉에서 뻗어나온 산줄기에 자리잡은 그 궁궐?”“맞아요.” 정은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엄마, 이번에 미리 공부라도 하신 거예요?”이미숙은 인생을 제멋대로 사는 사람이었다.어디 놀라가도 미리 계획하지 않았고, 어디를 가든지 앉아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번에 미리 준비를 했다니?정은도 많이 놀랐다.이미숙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만 약간의 의혹을 느낄 뿐이었다.사실 그녀는 여기에 오기 전에 아무런 계획도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전에 창덕궁에 관한 자료도 찾지 않았다.그러나 이 정보들은 이미숙이 그곳을 본 순간, 자동으로 머릿속에서 튀어나왔다.‘내가 기억을 잃기 전에 이곳에 온 적이 있는 것일까?’소진헌은 처음에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경복궁을 다 관람한 뒤 힘이 빠졌다.“안 되겠어, 너무 피곤하고 더우니까 좀 쉬었다가 가자.”이미숙은 그를 비웃었다.“누가 어제 큰소리를 떵떵 쳤죠? 그런데 이제 경복궁 하나 봤다고 벌써 힘이 든 거예요?”소진헌은 당당했다.“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래. 오래 걸어서 이렇게 숨을 헐떡이고 있잖아. 그 젊은이들 좀 봐. 얼마 가지도 못하고 바로 떠나다니! 나보다 훨씬 못하군.”밖에는 확실히 많은 젊은이들이 고개를 돌려 떠나기 시작했다.이미숙은 어이가 없었다.‘그래, 말로 그이를 이길 수가 없지.’정은은 부모님의 말다툼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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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정은이 이렇게 놀란 것도 당연했다.우선 평소 이 시간에 재석은 실험실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다른 곳에 나타날 리가 전혀 없었다.둘째, 그와 소진헌은 뜻밖에도 장기를 두고 있었고, 손에는 '탁상달력필기'가 놓여 있었다.두 사람은 매우 즐겁게 얘기를 나누며 무척 화기애애했다.“정은아, 돌아왔어?”인기척을 듣고 소진헌은 즉시 현관을 바라보았다.재석도 고개를 돌렸는데, 정은과 시선을 마주했다.그 순간, 재석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여기에 있는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선배님이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 정은은 반응하며 슬리퍼를 갈아신고 안으로 들어갔다.재석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진헌이 앞다투어 입을 열었다.“오전에 내가 네 엄마와 외출할 때 계단에서 조 교수를 만났거든. 그래서 집으로 초대했어.”그러나 얘기를 나누자마자, 소진헌은 자신이 어떤 화제를 언급하든 재석이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심지어 화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후에 물리와 관련된 일을 말하니, 그것은 재석의 본업이었기에, 두세 마디로 소진헌은 철저히 탄복했다.“나도 이제 늙었구나, 지금은 젊은이들의 세상이야!”재석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천만에요, 아저씨야말로 진정한 실력자시죠.”그도 인사치레를 하는 게 아니었다.소진헌은 엄청난 지식을 기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고방식이 뛰어났다. 이는 그가 대학교를 다닐 때 착실하게 공부한 덕분이었다.재석도 이 점을 예상했기 때문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정말 그를 놀라게 한 것은, 소진헌이 현재 물리 분야의 최신 연구 방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그 외에도 소진헌은 관련 분야의 일부 최신 연구 성과를 말해낼 수 있었다.이것은 일반 대학생이 아니었다. 장시간, 주기적으로 논문을 읽어야만 이런 실력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평소에 논문을 읽는 습관이 있으시죠?”“매일 수업 준비를 마치면 심심풀이 삼아 한두 편 정도 보곤 했지.”“방금 언급하신 플라스틱 표적의 중성미자에서 내부 양자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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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소진헌은 아직 흥을 다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조 교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말하면서 물 두 모금 마신 다음, 입맛을 다시며 계속 감탄했다.“확실히 괜찮네...”정은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아빠, 무슨 이상형이라도 만나신 거예요?”“헛소리! 내 이상형은 너희 엄마뿐이야!”‘또 애정을 과시하고 있군!’어제 돌아다니느라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오늘 소진헌과 이미숙은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쉬기로 결정했다.정은은 자연히 그들의 의사를 존중했다.푹 쉰 다음, 세 식구는 또다시 집을 나섰다.이번에 주로 한옥마을을 구경하러 갔다.정은은 일주일 전에 미리 예약을 했다.이미숙은 특별히 한복을 입고 사진까지 찍었다.스태프조차 감탄을 금치 못했다.“어머, 어쩜 이렇게 우아하세요. 정말 그 시대에서 오신 분 같아요...”이미숙도 덩달아 웃었다.칭찬을 듣기 싫어하는 여자는 없었다.사진사의 안목은 확실히 괜찮았고, 마지막에 나온 사진들은 정말 아름다웠다.이날 밤, 소진헌은 혼자 잤고, 정은은 엄마와 같이 잤다.이미숙은 어릴 때처럼 그녀를 품에 안았다.정은은 어머니의 향긋한 냄새를 맡으며 곧 꿈나라로 들어갔다.이른 아침, 정은은 일어나서 이메일을 확인했다.뜻밖에도 전에 투고한 생물잡지의 답장을 받았는데, 그녀에게 관련 참고문헌을 완전하게 보충하라고 했다.정은은 원고를 확정하기 전에 이미 한 번 검사했지만, 빠뜨린 상황이 있을 수도 있었다.그러므로 만일을 대비해서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아빠, 엄마, 저 도서관에 좀 다녀올게요. 빠르면 점심에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그래, 가서 일 봐, 우리 신경 쓸 거 없어!”점심에 날씨가 갑자기 변했다.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있다가, 밥을 먹은 사이에 하늘이 흐려졌다.이미숙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봤다.“곧 폭우가 쏟아질 텐데. 정은이가 나갈 때 우산을 안 가지고 나갔잖아요. 우리가 갖다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차피 가까우니 시간도 얼마 안 걸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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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여긴 50미터 간격으로 도로 표지판이 있는데, 그 위에 도서관의 방향이 표시되어 있어요.”재석은 걸으면서 설명했다.“학교는 큰 고리형이라서, 왼쪽은 강의동이고, 오른쪽이 바로 도서관이에요...”소진헌은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노선을 그리려고 노력했다.그런데 세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 정은은 마침 위층으로 올라왔다. 그들은 서로를 마주쳤다.“엄마 아빠? 나가시려고요? 밖에 곧 비가 내릴 것 같은데...”그리고 재석도 옆에 있었다.“선배님?”이미숙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정은은 바로 재석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그러나 남자는 손을 흔들었다.“천만에, 돌아왔으면 됐어.”네 사람은 다시 올라갔다.“방금 정말 고마웠어. 다음에 집에 와서 밥 먹지 그래? 내가 직접 요리할 테니까 내 요리 솜씨 좀 맛봐!”소진헌은 열정적으로 초대했다.이미숙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그들 일가족은 남에게 밥을 해주기를 좋아했다.하지만 나름 다른 점도 있었다.소진헌은 요리 솜씨를 과시하기 위해서이고, 이미숙은 열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녀가 손을 쓸 필요가 없었으니 그냥 입만 놀리면 됐다.정은은 단순히 음식을 만들기를 좋아했다. 많이 하면 혼자 먹을 수 없었기에 다른 사람을 초대했던 것이다.재석은 내색하지 않고 정은을 바라보더니,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집에 돌아오자, 이미숙은 소진헌을 비웃었다.“다급하긴요. 남이 당신 요리 솜씨가 좋다는 것을 모를까 봐 그래요?”소진헌은 헤헤 웃었다.“좋은 요리 솜씨가 있으면 당연히 보여줘야지. 보여주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어?”“똥폼 잡긴!”정은은 슬리퍼로 갈아신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물었다.“아빠, 선배님이랑 언제 이렇게 친해졌어요?”조 교수라 하면서 말까지 놓았다니.“그거 모르지? 사람은 사귀어야 하는 법이거든. 나와 조 교수도 다 물리를 배웠고, 장기를 좋아하니 당연히 친해지는 거 아니겠어?”이미숙은 매정하게 그의 속마음을 들추어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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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말을 마치자, 소진헌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나갔다.정은은 멍해졌다.‘됐어, 두 분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자...’실험실에서.재석은 지난주에 나온 두 조의 데이터를 검사하고 있었다. 제2조 제4열에 편차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는 태민을 부르려고 했는데 갑자기 벨소리가 울렸다.그는 즉시 전화를 받았다.“네, 누구시죠?”[선배님, 나예요, 소정은.]재석은 멈칫했다.자료를 쳐다보던 시선을 천천히 옮기며 말투도 누그러졌다.“무슨 일 있어?”[엊그저께 우리 아빠가 선배님을 집에 초대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직접 선배님에게 요리를 해주고 싶다면서... 시간 없어도 괜찮아요. 내가 다음에...]“시간 있어요.”정은은 잠시 멈칫했다.[실험실은 바쁘지 않는 거예요?]“응.”[그럼...]“저녁에 보자. 아저씨에게 감사하다고 전해줘. 특별히 날 위해 요리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시다고.”[천, 천만에요.]전화를 끊은 후, 정은은 좀 어리둥절해졌다.‘뭐지... 어제 미진 언니가 톡으로 최근 진도 때문에 바빠서 미칠 지경이라고 하셨는데. 선배님은 왜 바쁘지 않다고 말한 거지?’진욱은 재석이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일부러 그의 어깨를 쳤다.“누가 전화를 했는데? 정은이지? 나 정은이 목소리 들은 것 같아.”재석은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알면서도 묻는 거야?”진욱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나는 삼일 째 밤을 새우고 있단 말이야. 미진이와 태민이도 너무 힘들다고 난리야. 그런데 우리 조 교수님은 오히려 바쁘지 않다고 말씀하시다니. 데이트가 있는 남자라서 그런가, 다르긴 정말 다르구나.”사실 재석은 그 누구보다도 밤을 많이 새웠다. 그러나 그는 아주 홀가분하고 유쾌해 보였다.‘설마 우리 모두 가짜 실험을 하고, 가짜 보고서를 내고, 가짜 논문을 쓴 것은 아니겠지?’재석은 옆으로 자리를 옮기며 진욱과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목 시계를 가리켰다.“내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어제 너에게 초판 실험 데이터를 주지 않았어? 이미 9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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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음식이 차례대로 나오자, 이미숙은 재석이 가져온 와인을 열었다. 정은도 오늘 술을 조금 마실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았다.그 결과, 그녀는 두 잔이나 마셨다.소진헌은 말을 하느라 바빴고, 이미숙은 음식에 집중했기에 아무도 그녀를 말리지 못했다. 그러나 재석은 달랐다.“정은아, 이미 세 잔째야.”“앗!” 술병을 들던 정은은 그 자리에 몸이 굳어졌다.소진헌과 이미숙은 그제야 그녀가 엄청 많이 마셨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얘! 좀 마시라고 허락했지, 한 잔 한 잔 마시라는 게 아니잖아!”이미숙은 화가 났지만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그녀도 와인을 즐겨 마셨고, 여태껏 취한 적이 없었다. ‘이 바보 같은 딸을 어쩜 좋을까...’소진헌도 정은이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찬성하지 않았지만, 그는 오히려 다른 일을 관심했다.“조 교수는 정말 과학연구를 하는 사람답네. 어쩜 관찰력이 이렇게 뛰어난 거야! 어쩐지 젊은 나이에 이렇게 거대한 성과를 거두었더라니...”그렇다, 소진헌은 이미 각종 경로를 통해 물리분야에서의 재석의 성과를 전부 알아냈다.그야말로 감탄이 끊어지지 않았다.이미숙이 말했다.“네 아빠가 이미 중독됐어.”정은은 전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재석의 성과에 대해서, 오직 그를 접촉한 사람만이 재석이 얼마나 훌륭하고 얼마나 두드러지며 얼마나 불가사의한지를 알 수 있었으니까.그러나 지금, 정은은 이미숙의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 정도로 칭찬을 할 수 있다니? 우리 아빠 설마 눈에 콩깍지라도 씐 아니야! 그것도 엄청 많이 씐 것 같은데?’“자네 우리 정은이를 이렇게 많이 관심하다니. 이런 사소한 디테일까지 주의를 했잖아. 아버지인 내가 정말 부끄럽군...”소진헌은 이렇게 말하면서 술을 한 모금 마셨다.이때, 그는 갑자기 컵을 내려놓더니 정중하게 말했다.“우리 의형제를 맺는 건 어떤가? 앞으로 정은이가 자네를 삼촌이라고 부르게 하자!”“풉-”이미숙은 하마터면 금방 마신 와인을 토할 뻔했다.정은과 재석도 깜짝 놀랐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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