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40화

작가: 십일
음식이 차례대로 나오자, 이미숙은 재석이 가져온 와인을 열었다. 정은도 오늘 술을 조금 마실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 결과, 그녀는 두 잔이나 마셨다.

소진헌은 말을 하느라 바빴고, 이미숙은 음식에 집중했기에 아무도 그녀를 말리지 못했다.

그러나 재석은 달랐다.

“정은아, 이미 세 잔째야.”

“앗!”

술병을 들던 정은은 그 자리에 몸이 굳어졌다.

소진헌과 이미숙은 그제야 그녀가 엄청 많이 마셨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얘! 좀 마시라고 허락했지, 한 잔 한 잔 마시라는 게 아니잖아!”

이미숙은 화가 났지만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그녀도 와인을 즐겨 마셨고, 여태껏 취한 적이 없었다.

‘이 바보 같은 딸을 어쩜 좋을까...’

소진헌도 정은이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찬성하지 않았지만, 그는 오히려 다른 일을 관심했다.

“조 교수는 정말 과학연구를 하는 사람답네. 어쩜 관찰력이 이렇게 뛰어난 거야! 어쩐지 젊은 나이에 이렇게 거대한 성과를 거두었더라니...”

그렇다, 소진헌은 이미 각종 경로를 통해 물리분야에서의 재석의 성과를 전부 알아냈다.

그야말로 감탄이 끊어지지 않았다.

이미숙이 말했다.

“네 아빠가 이미 중독됐어.”

정은은 전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재석의 성과에 대해서, 오직 그를 접촉한 사람만이 재석이 얼마나 훌륭하고 얼마나 두드러지며 얼마나 불가사의한지를 알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정은은 이미숙의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 정도로 칭찬을 할 수 있다니? 우리 아빠 설마 눈에 콩깍지라도 씐 아니야! 그것도 엄청 많이 씐 것 같은데?’

“자네 우리 정은이를 이렇게 많이 관심하다니. 이런 사소한 디테일까지 주의를 했잖아. 아버지인 내가 정말 부끄럽군...”

소진헌은 이렇게 말하면서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이때, 그는 갑자기 컵을 내려놓더니 정중하게 말했다.

“우리 의형제를 맺는 건 어떤가? 앞으로 정은이가 자네를 삼촌이라고 부르게 하자!”

“풉-”

이미숙은 하마터면 금방 마신 와인을 토할 뻔했다.

정은과 재석도 깜짝 놀랐다.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341화

    재석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어때, 동생아? 맛있지?”“네, 맛있어요...”소진헌은 기분이 좋아지더니, 감탄을 하기 시작했다.“그럼 많이 먹어! 그리고 이 소고기도 먹어 봐. 내가 직접 만든 소스에 찍어 먹으면...”재석은 줄곧 몇 마디 말만 반복했다.“맛있네요, 향기롭네요, 정말 특별하네요, 여태껏 먹어본 적이 없네요...”그래서 소진헌은 더욱 신이 났다.밥을 다 먹은 뒤, 재석은 일어나서 작별을 고했다. 이 순간, 그는 무거운 짐을 벗은 것 같았다.하지만 다음 순간, 소진헌의 목소리가 울렸다.“정은아, 가서 네 재석 삼촌 좀 바래다줘.”재석은 심신이 지쳤다.“네!”정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와인의 도수가 높았기에, 그녀는 지금 머리가 어질어질했고 반응이 그리 빠르지 않았다.하지만 표정은 여전했고, 눈빛도 무척 맑았다.재석을 문 앞으로 데려다준 다음, 밖으로 나가자마자 뒤의 문이 바람에 날려 펑 하는 소리를 냈다.사실 배웅할 것도 없었다, 재석은 바로 옆집에 살고 있었으니까.정은은 재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뭘 잘못 먹었는지,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안녕, 재석 삼촌.”재석은 멈칫하더니 몸을 돌려 정은을 바라보았다. 눈빛은 그윽하여 마치 깊이가 보이지 않는 소용돌이와 같았다.그는 천천히 다가오며 또박또박 말했다. “방금 날 뭐라고 부른 거야? 응?”듣기 좋은 목소리에는 왠지 모를 위험이 담겨 있었다.정은의 귀에 떨어지자. 마치 찌릿찌릿한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그녀는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눈을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남자의 눈빛에 빠져들기 시작했다.1초, 2초.5초가 지나서야 정은은 정신을 차렸다.어색해서인지 아니면 정말 취한 건지, 정은의 볼에 홍조가 나타났다. 그리고 점차 퍼지더니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맑고 새까만 정은의 두 눈은 마치 샘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순수했다. 입술을 깨무는 동작과 함께 수줍은 기색이 점점 떠올랐다.“미, 미안해요... 나, 나도 왜 그렇게 불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342화

    정은은 이 기억을 완전히 잊어버렸다.‘아빠가 선배님을 배웅하러 나가라고 한 것만 기억하는데... 그 다음엔? 무슨 일 있었지?’다음 날 아침, 정은은 침대에 누워 기지개를 켰는데, 전혀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했다.이미숙이 문을 밀고 들어와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깼어?”정은은 일어나서 물을 마셨다. 이때 그녀는 소진헌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너 앞으로 또 술을 그렇게 많이 훔쳐 마실 거야? 술주정을 부리면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다니. 정말 정신이 나간 것 같아.”‘술주정? 내가?’정은은 물을 마시다가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다.이상한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침을 간신히 삼킨 다음, 정은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빠, 저 어제... 뭐 했어요?”“흥! 뭐했냐고? 너 기억이 안 나는 거야?”정은은 고개를 세게 저었다.그녀는 확실히 기억하지 못했다.“네가 조 교수를 데려다주면서, 남의 머리카락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거야. 조 교수는 따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널 업고 돌아왔어...”“됐어요.” 이미숙은 그의 말을 끊었다.“더 이상 뭐라 하지 마요. 정은이 얼굴이 원숭이 엉덩이처럼 빨개졌잖아요! 가요, 정은이 혼자 있게 놔둬요.”말을 마치자 이미숙은 소진헌을 쫓아냈고, 또 친절하게 문을 닫아주었다.1초.2초.3초.침실에서 정은은 부끄러워서 비명을 질렀다.“아아아아!”‘이게 뭐야! 너무 창피하잖아!’소진헌과 이미숙은 눈을 마주치더니 웃음을 참지 못했다.“당신 딸은 당신과 똑 닮았어요. 술이 너무 약하잖아요.”“당신과 닮기도 해.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마시기 좋아하다니.”이미숙은 소진헌을 노려보았다.“맞고 싶어요?”소진헌은 즉시 손을 흔들었다.“에이, 그럴 리가.”...정은 일가는 매일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서영숙은 점점 초췌해져만 갔다.이순정 모자는 지난번 호텔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워도 아무런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343화

    생각할수록 화가 났고, 화가 날수록 외출하고 싶었다.“장 기사.” 서영숙은 기사를 불렀다.“가서 준비해요, 20분 후에 외출할 테니까.”“네, 사모님.”서영숙은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은 다음 화장까지 했다.기사는 이미 대기 중이었고, 그녀는 허리를 굽혀 차에 올라탔다.“가요.”차가 대문을 나서기도 전에, 멀리서 그 모자가 철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마치 저승사자와도 같았다.“사모님, 이 두 사람은 줄곧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으니, 만일 차라도 막으면 어떡하죠?”기사가 이렇게 말하는 데도 다 이유가 있었다. 그가 며칠 전에 차를 몰고 정비하러 나갔을 때, 이 두 사람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차 안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은 그제야 제자리로 돌아갔던 것이다.기사도 짜증이 났다. 이 두 사람은 딱 봐도 뻔뻔스럽고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 깡패들이었다. 그는 단지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며 매달 월급을 받고 싶을 뿐, 목숨을 걸고 싶지 않았다.서영숙은 이 말을 듣고 냉소를 지었다.“상관할 필요 없어요. 그냥 멈추지 말고 계속 페달을 밟아요. 무슨 일 생기면 내가 책임질 테니까!”기사는 좀 무서웠지만, 서영숙의 명령을 감히 거역하지 못했다.차가 나갈 때, 그 두 사람은 똥 냄새를 맡은 파리처럼 바로 다가왔다.운전기사는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려 했지만, 서영숙이 뒷좌석에서 지켜보고 있었기에, 그는 감히 멈추지 못했다. 그렇게 기사는 이를 악물고 가속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돌진할 수밖에 없었다.이순정과 철봉도 차를 여러 번 가로막았기에 이번에도 별일 없을 거라 생각했다.‘전의 기사들은 모두 순순히 멈추었는데, 이번엔 왜...’이순정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얼른 아들을 끌고 옆으로 피했다.다음 순간, 차는 그들이 방금 서 있던 곳에서 돌진했고, 속도가 매우 빨랐다.그들이 피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뭐야! 지금 우릴 치어 죽이려는 거야! 생각할 필요도 없지. 그 여편네 틀림없이 그 차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344화

    “엄마, 장지성이 그 남자의 회사를 알아냈어!”장지성은 건달이었는데, 평소에 정당한 직업이 없었지만 수단이 아주 많았다.철봉도 기대를 하지 않고 그를 찾아갔는데, 정말 도겸의 회사를 알아낼 줄은 몰랐다.“잘됐네! 마침 우리도 분노를 발산할 곳이 없잖아. 가자, 철봉아, 그 남자 찾아가자...”이순정은 흥분을 드러내며 바로 몸을 움직였다.그동안 강씨 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서, 서영숙을 괴롭게 하며 외출을 감히 하지 못하게 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30분 후.“이것이 바로 강도겸의 회사라고? 이렇게 높은 건물을 사면 돈이 얼마나 많이 들겠어?”철봉은 고개를 들어 눈앞의 빌딩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고, 탐욕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이순정도 혀를 찼다.“이야, 네 누나 이번에 정말 큰 물고기를 낚았네. 이 사람들 돈이 기똥차게 많은 것 같아!”만약 이번 기회를 틈타 큰 돈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남은 인생을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을 터였다.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마자, 이순정 모자는 서로의 눈을 마주쳤고, 결심한 듯 단호하게 발걸음을 안으로 내디뎠다.그러나 도겸의 회사는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최고급 보안 시스템을 갖춘 빌딩이었다. 들어가고 싶다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이순정은 그곳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청소부를 발견하고는 몰래 창고로 들어가 청소부 옷 두 벌을 찾아냈다.그렇게 두 사람은 청소부로 변장한 후에야 비로소 빌딩 안으로 발을 들일 수 있었다.건물 내부에 들어선 두 사람은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며 탐색하기 시작했다.그들의 어설픈 행동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처럼 서툴렀고, 사무실을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그러나 두 사람은 전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엉성한 움직임을 계속했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두 사람은 무심히 다른 사람들을 따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야, 네 친구는 그 사람이 몇 층에 있다고 말하지 않았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345화

    철봉은 순식간에 자신감이 넘쳤다.“남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요? 빨리 강도겸을 불러와요! 지금 급한 일로 찾고 있으니까!”비서는 두 사람이 억지를 부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눈살을 더욱 세게 찌푸렸다. 경비에게 전화를 하려는 순간, 도겸이 회의실에서 나왔다.“대표님...”비서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도겸은 비즈니스 협상을 끝내고 나왔다. 멀리서 두 명의 청소부와 비서가 자신의 사무실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리고 두 사람이 욕하는 것을 듣고, 그는 며칠 전에 서영숙이 말한 일을 떠올렸다. 그렇게 도겸은 이 두 사람이 누군지 바로 알아차렸다.“먼저 가서 일 봐.” 그는 비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리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입을 열 필요도 없이 이순정과 철봉은 거들먹거리며 들어왔다.도겸은 그제야 두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았다.여자는 피부가 푸석푸석했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눈이 움푹 들어갔다. 그러나 이목구비는 나름 정교하여 젊었을 때 그래도 미녀였을 것이다.아쉽게도 턱이 뾰족하고 입술이 얇으며 눈알을 마구 굴리는 것을 보니, 각박하면서도 까다로운 사람이었다.‘서연희도 이 여자와 똑같이 생겼는데. 정말 신기하군.’그리고 철봉은 원숭이처럼 생겼는데, 양아치처럼 차려입어 보기만 해도 백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도겸이 그들을 훑어보는 동시에 이순정도 마음속으로 은근히 궁리하고 있었다.‘이 남자는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네. 양복차림을 하고 있으니 마치 드라마에서 나온 엘리트 남자 주인공과 같아. 그저 눈빛이 좀 차가워서 보기만 해도 까칠하고 똑똑해 보이는데.’이순정은 도겸의 손에 있는 손목시계를 훑어보았다. 비록 구체적으로 어떤 브랜드인지 알지 못했지만, 많은 다이아몬드가 위에 박혀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매우 비쌀 것이다.‘계집애, 남자 하나는 아주 잘 골랐네!’이순정은 침을 삼켰고, 눈빛 속의 탐욕이 거의 새어나올 지경이었다. 그녀는 심지어 모든 절차를 뛰어넘어 직접 가격을 말하고 싶었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346화

    도겸은 재벌 가문 출신이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자신의 노력 덕분이었다.그는 이순정과 철봉 같은 사람을 얼마나 많이 보았는지 모른다.입으로는 그럴 듯하게 말하지만, 사실 흥정을 할 때 돈을 더 달라고 말할 뿐이었다.아니나 다를까, 이순정은 눈알을 굴렸다.“이렇게 시원시원하니 나도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겠다. 넌 이미 내 딸에게 상처를 입혔고, 배상하는 것도 마땅하지. 우리가 원하는 것도 많지 않아. 이거면 충분해...”그녀는 한 손을 내밀었다.도겸은 눈썹을 치켜세웠다.“50억, 한 푼도 적으면 안 돼!”“허...”이번에 도겸은 정말 웃음이 나왔다.화가 난 게 아니라 정말 웃겼기 때문이다.철봉도 이순정이 말한 숫자에 놀라 아연실색했다.‘전에 그냥 5천만 원만 달라고 하지 않았어? 왜 공이 두 개 더 많아진 거지?!’“왜 웃는 거야? 우리 연희는 자신의 청춘, 몸, 건강까지 바쳤어. 이것은 돈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도겸은 입술을 구부렸다.“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없는 거예요 아니면 전혀 가치가 없는 거예요? 똑똑히 생각하고 다시 말해봐요.”연희는 도겸을 몇 번이나 속였고, 그는 그래도 연희가 자신을 한동안 따라다녔던 것을 봐서 따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사람들이 찾아와서 돈을 요구하다니?‘정말이지 거지가 다름없군!’“그게 무슨 소리야?” 이순정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우리 딸이 가치가 없다고?!”“천한 것 주제에, 더러운 수단을 써서 내 아이를 임신했으니까요. 그리고 또 잔꾀를 부리다가 아이를 직접 죽였고요.”이순정은 눈빛이 흔들렸다.그녀는 분명히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도겸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신들도 그렇게 억울해 보이지 않은 것 같은데요?”이순정은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바로 버럭 했다.“그래, 이 이기적이고 무정한 남자 같으니라고! 양심을 어기는 일을 했으면서 오히려 우리에게 덮어씌우려 하다니? 너 같은 사람은 진작에 우리 마을에서 난봉에 맞아 죽었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347화

    “네가 뭘 알아!” 이순정은 콧방귀를 뀌었다.“지금 5천만 원으로 뭘 할 수 있겠어? 고급차 하나도 살 수 없다고! 넌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그럼 우리가 가격을 높게 불러도 주지 않잖아! 차라리 쉽게 그 5천만 원을...”“임마, 넌 미래를 봐야지! 이 빌딩 좀 봐, 그리고 서영숙이 사는 그 집. 이것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강도겸이 끼고 있는 그 시계 좀 생각해 봐, 가치가 전부 5천만 원 넘잖아? 어차피 그들은 돈이 많으니, 우리가 좀 더 달라고 하면 뭐가 어때서? 마지막에 50억을 주지 않아도, 5억 정도는 건질 수 있지 않겠어?”철봉은 마음이 흔들렸다. 50억에 비해 5천만 원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그 사람들은 우리를 전혀 상대하지 않잖아. 5천 원도 안 주는데, 어떻게 50억을 주겠어...”철봉은 약간 풀이 죽었다.그러나 이순정은 자신감이 넘쳤다.“넌 이 호족들이 무엇을 가장 중요시하는지 알아?”“뭔데?”“체면! 돈 많은 사람일수록 체면에 더 신경을 쓰거든. 아무튼 네 누나는 피해자이고, 강도겸이 나쁜 사람이니까, 우리에게 기회가 있어! 전에 호텔에서 서영숙을 찾으러 갔을 때, 너 영상을 찍지 않았어? 사람 찾아서 편집한 다음 인터넷에 올리자. 지금 네티즌들은 다 구경꾼이야. 특히 명문가의 일이라면 더욱 야단이 날 거야! 이 일이 커지면, 그 사람들이 계속 가만히 앉아있을 것 같아? 천만에!”철봉은 얼른 자신의 건달 친구들에게 연락했다.“엄마, 너무 대단해, 이런 방법까지 생각해 낼 수 있다니! 야, 전태야, 나 좀 도와줘...”오후 3시, 철봉은 자신의 계정을 통해 영상 하나를 올렸다.영상에서,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 한 중년 여자가 귀부인을 붙잡고 그녀의 아들이 자신의 딸을 임신시켰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그리고 옆에 한 무리의 귀부인들이 줄지어 서서 흥미진진하게 이를 구경하고 있었다.영상을 녹화한 사람은 피해자이 동생으로, 누나를 위해 불평을 했다.[J시 최고의 귀부인이 매를 맞다니, 그 사실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348화

    다음 순간, 철봉은 도겸 변호사의 전화를 받았다. 그들은 이미 증거수집을 마쳤으니 철봉의 법적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했다.마지막으로 또 철봉을 경고했다. 분수를 지키지 않으면, 그들도 절대로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고.철봉은 놀라서 오줌을 지릴 뻔했다.그러나 이순정은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뭐가 무서운 거야? 변호사들은 그저 입으로만 그렇게 말할 뿐인데. 너도 참 겁이 많아! 계속 보내! 삭제하면 우리도 계속 올리는 거야.”그러나 현실은 잔혹했다.그들이 하나를 올릴 때마다 영상은 바로 삭제되었다.보상을 받기도 전에 철봉은 100만 원을 썼다.“계속 올려!”“엄마! 나 돈 없어... 돈 좀 줘...”“아니다,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이건 아닌 것 같아. 돈을 쓰자마자 바로 삭제됐으니 너무 낭비잖아?”“그럼 어떡해?”이순정은 눈알을 굴렸다.“계정을 몇 개 더 만들어. 이번에 우리는 올리기만 하고 돈을 쓰지 않는 거야.”“성공할 수 있을까?”돈을 쓰지 않으면 검색어 순위에 올라갈 수 없었다.그럼 사람들의 관심도 얻지 못할 것이다.‘상대방은 또 어떻게 우리에게 돈을 주겠어?’도겸은 이순정과 철봉이 꾸민 짓을 보며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여론으로 날 협박하려고? 흥, 꿈이나 깨!’“대표님, 지금 다른 계정으로 영상을 올렸습니다. 이제 어떡하면 좋습니까?”“아무도 관심하지 않은 이상, 그냥 내버려둬.”“네.”그러나 이순정 모자가 쓸데없는 짓을 한 건 아니다.적어도 도겸이 직접 나섰고, 그룹 변호사까지 출동했으니까.강씨 가문은 현재 강구염이 주요한 권력을 잡고 있었다.강씨 가문의 가주로서, 그는 매일 바쁘게 움직여야 했고, 모두 수천억이 넘는 비즈니스를 계약했다. 그러니 강구염은 이런 일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었다.하지만 강구염에게 아주 유능한 비서가 있었다.철봉의 영상이 올라오자마자, 비서는 즉시 발견했고, 바로 강구염에게 보고했다. 또 홍보팀에게 만일을 대비해서 해결방안을 잘 생각해야 한다고 통지했다.강구염은

최신 챕터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45화

    그릇은 두 사람이 함께 씻었고, 주방도 두 사람이 함께 치웠다.마지막으로 함께 외출을 하며 쓰레기를 버렸다.정은은 패딩을 입고 쓰레기를 들고 나갔다.재석도 집에 가서 두 포대의 쓰레기를 들고 나왔다.“선배님, 쓰레기를 안 버린 지 얼마나 됐어요?”“이주 정도?”“선배님이 이런 사람인 줄 몰랐는데.”다행히도 모두 포장함, 비닐 봉지들이었고 남은 음식찌꺼기나 과일껍질 같은 것은 없었다.“가자.”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두 사람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이미 쓰레기를 버리고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그렇게 네 사람이 딱 마주쳤다.“조 교수랑 정은이 너도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거야?”“네.” 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정은을 바라보았다.“오늘 또 무슨 맛있는 걸 한 거야? 아래층에서도 아주 향기가 죽여주던데!”“버섯전골이요.”“어머! 조 교수가 어제 받은 그 버섯 맞지?”어제 재석이 택배를 받을 때, 마침 채소를 사서 돌아오는 할머니를 만났는데, 그녀에게 버섯을 보존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는 더욱 환하게 웃었다.“두 사람 하나는 식재료를 제공하고, 다른 하나는 음식을 책임지니 이웃이 된 것도 다 운명이지! 이렇게 친해졌으니 차라리 함께 하는 게 더 좋지 않겠어!”옛날 사람들은 시원시원하고 대담했다.정은은 처음에는 반응하지 못하다가, 재석의 기침소리를 듣고서야 갑자기 정신을 차리며 재빨리 손을 흔들었다.“아니에요, 지금 오해를...”할머니는 즉시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끊었다.“설명할 필요 없어, 그럴 필요 없어. 너희들이 좋으면 되지! 가자 영감, 집에 가야지!”“그래...” 할아버지는 웃으며 대답했다.“당신도 참, 늘 허튼소리를 하기 좋아한다니깐. 정은이 얼굴이 다 빨개졌잖아.”“내가 무슨 허튼소리를 했다는 거야? 그 당시에 우리도 하나는 위층, 하나는 아래층에서 살다가 알게 되었잖아? 그때 사회가 이렇게 개방되지 않아서, 우리는 2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44화

    “그럼 왜 매일 달리는 거예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달리다니, 마라톤에 나가려는 건가?’재석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만약 자세히 분별한다면, 재석은 약간 마음이 찔렸다.정은은 또 물었다.“요즘 실험실은 바쁘지 않은 거예요?”“응, 대부분 전 교수에게 맡겼거든.”지금도 실험실에서 낑낑거리며 열심히 일하는 진욱은 재채기를 멈추지 않았다.“에취! 에취! 조 교수, 정말 나만 괴롭히는 거야 뭐야!”재석은 정은에게 물었다.“아침 먹었어?”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먹었어요, 선배님은요?”“나도, 오늘 다른 일정 있어?”정은은 생각해 보았다.“집에 가서 몇 편의 논문 좀 봐야 하는 것 외에 다른 일 없어요.”“어제 Y시의 친구가 표고버섯 한 상자 부쳤는데, 네가 가져가서 먹어.”표고버섯은 정말 좋은 물건이었다.“왜 나에게 주는 거예요? 선배님은요?”재석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난 평소에 집에서 밥을 하지 않잖아. 버섯을 오래 두면 쉽게 상할 거야. 그러니 너에게 주는 게 가장 좋아.”“그래요, 그럼 잘 먹을게요!”두 사람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후에 정은은 재석의 집에 갔는데, 큰 거품박스 하나가 문 뒤에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열어보니 안에 각종 버섯이 있었는데, 표고버섯이며 느타리버섯, 송이버섯 등이 있었다.전국의 버섯을 모두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모든 버섯은 종류 별로 한 봉지씩 진공 포장이 되었다.그래서 장거리 운송을 거쳐 또 하루를 놔둬도 보기에 여전히 싱싱했다.정은은 그야말로 보물을 얻은 것 같았다.“선배님,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버섯인데, 정말 나에게 주는 거예요?”재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말했다.“가져가, 다 가져가.”“네. 그럼 저녁에 버섯전골 해먹어야겠네요!”말하면서 정은은 상자를 안고 만족해하며 자기 집으로 돌아갔는데, 재석에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오후 5시, 재석은 시간을 맞추며 와서 정은을 도와주었다.주방에 들어가 보니, 정은은 이미 각종 버섯을 깨끗이 씻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43화

    경혜는 자신이 승낙하면 그들의 사이가 거래 사이로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건 아예 내가 원하는 게 아니잖아. 하지만 거절하면... 이 남자가 바로 일어나서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떠날 거야.’‘이것은 아마도 내가 이 남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거야!’“좋아요, 그 제안, 받아들일게요.”경헤는 일부러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어차피 가짜잖아요. 게다가 나도 돈을 좀 벌 수 있고.”‘지금은 가짜겠지만, 미래의 일은 누가 알겠어? 나에게 시간만 준다면...’도겸은 눈을 반쯤 드리우고 있었고, 얼굴에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좋아, 그럼 이따 내가 비서에게 계약서를 보내라고 할 테니까, 넌 그냥 사인하면 돼.”계약서로 똑똑히 써야 분쟁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것도 도겸이 서연희에게서 얻은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경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그러나 마음은 덜컹 내려앉았다.‘보아하니 정말 나와 얽히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 여자가 자신에게 매달리는 것도 아주 두려워하는 것 같아.’“그럼 이제 번호 추가해도 되는 거예요?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으니까요.”경혜는 대범하게 핸드폰을 꺼냈다.도겸은 가볍게 응답하며 그녀의 번호를 추가했다.경혜는 또 도겸의 톡을 추가했는데, 그의 프로필 사진이 한 폭의 산수화인 것을 발견했다. 파도가 일렁이는 동시에 은은한 물안개가 피어올랐고, 안개 속에서 웅장한 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마음이 통한 건가요? 당신의 프로필 사진에 물이 있고, 내 프로필 사진에 구름이 있는데.”“물과 구름이 뭐?”경혜는 멈칫했다.“다 풍경이잖아요.”도겸은 그녀를 바로잡았다.“내 프로필 사진은 물이 아니야.”“네?”“물안개야.”경혜는 어색하게 웃었다.“그렇군요... 나 방금 주의하지 않았어요...”도겸의 손끝은 가볍게 프로필 사진을 어루만졌다.“‘정겨운 산과 물이 붓 끝에 머물고, 은빛 물안개가 그림 속에 피어나네.’ 정은의 이름으로 지어진 이행시야.”경혜는 웃음이 안 나왔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42화

    몇 번 만났지만, 그렇다고 말을 걸 만큼 친하지 않았다.그러나 경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매우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어제... 교문 앞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앉아 있었는데. 감기에 걸리지 않았죠?”도겸은 여전히 침묵하며 말할 의욕이 없었다.경혜도 개의치 않고 혼자 계속 중얼거렸다.“그쪽도 커피 마시러 왔어요? 여기 커피 꽤 괜찮아요. 근처의 다른 커피숍에 비해 확실히 더 맛있거든요. 난 다른 맛을 시도해 보았는데...”“지금 이 가게의 간판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고 있는 거죠? 맛은 고소하지만 약간 씁쓸해서 케이크와 같이 먹으면 딱이에요.”도겸은 여자의 부드럽고 듣기 좋은 목소리를 듣고, 눈빛이 갑자기 흥미진진해졌다. 그리고 입가에 서서히 의미심장한 미소가 나타났다.경혜는 남자의 눈빛에 등골이 오싹했지만 여전히 미소를 유지해야 했다.“날, 날 왜 그렇게 보는 거예요? 내 얼굴에 뭐 더러운 거 묻었어요?”말하면서 경혜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이때 도겸이 입을 열었다.“너 나한테 관심 있지?”그는 많은 여자를 만나봤기에, 경혜의 이런 눈빛이 낯설지 않았다.비록 그녀는 애써 숨기며 별로 개의치 않는 척했지만, 여전히 도겸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경혜는 도겸이 이렇게 직접적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직접 자신의 비밀을 말했던 것이다.그녀는 머리가 새하얘지더니 얼굴이 빨개지는 동시에 목소리도 점점 작아졌다.“그, 그렇게 티가 났나요? 바로 알아차렸다니...”‘바로 인정을 했어!’도겸은 이런 여자를 너무 많이 봐왔다. 예쁘고, 섹시하고, 매력이 넘치는 여자들.그는 갑자기 흥미를 잃었다.도겸은 무심코 컵의 가장자리를 매만지며 얼음처럼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그럼 너도 잘 알 거야. 나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경혜는 전혀 놀라지 않고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난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이 일을 알고 있었어요. 소정은과 난 모두 같은 전공을 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41화

    거리를 두고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은, 정은에게도, 도겸에게도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정은은 서류와 펜을 거두었는데, 남자가 갑자기 중얼거렸다.“하지만 난 널 여전히 친구로 생각할 거야...”정은은 바로 떠났다.도겸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냉정하게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씁쓸함이 혀끝에서 퍼졌지만, 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엄지손가락으로 컵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시선은 맞은편 정은이 마셨던 커피에 떨어졌다.‘정은이는 줄곧 우유를 탄 커피를 좋아했기 때문에 커피가 그리 쓰지 않을 거야.’도겸은 정은의 커피를 들고 가볍게 한 입 맛보았다.아니나 다를까, 그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그들은 6일, 6개월이 아닌 6년을 함께 지냈다.‘6년을 함께 했는데, 내가 너에 대해 잘 모를 것 같아? 아니, 난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아, 다 안다고! 그렇다면...’도겸은 실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난 절대로 포기할 수 없어. 정은아, 넌 내 여자일 수밖에 없어.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다시 내 여자로 될 거야!’도겸은 남은 커피를 천천히 마셨다. 전에 그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했지만, 정은은 좋아하지 않았다. ‘이 참에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사실 하나도 안 어려워. 심현빈을 보면 알잖아. 그 자식이 왜 정은의 배척을 당하지 않았겠어? 자신을 숨길 줄 알고, 엄살 부릴 줄 아니까. 내색하지 않고, 무심한 척하며 정은의 생활에 스며드는 거지. 교활한 자식.’봄날의 비는 가늘고 잔잔해서 존재감이 없어 보이지만 토양을 미친 듯이 적시며 감정을 돋아나게 할 수 있었다.현빈은 내색하지 않고 일부러 물러서는 척을 했기에, 정은은 압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 자연히 경각성을 늦추며 그가 접근하도록 내버려둘 것이다.‘심현빈도 할 수 있다면, 난 왜 못할까?’어젯밤에 도겸은 확실히 취했다. 하지만 깨어나는 것도 한순간이었다.그 순간, 도겸은 갑자기 납득했다.정은을 다시 되찾으려면 조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40화

    “정은아... 네가 아직도 화가 나 있다는 거 알아... 그런데 어떻게 자신을 이모님과 비교할 수가 있니? 정은아... 넌 이모님보다 훨씬 좋아... 그러니 그런 말 하지 마...”‘아니... 내가 뭐? 왜 비교할 수 없는 거야?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정은아...”“정은, 정은, 그 놈의 정은! 정은은 무슨!”말하면서 왕순자는 손바닥으로 도겸의 머리를 쳤다.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반응하자, 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잠시 후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이렇게 때리니, 마치 무슨 스위치라도 눌렀는지 도겸은 즉시 손을 놓았다.왕순자는 바로 도망을 갔다.자신의 작은 방으로 돌아가자, 왕순자는 또 분노와 걱정에 침대에서 뒤척이기 시작했다. ‘오늘 밤은 본가로 돌아갈 수가 없을 것 같군. 아이고, 정은 아가씨는 정말 돌아오고 싶지 않으신 건가? 그럼 앞으로 누가 저 미친 도련님을 단속하지? 미치겠네.’가까스로 잠이 들었는데, 한밤중에 왕순자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억지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간 다음, 또 가볍게 안방 방문을 열었다.‘쯧, 어쩔 수 없지 뭐, 내가 가정부잖아...’그러나 다음 순간, 악취가 확 풍겨오더니 왕순자는 하마터면 토를 할 뻔했다.그리고 방 안을 살펴보자, 바닥에 구토물이 가득 있었다.그러나 장본인은 아주 편하게 자고 있었다.‘정말이지, 하나님, 차라리 저를 죽이세요!’...이튿날, 도겸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그는 깔끔하게 수염을 깎고 양복을 입고 내려왔는데, 어젯밤의 주정뱅이와 전혀 딴판이었다.왕순자는 이미 죽을 다 끓였다.그녀가 부지런한 것이 아니라, 도겸이 매번 술에 취할 때마다 아침에 일어나면 죽을 좀 끓여달라고 시켰기 때문이다.이번에 왕순자는 미리 준비를 했다.죽을 안방으로 가져가려던 참에 도겸이 위층에서 내려왔다.“도련님, 외출하시려고요? 죽 좀 끓였는데, 마시고 가세요.”도겸은 그 죽을 보더니 잠시 넋을 잃었다. 곧이어 그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평온하게 말했다.“배 안 고파요. 그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39화

    눈앞의 익숙한 모든 것이 아이러니로 가득했다.‘왜? 내가 왜 그때 그런 말을 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마치 내가 뭔가에 홀린 것 같아! 내 마음대로 지껄이며 정은이 당시의 고통과 절망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어.’이 1년 동안 정은은 이미 학교에 들어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지만, 도겸은 여전히 이 룸에 갇혔다.나갈 수도 없고, 나갈 생각도 없었다.도겸은 술잔을 세게 쥐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헤어지자고 했을 때는 그렇게 단호했지만, 지금은 후회해 죽을 지경이었다.선우는 이 상황을 보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말릴 수도 없는 이상, 아이고, 모르겠다...’“자, 형, 같이 마셔요.”얼마 지나지 않아, 도겸은 잔뜩 취했다.선우는 차로 그를 별장에 데려다주었다.도중에 도겸은 두 눈을 꼭 감고 계속 소리쳤다.“정, 정은아... 날 버리지 마라...”선우는 마음이 아팠다.‘나도 두 사람이 사귀는 것을 줄곧 지켜본 셈이지. 그렇게 행복한 두 사람이 어째서 오늘 이 지경으로 되었을까?’선우는 도겸을 침실에 눕힌 다음, 이대로 떠나는 게 마음이 좀 걸렸다.생각하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네, 이모님, 본가로 가신 거예요? 지금 도겸이 형 별장에 한 번 오시면 안 돼요?”왕순자는 말문이 막혔다.‘지금 금방 잠들었는데!’30분 후, 왕순자는 졸린 몸을 이끌고 나타났다.선우는 담배를 두 대나 피웠는데, 왕순자를 보자마자 눈빛이 번쩍였다.“아이고 이모님, 드디어 오셨네요!”왕순자는 침대를 힐끗 쳐다보며 어이가 없었다.“왜 또 취하신 거예요?”‘나 좀 조용히 살 게 할 수는 없는 거야?’선우는 어색해서 가볍게 기침했다.“그 뭐지... 오늘 형 기분이 좋지 않아서 좀 많이 마셨으니, 이모님이 잘 좀 돌봐 주세요.”말을 마치자, 선우는 줄행랑을 쳤다.“잠깐만요.”“네?”“방에 쓰레기통이 있잖아요.”선우는 영문을 몰랐다.“알아요, 왜요?”“그럼 다음에 담배꽁초 좀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 제가 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38화

    예상대로 남자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경혜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패딩으로 몸을 꽁꽁 싸매며 이렇게 도겸과 함께 교외의 벤치에 앉아 찬바람을 맞으며 날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지켜보았다.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며 먼 상가의 네온사인 간판도 하나둘씩 반짝이기 시작하자, 움직이지 않던 남자가 천천히 일어났다.경혜는 멍하니 있다가 입을 열었다.“이봐요...”도겸은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차에 올라 이곳을 떠났다.그 순간, 경혜는 뜻밖에도 정은을 약간 부러워했다.‘어떻게 이렇게 도도한 남자로 하여금 기꺼이 자신을 기다리게 할 수가 있지? 또 어떻게 고급차와 명품에 흔들리지 않는 것일까?’방금 경혜는 도겸이 정은을 데려다 준 그 장면을 똑똑히 보았다.거리가 너무 멀어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들리지 않았지만, 남자의 실의에 빠진 표정은 아주 잘 보였다. 정은이 그를 거절했던 것이다.심지어 완곡하게 거절한 것도 아니었다.경혜는 두 손을 패딩 주머니에 넣었고, 손바닥은 서서히 따뜻해지기 시작했다.이렇게 추운 날에, 또 찬바람 속에서 도겸과 오랫동안 함께 앉아 있었기 때문에 부츠를 신어도 발은 여전히 얼었다.그러나 경혜는 그럴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방금 남자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한 번 훑어보았는데, 적어도 그는 경혜를 알아보았다.경계는 웃으며 남자가 떠나는 방향을 보면서, 부러움은 서서히 욕심과 자신감으로 변했다.도겸을 처음 만났을 때, 경혜는 단지 이 남자가 좀 궁금했을 뿐이었다.그러다가 뜻밖의 만남이 잇따르면서, 경혜는 상대방이 바로 자신이 평생 노력해도 닿지 못하는 상위 1%의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그리고 이런 기회는 놓치면 앞으로 다신 없을 것이다.‘그럼 뭘 더 망설여? 하지만... 그 남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까다로운 것 같은데?’여기까지 생각하니 경혜는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그녀는 또다시 의욕이 넘쳤다.‘난이도가 좀 있어야, 더 많은 수익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37화

    두 사람은 전망대에 서서 함께 일몰을 보았다.불타는 태양이 조금씩 가라앉으며, 동그란 모양에서 반쪽이 되었고, 마지막에는 완전히 사라지며 쉽게 흩어지지 않은 노을만 남겼다.정은이 말했다.“이제 돌아가자.“그래. 데려다줄게.”바람이 살랑살랑 불었고,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자, 모두 평온했다.차 안에서.정은은 전화 한 통을 받은 후 도겸에게 말했다.“학교로 데려다줘. 교수님이 나 찾으셔.”“응.”날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 차는 서비대학교 교문 앞에 세워졌다.도겸은 먼저 내려온 다음, 직접 정은을 위해 차 문을 열었다.정은은 몸을 굽혀 내려온 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난 이미 네가 시킨 대로 했으니, 이번에는 더 이상 약속을 번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도겸은 시종 평온한 여자애의 얼굴을 보면서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다.그러나 예상대로 정은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도겸의 손을 피했다.“정은아, 내가 정말 잘못했어. 그리고 진심으로 너와 다시 시작하고 싶어.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줘, 응?”정은은 애원이 가득한 도겸의 표정을 보며 담담하게 웃었다.“네가 이 요구를 제기했을 때, 난 정말 동의하고 싶지 않았어. 그러나 잘 생각해 보니, 그래도 제대로 된 설명이 필요한 것 같아서 이렇게 동의한 거야.너도 내 의도를 알 수 있겠지? 난 단순히 너와 화해하고 다시 사귀기 위해 오늘 하루 만나자는 네 제안에 동의한 게 아니야.”정은이 계속 입을 열려 할 때, 도겸은 저도 모르게 피하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듣지 않을 수 없었다.“깨진 거울은 다시 원상 복귀할 수 없어. 어떤 일들은 일단 흠이 생기면 영원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단 말이야. 네가 더 이상 시간과 정력을 나에게 낭비하지 않기를 바라. 그럴 가치가 없으니까.”“넌 비즈니스맨이니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야. 보답이 없는 장사는 점점 더 깊이 빠져들기보다 제때에 손을 거두는 게 더 낫다는 것을. 조금 아플 수도 있겠지만, 썩은 살을 도려내야 그 상처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