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의 모든 챕터: 챕터 291 - 챕터 300

561 챕터

제291화

서영숙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탕을 끓였는데, 연희가 욕을 피붓는 것을 보며 열받았다.“이건 족발인데, 안에 삼을 넣어서 아이에게 좋아.”“아이한테 좋다고 임산부를 무시하는 거예요? 기름이 둥둥 떠 있는 거 못 봤어요? 보기만 해도 느끼한데 어떻게 마실 수 있겠어요?”서영숙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그럼 넌 어떻게 하고 싶은 거니?”“어쩜 이렇게 둔해요? 이렇게 간단한 일까지 제가 가르쳐야 하는 거예요? 위의 기름을 버리면 되잖아요? 그렇게 멍청해서 어떻게 지금까지 살았는지...”연희는 조금도 인정사정을 봐주지 않았고, 하는 말도 독하며 듣기 거북했다.서영숙은 남한테서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없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자, 그녀는 벌떡 일어나서 버럭 했다.“누가 둔하다는 거야? 서연희 너 말이 너무 심하잖아!”만약 서영숙이 자세히 생각을 해본다면, 연희가 지금 한 말과 말투가 전에 그녀가 연희를 욕했을 때와 거의 똑같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그렇다, 연희는 지금 복수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지금 뱃속에 천 억짜리 아이를 품고 있었다. 명문가에 시집갈 수 없다 하더라도, 연희는 이 아이로 서영숙에게서 돈을 뜯을 수 있었다.‘200억 정도는 줘야겠지? 이제 돈이 있으니 도겸 씨에게 시집가든 안 가든 상관없어. 어차피 그 남자도 날 싫어하잖아. 명문가에 시집가지 않는 이상, 당연히 미래의 시어머니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고. 그럼 나도 얼른 복수를 해야지 않겠어?’“지금 저한테 소리를 치시는 거예요? 기름을 버리라고만 했지, 다른 일 시킨 것도 아니고. 그렇게 내키지 않으면 그냥 가세요. 제가 언제 제 곁에 남아달라고 애원한 적 있어요? 만약 제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절대로 후회하지 마세요.서영숙은 한참 후에야 겨우 진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연희의 요구에 따라 삼계탕 위의 기름을 걷어내기 시작했다.30분 넘게 걷어냈지만, 연희는 얼마 마시지도 않았다. 서영숙은 화가 나서 하마터면 다시 쓰러질 뻔했다...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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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오미선의 말이 끝나자마자 키가 훤칠한 남자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정은은 멍해졌다.“소개하지. 이 아이는 네 성 교수님의 제자, 심현빈이야.”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정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반가워, 후배야.”“성 교수님의 학생이었어요?”정은은 혀를 내둘렀다.“왜? 그렇게 안 보여?”“그건 아니에요.”오미선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너희들 서로 아는 거야?”현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리고 안 지 꽤 오래됐지...’“그럼 다행이군. 다 아는 사람들인 이상, 저녁에 같이 밥 먹고 가지 그래?”“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럼 저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정은도 줄곧 여기서 저녁을 먹었다.박애영은 요리를 한 상 차렸는데, 정은이 즐겨 먹는 음식이 두 개나 있었다.현빈은 일부러 그런 것인지, 사람들이 자리에 앉을 때, 그는 그 두 음식과 가장 가까운 자리를 정은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그 자신은 주동적으로 옆에 앉았다.오미선은 이를 보고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러나 정은은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하며 전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와, 이모님 정말 너무 좋아, 내가 좋아하는 음식까지 만들어주셨다니.’“현빈이 넌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지?” 오미선이 갑자기 물었다.“올해 28살입니다.”“28살에 자신의 투자회사를 경영하다니, 정말 유망한 젊은이구나.”현빈은 겸손하게 손을 흔들었다.“과찬이십니다. 회사를 차릴 수 있게 된 것은 가족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2~3년만에 서서히 허전되기 시작했고요.”“장사를 하고 투자를 하는 것보다, 저는 오 교수님과 성 교수님과 같은 연구학자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실험에 몰두하고, 해마다 열심히 탐구하며, 외로움과 지루함을 견뎌내시며 과학의 참뜻과 학술의 비밀을 위해 일생을 바치셨잖아요.”“과학연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런 생활은 외롭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아. 안 그래, 정은아?”“그럼요.” 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직장처럼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고, 사회의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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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현빈도 그다지 잘하는 편이 아니었으니까.동작이 서툰 것은 그렇다 쳐도, 문제는 그릇과 접시마다 세제를 짰던 것이다. 그리고 정은의 어이 없는 눈빛을 보며, 현빈은 억울한 말투로 물었다.“이렇게 씻는 거 아이야?”정은은 말을 하지 않았다.“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나 좀 가르쳐줘.” 현빈은 가볍게 기침을 했다. “예전에 외국에 있을 때, 혼자 밥을 해먹었거든. 그런데 보통 접시 한두 개만 썼으니 설거지를 하면 접시마다 세제를 조금씩 짰어...”“사실 설거지에 고정된 패턴이 없어요. 세제의 사용방법도 유일한 것은 아니고요. 사람마다 방식이 다르니, 그릇을 깨끗이 씻으면 돼요. 하지만...”정은은 말머리를 돌렸다.“절약을 하고 싶다면, 먼저 좀 짜서 물을 섞을 다음 행주로 닦으면서 씻는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맑은 물로 한번 헹구면 되고요.”“그렇구나...”현빈은 들으면서 정은이 말한 대로 했다.그가 세제를 짜려고 할 때, 정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잠깐만요!”현빈은 고개를 돌렸다.“뜨거운 물 써요.”“아, 알았어!”정리를 한 다음, 두 사람은 잠시 앉아서 오미선과 얘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다 되자, 정은과 현빈은 작별을 고했다.“나 차 몰고 왔는데, 태워다 줄까?”이 시간에 지하철은 이미 없었다.정은도 밀당을 하지 않았다.“그럼 부탁할게요.”두 사람은 차에 올라 탔다.“만약 괜찮다면, 난 네가 날 선배라고 불렀으면 좋겠는데. 현빈 오빠도 괜찮지 않아? 직접 이름을 불러도 상관없어.”“네, 도련님.”“너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지?”정은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습관이 돼서 그래요.”“그래,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어차피 언젠가는 날 부르는 호칭을 바꾸게 할 테니까.’...30분 후, 차는 대학 근처에 도착했다.“학교 대문 앞에 세우면 돼요.”“집으로 안 가고?”“실험실에 가야 해요. 아직 두 조의 데이터를 실험하지 않았으니, 야근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좋아.”남자는 더 이상 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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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정은은 갑자기 미진이 말한 것을 떠올렸다. 서비대학교 근처에는 치한이 하나 있는데, 특히 밤에 여학생을 미행하길 좋아했다.이미 한 여자애가 그 변태에게 성추행을 당했지만, 경찰에 신고한 뒤 줄곧 그 사람을 잡지 못했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정은은 숨이 멎더니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하지만 뒤의 발자국 소리도 점차 빨라졌다.그녀는 손을 가방에 넣었다.비록 늘 재석과 함께 출퇴근했지만, 가끔 바쁠 때면 두 사람은 퇴근 시간이 완전히 엇갈렸다.정은은 또 혼자 살기 때문에 호신용 스프레이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자신을 지켰다.오늘 이것을 쓸 때가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그 사람의 그림자도 바짝 뒤쫓아왔는데, 마치 정은의 그림자를 덮으려는 것 같았다.그녀는 숨을 죽이고 온몸에 힘을 주었다. 손은 이미 가방에 들어가 차가운 스프레이와 닿았다.정은이 용기를 내어 호신용 스프레이를 꺼내 손을 쓸 준비를 할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은아!”그녀는 고개를 들었다.현빈이 우산을 쓰고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그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매서운 눈빛으로 정은의 뒤를 바라보았다.발자국 소리가 갑자기 사라졌다.그 사람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고개를 돌려 도망쳤다.현빈이 성큼성큼 다가왔고, 차갑던 표정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많이 놀랐지?”정은은 그제야 긴장을 풀고 긴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옷이 이미 식은땀에 젖었고 손발도 나른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현빈은 정은을 부축하며 핸드폰을 꺼냈다.“응, 송 비서, 서비대 근처에 여학생을 미행하는 치한이 있으니 잘 주의해 봐... 응, 소식 생기면 나에게 알려줘.”정은은 아직도 두려움에 잠겨 말을 하지 못했다.현빈은 마음이 아파서 정은을 안으며 힘을 주고 싶었지만, 결국 손을 내려놓았다.“괜찮아?”만약 선우가 여기에 있었다면 직접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 현빈은 이렇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남과 이야기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정말 오래 살다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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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정말 멋있다, 반했다, 우리 사귀자, 내 남자친구로 되어줘... 뭐 이런 거.”“정말 갈수록 심한 말이네요.” 정은은 웃었다.“내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과감하게 생각을 하는 거야.”“그럼 생각만 해요.”현빈은 그녀의 완곡한 거절을 못 알아들은 듯 웃으며 말했다.“먼저 생각한 다음 다시 시도하자.”“꼭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정은은 일부러 그에게 찬물을 끼얹었다.“괜찮아, 노력을 해야 아쉬움이 남지 않는 법. 내가 정말 해낼지도 모르잖아?”정은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현빈은 그녀를 계단 앞으로 데려다 주었다.“올라가.”“고마워요.”“무슨 일 있으면 나에게 전화해. 무슨 일어도 네 앞에 나타날 테니까.”“네.”“이거 봐, 또 날 얼버무리고 있잖아. 넌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응, 일단 동의하자. 어차피 정말 돌발 상황이 닥쳐도 심현빈에게 전화하지 않을 테니까.”정은은 입가를 실룩거렸다.“나도 네가 독립적이고, 혼자 사는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그러나 가끔은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고, 그럴 때마다 나에게 연락을 했으면 좋겠어. 가장 먼저 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어쨌든 내 생각을 좀 하면 안 될까?”정은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요.”“이제 얼른 올라가.”현빈은 정은이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그녀 방의 불이 켜진 것을 보고서야 몸을 돌려 떠났다....연희는 별장에서 이주 넘게 휴양을 했고, 뱃속의 태아도 점차 안정되었다.그동안 사람들이 시중들고 연희를 돌본 데다가, 도겸이 집에 돌아가지 않아 아무도 그녀를 욕하고 모욕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입덧기가 지나자, 연희는 안색이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3kg로 더 쪘다.그러나 서영숙은 달랐다. 종으로 부려먹으면 그만이지만, 수시로 연희의 괴롭힘을 당해야 했다.살이 빠지진 않았지만, 안색은 무척 초췌해졌다.탈모가 심할 뿐만 아니라 밤에 잠도 잘 못 잤다.연희는 갑자기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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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도겸의 비서였다.도겸은 아주 중요한 서류를 서재에 두었으니, 지금 바로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상업기밀과 관계된 일인데다 또 그렇게 긴급했으니 서영숙은 얼른 비서를 데리고 서재로 갔다.“이건가?”“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그럼 됐어, 빨리 도겸에게 보내줘.”연희는 꾸물거리며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두 사람과 어깨를 스치다가, 문득 서재 문이 잘 닫히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좌우를 두리번거리자, 2층 복도는 조용했다. 서영숙은 이미 비서를 아래층으로 데리고 갔던 것이다.연희는 눈알을 굴림 그 문을 살짝 열었다...한식 스타일의 L형 책장은 위에서 아래로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고, 안에는 서류가 가득 놓여 있었다.창가에는 다탁이 있었는데, 그 위에 복숭아나무로 만든 다기 한 세트가 놓여 있었다.왼쪽으로 가면 옅은 색의 나무 탁자가 있었고, 위에는 필통과 몇 권의 책이 있었다.왕미자가 정기적으로 들어와 청소하는 것 외에, 이 서재는 평소에 항상 잠긴 상태였다.연희는 더욱 가까이 하면 안 된다는 명령을 받았다.‘하지만 난 이렇게 당당하게 들어왔잖아?’여기까지 생각하자, 연희는 득의양양하게 눈썹을 치켜세웠다.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탁자 위에 두개의 서류 봉투가 놓여있는 것을 보았다.봉인이 되지 않았다.연희는 하나를 집어 들어 안에 있는 A4 용지를 꺼내 보았는데, 모두 모르는 전문 용어와 숫자들이었다.물론 그녀도 이것이 무엇인지 몰라 그중 한 장을 꺼낸 다음 다른 한 서류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 꾸몄다.이때 서영숙의 목소리가 발자국 소리와 함께 울렸다.“이모님, 서연희는요? 방금까지 여기에 있었잖아요? 또 어디 갔어요?”연희는 당황해하며 얼른 속도를 높였고, 서영숙이 찾아오기 전에 서재에서 성공적으로 빠져나왔다.그리고 벽에 기대어 핸드폰을 보는 척했다.서영숙은 눈살을 찌푸렸다.“너 방금 햇볕을 쬐러 간다고 하지 않았니? 어떻게 위층에 있는 거야?”연희는 담담하게 웃었다.“밖이 너무 더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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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서영숙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입 닥쳐, 지금 내 아들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끼어드는 거야!”그녀는 도겸을 바라보며 설명했다.“어제 난 확실히 네 서재에 들어간 적이 있어. 비서는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하지만 난 정말 서랍밖에 열지 않았어. 네가 원하는 그 서류를 가져다준 다음, 다른 물건에 손을 댄 적이 없다고. 그럼 이모님이 청소하다가 실수로 건드린 건 아닐까?”왕미자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도련님께서는 청소할 때 서재에 있는 물건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분부하셨습니다. 저는 이 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매번 아주 조심스럽게 청소를 했습니다.”“이모님은 아닐 거예요. 서재는 일주일에 한 번만 청소하니까요. 어제는 청소할 시간이 아니었어요.”도겸이 말했다.연희는 보신탕을 천천히 떠서 입에 넣었다.“저도 서재의 열쇠가 없으니 전혀 들어갈 수가 없죠. 그러니 저일 리가 더더욱 없고요. 이렇게 보면 아주머니일 수밖에 없네요.”서영숙은 연희가 비아냥거리는 것을 듣고 당장이라도 그녀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지금 무슨 허튼소리를 하는 거야?! 그것은 내 아들의 서류이니, 내가 왜 함부로 건드리겠어? 난 바보도 아닌데, 이렇게 하면 나에게 무슨 좋은 점이 있냐고?”연희는 어깨를 으쓱거렸다.“그걸 누가 알겠어요? 어차피 제가 한 건 아니에요. 게다가 며칠 전에 누군가 일부러 짜증을 냈잖아요?”사실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작은 일이었다. 서영숙은 항상 말을 마음대로 내뱉는 사람이었다. 평소에 그런 적도 많았지만, 이 시점에서 연희가 이렇게 말하니, 분위기가 갑자기 이상해졌다.도겸은 안을 살펴보았다. 서류는 잃어버리지 않았지만, 마치 누군가 고의로 장난을 친 것처럼, 두 부의 서류에서 각각 한 페이지를 바꾸었다.서영숙이라고 해도 놀라울 일이 아니었다.필경 그동안 도겸은 별장에 돌아가지 않았고, 서영숙의 전화도 받지 않았으니, 그녀가 마음속의 불만을 발산하는 것도 아주 정상적이었다.“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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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사람들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맙소사! 드디어 이 미친 여자에게서 벗어나는 건가? 흑흑... 하나님이시여!’사람들은 처음으로 서영숙이 최고라고 느꼈다.얼마 지나지 않아, 큰 별장에는 연희 혼자만 남았다.그녀는 텅 빈 거실을 보며 어안이 벙벙해졌다....깊은 밤, 강씨 가문 본가에서.서정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서영숙이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고, 안마사가 그녀의 어깨와 목을 마사지하고 있었다.“엄마? 돌아왔어요?”“응.”“그 서연희를 모시러... 아니다! 그 여자를 챙겨주러 가지 않았어요?”‘두 주일이나 넘었는데, 왜 미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갑자기 돌아온 거지? 이상해!’서영숙은 콧방귀를 뀌었다.“그 여자 언급하지 마, 듣기만 해도 짜증이 나니까!”“무슨 일인데요?” 서정은 그녀의 곁에 앉았다.“얼른 말씀해 보세요!”서영숙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별장에서 받은 괴롭힘을 하나하나 세어 서정에게 들려주었다.후에 안마사도 마사지를 하지 않고, 일어서서 팔을 안으며 연희를 마구 욕하기 시작했다.“그 여자보다 더 천한 것을 본 적이 없다니깐! 진작에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그냥 소정은과 사귀게 내버려두었을걸!”적어도 정은은 연희보다 인내심이 있고, 소질이 있으며 단정하고 예의가 있었다.말하지 않으면 몰라도, 이렇게 비교하니 서영숙은 정말 후회막급이었다.서정은 자신의 엄마가 이토록 화가 난 것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 되려 열받았다.‘지난번에 뺨을 때려도 아무 소용이 없었나 봐. 몇 대 더 때렸어야 했는데!’“그리고 네 오빠도 그래.” 도겸을 언급하자, 서영숙은 더욱 억울했다.“뜻밖에도 그 계집애의 말을 듣고, 내가 서재의 서류를 건드렸다고 믿는 거야. 심지어 내가 발뺌을 하고 있다고 말했어! 차라리 그 천한 것을 믿을지언정 날 믿지 않다니! 난 너희들 친엄마잖아!”“오빠도 너무해요! 내가 바로 전화할게요...”말을 마치자마자 서정은 바로 핸드폰을 꺼냈다.서영숙도 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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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도겸은 보드카 한 병을 주문한 다음, 한 잔, 두 잔 계속 마셨다...선우는 그가 술을 물처럼 벌컥벌컥 들이키는 것을 보고 재빨리 말렸다.“형, 이 술은 너무 독하니까 좀 적게 마셔!”‘그러다 또 병원에 들어가지 말고...’도겸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계속 술잔을 들고 있으며 내려놓지 않았다.“너의 핸드폰은? 이리 줘.”“내 핸드폰은 또 왜요?” 선우는 의혹을 느끼며 핸드폰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도겸은 바로 빼앗아오더니 즉시 정은의 번호를 눌렀다.곧 맞은편에서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는 사막에서 떠돌아다니다 마침내 수원을 찾은 사람인 것처럼 절박하게 입을 열었다.“정은아, 보고 싶어...”정은은 말을 하지 않았다.‘아... 앞으로 정은 누나는 내 전화조차 받지 않겠지?’“정은아, 돌아와, 응? 내가 잘못했어... 전에 분명히 함께 백년해로하기로 약속했잖아. 이제 겨우 몇 년이 지났다고 날 버리려는 거야? 지나간 일은 다 지나가게 내버려두지. 네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든, 일하고 싶든, 네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내가 너와 함께 할게. 난 무조건 널 응원할 거야... 그리고 우리 작년에 약속했잖아, 같이 터키에 가서 일몰을 보고 별을 세기로. 다 잊은 거야?”도겸은 잠긴 목소리로 한꺼번에 말을 다 했고, 정말 너무나도 비천했다.그러나 맞은편은 시종 침묵하며 대답하지 않았다.도겸은 계속해서 말했다.“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나 이제야 네가 날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지를 알게 되었단 말이야... 정은아, 사랑해, 나 정말 너 없으면 안 돼...”정은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말 다 했어?]그러나 도겸의 예상과 달리, 정은은 그리 기뻐하지 않았다.[아빠가 된다는 소식 들었어, 축하해.]뚜- 뚜- 뚜-정은은 말 한 마디로 도겸을 철저히 지옥으로 몰아넣었다.도겸의 두 눈은 초점을 잃었고, 핸드폰을 잡고 있던 손도 힘없이 드리워졌다.‘날 축하한대. 하하... 날 축하한다니?! 정은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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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감시 화면에 나타난 시간은 오후 6시였고, 넓은 거실에서 정은은 혼자 소파에 앉아있었다.도겸은 단번에 그녀가 자신이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텔레비전도 보지 않고, 핸드폰도 놀지 않으며 그냥 이렇게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시들고 있는 장미와 같았다.원래 도겸이 좋아하던 ‘집의 느낌’은 한 여자가 하루하루 타협하고, 싫증조차 내지 않은 기다림, 심지어 자아를 완전히 포기란 희생으로 바꿔온 것이었다. 그가 언제 돌아오든 거실에는 늘 불이 켜져 있었다.“어렸을 때 아버지는 일하느라 바쁘셨고, 어머니는 놀러다니느라 바쁘셨어. 그럼 난 혼자 집에 남아 이모님과 함께 했지. 그래서 비록 부모님이 모두 계시고, 집안 형편도 아주 좋지만, 난 지금까지 포근하고 따뜻한 집의 느낌을 느끼지 못했어...”“정은아, 난 가끔 정말 네가 부러워... 간단하고 깨끗한 가족 관계, 한 쌍의 금슬이 좋은 부모님, 그리고 어릴 때부터 사랑으로 널 가르치셨을 뿐만 아니라, 널 위한 모든 일이라면 직접 나서셨잖아...”“오늘까지도 내 부모님은 돈이 만능이라고 생각하셔. 돈을 쓰면 좋은 아들을 키울 수 있고. 만약 이 아이가 좋지 않다면, 틀림없이 돈을 많이 쓰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실 거야.”“정은아, 내가 널 만난 게 너무나도 큰 행운인 것 같아. 네가 나로 하여금 이런 따뜻함을 느끼게 했거든...”“너와 함께 한 후로, 내 머릿속에는 항상 이런 화면이 나타났어. 퇴근하자마자 네가 주방에서 바쁘게 돌아치는 모습, 아이가 거실에서 놀고 있는 모습. 우리 가족은 세 식구 심지어 네 식구 다섯 식구는 함께 모여 저녁을 먹고 있었어...”“식사를 한 후, 아이들은 정원에서 놀고, 넌 그네에 앉아 있었어. 그럼 난 네 뒤에 서서 가볍게 널 밀었고. 그렇게 우리는 아이들이 서로를 쫓아다니며 웃고 떠드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정은아, 날 믿어. 우리는 계속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갈 거야. 늙은이가 될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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