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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Chapter 301 - Chapter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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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도겸은 최근 한 달의 감시 화면을 기록한 파일을 클릭했다.연희는 이미 잠들었다. 아래층에서 어렴풋이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바로 정신을 차리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떠날 때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말하더니, 이제 겨우 몇 시간 지났다고. 결국 이렇게 다시 돌아왔잖아? 흥, 재벌 집안 사모님도 별거 아니네! 아니면 정말 나 혼자 여기에 내버려두든가. 어차피 내 뱃속의 아이로 천 억을 바꿀 수 있으니까. 누가 누굴 무서워한다는 거야?’서영숙이 돌아오면 왕미자와 임강주 그들도 함께 돌아올 것이다. ‘마침 배도 고프니 이모님에게 보신탕 좀 끓여 달라고 해야지.’연희는 거실과 주방을 한 바퀴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의혹을 느끼며 다시 사방을 둘러보았다.이때 연희는 현관에 남자 구두 한 켤레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도겸 씨가 돌아온 거야?’생각을 하다가 연희는 얼른 침실로 돌아가서 섹시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살금살금 서재로 걸어갔다.똑똑-“도겸 오빠, 돌아왔어요?”그녀는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다.서재의 불이 켜져 있었으니 도겸 말고 또 누가 안에 있겠는가?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할 줄 알았지만, 뜻밖에도 남자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연희는 흥분한 심정을 꾹 누르며 웃으며 문을 밀었다.“도겸 오빠...”도겸은 고개를 들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여자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빨간색 레이스로 된 잠옷 치마를 입고 있었다. 가슴이 푹 파인 스타일에 가느다란 끈 두 개가 새하얀 어깨에 걸려 있었다.경망스럽고 저속한 모습이었다.남자가 자신을 쫓아내지 않자, 연희는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언제 돌아오셨어요? 또 야근하신 거예요? 이주 동안 계속 힘들게 일하셨으니 많이 피곤하시겠죠? 자, 제가 안마해드릴게요...”연희는 남자가 그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은 일에 적당한 핑계를 찾았다. 그리고 마치 전에 다투지 않았던 것처럼 활짝 웃었다.연희가 비위를 맞추며 가식적으로 웃는 것을 보면서 도겸은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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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화면 속의 연희는 몰래 서재에 잠입한 후, 두 서류를 바꾸고 있었다.이 외에 또 평소 거들먹거리며 서영숙을 지시하고 모욕하는 장면도 있었다.갑작스러운 증거 앞에서 연희는 멍해졌다.이 영상 때문인지 아니면 남자의 매정한 따귀 때문인지, 연희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네가 단지 허영심이 있고 천박한 여자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버릇처럼 거짓말을 하고, 각박하고 신랄하며 또 시비를 일으키고 나와 우리 어머니 사이를 이간질하는 사람일 줄은 몰랐어. 네가 자신의 주제를 똑똑히 파악했으면 해서 널 때린 거야. 있어서는 안 될 망상을 하지 말고. 그리고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해. 그렇지 않으면...”도겸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말투가 음침했다.“넌 이 세상에 죽음보다 더 무서운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연희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극심한 공포에 따가운 양쪽 볼조차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도, 도겸 오빠, 저 정말 잘못했어요...”도겸은 말을 하지 않았고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제가 내일 본가에 찾아가서 아주머니에게 사과할게요. 절 때리든 욕하든 절대로 말대꾸를 하지 않을 거예요! 아주머니께서 화를 푸실 수만 있다면, 저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어요.”남자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연희는 당황해지더니 콧물과 눈물을 줄줄 흘렸다.“저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임신해서 호르몬에 이상이 생겼나 봐요. 그래서 아주머니를 그렇게 대한 거예요...”도겸은 차가운 눈빛으로 연희가 변명을 늘어놓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눈물을 질질 짜며 불쌍하게 울고 있었다.“말 다 했어?”연희는 멈칫했다.“다 울었냐고?”“오빠...”“다 울었으면 얼른 가서 네 짐이나 싸.”“뭐, 뭐라고요?”도겸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그날 너에게 꺼지라고 한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한 거야? 이주 넘게 이 집에 남겨뒀으니 나도 널 봐줄 만큼 봐줬어.”“아니요! 그건 안 돼요! 저한테 이러면 안 되죠!” 연희는 울며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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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가족분 이미 떠나셨어요...”“뭐라고요?! 떠났다뇨, 그게 무슨 뜻이죠?”“이, 이 임산부는 저희 병원의 SVIP인데, 전에 갖은 이유로 여러 차례 입원하신 적이 있거든요.”의사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오늘 마침 당직을 섰는데, 전에 연희를 본 적이 없어서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그러나 간호사는 달랐다, 연희를 아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까칠한 임산부 때문에 엄청난 괴롭힘을 받았다.매번 연희가 입원할 때마다 간호사들은 근심을 하기 시작했다.“이게 통지서에 사인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죠? 얼른 가족에게 연락해요! 사인을 해야 수술을 할 수 있으니까요. 태아의 심장은 이미 뛰지 않고, 임산부는 출혈이 심하기 때문에 시간을 계속 끈다면 생명에 위험이 생길 수도 있어요.”“하, 하지만 임산부를 데려다주신 그 남자분은 이미 떠나셨어요...”의사는 화가 났다.‘세상에 이런 남편이 있다니! 돈이 많으면 다야? SVIP 병실에 입원시킬 돈은 있고, 출혈이 심한 아내 곁에 있을 시간이 없다 이거야? 이 호족들은 정말 사람도 아니군!’“전에 이 임산부가 몇 번 입원하신 적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럼 그런 다른 방문객들도 있을 거 아니에요? 가서 방문객 기록을 찾고 아무에게나 연락하면 돼요.”“네, 교수님!”...전화가 왔을 때, 서영숙은 한창 꿀잠을 자고 있었다.그녀는 핸드폰을 무음모드로 설정했기에 벨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핸드폰 화면이 켜졌다 꺼졌다, 꺼졌다 켜졌다 하다가 결국 조용해졌다.강서정도 간호사의 전화를 받았다. 이때 그녀는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서 한창 신나게 놀고 있었다.“서정아, 네 핸드폰이 울리고 있어.”“어디 보자...”그녀는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그것이 전용기 번호인 것을 발견했다.‘스팸 전화겠지...’서정은 생각도 하지 않고 끊어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은 또 전화를 했다.이번에 서정은 전화를 받았다.그러나 시끄러운 음악 소리 때문에 서정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지 못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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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병실에. 연희는 깨어나서 아이가 유산된 것을 발견하고,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가 되었다.‘이 아이는 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희망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의사 선생님, 제 아이 아직 살아 있죠? 방금 말씀하신 건 저를 속인 거죠? 이 장난은 전혀 웃기지 않아요, 제 아이는 분명히 살아 있어요!”“아이를 잃은 마음은 저희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너무 슬퍼하지 말고 푹 쉬세요. 아직 젊으시니까, 앞으로...”여기까지 말하자, 의사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계속 말하지 않았다.“왜 제 아이를 지운 거죠? 최선을 다해 제 아이를 구하지 않았죠?! 그리고 왜 본인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수술을 진행했어요?! 당신들에게 그럴 권리가 없어요!”연희가 이런 말을 할 줄 알았는지, 의사는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설명했다.“당시 아가씨는 출혈이 심했고 양수도 터졌습니다. 수술실로 옮겼을 때, 태아의 심장 박동은 이미 멈춰 있었습니다. 즉시 임신중절수술을 하지 않으면 환자분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아가씨의 가족에게 연락을 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으셨습니다.”“결국 병원 측에 긴급 상황을 알린 후, 원장님의 비준을 거쳐 수술을 진행했던 것입니다. 병원 이사들과 보건소 직원이 수술 현장에 있었고, CCTV도 수시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만약 저희의 실력에 의문을 가지신다면, CCTV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병원 측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입니다.”환자들이 소란을 피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병원은 이미 완벽한 처리 방법을 생각해냈다.연희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눈물을 쏟았다.의사는 한숨을 쉬고 몸을 돌려 떠났다....“대표님, 병원 쪽에서 엄청 많은 전화가 왔습니다.”도겸이 회의실에서 나오자마자 비서는 핸드폰을 들고 가서 보고했다.“병원?”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네.”서영숙은 이미 퇴원했기 때문에 그녀일 리가 없었다.설령 정말 무슨 일 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먼저 도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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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여보세요, 누구세요?”[안녕하세요, 서연희 씨의 가족분이 맞으시죠? 여긴 성종병원 산부인과입니다. 서연희 씨가...]서영숙은 이 말을 듣자마자 골치가 아프기 시작했다.‘그 여자가 또 발광을 하고 있겠지.’그녀는 직접 간호사의 말을 끊었다.“또 몸이 안 좋은 거야? 죽겠다며 난리를 피우고 있는 거지? 이제 너희들도 나에게 전화할 필요가 없어. 서연희 그 여자가 죽겠다면 썩 떨어진 곳에 가서 죽으라고 해. 날 귀찮게 하지 말고!”말을 마치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허! 매번 이 수작이네, 귀찮지도 않나 봐?’서영숙은 연희가 뱃속의 아이를 믿고 행패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아무리 배짱이 좋아도 연희는 감히 그 아이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이렇게 생각하니 서영숙은 자신이 전에 괜히 연희에게 당했다고 느꼈다.그리고 고의로 왕미자, 임강주와 기사 등을 데려간 것도 연희에게 교훈을 주고 싶어서였다.‘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혼자 실컷 고생을 해봐야지!’여기까지 생각하자 서영숙은 마스크팩을 두드리며 흐뭇하게 노래를 흥얼거렸다.병원에서, 두 간호사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모두 어이가 없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어휴, 이것이 바로 남의 가정을 파괴한 내연녀가 받아야 할 벌이구나.”...연희는 병실에 이틀째 누워 있었다.그기간 피가 멈추지 않아 또 한 번 수술실에 들어갔다.밀려나왔을 때, 연희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비록 정신이 있었지만 말을 전혀 하지 못했다.출혈과 함께 심각한 감염이 발생하여 그녀는 엄청난 고생을 했다.하지만 곁에는 간병인 한 명밖에 없었다.그동안 연희는 도겸과 서영숙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간호사에게 부탁을 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날 버린 거야!’아픈 몸과 우울한 감정 때문에 연희는 갈수록 욱하고 각박해졌다.간호사들은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울며 겨자 먹기로 병실에 들어가야 했다.‘SVIP이니 우리도 방법이 없잖아?’...서영숙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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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연희의 룸메이트였다.“연희야, 왜 이렇게 살이 많이 빠진 거야?” 장나미는 연희의 얼음처럼 차가운 손을 잡았다.“유산을 했어도 산후조리를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무슨 고질병이...”연희는 ‘유산’이라는 두 글자를 듣자마자 눈빛이 날카로워졌다.“누가 유산을 했다는 거야?”장나미는 멍해졌다.“허튼소리나 하다니! 난 멀쩡해! 아무 일도 없다고!”“연희야, 너...”“넌 날 비웃으러 온 거지? 어림도 없어!”연희는 벌떡 일어나 앉으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내가 초라해진 줄 알고 와서 날 짓밟고 싶었나 봐? 장나미, 네 동정심 집어치워.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전에 기숙사에 있을 때, 넌 내가 돈 많은 남자친구 사귀었다고 줄곧 질투했잖아?” “흥, 난 지금 비록 병원에 있지만, 내가 가졌던 것은 네가 평생 얻을 수조차 없는 거라고! 네가 뭔데 감히 날 무시하는 거야?”장나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얘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연희는 냉소를 지으며 계속 말했다.“날 병문안 하러 온 것은 그냥 핑계일 뿐. 넌 날 통해 다른 재벌들과 접촉하고 싶은 거지? 다 같은 여자들끼리 무슨 순진한 척을 하고 있는 거야? 네가 들어올 때부터 난 네가 여우란 것을 알아차렸단 말이야!”“너...” 장나미는 화가 나서 얼굴까지 붉혔다.“정말 어이가 없네! 넌 아주 미쳤어! 난 네가 혼자 입원했다고 해서 보러 온 것일 뿐인데,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원래 장나미는 연희를 설득하러 왔다. 지금 빨리 학교에 가서 복학 신청을 하라고.비록 명문가에 시집가는 것은 물거품이 됐지만, 적어도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었다. 그럼 졸업 후에 일자리를 찾아 자신을 먹여 살리는 것도 문제가 없었다.그러나 지금,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허, 서연희는 이미 돈 때문에 눈이 멀었고, 깊은 구덩이에 빠져 더 이상 나오지 못하고 있어. 아니, 얘는 나올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안에서 죽고 싶은 모양이야.’장나미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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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연희는 화가 나서 눈물을 흘리더니 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나한테 돈이 없다고! 없어! 정말 한 푼도 없다니까! 날 죽여도 돈이 없는데,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그러나 이순정의 귓속으로 유독 연희에게 돈이 없다는 말밖에 들리지 않았다.[돈이 없으면 남자와 자든가! 자면 돈이 생기는 거잖아?! 어릴 때부터 가르쳤던 건데, 넌 왜 아직도 그렇게 멍청한 거야?!]“남자랑 자라고? 난 이미 버림을 받았으니 누구랑 자겠어?!”연희가 소리쳤다.이순정은 눈알을 굴리며 그제야 연희의 상태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앞으로 계속 자신의 딸에게서 돈을 뜯어내야 했기에, 이순정은 마침내 카드놀이를 그만 두고 조용한 곳을 찾아 전화를 받았다.[버림을 받았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그 돈 많은 남자친구는? 저번에 곧 재벌 집안 며느리로 된다고 하지 않았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 사람들이 후회라도 한 거야 뭐야?]연희는 이순정이 흥분해하는 것을 보고, 그녀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억울함이 밀려오자, 연희는 울면서 최근 발생한 일을 전부 말했다.이순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 사람들 정말 너무하네! 내 딸을 임신시켜 놓고, 이제 싫다고 바로 차 버리는 거야?]‘게다가 아무런 보상도 없다니, 이게 뭐야!’여기까지 생각하자 이순정은 눈빛이 밝아졌다.[연희야, 기다려, 엄마와 네 동생이 바로 표 끊어서 널 찾아갈 테니까! 이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어!]...정은의 논문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녀는 그동안 줄곧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었다.조미진도 그런 정은을 보며 감탄을 참지 못했다.“넌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니!”정은은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조수도 팀원도 없었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점심 시간에 정은은 점심을 먹고 평소대로 휴식실에 가서 쉬었다.아무리 바빠도 정은은 자신에게 휴식 시간을 비워뒀다. 푹 쉬어야 오후에 일을 할 때 더 효율적이었다.조재석은 오늘 수업이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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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점심시간이라 실험실은 무척 조용했다.재석은 자신의 휴식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먼저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또 얼굴을 닦은 다음 그제야 안쪽으로 걸어갔다.그의 옷은 모두 안방에 있었다.문을 열고 장롱 앞으로 걸어간 다음, 재석은 셔츠 단추를 풀면서 옷을 꺼냈다.정은은 남자가 문을 밀고 들어왔을 때 이미 잠에서 깨어났다.정은의 접이식 침대는 문 뒤에 놓여 있었는데, 문을 밀자 마침 그녀를 가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게 했다.그러나 은폐하다고 해서 안 보이는 건 아니었다. 단지 쉽게 발견되지 않을 뿐,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게 아니니까.그래서 정은은 눈을 뜨자마자 남자가 셔츠를 벗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이미 어깨를 드러내고 있었다.정은은 어안이 벙벙했다.입을 열어 상대방을 일깨워 줄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남자는 이미 옷을 다 벗었다.이제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입을 열면 두 사람은 더욱 난처해질 뿐이었다.그래서 정은은 눈을 감고 계속 자는 척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감기 전에 본 그 장면은 눈앞에 훤했다. 남자의 벌거벗은 등, 튼튼한 근육,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가 걷잡을 수 없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그것도 아주 선명했다.정은은 문득 자신이 도둑으로 된 느낌이 들었다.재석은 깨끗한 셔츠로 갈아입고, 또 더러워진 그 옷을 잘 갠 다음 떠날 준비를 했다.몸을 돌린 순간, 그는 문 뒤에 드러난 접이식 침대의 한 모서리를 발견했다.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재석은 숨이 멎으며 몸이 뻣뻣해졌다.그는 가볍게 문 쪽으로 걸어와 천천히 문을 끌어당겼다.아니다 다를까, 정은이 접이식 침대에 누워 낮잠을 자도 있었다.그러나 그 모습을 보니 정은은 깨어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재석은 그제야 마음이 놓이더니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소녀는 지금 한창 잘 자고 있었다. 꼭 감은 두 눈, 속눈썹은 길고 촘촘해서 두 부채와도 같았다.하지만 담요가 한쪽에 떨어져 있었다.재석은 담요를 주워 살며시 덮어주었다. 여자애의 깊이 잠든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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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그래, 넌 학교장보다 더 바쁜 것 같아...”“그럼 먼저 갈게.”“참, 너한테 물어보는 걸 깜빡했네. 뭘 가지러 돌아온 거야?” 진욱은 재석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무슨 질문이 그렇게 많아.”...재석이 떠난 후, 정은은 다시 잠을 좀 잤다.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자지 않으면 오후에 정신이 들지 않을 것이고, 효율에 영향을 줄 것이다.오후 두 시, 정은은 일어나서 간단하게 얼굴을 씻은 다음, 실험대로 돌아왔다.미진 그들도 휴식을 마치고 다시 자리로 복귀했다.“정은아, 넌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간 거야? 더워서 그래?”‘응?’정은은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빨갛다고요? 그럼 아마도 더워서...”“안방에 에어컨을 틀지 않았어? 그런데도 더운 거야?”“오늘 깜빡했어요...”“그래, 너도 조 교수처럼 더위를 타는구나. 방금 휴식실 밖에서 조 교수를 만났는데, 더워서 얼굴이 다 빨개졌더라.”미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조 교수님의 얼굴이 빨개졌다고? 어머, 정은아, 너 얼굴이 아까보다 더 빨개진 것 같아. 태민아, 에어컨 온도 좀 낮춰...”‘내 얼굴이 빨갛다고? 에이 설마!’...그렇게 또 다른 바쁜 하루가 끝났다. 오늘 야근을 할 필요가 없었기에 정은은 제시간에 실험실을 떠났다.집에 가는 길에 먼저 마트에 들렀다. 이 시간에 시장은 이미 문을 닫았기에 채소를 사려면 마트에 갈 수밖에 없었다.채소를 산 다음 집에 돌아온 정은은 30분 안으로 두 가지 요리와 국 하나를 만들었다.정은은 핸드폰을 앞에 놓은 다음 밥을 먹으면서 소진헌과 영상 통화를 했다.“아빠, 왜 밤늦게까지 그 화초들을 정리하고 있는 거예요? 엄마한테 욕 먹는 거 아니에요?”[네 엄마는 한창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니 날 상대할 시간이 없어.]“요즘 영감이 이렇게 많은 거예요?” 정은은 눈썹을 치켜세웠다.[편집장과 싸우지 않으면 기분이 좋고, 기분이 좋으면 영감도 당연히 많아지는 게 아니겠어?]소진헌은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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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이 작가님은 그동안 편집장에게 아주 심하게 발목을 잡힌 셈이에요.]이 말을 들은 정은은 마음이 무거워졌다.나석천은 이미숙과 만나서 얘기하고 싶었다.“제 어머니가 L시에 계신 데다가 전의 계약이 아직 만료되지 않았어요. 섣불리 알려드리다가 괜히 어머니의 창작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거든요.”나석천은 계약이란 말을 듣자마자 바로 정은에게 찍어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급하지 않아요. 일단 이 작가의 계약서를 연구해 볼게요.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요. 무슨 상황이 생겨도 난 꼭 이 작가님과 계약을 해야겠어요!]이 말을 듣자, 정은은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느꼈다.그러나 상대방은 확실히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석천은 확실히 작가와 계약하지 않고 오직 작품만 보는 사람이었다.정은은 상대방이 말실수를 했거나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느꼈다. 그래서 신경을 쓰지 않았다.소진헌은 딸이 갑자기 엄숙해진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하던 일을 멈추었다.[왜 그래, 정은아? 네 엄마와 그 편집장 사이에 무슨 일 있었어?]“네, 하지만 그리 심각한 편은 아니라서 이미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어요. 일단 엄마에게 말하지 마세요. 엄마는 외부의 영향을 받기 쉽잖아요.”[그래, 나도 주의할게.]통화가 끝나자, 밥도 다 먹었다.정은은 주방을 정리한 다음, 아래층으로 내려가 쓰레기를 버렸다.시간이 아직 일러서 그녀는 혼자서 근처를 돌아다니며 소화할 겸 산책을 했다.초여름의 밤바람은 촉촉해서, 얼굴에 떨어지니 무척 편안했다.그렇게 날이 점점 어두워졌다. 지난번에 치한에게 미행을 당한 일 때문에 정은은 아직도 많이 놀라서 감히 밖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얼른 집으로 돌아갔다.샤워를 마친 정은은 책상 앞에 앉아 논문을 읽으면서 필기를 하기 시작했다.잠자기 전의 ‘필수 과목’이라 매일 빠지지 않았다.이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톡인 것을 보자 정은은 클릭했다.심현빈이었다.[아직도 일하고 있어?][무슨 일이죠?][심심해서 널 찾은 건데, 안 돼?]정은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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