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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작가: 십일
“그래, 넌 학교장보다 더 바쁜 것 같아...”

“그럼 먼저 갈게.”

“참, 너한테 물어보는 걸 깜빡했네. 뭘 가지러 돌아온 거야?”

진욱은 재석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무슨 질문이 그렇게 많아.”

...

재석이 떠난 후, 정은은 다시 잠을 좀 잤다.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자지 않으면 오후에 정신이 들지 않을 것이고, 효율에 영향을 줄 것이다.

오후 두 시, 정은은 일어나서 간단하게 얼굴을 씻은 다음, 실험대로 돌아왔다.

미진 그들도 휴식을 마치고 다시 자리로 복귀했다.

“정은아, 넌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간 거야? 더워서 그래?”

‘응?’

정은은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빨갛다고요? 그럼 아마도 더워서...”

“안방에 에어컨을 틀지 않았어? 그런데도 더운 거야?”

“오늘 깜빡했어요...”

“그래, 너도 조 교수처럼 더위를 타는구나. 방금 휴식실 밖에서 조 교수를 만났는데, 더워서 얼굴이 다 빨개졌더라.”

미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조 교수님의 얼굴이 빨개졌다고? 어머, 정은아, 너 얼굴이 아까보다 더 빨개진 것 같아. 태민아, 에어컨 온도 좀 낮춰...”

‘내 얼굴이 빨갛다고? 에이 설마!’

...

그렇게 또 다른 바쁜 하루가 끝났다. 오늘 야근을 할 필요가 없었기에 정은은 제시간에 실험실을 떠났다.

집에 가는 길에 먼저 마트에 들렀다. 이 시간에 시장은 이미 문을 닫았기에 채소를 사려면 마트에 갈 수밖에 없었다.

채소를 산 다음 집에 돌아온 정은은 30분 안으로 두 가지 요리와 국 하나를 만들었다.

정은은 핸드폰을 앞에 놓은 다음 밥을 먹으면서 소진헌과 영상 통화를 했다.

“아빠, 왜 밤늦게까지 그 화초들을 정리하고 있는 거예요? 엄마한테 욕 먹는 거 아니에요?”

[네 엄마는 한창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니 날 상대할 시간이 없어.]

“요즘 영감이 이렇게 많은 거예요?”

정은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편집장과 싸우지 않으면 기분이 좋고, 기분이 좋으면 영감도 당연히 많아지는 게 아니겠어?]

소진헌은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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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왜 매일 달리는 거예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달리다니, 마라톤에 나가려는 건가?’재석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만약 자세히 분별한다면, 재석은 약간 마음이 찔렸다.정은은 또 물었다.“요즘 실험실은 바쁘지 않은 거예요?”“응, 대부분 전 교수에게 맡겼거든.”지금도 실험실에서 낑낑거리며 열심히 일하는 진욱은 재채기를 멈추지 않았다.“에취! 에취! 조 교수, 정말 나만 괴롭히는 거야 뭐야!”재석은 정은에게 물었다.“아침 먹었어?”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먹었어요, 선배님은요?”“나도, 오늘 다른 일정 있어?”정은은 생각해 보았다.“집에 가서 몇 편의 논문 좀 봐야 하는 것 외에 다른 일 없어요.”“어제 Y시의 친구가 표고버섯 한 상자 부쳤는데, 네가 가져가서 먹어.”표고버섯은 정말 좋은 물건이었다.“왜 나에게 주는 거예요? 선배님은요?”재석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난 평소에 집에서 밥을 하지 않잖아. 버섯을 오래 두면 쉽게 상할 거야. 그러니 너에게 주는 게 가장 좋아.”“그래요, 그럼 잘 먹을게요!”두 사람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후에 정은은 재석의 집에 갔는데, 큰 거품박스 하나가 문 뒤에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열어보니 안에 각종 버섯이 있었는데, 표고버섯이며 느타리버섯, 송이버섯 등이 있었다.전국의 버섯을 모두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모든 버섯은 종류 별로 한 봉지씩 진공 포장이 되었다.그래서 장거리 운송을 거쳐 또 하루를 놔둬도 보기에 여전히 싱싱했다.정은은 그야말로 보물을 얻은 것 같았다.“선배님,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버섯인데, 정말 나에게 주는 거예요?”재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말했다.“가져가, 다 가져가.”“네. 그럼 저녁에 버섯전골 해먹어야겠네요!”말하면서 정은은 상자를 안고 만족해하며 자기 집으로 돌아갔는데, 재석에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오후 5시, 재석은 시간을 맞추며 와서 정은을 도와주었다.주방에 들어가 보니, 정은은 이미 각종 버섯을 깨끗이 씻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43화

    경혜는 자신이 승낙하면 그들의 사이가 거래 사이로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건 아예 내가 원하는 게 아니잖아. 하지만 거절하면... 이 남자가 바로 일어나서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떠날 거야.’‘이것은 아마도 내가 이 남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거야!’“좋아요, 그 제안, 받아들일게요.”경헤는 일부러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어차피 가짜잖아요. 게다가 나도 돈을 좀 벌 수 있고.”‘지금은 가짜겠지만, 미래의 일은 누가 알겠어? 나에게 시간만 준다면...’도겸은 눈을 반쯤 드리우고 있었고, 얼굴에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좋아, 그럼 이따 내가 비서에게 계약서를 보내라고 할 테니까, 넌 그냥 사인하면 돼.”계약서로 똑똑히 써야 분쟁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것도 도겸이 서연희에게서 얻은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경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그러나 마음은 덜컹 내려앉았다.‘보아하니 정말 나와 얽히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 여자가 자신에게 매달리는 것도 아주 두려워하는 것 같아.’“그럼 이제 번호 추가해도 되는 거예요?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으니까요.”경혜는 대범하게 핸드폰을 꺼냈다.도겸은 가볍게 응답하며 그녀의 번호를 추가했다.경혜는 또 도겸의 톡을 추가했는데, 그의 프로필 사진이 한 폭의 산수화인 것을 발견했다. 파도가 일렁이는 동시에 은은한 물안개가 피어올랐고, 안개 속에서 웅장한 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마음이 통한 건가요? 당신의 프로필 사진에 물이 있고, 내 프로필 사진에 구름이 있는데.”“물과 구름이 뭐?”경혜는 멈칫했다.“다 풍경이잖아요.”도겸은 그녀를 바로잡았다.“내 프로필 사진은 물이 아니야.”“네?”“물안개야.”경혜는 어색하게 웃었다.“그렇군요... 나 방금 주의하지 않았어요...”도겸의 손끝은 가볍게 프로필 사진을 어루만졌다.“‘정겨운 산과 물이 붓 끝에 머물고, 은빛 물안개가 그림 속에 피어나네.’ 정은의 이름으로 지어진 이행시야.”경혜는 웃음이 안 나왔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42화

    몇 번 만났지만, 그렇다고 말을 걸 만큼 친하지 않았다.그러나 경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매우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어제... 교문 앞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앉아 있었는데. 감기에 걸리지 않았죠?”도겸은 여전히 침묵하며 말할 의욕이 없었다.경혜도 개의치 않고 혼자 계속 중얼거렸다.“그쪽도 커피 마시러 왔어요? 여기 커피 꽤 괜찮아요. 근처의 다른 커피숍에 비해 확실히 더 맛있거든요. 난 다른 맛을 시도해 보았는데...”“지금 이 가게의 간판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고 있는 거죠? 맛은 고소하지만 약간 씁쓸해서 케이크와 같이 먹으면 딱이에요.”도겸은 여자의 부드럽고 듣기 좋은 목소리를 듣고, 눈빛이 갑자기 흥미진진해졌다. 그리고 입가에 서서히 의미심장한 미소가 나타났다.경혜는 남자의 눈빛에 등골이 오싹했지만 여전히 미소를 유지해야 했다.“날, 날 왜 그렇게 보는 거예요? 내 얼굴에 뭐 더러운 거 묻었어요?”말하면서 경혜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이때 도겸이 입을 열었다.“너 나한테 관심 있지?”그는 많은 여자를 만나봤기에, 경혜의 이런 눈빛이 낯설지 않았다.비록 그녀는 애써 숨기며 별로 개의치 않는 척했지만, 여전히 도겸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경혜는 도겸이 이렇게 직접적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직접 자신의 비밀을 말했던 것이다.그녀는 머리가 새하얘지더니 얼굴이 빨개지는 동시에 목소리도 점점 작아졌다.“그, 그렇게 티가 났나요? 바로 알아차렸다니...”‘바로 인정을 했어!’도겸은 이런 여자를 너무 많이 봐왔다. 예쁘고, 섹시하고, 매력이 넘치는 여자들.그는 갑자기 흥미를 잃었다.도겸은 무심코 컵의 가장자리를 매만지며 얼음처럼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그럼 너도 잘 알 거야. 나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경혜는 전혀 놀라지 않고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난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이 일을 알고 있었어요. 소정은과 난 모두 같은 전공을 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41화

    거리를 두고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은, 정은에게도, 도겸에게도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정은은 서류와 펜을 거두었는데, 남자가 갑자기 중얼거렸다.“하지만 난 널 여전히 친구로 생각할 거야...”정은은 바로 떠났다.도겸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냉정하게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씁쓸함이 혀끝에서 퍼졌지만, 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엄지손가락으로 컵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시선은 맞은편 정은이 마셨던 커피에 떨어졌다.‘정은이는 줄곧 우유를 탄 커피를 좋아했기 때문에 커피가 그리 쓰지 않을 거야.’도겸은 정은의 커피를 들고 가볍게 한 입 맛보았다.아니나 다를까, 그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그들은 6일, 6개월이 아닌 6년을 함께 지냈다.‘6년을 함께 했는데, 내가 너에 대해 잘 모를 것 같아? 아니, 난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아, 다 안다고! 그렇다면...’도겸은 실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난 절대로 포기할 수 없어. 정은아, 넌 내 여자일 수밖에 없어.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다시 내 여자로 될 거야!’도겸은 남은 커피를 천천히 마셨다. 전에 그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했지만, 정은은 좋아하지 않았다. ‘이 참에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사실 하나도 안 어려워. 심현빈을 보면 알잖아. 그 자식이 왜 정은의 배척을 당하지 않았겠어? 자신을 숨길 줄 알고, 엄살 부릴 줄 아니까. 내색하지 않고, 무심한 척하며 정은의 생활에 스며드는 거지. 교활한 자식.’봄날의 비는 가늘고 잔잔해서 존재감이 없어 보이지만 토양을 미친 듯이 적시며 감정을 돋아나게 할 수 있었다.현빈은 내색하지 않고 일부러 물러서는 척을 했기에, 정은은 압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 자연히 경각성을 늦추며 그가 접근하도록 내버려둘 것이다.‘심현빈도 할 수 있다면, 난 왜 못할까?’어젯밤에 도겸은 확실히 취했다. 하지만 깨어나는 것도 한순간이었다.그 순간, 도겸은 갑자기 납득했다.정은을 다시 되찾으려면 조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40화

    “정은아... 네가 아직도 화가 나 있다는 거 알아... 그런데 어떻게 자신을 이모님과 비교할 수가 있니? 정은아... 넌 이모님보다 훨씬 좋아... 그러니 그런 말 하지 마...”‘아니... 내가 뭐? 왜 비교할 수 없는 거야?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정은아...”“정은, 정은, 그 놈의 정은! 정은은 무슨!”말하면서 왕순자는 손바닥으로 도겸의 머리를 쳤다.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반응하자, 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잠시 후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이렇게 때리니, 마치 무슨 스위치라도 눌렀는지 도겸은 즉시 손을 놓았다.왕순자는 바로 도망을 갔다.자신의 작은 방으로 돌아가자, 왕순자는 또 분노와 걱정에 침대에서 뒤척이기 시작했다. ‘오늘 밤은 본가로 돌아갈 수가 없을 것 같군. 아이고, 정은 아가씨는 정말 돌아오고 싶지 않으신 건가? 그럼 앞으로 누가 저 미친 도련님을 단속하지? 미치겠네.’가까스로 잠이 들었는데, 한밤중에 왕순자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억지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간 다음, 또 가볍게 안방 방문을 열었다.‘쯧, 어쩔 수 없지 뭐, 내가 가정부잖아...’그러나 다음 순간, 악취가 확 풍겨오더니 왕순자는 하마터면 토를 할 뻔했다.그리고 방 안을 살펴보자, 바닥에 구토물이 가득 있었다.그러나 장본인은 아주 편하게 자고 있었다.‘정말이지, 하나님, 차라리 저를 죽이세요!’...이튿날, 도겸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그는 깔끔하게 수염을 깎고 양복을 입고 내려왔는데, 어젯밤의 주정뱅이와 전혀 딴판이었다.왕순자는 이미 죽을 다 끓였다.그녀가 부지런한 것이 아니라, 도겸이 매번 술에 취할 때마다 아침에 일어나면 죽을 좀 끓여달라고 시켰기 때문이다.이번에 왕순자는 미리 준비를 했다.죽을 안방으로 가져가려던 참에 도겸이 위층에서 내려왔다.“도련님, 외출하시려고요? 죽 좀 끓였는데, 마시고 가세요.”도겸은 그 죽을 보더니 잠시 넋을 잃었다. 곧이어 그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평온하게 말했다.“배 안 고파요. 그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39화

    눈앞의 익숙한 모든 것이 아이러니로 가득했다.‘왜? 내가 왜 그때 그런 말을 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마치 내가 뭔가에 홀린 것 같아! 내 마음대로 지껄이며 정은이 당시의 고통과 절망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어.’이 1년 동안 정은은 이미 학교에 들어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지만, 도겸은 여전히 이 룸에 갇혔다.나갈 수도 없고, 나갈 생각도 없었다.도겸은 술잔을 세게 쥐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헤어지자고 했을 때는 그렇게 단호했지만, 지금은 후회해 죽을 지경이었다.선우는 이 상황을 보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말릴 수도 없는 이상, 아이고, 모르겠다...’“자, 형, 같이 마셔요.”얼마 지나지 않아, 도겸은 잔뜩 취했다.선우는 차로 그를 별장에 데려다주었다.도중에 도겸은 두 눈을 꼭 감고 계속 소리쳤다.“정, 정은아... 날 버리지 마라...”선우는 마음이 아팠다.‘나도 두 사람이 사귀는 것을 줄곧 지켜본 셈이지. 그렇게 행복한 두 사람이 어째서 오늘 이 지경으로 되었을까?’선우는 도겸을 침실에 눕힌 다음, 이대로 떠나는 게 마음이 좀 걸렸다.생각하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네, 이모님, 본가로 가신 거예요? 지금 도겸이 형 별장에 한 번 오시면 안 돼요?”왕순자는 말문이 막혔다.‘지금 금방 잠들었는데!’30분 후, 왕순자는 졸린 몸을 이끌고 나타났다.선우는 담배를 두 대나 피웠는데, 왕순자를 보자마자 눈빛이 번쩍였다.“아이고 이모님, 드디어 오셨네요!”왕순자는 침대를 힐끗 쳐다보며 어이가 없었다.“왜 또 취하신 거예요?”‘나 좀 조용히 살 게 할 수는 없는 거야?’선우는 어색해서 가볍게 기침했다.“그 뭐지... 오늘 형 기분이 좋지 않아서 좀 많이 마셨으니, 이모님이 잘 좀 돌봐 주세요.”말을 마치자, 선우는 줄행랑을 쳤다.“잠깐만요.”“네?”“방에 쓰레기통이 있잖아요.”선우는 영문을 몰랐다.“알아요, 왜요?”“그럼 다음에 담배꽁초 좀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 제가 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38화

    예상대로 남자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경혜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패딩으로 몸을 꽁꽁 싸매며 이렇게 도겸과 함께 교외의 벤치에 앉아 찬바람을 맞으며 날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지켜보았다.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며 먼 상가의 네온사인 간판도 하나둘씩 반짝이기 시작하자, 움직이지 않던 남자가 천천히 일어났다.경혜는 멍하니 있다가 입을 열었다.“이봐요...”도겸은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차에 올라 이곳을 떠났다.그 순간, 경혜는 뜻밖에도 정은을 약간 부러워했다.‘어떻게 이렇게 도도한 남자로 하여금 기꺼이 자신을 기다리게 할 수가 있지? 또 어떻게 고급차와 명품에 흔들리지 않는 것일까?’방금 경혜는 도겸이 정은을 데려다 준 그 장면을 똑똑히 보았다.거리가 너무 멀어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들리지 않았지만, 남자의 실의에 빠진 표정은 아주 잘 보였다. 정은이 그를 거절했던 것이다.심지어 완곡하게 거절한 것도 아니었다.경혜는 두 손을 패딩 주머니에 넣었고, 손바닥은 서서히 따뜻해지기 시작했다.이렇게 추운 날에, 또 찬바람 속에서 도겸과 오랫동안 함께 앉아 있었기 때문에 부츠를 신어도 발은 여전히 얼었다.그러나 경혜는 그럴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방금 남자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한 번 훑어보았는데, 적어도 그는 경혜를 알아보았다.경계는 웃으며 남자가 떠나는 방향을 보면서, 부러움은 서서히 욕심과 자신감으로 변했다.도겸을 처음 만났을 때, 경혜는 단지 이 남자가 좀 궁금했을 뿐이었다.그러다가 뜻밖의 만남이 잇따르면서, 경혜는 상대방이 바로 자신이 평생 노력해도 닿지 못하는 상위 1%의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그리고 이런 기회는 놓치면 앞으로 다신 없을 것이다.‘그럼 뭘 더 망설여? 하지만... 그 남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까다로운 것 같은데?’여기까지 생각하니 경혜는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그녀는 또다시 의욕이 넘쳤다.‘난이도가 좀 있어야, 더 많은 수익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37화

    두 사람은 전망대에 서서 함께 일몰을 보았다.불타는 태양이 조금씩 가라앉으며, 동그란 모양에서 반쪽이 되었고, 마지막에는 완전히 사라지며 쉽게 흩어지지 않은 노을만 남겼다.정은이 말했다.“이제 돌아가자.“그래. 데려다줄게.”바람이 살랑살랑 불었고,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자, 모두 평온했다.차 안에서.정은은 전화 한 통을 받은 후 도겸에게 말했다.“학교로 데려다줘. 교수님이 나 찾으셔.”“응.”날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 차는 서비대학교 교문 앞에 세워졌다.도겸은 먼저 내려온 다음, 직접 정은을 위해 차 문을 열었다.정은은 몸을 굽혀 내려온 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난 이미 네가 시킨 대로 했으니, 이번에는 더 이상 약속을 번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도겸은 시종 평온한 여자애의 얼굴을 보면서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다.그러나 예상대로 정은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도겸의 손을 피했다.“정은아, 내가 정말 잘못했어. 그리고 진심으로 너와 다시 시작하고 싶어.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줘, 응?”정은은 애원이 가득한 도겸의 표정을 보며 담담하게 웃었다.“네가 이 요구를 제기했을 때, 난 정말 동의하고 싶지 않았어. 그러나 잘 생각해 보니, 그래도 제대로 된 설명이 필요한 것 같아서 이렇게 동의한 거야.너도 내 의도를 알 수 있겠지? 난 단순히 너와 화해하고 다시 사귀기 위해 오늘 하루 만나자는 네 제안에 동의한 게 아니야.”정은이 계속 입을 열려 할 때, 도겸은 저도 모르게 피하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듣지 않을 수 없었다.“깨진 거울은 다시 원상 복귀할 수 없어. 어떤 일들은 일단 흠이 생기면 영원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단 말이야. 네가 더 이상 시간과 정력을 나에게 낭비하지 않기를 바라. 그럴 가치가 없으니까.”“넌 비즈니스맨이니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야. 보답이 없는 장사는 점점 더 깊이 빠져들기보다 제때에 손을 거두는 게 더 낫다는 것을. 조금 아플 수도 있겠지만, 썩은 살을 도려내야 그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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