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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Chapter 271 - Chapter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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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왕미자가 물었다.“아가씨, 이 보신탕은 아직 다 끓이지 않았는데요?”“담으라면 그냥 담아요. 무슨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아요?”‘맛이 어떻든 아주머니는 마시지 않을 텐데. 물론 마시면 더 좋지, 아예 배탈나라!’병원, 병실에서.연희는 문을 두드리지 않고 직접 안으로 들어갔다.“아주머니, 보신탕 갖다 드리러 왔어요.”서영숙은 연희를 보자마자 호전된 두통이 다시 발작한 것 같았다. 그녀는 어지럽고 또 화가 치밀어 올랐다.“누가 오라고 했니? 난 네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나가...”연희는 진지하게 말했다.“아주머니, 저 사과하러 왔어요. 어제는 제가 너무 심했죠? 아주머니와 말대꾸를 하면 안 됐는데. 이건 제가 오늘 아침에 끓인 보신탕이에요. 몸보신해 드리려고 얼른 가지고 왔어요.”서영숙은 냉소를 지었다.“사과? 고양이가 쥐 생각하고 있네. 네가 나한테 대들지 않으면 천만다행인데, 내가 어떻게 감히 네가 끓인 국을 마시겠니?”그녀는 연희가 안에다 침을 뱉을까 봐 무서웠다!연희는 여전히 상냥하게 웃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오히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아주머니가 이대로 화병에 죽었으면 좋겠는데!’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연희는 보온병 뚜껑을 열더니 또 깨끗한 그릇을 꺼내 보신탕을 부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서영숙의 앞으로 가져갔다.“아주머니,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해요. 저는 진심으로 사과드리러 온 건데. 이 보신탕은 두 시간 동안 끓였으니 얼른 좀 드세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영숙은 손을 들어 연희가 들던 그릇을 뒤집었다.그리고 또 베개를 들고 연희에게 던졌다.“꺼져! 네가 만든 보신탕은 절대로 마시지 않을 거야. 안에 독을 넣었는지 누가 알겠어! 당장 나가라고...”연희는 병실에서 쫓겨났다.방금 빨리 피했지만 옷에 국물이 조금 튀었다.흰색 원피스는 디올의 여름 신상이었다. 국물 자국은 무척 선명했고, 연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종이로 닦았지만 지워지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어차피 옷장 안에 비싼 옷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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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6월의 실험실은 여전히 무척 바빴다. 정은은 연속 2주일 동안 바쁘게 돌아쳐서야 하루 쉴 수 있었다.새벽에 일찍 일어나 물고기에게 먹이를 준 다음, 소진헌의 전화가 걸려왔다.[정은아, 이미 일어났어?]“네, 일어났어요.”[“왜 좀 더 자지 않고? 오늘은 실험실에 갈 필요가 없다며? 하루 푹 쉬어.]“일찍 일어나는 것에 익숙해져서요. 엄마는요?”[서재에 있지.]“또 소설을 쓰고 계시는 거예요?”[그래! 너도 잘 알잖아, 네 엄마는 아침에 영감이 가장 많을 때지.]정은은 계약서를 떠올리며 눈빛이 어두워졌다.“아빠, 최근에 그 편집장님이 찾아왔었나요?”[아니, 왜? 그 두 사람은 보통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거든.][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요.]통화를 마치자, 정은은 주방에 가서 자신을 위해 아침을 만들었다.소진헌은 뒤뜰에 가서 자신의 화초를 다듬었다.이미숙은 서재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데 전념했다. 한 줄 한 줄의 문자가 유창하게 생성되자, 마지막으로 하나 또 하나의 스릴러 줄거리로 조합되었다.세 사람의 일상은 평온하고 조용했다.그러나 별장에서 멀지 않은 교직원 동네에서. 그들이 오래 지내던 집 밖에는 한 여자가 짜증을 내며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계세요? 이 작가님 계세요?!”유보영은 오늘 샤넬 슈트를 입고 있었고, 손에 갈색 가방을 들고 있었다. 하이힐이 흙투성이가 된 땅을 밟자, 그녀는 무척 짜증이 났다.‘이게 사람이 사는 환경이야! 개집만도 못하잖아! 이미숙의 계약이 곧 만기가 되어 재계약을 해야 하지 않았더라면, 난 절대로 이곳에 오지 않았을 텐데!’원래 인터넷에서 재계약을 할 수 있었고, 이렇게 번거로울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번에 말다툼을 한 후, 이미숙은 뜻밖에도 유보영의 모든 연락방식을 차단했다.유보영은 이를 발견하고 냉소를 지었다. ‘어차피 그동안 이미숙은 나와 다툰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 하지만 결국 이미숙이 스스로 날 찾아오면서 타협을 했잖아. 이번에 인터넷 소설을 쓰는 것을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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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말하면서 각박한 눈빛으로 유보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허, 이 차림새를 보니 딱 봐도 기생이구먼. 겉으로는 화려하게 입었으면서, 어젯밤에 남자 몇 명이나 시중들었는지 누가 알겠어!”유보영은 놀라서 멍해졌다.그녀는 상대방이 이렇게 더럽게 욕하는 동시에, 자신을 직접 공격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당, 당신...” 유보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그러나 같은 방식으로 욕하자니, 유보영은 이렇게 상스러운 말을 할 수가 없었다.“나 뭐? 혀가 짧아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거야? 그럼 비용도 적게 들겠지? 5천 원? 만 원? 십만 원일 리는 없잖아, 늙은 여편네가 그렇게 비쌀 리는 없으니까.”유보영은 화가 나서 얼굴을 붉혔다.“난 당신과 같은 무지막지한 여자와 따지지 않을 거예요. 정말 어이가 없고, 말이 안 통하는 거친 사람이네요!”“어머, 그걸 욕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럼 나도 그렇게 욕해 볼게요. 파렴치한 걸레, 기생, 남의 남자나 꼬시는 늙은 여우!”“나, 난 당신과 다투지 않겠어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당신 같은 사람은 개돼지와 비교할 자격도 없어요.”말을 마치자 유보영은 하이힐을 신은 채 떠났다.“쳇, 개돼지도 당신 같은 여편네보다 낫죠!”유보영은 몸이 비틀거리더니 하이힐이 진흙탕에 박혔다. 200만 원짜리 신발은 더 이상 신을 수 없게 되었다.그녀는 기분이 더욱 나빴다.‘이미숙이 지내는 이 동네는 대체 뭐야? 뭐 저딴 이웃이 다 있지? 오늘 정말 재수가 없네. 그리고 계약서는... 어차피 두 주일 정도 남았으니, 이미숙도 재계약을 하지 않을 수 없겠지.’이 10년 동안 출판사는 이미 큰 재편을 겪었고, 오프라인 책 판매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미숙의 명성은 이미 예전만 못한 데다가 그녀는 또 인터넷을 탈퇴하여 최신 뉴스를 전혀 접할 수 없었기에, 다른 출판사 자원이 전혀 없었다.‘나 말고 누가 자신의 편집장이 되어주겠어? 누가 대신 책을 내주겠냐고? 사실 이번에 찾아올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계약이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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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아침을 먹은 후, 정은은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이주 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서 먼지가 쌓인 곳이 꽤 많았다.그렇게 오전이 지나갔다.점심 휴식 후, 정은은 밖에 나가서 장을 좀 보려고 했다. 그러나 옷을 갈아입자마자 바로 조수민의 전화를 받았다.[정은아, 지금 집에 있어?]“응, 왜?”[그냥, 갑자기 네가 만든 요리가 먹고 싶어졌어.]두 사람은 오랫동안 알고 지냈기에, 정은은 이 말을 듣자마자 수민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아니... 그냥 너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서. 네가 보고 싶네.]그 소리는 무척 갑갑했다.정은은 계속 추궁하지 않았다.“그럼 이리 와, 내가 밥 해 줄게.”[그래! 40분 후에 도착할 예정이야!]정은은 재빨리 나가서 장을 봤다. 집에 도착하자, 수민도 뒤따라 도착했다.문에 들어선 수민은 정은을 안으며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그래도 네가 최고야. 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샀네.”정은은 수민이 은근히 원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백지영과 싸웠을지도 모른다.“됐어, 앉아서 놀고 있어. 난 밥 하러 갈 테니까 금방 다 될 거야.”“응!” 수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잘 듣는 학생과 같았다.50분 후, 요리가 식탁에 올라왔는데 모두 수민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정은아, 집에 술 있어? 우리 둘이 한잔할까?”“냉장고에 맥주 있는데, 마실래?”“응!”수민은 내일 출근할 필요가 없었고, 마침 정은도 이틀 연휴였다.두 사람은 한 상 차린 요리를 별로 먹지 않았고 대신 술을 꽤 많이 마셨다.맥주는 비록 도수가 낮지만, 한 캔씩 계속 마시는 건 너무했다.잠시 후, 수민은 이미 얼굴이 붉어졌고, 눈빛이 흐릿해졌다.시간은 이미 늦었지만, 그녀가 아직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은은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술은? 벌써 다 마신 거야? 두 병 더 가져올게.”말하면서 수민은 갑자기 일어나 비틀비틀 냉장고로 걸어갔다.그러나 얼마 걷지 못하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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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정은은 깜짝 놀랐다.‘수민이 지금 일부러 그런 것 같은데?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마침 선배님에게 전화를 걸었을까?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면, 절대로 이렇게 빨리 올 수가 없잖아!’10분 뒤, 정은은 수민을 침대에 눕힌 다음, 살금살금 방에서 나와 문을 닫았다.몸을 돌리자, 재석이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눈빛은 미처 치우지 못한 맥주 캔에 떨어졌다.“이거 다 수민이 혼자 마신 거야?” 남자의 목소리는 엄격한 편은 아니지만, 정은은 왠지 모르게 압박감을 느꼈다.그녀는 사실대로 말했다.“나도 좀 마셨어요.”“조금?” 재석은 차분하게 정은을 보더니 눈빛은 횃불처럼 밝았다.정은은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에헴! 두 캔은 많은 편 아니겠죠? 하지만 나 정말 취하지 않았어요.”수민이 술에 취한 것도 다 기분이 나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을 빌려 근심을 풀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궤짝에 있는 와인까지 땄기에, 두 가지 술을 섞어 마시는 바람에 더 빨리 취한 것이었다.재석도 머리가 좀 아팠다.“일단 여기에 앉아 있어. 내가 치울게.”술을 마셔서 그런지 정은의 반응은 그리 빠르지 못했다. 재석의 말을 듣자, 그녀는 한동안 반응하지 못했다.정은이 정신을 차릴 때, 재석은 이미 소매를 걷어붙이고 능숙하게 식탁을 치우기 시작했다.그녀는 멍하니 있다가 결국 순순히 소파에 앉기로 했다.재석이 다 치우자, 시간은 이미 저녁 9시가 되었다.“잠깐만 기다려, 내가 쓰레기 버리러 나갈게.”문을 여는 사이에 정은도 따라서 일어섰다.“같이 가요. 마침 나도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싶어요.”재석은 그녀를 쳐다보았다.“외투 입어.”“아, 네!”복도의 빛이 어두컴컴했다. 재석은 앞장을 섰고, 정은은 약간 뒤처져 있었다.남자는 키가 훤칠해서, 불빛이 떨어지니 바닥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리고 정은은 그의 그림자를 밟으며 앞으로 걸어갔다.“오후에 작은어머니가 나에게 전화를 했었어.” 재석이 먼저 침묵을 깼다.“맞선 때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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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수민이 말한 ‘평소에 별로 연락하지 않고, 성인이 된 이후로 사이가 멀어진’ 사촌 오빠가 그녀를 이렇게 관심하다니.사실 재석은 평소에 비록 냉담하고 쌀쌀해 보이지만, 정은은 그가 너무 바빠서 말로 관심과 염려를 할 겨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사실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부드러웠다.“만약 오늘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나에게 연락할 수 있어.”여기까지 말하자 재석은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정은을 힐끗 쳐다보았다.“알코올은 신경계를 자극해서 구토와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하면 쇼크와 실신을 일으킬 수 있어. 그래서 술은 적게 마시는 게 좋을 텐데. 넌 어떻게 생각해?”재석이 자신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정은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귀까지 핑크 빛으로 변했다.그녀는 목을 가다듬었다.“술의 부작용은 아주 많지만, 잠시 고민을 잊게 해줄 수 있잖아요. 가끔 머리를 비우며 적당히 마시는 것도 기분을 풀어주는 방식인 것 같은데, 선배님은 어떻게 생각해요?”재석은 정은이 반박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말투를 따라배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기분을 푸는 방식이 아주 많은데, 굳이 술을 마셔야 할까?”“음... 사람마다 다른 법이죠. 만약 그 사람이 술을 마시기 좋아한다면요?”재석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 정은을 바라보았다.“넌 좋아하니?”정은은 멈칫했다. 남자의 그윽한 눈빛을 마주하자, 그녀는 즉시 피하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예전에 도겸 때문에 그렇게 심하게 다쳤어도 정은은 술을 마신 적이 없었다.왜냐하면 그녀는 도피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정은은 술에 취해 이성을 잃고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그런 상태가 두려웠다.재석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어쩐지 작은어머니께서 수민이가 너한테 나쁜 것을 가르칠까 봐 걱정하셨더라니.”정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만약 갑자기 술을 마시고 싶다면, 나에게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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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새벽에 큰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도겸은 별장으로 돌아가 차를 세웠지만, 꾸물대며 내려가려 하지 않았다.그는 눈앞의 별장을 바라보았다. 정은이 떠난 이곳은 더 이상 ‘집’이라고 할 수 없었다.도겸은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밀폐된 공간에서 연기는 그 속에 갇혀 흩어질 수가 없었다.붉은 빛이 남자의 손가락 사이에서 타오르자, 하얀 연기와 함께 곧 도겸의 눈앞을 가렸다.그는 어둠 속에 빠져 마치 밤과 하나가 된 것 같았다.담배 한 대를 피우는 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원래 막연했던 눈빛은 담배가 다 타버린 후 갑자기 맑아졌다.‘정은이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어! 난 정은이를 가졌었고, 지금 잃었다고 해서 앞으로 다시 가질 수 없는 것은 아니야. 그냥... 내가 정은을 되찾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도겸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다음 담배꽁초를 버리고 별장으로 걸어갔다.연희는 문 앞에 서서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도겸은 손목 시계를 보았다.‘새벽 1시, 허...’“도겸 씨, 저...”연희가 입을 연 순간, 도겸은 곧장 그녀를 무시하며 안으로 들어갔다.비록 그의 앞에 덩그러니 서 있었지만, 연희는 마치 공기와 다름없었다.연희의 미소가 갑자기 굳어졌다.그러나 그녀는 바로 정신을 차리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도겸 씨, 제가 오늘 저녁에 직접 요리를 했는데.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었어요. 저를 차단한...”도겸은 걸음을 멈추며 몸을 돌려 연희를 바라보았다.“왜, 난 원망하고 있는 거야?”“아니요... 그냥 저를 차단하지 않으면 안 될까요? 도겸 씨와 연락이 안 돼서 너무 걱정이에요.” 연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남자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거절하기도 귀찮은 모양이다.그러나 연희는 눈치채지 못한 듯 식탁 옆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줄곧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이 음식들은 이미 네다섯 번 데웠으니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거예요...”도겸은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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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도겸 씨, 제가 넥타이 해드릴게요.”“허... 나 오늘 검은 셔츠를 입었는데.”연희는 멈칫하더니 의문을 드러냈다. “저도 알아요.” ‘됐어. 내가 무슨 말을 더 하겠어.’도겸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반 마디도 더 하고 싶지 않았다.‘검은 셔츠에 여러 가지 색깔의 넥타이를 매치하다니, 허... 하긴, 배운 게 있어야 뭘 매치하든가 하지.’도겸은 여자의 손을 뿌리쳤다.“잘 할 수 없으면 안 해도 돼.”말을 마치자, 연희가 어떤 표정이든 상관하지 않고 성큼성큼 떠났다....밤이 되자 도겸은 일을 마치고 회사를 떠났다.차 안에 앉아서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좀처럼 차에 시동을 걸지 않았다.담배를 다 피워서야 도겸은 담배꽁초를 끄며 차를 몰고 떠났다.별장으로 돌아가기 싫어서 그는 강가를 따라 두 바퀴 돌았다.중간에 서영숙이 전화를 했는데 그는 받지 않았다.운전하다 보니 도겸은 또 어느새 익숙한 골목에 다다랐다.이번에도 함부로 주차를 해서 욕을 먹었다.“젠장! 마세라티면 다야? 돈 많으면 다냐고!”“요즘 우리 골목에 고급차가 좀 많은데? 얼마 전에 그 포, 포... 뭐였더라?”“포르쉐!”“그래, 대체 무슨 일이래?”...8시, 정은은 제시간에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쓰레기를 버렸다.도겸은 앞유리를 통해 탐욕스럽게 여자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오늘 파란색 꽃무늬의 긴 치마를 입었다. 머리카락은 길어졌고, 부드럽게 등에 드리워져 있었다. 슬리퍼를 신고 있으니 개성 있으면서도 나른해 보였다.도겸이 차에서 내려와 쫓아가려던 참에, 누군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재석이 말했다.“강도겸, 우리 또 이렇게 만났군.”“비켜!”정은이 쓰레기를 버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려는 것을 보고 도겸은 다급해졌다.그러나 재석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정은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서야 다시 시선을 돌렸다.“네가 조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내가 뭘 못할 것 같아?!”재석은 화내지 않았고 목소리도 무척 담담했다.“당신은 남을 미행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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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네, 동건이 형도 있어요.]“어딘데.”[우리가 자주 가는 그 술집이요.]“15분만 기다려.”...술집, 소란스러운 음악, 화려한 불빛.룸 문을 닫자,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간 것 같았다.“도겸아, 왔어?” 고동건은 몸매가 풍만하고 옷차림이 노출된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 도겸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바로 웃으며 인사를 했다.도겸은 곧장 소파에 가서 앉았다.동건은 곁의 여자에게 눈짓을 했고, 여자는 바로 요염하게 웃으며 도겸의 곁으로 다가갔다.“나 건드리지 마.” 도겸은 여자의 유연한 손을 붙잡더니 자신의 허벅지에서 옮겼다.여자는 웃음이 굳어졌고, 동건을 바라보며 도움을 청했다.“왜? 마음에 안 들어?” 동건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바꿀 수 있어.”도겸은 자신에게 와인 한 잔을 따랐다.“흥미가 없어서 그래.”“야, 너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어. 소정은을 떠났으니 여자들 막 만나고 다녀야 하는 거 아니야? 설마... 그 임신한 여자친구가 너무 엄격한 거가? 말도 안 돼...”예전에 정은도 도겸을 단속할 수 없었으니 연희는 또 어떻게 성공을 하겠는가?술 한 잔을 마시며 도겸은 동건을 상대하지 않았다.동건은 여자를 자기의 곁으로 돌아오라고 불렀다.여자는 방긋 웃으며 곧 순순히 그의 품속으로 안겼다.동건은 미녀를 껴안고 도겸을 보며 웃었다.“놀러 나왔는데 왜 우거지상을 하고 있어? 누가 또 너를 건드렸니?”“아니.”“그럼 우리한테 웃어줘 봐?”도겸은 짜증이 났다.“꺼져! 내가 개그맨이냐? 작작 좀 하지 그래.”동건은 크게 웃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다가와서 물었다.“네 아이의 출산 예정일이 언제니? 어쩌다 내가 삼촌이 됐을까? 쯧쯧...”도겸은 차갑게 눈을 치켜떴다.“일부러 이러는 거지?”동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선우는 어이가 없었다.“동건이 형, 그 깐족대는 표정 좀 하지 마요.”“어?” 동건은 눈을 깜박였다.“그렇게 티 나?”“그럼요.”“그래, 그럼 나도 좀 참아야지.”“도겸이 형, 동건이 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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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선우는 조용한 곳에 가서 전화를 받으려 했다.그러나 도겸과 동건은 약속이나 한 듯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도겸은 주위를 향해 입을 다물라는 손짓을 했고, 동건은 즉시 음악을 껐다.빠르면서도 호흡이 척척 잘 맞았다.선우는 침을 삼키며 엄청난 부담을 느꼈다!맞은편의 정은은 한참을 고민한 후에야 선우에게 전화를 걸기로 결정했다.이미숙의 계약이 곧 만료될 예정이어서, 유보영과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새로운 편집장을 다시 찾아야 했다.그리고 새로운 편집장은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미스터리 소설을 출판한 경험이 있어야 했다.물론 손에 보급자원이 있다면 더욱 좋았다.이리저리 생각해 보니, 정은의 친구들 중 미디어 출판 업계를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선우밖에 없었다.정은이 고민한 이유는 선우에게 입을 열기 불편해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선우가 만약 이 방면의 자원이 있다면, 틀림없이 대범하게 자신에게 소개해줄 것이다.비록 지금 도겸과 이미 헤어졌지만, 정은과 선우는 이미 도겸을 건너뛴 친한 친구였다.유일하게 망설인 이유가 바로 이미숙을 대신해서 이 결정을 내릴지, 아니면 먼저 이미숙에게 간단하게 알려준 다음 소통을 해볼지였다.그러나 오늘 아침 집에 전화를 할 때 소진헌은 이렇게 말했다. “네 엄마는 최근 영감이 폭발하여 연속 일주일간 밤을 새웠어. 그러나 정신은 여전히 말짱했고. 난 네 엄마에게 영향을 줄까 봐 뒤뜰에서 흙을 뒤집고 비료를 주는 것조차도 소리를 내지 않았어.‘만약 이때 엄마와 이 일을 상의한다면. 엄마는 틀림없이 창작을 중단할 거야.’그래서 이리저리 생각하다 정은은 이를 악물고 이미숙을 대신해서 결정을 내렸다.‘어차피 먼저 편집장을 찾아주기만 하면 돼. 받아들일지 말지는 엄마 자신에게 달려 있어. 더군다나 믿음직한 편집장을 찾을 수 있을지조차 문제야...’[선우야, 너 지금 바빠?]“바쁘긴요, 하나도 안 바빠요. 바빠도 누나의 전화를 받을 시간이 있어야 해요!”[농담도 참. 오늘 마침 너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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