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면서 각박한 눈빛으로 유보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허, 이 차림새를 보니 딱 봐도 기생이구먼. 겉으로는 화려하게 입었으면서, 어젯밤에 남자 몇 명이나 시중들었는지 누가 알겠어!”유보영은 놀라서 멍해졌다.그녀는 상대방이 이렇게 더럽게 욕하는 동시에, 자신을 직접 공격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당, 당신...” 유보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그러나 같은 방식으로 욕하자니, 유보영은 이렇게 상스러운 말을 할 수가 없었다.“나 뭐? 혀가 짧아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거야? 그럼 비용도 적게 들겠지? 5천 원? 만 원? 십만 원일 리는 없잖아, 늙은 여편네가 그렇게 비쌀 리는 없으니까.”유보영은 화가 나서 얼굴을 붉혔다.“난 당신과 같은 무지막지한 여자와 따지지 않을 거예요. 정말 어이가 없고, 말이 안 통하는 거친 사람이네요!”“어머, 그걸 욕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럼 나도 그렇게 욕해 볼게요. 파렴치한 걸레, 기생, 남의 남자나 꼬시는 늙은 여우!”“나, 난 당신과 다투지 않겠어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당신 같은 사람은 개돼지와 비교할 자격도 없어요.”말을 마치자 유보영은 하이힐을 신은 채 떠났다.“쳇, 개돼지도 당신 같은 여편네보다 낫죠!”유보영은 몸이 비틀거리더니 하이힐이 진흙탕에 박혔다. 200만 원짜리 신발은 더 이상 신을 수 없게 되었다.그녀는 기분이 더욱 나빴다.‘이미숙이 지내는 이 동네는 대체 뭐야? 뭐 저딴 이웃이 다 있지? 오늘 정말 재수가 없네. 그리고 계약서는... 어차피 두 주일 정도 남았으니, 이미숙도 재계약을 하지 않을 수 없겠지.’이 10년 동안 출판사는 이미 큰 재편을 겪었고, 오프라인 책 판매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미숙의 명성은 이미 예전만 못한 데다가 그녀는 또 인터넷을 탈퇴하여 최신 뉴스를 전혀 접할 수 없었기에, 다른 출판사 자원이 전혀 없었다.‘나 말고 누가 자신의 편집장이 되어주겠어? 누가 대신 책을 내주겠냐고? 사실 이번에 찾아올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계약이 만
아침을 먹은 후, 정은은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이주 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서 먼지가 쌓인 곳이 꽤 많았다.그렇게 오전이 지나갔다.점심 휴식 후, 정은은 밖에 나가서 장을 좀 보려고 했다. 그러나 옷을 갈아입자마자 바로 조수민의 전화를 받았다.[정은아, 지금 집에 있어?]“응, 왜?”[그냥, 갑자기 네가 만든 요리가 먹고 싶어졌어.]두 사람은 오랫동안 알고 지냈기에, 정은은 이 말을 듣자마자 수민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아니... 그냥 너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서. 네가 보고 싶네.]그 소리는 무척 갑갑했다.정은은 계속 추궁하지 않았다.“그럼 이리 와, 내가 밥 해 줄게.”[그래! 40분 후에 도착할 예정이야!]정은은 재빨리 나가서 장을 봤다. 집에 도착하자, 수민도 뒤따라 도착했다.문에 들어선 수민은 정은을 안으며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그래도 네가 최고야. 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샀네.”정은은 수민이 은근히 원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백지영과 싸웠을지도 모른다.“됐어, 앉아서 놀고 있어. 난 밥 하러 갈 테니까 금방 다 될 거야.”“응!” 수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잘 듣는 학생과 같았다.50분 후, 요리가 식탁에 올라왔는데 모두 수민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정은아, 집에 술 있어? 우리 둘이 한잔할까?”“냉장고에 맥주 있는데, 마실래?”“응!”수민은 내일 출근할 필요가 없었고, 마침 정은도 이틀 연휴였다.두 사람은 한 상 차린 요리를 별로 먹지 않았고 대신 술을 꽤 많이 마셨다.맥주는 비록 도수가 낮지만, 한 캔씩 계속 마시는 건 너무했다.잠시 후, 수민은 이미 얼굴이 붉어졌고, 눈빛이 흐릿해졌다.시간은 이미 늦었지만, 그녀가 아직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은은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술은? 벌써 다 마신 거야? 두 병 더 가져올게.”말하면서 수민은 갑자기 일어나 비틀비틀 냉장고로 걸어갔다.그러나 얼마 걷지 못하고 하
정은은 깜짝 놀랐다.‘수민이 지금 일부러 그런 것 같은데?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마침 선배님에게 전화를 걸었을까?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면, 절대로 이렇게 빨리 올 수가 없잖아!’10분 뒤, 정은은 수민을 침대에 눕힌 다음, 살금살금 방에서 나와 문을 닫았다.몸을 돌리자, 재석이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눈빛은 미처 치우지 못한 맥주 캔에 떨어졌다.“이거 다 수민이 혼자 마신 거야?” 남자의 목소리는 엄격한 편은 아니지만, 정은은 왠지 모르게 압박감을 느꼈다.그녀는 사실대로 말했다.“나도 좀 마셨어요.”“조금?” 재석은 차분하게 정은을 보더니 눈빛은 횃불처럼 밝았다.정은은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에헴! 두 캔은 많은 편 아니겠죠? 하지만 나 정말 취하지 않았어요.”수민이 술에 취한 것도 다 기분이 나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을 빌려 근심을 풀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궤짝에 있는 와인까지 땄기에, 두 가지 술을 섞어 마시는 바람에 더 빨리 취한 것이었다.재석도 머리가 좀 아팠다.“일단 여기에 앉아 있어. 내가 치울게.”술을 마셔서 그런지 정은의 반응은 그리 빠르지 못했다. 재석의 말을 듣자, 그녀는 한동안 반응하지 못했다.정은이 정신을 차릴 때, 재석은 이미 소매를 걷어붙이고 능숙하게 식탁을 치우기 시작했다.그녀는 멍하니 있다가 결국 순순히 소파에 앉기로 했다.재석이 다 치우자, 시간은 이미 저녁 9시가 되었다.“잠깐만 기다려, 내가 쓰레기 버리러 나갈게.”문을 여는 사이에 정은도 따라서 일어섰다.“같이 가요. 마침 나도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싶어요.”재석은 그녀를 쳐다보았다.“외투 입어.”“아, 네!”복도의 빛이 어두컴컴했다. 재석은 앞장을 섰고, 정은은 약간 뒤처져 있었다.남자는 키가 훤칠해서, 불빛이 떨어지니 바닥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리고 정은은 그의 그림자를 밟으며 앞으로 걸어갔다.“오후에 작은어머니가 나에게 전화를 했었어.” 재석이 먼저 침묵을 깼다.“맞선 때문에요?”
수민이 말한 ‘평소에 별로 연락하지 않고, 성인이 된 이후로 사이가 멀어진’ 사촌 오빠가 그녀를 이렇게 관심하다니.사실 재석은 평소에 비록 냉담하고 쌀쌀해 보이지만, 정은은 그가 너무 바빠서 말로 관심과 염려를 할 겨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사실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부드러웠다.“만약 오늘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나에게 연락할 수 있어.”여기까지 말하자 재석은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정은을 힐끗 쳐다보았다.“알코올은 신경계를 자극해서 구토와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하면 쇼크와 실신을 일으킬 수 있어. 그래서 술은 적게 마시는 게 좋을 텐데. 넌 어떻게 생각해?”재석이 자신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정은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귀까지 핑크 빛으로 변했다.그녀는 목을 가다듬었다.“술의 부작용은 아주 많지만, 잠시 고민을 잊게 해줄 수 있잖아요. 가끔 머리를 비우며 적당히 마시는 것도 기분을 풀어주는 방식인 것 같은데, 선배님은 어떻게 생각해요?”재석은 정은이 반박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말투를 따라배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기분을 푸는 방식이 아주 많은데, 굳이 술을 마셔야 할까?”“음... 사람마다 다른 법이죠. 만약 그 사람이 술을 마시기 좋아한다면요?”재석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 정은을 바라보았다.“넌 좋아하니?”정은은 멈칫했다. 남자의 그윽한 눈빛을 마주하자, 그녀는 즉시 피하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예전에 도겸 때문에 그렇게 심하게 다쳤어도 정은은 술을 마신 적이 없었다.왜냐하면 그녀는 도피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정은은 술에 취해 이성을 잃고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그런 상태가 두려웠다.재석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어쩐지 작은어머니께서 수민이가 너한테 나쁜 것을 가르칠까 봐 걱정하셨더라니.”정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만약 갑자기 술을 마시고 싶다면, 나에게 전화
새벽에 큰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도겸은 별장으로 돌아가 차를 세웠지만, 꾸물대며 내려가려 하지 않았다.그는 눈앞의 별장을 바라보았다. 정은이 떠난 이곳은 더 이상 ‘집’이라고 할 수 없었다.도겸은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밀폐된 공간에서 연기는 그 속에 갇혀 흩어질 수가 없었다.붉은 빛이 남자의 손가락 사이에서 타오르자, 하얀 연기와 함께 곧 도겸의 눈앞을 가렸다.그는 어둠 속에 빠져 마치 밤과 하나가 된 것 같았다.담배 한 대를 피우는 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원래 막연했던 눈빛은 담배가 다 타버린 후 갑자기 맑아졌다.‘정은이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어! 난 정은이를 가졌었고, 지금 잃었다고 해서 앞으로 다시 가질 수 없는 것은 아니야. 그냥... 내가 정은을 되찾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도겸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다음 담배꽁초를 버리고 별장으로 걸어갔다.연희는 문 앞에 서서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도겸은 손목 시계를 보았다.‘새벽 1시, 허...’“도겸 씨, 저...”연희가 입을 연 순간, 도겸은 곧장 그녀를 무시하며 안으로 들어갔다.비록 그의 앞에 덩그러니 서 있었지만, 연희는 마치 공기와 다름없었다.연희의 미소가 갑자기 굳어졌다.그러나 그녀는 바로 정신을 차리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도겸 씨, 제가 오늘 저녁에 직접 요리를 했는데.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었어요. 저를 차단한...”도겸은 걸음을 멈추며 몸을 돌려 연희를 바라보았다.“왜, 난 원망하고 있는 거야?”“아니요... 그냥 저를 차단하지 않으면 안 될까요? 도겸 씨와 연락이 안 돼서 너무 걱정이에요.” 연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남자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거절하기도 귀찮은 모양이다.그러나 연희는 눈치채지 못한 듯 식탁 옆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줄곧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이 음식들은 이미 네다섯 번 데웠으니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거예요...”도겸은 식
“도겸 씨, 제가 넥타이 해드릴게요.”“허... 나 오늘 검은 셔츠를 입었는데.”연희는 멈칫하더니 의문을 드러냈다. “저도 알아요.” ‘됐어. 내가 무슨 말을 더 하겠어.’도겸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반 마디도 더 하고 싶지 않았다.‘검은 셔츠에 여러 가지 색깔의 넥타이를 매치하다니, 허... 하긴, 배운 게 있어야 뭘 매치하든가 하지.’도겸은 여자의 손을 뿌리쳤다.“잘 할 수 없으면 안 해도 돼.”말을 마치자, 연희가 어떤 표정이든 상관하지 않고 성큼성큼 떠났다....밤이 되자 도겸은 일을 마치고 회사를 떠났다.차 안에 앉아서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좀처럼 차에 시동을 걸지 않았다.담배를 다 피워서야 도겸은 담배꽁초를 끄며 차를 몰고 떠났다.별장으로 돌아가기 싫어서 그는 강가를 따라 두 바퀴 돌았다.중간에 서영숙이 전화를 했는데 그는 받지 않았다.운전하다 보니 도겸은 또 어느새 익숙한 골목에 다다랐다.이번에도 함부로 주차를 해서 욕을 먹었다.“젠장! 마세라티면 다야? 돈 많으면 다냐고!”“요즘 우리 골목에 고급차가 좀 많은데? 얼마 전에 그 포, 포... 뭐였더라?”“포르쉐!”“그래, 대체 무슨 일이래?”...8시, 정은은 제시간에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쓰레기를 버렸다.도겸은 앞유리를 통해 탐욕스럽게 여자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오늘 파란색 꽃무늬의 긴 치마를 입었다. 머리카락은 길어졌고, 부드럽게 등에 드리워져 있었다. 슬리퍼를 신고 있으니 개성 있으면서도 나른해 보였다.도겸이 차에서 내려와 쫓아가려던 참에, 누군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재석이 말했다.“강도겸, 우리 또 이렇게 만났군.”“비켜!”정은이 쓰레기를 버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려는 것을 보고 도겸은 다급해졌다.그러나 재석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정은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서야 다시 시선을 돌렸다.“네가 조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내가 뭘 못할 것 같아?!”재석은 화내지 않았고 목소리도 무척 담담했다.“당신은 남을 미행하고
[네, 동건이 형도 있어요.]“어딘데.”[우리가 자주 가는 그 술집이요.]“15분만 기다려.”...술집, 소란스러운 음악, 화려한 불빛.룸 문을 닫자,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간 것 같았다.“도겸아, 왔어?” 고동건은 몸매가 풍만하고 옷차림이 노출된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 도겸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바로 웃으며 인사를 했다.도겸은 곧장 소파에 가서 앉았다.동건은 곁의 여자에게 눈짓을 했고, 여자는 바로 요염하게 웃으며 도겸의 곁으로 다가갔다.“나 건드리지 마.” 도겸은 여자의 유연한 손을 붙잡더니 자신의 허벅지에서 옮겼다.여자는 웃음이 굳어졌고, 동건을 바라보며 도움을 청했다.“왜? 마음에 안 들어?” 동건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바꿀 수 있어.”도겸은 자신에게 와인 한 잔을 따랐다.“흥미가 없어서 그래.”“야, 너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어. 소정은을 떠났으니 여자들 막 만나고 다녀야 하는 거 아니야? 설마... 그 임신한 여자친구가 너무 엄격한 거가? 말도 안 돼...”예전에 정은도 도겸을 단속할 수 없었으니 연희는 또 어떻게 성공을 하겠는가?술 한 잔을 마시며 도겸은 동건을 상대하지 않았다.동건은 여자를 자기의 곁으로 돌아오라고 불렀다.여자는 방긋 웃으며 곧 순순히 그의 품속으로 안겼다.동건은 미녀를 껴안고 도겸을 보며 웃었다.“놀러 나왔는데 왜 우거지상을 하고 있어? 누가 또 너를 건드렸니?”“아니.”“그럼 우리한테 웃어줘 봐?”도겸은 짜증이 났다.“꺼져! 내가 개그맨이냐? 작작 좀 하지 그래.”동건은 크게 웃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다가와서 물었다.“네 아이의 출산 예정일이 언제니? 어쩌다 내가 삼촌이 됐을까? 쯧쯧...”도겸은 차갑게 눈을 치켜떴다.“일부러 이러는 거지?”동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선우는 어이가 없었다.“동건이 형, 그 깐족대는 표정 좀 하지 마요.”“어?” 동건은 눈을 깜박였다.“그렇게 티 나?”“그럼요.”“그래, 그럼 나도 좀 참아야지.”“도겸이 형, 동건이 형을
선우는 조용한 곳에 가서 전화를 받으려 했다.그러나 도겸과 동건은 약속이나 한 듯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도겸은 주위를 향해 입을 다물라는 손짓을 했고, 동건은 즉시 음악을 껐다.빠르면서도 호흡이 척척 잘 맞았다.선우는 침을 삼키며 엄청난 부담을 느꼈다!맞은편의 정은은 한참을 고민한 후에야 선우에게 전화를 걸기로 결정했다.이미숙의 계약이 곧 만료될 예정이어서, 유보영과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새로운 편집장을 다시 찾아야 했다.그리고 새로운 편집장은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미스터리 소설을 출판한 경험이 있어야 했다.물론 손에 보급자원이 있다면 더욱 좋았다.이리저리 생각해 보니, 정은의 친구들 중 미디어 출판 업계를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선우밖에 없었다.정은이 고민한 이유는 선우에게 입을 열기 불편해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선우가 만약 이 방면의 자원이 있다면, 틀림없이 대범하게 자신에게 소개해줄 것이다.비록 지금 도겸과 이미 헤어졌지만, 정은과 선우는 이미 도겸을 건너뛴 친한 친구였다.유일하게 망설인 이유가 바로 이미숙을 대신해서 이 결정을 내릴지, 아니면 먼저 이미숙에게 간단하게 알려준 다음 소통을 해볼지였다.그러나 오늘 아침 집에 전화를 할 때 소진헌은 이렇게 말했다. “네 엄마는 최근 영감이 폭발하여 연속 일주일간 밤을 새웠어. 그러나 정신은 여전히 말짱했고. 난 네 엄마에게 영향을 줄까 봐 뒤뜰에서 흙을 뒤집고 비료를 주는 것조차도 소리를 내지 않았어.‘만약 이때 엄마와 이 일을 상의한다면. 엄마는 틀림없이 창작을 중단할 거야.’그래서 이리저리 생각하다 정은은 이를 악물고 이미숙을 대신해서 결정을 내렸다.‘어차피 먼저 편집장을 찾아주기만 하면 돼. 받아들일지 말지는 엄마 자신에게 달려 있어. 더군다나 믿음직한 편집장을 찾을 수 있을지조차 문제야...’[선우야, 너 지금 바빠?]“바쁘긴요, 하나도 안 바빠요. 바빠도 누나의 전화를 받을 시간이 있어야 해요!”[농담도 참. 오늘 마침 너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자.”정은은 목을 움직이더니 또 고개를 저었다. ‘어, 정말 안 떨어지네. 꽤 단단하게 묶었나 봐.’“어머! 아가씨 남자친구는 정말 빨리 배웠네요. 나보다 더 잘 하는 것 같아요!” 사장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재석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정은은 설명하려 했다.“제 남자친구 아닌...”그러나 사장님은 그녀에게 말을 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예전에는 시집간 여자들이 머리를 걷어올렸어요. 시집간 후, 금슬이 좋다면 남편이 직접 부인을 위해 머리를 묶어주었고요. 이게 다 의미가 있는 거예요. 우리 고향에서 남자가 여자의 머리를 빗겨주며 백년해로하고 영원히 한마음을 맺는다는 뜻이 있어요.”“안타깝게도 지금 이 남자들은 머리를 묶어주긴커녕 빗으로 간단하게 빗겨주는 것도 귀찮다고 하니 정말 게으름뱅이와 다름이 없다니깐요. 하지만 아가씨 남자친구는 정말 대단해요.”사장님은 재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빨리 배울 뿐만 아니라 인내심이 있어서 직접 아가씨를 위해 머리를 말아올렸잖아요.”“이 사람은 제 남자...”“아가씨, 이 총각 꼭 소중히 여겨야 돼요. 요즘은 좋은 남자가 그리 많지 않거든요.정은은 속이 답답해졌다.‘내 말을 끝까지 들어줄 순 없는 거야?’두 사람은 노점을 떠나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재석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제 할 줄 아는 거야?”“뭘요?”“머리카락을 걷어올리는 거.”정은은 말을 하지 않았다.‘난 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배우라는 거야?!’재석이 말했다.“내가 다시 한번 가르쳐줄까?”“아니요!” 정은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굳이 안 걷어올려도 되니까 그냥 마음대로 묶으면 되지.’“날 못 믿겠어?”정은은 쓴웃음을 지었다.“나 자신을 믿지 않아서 그래요.”재석은 말문이 막혔다.어차피 봐도 제대로 배울 수 없으니 차라리 포기하는 게 더 나았다.두 사람은 걷다가 멈추었고, 거리를 나갈 때에야 이미숙, 소진헌과 합류했다.“엄마...”“어? 이 집게핀은...”이미숙은 바로 정은의 걷어올린
식당에 도착하자, 종업원은 네 사람을 데리고 직접 룸으로 향했다.그리고 음식을 주문한 다음 음식이 올라오길 기다렸다.민지가 강력히 추천한데도 다 이유가 있었다. 맛은 정말 좋았고, 재료도 정말 싱싱했지만 정말 매웠다.중간에 정은은 화장실에 다녀왔다.돌아올 때 팥빙수 하나가 올라왔다.재석이 설명했다. “이걸로 좀 풀어.”정은은 웃으며 고맙다고 말하며 마음속으로 감탄했다.‘선배님은 정말 다정하고 자상한 사람인 것 같아.’다 먹고 재석은 계산하러 갔다.샤브샤브 식당 옆에는 번화가라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시끌벅적했다.이미숙이 가고 싶어 하자 소진헌은 웃으며 그녀와 함께 가겠다고 했다.재석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에, 정은은 그들 일가족이 다 떠나는 것은 너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고 문 앞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재석이 나왔는데, 손에 종이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방금 네가 그 팥빙수 좋아하는 것 같아서 하나 더 포장해달라고 했어. 돌아가서 얼른 먹어. 남기면 직접 버리고. 내일 먹으면 배탈이 나기 쉬워.”“좋아요.” 정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두 분은?”그녀는 번화가를 가리켰다.“놀러 가셨어요.”“그럼 우리도 구경하러 할까?”“그래요!” 정은도 당연히 가고 싶었다.만약 재석을 기다리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진작에 이미숙, 소진헌과 함께 갔을 것이다.두 사람은 나란히 거리를 걸었고, 양쪽 길가에는 노점이 빽빽하게 차려져 있었는데, 파는 물건도 각양각색이었다.먹을 것과 입을 것과 그리고 노는 것까지 가득했다.액세서리 노점을 지나자, 정은은 멈추더니 한 회색 집게핀을 가리키며 물었다.“이거 얼마예요?”“그건 2,000원이에요.”“이건 어떻게 집어야 머리카락을 꽉 고정시킬 수 있는 거죠?”정은은 인터넷에서 산 집게핀을 써본 적이 있었다.그녀의 머리카락이 많고 굵어서인지, 걷어 올려도 제대로 고정시킬 수 없었다.정은은 방금 이 집게핀이 전에 인터넷에서 산 것보다 더 크고 재질도 더 견고한 것을 보고 가격
딩-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정은이 안에서 나왔다.“선배님.”“어디 갔었어?”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었지만 감정은 확연히 달랐다.정은의 말투는 홀가분했고, 재석은 약간 조급해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심지어 걱정이 묻어났다.“방금 아래층에서 심 대표님을 만났거든요. 자, 선배님, 물 좀 마셔요.”정은은 봉지에서 물 한 병을 꺼내 재석에게 건네주었다.재석은 봉지 위의 로고를 힐끗 바라보았다. 맞은편 거리의 수입 마트였다. ‘정은이는 그렇게 멀리까지 갈 리가 없을 텐데, 그렇다면...’“심 대표가 산 거야?”“네. 심 대표님 대신 어르신 좀 챙겨드렸거든요. 그 사람은 건너편 마트에 가서 물을 샀고요. 두 어르신은 이 브랜드의 물만 마셔서요.”재석은 손을 내밀어 물을 받았다.정은은 사인회장을 들여다보았다.“어때요? 이미 끝났어요?”재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 줄을 선 사람이 많아서 아마도 조금 더 걸릴 거야.”방금 전의 일이 아직도 눈에 선했기에, 정은은 다시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밀려나고 싶지 않았다.정은은 재석이 들고 있는 책을 바라보았다.“선배님, 들어가서 사인 받을 거예요?”“난 그냥 끝날 때까지 기다릴게.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그래요!” 정은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낮은 소리로 웃었다.“선배님, 왜 웃어요?”“에헴!” 재석은 가볍게 기침을 하더니 갑자기 정색했다. “아무것도 아니야.”‘뭐지, 선배님은 지금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런 증거가 없다니!’사인회는 원래 오후 4시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결국 5시가 되어서야 끝났다.맨 뒤에서 줄을 선 재석과 정은은 책을 펼쳐 이미숙 앞에 놓았다.“사랑하는 엄마, 저에게 사인 좀 해주세요.”“감사합니다, 아주머니.”이미숙은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예쁜 딸이 앞에 서 있었고, 옆에는 재석이 있었다.두 사람 모두 웃으며 눈빛에 기대를 드러냈다.그 순간, 이미숙은 마음이 황홀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서 있으니 정말.
정은은 약간 뻘쭘해졌다. 속마음이 간파당했지만 그렇게 난처한 편은 아니었다.처음 만난 사이이니, 경계를 하는 것도 아주 정상적이었다.‘두 분은 겪으신 일이 나보다 훨씬 많으니 내 마음을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거야.’아니나 다를까, 봉수진은 정은의 손을 두드렸다.“아가씨, 특히 너처럼 예쁜 아가씨는 언제나 경계심을 가져야 해. 미리 위험을 방지해야 자신을 더 잘 보호할 수 있어.”“네.”“제 목소리가 아주 익숙하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L시에서 자랐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야 J시에 왔어요. 그러니 두 분은 아마 저를 보신 적이 없을 거예요.”“하긴.” 봉수진은 웃었다.그러나 왠지 모르게 정은은 봉수진의 미소에서 낙담과 실망을 느낄 수 있었다.이춘재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예전에는 보지 못했지만, 지금 이렇게 만난 것도 다 인연이라 할 수 있지.”정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물을 사러 간 현빈이 돌아왔고, 두 노인에게 한 병씩 건네주었다. 그리고 남은 물을 담은 봉지를 정은에게 건네주었다.“몇 병 더 샀는데 아저씨와 아주머니에게 드려. 오늘 아주머니 사인회이니 아저씨도 같이 오셨겠지?”“네, 맞아요.” 정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받을까 말까 망설였다.“받아.” 현빈은 봉지를 직접 그녀의 손에 넣었다.“고마워요.”“방금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기분이 꽤 좋으신 것 같은데?”들어오기 전에 현빈은 멀리서 이춘재의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는 것을 보았고, 평소에 가장 까다로운 할머니조차도 담담하게 웃고 있었다.이 장면을 본 순간, 현빈은 갑자기 멍해졌다.‘두 분께서 이렇게 웃으시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는데.’작년에 외국에 두 노인을 방문할 때, 봉수진은 마침 입원을 했다. 이춘재는 매일 탄식하며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현빈은 이주 정도 머물렀고, 이춘재가 웃는 것을 본 적이 아예 없었다.이씨 가문의 산업이 모두 국내에 있었기에, 현빈도 두 노인에게 돌아오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막내딸이 실종된 이후로 이씨 가문은 모든 것이 변했다.이것도 바로 이춘재 부부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것과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었다.아직도 행방이 묘연해 생사를 알 수 없는 이모를 떠올리니, 현빈은 저도 모르게 두 노인을 바라보았다.만약 계속 찾을 수 없다면, 아마 죽을 때까지 이 아쉬움을 메우지 못할 것이다.“현빈아, 목이 좀 마르구나.” 노부인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래요. 그럼 저 물 사러 갈게요...” 현빈은 정은을 바라보았다.“많이 바빠?”“괜찮아요. 내가 뭘 하면 되는 거죠?”“난 물 좀 사러 갈 테니까, 나 대신 두 분 좀 챙겨줘.”“내가 사러 갈까?” 어차피 정은도 내려와서 물을 사려 했다.현빈은 고개를 저었다.“우리 할머니는 몸이 좋지 않으셔서 평소에 고정된 브랜드의 물만 마시거든. 이 근처에는 없고, 맞은편 거리에 있는 수입 마트에 가서 사야 해.”“그래요? 그럼 얼른 가서 사요. 난 여기서 두 분과 함께 얘기 나누고 있을 테니 안심해요.”“고마워.”현빈은 몸을 돌려 떠났다.할머니 봉수진은 정은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곁에 앉혔다.“아가씨, 우리 현빈이와 친구라고? 너희들은 어떻게 알게 된 사이지?”“아...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됐어요.”도겸이 바로 그 ‘친구'였다.“그렇구나. 현빈이는 여성 친구가 거의 없는데, 네가 처음은 것 같구나!” 봉수진은 웃음을 지었다.정은은 속으로 생각했다.‘와, 심 대표는 정말 물 마시듯 여자친구를 바꾸었지.’“너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는데, 이곳은 너무 많이 변했어.”이춘재는 갑자기 감탄하기 시작했다.정은은 그의 말투에 묻은 그리움을 알아차리며, 최근 몇 년 J시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이춘재는 정은이 J시에 대해 술술 말하는 것을 듣고, 호기심에 물었다.“넌 이곳의 사람인가?”정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는 L시의 사람이에요. L시 아시죠? 남방의 구릉지대인데,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과 물도 있고...”정은의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이게 뭐야! 너무 쪽팔려!’결국 재석은 정은의 손을 잡고 사람들을 뚫으며 밖으로 비집고 나갔다.이번에는 아무도 정은을 밀지 않았다.“휴...”정은은 한숨을 푹 쉬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고개를 들자 뜻밖에도 남자의 웃음을 머금은 눈과 마주쳤다.“미안해요, 선배. 나도...”재석은 그녀의 볼을 가리켰다.“머리카락이 붙었어.”“네?”정은은 손을 들었지만 그 머리카락이 어딨는지 몰랐다.재석은 그녀를 도와 떼어냈다. 비록 충분히 조심스러웠지만, 손끝은 여전히 여자의 매끄럽고 따뜻한 피부에 닿았다.그는 마음을 다잡으며 말했다. “다 됐어.”정은은 어색하게 그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현장이 너무 붐벼서 머리카락이 다 엉망됐잖아. 게다가 땀까지 흘렸으니 볼에 붙은 거야. 너무 쪽팔려.’방금 재석의 품에 안긴 장면을 떠올리면 정은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호흡이 가빠졌다.‘이곳에 못 있겠어...’“선배님! 목 안 말라요?! 나, 나 물 좀 사러 내려갈게요!”말을 마친 후 얼른 줄행랑을 쳤다.재석은 입을 벌렸다. 그는 목마르지 않다고, 만약 그녀가 마시고 싶다면, 자신이 가서 살 수 있다고 말하려 했다.정은은 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남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고개를 돌리자마자 현빈과 마주칠 줄이야.그는 혼자가 아니었고, 곁에 두 노인이 있었다.할아버지는 백발에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있어 무척 엄숙하고 까다로운 느낌을 주었다.그의 옆에 있는 할머니는 많이 부드러워 보였지만, 얼굴에 근심이 가득 찼고, 눈에 초점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손에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정은의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노부인은 고개를 돌렸지만, 망연히 다시 시선을 옮겼다.현빈은 여기서 정은을 만날 줄 몰랐다.그는 오늘 특별히 일정을 취소한 다음,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모시고 놀러 나왔다.두 노인은 일주일 전에 귀국했는데, 현빈은 미리 사람 시켜 본가를 치우라고 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러나 앞줄은 모두 여자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이가 비슷한 아저씨 아줌마들이었다.“이게 뭐야?”남자친구도 어리둥절해지더니 저도 모르게 말했다.“왜 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야?”이 말에 대중들은 분노를 느꼈다.“아저씨 아줌마가 뭐가 어때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남자친구는 해명하려 했다.“아, 아니요... 이 나이에도 사인회에 나오시는 거예요?”“소설 때문에 왔다! 왜?”“그러게!”남자친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미숙 작가님의 독자들은 연령층이 이렇게 넓었어요?”“흥! 우리는 10년 전에 이미 작가님의 팬이었어. 물론 후에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돈을 버느라 바빠서 인터넷에서 활약하는 일이 거의 없었지. 그래서 너희 젊은이들처럼 투표할 줄도 모르지만, 우리는 모두 돈을 내고 책을 샀단 말이야.”“맞아, 우리는 좀 바빴을 뿐이지, 죽은 게 아니라고!”여자는 앞을 내다보니, 현장의 독자들은 정말 젊은이와 어르신들이 반반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간단히 인사를 마쳤고, 이미숙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우와...”“이 작자님이 이렇게 예쁘신 분이라니!”“세상에! 너무 예쁘셔!”“그렇게 섬뜩한 소설을 쓰신 분이 이렇게 예쁜 미녀라니!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어제 산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허리에 하얀 스카프를 맨 이미숙은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갈 때마다 치맛자락이 가볍게 넘실거리며 우아한 분위기를 선보였다.“안녕하세요, 이미숙입니다. 오늘 여기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정말 너무 기쁩니다.”말하면서 이미숙은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의 고마움을 표시했다.현장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렸다.정은은 군중 속에 서서 무대 위에 선 어머니를 보며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응답 코너가 끝나면 모두가 가장 기대하는 사인 코너였다.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자, 정은은 앞으로 밀려갔다. 그녀는 옆으로 피하려고 몸을 돌렸는데, 누가 뒤에서 밀었는지 정은은 중심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넘
사인회는 마크 서점 3층에서 열렸다.아직 입장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독자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십여 명의 경호원이 공동으로 질서를 유지했다.문과 가까운 곳에는 큰 전시대가 놓여 있었고, 위에는 이미숙의 새 책 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그 외에 또 하나의 큰 등신대가 있었는데, 위에는 책 표지와 중요한 캐릭터의 이미지가 그려 있었다.“와, 사람이 이렇게 많아요?” 한 젊은 여자가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그녀의 남자친구도 뒤에 있었는데 이 상황을 보고 감탄을 했다.“아니... 사인회인데, 왜 팬미팅 현장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지?”젊은 여자는 좋아하는 아이돌을 자주 바꾸었고 좋아하는 연예인이 가득했지만 소설에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그녀는 지난주에 자신의 아버지가 미스터리 소설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 표지는 무척 섬뜩했다.마침 그날 여자의 핸드폰이 고장 나서 수리점에 보냈다. 오후에야 수리를 다 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심심해서 그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멈출 수가 없었다.오후에 핸드폰이 다 수리됐어도 여자는 한 번조차 보지 않았다.밤을 새워 마침내 책을 다 본 후, 여자는 인터넷으로 이 작가의 정보를 미친 듯이 검색하기 시작했는데, 거의 아무도 찾지 못했다.그리고 여자는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이 작가님은 무슨 조선시대 사람이야?! SNS계정이 하나도 없다니!]여자는 이런 신기한 책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너무 궁금했지만, 아무도 찾아내지 못했기에 이를 악물고 이미숙의 다른 두 미스터리 소설을 볼 수밖에 없었다.10년 전의 작품이니, 여자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또 밤을 세워 그 책을 다 읽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짜증나네!”여자는 일주일 동안 이미숙의 모든 소설을 다 읽었다. 개똥보다도 못한 청춘 로맨스 소설 외에 다른 몇 권의 미스터리 소설은 그야말로 훌륭했다.심지어 지금 이 10년 전의 작품을 읽어도 그것이 전혀 시대에
그리고 전에 몇 번 만났을 때도 정은은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렇게 된 이상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것이 더 나았다. 어차피 우연하게 몇 번 만난 것 외에 두 사람은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강서원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 아이는 생긴 것도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본예의도 없군.’두 사람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자, 강서원은 발걸음을 재촉했다.“정은아, 너 어디 갔었어? 빨리 와봐, 난 이미 다 골랐어.”이미숙이 정은을 불렀다.“벌써요? 전 화장실에 다녀왔어요. 엄마가 입어보는 것도 못 봤네요...”“돌아가서 다시 입어볼게.”“네.”“방금 한 여사님을 만났는데, 내가 원피스를 하나 골라줬거든. 그런데 글쎄 자신의 아들이 ‘7일담'을 보고 있다는 거야...”이 시각, 먼 실험실에 있는 재석은 재채기를 여러 번 했다.진욱은 옆에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조 교수, 재채기를 이렇게 많이 하는 거야? 대체 밖에 여자가 얼마나 있길래...”“지금 많이 한가한가 봐??”진욱은 입술을 깨물더니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내일 그냥 혼자 크리스털 호텔의 세미나에 참석해.”‘안 돼!’진욱은 속으로 생각했다.조수진은 몰래 웃었다.“쌤통이다! 그러게 누가 조 교수님을 건드리래!”...정은 일행이 쇼핑을 마칠 때, 시간은 이미 오후 6시가 되었다.그래서 그들은 아예 백화점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결정했다.모녀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 의논할 때, 나석천의 전화가 걸려왔다.[이미 레스토랑을 예약했으니 직접 지하 1층으로 내려오세요.]이미숙이 말했다.“편집장님이 밥을 사시다니? 이건 말이 안 되죠.”[제가 작가님을 J시로 초청했잖아요. 그럼 따지고 보면 제가 작가님의 의식주를 모두 책임져야 하죠. 지금은 그냥 밥을 한끼 사는 것일 뿐, 이건 제가 영광이죠.]나석천의 목소리는 여전히 명랑하고 우렁찼다.이미숙이 L시 사람이라서 입맛이 좀 담백한 것을 고려하여 나석천은 J시와 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