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는 조용한 곳에 가서 전화를 받으려 했다.그러나 도겸과 동건은 약속이나 한 듯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도겸은 주위를 향해 입을 다물라는 손짓을 했고, 동건은 즉시 음악을 껐다.빠르면서도 호흡이 척척 잘 맞았다.선우는 침을 삼키며 엄청난 부담을 느꼈다!맞은편의 정은은 한참을 고민한 후에야 선우에게 전화를 걸기로 결정했다.이미숙의 계약이 곧 만료될 예정이어서, 유보영과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새로운 편집장을 다시 찾아야 했다.그리고 새로운 편집장은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미스터리 소설을 출판한 경험이 있어야 했다.물론 손에 보급자원이 있다면 더욱 좋았다.이리저리 생각해 보니, 정은의 친구들 중 미디어 출판 업계를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선우밖에 없었다.정은이 고민한 이유는 선우에게 입을 열기 불편해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선우가 만약 이 방면의 자원이 있다면, 틀림없이 대범하게 자신에게 소개해줄 것이다.비록 지금 도겸과 이미 헤어졌지만, 정은과 선우는 이미 도겸을 건너뛴 친한 친구였다.유일하게 망설인 이유가 바로 이미숙을 대신해서 이 결정을 내릴지, 아니면 먼저 이미숙에게 간단하게 알려준 다음 소통을 해볼지였다.그러나 오늘 아침 집에 전화를 할 때 소진헌은 이렇게 말했다. “네 엄마는 최근 영감이 폭발하여 연속 일주일간 밤을 새웠어. 그러나 정신은 여전히 말짱했고. 난 네 엄마에게 영향을 줄까 봐 뒤뜰에서 흙을 뒤집고 비료를 주는 것조차도 소리를 내지 않았어.‘만약 이때 엄마와 이 일을 상의한다면. 엄마는 틀림없이 창작을 중단할 거야.’그래서 이리저리 생각하다 정은은 이를 악물고 이미숙을 대신해서 결정을 내렸다.‘어차피 먼저 편집장을 찾아주기만 하면 돼. 받아들일지 말지는 엄마 자신에게 달려 있어. 더군다나 믿음직한 편집장을 찾을 수 있을지조차 문제야...’[선우야, 너 지금 바빠?]“바쁘긴요, 하나도 안 바빠요. 바빠도 누나의 전화를 받을 시간이 있어야 해요!”[농담도 참. 오늘 마침 너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선우는 정은이 동건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도 먼저 입을 열어 정은을 대신해서 결정을 내렸다.게다가 선우도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물어보는 것일 뿐, 될지 안 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그럼 정은 누나, 일찍 쉬어요, 끊을게요.”선우는 통화를 마쳤다.“허, 넌 그러고도사내 자식이야? 소정은이 대체 너에게 무슨 약을 먹였길래, ‘누나’ ‘누나’하면서 다정하게 부르는 건데? 오글거려 죽겠네.” 동건은 참지 못하고 입을 삐죽거렸다.“형이 뭘 알아요? 난 친구를 항상 진심으로 대했으니 눈에 거슬리면 보지 마요.”“친구?” 동건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소정은은 이미 도겸과 헤어졌는데, 두 사람이 어떻게 친구야?”이 말이 나오자, 도겸도 참지 못하고 선우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선우는 이 말을 듣고 갑자기 똑바로 앉더니 표정도 엄숙해졌다.“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정은 누나는 전에 날 도와준 적이 있거든요. 비록 지금 도겸이 형과 헤어졌지만, 나와 누나는 여전히 친한 친구예요.”“널 도와줘?” 동건은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뭘 도와준 적이 있는데?”선우는 가볍게 기침을 했다.“말하자면 얘기가 길어서 오늘은 말하지 않겠어요. 다들 술 마셔요. 참, 동건이 형, 형에게 도움을...”“아, 오줌 쌀 것 같으니까 화장실 좀 다녀올게.” 동건은 토끼보다 더 빨리 달아났다.선우는 동건이 일부러 도망친 것 같다고 느꼈다.물론 그는 확실히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동건은 룸에서 나오더니 화장실에 가지 않고 테라스로 가서 담배를 피웠다.그는 무슨 난제에 시달렸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걸음을 서성거렸다.그리고 무척 초조해 보였다.담배가 다 타자, 동건은 다른 하나에 불을 붙였다. 가끔 한 모금만 피우면서 나머지가 다 타도록 내버려 두었다.이때 동건은 담배꽁초를 끄더니 마치 무슨 결정이라도 한 듯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정은은 선우와 전화를 한 뒤, 핸드폰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샤워하러
[그때 호텔에서 네가 날 도와줬잖아. 난 그래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서, 비록 넌 도겸과 헤어졌지만, 그 은혜는 갚아야 하지.]‘방금 난 여기에서 담배를 두 대나 피웠고, 20분 정도 걸렸는데. 소정은은 뜻밖에도 직접 나에게 전화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니? 선우가 분명히 말했잖아, 나에게 자원이 있다고! 그것도 최고급 자원이야! 소정은은 어쩜 이리 둔한 것일까? 날 뭘로 보고?’동건은 입을 삐죽거렸다.[믿을 만한 편집장을 찾고 있다고? 이따가 그 사람 연락처 보낼게.]정은도 엄살을 부리거나 괜한 자존심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었다.동건이 말을 이렇게까지 했으니 거절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바보와 다름없었다!“고마워요.”[은혜를 갚은 것뿐이야.]전화를 끊고 동건은 즉시 그 편집장의 톡을 찾아 정은에 보내려 했다.그러나 이 순간, 그는 자신에게 정은의 톡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동건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그 뭐지... 톡 친구 요청 좀 통과해. 걱정 마, 난 심현빈과 같은 늑대가 아니니까. 절친의 전 여자친구에게 조금도 분수에 넘치는 생각이 없어. 불편하다고 생각하면, 이따가 명함을 받은 다음 날 삭제해도 돼.]“이미 수락했어요.”[응.]명함을 보낸 다음, 동건은 핸드폰을 접고 다시 룸으로 돌아갔다.선우가 물었다.“화장실을 이렇게 오래 갔다니, 똥구덩이에 빠진 건 아니겠죠?”“꺼져!”여자는 동건이 돌아온 것을 보고 바로 웃으며 다가왔다.“동건 도련님, 방금 저를 두고 떠나셨다니.”“그렇지 않으면 나랑 같이 남자 화장실에 갈 거야?” 동건은 그녀의 얼굴을 두드렸다.여자는 즉시 아양을 떨며 그를 가볍게 노려보았다.“동건 도련님, 오늘 저녁에 제 노래를 주문하시는 건 어때요?”동건은 사악하게 웃으며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고,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여자는 멈칫하더니 자기도 모르게 약간의 실망을 드러냈다.‘이 재벌 집 도련님들은 정말 통이 크고 여자를 달래는 수법도 대단하지만, 정말 너무 매정하다니깐. 마음이 너무 딱딱해!’...
선우는 대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난 정은 누나와 자주 연락을 했는데, 왜요?”동건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마치 도겸의 마음을 꿰뚫어본 것 같았다.“난 네가 무엇을 묻고 싶은지 알아. 선우가 소정은과 연락을 유지하고 있는 일과 내가 오늘 손을 써서 소정은을 도와준 일에 대해 넌 의혹을 느낄 거야. 우리가 네 체면을 봐서 소정은을 잘 대해주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소정은이란 사람 때문인 건지.”동건은 말하면서 잠시 멈칫했다.“난 분명하게 알려줄 수 있어. 소정은이란 사람 때문이야. 너와 상관없어. 선우도 마찬가지일 거고.”도겸은 눈살을 찌푸렸다.“왜?”동건은 흥얼거리며 웃었다.“사람들은 교제를 할 때, ‘거래’를 하기 마련이잖아? 시간이 갈수록 친분을 쌓은 거지. 넌 소정은이 너와 함께 한 6년 동안 단지 네 그림자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우리는 한 달에 적어도 두세 번 모이지 않았어? 그러니 우리도 소정은과 접촉할 기회가 적지 않았어. 선우부터 말하자. 내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소정은이 네 컴퓨터를 고쳐주었고 또 프로그래밍까지 써줬었지?”“맞아요!” 선우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정은 누나는 프로그래밍이 아주 대단했어요. 내가 그때 한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상대방은 하마터면 장부에 손을 쓸 뻔했어요. 정은 누나가 자동 계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날 도와 그 장부를 정리했거든요.”“그리고 그때...”선우는 유유히 말했지만, 도겸은 들을수록 막막해졌다.그들이 말하는 그 ‘소정은’과 자신의 기억속에서 매일 집에 틀어박혀 그가 퇴근하기를 기다리고, 그를 위해 모든 것을 안배한 ‘소정은’이 정말 같은 사람인가?“나만 얘기할 순 없죠. 그때 정은 누나가 형을 도와줬잖아요...”“에힘!” 동건은 선우의 말을 끊었다.“그만 해, 나 갈 테니까 너희 둘도 좀 일찍 돌아가.”말이 끝나자 재빨리 택시 안으로 들어갔다.“빨리 좀 가줘요.”...정은은 동건이 보낸 명함을 받고 클릭한 다음 친구 추가 신청을 보냈다.저
왕미자가 몸을 돌리자, 연희는 바로 미소를 지었다.“그럼 이모님이 수고하세요. 난 졸려서 먼저 방으로 돌아가 자야겠어요.”말이 끝나자 연희는 나풀나풀 주방을 떠났다.왕미자는 영문을 몰랐다.‘이게 무슨 일이래? 전에는 자기가 해장국 가져다주겠다고 난리를 피우지 않았어? 왜 갑자기 성격이 바뀐 거야?’왕미자는 해장국을 반쯤 그릇에 부은 다음 쟁반에 놓고 안방으로 향했다.도겸은 오늘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지만, 저녁을 먹지 않아 위가 또 은근히 아프기 시작했다.마침 왕미자가 뜨거운 해장국을 들고 올라오자, 그는 거절하지 않고 단숨에 다 마셨다.왕미자는 빈 그릇과 쟁반을 가지고 방에서 물러났고, 또 가볍게 문을 닫아주었다.도겸은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휴식하면서 위의 통증이 점차 사라지기를 기다렸다.얼마나 지났는지, 그는 위가 많이 좋아졌다고 느꼈지만 몸은 갈수록 뜨거워졌다.에어컨 온도를 낮추려고 힐 때, 누군가 갑자기 안방으로 들어왔다.연희는 맨발로 침대 앞으로 걸어왔다. 이미 취한 채로 침대에 쓰러진 남자를 보며 그녀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도겸은 더워서인지 단추 두 개를 풀었고, 얼굴에 새빨간 홍조가 나타났다.침대 가장자리에 늘어진 팔은 튼튼하고 힘이 있으며 손은 뼈마디가 분명했다. 특히 오늘 짙은 색의 셔츠를 입어 무척 도도해 보였고, 사람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연희는 그들이 처음으로 이곳에서 관계를 가졌을 때를 떠올렸다.그때의 도겸도 이렇게 곤드레만드레 취했고, 입으로는 줄곧 정은의 이름을 불렀다.살짝 열린 셔츠를 통해, 연희는 남자의 볼록한 목젖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음이 움직이더니 얼른 도겸의 몸에 달라붙었다.손가락으로 남자의 가슴을 가볍게 매만지며 은근히 아래를 향했다.순간, 도겸은 몸을 돌리더니 그녀를 등졌다.연희는 놀라서 벌떡 일어섰고,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자신이 입고 있는 잠옷을 보았다. ‘그땐 소정은의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도겸 씨의 욕망을 불러일으켰었지.’연희는 눈알
“대답해, 정은이의 잠옷을 입은 적이 있냐고 묻잖아.”연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에요... 전... 전 그런 적 없어요... 도겸 씨, 저 너무 아파요...”도겸은 연희가 입고 있는 잠옷 치마를 잡아당기며 차갑게 비웃었다.“그럼 이걸 어떻게 설명한 건데? 만약 해 본 적이 없다면, 어떻게 그렇게 능숙할 수가 있지?”그때 두 사람이 관계를 맺었을 때부터 도겸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전날 저녁에 껴안은 사람은 정은이었는데, 어떻게 다음날 깨어나자마자 연희로 변했을까?도겸은 단지 자신이 술에 취해서 사람을 잘못 보았다고 생각했을 뿐, 자신이 연희의 꾀에 속았다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 일을 생각하면 도겸은 이가 근질근질했다.“넌 지금 내 인내심을 도전하고 있어!”도겸은 분노를 느끼며 연희를 땅에서 잡아당겼다.“걸레 같은 것, 지금 당장 꺼져! 이 집에서 꺼지라고!”화가 치밀어 오르자, 도겸은 더욱 덥다고 느꼈다.마치 온몸이 불에 타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몸을 비틀거리며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이상해! 이 반응은 마치...’도겸은 표정이 차가워졌다.“너 나한테 약 먹였어?!”연희는 마음이 찔려서 도겸의 시선을 피했다.“젠장! 넌 정말 겁도 없는 거야?! 감히 나한테 약을 먹여?!”도겸은 거칠게 숨을 헐떡였다. 마음속의 그 불은 점점 더 세차게 타올랐고, 눈도 점점 붉어졌다.연희는 침을 삼키며 마음속의 공포를 억눌렀다. 그리고 땅에서 일어나 눈물을 흘리며 그를 향해 걸어갔다.“도겸 씨, 지금 무척 괴로울 거예요...”도겸은 연희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연희는 입술을 깨물었다.“제가 도와줄 수 있어요, 정말이에요...”말하면서 그녀는 잠옷을 벗기 시작했다.“알잖아요, 제가 도겸 씨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런 당신을 위해서 뭘 해도 저는 상관없어요. 절 다른 여자라고 생각해도, 제 가슴에 머리를 파묻히며 소정은의 이름을 불러도 전혀 개의치 않아요.”자신까지 감동시켰는지, 연희는 목소리까지 떨렸
연희는 멍해졌다.“당신은... 당신은 분명히 약을...”“왜? 실망했어?”미리 자신의 이상을 감지한 도겸은 얼른 욕실에 달려가서 먹은 해장국을 토해냈다.열이 나는 것은 단지 몸에 남은 약의 약효에 불과했다.“괜찮은 이상, 방금 왜, 왜 그런 척을 한 거죠?”도겸은 웃으며 말했다.“네가 희망에서 실망을 느끼고 또 절망에 빠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재미있지 않아?”연희는 온몸을 떨었다.“넌 정말 겁도 없구나, 감히 나에게 약을 먹이다니. 하지만 넌 그럴 담력이 있어도 머리가 없잖아. 멍청한 것!”“이모님.”“도련님, 무슨 분부라도 있으십니까?” 명을 받은 왕미자는 즉시 문을 밀고 들어왔다.연희는 허둥지둥 잠옷을 입으려 했다. 그러나 어떡해도 잘 입을 수가 없어 낭패를 봤다.“이 여자의 물건을 좀 정리해요. 30분 안으로 사람과 물건을 모두 내 집에서 던져버려요! 그리고 모든 출입문 비밀번호를 바꿔요. 지금부터 난 이 집에서 이 여자와 관련된 그 어떤 것도 보고 싶지 않아요.”“네, 도련님.”연희는 끌려나갔다.멍하니 왕미자가 자신을 잡아당기도록 내버려 두었다.이때 그녀는 꿈에서 깨어난 듯 세게 발버둥 쳤다.“날 건드리지 마요!”왕미자는 멈칫했다.“내 뱃속에 도겸 씨의 아이가 있어요. 당신이 뭐라고, 나에게 손을 댈 자격이 있긴 한 거예요?! 일단 자신의 주제부터 잘 파악해 봐요. 만약 나와 아이를 다치게 한다면, 당신은 배상할 수 있어요?! 내가 아들을 낳고, 도겸 씨에게 시집가면, 제일 먼저 이모님을 해고할 거예요!”왕미자는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빛은 마치 바보라도 보는 것 같았다.“아가씨,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에요? 임신했다고 재벌 가문에 시집갈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저는 강씨 가문에서 수십 년 동안 일했는데, 회장님이든 사모님이든 도련님이든, 모두 쉽게 남에게 휘둘리는 분이 아니세요. 강씨 가문의 손자는 다른 여자도 낳을 수 있지만, 이를 통해 가문의 여주인으로 되려 하다니. 너무 단순하시네요.”설사
“네, 도련님.”연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배를 안았다.“아파요... 배가 너무 아파요...”도겸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그가 움직이지 않자, 왕미자도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이때 연희는 이미 바닥에 주저앉았고, 이마에도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그녀는 손으로 남자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애원했다.“도겸 씨, 살려줘요, 우리의 아이를 살려줘요. 배가 정말 아파요...”왕미자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도련님, 서연희 아가씨는 지금 엄살을 부리고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식은땀은 이미 얇은 잠옷 치마를 적셨고, 연희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그럼 알아서 처리해요.”도겸은 이 말을 남기고 떠났다.왕미자는 자신이 정말 재수가 없다고 느꼈다.‘우리 같은 가정부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새벽 4시, 구급차가 별장에 와서 연희를 싣고 떠났다.그 병원은 마침 서영숙이 지금 입원해 있는 병원이었다.서영숙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왕미자의 전화를 받았다. 당시 연희와 도겸이 집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는데, 도겸이 그녀를 쫓아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연희는 버티며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이번에 정말 큰일인 것 같았다.서영숙은 방심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즉시 연희의 병실로 찾아갔다.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돼지를 잡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선생님, 제발요! 제가 이렇게 빌게요! 제 아이를 꼭 지켜주세요!”“저는 이 아이가 없으면 안 돼요. 이게 제 전부란 말이에요!”의사는 애써 연희를 위로했다.“진정 좀 하세요! 심호흡 하면서 감정부터 조절해 보세요. 지금 정서가 너무 흥분되어서, 이렇게 하면 환자분에게도, 태아에게도 좋지 않아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진정을 취한 다음 구체적으로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에 대해...”연희는 전혀 듣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의사의 손을 덥석 잡았다.“선생님, 솔직히 말해보세요. 제 아이를 지킬 수 있는 거예요? 제 아이는 멀쩡한 거냐고요? 아이에게 아무
“자.”정은은 목을 움직이더니 또 고개를 저었다. ‘어, 정말 안 떨어지네. 꽤 단단하게 묶었나 봐.’“어머! 아가씨 남자친구는 정말 빨리 배웠네요. 나보다 더 잘 하는 것 같아요!” 사장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재석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정은은 설명하려 했다.“제 남자친구 아닌...”그러나 사장님은 그녀에게 말을 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예전에는 시집간 여자들이 머리를 걷어올렸어요. 시집간 후, 금슬이 좋다면 남편이 직접 부인을 위해 머리를 묶어주었고요. 이게 다 의미가 있는 거예요. 우리 고향에서 남자가 여자의 머리를 빗겨주며 백년해로하고 영원히 한마음을 맺는다는 뜻이 있어요.”“안타깝게도 지금 이 남자들은 머리를 묶어주긴커녕 빗으로 간단하게 빗겨주는 것도 귀찮다고 하니 정말 게으름뱅이와 다름이 없다니깐요. 하지만 아가씨 남자친구는 정말 대단해요.”사장님은 재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빨리 배울 뿐만 아니라 인내심이 있어서 직접 아가씨를 위해 머리를 말아올렸잖아요.”“이 사람은 제 남자...”“아가씨, 이 총각 꼭 소중히 여겨야 돼요. 요즘은 좋은 남자가 그리 많지 않거든요.정은은 속이 답답해졌다.‘내 말을 끝까지 들어줄 순 없는 거야?’두 사람은 노점을 떠나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재석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제 할 줄 아는 거야?”“뭘요?”“머리카락을 걷어올리는 거.”정은은 말을 하지 않았다.‘난 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배우라는 거야?!’재석이 말했다.“내가 다시 한번 가르쳐줄까?”“아니요!” 정은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굳이 안 걷어올려도 되니까 그냥 마음대로 묶으면 되지.’“날 못 믿겠어?”정은은 쓴웃음을 지었다.“나 자신을 믿지 않아서 그래요.”재석은 말문이 막혔다.어차피 봐도 제대로 배울 수 없으니 차라리 포기하는 게 더 나았다.두 사람은 걷다가 멈추었고, 거리를 나갈 때에야 이미숙, 소진헌과 합류했다.“엄마...”“어? 이 집게핀은...”이미숙은 바로 정은의 걷어올린
식당에 도착하자, 종업원은 네 사람을 데리고 직접 룸으로 향했다.그리고 음식을 주문한 다음 음식이 올라오길 기다렸다.민지가 강력히 추천한데도 다 이유가 있었다. 맛은 정말 좋았고, 재료도 정말 싱싱했지만 정말 매웠다.중간에 정은은 화장실에 다녀왔다.돌아올 때 팥빙수 하나가 올라왔다.재석이 설명했다. “이걸로 좀 풀어.”정은은 웃으며 고맙다고 말하며 마음속으로 감탄했다.‘선배님은 정말 다정하고 자상한 사람인 것 같아.’다 먹고 재석은 계산하러 갔다.샤브샤브 식당 옆에는 번화가라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시끌벅적했다.이미숙이 가고 싶어 하자 소진헌은 웃으며 그녀와 함께 가겠다고 했다.재석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에, 정은은 그들 일가족이 다 떠나는 것은 너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고 문 앞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재석이 나왔는데, 손에 종이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방금 네가 그 팥빙수 좋아하는 것 같아서 하나 더 포장해달라고 했어. 돌아가서 얼른 먹어. 남기면 직접 버리고. 내일 먹으면 배탈이 나기 쉬워.”“좋아요.” 정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두 분은?”그녀는 번화가를 가리켰다.“놀러 가셨어요.”“그럼 우리도 구경하러 할까?”“그래요!” 정은도 당연히 가고 싶었다.만약 재석을 기다리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진작에 이미숙, 소진헌과 함께 갔을 것이다.두 사람은 나란히 거리를 걸었고, 양쪽 길가에는 노점이 빽빽하게 차려져 있었는데, 파는 물건도 각양각색이었다.먹을 것과 입을 것과 그리고 노는 것까지 가득했다.액세서리 노점을 지나자, 정은은 멈추더니 한 회색 집게핀을 가리키며 물었다.“이거 얼마예요?”“그건 2,000원이에요.”“이건 어떻게 집어야 머리카락을 꽉 고정시킬 수 있는 거죠?”정은은 인터넷에서 산 집게핀을 써본 적이 있었다.그녀의 머리카락이 많고 굵어서인지, 걷어 올려도 제대로 고정시킬 수 없었다.정은은 방금 이 집게핀이 전에 인터넷에서 산 것보다 더 크고 재질도 더 견고한 것을 보고 가격
딩-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정은이 안에서 나왔다.“선배님.”“어디 갔었어?”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었지만 감정은 확연히 달랐다.정은의 말투는 홀가분했고, 재석은 약간 조급해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심지어 걱정이 묻어났다.“방금 아래층에서 심 대표님을 만났거든요. 자, 선배님, 물 좀 마셔요.”정은은 봉지에서 물 한 병을 꺼내 재석에게 건네주었다.재석은 봉지 위의 로고를 힐끗 바라보았다. 맞은편 거리의 수입 마트였다. ‘정은이는 그렇게 멀리까지 갈 리가 없을 텐데, 그렇다면...’“심 대표가 산 거야?”“네. 심 대표님 대신 어르신 좀 챙겨드렸거든요. 그 사람은 건너편 마트에 가서 물을 샀고요. 두 어르신은 이 브랜드의 물만 마셔서요.”재석은 손을 내밀어 물을 받았다.정은은 사인회장을 들여다보았다.“어때요? 이미 끝났어요?”재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 줄을 선 사람이 많아서 아마도 조금 더 걸릴 거야.”방금 전의 일이 아직도 눈에 선했기에, 정은은 다시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밀려나고 싶지 않았다.정은은 재석이 들고 있는 책을 바라보았다.“선배님, 들어가서 사인 받을 거예요?”“난 그냥 끝날 때까지 기다릴게.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그래요!” 정은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낮은 소리로 웃었다.“선배님, 왜 웃어요?”“에헴!” 재석은 가볍게 기침을 하더니 갑자기 정색했다. “아무것도 아니야.”‘뭐지, 선배님은 지금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런 증거가 없다니!’사인회는 원래 오후 4시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결국 5시가 되어서야 끝났다.맨 뒤에서 줄을 선 재석과 정은은 책을 펼쳐 이미숙 앞에 놓았다.“사랑하는 엄마, 저에게 사인 좀 해주세요.”“감사합니다, 아주머니.”이미숙은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예쁜 딸이 앞에 서 있었고, 옆에는 재석이 있었다.두 사람 모두 웃으며 눈빛에 기대를 드러냈다.그 순간, 이미숙은 마음이 황홀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서 있으니 정말.
정은은 약간 뻘쭘해졌다. 속마음이 간파당했지만 그렇게 난처한 편은 아니었다.처음 만난 사이이니, 경계를 하는 것도 아주 정상적이었다.‘두 분은 겪으신 일이 나보다 훨씬 많으니 내 마음을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거야.’아니나 다를까, 봉수진은 정은의 손을 두드렸다.“아가씨, 특히 너처럼 예쁜 아가씨는 언제나 경계심을 가져야 해. 미리 위험을 방지해야 자신을 더 잘 보호할 수 있어.”“네.”“제 목소리가 아주 익숙하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L시에서 자랐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야 J시에 왔어요. 그러니 두 분은 아마 저를 보신 적이 없을 거예요.”“하긴.” 봉수진은 웃었다.그러나 왠지 모르게 정은은 봉수진의 미소에서 낙담과 실망을 느낄 수 있었다.이춘재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예전에는 보지 못했지만, 지금 이렇게 만난 것도 다 인연이라 할 수 있지.”정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물을 사러 간 현빈이 돌아왔고, 두 노인에게 한 병씩 건네주었다. 그리고 남은 물을 담은 봉지를 정은에게 건네주었다.“몇 병 더 샀는데 아저씨와 아주머니에게 드려. 오늘 아주머니 사인회이니 아저씨도 같이 오셨겠지?”“네, 맞아요.” 정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받을까 말까 망설였다.“받아.” 현빈은 봉지를 직접 그녀의 손에 넣었다.“고마워요.”“방금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기분이 꽤 좋으신 것 같은데?”들어오기 전에 현빈은 멀리서 이춘재의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는 것을 보았고, 평소에 가장 까다로운 할머니조차도 담담하게 웃고 있었다.이 장면을 본 순간, 현빈은 갑자기 멍해졌다.‘두 분께서 이렇게 웃으시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는데.’작년에 외국에 두 노인을 방문할 때, 봉수진은 마침 입원을 했다. 이춘재는 매일 탄식하며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현빈은 이주 정도 머물렀고, 이춘재가 웃는 것을 본 적이 아예 없었다.이씨 가문의 산업이 모두 국내에 있었기에, 현빈도 두 노인에게 돌아오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막내딸이 실종된 이후로 이씨 가문은 모든 것이 변했다.이것도 바로 이춘재 부부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것과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었다.아직도 행방이 묘연해 생사를 알 수 없는 이모를 떠올리니, 현빈은 저도 모르게 두 노인을 바라보았다.만약 계속 찾을 수 없다면, 아마 죽을 때까지 이 아쉬움을 메우지 못할 것이다.“현빈아, 목이 좀 마르구나.” 노부인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래요. 그럼 저 물 사러 갈게요...” 현빈은 정은을 바라보았다.“많이 바빠?”“괜찮아요. 내가 뭘 하면 되는 거죠?”“난 물 좀 사러 갈 테니까, 나 대신 두 분 좀 챙겨줘.”“내가 사러 갈까?” 어차피 정은도 내려와서 물을 사려 했다.현빈은 고개를 저었다.“우리 할머니는 몸이 좋지 않으셔서 평소에 고정된 브랜드의 물만 마시거든. 이 근처에는 없고, 맞은편 거리에 있는 수입 마트에 가서 사야 해.”“그래요? 그럼 얼른 가서 사요. 난 여기서 두 분과 함께 얘기 나누고 있을 테니 안심해요.”“고마워.”현빈은 몸을 돌려 떠났다.할머니 봉수진은 정은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곁에 앉혔다.“아가씨, 우리 현빈이와 친구라고? 너희들은 어떻게 알게 된 사이지?”“아...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됐어요.”도겸이 바로 그 ‘친구'였다.“그렇구나. 현빈이는 여성 친구가 거의 없는데, 네가 처음은 것 같구나!” 봉수진은 웃음을 지었다.정은은 속으로 생각했다.‘와, 심 대표는 정말 물 마시듯 여자친구를 바꾸었지.’“너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는데, 이곳은 너무 많이 변했어.”이춘재는 갑자기 감탄하기 시작했다.정은은 그의 말투에 묻은 그리움을 알아차리며, 최근 몇 년 J시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이춘재는 정은이 J시에 대해 술술 말하는 것을 듣고, 호기심에 물었다.“넌 이곳의 사람인가?”정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는 L시의 사람이에요. L시 아시죠? 남방의 구릉지대인데,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과 물도 있고...”정은의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이게 뭐야! 너무 쪽팔려!’결국 재석은 정은의 손을 잡고 사람들을 뚫으며 밖으로 비집고 나갔다.이번에는 아무도 정은을 밀지 않았다.“휴...”정은은 한숨을 푹 쉬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고개를 들자 뜻밖에도 남자의 웃음을 머금은 눈과 마주쳤다.“미안해요, 선배. 나도...”재석은 그녀의 볼을 가리켰다.“머리카락이 붙었어.”“네?”정은은 손을 들었지만 그 머리카락이 어딨는지 몰랐다.재석은 그녀를 도와 떼어냈다. 비록 충분히 조심스러웠지만, 손끝은 여전히 여자의 매끄럽고 따뜻한 피부에 닿았다.그는 마음을 다잡으며 말했다. “다 됐어.”정은은 어색하게 그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현장이 너무 붐벼서 머리카락이 다 엉망됐잖아. 게다가 땀까지 흘렸으니 볼에 붙은 거야. 너무 쪽팔려.’방금 재석의 품에 안긴 장면을 떠올리면 정은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호흡이 가빠졌다.‘이곳에 못 있겠어...’“선배님! 목 안 말라요?! 나, 나 물 좀 사러 내려갈게요!”말을 마친 후 얼른 줄행랑을 쳤다.재석은 입을 벌렸다. 그는 목마르지 않다고, 만약 그녀가 마시고 싶다면, 자신이 가서 살 수 있다고 말하려 했다.정은은 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남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고개를 돌리자마자 현빈과 마주칠 줄이야.그는 혼자가 아니었고, 곁에 두 노인이 있었다.할아버지는 백발에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있어 무척 엄숙하고 까다로운 느낌을 주었다.그의 옆에 있는 할머니는 많이 부드러워 보였지만, 얼굴에 근심이 가득 찼고, 눈에 초점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손에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정은의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노부인은 고개를 돌렸지만, 망연히 다시 시선을 옮겼다.현빈은 여기서 정은을 만날 줄 몰랐다.그는 오늘 특별히 일정을 취소한 다음,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모시고 놀러 나왔다.두 노인은 일주일 전에 귀국했는데, 현빈은 미리 사람 시켜 본가를 치우라고 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러나 앞줄은 모두 여자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이가 비슷한 아저씨 아줌마들이었다.“이게 뭐야?”남자친구도 어리둥절해지더니 저도 모르게 말했다.“왜 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야?”이 말에 대중들은 분노를 느꼈다.“아저씨 아줌마가 뭐가 어때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남자친구는 해명하려 했다.“아, 아니요... 이 나이에도 사인회에 나오시는 거예요?”“소설 때문에 왔다! 왜?”“그러게!”남자친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미숙 작가님의 독자들은 연령층이 이렇게 넓었어요?”“흥! 우리는 10년 전에 이미 작가님의 팬이었어. 물론 후에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돈을 버느라 바빠서 인터넷에서 활약하는 일이 거의 없었지. 그래서 너희 젊은이들처럼 투표할 줄도 모르지만, 우리는 모두 돈을 내고 책을 샀단 말이야.”“맞아, 우리는 좀 바빴을 뿐이지, 죽은 게 아니라고!”여자는 앞을 내다보니, 현장의 독자들은 정말 젊은이와 어르신들이 반반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간단히 인사를 마쳤고, 이미숙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우와...”“이 작자님이 이렇게 예쁘신 분이라니!”“세상에! 너무 예쁘셔!”“그렇게 섬뜩한 소설을 쓰신 분이 이렇게 예쁜 미녀라니!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어제 산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허리에 하얀 스카프를 맨 이미숙은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갈 때마다 치맛자락이 가볍게 넘실거리며 우아한 분위기를 선보였다.“안녕하세요, 이미숙입니다. 오늘 여기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정말 너무 기쁩니다.”말하면서 이미숙은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의 고마움을 표시했다.현장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렸다.정은은 군중 속에 서서 무대 위에 선 어머니를 보며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응답 코너가 끝나면 모두가 가장 기대하는 사인 코너였다.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자, 정은은 앞으로 밀려갔다. 그녀는 옆으로 피하려고 몸을 돌렸는데, 누가 뒤에서 밀었는지 정은은 중심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넘
사인회는 마크 서점 3층에서 열렸다.아직 입장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독자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십여 명의 경호원이 공동으로 질서를 유지했다.문과 가까운 곳에는 큰 전시대가 놓여 있었고, 위에는 이미숙의 새 책 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그 외에 또 하나의 큰 등신대가 있었는데, 위에는 책 표지와 중요한 캐릭터의 이미지가 그려 있었다.“와, 사람이 이렇게 많아요?” 한 젊은 여자가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그녀의 남자친구도 뒤에 있었는데 이 상황을 보고 감탄을 했다.“아니... 사인회인데, 왜 팬미팅 현장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지?”젊은 여자는 좋아하는 아이돌을 자주 바꾸었고 좋아하는 연예인이 가득했지만 소설에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그녀는 지난주에 자신의 아버지가 미스터리 소설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 표지는 무척 섬뜩했다.마침 그날 여자의 핸드폰이 고장 나서 수리점에 보냈다. 오후에야 수리를 다 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심심해서 그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멈출 수가 없었다.오후에 핸드폰이 다 수리됐어도 여자는 한 번조차 보지 않았다.밤을 새워 마침내 책을 다 본 후, 여자는 인터넷으로 이 작가의 정보를 미친 듯이 검색하기 시작했는데, 거의 아무도 찾지 못했다.그리고 여자는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이 작가님은 무슨 조선시대 사람이야?! SNS계정이 하나도 없다니!]여자는 이런 신기한 책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너무 궁금했지만, 아무도 찾아내지 못했기에 이를 악물고 이미숙의 다른 두 미스터리 소설을 볼 수밖에 없었다.10년 전의 작품이니, 여자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또 밤을 세워 그 책을 다 읽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짜증나네!”여자는 일주일 동안 이미숙의 모든 소설을 다 읽었다. 개똥보다도 못한 청춘 로맨스 소설 외에 다른 몇 권의 미스터리 소설은 그야말로 훌륭했다.심지어 지금 이 10년 전의 작품을 읽어도 그것이 전혀 시대에
그리고 전에 몇 번 만났을 때도 정은은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렇게 된 이상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것이 더 나았다. 어차피 우연하게 몇 번 만난 것 외에 두 사람은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강서원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 아이는 생긴 것도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본예의도 없군.’두 사람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자, 강서원은 발걸음을 재촉했다.“정은아, 너 어디 갔었어? 빨리 와봐, 난 이미 다 골랐어.”이미숙이 정은을 불렀다.“벌써요? 전 화장실에 다녀왔어요. 엄마가 입어보는 것도 못 봤네요...”“돌아가서 다시 입어볼게.”“네.”“방금 한 여사님을 만났는데, 내가 원피스를 하나 골라줬거든. 그런데 글쎄 자신의 아들이 ‘7일담'을 보고 있다는 거야...”이 시각, 먼 실험실에 있는 재석은 재채기를 여러 번 했다.진욱은 옆에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조 교수, 재채기를 이렇게 많이 하는 거야? 대체 밖에 여자가 얼마나 있길래...”“지금 많이 한가한가 봐??”진욱은 입술을 깨물더니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내일 그냥 혼자 크리스털 호텔의 세미나에 참석해.”‘안 돼!’진욱은 속으로 생각했다.조수진은 몰래 웃었다.“쌤통이다! 그러게 누가 조 교수님을 건드리래!”...정은 일행이 쇼핑을 마칠 때, 시간은 이미 오후 6시가 되었다.그래서 그들은 아예 백화점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결정했다.모녀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 의논할 때, 나석천의 전화가 걸려왔다.[이미 레스토랑을 예약했으니 직접 지하 1층으로 내려오세요.]이미숙이 말했다.“편집장님이 밥을 사시다니? 이건 말이 안 되죠.”[제가 작가님을 J시로 초청했잖아요. 그럼 따지고 보면 제가 작가님의 의식주를 모두 책임져야 하죠. 지금은 그냥 밥을 한끼 사는 것일 뿐, 이건 제가 영광이죠.]나석천의 목소리는 여전히 명랑하고 우렁찼다.이미숙이 L시 사람이라서 입맛이 좀 담백한 것을 고려하여 나석천은 J시와 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