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엄마가 찾아내시면, 나와 아빠는 이를 교훈으로 삼아 돈을 더 은밀한 곳으로 숨겼거든요. 그런데 우리 엄마는 마치 우리 몸에 카메라라도 장착한 것처럼 아무리 찾기 어려운 곳이라도 바로 찾을 수 있었...”말하면서 정은은 재석이 이미 오랫동안 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선배님, 듣고 있어요?”그녀는 고개를 돌리자, 재석의 그윽한 눈빛과 마주쳤다.정은은 멍해졌다.그녀의 머리카락은 이미 어깨까지 자랐는데, 방금 밥을 먹을 때 머리띠가 이미 느슨해졌다. 이때 밤바람이 스치자, 정은의 머리카락은 흩날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그 순간, 뜻밖에도 매혹적이었다.“응, 듣고 있어.” 남자의 목소리는 약간 잠겼다.“아주머니는 아주 똑똑하시고, 더욱 날카로운 눈빛을 가지고 계셔.”정은은 시선을 돌렸다. 목이 좀 말라서 그녀는 침을 삼켰고, 한참 후에야 계속 말했다.“물론이죠, 우리 엄마는 미스터리 소설을 쓰시는 작가잖아요!”미스터리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추리하는 능력이었다.만약 소진헌이 정은에게 예의염치를 알게 하고, 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면, 이미숙은 정은 자신이 가장 되고 싶은 사람으로 성장하게 했다.“그럼 선배님은요? 선배님의 어린 시절은 어땠어요?”“책을 보고, 공부하고, 시험을 봤지.”“그게 다예요?”“다른 것도 있겠지만, 이미 기억이 잘 나지 않네.”오늘의 가로등 불빛이 너무 부드러워서인지, 아니면 정은의 눈빛이 너무 밝아서인지, 재석은 강 건너편의 네온등판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하소연하고 싶어졌다.“다섯 살 때였나, 난 할아버지의 서재에서 물리에 관한 책을 하나 보았어. 이름은 이었고. 그것은 내가 처음으로 물리와 관련된 책을 접했던 거였어. 심지어 난 '물리'라는 두 글자의 개념조차 알지 못했지만 그것이 무척 재밌다는 것을 발견했어.”남자는 담담하게 웃으며 눈빛은 간절하고 뜨거웠다.“‘천지의 아름다움을 판단하려면 만물의 이치를 분석해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 우주의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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