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끄고 가운을 걸친 도겸은, 그 검은 그림자가 문에 닿으려는 순간 재빨리 손잡이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연희는 바로 그에게 들켰다.“누가 들어오라고 했어?!”도겸의 눈빛에서 분노가 솟구치고 있었다.“내가 이 방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했잖아? 귀 먹었어?! 어떻게 감히 이곳에 발을 들여놔?!”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을 느끼자, 연희는 두려움에 손발이 차가워졌다.“저, 해, 해장국을...”“내가 너 무슨 생각하는지 모를 줄 알아?” 남자는 웃으며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 “나랑 몇 번 잤다고 자기가 재벌 집 며느리로 된 것 같지? 너 같은 여자, 난 이미 수도 없이 많이 봤어. 내가 손을 흔들면 개처럼 달려오는 주제에, 뭐가 그리 잘난 거야? 네가 홀딱 벗고 내 앞에 서 있더라도, 난 너에게 시선 하나 주지 않을 거야.”도겸은 냉담하게 연희를 바라보며 눈빛은 경멸로 가득 찼다.“왜 그런지 알아?”연희는 온몸을 떨며 귀를 막더니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듣, 듣기 싫어요, 그만해요, 제발 그만해요...”“못 듣겠어? 그럼 나 건드리지 마. 징그러우니까. 당장 꺼져!”연희는 울며 뛰쳐 나갔다.도겸은 그녀가 들고 온 쟁반을 아예 엎어 버렸다.그날 밤, 연희는 새벽까지 잠을 지새우며 눈물로 베개를 적셨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온통 남자의 매정하고 냉혹한 모습이었다.‘왜? 난 이미 도겸 씨의 아이를 가졌는데, 마땅히 나에게 더 잘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면, 지금 줄곧 소정은을 생각하고 있어서, 그 여자와 다시 화해하려는 건가?’여기까지 생각하자 연희는 가만히 눕지 못하고 침대에서 뛰어내려 왔다. 그리고 화가 나서 침대 서랍을 모조리 걷어찼다.이른 아침, 왕미자는 안방을 치웠는데, 바닥에 국물이 쏟아진 것을 보고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그리고 이때, 옆방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대체 뭐야? 정말 지겨워 죽겠어! 다들 정신이 나갔네! 내 팔자는 팔자도 아니야? 정말 대걸레로 한 대씩 때리고 싶다!’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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