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의 모든 챕터: 챕터 581 - 챕터 590

831 챕터

제581화

애교 많은 여자는 운명도 좋다는데, 윤지은은 자기 어머니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아버지는 항상 어머니한테 고분고분하고 뭐든 들어주고 예뻐해 줬으니까.심지어 이영미가 윤지은을 낳을 때 너무 아파 둘째는 절대 안 낳는다고 쐐기를 박아 두는 바람에, 윤해철은 정말로 아내에게 둘째를 낳지 못하게 했다.부모님이 아무리 닦달을 해대도 윤해철은 계속 마누라 편만 들어 결국 윤씨 가문에 후손이라곤 윤지은 한 명뿐이다.때문에 윤해철은 어릴 때부터 딸을 미래에 자기 회사를 잇는 후계자로 정성껏 키웠다.하지만 윤지은은 재계에 전혀 관심이 없고 의학을 좋아했고, 어머니처럼 고집스럽기까지 해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의대에 합격했다.그때로부터 두 부녀 사이에 모순이 생겼다.다만 윤지은은 그딴 건 상관하지 않고 제 마음 내키는 대로 뭐든 했기에 지금 두 부녀 사이가 매우 긴장하다20분도 채 안 되어 이영미가 용천 호텔에 나타났다.“사모님...”“쉿!”이영미는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호텔 지배인에게 말했다.“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여기 고객과 똑같이 대해. 아가씨는 어디 있지? 방은 몇 호실이야?”이영미는 누가 제 신분을 알아챌까 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그 모습은 귀엽기도 하면서 조금 웃겼다.지배인이 다급히 말했다.“아가씨는 VIP 구역 808호실에 묵고 계십니다.”“그래, 알았어. 다들 일 봐. 별일 없으면 나 방해하지 말고.”이영미는 곧장 VIP 구역으로 향했다.그리고 얼마 뒤 808호실 앞에 도착했다.윤지은은 조심조심 행동하는 어머니를 보자 말문이 막혔다.“엄마, 뭐 해요?”“쉿, 아는 사람 만날까 봐 오는 내내 조심하면서 왔어. 얼른 들어가게 좀 비켜 봐. 아는 사람 만나기라도 하면 안 되잖아. 안 그러면 네 아빠... 아니, 그 남자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 거 아니야.”이영미는 매번 화날 때마다 남편을 낯선 사람처럼 대하며, 윤해철을 그 남자라고 칭한다.그것에 이미 익숙해진 윤지은은 팔짱을 낀 채 ‘또 왜 이러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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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지은아, 네 아빠 혹시 밖에 여자 있는 거 아니겠지?”오는 내내 이영미는 이 생각에 사로잡혀 가슴이 답답했다.그 말을 들은 윤지은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세상 남자가 모두 바람을 피워도 아빠는 절대 그럴 분 아니에요.”딸의 말에 이영미는 아주 만족했다. 그와 동시에 행복감이 밀려왔다.하지만 여전히 참지 못하고 미간을 좁혔다.“그럼 왜 나한테 이렇게 쌀쌀맞게 구는 건데? 스무날이나 전화도 안 하고, 내가 먼저 찾아갔는데 열정적으로 맞아주지도 않고. 남자들이 이러는 건 바람피우거나 바람피우기 직전이거나 둘 중 하나야. 지은아, 엄마가 불안해서 그러는데, 네가 네 아빠 좀 조사해 줄 수 없을까?”윤지은은 어머니한테 물 한 컵을 따라 주며 담담하게 말했다.“아까는 아빠랑 이혼한다면서요? 바로 이혼하면 될 건데 뭔 조사를 해요?”이영미는 순간 난감해졌다.그건 솔직히 그냥 해본 소리지, 절대 이혼할 마음이 없었다.“너도 참, 자식들은 부모 이혼을 뜯어말린다고 하던데, 넌 어쩜 아빠랑 엄마를 이혼하라고 부추기냐?”윤지은은 어머니 옆에 앉으며 솔직하게 말했다.“그건 엄마가 아빠랑 절대 이혼하지 않을 걸 아니까 그렇죠. 항상 이런 방식으로 애교 부려 아빠가 엄마를 찾아오게 하려는 거잖아요. 아빠 마음속에 여전히 엄마가 있고 엄마를 사랑한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안 그래요?”이영미는 이내 씩 웃었다.“역시 우리 딸, 아주 엄마 마음을 꿰뚫어 보는구나. 그런데 네 아빠는 아니잖아. 네 아빠가 내 마음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윤지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빠가 정말 엄마를 모른다고 생각해요?”“무슨 뜻이야? 네 아빠가 내 마음을 알면서 일부러 찾으러 오지 않는다는 거야? 그러면 더 나쁜 거잖아. 흥! 내가 떠나지 않을 걸 알고 일부러 찾으러 오지 않았다니.”“엄마, 엄마는 본인이 너무 아빠한테 달라붙는다는 생각 안 해봤어요?”윤지은은 참지 못하고 독설을 퍼부었다.이영미는 그런 딸의 말을 반박했다.“내가 언제 달라붙었어?”윤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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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윤지은은 더 기가 막혔다.“아빠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면서 왜 쓸데없는 짓을 해요? 지난번에 싸운 것도 정말 이해가 안 가요. 물 온도 45도에 맞춰 달라고 했는데, 55도에 맞춰 줬다고,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너무 억지 아니에요?”이영미는 그게 뭐 어떠냐는 듯 말했다.“맞잖아. 내가 45도짜리 물먹고 싶다면 네 아빠는 항상 1도도 차이 나지 않게 잘 맞춰 줬어. 지난번처럼 그런 적은 없었다고. 내 입천장이 다 데어 까질 뻔했다니까.”아직도 투정 부리는 어머니를 보니 윤지은은 한숨이 났다.“엄마가 너무 귀찮게 해서 아빠도 이제 지친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그런 거라고요.”“그런데 딸, 엄마 그거 사람 귀찮게 하는 게 아니라 애교 부리는 거야. 네 아빠가 어떤 사람인데. 사업에 성공한 중년 남자야. 밖에서 얼마나 많은 대접을 받겠어? 지금껏 네 아빠가 이룬 성과는 네 아빠가 두 손으로 이뤄낸 거야.”“그런 남자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또 알뜰살뜰 보살펴주는 여자가 필요할 것 같아? 아니야. 네 아빠는 독립적인 사람이라 자기를 보살펴주는 것보다 자기가 보살펴줄 수 있는 여자를 더 좋아한다고.”“나를 잘 보살펴주고, 예쁘게 키워놓으면 매번 나를 데리고 술자리나 파티에 참석할 때 사람들의 칭찬을 듣는 게 더 성취감 있을 거라고. 내가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는 것도 네 아빠의 성취감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야. 남자는 애교 많은 여자를 좋아해, 이건 너도 인정해야 한다.”윤지은은 마음이 조금 흔들려 어머니 말이 진짜일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하지만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싸우는 걸 본 적이 확실히 드물긴 하다. 심지어 어머니가 말하는 다툼도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티격태격하며 사랑하는 거로만 보일 정도니까.‘엄마 같은 여자가 정말 남자 마음을 잡는 여자라고?’‘그럼 난 왜 엄마의 이런 성격을 물려받지 못했지?’윤지은은 남자에게 인내심이 거의 없다. 남자한테 애교 부리라는 건 윤지은한테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운 거다.심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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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어머, 지은아, 너 왜 그래? 놀랐잖니!”이영미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그러다 딸의 표정이 심상치 않자 얼른 걱정되는 듯 물었다.“지은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무리 큰 일이라도 자꾸 화내지 마. 얼굴에 주름 생겨. 엄마를 봐, 쉰이 넘었는데도 피부가 탱탱하잖아. 그게 바로 화를 적게 내서야. 아무리 화가 나도 미소를 유지해야 해.”이영미는 확실히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는 여자다. 남편에게 예쁨 받고 집안일에도 신경 쓸 필요 없으니까.게다가 항상 사랑을 받아 쉰이 넘는 나이에도 스무 살 소녀와 같다.게다가 그런 소녀 감성은 이영미의 외모뿐만 아니라 몸매에서도 비롯되었다.그런 앳된 모습은 뼛속에서 풍겨 나오는 것이지 절대 꾸며낸 것이 아니다.아니면 왜 애인을 돌보는 게 꽃 키우는 것과 같다고 하겠는가?정성스러운 보살핌을 받은 여자는 꽃처럼 영원히 아름답게 피어난다.하지만 윤지은은 그 시각 어머니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머릿속에 단지 방금 본 자료뿐이었다.카톡 아이디: 뛰는 말성명: 정수호그 아래에는 정수호에 대한 소개가 한가득했지만 윤지은은 볼 기분이 아니었다.단지 정수호라는 몇 글자가 이미 시선을 사로잡았으니까.윤지은은 주먹을 꽉 쥐었다. 너무 세게 힘준 탓에 뼈마디가 하얗게 질렸다.이 순간 윤지은은 분노가 화산처럼 치밀어 폭발할 것만 같았다.만약 어머니가 여기 계시지 않았다면 아마 당장 달려와 나를 때렸을 거다.하지만 그 시각, 나는 침대에 누워 의기양양해서 문자를 작성했다. 윤지은이 너무 오랫동안 외롭고 쓸쓸해서 나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그렇다면 나도 윤지은과 뭐라도 좀 해볼 장정이다. 말로 희롱도 해 보고.이렇게 하면 윤지은이 나에게 줬던 모욕감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테니까.다만 불쌍한 나는 곧 닥칠 폭풍우를 짐작하지 못했다....“엄마, 나 잠시 나갔다 올게요.”윤지은은 로봇처럼 딱딱하게 말하며 일어섰다.이영미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어디 가?”“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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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그러면서 속으로 약속 장소로 나가야 할지 고민했다.안 나가자니 윤지은 같은 여자를 포기하는 게 너무 아쉬웠고, 나가자니 이 상황을 어떻게 성명해야 할지 막막했다.사실 나는 솔직히 가고 싶다는 쪽에 마음이 더 기울었다.그러니까 남자는 색에 미친 동물이라고 하나 보다.남자는 이런 상황에 정말로 행동력이 있는 동물이다.나는 이렇게 하는 게 위험한 줄 알면서도 끝내 참지 못했다.심지어 마음속으로 핑계도 생각했다.나는 마침 이곳에 여행차 왔다고 하려고 결심했다.이유를 찾은 뒤 나는 잘 위장하고 곧장 윤지은한테 문자를 보냈다.[어디 있어요?]윤지은이 바로 답장했다.[용천 호텔이요. 여기에 개인 마사지룸이 있는데, 오려면 거기로 와요.]‘개인 마사지룸? 아주 재밌겠는데?’나는 내가 정말 좋은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며 바로 윤지은에게 문자를 보냈다.[용청 호텔에 있었어요? 나도 마침 용천 호텔인데, 보아하니 하늘도 우리를 돕고 있나 봐요. 위치 보내줘요. 지금 찾으러 갈게요, 사랑하는 우리 자기.]윤지은의 기분을 맞춰 주려고 나는 아부를 떨어댔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지은은 나에게 위치 정보를 공유했다.나는 다시 내 착장을 검사했다. 이 정도로 꽁꽁 둘러쌌으니 절대 들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 뒤, 나는 곧장 개인 마사지룸으로 향했다.윤지은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나는 주위의 풍경은 감상할 겨를도 없었다.몇 분 뒤, 나는 겨우 개인 마사지룸에 도착했다.마사지룸 문 앞에서 지키고 있던 책임자가 나에게 몇 마디 물어보더니 곧장 안에서 여사님 한 분이 기다린다고 바로 들어가라고 안내했다.‘역시 부잣집 아가씨라 그런지 돈도 많고 씀씀이도 크고 뭐든 잘한다니까.’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이곳은 개인 마사지룸 치고 매우 컸다. 룸 한 칸이 거의 우리 가게 룸 몇 칸을 더한 것과 맞먹었다.게다가 설비도 매우 다양했고,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한 고급 장비들이었다.방 안 조명이 살짝 어둡긴 했지만, 그건 윤지은이 일부러 나를 생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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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그 순간 나는 숨이 멎을 뻔했다.나는 윤지은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고개 들어!”윤지은은 명령조로 말했다.하지만 나는 곧이곧대로 그 말을 들을 수 없었다.차라리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었다.윤지은은 내가 협조하지 않자 두 남자에게 명령했다.“그 자식 고개 들게 해.”두 남자는 강제로 내 머리를 들어 올렸다.그 순간 머리가 누군가 바이스로 내 머리를 집어 올리는 것처럼 아프고 꿈쩍도 할 수 없었다.더 무서운 건, 고개를 드는 바람에 윤지은과 눈이 마주쳤다는 거였다.“안철수, 정수호!”“정말 감쪽같이 속았네.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었다니.”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이대로 인정하면 내가 어떻게 죽는지조차 알 수 없을 테니까.때문에 나는 헤실 웃으며 뻔뻔하게 말했다.“안철수라니, 무슨 말이에요?”“못 알아듣겠어? 그럼 여긴 왜 왔지?”“이런 곳에 처음 오니까 궁금해서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여기까지 들어온 거예요.”나는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며 뻔뻔하게 헛소리를 지껄였다.윤지은은 차갑게 웃으며 나를 쳐다볼 뿐 바로 내 정체를 까발리지 않았다. 오히려 핸드폰을 꺼내 나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내가 폰에 저장해뒀던 얼음 마녀라는 이름이 뜬 순간 나는 머리가 하얘졌다.‘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걸 잊을 수 있지?’‘이제 어떡해?’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죽겠네 정말.’그때 윤지은이 내 핸드폰을 주어 나에게 보여주었다.“증거가 확실한데 아직도 발뺌이야?”나는 그 순간 알았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하지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이 모든 게 내 운명 같았다.“하나만 물어볼게. 카톡으로 추가한 사람이 나라는 걸 언제부터 알았어?”난 윤지은의 눈을 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거짓말도 할 수 없어 솔직히 말했다.“처음 병원에 갔을 때 발견했어요. 그때 지은 씨도 나를 알아챈 줄 알고 일부러 희롱했던 건데 모르더라고요.”윤지은은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지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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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나를 바라보는 윤지은의 이상한 눈빛에 나는 등골이 오싹해 계속 해명했다.“물론, 내 잘못인 건 맞아요. 상대가 지은 씨인 걸 알면서 거짓말로 다른 사람인 척 지은 씨와 데이트를 즐긴 건 내 잘못이에요. 하지만 내가 정수호든 안철수든 우리 다 즐긴 거 아니에요?”“우리 같이 즐긴 걸 봐서 너무 저한테 뭐라 하지 마요, 네?”윤지은은 내 말에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 미소는 너무 무서웠다.이 상황에서 왜 웃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심지어 너무 겁에 질려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이럴 거면 차라리 통쾌하게 욕하기나 하지.’“제발 좀 웃지 마요. 웃으니까 더 무섭거든요.”나는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지 않았다.그러면서 한편으로 성욕에 눈이 멀었던 게 후회됐다.‘이제 어떡해, 다 들켰잖아.’문제는 이런 날이 올 줄 알면서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는 거다.때문에 이런 일을 당해도 싸다.나는 윤지은한테 용서받길 바라는 게 아니다. 다만 너무 잔인한 방법만 아니길 바랄 뿐이지.예를 들면 물고기 밥으로 강에 처넣는다던가, 아니면 토막 낸다던가...“그래. 그쪽 잘못만은 아니지. 뭐든 한 사람 탓으로 돌리는 건 안 좋은 거니까.”윤지은이 갑자기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그 말은 솔직히 조금 의외였다.‘이 여자가 갑자기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꼈나? 이젠 나를 더 이상 적대시하지 않는 건가?’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얼른 미소 지었다.“그렇죠? 나도 사실 이런 일은 직접 말하기 그랬거든요. 모든 게 우연히 벌어진 일이에요.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 바로잡고 싶어도 바로 잡을 수 없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따랐을 뿐이라고요. 우리가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니 서로 정을 봐주자고요.”나는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아무 말이나 지껄였다.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도망칠 기회를 노렸다.윤지은이 이렇게 쉽게 나를 용서할 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물론 지금은 이렇게 나를 이해하는 듯 행동하지만, 언제 또 마음이 바뀔지 모른다.때문에 당장 도망치는 게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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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그제야 윤지은이 무서운 기세를 죽였다.나도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계속 말싸움하다간 내가 언제까지 버틸지 막막했다.윤지은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그게 정말이지?”윤지은이 되물었다.그 순간 나는 마음이 찔렸다.“음.”“음이 뭐지?”“응이요. 그러겠다는 뜻이었어요.”이젠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머리가 내 머리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윤지은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명확한 답을 줘.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 하지 말고.”윤지은이 또 화를 내자 나는 얼른 해명했다.“내 말은 그러니까 내가 지은 씨를 책임져야 한다면 책임지겠다는 뜻이에요.”“정말? 그럼 여자 친구는 어떡하고?”윤지은은 팔짱을 낀 채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그 순간 나는 애교 누나와 형수가 떠올랐다.솔직히 나는 윤지은을 책임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상, 나를 지키려면 어쩔 수 없었다.그렇다고 윤지은한테 책임지기 위해서 애교 누나 혹은 형수를 포기해야 한다면 그건 싫었다.나는 뻔뻔하게 말했다.“여자 친구와는 헤어질 수 없어요. 나한테 너무 좋은 사람이거든요. 지은 씨만 괜찮다면 동시에 사귈게요.”“뭐라고? 지금 양다리 걸치겠다는 거야?”윤지은은 갑자기 화를 내며 당장이라도 나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나는 다급히 해명했다.“아니에요, 양다리 걸치겠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요. 하지만 여자 친구를 포기할 순 없어요. 그러면 내가 너무 쓰레기니까.”“그럼 나한테는 공평하다고 생각해? 여자 친구한테는 이게 공평해?”윤지은이 화를 내며 물었다.나도 순간 머리가 복잡해 짜증을 냈다.“나도 지금 머리가 엄청 복잡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한 대 때려요. 화 풀릴 때까지. 다만 죽이지는 마요.”나는 아예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윤지은의 처분을 기다렸다.도무지 좋은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유일한 방법은 윤지은이 화가 풀릴 때까지 나를 때리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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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나는 순간 또 넋을 잃었다.‘내 두 손을 원한다고?’‘그럼 난 평생 불구자가 되는 거잖아?’“난 두 손으로 밥 벌어 먹고사는 사람이에요. 두 손을 망가뜨리면 앞으로 어떻게 생활하라고요?”윤지은의 표정은 다시금 어두워졌다.“아래가 잘려 나가는 것도 싫고 껍질 벗겨지는 것도 싫고 손 망가뜨리는 것도 싫다고? 나랑 갈 데까지 갔으면서 다 싫다면 왜 차라리 죽지 않아?”곰곰이 생각해 보니 윤지은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하지만 윤지은의 요구에 응할 수는 없었다.“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나는 그저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윤지은이 손에 있는 칼을 내 앞에 있는 테이블에 쾅 하고 내리꽂았다.“잘못했다 한마디로 얼렁뚱땅 넘길 생각이었어? 내가 그렇게 싸구려야?”나는 그 순간 무슨 생각인지 저도 모르게 반박했다.“전에 남자 친구가 양다리 걸친 것도 용서해 줬잖아요.”전 남자 친구를 언급하는 순간 윤지은의 표정은 당장이라도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그제야 나는 또 말실수를 했다는 걸 직감했다.그 쓰레기는 아마 윤지은이 제일 언급하기 싫은 치욕일 거다. 그런데 내가 그 상처에 소금을 뿌렸으니, 이게 죽여 달라는 게 아니면 뭔가?아니나 다를까 윤지은은 테이블에 꽂았던 칼을 뽑아 들고 나에게달려왔다.“사람 살려요. 여기 사람 죽여요. 사람 죽여요...”나는 도망치면서 미친 듯이 소리쳤다.내 뒤에서 칼을 든 윤지은이 미친 듯이 쫓아오고 있었다.그때보다 못한 경호원 두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아가씨, 도움이 필요한가요?”“아니, 내 손으로 잡아서 족칠 거야!”윤지은은 차갑게 툭 내배었다.그렇게 쫓고 쫓기다가 얼마 지나자 윤지은은 점차 체력이 떨어졌다.나도 마찬가지였다.숨이 턱턱 막히고 폐가 터질 것만 같았다.나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지은 씨, 계속 이러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니까, 우리 서로 한발씩 물러나는 건 어때요?”나는 이 문제를 정말로 해결하고 싶었다.하지만 윤지은의 화는 아직 가라앉지 않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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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두 경호원은 문을 지키는 신처럼 떡하니 서서 나를 지켰다. 덩치 큰 두 사람 앞에서 나는 짜리몽땅이나 다름없었다.나는 겁에 질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 시각, 마사지룸에서 나온 윤지은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속으로 나를 적어도 열흘 정도는 가두겠다고 생각했다. 아까 마사지룸에 있을 때 핸드폰이 잠깐 울렸었는데 그냥 무시했던 윤지은은 이제야 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리고 방금 전화한 사람이 자기 친구 임유미라는 걸 알아챘다.윤지은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친구에게 전화했다.“유미야, 무슨 일이야?”“그냥 뭐 좀 묻고 싶어서. 아까 연우랑은 왜 그런 거야? 왜 갑자기 나가버렸어?”임유미는 걱정스레 물었다.백연우를 언급하자 윤지은의 얼굴이 또 어두워졌다.윤지은은 백연우가 얼마나 문란한 사람인지 알고 있다. 그건 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남자들도 내키는 대로 바람피우고 다니는데, 여자라고 그러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하지만 문제는 백연우가 나와 잤고, 나와 윤지은은 또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거다.때문에 윤지은은 마음이 불편했다.윤지은은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차갑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서.”“그럼 왜 기분 안 좋았는지 말해 줘.”임유미는 친구가 진심으로 걱정되었다.사실 네 친구 중에서 임유미는 끈처럼 나머지 친구들을 엮어주는 역할을 한다.때문에 윤지은도 그런 임유미에게는 화를 낼 수 없었다. 그녀는 말투를 점차 누그러뜨렸다.“유미야, 나 괜찮아. 걱정할 거 없어.”“그럼 얼른 돌아와. 걱정돼서 그래. 연우도 너 걱정해.”“난 좀 늦게 돌아갈게. 둘이 먼저 자, 엄마도 여기 와서 엄마한테 가보려고.”임유미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어머님도 여기 오셨어? 그럼 왜 말을 안 했어? 인사 드리러 가야 하는데.”“아니야. 네가 우리 엄마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다 큰 어른이 어린아이처럼 구는 분이니까, 인사하러 오지 않아도 신경 안 써.”“어머님은 신경 안 쓴다고 해도 인사 안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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