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Chapter 831 - Chapter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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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1화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주해진을 바라봤다.“왜 이렇게 쉽게 돈을 주는 거지?”주해진이 오늘 이 사달을 벌이느라 분명 적지 않은 돈을 썼을 텐데, 나한테 2천만 원 가까이 되는 돈까지 배상하니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의심됐다.“이 전에는 이대로 넘어가는 게 도저히 용납이 안 댔는데, 두 사람 실력을 보니 승복했거든. 두 사람 말대로 나도 젊을 때는 이 바닥에서 몇 년을 굴렀는데, 한 번도 두 사람처럼 죽기 살기로 싸우는 사람을 못 봤거든.”사실 주해진은 말을 아꼈다. 그가 가장 두려운 건 우리의 믿기지 않는 전투력이 아니라 궁지에 몰렸으면서 상황을 역전한 거였다. 그거야말로 가장 두려운 거였으니까.주해진은 우리를 맹수라고 느꼈다. 그것도 싸울수록 더 미쳐 날뛰는 맹수. 심지어 궁지로 몰아넣으면 넣을수록 우리는 오히려 피에 굶주린 모습을 드러냈다.주해진은 제 체면을 회복하고 싶어 그동안 승복하지 않은 거였는데, 우리가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라는 걸 알았으니 더 이상 저항할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그는 이미 손을 씻었고, 이제는 그저 장사를 하며 지내기에 어렵게 얻은 걸 망치고 싶지 않았다.나는 여전히 반신반의했지만 민우는 나더러 먼저 돈을 받으라고 계속 눈을 깜박거렸다.나도 민우의 뜻을 알고 있었다. 이걸 나중에 우리의 사업 자금에 보태자는 뜻이었다. 1800만 원이나 되는 돈을 보니 나도 확실히 마음이 동해 결국은 말없이 받았다. 주해진은 김진호와 안명훈더러 우리에게 사과하게 했고, 두 사람은 찍소리 못하고 순순히 사과했다.떠나갈 때 주해진은 제 차를 나에게 주면서 몰고 가라고 했다.그 순간 나는 오히려 경계심이 곤두섰다.“돈도 배상했으면서 차는 왜 주는 거야? 설마 또 해코지하려고?”주해진은 호탕하게 웃었다.“경계심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그냥 친구 삼고 싶어서 주는 거야.”“그런데 난 그쪽이랑 친구하기 싫은데.”나는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주해진은 여전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고.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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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그랬더니 민우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난 싸우는 건 괜찮지만 분석하는 건 됐어. 머리는 네가 나보다 더 잘 돌아가잖아.”나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놓고 보면 나와 민우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사이다. 민우는 싸움 실력이 뛰어나지만 냉정하지 못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고. 나는 싸움 실력이 달리지만 민우보다 머리가 잘 돌아간다.그 때문에 우리는 함께 협조할 때 호흡이 잘 맞는 거다.“주해진이 무슨 꿍꿍이가 있든 절대 방심하면 안 돼. 1800만 원은 이미 우리 손에 넘어왔으니 도로 가져갈 생각 못 하게 해야지.”이 돈은 우리의 사업 자금이기에 나는 절대 주해진이 도로 빼앗아 가게 둘 생각이 없었다.게다가 이 차가 이렇게 됐는데도 주해진한테서 보상금을 받은 뒤로 마음이 덜 아픈 것 같았다. 나중에 페인트칠 조금 하면 사실 별문제 없으니까.전에 내가 그렇게 흥분한 건 사실 너무 가난해서였다.어렵게 돈 벌어 차를 장만했는데, 할부도 채 갚지 못했는데 엉망이 되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플 거다.역시 사람은 돈에 목숨을 건다는 선조들의 말이 맞나 보다.나는 민우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서 사모님 댁에 갔다.사모님은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물었지만, 나는 두 분을 걱정하게 하지 않으려고 주해진이 찾아온 일은 말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 때문에 지체되었다고만 했다.그러자 사모님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수호 씨, 호섭 씨가 약욕해야 하는데 좀 도와줘요.”“네.”나는 두말없이 사모님을 도왔다.사모님 집 욕실에는 커다란 욕조가 있었는데 마침 약욕을 하기 알맞춤했다.나와 사모님은 헐떡대며 한참을 바삐 돌아친 끝에 겨우 목욕물을 준비했다.뜨거운 물이 증발하면서 욕실 안에 열기가 오른 데다 힘을 썼더니, 나는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러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봤더니 얇은 실크 슬립을 입고 있던 사모님 역시 옷이 수증기에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얇은 옷감에 속이 보일락말락 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매번 느끼는 거지만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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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나는 애교 누나에 대한 생각을 오래 하지 않았다. 지금은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양동준은 나에게 열흘이라는 기한을 줬고, 민우와 함께 따로 나가서 사업해 보려던 계획도 계속 진행해야 하고, 또 사장님 치료도 신경 써야 했다이 중에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었다.특히 열흘 기한 중에 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나한테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었다.내가 한창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욕실 쪽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미야, 이러지 마. 수호 씨 아직 집에 있어...”그건 분명 사장님 목소리였다. 사장님은 내가 듣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목소리를 내리 깔았다.곧이어 사모님 목소리도 들렸다.“수호 씨는 지금 방에 있어 못 들을 거야. 호섭 씨, 우리 한동안 안 했었잖아. 내가 뭐 다른 거 하자는 게 아니잖아. 그냥 같이 목욕하자.”사모님 목소리는 약간 안달 나 있었다.순간 내 머릿속에 욕실 속 장면이 그려졌다.풍만한 몸매가 얇은 천에 가려졌지만 사모님의 고혹적인 느낌은 가리지 못했다.그 모습을 상상하니 아랫배가 갑자기 뜨거워졌다.그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안돼. 수호 씨가 들어오면 얼마나 어색해.”“문 잠그면 되지. 호섭 씨, 나 거절하지 마. 나도 정상적인 여자야. 나도 욕구가 있다고. 내가 다른 거 바라는 거 아니잖아. 그냥 나 좀 만져주고 안아주고 키스해 주면 돼.”사모님의 말에 나는 피가 들끓었다.마음 같아서는 내가 나서서 사모님의 욕구를 채워주고 싶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유미야, 그만 벗어. 계속 이러면 나도 못 참아...”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듯 말했다.“못 참겠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잖아... 호섭 씨, 나 하고 싶어...”나는 사모님이 이렇게 적나라한 말을 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아래는 이미 부풀어 올랐다.욕실 안에서는 어느새 말소리가 끊기더니 희미하게 가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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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나는 영상 하나를 찾아 빨리 내 안의 욕구를 풀 생각이었다.하지만 내가 한창 욕구 해소에 정신이 팔렸을 때, 갑자기 밖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에 하마터면 간 떨어질 뻔했다.나는 얼른 영상을 끄고 바지를 올리고는 전전긍긍하며 물었다.“누구세요?”“수호 씨, 나예요.”사모님이었다.‘사장님이랑 끝났나?’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문을 열었다.하지만 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모습인 데다 기분이 가라앉은 듯했다.“왜 그러세요?”나는 걱정스러워 물었다.‘사모님이 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셨지? 표정은 왜 이렇고?’“약욕 시간 다 됐어요. 나랑 같이 호섭 씨 침대에 좀 옮겨요.”사모님은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섰다.사모님은 아무리 봐도 무슨 일이 있는 듯했는데, 먼저 말하지 않으니 나도 물어볼 수 없었다.나는 헐렁한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하면 부풀어 올라 민망한 내 그곳을 가릴 수 있었으니까.나와 사모님이 욕실로 들어가자 사장님은 난감한 표정으로 사모님을 바라봤다.“유미야, 나...”사장님은 뭔가 말하고 싶은 듯했으나 사모님이 말을 잘랐다.“다 알아. 그러니까 말하지 마. 우선 몸조리부터 잘해.”사장님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두 분 왜 이러지? 설마 사장님이 아까 실패해서 미안해하는 건가?’가끔 어떤 일은 사실을 간파하고 있어도 말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다.나는 사모님을 도와 사장님을 방에 옮겼다. 사장님은 침대에 누운 채 시선을 사모님한테서 떼지 못했다.“수호 씨, 오늘 고마웠어. 오늘 더 이상 아무 일 없으니까 가서 쉬어.”“네.”나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객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방금 전 일을 생각했다.사모님은 만족하지 못한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실망한 표정을 할 리 없다. 사장님은 지금 몸 건강이 안 좋아 사모님을 만족하게 하는 게 어려울 거다.‘하, 사장님이 얼른 나아서 두 분 백년해로해야 할 텐데.’사모님이 예쁘고 몸매도 좋은 데다 농염하고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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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윤미화가 소리 지르려 할 때 나는 재빠르게 그녀의 입을 막았다.“윤 사장님이 제 방에 들어온 거예요. 게다가 분명 먼저 저를 키스했잖아요. 전 꿈이라고 착각했어요. 이건 제 탓 아니라고요. 소리도 치지 마요. 한밤중에 소리 지르면 사모님이 올 텐데, 이 상황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나는 한꺼번에 말을 내뱉었다.‘젠장, 누가 잘 자고 있는데 이 여자가 갑자기 내 이불 속으로 들어올 줄 알았겠냐고?’게다가 나는 진짜 꿈에서 애교 누나를 만난 줄 알았다. 사귀는 사이에 이런 짓을 하는 건 정상 아닌가? 그런데 상대가 윤미화일 줄이야. 진짜 귀신 곡할 노릇이다.윤미화는 얼른 옷을 정리하고는 씩씩거리며 내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나는 상대가 더 이상 소리 지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서고 나서야 손을 풀었다.그랬더니 윤미화가 나를 째려봤다.“아주 땡잡았겠네? 오늘 일 절대 입 밖에 내지 마.”“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걸 왜 말하겠어요? 그리고 왜 갑자기 제 방에 들어와서 이불 속으로 팍 들었는데요? 그것도 모자라 키스까지. 혹시 예전부터 저랑 자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윤미화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내 남편이 수호 씨보다 훨씬 잘생기고 돈도 많은데, 내가 왜 수호 씨를 좋아하겠어? 잠결에 내 집인 줄 알아서 그랬지. 게다가 수호 씨가 내 남편인 줄 알기도 했고...”그렇다면 참 난감해진다나는 상대가 애교 누나인 줄 알고, 상대는 내가 제 남편인 줄 알았다니.그래도 끝까지 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머릿속에는 불을 켰을 때 봤던 윤미화의 나른하고 매혹적인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특히 밖에 훤히 드러난 가슴이 유독 매력적이었다.아마도 내가 자기 전에 너무 참아서 그런지 이 순간 윤미화의 이런 모습을 보니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심지어 아무 생각도 없이 이대로 윤미화를 덮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었다.윤미화는 저를 빤히 쳐다보는 내 눈빛에 너무 당황해했다. 그동안 남편 외의 다른 이성과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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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너무 평화로운 결혼 생활은 잔잔한 물결처럼 기복도 격정도 없다. 윤미화의 결혼 생활이 지금 그러하다.이젠 중년에 접어든 터라 한 달에 한 번 부부 관계를 맺는 것만 해도 괜찮은 축에 속한다.하지만 윤미화의 남편은 매번 할 때마다 숙제를 완성하기라도 하는 듯 기계처럼 임무를 수행하느라, 애무도 하지 않고 그녀를 기쁘게 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만족스러운지 물어보지도 않는다.윤미화는 솔직히 그동안 마음이 허전했다. 때문에 마사지 받으러 와서 자꾸만 나를 희롱했던 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남편을 배신하는 일을 저지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하지만 방금 나와 뒹군 그 짧은 시간 동안, 윤미화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것처럼 자꾸만 정신이 멍하고 어쩔 줄 몰랐다. 게다가 그녀의 몸은 마치 열쇠라도 열린 듯 민감해지고 통제 불능이 되었다.결국 윤미화는 참지 못하고 제 옷 속으로 손을 넣더니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곧이어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하지만 나는 당연히 그 일을 알 리 없었다.방금 겪은 일에 나는 자극을 받지도 흥분하지도 않고 오히려 불안하고 조마조마했다.윤미화는 내 사장님인데, 내가 사장님을 그랬다니...나는 내 머리를 세게 쥐어박았다.“앞으로 욕구가 생기면 제때제때 풀어야겠어. 절대 이런 망나니 같은 짓을 하면 안 돼.”다행히 중요한 순간에 고삐를 쥐어 잡았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진짜 난처해 죽었을 거다.나는 일부러 문에 바싹 기대 밖을 훔쳐봤다. 그러고는 안방 쪽 문이 굳게 잠겨 있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사장님과 사모님이 엿듣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지 않으면 진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나는 화장실에서 찬물 샤워를 해 강제로 몸을 식힌 뒤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다음 날 아침.윤미화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먼저 나한테 인사했다.“수호 씨, 좋은 아침.”나는 속으로 태연하게 행동하는 윤미화를 존경스러워하며 맞장구쳤다.“좋은 아침이에요. 언제 왔어요?”윤미화는 예쁜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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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윤미화는 예리하게 이상함을 알아차렸다.“난 그냥 농담한 건데,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개져? 설마 내 말이 맞아? 설마 정말 둘이 그랬어?”윤미화는 솔직히 너무 부러웠다. 그녀의 제부는 유려하고 우아하지만, 전혀 무뚝뚝하지 않다. 이건 동생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여자는 정신과 마음이 모두 사랑을 받을 때만 얼굴에 붉은빛이 감돈다. 때문에 윤미화는 자기 동생 역시 그렇다는 확신이 들었다.그에 반해 윤미화는 너무 슬펐다. 똑같이 유려하고 우아한 남편을 뒀으나, 윤미화의 남편은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데다, 매번 정사를 치를 때마다 아무 느낌도 없다.윤미화는 예쁜 데다 몸매도 좋고, 꽃에 비유하자면 활짝 핀 장미 같은 분위기를 띠었다. 그런데 아무리 예쁜 장미꽃이라도 충분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시들어 죽기 마련이다. 윤미화는 본이니 지금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나 속은 텅 비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됐어. 그런 얘기는 그만해. 집에 우리만 있는 거 아니잖아.”사모님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나를 자꾸만 흘깃거렸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저들의 대화를 내가 들었다는 걸 알아차리고 더 부끄러워했다.나는 너무 어색해 머리를 긁적이며 얼른 뒤돌아섰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서로 너무 어색할 테니까.하지만 호기심이 발동한 윤미화는 제 동생의 팔짱을 끼고 계속 물었다.“대체 한 거야 안 한 거야? 말해 봐.”“안 했어. 저 사람 몸이 저런데 어떻게 해? 머리로 생각 좀 해 봐.”“안 했는데 얼굴은 왜 붉혀? 혹시 부끄러워 말 못 하는 거 아니야? 아니면 네가 먼저 하자고 해서 내가 알기를 원하지 않는 거야?”그 순간 임유미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자기 언니가 이런 것마저 눈치챌 정도로 똑똑할 줄은 몰랐다.“아니야. 헛소리하지 말고 얼른 아침이나 사와.”“오호. 유미, 네가 이런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윤미화는 더 이상 묻지 않아도 이미 동생의 반응에서 답을 얻었다. 이윽고 신이 나서 집을 나섰다. 그러면서 속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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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아니에요.”하늘에 맹세코 나는 절대 사모님을 노린 게 아니다. 그저 대략적인 사이즈를 가늠하려는 거였다.하지만 사내인 내가 사모님 몸을 훑는 게 확실히 부적절하다는 걸 알았기에, 나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오늘 사장님이 드실 약은 냉장고에 넣어 뒀어요. 그럼 일 보세요, 전 이만 가볼게요.”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도망치듯 집을 나갔다.사모님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나도 따라서 쑥스러워졌으니.나는 곧장 화인당으로 가는 대신 우선 자동차 판매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내 차를 수리 맡긴 뒤에야 택시를 타 화인당으로 향했다.내가 가게에 도착했을 때 이미 10시가 넘었다. 나는 더 이상 마사지할 필요가 없기에 일찍 오든 늦게 오든 별로 상관은 없었다.오늘은 모태진도 왔다. 다만 얼굴에는 여자의 손톱자국을 달고서.‘아내한테 할퀴었나?’보아하니 한은솔과의 일을 아내한테 솔직히 털어놓은 게 틀림없었다.어떤 여자도 자기 남편이 다른 여자와 그런 짓을 한 걸 용납할 수는 없다. 비록 그게 강제로 한 것일지라도.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모태진 눈 밑에 진한 다크서클이 생겼다.“수호 씨, 민우 씨한테서 들었는데 김진호 일당이 어제 또 시비 걸어왔다면서요?”어제 싸워서 이긴 것 때문에 어깨뽕이 올라간 민우는 오늘 출근하자마자 동료들한테 허풍을 떨어댔다. 우리 둘이 4, 50 명을 이겼다고. 그 말에 동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했다.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모태진은 이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이번 일은 내 책임이 커요.”나는 얼른 모태진을 째려봤다.“이게 왜 선배 책임이에요?”“내가 한은솔과 엮이지 않았다면 안명훈도 우리를 찾아오지 않았을 거고 나중의 일이 없었을 거잖아요.”“누구 좋으라고 책임을 혼자 떠안아요? 선배가 한은솔과 그런 일이 없었어도 김진호는 우리를 찾아와 시비를 걸 거예요.”나는 모태진을 질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그때 모태진이 칼을 들고 안명훈한테 달려들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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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잘 생각해 봐요.”나는 더 이상 말을 아꼈다. 여기서 더 말하면 진짜 쓸데없는 참견하는 거니까.모태진도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수호 씨 말은 잘 생각해 볼게요.”나는 모태진의 어깨를 툭툭 치고 일 보러 갔다.얼마 뒤, 화인당 매니저 오교준이 나를 찾아왔다.“수호 씨, 우리 가게 약재가 모자라서 얼른 재고 보충해야 해요.”이 일은 사장님이 진작 나한테 일러둔 적이 있다. 그러면서 나에게 상세한 과정과 공급업체 연락처를 주었다.그런 걸 보면 사장님은 정말 가게 전체를 나한테 맡긴 셈이다.한의관 잘 돌아가는지는 물론 운영을 잘하는 것과 상관있지만 그보다도 한약재의 품질이 더 중요하다.화인당은 줄곧 자신만의 루트가 따로 있는데, 화인당에 약재를 공급하는 건 G시에 있는 한 약재상이다.그 사장님 이름은 서윤기인데 정 사장님과 10년 넘게 거래해 왔다.정 사장님은 서윤기 사장의 연락처를 나한테 주며 나더러 직접 연락해 보라고 했다.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장님 사무실에 가 서윤기한테 전화했다.화인당 직원들이 모두 한마음 한뜻이라지만 그래도 사람은 늘 경계해야 한다. 얼마 뒤, 서윤기가 전화를 받았다.“정 사장한테서 들었어요. 늘 만나던 곳에서 만나서 얘기하죠.”“만나던 곳이 어디죠? 그건 사장님이 말씀 안 해 주셨거든요.”사장님이 나한테 말해주지 않는 게 아니라, 사실은 서윤기가 매번 약속 장소를 다른 곳으로 잡았다. 게다가 항상 두 사람이 직접 연락했었고.서윤기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순덕 찻집이라고 알아요?”“네.”“오후 두 시. 순덕 찻집에서 만나요.”서윤기는 말이 많지 않았다. 그저 약속 장소를 정하고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나는 그냥 약재 공급업체일 뿐인데 비밀스럽게 구는 상대가 의아했다.강북에 한약당이 그렇게나 많은데, 대부분은 공급업체에서 물건을 직접 배달하곤 한다.하지만 나는 정 사장님이 매번 이렇게 거래하는 게 그분만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점심 식사를 마친 뒤, 나는 가게 일을 배정하고 혼자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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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그 말에 나는 더 멍해졌다.나는 정 대표님을 대신해 G시 약재상을 만나러 온 거다. 게다가 서윤기 말로는 이곳에 올 사람은 우리 둘뿐이라고 했다.서윤기는 G시 약재상이 맞고, 나도 정 대표님을 대신해 나온 게 맞는데 왜 상대가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아니면 이 속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순간 일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해진 느낌이었다.내가 한창 고민하고 있을 때 진용진이 또 입을 열었다.“당신이 그 대표 맞지? 그쪽일 줄 몰랐네. 오늘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이 모두 돈 벌기 위해서니 예전 일은 없던 셈 치고 나랑 협업하는 거 어때?”“어떻게 협업할 건데?”“간단해. 강북 약재 시장을 나한테 조금 넘겨줘. 내가 더 싼 약재를 공급할 게. 그러면 그 마진이 남을 거 아니야.”진용진은 자기 목적을 말했다.그걸 듣자마자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러니까 진용진은 나더러 품질이 떨어지는 약재로 대충 수량만 채우라는 뜻이었다.나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감정을 추슬렀다. 물론 이 일이 어떻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누군가 약재 시장을 노려 검은 돈을 벌려 한다는 건 알 수 있었다.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진용진을 바라봤다.“꿈 깨. 난 당신과 손 안 잡아.”진용진은 조급해하지도 않고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그렇게 쉽게 거절하지 말고. 내가 계산해줄 테니 잘 들어 봐.”진용진은 말하면서 펜과 공책을 꺼냈지만 나한테 제지당했다.“내가 말했지. 당신과 협업할 일은 없으니까 꺼지라고!”내가 싸늘한 태도로 거절하자 진용진도 이내 표정이 싹 바뀌었다.“돈 거저 준다는데 어디서 호의를 무시해?”“이거 불법이야. 한마디만 더 하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나는 상대의 협박에 넘어가지 않고 여전히 쌀쌀맞게 말했다.진용진은 그런 나를 한참 노려보다가 결국 헛웃음을 치더니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 떠나갔다.하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복잡하기만 했다.여기 오기 전에 사장님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이게 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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