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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91 - 챕터 1100

1149 챕터

제1091화

여인들은 하나 같이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방금 말하던 여인은 연분홍 비단 테두리가 둘린 중의와 청록색 백접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사랑스러우면서도 귀티가 흘렀다. 그리고 목에는 영락을 걸고 허리에는 파란색 향낭이 달려 있었는데 향낭네는 ‘제’자가 수놓아져 있어 한눈에 그녀의 신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게다가 옆에 있던 여인들도 보통 가문 여식들이 아니었다. 그녀들은 웃었지만 송석석은 오히려 온화하게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한창 웃고 떠들기 좋아하는 나이인 것 같구나. 그렇다면 여기서 한 시진 동안 실컷 웃거라. 한 시간이 지나야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말을 마친 그녀가 손뼉을 치자 모퉁이에서 홍시의 자매인 만소가 걸어 나왔다. 그녀는 공손히 손을 모으며 "왕비님"이라고 하며 인사를 건넸다. 홍시, 청미, 비윤, 만소는 평사저가 진성에 두고 간 사람들인데 홍시는 주로 조사를 맡고 만소는 그녀 옆을 따랐는데 굳이 그녀가 필요한 상황은 많이 없었다. 심지어 오늘이 처음이다. 비록 안여옥에게 직접 처리하라고 했지만 그녀를 건드렸으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송석석이 담담하게 말했다. “만소야. 한 시진 동안 웃고 있는지 잘 지켜보거라. 만약 한 시진을 채우지 못한다면 아군 여학에서 당장 내쫓거라.” 그러자 제자예는 싸늘한 얼굴로 송석석을 가로막았다. “우린 정식으로 명첩을 가지고 입학했는데 지금 내쫓겠다고 하신 겁니까?”"아군 여학의 규율을 지키지 않고 감히 훈장을 조롱하고 도발한 것은 퇴학당해도 억울하지 않을 일이다." 말을 마친 송석석은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그러자 제자예가 억울한 표정으로 솔리 질렀다. “저희가 언제 조롱했습니까? 뭐가 찔리셔서 그러시는 겁니까?!” 송석석은 고개를 돌려 살짝 미소를 지었다. “찔리는 건 없다만 넌 곧 웃음거리가 될 것이야. 여학에서 쫓겨난다면 최소 한 달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테야.””제 조부는 제제사이시고, 제 언니는 황후마마이십니다. 부친은 예부상서로 상국 관료의 승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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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2화

제자예는 얼굴이 얼어붙은 채 마지못해 한 시진 동안 웃었다. 그 후 그녀는 바로 정국태부인에게 고하러 갔다. 국태부인은 인자하고 자상한 사람이다. 처음에 그녀는 예의, 다과, 장부 관리, 사람 부리는 법과 하인을 다스리는 법 등만 가르쳤는데, 이는 이들 학도들의 출신 배경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고귀한 집안에 시집가든 낮은 집안으로 시집가든 가정을 맡아야 할 일이 많을 테니 말이다.예의는 대부분 이미 배웠지만 그래도 가볍게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이것은 그녀가 학생들에게 나중에 손님을 대하거나 타인을 응대할 때 실례가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장부를 읽고 사람을 관리하는 것은 여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본질적인 지식이다.전통상 여성은 집안일을 맡아야 하기에 기본적인 능력을 익혀야만 다른 것을 배울 수 있었다.그녀의 교육 방식은 현실적이었다.여인은 사내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겨우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기에 동등한 대화를 나눌 자격조차 없었다.국태부인의 교육은 제자예가 자신과 같은 귀족 출신은 당연히 지위가 다르고 시녀는 누구의 하인이라도 하인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그녀는 국태부인이 그녀의 편들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그러나 국태부인은 천천히 온화한 미소를 거두며 말했다.“그렇다면 훈장의 처벌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냐?”제자예는 깜짝 놀랐다. 국태부인이 자신들의 편들지 않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말했다.“국태부인, 설령 훈장이라 할지라도 제멋대로 학생을 모욕해서는 안 됩니다.”국태부인은 표정이 싸늘해졌다.“모욕? 내가 보기에는 훈육이었다. 학도라면 당연히 선생의 말을 들어야지. 왕비는 아군여학의 훈장이다. 나 역시 그녀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 그녀를 비웃었다지? 이는 선생에 대한 불경이다. 불경이 어떤 죄목인지 너희 조부께 여쭤보거라. 훈장이 오늘 너희들에게 내린 처벌은 가벼운 편이다. 만약 나였다면 오늘 당장 너희들을 떠나게 했을 것이다.”국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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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3화

진성을 떠나기 전, 연왕은 궁에 들어와 영비와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러자 영비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너에게 효심이 있다면 폐하께 청을 드려 나도 연주로 데려가거라. 모자가 떨어져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이 상황을 나는 피하고 싶다.” 연왕은 땅에 무릎을 꿇고 목이 메어 말했다.“아들 역시 모비를 떠나기 싫으나 연주는 아무래도 궁처럼 편하지 않습니다. 먼 길을 가시다 병환이라도 나시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영비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예전에는 네 여동생이 날 돌봐주었지만 지금은 그 아이가 종인부에 들어갔다. 헌데 너마저 떠난다면 난 여기서 뭘 기대하겠느냐? 난 병이 다 나았으니 먼 길을 떠나는 건 문제가 없다. 제가 청을 드리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주청을 드릴 것이다. 폐하께서는 자애로우니 반드시 허락하실 거라 믿는다.” "모비, 저희 모자는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영비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오랜 병환으로 그녀의 손은 마른 나뭇가지처럼 여위었지만 힘은 아주 강했다."아들아, 지금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들이 편안히 살고 있다. 남강도 수복되었고 성릉관 전쟁도 끝났다. 앞으로 잘만 다스리면 우리 상국은 네 아버지께서 바라시던 태평성대가 될 것이다. 모두가 부유하고 평화로운 시대 말이다.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모비는 평생을 이 깊은 궁궐에서 보냈기에 세상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백성들이 평안한 날을 바란다는 건 알고 있다."연왕은 표정이 잠시 굳어졌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모비, 모비께서는 평생을 궁궐에서 보내셨기에 어쩌면 들으신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경성이 부유한 건 사실이나 아직도 많은 백성이 물과 불 속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따뜻한 옷도 입지 못한 채 아들딸을 팔며 아내를 전당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부과와 부역이 그들을 숨도 쉴 수 없게 짓누르고 있습니다."영비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연왕이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게다가 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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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4화

연왕은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지만 동시에 짜증도 났다."어찌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아들이 모비 곁에 있을 수 없으니 태후가 모비를 잘 돌봐주길 바라는 겁니다. 그래야 아들이 날마다 걱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됐으니 그만하고 이제 가거라. 꼭 몸조심하고."영비는 손을 저었다. 자신이 낳고 기른 자식인데 어찌 그의 성정을 모를까? 그의 표정이 무슨 의미인지 모를 리 없었다."아들이 불효자식입니다. 지금이 칠월의 찌는 더위가 아니었다면 모비를 봉지로 모시고 갈 수 있었을 텐데, 모비를 모셔간다면 폐하께서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설령 아들이 결백하다 한들 폐하의 의심 많은 성정을 생각하면 아들은 틀림없이 몇 가지 죄목을 뒤집어쓸 겁니다."영비는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알겠으니 이만 가거라."연왕은 큰절을 올린 뒤 시민주와 측비 김씨 그리고 네 자녀를 불러 영비에게 작별 인사를 올렸다.영비는 며느리들과 손주들을 보았음에도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모두 물러난 뒤 영비가 몇 차례나 기침을 하자, 곁에 있던 고 공공이 영비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건넸다."더운 날씨에 길을 떠나는 것도 불편하니 왕야께서도 마마님을 위해 생각하신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을 편히 하십시오."영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너도 저 아이를 어려서부터 봤으니 잘 알지 않느냐? 정말 효성이 있다면 왜 삼사월에 떠나지 않고 굳이 이 찌는 더위에 떠나겠느냐. 그 번지르르한 말들은 그냥 흘려들으면 된다. 어릴 적부터 그래왔지. 좋은 일은 하지 않으면서도 천 가지, 만 가지 핑계를 만들어 자신을 변명하니 다들 그를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게 만든다. 연왕은 명성을 아끼는 사람이다. 작은 흠집도 용납하지 못하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성정으로 그런 계략을 꾸미니,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 내가 비록 여인이지만 큰일을 이루려면 소소한 것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안다. 천하를 훔칠 생각을 하면서도 명성을 얻고자 한다면 결국 둘 다 잃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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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5화

연왕은 이별을 고하기 위해 온 가족을 데리고 태후에게 문안을 올리러 갔고 숙청제 역시 자리에 있었다.숙부와 조카는 각자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 달랐지만 태후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그저 집안일과 예전 이야기를 나눴다.태후는 깊은 감회에 젖은 듯 선제가 살아 있을 때 항상 연왕과 그들 형제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했다고 했다.“언제는 형제 몇이 선제를 따라 사냥에 나섰는데 연왕은 어리기도 하고 기운이 넘쳐 본인만큼 큰 말을 타겠다고 고집을 부렸지요. 그런데 그 말이 갑자기 날뛰는 바람에 연왕은 땅에 내던질 뻔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선제가 재빨리 말을 타고 연왕에게 달려가더니 채찍으로 연왕을 감았으나 두 사람 모두 결국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어요. 다행히도 선제 덕분에 큰 부상은 면했지만 선제 본인은 등이 바위에 긁혀 피를 철철 흘리는 큰 상처를 입으셨습니다. 선제는 형제들 중에서도 연왕을 가장 아낀다고 하셨어요. 총명하고 착하며 효심도 깊어서 좋은 것이 있으면 항상 연왕의 몫도 챙겼지요. 당시 분봉할 때도 연왕이 부귀하고 평온하게 살았으면 해서 연주를 준 겁니다.” 태후는 이런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선제의 그 깊은 마음만은 꼭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형제의 정을 마음에 새길지는 결국 연왕 본인에게 달린 일이었다.연왕은 선제를 추억하는 듯 눈물을 흘리며 감성에 빠졌지만 숙청제는 마치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인 듯 태후의 이야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사여령에게 물었다.“짐이 그대가 학문이 깊고 식견이 뛰어나다는 것을 들었다. 혹시 조정에 나아가 관직에 나설 뜻이 있는가?”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사여령은 잠시 멈칫했지만 연왕이 재빨리 말했다. “여령아, 어서 폐하께 감사드려라!” 그러자 사여령이 즉시 무릎을 꿇고 공손히 감사 인사를 올렸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동생이 도움이 될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만 내려주십시오. 다만 조정에 나가 관직을 맡는 일은 신제가 재주와 학식이 부족하여 감당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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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6화

진성을 떠나기 전 시민주는 다시 왕부에 찾아와 시만자에게 시철진에게 보낼 서신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송석석의 경고를 받은 이후 시만자는 시민주와 더는 할 말이 없다며 서신도 주지 않고 그녀를 바로 내보냈다. 심 씨는 또다시 무시당했지만 이번에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눈물에 젖은 얼굴로 말했다.“만자야. 네가 날 업신여기는 건 안다만 난 진심으로 널 동생으로 생각한다. 진성에서 살면서 마련한 물건이 많은데 이제는 필요 없게 되었다. 만약 소진 소주방에 쓸모가 있다면 전부 보내줄 것이다.” 시만자는 팔짱을 낀 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갑자기 호의적이라고?” 시민주는 마음이 점점 답답해졌다. “나도 여인인데 어찌 여인을 돕고 싶은 마음이 없겠느냐? 게다가 우리도 쓸모없는 물건들이야. 곡식이며 옷감, 바느실, 꽃 같은 것들인데 연주까지 가져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 정 믿지 못하겠으면 직접 사람을 보내 확인하거라.” 시만자는 화를 내는 그녀의 모습에 오히려 진심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그저 사람의 마음을 사는 행동일 거라 생각했다. 다만 그 물건들이 공방에 유용할 것은 확실했다. 특히 연왕부의 꽃들은 품종이 다양하고 아름다워 마침 란이 군주에게 맡기기에 딱이었다.모종윤과 사금도 이런 꽃을 보면 기분이 한결 나아질 것이다. “석석이가 돌아오면 같이 가겠다.” 송석석은 이틀에 한 번씩 저녁이면 공방에 들리곤 했기에 시만자가 신중히 말했다. 그러자 시민주가 말했다. “그럼 언제 오는지 물어보거라. 한 시진 내로 진성을 떠나야 해서 오래 기다릴 수는 없다. 아니면 내가 열쇠를 줄 테니 직접 사람을 보내 옮기거라.” 하지만 시만자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건 싫다. 그러다 나중에 뭘 잃어버렸다고 하면 나더러 어떡하라고?” 시간을 확인하니 아직 정오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송석석이 돌아오려면 유시쯤은 되어야 했다. 요즘 순방영은 재정비로 새로운 평가를 시작하느라 그녀도 상당히 바빴다.시만자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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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7화

물건은 무려 다섯 대의 마차로 실어 갈 정도로 많았다. 화초는 손수레로 옮겼는데 왕부의 하인이 총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떠날 때 연왕도 나와 시만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연왕은 사내다운 매력을 풍기며 세상 모든 것을 아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 물건들이 공방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왕부에 아직 여러 색상의 실이 많은데 고급 자수를 만드는 데 적합할 것 같구나. 괜찮다면 안으로 들어와 한번 구경하거라.” 시만자는 바로 경계하며 말했다. “들어갈 것 없이 전부 밖에 내놓아 주십시오.” 그러자 연왕도 억지로 권하지 않고 하인에게 명령했다.“실타래도 전부 실어라. 마차가 모자라면 사람을 보내 더 빌려오도록 하라.” 말을 마친 연왕은 연한 분홍빛 중의에 옅은 초록빛 백 첩 치마를 입어 상큼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를 부드럽게 쳐다봤다. “만자의 목이 마르겠구나. 다과와 차를 가져오게 하겠다.” 다정한 연왕의 호칭에 시만자는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았지만 애써 참았다. “목이 마르지도, 배가 고프지도 않습니다.” 시만자는 정중히 거절하며 공손하게 말을 이었다. “그저 호의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연왕은 그녀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 말했다.“그렇다면 억지로 권하지 않겠다. 본왕도 챙겨야 할 물건이 있으니 이만 들어가겠다.”시만자가 말했다.“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이쪽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시만자는 이렇게 고분고분한 성격이 아니었지만 공방을 맡은 후 자기 언행에 특히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공방은 이미 수많은 비난과 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물론 각계각층에서 들어오는 기부 물품에 대해 그녀는 송석석과 이씨 부인과 상의한 적이 있는데 필요하다면 모두 받기로 했다. 공방에서는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기에 모두의 생계를 유지하려면 기부 물품이 꼭 필요했다. 또한 선의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이해를 얻는 일종의 방식이었다. 물론 기부 물품은 그녀들이 책임지고 수용하며 모종윤과 사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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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8화

송석석은 오늘 연왕 일가가 진성을 떠난다는 것을 알고 특별히 순방영 사람들에게 그들이 성을 떠나는 걸 주의 깊게 지켜본 후 돌아와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오진은 직접 사람을 데리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연왕부의 마차들이 웅장하게 성문을 빠져나갔는데 연왕의 신분으로 인해 검문을 받을 필요는 없었으나 연왕은 마차 가리개를 들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성문 수비장인 진천 장군은 두 손을 모아 그를 배웅했다. 왕족들은 따로 명령이 없으면 감히 검문할 수 없었고, 심지어는 친왕이 성을 나갈 때면 영패만 보여주기만 해도 곧바로 문을 열어주어야 했다. 그들이 떠난 후 오진은 진성 경위부로 돌아와 송석석에게 보고했고 그제야 송석석은 안심할 수 있었다. 요즘 순방영에서는 한창 체력 검문이 진행되고 있었다. 체력 검문으로 일부 사람을 솎아낸 뒤에도 순방영은 여전히 정예라 부르기 힘들었는데 과거의 현갑군 출신이 가득하다는 이름값을 하지 못한 셈이다. 몇 년간의 나태함으로 인해 부패한 이들이 자율성을 가진 이들마저 나쁜 방향으로 이끌었다. 대부분이 녹봉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굳이 고생할 필요 없다고 여겼다. 물론 스스로 절제하며 자기가 현갑군이라는 걸 잊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극소수로 유혹에 넘어가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먹물 한 방울이면 맑은 물 전체를 더럽히지만 맑은 물 한 방울은 탁한 물을 정화하지 못하듯 말이다.송석석은 자기의 지휘사 자리가 오래가지 못할 것을 알기에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정비하려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심한 나태함이 자리 잡고 있었고 오진의 위신은 여전히 세워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녀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오늘 훈련은 그녀가 직접 나섰다. 달리기, 뛰기, 등반, 격투까지 그녀는 도전장을 내미는 이들을 모두 환영하며 상대했다. 시만자는 일찍이 순방영의 그 고인물들은 전혀 성실하지 않다고 말했고 어쩌면 제대로 배운 적도 없을 거라고 했다. 시만자가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결국 송석석이 나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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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9화

그렇게 약 한 시간이 지난 후, 심부름을 갔던 사람이 돌아와 보고했다.“시만자 아씨는 댁에 없습니다. 왕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아씨가 공방에 가셨다고 해서 공방으로 가보았지만 거기에도 계시지 않았습니다. 오늘 연왕부에서 물자가 도착했지만 아씨가 직접 확인하지 않아 물건이 밖에 쌓여있습니다.” 송석석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연왕부가 공방에 물자를 보냈다고?그렇다면 홍시와 다른 이들은? 정말 시만자와 함께 있었던 것이 아니란 말인가?그녀는 놀라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만소를 불렀지만 만소는 나타나지 않았다. 만소가 오늘 분명 그녀 옆을 따랐는데 어찌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너무 이상했다.“송 대감님, 어찌 그러십니까?” 오진이 달려와 물었다. “만소를 찾으십니까? 소인이 아까 마주치긴 했다만 어딜 급히 가는 모양이었습니다.” “어디서 마주쳤느냐?” 송석석이 다급히 물었다. “경위부 외곽 거리였습니다. 소인이 성문에서 돌아오던 길이었지요.” “그렇다면 연왕이 떠나던 시점이 아니더냐?” 송석석은 조급한 마음에 급히 마구간으로 달려가며 말했다. “오늘 훈련은 취소되었으니 모두 나와 함께 시만자를 찾으러 간다. 필명의 경위도 불러라.” 시만자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음속 깊이 불안감이 솟구쳤다. 오진은 그녀를 따라가며 말했다. “송 대감, 사부님은 단순히 왕부에도 공방에도 안 계신 것일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러니까 찾으러 가야 하지 않겠느냐!"송석석은 섬광에 올라탄 뒤 빠르게 성문을 향해 달려 나갔다.그녀는 먼저 망경루에 들러 운익각의 지부를 확인하며 혹시 홍시가 여기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망경루의 주인은 홍시를 본 적 없으며 심지어 다른 정탐들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오진이 사람을 데리고 도착하자 송석석이 다급히 말했다. “넌 공방에 가서 네 사부가 오늘 공방에 들렀는지 확인하거라. 그리고 왕부에 사람을 보내 오늘 네 사부가 연왕부를 제외한 다른 곳에는 가지 않았는지 확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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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0화

송석석은 그녀의 말을 따라 재빨리 머릿속에서 상황을 정리했다. 마음은 어지럽고 불안했지만 애써 진정하고 다시 물었다. “지금 홍시 혼자서 쫓아가고 있는 것이냐?” “홍시와 비윤이 쫓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시만자 아씨가 정말 연왕에게 끌려갔다면 연왕 곁에는 고수가 많아서 두 사람만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원을 요청하려고 급히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허나 지금으로선 시만자 아씨가 그들에게 끌려갔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송석석은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섬광이라면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시만자가 아직 경성에 있다면 큰 위험은 없어도, 혹여나 연왕에게 끌려갔다면 정말 위험했다. 송석석이 청미에게 말했다. “너는 곧장 돌아가 필명을 찾아가 진성을 수색하라 전한 뒤 북명왕부로 돌아가 몽교두에게 사람을 데리고 내 뒤를 따르라 하거라. 가는 길에 내 길목마다 표식을 남겨둘 것이다.” 말을 마친 그녀는 채찍을 휘두르며 곧바로 말을 타고 달려갔다. 홍시는 항상 시만자의 곁을 지키고 있었는데 시만자가 그녀의 눈앞에서 사라지다니, 이는 평범한 일이 아니기에 송석석은 잔뜩 긴장한 채 연왕을 쫓아갔다. 청미가 진성으로 돌아오니 경위와 순방영은 이미 수색을 시작했다. 금군인 왕정도 사람을 파견했고 장기문 또한 현철위의 비용위를 동원해 시만자를 찾고 있었다. 사부가 실종되자 그들 또한 불안했던 것이다. 경위는 성문을 봉쇄할 자격이 없기 때문에 그는 바로 대리사로 달려가 사여묵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이 일을 알게 된 사여묵은 송석석이 연왕을 쫓아갔다는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혼자 간 것이냐?” “그렇습니다, 왕야. 지금 중요한 것은 성문을 봉쇄하는 것입니다. 사부가 연왕에게 끌려간 게 아니라면 그들은 아마 어딘가에 숨긴 뒤 우리가 찾는 혼란을 틈타 성 밖으로 나가려 할 겁니다.”사여묵은 걱정되는 마음에 미간을 찌푸렸다. 혼자서 쫓아가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여묵은 즉시 범인을 추격한다는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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