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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11 - 챕터 1120

1149 챕터

제1111화

연왕은 명예를 잃은 것도 모자라 치료도 받으러 가야 했다.그렇게 그는 진성을 떠날 때는 위풍당당했지만 돌아갈 때는 위소의 병마에 호송되어 초라하게 복귀하게 되었다.무상은 연왕이 여자를 마음에 들어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둘러댔지만 방시원은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진실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사사들은 모두 꼼짝달싹할 수 없이 체포되었다. 이전에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붙잡힌 사사 두 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태도가 매우 강경하여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었다.하지만 이번에 그들은 사사로서의 신분을 부인했다. 만약 그들이 사사임을 인정한다면 위소 근처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방시원이 군영 기습을 시도한 중대한 죄로 그들을 처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연황실의 부병이라고 주장하며, 연왕을 호위하여 진성으로 오고 연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부병은 신분이 특별하여 진성에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서산구의 별장에서 머물렀다고 해명했다.이 말은 겉으로 보기엔 일리가 있었지만, 그들의 검은 옷차림은 사여묵과 방시원에게 약점을 잡힐 구실을 제공할 수 있었다.그들을 압송하여 진성으로 돌아올 때, 송석석과 시만자는 같은 말에 올라탔다.시만자는 아까 전의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두려움을 느껴 송석석에게 감사함을 전했다."석석아, 네가 제때 날 구하러 와줘서 정말 다행이야.""고맙게 여겨야 할 사람은 우리 오사형이지. 오사형이 널 먼저 구했거든."시만자는 의문이 들어 고개를 갸웃거렸다."네가 뛰어들어와 날 구해준 게 아니었어?""널 먼저 구해준 건 오사형이였어."그러자 시만자는 놀라 목을 길게 빼고 뒤를 살폈는데, 대열 맨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한 마리 당나귀가 보였다. 거리가 좀 멀어서 당나귀가 마치 개처럼 보일정도로 거리가 좀 멀었지만, 그 당나귀 위에는 원숭이 한 마리가 올라타 있는 것 같았다.사여묵이 없는 것 같자 시만자는 다시 고개를 돌려 대화에 집중했다. 그리고 순간 왕노오가 자신을 안고 뛰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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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화

사여묵은 본질적으론 여전히 무장이었기에 무기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와 관련된 일에는 더욱 많은 열정을 쏟아냈다.하지만 심청화는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일단 돌아가게. 석석과 좀 틀어졌지않나. 그녀는 아마 아직도 모르는 것 같긴 하다만."사여묵은 순간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다."틀어지지 않았습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그럼 됐고. 어서 가지.”심청화는 채찍을 휘두르며 앞서갔다.사여묵은 말을 이끌고 몇 걸음 걸은 뒤에야 말에 올라타 그를 따라갔다. 그는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왜 일이 생기면 송석석은 항상 자신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는 것인지, 왜 항상 마지막에야 모든 것을 알게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신에게 알리기는커녕 혼자 말을 타고 성 밖으로 쫓아갔다.사람을 보내 몽동이를 부르라고는 했지만, 대리사에 소식을 전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위가 성문을 봉쇄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를 찾았기 때문에 그가 상황을 알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만약 성문 봉쇄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시만자가 구출된 뒤에야 가볍게 이 일을 전하기만 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끝냈을지도 모른다.사실 그는 이전부터 송석석이 자신에게 온전히 마음을 주지 않았다고 느꼈다. 그들 사이는 겉으로는 다정해 보였지만, 그저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항상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다.그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믿음? 석석이 자신을 믿는 것은 확실했다.호감? 최소한 석석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녀가 입에 올리지는 않았더라도 말이다.호흡? 그는 자신들이 서로 잘 통한다고 생각했다. 공무든 사적인 일이든 둘 사이의 호흡은 매우 잘 맞았다. 어쩌면 염선생과의 호흡만큼이나 완벽했을지도 모른다."지금의 석석이 예전에 알던 석석과 같지 않다고 느낀 건가?"심청화가 바람을 맞으며 묻자 사여묵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으니 변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녀가 여전히 그녀라면, 저에게는 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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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3화

시만자는 여러 번 목욕을 하며 온몸을 깨끗이 씻어냈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송석석에게 애교를 부리며 한참 동안 머물렀다.그 사이 보주가 다른 시녀들과 함께 야식을 들고 들어왔다. 시만자는 맛있는 음식이 보이자마자 송석석을 무시하고 곧바로 식탁으로 달려갔다.“보주, 오사형은 잘 모셨느냐?” 그러자 송석석이 보주에게 물었다.“노 집사께서 직접 모셨습니다. 정위원에 머물고 계신데 이 시간쯤 야식을 드셨을 겁니다. 방금 노 집사께서 말씀하시길, 오사형이 만둣국 두 그릇을 드셨다고 하더군요.”송석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분이 그걸 좋아하시잖아. 일찍 주무시라고 전해라. 내일 내가 직접 만자와 함께 가서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네.”“알겠습니다.” 보주는 공손히 인사하고 물러났고, 나머지 두 사람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서주와 명주가 옆에서 시중을 들며 시만자에게 국물이 빌때마다 계속 따라주었다.“양 마마께서 말씀하시길, 이 국을 드시면 빠르게 숙면에 취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밤 잘 못 주무실까 봐 준비했습니다.”시만자는 잘 먹다가 서주의 말을 듣고는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송석석은 그 모습을 보고 막 위로하려다 시만자가 손으로 눈물을 닦고 다시 먹기 시작하는 것 보고는 말을 멈췄다.마치 폭풍처럼 음식을 쓸어 담고 나서 젓가락을 내려놓은 시만자는 석석을 올려다보며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황실은 마치 우리 집 같아. 모두가 날 이렇게 잘 챙겨주네. 석석, 나 여기 평생 살아도 될까?"송석석은 웃으며 말했다.“평생 살아도 좋지.”시만자의 눈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난 이번 생에 이렇게 큰 모욕은 처음이야. 사금이 모욕을 당한 후 왜 죽으려 했는지 알겠어. 석석, 겪어보지 않으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지 몰라.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더 끔찍해.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어.”송석석이 위로하며 말했다.“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시만자는 진지하게 송석석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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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송석석은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어딘가 모를 아쉬움이 묻어났다.모든 무술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꿈을 꾸었을 것이다. 바로 검을 들고 천하를 누비며 불의를 보면 칼을 뽑아 정의를 실현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을 보고 여협님이라고 부르게 되는 꿈 말이다.어릴 적에는, 특히 막 무술을 배우기 시작하고 조금씩 성과가 보일 때에 이런 꿈을 자주 꾸곤 했다. 자부심이 넘치던 시절, 꿈속에서 자신은 무적의 고수가 되어 수많은 악당들을 처단했다. 악당들이 자신의 칼날 아래에서 용서를 빌어도, 한 마디의 말만 남기며 끝내 악인을 처단하곤 했다."이 세상의 공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야 이것이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협심을 발휘하여 의로운 일을 하는 것이 사실 법을 위반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협객은 법을 집행할 권한이 없고 관청에 소속된 사람도 아니니 말이다.게다가 사람을 죽이려면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했다. 설령 범인이 눈앞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목격했더라도 그 증거를 관청에 제출하고, 관청의 조사와 대리사의 재심을 거쳐야만 비로소 처형할 수 있었다.이 모든 번거로운 과정은 억울한 누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판결을 뒤집을 여지를 주기도 했다.그때 평 사저에게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어떤 관청은 범죄가 입증되더라도 범인의 집에서 충분한 은화를 제공하면 증거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증언을 뒤집기도 한다고 했다. 죄명을 감형할지 무죄로 만들지는 결국 보낸 뇌물의 액수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그 당시 그녀는 정말 큰 환멸을 느꼈다.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는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평 사저와 한참 동안 논쟁을 벌이며 법이라는 건 악을 저지른 자를 처벌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어떻게 은화로 판결을 바꿀 수 있냐고 반박했다. 관리는 조정에서 봉급을 받으며 그 봉급은 백성이 낸 세금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그들은 백성의 부모와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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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5화

사여묵은 이야기를 듣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으니 천만다행입니다. 그 협객이 어느 정도는 자비를 베풀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다른 불편함은 목숨에 비하면 중요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이 사건은 제가 직접 황제께 보고하겠습니다. 만약 그 여인이 나서서 문제 삼지 않는다면, 이 일은 이대로 지나간 걸로 처리될 겁니다. 그리고 황숙을 다치게 한 그 협객을 굳이 추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황숙께서 반드시 추적을 원하신다면 제가 경조부와 경위에 협조를 요청하겠습니다. 하지만 강호의 협객들은 잡아내기가 쉽지 않지요. 결국 황숙께서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셨지 않습니까? 제 생각에는 이 일을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그러자 연왕은 온몸을 떨며 소리쳤다. 이는 고통 때문이기도 했고, 분노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더 이상 음험하고 독살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꺼져!""그럼 저는 황숙의 휴식을 더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사여묵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황숙께서는 부디 상처를 잘 돌보십시오. 이곳 진성은 풍요로운 곳이니 한두 달 더 머무르셔도 괜찮을 겁니다. 다만 낮에 이미 짐들을 공방으로 보냈으니, 지금 텅 빈 이 저택에선 어떻게 생활하시겠습니까? 짐들을 다시 가져오길 원하십니까?"눈을 감은 연왕의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온몸의 힘을 모두 고통을 참는 데 쏟은 그는 꺼지라는 한 마디를 내뱉은 뒤 더 이상 사여묵과 한 마디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사여묵은 이들의 문제에 너무나도 신경을 쓴 듯 보였다. 연왕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그는 무상을 불러 별청으로 나갔다. 측비 김씨는 이를 보고 급히 따라가 문 앞에 서서 엿들었다.사여묵은 상석에 앉아 온화한 태도로 말했다."오늘 밤의 일은 누구의 잘잘못도 따지지 않겠소. 그저 죄에는 마땅한 대가가 따른다는 것뿐이오. 선생께서 숲속에서 말씀하시길, 황숙께서 그 여인 때문에 군영 근처에 주둔했던 것이지 불순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하였소. 이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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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6화

궁문이 열리자 사여묵과 방시원은 함께 궁으로 들어가 황제폐하를 만났다.숙청제는 아침 식사를 하던 도중이었는데, 그들을 보자 옆에 앉으라고 했다. 그리고 오 대반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전에서 기다리도록 했다.두 사람이 왔을 땐 이미 말을 맞추어 모든 일을 말할 수 있지만 유독 왕정과 장기문이 성 밖에 나타난 일만을 숨겼다.왕정은 거느리고 있는 사람이 적어서 괜찮지만 장기문은 이제 승진해서 황제의 현철위 소속인데 이렇게 아랑곳하지 않고 함부로 나가 사람을 때렸으니 황제가 책망하진 않아도 마음속에 응어리가 남아 나중에 그의 앞길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그랬던 것이었다.두 사람의 보고를 듣고 있던 숙청제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릇에 담긴 좁쌀죽을 계속 마시더니 떡을 한 조각 먹고서야 천천히 내려놓았다.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는 머릿속으로 이 일을 한 번 되새기며 고개도 들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많이 다쳤느냐?”그러자 사여묵이 대답했다.“다른 건 괜찮은데 앞으로 아이를 가지기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숙청제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떡을 먹기 시작했다. 그는 떡을 다 먹은 후에야 말했다.“그럼 그가 백성을 납치한 것으로 치자. 시 씨 가문의 명성을 더럽힐 수는 없지 않느냐? 그 여자도 구해졌고 그도 협객에게 맞아서 벌을 받은 셈이니 조사하는 척하다가 사건을 종결하거라.”그는 말을 하며 벌떡 일어났다. “고생했으니 너희들은 계속 먹거라.” 사여묵과 방시원도 밤새 고생을 한 탓에 배가 고파, 사양하지 않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숙청제의 아침 식사는 워낙 간단해서 그는 사람을 시켜 더 만들어주라고 분부했다. 숙청제는 오 대반에게 분부하여 연왕에게 신칙 명령을 내리게 했다. 그 명령을 내리면 이틀도 가지 않아 온 진성에 연왕이 백성을 모욕하려다가 지나가던 협객에게 맞아 중상을 입었다는 것이 퍼질 것이었다. 게다가 연왕은 성공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숙청제를 가장 기쁘게 한 건 일부 사사를 파낸 것이었는데 사사들이 진성에 남아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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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7화

사여묵은 방시원을 데리고 북명황실로 돌아갔다. 방시원은 시만자가 예전처럼 활발한 모습을 보고 안도감을 느꼈다. 어젯밤 몽동이가 위영으로 그를 찾아갔을 때 그는 놀라서 즉시 휘하를 소집해 말을 타고 미친 듯이 달려갔다. 원래는 책망할 생각이었지만, 눈 밑이 빨개진 시만자를 보자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저 지금의 연왕이 많이 다쳤는데 장기문이 한 바탕 때려서 더 이상 남자 노릇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알려주기만 했다. 시만자는 어젯밤의 상황을 알고 있었고, 화가 나면서 감동을 받았다. 그녀의 제자들이 모두 그녀를 구하러 성 밖으로 나갔고 장기문은 연왕을 때리기까지 했으니 말이다.그녀의 제자들 중엔 장기문의 앞길이 가장 창창하고 또 가장 이성적인 사람인데 그 순간 그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그녀를 위해 분풀이를 했다. 방시원은 차마 시만자를 책망할 수 없었지만 몇 마디 당부했다. “누구를 만나든, 무슨 일을 당하든 항상 침착해야 해. 특히 너에게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쉽게 믿어서는 안 돼. 혼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이 오라버니를 찾아와도 되고 왕야님과 왕비님, 혹은 염 선생에게 물어도 된다.” “알았어, 오라버니.” 이번에 시만자는 제대로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방시원은 그녀를 보며 자랑스럽다는 말투로 말했다. “비록 이번에 사고가 날 뻔했지만 다행히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동안 네가 공방을 위해 뛰어다녀서 공방이 설립할 수 있었으니 너의 공이 큰 것 같아. 이 오라버니가 참으로 자랑스럽구나.”방시원은 그녀가 의리가 있고 충성심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그런 사람을 많이 알고 있지만 대부분이 위대한 꿈을 품고 있다거나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큰 일을 할 것이라고 했지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는 만자와 왕비는 모두 실용적인 사람이라 먼 훗날의 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사람과 일을 보고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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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8화

목욕탕에는 자욱한 안개가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고, 물도 뜨겁지 않고 적당했다. 사제가 화난 이유가 아마도 그녀가 위험을 무릅쓰고 진성을 떠나 만자를 쫓아갔기 때문이기에 혼자 반성을 했었다. 그래서 두 손을 그의 가슴에 대고 조용히 설명했다. “그땐 만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급해서 그랬습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만자는 나 때문에 진성으로 온 것이고 평시에 날 지지하지 않는 일이 없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나도 만자가 다치는 게 싫었습니다.” 온화한 목소리, 미안한 말투,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 약간 붉어진 얼굴, 약간 거친 목소리는 마치 부드러운 깃털처럼 그의 마음을 쓸어내렸다. 사여묵은 대사형은 자신도 홀몸이면서 무슨 감정을 알겠냐며 다른 사람의 감정에 좋은 스승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송석석은 이제 그의 부인이니 몸도 마음도 모두 그의 것이 된다. ‘부부가 되었으니 이제 같은 북명황실, 같은 방,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죽은 후에도 같은 무덤에 묻히게 될 텐데… 이런 것 때문에 질투하고 화를 내다니.’ 그는 팔을 뻗어 송석석의 아름다운 허리를 껴안고 몸을 바짝 붙였다. “난 기분 나쁜 것이 아니오. 당신이 시만자를 구한 건 맞는 일이오. 내가 다시 이 일을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당신은 조금도 잘못한 것이 없소. 당신은 경위의 지휘사이니 사람을 얼마든지 배치하 수 있고 당신도 제일 치밀한 계획을 짰을 것이오. 그리고 만약에 내가 필요하다면 당신의 부하가 날 찾아오겠지요. 성문을 봉쇄하기 전에도 경위가 날 찾아오지 않았소? 그러니 내가 미리 알든 늦게 알든 아무 상관 없소. 내가 가지 않았더라도 당신은 이 일을 잘 해결할 수 있었을 테니. 당신에겐 잘못 없으니 사과하지 마시오.” “그리고 내가 그곳에 도착할 땐 당신이 깔아 놓은 대로 연기를 했을 뿐이오. 내가 가지 않았어도 이 일은 완벽하게 해결되었을 것이오.” 송석석은 사여묵의 말을 듣고 촉촉한 속눈썹을 치켜올려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당신이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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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9화

왕이장은 의자에 앉아 한쪽 다리를 올리고는 팔꿈치를 무릎 위에 얹은 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렇게나 피곤한가?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식사도 하지 않았는가?” 사여묵과 송석석은 어색한 듯 얼굴을 돌려 기침을 했다. 사여묵은 기침을 몇 번 한 후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먹었습니다. 밤새 고생하고 또 궁에 들어갔다가 돌아와서 목욕을 했더니 피곤하더군요.” 왕이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사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송석석은 그의 눈빛을 피하며 말했다. “사형께선 식사하셨습니까?” 그러자 왕이장이 신이 나서 말했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세끼나 먹었습니다. 양 마마가 만든 완탕이 산해진미보다 맛있더구나.” 그러자 송석석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의 손에 있는 물건을 보면서 물었다. “이건 화통입니까?” “맞다. 사부님께서 만든 신 문물인데 나더러 사제에게 보내 병부에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 물어보라고 하더군.” 순간 사여묵의 눈빛이 밝아졌다. 그 화통은 일반 화통보다 조금 더 길었고, 기관 같은 것도 있어 심지가 보이지 않았다. “이 화통은 대체 어떻게 개량한 겁니까? 연속으로 2발 3발까지 쏠 수 있습니까?” “여섯 발까지 가능하지. 그리고 이건 화약을 사용한 것이라 심지 없이 방아쇠를 당기면 바로 발사할 수 있지.” 그는 화통을 분해하면서 계속 말했다. “화탈기를 설치하면 보통 세 발을 발사할 수 있는데 이건 여섯 발을 발사할 수 있지. 세 발을 발사할 수 있는 건 사부님께서 몇 년 전에 만든 것인데 사부님께서 세 발은 소용없다고 해서 여섯 발을 발사할 수 있는 것을 만들었단다. 이 화통의 이름은 육안통인데 사부님께서 열 발을 발사할 수 있는 것이 좋다며 지금 연구하는 중이란다.”“여섯 발?”사여묵은 순간 피로가 사라지고 급히 다가가서 들어보았다. 그는 원래의 화통이 작동하기가 불편해서 위기에 처했을 때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매복해서 공격하는 게 아니라면 소용이 없었다.“얼마나 멀리까지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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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0화

그들은 놀라서 눈알이 빠져나올 지경이었지만 왕이장은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매산에서 많은 것을 보고 파괴한 덕분에 그는 이런 물건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사부님께서 이 물건이 사매와 사제에게 유용하다고 하며 잘 연구하면 그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서 보내온 것이었다. 사여묵이 직접 해보겠다고 하자 왕이장은 신나서 가르쳤다. 이번엔 간판을 조준하지 않고 20장이나 더 떨어진 바위를 조준했다. 활솜씨가 좋은 그에게 조준기는 쓸모가 없어 그는 사용하지 않고 화통을 들고 발사했다. 화통은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빗겨 나가 바위 옆의 풀밭에 떨어졌다. 하지만 사여묵은 흥분을 참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번엔 50장 떨어진 곳까지 발사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적들의 장수가 50장 밖에 있을 경우에도 한 방에 폭발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힌 후 그는 문제를 발견했다. 바로 안의 화약을 다 발사한 후엔 어떻게 할지 모르는 것이었다. 왕이장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어 그가 궁금해하는 것을 알고 천천히 공책 하나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모든 문제가 안에 다 들어있으니 혼자 연구해 보거라.” 사여묵은 공책을 받아 재빨리 펴보았다. 거의 알아볼 수 없었지만 병부에는 무기사가 많으니 그는 육안통을 병부상서 이덕회에게 가져가 자랑하려고 했다.사람들은 왕야께서 말도 없이 말을 타고 떠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하지만 염 선생은 그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쫓지 않고 장대성과 풀숲으로 가서 불에 탄 망초를 보며 연신 신기하다고 외쳤다.…병부관청.사여묵은 바람처럼 이덕회의 앞에 나타나 휘청거리며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이덕회를 끌고 나갔다. 이덕회는 심지어 그 사람이 북명왕인지도 몰랐다.후청원 마당에 이르자 사여묵은 흥분해서 그에게 화통을 건네며 말했다.“이것 좀 보게.”이덕회는 끌려가 어질어질해서 정신도 차리기 전에 사여묵이 화통으로 그의 가슴을 박아 하마터면 갈비뼈가 부러질 뻔했다.“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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