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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Chapter 1081 - Chapter 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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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1화

시만자는 가슴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 계속 여식을 해치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벼슬길을 위해 여식들을 물건 취급하며 하나하나 희생하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왜 만근을 자결하게 한 걸까요? 그렇게 비열한 생각을 가진 자라면 차라리 만근을 계속...” 시만자는 문득 말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렸다. “하.. 정말 입 밖으로 뱉을 수가 없네요.” 사여묵은 입맛이 없었던 건지 음식을 짚던 젓가락을 그대로 내려놓았다. "그건 그자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일이 밖으로 알려진 이상 화근이 될까 두려워 만근을 죽게 하고 딸이 없었다고 부정해 버리는 거지. 그래야 앞으로도 약점을 잡히지 않으니까. 아마 족보에서도 이미 지워버렸을 것이다."시만자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그럼 방법이 없다는 겁니까? 그냥 자기 여식을 망치도록 놔둬야 한단 말입니까? 관직이란 게 이렇게 더러운데 황제는 이런 일을 신경 쓰지도 않습니까? 목 승상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것입니까?"사여묵이 말했다. “조사는 할 수 있다. 대리사에서 조사할 것이다.” 사여묵은 송석석을 힐끗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허나 만근을 끌어들이지 않으려면 다른 방면을 조사하는 수밖에 없어. 어쨌든 예부주사는 변변찮은 관직이야. 부패를 저지르기엔 위치가 부족하고 직무 태만을 따지자니 맡은 일이 대단한 일도 아니다. 결국 사생활이나 품행을 문제 삼아야 하는데 이 사람이 밖에서는 꽤 평판이 좋은 편이라. 그가 가진 가장 큰 악행이라면 딸과 여동생을 팔아 자기 배를 불린다는 것이다.” 그러자 시만자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직 두 가지 방도 뿐입니다. 첫번째 방법은 만근을 끌어들이는 것인데… 그건 제가 원치 않습니다. 두 번째는 그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것입니다!”그러자 송석석이 손가락 관절을 누르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세 번째 방도도 있다. 평생 침상에서 못 일어나게 만드는 거지. 더는 관직에 나갈 수 없게 하고 연명하듯 살아가면서 집사람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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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송석석은 직접 금경루를 찾아 금소주를 만났다.금소주는 비록 상인이지만 사업 수완이 뛰어나고 정직하며 순수한 면모를 겸비한 인물로 사업에서 철저히 이익을 추구했지만 나라에 어려움이 닥치면 거액을 기꺼이 기부하며 애국심을 보여왔다. 금소주는 평소 송석석을 존경하며 친분을 쌓고 싶었지만 신분상의 차이로 그녀를 쉽게 만날 수 없었다. 그런데 송석석이 직접 찾아왔으니 금소주는 자연스레 극진히 그녀를 대접하며 협조를 약속했다.그는 탕천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여러 관료의 비밀이 얽힌 일이라 그가 직접 조사하기는 어려웠고 단지 어떤 여인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송석석이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하니 그는 망설임 없이 돕겠다고 나서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송 대감, 이 일은 제게 맡기십시오. 곧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그로부터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금소주는 경위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탕천에서 한 귀한 객관이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온 옥패를 잃어버렸으니 순방영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다는 것이었다.대부분 물건을 잃어버리면 관청에 신고해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엔 잃어버린 사람이 예사롭지 않은 신분을 가진 퇴직 관료였기에 상황이 달랐다. 그의 신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단한 인물이라는 소문은 익히 퍼져 있었다.게다가 이 사건 자체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지만 피해자가 요청했으니 순방영은 충분히 조사에 나설 명분이 있었다. 옥산탕천의 이용료는 상당히 비쌌고 항상 하인들이 객관을 보필하고 있었기에 사건 당일 옥산탕천에 출입했던 사람들을 조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제상서가 예약했던 곳은 비취탕였지만 그는 사건 당일 절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에 의심에서 제외되었고, 이는 절의 사미가 증언해 주었다.송석석은 먼저 오진과 함께 탕천 일대를 둘러보며 지형을 파악했다.탕천은 절의 동쪽 모퉁이에 위치해 있으며, 약 3리 정도 떨어져 있었다. 크고 웅장한 정문이 세워져 있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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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워낙 이 일을 모르고 있던 제상서는 송석석의 말을 듣고 분노로 몸을 떨었다. 그는 이미 이런 일에서 실수를 저질렀고 외실이 낳은 사생아는 그의 오점이 되었다. 그런데 이 일이 다시 세상에 알려지면 그는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설령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더라고 사람들은 그가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화가 난 제상서는 바로 그 시위병을 끌어냈다. 시위병은 진삼이라 불리는 사람으로 부모도 제씨 가문 일을 맡고 있기에 학문을 익혀 시위병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는 만가가 문간방에 제상서가 탕천으로 가는 사실을 염탐했다는 소식을 듣고 제상서 부부를 따라 절에 갔다가 그가 탕천에 가지 않자 기회를 노렸던 것이다. 만근을 더럽힌 사람이 바로 진삼이었기에 제상서는 당장이라도 진삼을 죽이고 싶었다. 게다가 송석석은 제상서의 외실을 파내고 사생아까지 진숙의 손에 넘긴 여자였다. 고고한 국장이자 이품 이부상서로 수많은 관리의 앞날이 그의 손에 달려있었다. 하지만 그는 송석석을 두려워했고 그녀 앞에서 감히 머리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불을 지르고 사람을 죽여도 이보다 덜했을 것이다.송석석은 그의 앞에서 진삼을 발로 걷어찼는데 그 힘은 당장이라도 진삼의 목숨을 앗아갈 듯했다. 진삼은 피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져 배를 움츠린 채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제상서는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송석석이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제 대인께서 알아서 하십시오. 제대로 된 설명은 하셔야지 않겠습니까?” 제상서는 얼굴을 한 번 쓱 만지더니 답답한 듯 긴숨을 내쉬었다. “하… 진삼이의 잘못이 맞긴하나 여식을 팔아먹은 본인에게도 잘못이 있습니다.” “그건 제 대인이 상관할 바가 아닙니다. 진삼을 어찌 해결할 것일지만 말씀하십시오.” 제상서는 진삼을 죽이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봐왔던 아이라 마음이 독해지지 못했다. 진삼은 배를 끌어안은 채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 “소인 잠시 귀신에 홀려 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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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송석석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질책이 담긴 어조로 말했다."글쎄요. 제상서께서는 그 질책을 견뎌낼 자신이 있으신 겁니까?"제상서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는 지금 그저 조용히 지내길 바랄 뿐이었다. 모든 이들의 이목이 자신에게 쏠리는 건 피하고 싶었다. 하필이면 그의 막내 여식이 진영실의 곁으로 돌아와 양육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태자도 정해지지 않은 시기에 만약 외척이 일을 저질러 체면을 구긴다면 대황자에게도 아무 이익이 없을 것이다. 어쨌든 진삼은 고작 하인일 뿐이고 여태 그를 잘 봐줬기에 호위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민 끝에 제상서가 결정을 내렸다. 그의 눈빛에 서늘한 살기가 떠오르자 진삼은 온몸을 떨며 머리를 바닥에 찧어댔다."대인,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부끄러운 짓을 저질렀으니 죽어도 싸다 하시겠지만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그러자 제상서는 매섭게 꾸짖었다."이 자식이, 감히 살려달라고?! 죄 없는 여인을 해쳤으니 네놈 목숨 하나로도 부족할 지경이다!"진삼은 흐느끼며 소리쳤다."대인, 그 여인에게 어찌 죄가 없단 말입니까? 만가에서는 그 여인을 대인께 바치려고 보낸 게 아닙니까? 대인께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셨지만 저는 순간의 실수로... 허나 그 여인은 최음제를 먹었고 저는 그 여인을 구하려 했던 겁니다... 그러니 죽을죄는 아닙니다!"제상서는 만귀가 더더욱 증오스럽게 느껴졌다. 그는 오래전에 만귀의 딸을 첩으로 삼으라는 제안을 거절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비열한 수를 쓸 줄이야.제상서는 송석석을 보며 다시금 결심을 굳혔다."왕비께서 한마디만 해주십시오. 목숨을 거둬야 한다면 곧바로 그리하겠습니다."송석석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어찌 됐든 제상서의 사람입니다. 어떻게 처분할지는 제상서에게 달렸습니다.” 교활한 송석석의 모습에 제상서는 속이 끓어올랐다. 진삼의 목숨을 원하면서도 이를 직접 밝히지 않으니 어떤 결과가 생기든 그녀는 책임을 회피할 명분을 가진 셈이었다.송석석은 북명왕부를 철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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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줄곧 마당에 서 있던 제대부인은 송석석이 나오자 몸을 낮춰서 배웅을 했다. 이 모든 상황을 목격한 제대부인의 표정은 무겁기만 했다. “그 아씨는 지금 어떠신지요?” 그녀는 함께 문까지 나서며 물었다. "지금 공방에 머무르고 있으나 아직도 자결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송석석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참으로 죄악이군요."제대부인은 잠시 침묵하더니 문 앞까지 동행했다."왕비님, 그 아씨를 돕는 데 필요한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송석석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지요. 고맙습니다, 부인."제대부인은 다시 몸을 낮추어 인사하며 송석석이 말을 타고 떠나는 모습을 배웅했다.그녀는 문 앞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이때 진승이 아내와 함께 다가와 진삼을 살려달라고 무릎을 꿇고 애원하자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대인에게 부탁하거라. 이 일까진 내가 관여할 수 없다."진승의 아내는 제대부인의 치맛자락을 붙잡은 채 흐느끼며 말했다."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저희는 아들이란 단 하나뿐입니다. 대가 끊어질 수는 없습니다."제대부인의 눈에 분노가 스쳤다."스스로 죄를 지었는데 누구를 탓한단 말이냐?"그녀는 치맛자락을 힘껏 당기고 뒤돌아섰다. 진승의 아내는 바닥에 주저앉아 절규했지만 제대부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제대부인은 머리가 어지러워 비틀거렸다. 그러자 동희가 다급히 다가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부인, 정말 보고만 계실 겁니까? 이러다 아래것들까지 마음이 떠나면 어찌합니까?” 제대부인은 여태 하인들에게 관대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는 그녀의 성품이 너그러워서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집안 노비들을 잡아두어 제부의 명성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배려였다.평소라면 그녀는 죄를 물은 뒤에도 은혜를 베풀었을 터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진씨 일가는 제부에서 오래 지내온 사람들로 제부의 많은 비밀을 알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악심을 품는다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동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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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다음 날, 순방영과 경위대는 예부 만주사의 집에 자객이 잠입해 만주사를 심각한 부상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의원은 완치되더라도 앞으로 먹고 마시며 배설까지도 모두 침상에서 해야 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천자의 발밑에서 조정 관리에게 이렇게 과감한 폭행을 가하다니, 이는 천하를 두려워하지 않는 행위였다.송석석이 조사를 거쳐 인증을 찾은 바로는 경성으로 온 한 무림인사가 만귀가 자기 여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를 찾아가 폭행을 가했다는 것이다. 추가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만근에 대한 외부의 추잡한 소문은 모두 거짓으로 그녀의 정조는 여전히 존재했다. 그러나 만귀는 이 헛된 소문을 그대로 믿고 자신의 딸이 정조를 잃었다고 오해하여 그녀를 집에서 내쫓았다.아버지에게 신뢰를 잃은 소녀는 소문에 상처받은 끝에 삶을 포기하기로 결심하고 강물에 몸을 던졌다.그녀가 이젠 세상을 떠났기에 공방이 대신 장례를 치러주었다. 조사가 마무리된 후, 만귀를 향한 비난은 점점 쇄도해졌다.사람들은 그를 향해 분노를 쏟아내는 동시에 그 무림인의 정의로운 행동을 칭송했다.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만근의 무덤 앞에서 향을 피우며 그녀가 다음 생에는 좋은 운명을 타고나길 기원했다.그것은 만근의 의관총이었다. 그 의관총은 그녀가 생을 마감하려 했을 때 입고 있던 옷으로 만든 것이었는데 공방의 스승인 석소사저와 라사저가 그녀를 위해 준비한 것이었으며 그녀의 18년 인생을 닮고 있었다. 시만자는 그녀를 위해 사금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는데 비단처럼 아름답게 펼쳐질 삶을 의미하는 뜻이 담겨져 있었다. 현재 그녀는 송석석과 심만자와 함께 마차에 타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의관총 앞에 모여 그녀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이 보이자 사금이 시만자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여태 살아오며 저를 이리도 아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제가 다시 자결하려 한다면 목숨을 걸고 절 지켜주신 두 분과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사람들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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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잠시 고민하던 시만자는 괜히 죄책감이 들었다. 만나러 가지 못한 것도 미안하니 서신을 써서 은자를 보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었다. 하긴, 돈을 써주는 것도 효도를 하는 셈이니 말이다. “그러지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곧 서신을 써 오겠습니다.” 연왕이 웃으며 말했다. “급할 것 없다. 며칠 뒤에 갈 생각이니 서신은 내일 주도록 하거라. 자매끼리 잡담이나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송석석의 눈빛은 순간 차가워졌다. 아직도 포기하지 않는 건가? 시만자는 고개를 돌린 채 웃었는데 그 웃음은 왠지 사악해 보였다. “그러지요.” 송석석이 그녀를 째려보았다. ‘대체 뭘 하려고 그러지?’시만자는 마치 송석석의 경고를 느낀 것처럼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계속 시만자를 주시하는 연왕의 모습에 사여묵은 괜히 속이 울렁거렸다. ‘아직도 시만자한테서 이득을 얻어 시씨 가문을 조종하려는 속셈인가? 게다가 보아하니 사심도 있는 것 같군. 천박한 사람 같으니라고!’사여묵은 이전부터 연왕을 무시했기에 당연히 식사 제안도 하지 않았고, 어쩌다 쉬는 날 연왕을 마주해야 하는 건 정말 고역 같은 일이었다. “황숙은 언제 연주로 돌아가실 생각입니까?” 사여묵이 물었다. “사흘 뒤면 떠날 것이다. 폐하께도 이미 상주 드렸다.” 연왕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예전에는 숙청제가 승낙하지 않을까 봐 감히 진성을 떠나지 못했는데 의외로 숙청제는 흔쾌히 찬성했다. 그러자 사여묵은 웃으며 말했다. “조카는 공무로 배웅하러 못 갈 것 같으니, 미리 황숙께서 평안히 가시길 기원드립니다.” 그러자 연왕이 웃으며 말했다. “굳이 배웅할 필요 없다. 시간이 나면 언제든지 연주로 찾아오거라.” 사여묵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꼭 그러겠습니다.” 얄미운 일가를 보낸 뒤 송석석은 시만자의 머리를 잡고 편청으로 들어갔다. “너 아주 주견이 있구나.” 송석석은 팔짱을 낀 채 그녀를 쳐다봤다.그러자 시만자는 웃으며 말했다. “주견이 없는 게지. 네가 승낙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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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시민주에 대한 시만자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시만자는 채찍을 휘두르며 시민주를 쫓아냈고 시민주는 머리를 감싼 채 쥐새끼처럼 도망쳤다. 연왕의 음흉한 속셈을 잘 알고 있는 송석석은 연왕이 진성을 떠나기 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어 홍시를 보내 혹시라도 시만자가 연왕부에 가지 않는지 감시하게 했다. 며칠 연속 감시했지만 시만자는 오직 소진 소주방에만 드나들 뿐 연왕부에는 가지 않았다. 그제야 송석석도 조금 안심되었다. 소진 소주방과 여학은 점차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었지만 여학은 송석석을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 여학에 들어와 여인들은 사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다들 학문에는 관심이 없었고 하루 종일 다과나 자수품, 혹은 선물로 귀족 아씨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쓸 뿐이었다. 일부 귀족 아씨들은 작은 관직의 여식들에겐 오만하게 굴며 차츰 파벌을 형성했다.하여 진심으로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여인들은 오히려 배척당하기 일쑤였다. 또 일부는 훗날 혼인을 하게 되면 가정을 책임질 예정이었기 때문에 정국태부인에게 예법을 배우거나 가정을 관리하는 방법을 익히고자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개학 초기와 완전히 달랐다. 당시에 많은 이들은 심청화의 명성을 듣고 여학에 왔었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개인적인 욕심으로 심청화에게 그림을 부탁하려고 하기도 했다. 그의 글 한 점을 얻을 수만 있다면 설령 퇴학을 하더라도 아깝지 않다고 여겼다.송희희는 훈장으로서 이런 문제를 항상 처리해야 했다.백 명도 넘는 여인들이 한바탕 소란을 피우면 정말 골치가 아팠다. 훌륭한 가문의 여식들이 어찌 이렇게 시끄럽게 군단 말인가? 규방에서 배운 예법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송석석은 급히 꾸짖기보다는 우선 누가 앞장서서 소란을 일으키는지 조사를 했고 조사 끝에 문제의 주동자 몇 명을 알아냈다. 첫 번째는 제 황후의 작은 사촌 동생인 제자예였다. 그녀는 올해 열다섯 살로 갓 성년이 되었고, 아버지는 제 상서의 친동생인 태상시경이다.두 번째는 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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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때로는 여성 간의 악의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었다. 비록 안태부는 청류의 수장이지만 안여옥은 아직 나이가 어리다 보니 그녀들은 안여옥을 인정하지 않았다. 단순히 그런 간단한 문제라면 송석석은 어떻게든 해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아군여학을 망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더 컸다. 현재로서 이 무리의 우두머리는 제부의 여식들로 보였지만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약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도 여학을 건드리려 하다니 대담하기 짝이 없었다. 송석석은 그녀가 이번 일로 상처를 받았을까 봐 우선 안여옥을 달래주기로 했다. 안여옥은 미간을 찌푸린 채 글씨 연습장을 한 장씩 넘기며 살피던 중이라 송석석이 다가오는 발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송석석이 이름을 부르자, 그제서야 그녀가 고개를 들었는데 눈 속에 담긴 억눌린 분노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듯했다. “훈장, 언제 오셨소? 아무래도 내가 실례를 범한 것 같군.”송석석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안주강, 앉으시오.” 자리에 앉은 뒤 송석석은 그녀 앞에 놓인 글씨 연습장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방금까지도 안여옥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모습을 떠올리며 물었다. “혹시 학도들이 과제를 제때 제출하지 않은게요?”안여옥은 첫 몇 장을 송석석에게 건네주며 설명을 시작했고 송석석은 안여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글을 더 단정히 쓰게 하려고 천자문을 따라 쓰도록 했소. 헌데 이 몇 명은 천자문이 아닌 전고를 마치 낙서처럼 썼더군. 날 상대로 일부러 이러는 게 뻔하오!” 송석석은 몇 장을 넘겨 살펴보았는데 적힌 전고는 모두 같은 내용이며 전조의 나여옥이라 불리는 여인에 관한 이야기였다. 가난을 싫어하고 부귀영화를 탐하는 그녀는 약혼자의 가문이 몰락하자 단호히 파혼을 요구했지만 3년 후 약혼자는 과거에서 장원급제하여 전조 승상의 여식과 혼인해 나여옥은 그만 질투심에 사로잡혔다. 결국 수식루에서 약혼자의 부인을 만나 비녀로 찔러 죽이는 일이 발생했고 그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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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송석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학도들의 글을 살폈다. 그녀가 글을 쓰게 한 이유는 학도들이 먼저 기본기를 다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대부분의 글씨는 그럭저럭 봐줄 만 했고, 심지어는 정말 훌륭한 몇 여인도 있었다. 글씨가 단정하고 꼼꼼한 것이 단 한 획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송석석이 물었다. “기분이 언짢아 보였던 연유가 이거였소? 그렇다면 그녀들이 안주강과 방시원의 일로 떠드는 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이오?” 안여옥은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입이 그녀들에게 달린 것인데 내가 어찌 막는단 말이오? 밥을 못 먹게 하는 것도 아니고 잠을 못 자게 하는 것도, 그렇다고 내 살을 베어내는 것도 아닌데 굳이 신경 쓸 연유가 없소.” 안여옥은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히려 전조의 이야기를 끌어다 써서 날 비난하다니, 나름 참신하지 않소? 가난을 싫어하고 부를 탐하는 추하고 흉악한 인간을 운운하는 단조로운 비난보다 훨씬 괜찮소.”그 말에 송석석은 속으로 깊이 감탄했다. 세간의 악의적인 풍문을 이토록 담담히 흘려보낼 수 있다니, 얼마나 강한 마음가짐과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할까?그러다 안여옥은 문득 걱정이 스쳤다.“헌데 혹 방 장군께는 피해가 가지 않겠소?”송석석은 담담히 대답했다.“걱정할 것 없소. 이런 일이 보통 사내들에게 상처를 주진 못하오.”잠시 생각하던 송석석이 이어 말했다. “게다가 그녀들이 지어낸 이야기에서 방 장군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소. 오히려 평판이 더 올라갔 셈이지. 요즘은 그의 군공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모두가 그가 태부의 손녀를 떠나보낸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이야기하더군.”연여옥은 씁쓸한 듯 미소를 지었다.“영향이 없다면 다행이오. 허나 생각해 보니 조금 이상하오. 방 장군은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으니 당연히 높은 명망을 얻어야 할 사람인데 이렇게 애정 문제로 인해 군공이 가려지고 있으니 말이오. 참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소.”송석석은 연여옥이 이런 이야기를 하며 아쉬움을 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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