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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61 - 챕터 1070

1156 챕터

제1061화

안운여는 계속해서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주무르며 조용히 물었다."이제 소대장군도 군대를 철수하기로 약속했는데 향병은 어떻게 처분하실 생각이십니까?""그녀를 위해 변호하려는 것인가?"안운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그녀가 공주님을 해치려 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입니다. 하지만 본래 여관의 수는 적지 않습니까. 상병은 승진 가능성이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은 아마 더 이상 위로 올라갈 기회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공주님께서 그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실 수 없으십니까?"냉옥 장공주는 눈빛을 차갑게 가늘게 뜨며 단호히 말했다."아니, 그녀에겐 기회가 없어.""그녀도 태자를 위해 복수하려던 것이지 않습니까……""안운여!"장공주는 그녀의 손을 치우며 냉랭하게 경고했다."정말 그녀의 자리가 여성이 올라가기 어려운 자리라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녀를 위해 변호지 말아야지. 너희가 여기까지 오는 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지 않느냐? 조금이라도 잘못된 선택을 하면 사람들이 들고일어나 비난할 것이다. 특히 그녀는 누구보다도 신중했어야 하는 자리에 있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신중히 세 번은 생각했어야 했다. 여관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알면서도 잘못된 길을 걸어 남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니 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거꾸로 행동하며 복수만을 위해 서경을 위험에 빠뜨렸고, 백성들의 생사와 수십만 장병의 목숨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역이 이를 알게 된다면 얼마나 실망하겠느냐?""조금의 계획도 없이 오직 복수를 모든 것보다 중요시 여기며, 나를 해치려 한 것도 모자라 두 나라의 전쟁을 부추겼다. 전쟁을 일으킨다고 원한을 풀 수 있을 것 같으냐? 서경이 전쟁을 치른다면 군량미는 어디서 나오겠느냐? 황제가 화풀이하듯 말했던 것처럼 정말 민간에서 장정을 징집해야겠느냐?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면 큰일을 이룰 수 없는 법이다."안운여는 지금의 서경이 국력을 다해 싸울 수 없는 상황임을 깨달았다. 그녀는 곧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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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그러자 이방은 온몸이 떨렸다. 그녀는 그 두 마을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이방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양팔로 땅을 짚고 앞으로 기어가며 말했다."아니, 안 돼! 나는 절대로 가지 않을거야! 너희들이 나를 서경으로 데려간다면서!""물론 데려가긴 하지." 안운여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너의 머리만. 그 편이 훨씬 간단하니 말이야."이방의 눈동자가 공포로 흔들렸다. 그녀는 간신히 두 손으로 철창을 붙잡으며 말했다."안 돼, 제발…… 나를 청주촌으로 보내지 말아줘. 서경으로 데려가서 태자릉 앞에서 나를 죽여줘."안운여는 증오에 찬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무슨 자격으로 살아서 태자릉 앞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지? 이방, 네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내가 모를 줄 아느냐? 그 비겁한 남편이 와서 널 구할 거라고 생각하겠지? 그런 헛된 희망은 품지 마라. 그는 절대로 오지 않아.""아니, 아니야, 오해다!" 이방은 불안한 듯 눈동자를 굴렸다 ."나는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어. 그렇게 잔인한 방법으로 녹분성 백성들을 해쳐서는 안 됐어. 내가 잘못했어. 내가 너희들에게 빌게. 용서를 바라진 않아. 다만 나를 서경 태자릉 앞으로 데려가줘. 내가 직접 죄를 고백하고 싶어.""정말 우스운 소리군." 안운여는 위에서 내려다보며 냉정하게 그녀의 기만을 조롱했다."우리는 계속 보고를 받았고 전북망은 단 한 번도 진성을 떠난 적 없어. 그러니 네가 청주촌으로 가든, 서경으로 가든 널 구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소리야."안운여는 몸을 살짝 숙여 충격에 가득 찬 이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넌 죽을 거야. 아주 비참하게 말이지."이방은 땅에 엎드린 채 철창을 잡을 힘도 없어 옆으로 쓰러졌다. 그녀의 몸은 움츠러들며 떨고 있었다.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그녀의 온몸을 떨게 했다. 믿을 수 없었다. 전북망은 그렇게 무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비겁하고 무능할지 몰라도 자신에게 했던 약속은 대부분 지켰었다."겁나지? 겁나는 게 정상이야." 안운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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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안운여는 등불을 들고 밖에서 기다리던 곽아정과 향병 앞으로 다가갔다.향병은 구속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자신에게 다가올 운명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그녀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이방이 능지처참 당하여 처참히 죽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기꺼이 죽을 수도 있었다."이미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몹시 겁에 질려 있더군요." 안운여가 곽아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시선은 옆에 있는 향병의 얼굴을 스치듯 지나갔다.곽아정이 대답했다."죽음을 앞둔 공포를 체험하게 하는 것도 괜찮지." 향병은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그녀가 죽으면 나도 눈을 감을 수 있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둑이 터진 강물처럼 얼굴을 따라 쏟아졌다.곽아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넌 본래 죽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야. 이방은 우리에게 반드시 잡혀야 할 대상이었으니까. 하지만 네가 어리석은 선택을 했지."향병은 눈물을 닦으며 단호히 말했다."후회하지 않아.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나는 똑같이 행동할 거야."안운여의 눈빛에 짜증이 번졌다."아직도 그렇게 말하시는군요? 잘못을 모른다면 왜 공주님 앞에서는 후회한다고 거짓말을 했습니까?"밤바람이 향병의 옷자락과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그녀의 눈과 코는 붉게 물들었지만 눈빛에는 깊은 원망과 억울함이 가득했다."공주님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나는 공주님을 항상 존경해왔으니까. 하지만 이해할 수 없어. 태자는 공주님의 친동생이잖아?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건지…… 태자가 공주님에게 정말 그렇게도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 거야? 태자를 위해서라면 나라 전체가 상국을 공격한다 한들 어떻단 말이야? 나는 공주님이 팔을 들어 호소하기만 하면 장정을 징집하지 않아도 백성들이 기꺼이 응답할 것이고, 심지어 자신들의 식량을 가지고서라도 나설 것이라고 믿어."곽아정은 그녀의 말을 듣고 반문했다."백성들이 정말 그렇게 하길 원한다고 치자. 그러면 너는 태자가 치욕을 당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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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모든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찬 시선들이 불길로 변해 하나로 모였다. 그 불길은 마치 그녀를 태워버릴 듯 강렬하게 타올랐고, 그녀는 마치 불 위에 올려진 듯한 고통을 느꼈다.공포가 그녀의 온 몸을 가득 채워 심장을 으스러뜨릴 것 같았고, 순식간에 간담이 서늘해졌다.사방에서 외침이 울려 퍼졌다."죽여라! 저 악마를 죽여서 학살당한 마을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자!"이방은 그 자리에서 크고 작은 실금을 하며 쇠창살 우리 안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차마 눈을 뜨고 그들을 바라볼 수조차 없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살벌한 외침과 소란이 귀에 울려 댈 뿐이었다.수란석이 팔을 들고 외쳤다."모든 마을 사람들은 물러나 길을 비켜라! 이 악행의 원흉을 큰 구덩이 묘지로 데려가겠다. 그곳에서 내가 그녀를 풀어주면 그 다음은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단 한 가지는 꼭 지켜야 한다. 그녀의 머리는 서경으로 가져가 황제께 보고드려야 하니 반드시 남겨야 한다. 그러니 그녀의 살을 한 조각씩 베어내는 건 상관없지만 머리를 훼손해 황제가 알아보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된다!"사람들은 이 날을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억눌렸던 원한이 폭발하려는 순간이었지만, 이방이 이미 잡혀왔으니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그녀를 큰 구덩이 묘지로 데려가 그곳에서 처단하여 비참히 죽은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이 원한을 오늘은 반드시 갚아야 했다.황소는 수레를 끌며 앞으로 나아갔고 마을 사람 중 몇몇이 앞에서 길을 안내했다. 두 마을의 주민을 다시 세어 보니 이제 고작 30여 명만이 남아 있었다.그들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며 걸으면서 겉옷을 벗어 안에 입은 흰 상복을 드러냈다. 팔에는 가는 삼베를 묶어 놓았다. 그들은 모두 한때 부모와 자식이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삶이 비록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었다.누군가가 앞에서 흰 깃발을 높이 들었고, 그들은 작은 갈림길에서 나와 스스로 대열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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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그곳에는 작은 산처럼 높이 솟은 커다란 무덤이 있었고, 그 위에는 수많은 이름이 새겨진 거대한 묘비가 서 있었다.이방은 공포가 극에 달해 입에서 비명과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질러댔다.한 시위가 쇠창살 우리 문을 열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질질 끌어내더니 땅에 내던졌다. 이방은 온몸에 고통이 퍼져 몸을 부들부들 떨며 옆으로 기어갔다.시위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다시 잡아채어 작은 산처럼 높이 솟은 무덤 앞까지 끌고 갔다. 묘비 앞에 그녀를 눌러놓고 새겨진 이름들을 가리키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이 이름들이 보이냐? 알아볼 수 없겠지. 전부 네가 죽인 사람들이다!”이방은 공포에 질려 고개를 마구 흔들며 억울해했다. "아니야, 아니야! 그건 내가 아니라고……!"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분노로 가득 찬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그러자 이방의 비명 소리가 군중 속에서 터져 나오며 산골짜기에 메아리쳤고, 놀란 새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검은 구름이 사방에서 몰려와 하늘을 가득 덮었다. 곧 천둥소리가 크게 울려 이방의 비명 소리를 덮어버렸다.군중 속에서 피가 흘러나와 작은 개울처럼 땅을 적셨다.멀리 떨어져 있던 향병과 곽아정 등은 그들이 이방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명 소리와 분노에 찬 마을 사람들이 휘둘렀던 칼과 도끼, 괭이에 묻은 피를 보며 그 상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그들은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죽은 가족들을 위해 복수하고 있었다. 굳이 그녀의 살을 한 조각씩 베어낼 필요도 없었다. 이런 악인은 세상에 한순간이라도 더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희생된 영혼들에게는 안식을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비명 소리는 점점 잦아들었고 이방의 온몸은 갈갈이 찢겨져 있었다. 얼굴과 머리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고 나머지 몸과 팔다리는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이방은 아직 죽지 않았지만 온몸에 느껴지는 고통은 그녀를 부들부들 떨게 만들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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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그는 크게 숨을 헐떡이며 마치 큰 손이 심장을 꽉 쥔 것처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왜 그러십니까?” 왕청여는 소리에 깨어 그가 넋을 잃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짜증을 내며 물었다. “또 악몽을 꾸었습니까?” 요즘 그는 잘못한 일이 많은지 자주 악몽을 꾸었다. 하지만 왕청여를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은 그가 악몽을 꾸면서 몇 번이나 이방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이다. 그가 가슴을 움켜쥔 채 아무말도 하지 않자 왕청여가 차갑게 말했다. “또 이방 꿈을 꾼 겁니까? 꿈에서 그녀가 죽었습니까?” “죽었소.” 전북망은 눈물인지 땀인지 알 수 없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정말 죽었소.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머리가 잘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비참하게 죽었소.” 한 밤중에 그가 하는 말을 들은 왕청여는 화가 치밀어 올라 호통쳤다. “됐습니다. 그녀가 죽든 말든 당신과 무슨 상관입니까? 어서 주무십시오.” 그러자 전북망은 맨발로 침대에서 내려왔다. “당신은 계속 주무시오. 난 서재에 가서 자겠소.” 그 모습을 본 왕청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당신이 계속 서재에 가서 주무시면 저택의 사람들이 대체 날 어떻게 보겠습니까?” 전북망은 온몸에 힘이 없어 한참 침대를 짚어서야 일어났다. 그는 왕청여가 한 말은 한마디도 듣지 못했고 귓가엔 꿈속 이방의 비명뿐이었다. 그가 비틀거리며 나가보니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구슬픈 빗소리가 지붕에 떨어져 물줄기가 되어 흘러내렸다. 그는 회랑에서 걸었는데 처참한 풍등이 이리저리 흔들리자 그의 그림자도 이리저리 흔들리며 거대한 짐승처럼 보였다가 귀신처럼 휘날리기도 했다. 빗소리가 섞인 바람소리는 마치 귀신과 늑대가 울부짖는 것 같았고 그는 꿈속의 비명소리를 떠올리자 순간 심장을 기름 솥에 던져진 듯 아프고 뜨거웠다. 그는 원래 서재로 가려고 했지만 두 발이 말을 듣지 않는 것처럼 길상거로 갔다.길상거의 문을 열자 그는 이미 온몸이 흠뻑 젖었다.한두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길상거는 이미 초목이 무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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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전북망은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고 비틀거리며 돌계단으로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그는 한참을 더듬어서야 불씨를 찾아 불을 켰다. 순간 콩알만 한 빛이 길상거 안의 모든 것을 비추었다. 그곳은 아주 간단해서 탁자와 의자 등 평범한 가구들뿐이었는데 가장 진귀한 것은 이방이 철목으로 보강한 문과 창문이었다. 그는 멍하니 앉아서 왕청여가 밖에서 화를 내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왕청여는 욕설을 퍼붓다가 그가 들은 척도 하지 않자 화가 나서 말했다. “당신이 계속 떠난 사람만 그리워하고 있으니 우리도 서로 감정을 소모할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이혼합시다.” 이혼이라는 두 글자가 전북망을 추억에서 끌어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눈빛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물었다. “이혼이오?” “그래요, 이혼합시다.” 왕청여는 우산과 등불을 모두 내팽개치고 물을 밟고 들어와 광기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어차피 난 한 번 이혼한 몸이니 다시 이혼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우린 서로 사랑하지 않으니 난 방시원을 찾아가겠습니다.” 그러자 전북망이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방시원?” “그가 당신보다 천 배 만 배는 낫습니다. 그가 전쟁터에서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그의 부인일 것이고, 이젠 그가 살아 돌아왔으니 난 그를 찾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정신이 돌아온 전북망은 왕청여의 말에 화가 나지도 않았고 심지어 비아냥거렸다. “방시원은 이제 당신을 원하지 않소.” 그의 말은 왕청여의 아픈 곳을 찔렀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말을 뱉었다. “그럼 난 노세진을 찾아가겠습니다.” 전북망은 노세진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왕청여가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노세진이 누구요?” 왕청여는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은 후에 자기도 놀라서 멍해졌다. 한 번 밖에 없었던 황당했던 일이지만 왠지 모르게 그때가 그리웠다. 그녀는 노세진을 사랑하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오세진과 있었을 때 가장 따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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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요즘 왕청여의 생활은 너무 엉망이었다. ‘안 그래도 성취욕이 없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황제의 미움을 받고 있었는데 마침 이때 소진 소주방에 정말 사람이 찾아갔으니. 민소진, 살아서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죽은 후에 그녀의 이름으로 된 공방이 지어지다니. 그리고 형수는 민 씨의 죽음이 나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을 해서 소진소주방은 늘 바늘처럼 내 목을 찌르는 것 같았지. 게다가 후부에서 쫓겨나 장군부로 돌아온 전소환은 죽어도 모자랄 판에 하루 종일 오만해져 태도가 좋지 않지. 지금은 재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니, 정말 웃기지 않는가? 예전엔 재혼 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더니. 당시에 송석석과 나를 재혼 부라고 얼마나 무안을 주었는가? 하지만 지금은 전소환도 이혼녀가 되었지. 아니지, 본처가 되어본 적이 없으니 그녀는 그저 쫓겨난 첩이지.’ 전소환은 매일 왕청여를 찾아와 큰 형수는 어머니나 마찬가지니 당연히 자신의 혼인을 책임져야 한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전소환은 눈이 높아 세가로 시집가려고 했는데 그녀는 첩으로 들어가도 좋으니 좋은 가문으로 가려고 했다. 그녀는 외모가 출중하지 않은 데다 버림받은 첩이라 별의별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를 받아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세가로 시집을 가려고 하니, 왕청여는 헛된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전소환이 찾아와 귀찮게 굴 때마다 장군부를 떠나고 싶어했다. 하지만 오늘 밤 전북망이 이혼을 동의했을 때 그녀의 심정은 무너졌다. 그녀는 전북망이 그렇게 흔쾌히 승낙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분명히 형편없고 돈도 없이 빈 껍데기만 남은 건 장군부인데, 솔직히 말해서 상인의 딸과 결혼하겠다고 해도 생각해봐야 할 판에. 게다가 나는 백작부의 셋째 아가씨이고 왕 씨 가문이 진성에서의 저력은 오늘날 빈약한 장군부와 비교할 수조차 없지. 그가 나에게 잘 보여서 우리 오빠에게 도움을 청해 진성에서 더 좋은 앞날을 도모해도 모자랄 판에 미련 없이 나와 이혼을 하자고 하다니? 이때 홍이가 옆에서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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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왕청여는 어떻게 할지 몰라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려 했다. 왜냐하면 이혼하자는 것도 자기가 제안한 것이었고 전북망도 그저 홧김에 동의한 것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정말로 이혼을 한다고 해도 장군부의 조건으로 전북망은 더 이상 부인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와서 누가 그를 존경하겠어? 상인의 딸이나 일반 백성의 딸과 결혼하면 몰라도 벼슬이 있는 집안은 그를 안중에 두지도 않을 것이야.’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거라.” 왕청여는 피곤한 듯 두 눈을 감고 말했다. “내일 의사를 불러와서 내가 몸이 편찮으니 며칠 쉬어야 한다고 전하거라.” “네.” 홍이는 왕청여가 이혼하려고 했다가 소문을 내지 말라고 했다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전북망은 이튿날 아침 일찍 북명황실 앞에서 기다렸는데 이번에는 송석석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사여묵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사여묵은 외출하려고 하는데 전북망이 말을 끌고 문 가에서 초췌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장대성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전북망은 황급히 말을 끌고 가서 허리를 굽히고 인사를 건넸다. “왕야님을 뵙습니다.” 사여묵은 그를 훑어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오?” 그러자 전북망은 용기를 내어 물었다. “왕야님, 서경 사람들이 이방을 처치했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사여묵은 그가 황실 서재에서 송석석을 막은 것이 화가 나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내가 그걸 어찌 안단 말이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오.” “왕야님…!” 전북망은 황급히 그를 가로막고는 머리를 숙이고 애원했다. “저는 왕야님의 소식이 가장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날의 일은 모두 내가 잘못했으니 제발 형부에서 협조한 것을 봐서라도 알려주십시오.” 사여묵은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을 터뜨렸다. “전북망, 당신이 형부에서 협조한 것은 신하로서의 의무이고 장군부와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니오? 괜히 날 위한 것처럼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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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이방의 소식은 곧 진성으로 전해졌다.평사저와 운익각의 사람들은 모두 백성들이 어떻게 분풀이를 했는지 그리고 이방이 얼마나 참혹하게 죽었는지 직접 보았다.이 편지는 비둘기로 보내온 것이 아니라 운익각의 사람이 말을 타고 북명황실로 보내온 것이라 아주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그건 평사저가 송석석에게 보여주려고 아주 상세하게 기록했다.송 씨 가문의 멸문사건의 범인이 이방이니 송석석은 뼈저리게 그녀를 미워했다. 하지만 녹분성의 일과 연루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 복수를 할 수는 없었고 평사저가 최대한 상세하게 기록해서 송석석의 화를 풀어주려고 했던 것이었다.송석석은 몇 번이고 읽어보았는데 그녀는 이게 평사저의 필체라는 것을 알았다.편지 내용을 한참 보던 송석석은 결국 긴 숨을 내쉬며 사여묵의 품에 안겨 한바탕 울었다.사여묵은 마음이 아파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석석이가 드디어 속 시원히 우는구나…’다만 복수는 하긴 했지만, 이방이 죽었으니 아픔은 평생 갈 것이다. 사여묵은 송석석의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했다.“이제 복수를 했으니 이방과 서경의 정탐꾼들은 모두 저승에서 당신 부모에게 청산을 받을 것이오.”송석석은 그의 가슴에 안겨 요 몇 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는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이 아팠다.보주도 문지방에 앉아 저녁노을이 겹겹이 물드는 하늘을 보았는데 마치 이글이글 타오르는 자신의 마음과도 같아 보였다. 그녀는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아가씨도 자기처럼 평생 이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시만자도 편지를 보더니 후련한 마음으로 말했다. “드디어 죽었다니. 참 잘 된 일입니다.” 염 선생은 장대성을 장군부에 보내 이 일을 전북망에게 알리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시만자가 말했다. “그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직접 사람을 보내서 알려줍니까?” 그러자 염 선생이 말했다. “어떤 사람은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으니 여기 와서 묻기 전에 아예 알려주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염 선생은 그런 사람을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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