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이 서경의 사신에게 끌려간 이후로 그는 거의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꿈속에서 이방은 서경 사람들에게 온몸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잘리고, 살점이 한 조각씩 도려내어져 피가 거대한 파도처럼 그를 집어삼켰다.대낮에 근무를 할 때조차도 줄곧 이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때는 도와달라 외쳤고, 어떤 때는 그를 배신자라고 욕하며, 또 어떤 때는 비참한 비명 소리가 들리기까지 했다. 그는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이방에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 두가지의 생각이 계속 충돌하면서 그는 이미 정신적으로도 쇠약해지고 완전히 지쳐버렸다.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부사령관이라는 자리가 사실상 허울뿐임을 잘 알고 있었다. 황제가 그에게 아무 임무도 주지 않으니 매일 그냥 허둥지둥 거리를 배회하다 집으로 돌아갈 뿐이었다. 그러나 집에서도 평안하지 않았다. 왕청여는 소란을 피웠고, 전소환은 그에게 후부에 가서 억울함을 호소하라고 부추겼기 때문이다.어디에서도 그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는 자신의 답답함과 고통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이제 그의 곁에는 그런 친구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었다. 아무도 그와 왕래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송석석은 사실 이방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운익각에서 온 소식에 따르면 냉옥 장공주는 아직도 녹분성에 갇혀 있었다.수란석은 녹분성으로 돌아간 뒤 사령관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즉각적인 공격을 감행하지는 않았지만 병력을 주둔시키며 퇴각하지도 않았다.그 역시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저울질하며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국과의 회담을 거친 뒤 그는 상황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단순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공격을 하자니 식량과 무기가 부족하고, 물러서려니 황제의 밀지가 있어 명령을 거스를 수 없는 처지였다.그는 직접적으로 공격할지 후퇴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냉옥 장공주에게 무장들과의 협상을 맡겼다. 때가 되면 그 흐름에 맞춰 행동하
최신 업데이트 : 2024-12-08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