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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51 - 챕터 1060

1156 챕터

제1051화

모종윤이 평자호의 세 번째 방에 들어가게 되면서 소진 소주방은 마침내 첫 번째 입주자를 맞이했다.시만자는 그녀가 자수틀 앞에 앉아 꽃을 수놓는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비록 시작은 너무나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드디어 첫 발을 내딛은 셈이었다. 막다른 길에 몰린 여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소진 소주방을 떠올리길 간절히 바랐다.전소환은 남편에게 이혼당한 뒤 친정으로 돌아갔다. 왕청여는 그녀를 몹시 싫어했기에 원래는 집에 들이는 것조차 꺼려했다. 하지만 전북망이 그녀를 집으로 받아들일 것을 고집하자 화가 난 왕청여는 본인의 친정으로 다시 돌아가 버렸다.왕청여는 친정에서 어머니에게 울며 하소연했다. 이제 전북망은 봉급도 없고 맡은 일도 소홀히 하며, 하루 종일 폐인처럼 지내니 도저히 이런 삶은 살 수 없다며 울부짖었다.노부인은 이제 왕청여의 울음에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녀가 하소연하며 우는 일이 너무 잦다 보니 처음엔 위로라도 했던 노부인도 이제는 무덤덤해져서 그저 내버려 둘 뿐이었다.다만 최씨가 귀찮다는 듯 말했다."그렇게 살기 힘들면 이혼을 하지 그래? 이혼한 뒤에는 친정에 돌아오지 말고 소진 소주방에 가면 되잖아. 다만 공방에서 너를 받아줄 것 같진 않구나. 예전에 민씨가 투신했을 때 네가 한 역할이 적지 않았으니 말이야."왕청여는 민소진의 이름을 듣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동시에 큰형수인 최씨도 두려워했다. 결국 친정에서 이틀만 머무른 뒤 할 수 없이 머리를 숙이고 다시 장군부로 돌아갔다.한편 최씨도 소진 소주방에 들러 모종윤을 만났다. 모종윤의 사정을 얼핏 들은 적이 있었던 최씨는 시만자에게 그녀를 도와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지 조심스레 물었다.시만자가 이미 홍현을 보내 상황을 확인하도록 했다며, 억울함을 풀어줄 수는 있겠지만 염색 공방은 아마 되찾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최씨는 한 동안 침묵을 유지하고는 시만자의 말이 사실임을 묵묵히 인정했다.모종윤의 염색 공방은 그녀와 남편이 함께 만든 것이었지만 공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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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송석석 덕분에 대리사는 매우 바빠졌다. 송석석은 앞뒤로 열심히 뛰며 직접 사여묵에게 음식을 보내 그의 편의를 세심히 챙겼다.사건의 증거는 사실 이미 전부 확보된 상태였다. 대리사에서는 이를 확인하고 용의자들을 체포해 심문해야 했다.이런 일들은 본래 사여묵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관련된 인물들 뒤에는 모두 막강한 세력들이 있었기에 송석석이 원망을 사기보다는 자신이 원망을 받는 편이 낫다고 판단해 스스로 나섰다.그냥 이 세가들이 자신을 미워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가장 신이 난 사람은 오진이었다. 최근 그는 무예 훈련에 더욱 힘을 쏟았다. 이번 일이 제대로 정리되면 순방영이 진성을 수호하는 든든한 방패막이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는 너무 빨리 기뻐했다. 대리사의 철저한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순방영과 경위의 직무가 중복된다며 순방영을 철폐하라는 상소가 줄을 이었다. 송석석도 순방영과 경위의 직무를 새로이 구분할 것을 요청하는 상주문을 올렸다.숙청제는 이 문제를 조정에서 즉각 허락하지 않고 조례가 끝난 뒤 송석석을 어서방으로 불러 물었다.“어제 태후께 문안을 드리러 갔더니 태후께서 여학에 대해 물으시더군.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송석석이 답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여학의 보수 공사는 이미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책상과 의자, 붓과 먹, 종이와 벼루를 준비해 두었으며 학자 또한 물색 중에 있습니다.”“태후께서 여학을 매우 중시하고 계시니 그 일에 더 신경을 쓰도록 하라. 순방영의 문제는 당분간 미뤄두도록 하라.”송석석은 예상한 반응이었기에 놀라지 않고 격식있게 대답했다.“예, 알겠습니다.”조정 회의에서 황제가 허락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이 일이 성사되기 어렵겠다고 직감했다.그녀는 숙청제에게 순방영을 철폐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짐작했다. 일부 병력을 줄여 경위로 보내고 남은 병력 중 불필요한 인원은 해산시키며, 쓸 만한 인원은 현철위로 재배치할 생각인 듯했다.숙청제는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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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이방이 서경의 사신에게 끌려간 이후로 그는 거의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꿈속에서 이방은 서경 사람들에게 온몸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잘리고, 살점이 한 조각씩 도려내어져 피가 거대한 파도처럼 그를 집어삼켰다.대낮에 근무를 할 때조차도 줄곧 이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때는 도와달라 외쳤고, 어떤 때는 그를 배신자라고 욕하며, 또 어떤 때는 비참한 비명 소리가 들리기까지 했다. 그는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이방에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 두가지의 생각이 계속 충돌하면서 그는 이미 정신적으로도 쇠약해지고 완전히 지쳐버렸다.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부사령관이라는 자리가 사실상 허울뿐임을 잘 알고 있었다. 황제가 그에게 아무 임무도 주지 않으니 매일 그냥 허둥지둥 거리를 배회하다 집으로 돌아갈 뿐이었다. 그러나 집에서도 평안하지 않았다. 왕청여는 소란을 피웠고, 전소환은 그에게 후부에 가서 억울함을 호소하라고 부추겼기 때문이다.어디에서도 그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는 자신의 답답함과 고통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이제 그의 곁에는 그런 친구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었다. 아무도 그와 왕래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송석석은 사실 이방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운익각에서 온 소식에 따르면 냉옥 장공주는 아직도 녹분성에 갇혀 있었다.수란석은 녹분성으로 돌아간 뒤 사령관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즉각적인 공격을 감행하지는 않았지만 병력을 주둔시키며 퇴각하지도 않았다.그 역시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저울질하며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국과의 회담을 거친 뒤 그는 상황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단순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공격을 하자니 식량과 무기가 부족하고, 물러서려니 황제의 밀지가 있어 명령을 거스를 수 없는 처지였다.그는 직접적으로 공격할지 후퇴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냉옥 장공주에게 무장들과의 협상을 맡겼다. 때가 되면 그 흐름에 맞춰 행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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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사여묵은 약간 짜증이 났다. 전북망이 도무지 눈치가 없어서였지, 질투 때문은 아니었다.송석석이 방금 어서방에서 황제를 알현하고 나온 뒤였는데 전북망이 그런 자리에서 그녀를 붙잡고 질문을 하다니, 정말 생각 없는 행동이었다. 어서방에는 궁인들뿐만 아니라 황제의 부름을 기다리는 대신들도 많이 오가는 곳이었다.송석석이 말했다."상대도 하지 않았어요. 다만 그가 다시 이방에 대해 물어볼 줄은 몰라서 조금 의외였을 뿐이에요.""신경 쓰지 마시오." 사여묵은 두 팔을 벌려 그녀를 품에 끌어안으며 말했다. "이제 서우를 데리러 가자."마차는 천천히 움직였다. 노을의 잔광이 마차 커튼 틈새로 스며들어 두 사람의 얼굴에 따스한 금빛을 드리웠다.서원에 도착하자 장대성이 마차를 세우고 서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잠시 후, 그가 서우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서우는 이제 훨씬 차분해졌다. 서원에 막 다니기 시작했을 땐 고모와 고모부가 자신을 데리러 오면 신나서 깡충깡충 뛰어 달려 나왔지만 이제는 단정하게 걸어 나왔다. 비록 표정은 잔뜩 신이나 있었지만 말이다.서우는 마차에 올라 사여묵에게 예를 갖춰 인사를 드린 후에야 고모의 품에 안겨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고모! 오늘 선생님이 저를 칭찬해 주셨어요. 제가 쓴 글이 훌륭하대요!"송석석은 손수건을 꺼내 그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오, 우리 서우가 이제 글도 쓰는구나?""네!"서우는 신난 얼굴로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 송석석에게 내밀었다."고모, 보세요. 이게 제가 쓴 글이에요!"송석석은 종이 위에 적힌 글자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글을 배우기 시작한 지 아직 얼마되지 않았기에 글씨에 역동적인 멋은 없었지만, 글자 하나하나가 반듯하고 힘이 느껴졌다. "글씨가 참 예쁘구나.” 그녀는 서우를 칭찬한 뒤 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글의 표현은 다소 유치했지만 단어 선택과 문장 구성이 분명하고 주제가 뚜렷했다. 서우가 똑똑하고 생각이 명확한 아이임을 엿볼 수 있었다.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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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대황자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빛이 모두 변했다.서우는 고모 옆에 서 있다가 조금 당황한 듯 옷자락을 꼬집었다. 사실 그에게서는 약간의 냄새가 나긴 했다. 매번 집에 돌아오면 단신의가 지어준 약물로 목욕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서우 자신은 그 냄새에 익숙해져 있어서 더 이상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그의 마음속에 있던 열등감이 다시금 서서히 올라왔다. 거지였던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바로 이것이었다.“냄새나니까 꺼져!”송석석은 한 손으로는 서우의 손을 꼭 쥐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고모는 이 약초 향이 좋은데?"서우는 고모의 따뜻한 눈빛에서 위안을 얻었다. 그렇다. 남들이 한두 마디 한다고 이렇게 위축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그는 고모에게 환하게 웃으며 괜찮다는 눈빛을 보냈다. 제 황후는 태후의 얼굴빛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급히 일어나 대황자를 끌어오며 엄격한 어조로 말했다."누가 너한테 그런 말을 하라고 가르쳤느냐? 당장 송국공께 사과드려라!”대황자는 턱을 쭉 내밀며 말했다."저는 거지한테 사과하기 싫어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대황자는 자신의 몸이 공중에 뜨는 것을 느꼈다. 아직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엉덩이를 두 차례 강하게 얻어맞았다. 그는 아파서 곧바로 울음을 터뜨렸다.“어서 눈물 닦지 못할까!”사여묵이 그를 안아 들고 매섭게 소리쳤다.대황자가 아무리 거만하게 횡포를 부려봤자 겨우 일곱 살에 불과했다. 어린 아이가 사여묵의 이런 엄한 태도를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대황자는 곧 울음을 꾹 삼켰다. 훌쩍이며 눈물을 그렁그렁한 채로 제 황후를 바라보며 도움을 청했다.제 황후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얼굴 또한 굳었다."사과해. 안 그러면 황숙이 네 아바마마께 이 일을 모두 말씀드릴 거야."그녀는 말하면서 태후를 흘끗 바라보았다. 태후는 천천히 차를 들며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대황자는 마지못해 서우에게 사과했다.서우는 괜찮다고 말하며 그를 위로했지만 대황자는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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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어전에서 숙청제가 오 대반의 보고를 들었을 때 숙청제는 얼굴이 새파랗게 될 정도로 화가 났고 분노에 차 외쳤다."이 못난 놈 같으니라고!" 그러자 오 대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폐하, 태후께서 혜 태비에게 명하시어 왕야와 왕비를 궁 밖으로 내보내셨습니다. 태후께서 송국공만 남겨 함께 식사하시고, 궁문이 닫힐 때쯤 내보내겠다고 하셨습니다."숙청제가 명을 내리며 말했다."직접 어선방에 가서 태후께서 좋아하시는 요리를 몇 가지 준비하게 하라. 내가 태후와 함께 식사를 하러 갈 것이다.""예!"숙청제는 이어 명령을 덧붙였다."또 장춘궁에 가서 내 명을 전하라. 전북망에게 대황자를 데리고 태묘에 가서 무릎 꿇고 참배하게 하라. 그리고 전북망에게 송가가 치른 모든 전투에 대해 그에게 가르치게 하라. 내가 나중에 질문할 것이다."오 대반은 이 명령이 아주 좋다고 여겼다 특히나 대황자를 전북망이 데리고 가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오 대반이 물러난 후, 숙청제는 눈앞에 쌓인 상소문들을 보며 갑자기 모든 의욕을 잃었다.최근 2년 동안 조정의 모든 문무백관이 태자를 책봉해달라고 청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역대 왕조에서도 태자 책봉은 치열한 경쟁의 장이었다. 조정 앞과 궁궐 뒤, 공신과 외척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며 복잡한 구도를 형성해왔다.하지만 이 조정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태자를 세운다면 장자와 적자를 우선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대황자는 장자이자 적자로서 신분의 존귀함이 다른 황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그러므로 현재로서는 태자 책봉에 있어 의심할 여지없이 대황자가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황후와 제씨 가문도 여러 차례 그의 반응을 살피며 의사를 떠보았지만 숙청제는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 대황자는 능력이나 성품 모두 태자로서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상국을 그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만 하면 숙청제는 한없이 불안해졌다.다행히도 그는 아직 젊었기 때문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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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숙청제가 죄책감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모든 것이 소자의 잘못입니다."그러자 태후가 이어서 말했다."내가 본래는 황제와 송씨 가문 자제들 간의 친분을 이야기하고 함께했던 지난날을 들려주며, 황제께서 황제라는 신분을 잠시 잊고 단지 어른으로서 서우를 대하도록 말씀드릴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합니다. 누군가 계속해서 일깨워야만 기억할 수 있는 감정이라면 그 감정 자체가 이미 허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황제께 직접 통첩을 드립니다. 반드시 그 아이를 잘 대우하고 아무도 그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하십시오."태후의 말은 숙청제로 하여금 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그는 이 순간에서야 자신에게도 한때 절친한 벗들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당시 송씨 가문과의 교류는 온전히 순수한 의도였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최소한 그 우정만큼은 진심으로 소중히 여겼다.송씨 가문의 부자가 희생되었을 당시, 그는 막 황위에 오른 지 얼마되지 않았었다. 그의 마음은 무엇보다 전조를 안정시키고 민심을 수습하며 다시 공을 세워 나라를 재건하는 데 더 많이 쏠려 있었다.그는 남강을 되찾는 공로를 매우 중시했기에 송씨 가문의 부자들이 희생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슬픔이 아니라 극심한 걱정이었다. 이후 동생을 남강으로 파견했고 매 순간 승리의 소식이 전해지기만을 기다렸다.그 기다림 속에서 그는 무의식적으로 송씨 가문의 부자들이 희생된 슬픔을 외면했다. 그렇게 마침내 대승을 거두자 그의 마음속에는 기쁨만이 가득했다.태후의 말은 숙청제를 깊은 회상으로 이끌었다. 오랜 시간 추억 속에 잠긴 그는 죄책감과 슬픔에 조금씩 잠식되었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 그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했다. 숙청제는 몸을 굽히며 목이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소자가 약속드리옵니다. 오늘과 같은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소자가 살아 있는 한 아무도 감히 서우를 괴롭히지 못할 것입니다."태후는 마침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황제가 약속을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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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황후의 말에 숙청제는 용안이 일그러지며 크게 분노했다. 그는 찻잔을 거칠게 휘둘러 황후 앞에 내던졌다. 찻잔이 바닥에 떨어져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졌다. 황후는 그 소리에 놀라서 얼어붙었고 순간 멍해졌다.하지만 그녀는 황제가 지나치게 과민하다고 여겼다."폐하, 그저 어린 아이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한 말일 뿐이지 않습니까. 서우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크게 화를 내시는지요?"숙청제는 차갑게 대답했다."황후가 그 아이가 장차 그저 평범한 어린아이로 남길 원한다면, 그 뜻을 따르겠소."제 황후는 크게 놀라며 말했다."그런 말씀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만약 이런 말이 외부로 전해진다면 조정의 신하들이 이를 마음에 새길까 두렵습니다."숙청제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그것이야말로 좋지 않소? 어차피 황후는 그 아이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으니, 장차 그는 한가한 왕자로 남아 동생들의 그늘 아래서나 밥을 빌어먹게 될 것이오."제 황후는 그 말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거의 기절할 뻔한 그녀는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 것을 느끼며 공포에 휩싸였다.오랜 시간 편안한 궁중 생활에 익숙해진 황후는 황권이라는 것이 본래 가시밭길임을 잊고 있었다. 단지 신분만으로 모든 것을 쉽게 얻을 수 있으리라 믿었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에 그 아이가 제멋대로 행동하게 했습니다. 앞으로 그 아이가 큰 능력을 갖추지 못하거나 중요한 일을 맡지 못하게 된다 해도, 이는 모두 제 탓입니다. 오늘부터 그 아이를 엄격히 지도하여 넓은 마음과 올바른 품성을 갖추도록 하겠습니다."숙청제는 그녀의 말을 끊으며 냉정하게 말했다."빈말을 듣고 싶지 않소. 일년을 기한으로 하겠소. 그때까지도 그 아이가 여전히 경중을 모른 채 경솔하게 행동하고 학업에 뒤처지며 아무것도 모른다면, 그는 고려 대상이 될 자격조차 없을 것이오."황후는 숙청제가 일년의 기한을 주겠다고 하자 안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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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북명황실은 밤이 되어서도 환한 불빛으로 밝았다.염선생은 황제가 내린 하사품을 하나하나 장부에 적어 따로 정리했다. 나중에 서우가 국공부로 돌아가 작위를 계승할 때 다시 돌려보내기 위함이었다.한편 송석석은 서우의 손을 잡고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이 그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았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천천히 산책을 하며 둘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서우의 기분과 오늘 일에 대한 생각을 조심스레 물었다.그러나 그녀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서우는 고개를 들어 밝은 얼굴로 고모를 쳐다보며 말했다."이게 뭐가 대단한 일이라고요? 그냥 한마디 말일 뿐인데요. 화낼 가치도 없어요. 태후 마마와 황제께서 저를 정말 잘 대해 주시잖아요. 하사품도 그렇게 많이 주셨는데, 그 말 한마디와 비교가 되겠어요? 게다가 대황자는 아직 어리잖아요. 조금 더 크면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거예요."송석석은 그의 코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며 웃었다."꼬마야, 대황자가 아직 어리다고 하지 말거라. 너는 얼마나 크다고 그러니?"하지만 서우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도 대황자보다는 제가 더 크잖아요."서우는 고모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민감하게 알아챘다. 그리고 아저씨조차도 안심하지 못한 채 뒤에서 몰래 따라오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서우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정말 별일 아니에요. 오늘 모두 돌아가신 뒤에 태후마마께서 저에게 말씀하셨거든요. 앞으로 저는 매일 행복하게 지내야 한다고요. 우리 조부모님과 부모님이 송가의 모든 죄를 대신 받으시고 행복과 즐거움을 저희에게 남겨주셨대요.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그분들의 행복이래요."송석석은 그의 말을 듣고 마음 한구석이 찔린 듯 아릿했다.이 모든 말이 위로를 위한 것이란 걸 알지만, 그녀와 서우는 이미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행복하게, 즐겁게 사는 것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자 그들이 바라던 모습일 것이다.고모와 조카는 맞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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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송석석은 지금껏 태자 책봉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그 이유는 첫째로 황제가 아직 젊기에 이렇게 이른 시기에 태자를 책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둘째는 본 조정에는 적장자가 있었는데 이는 흔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반 관료 가문에서도 서장자가 있는 경우가 흔한데, 하물며 황제의 삼궁육원에서는 후궁이 황후보다 먼저 임신하면 장자를 낳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훈작세가의 관례로서는 정실 부인이 들어오기 전에 통방이 아이를 낳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 통방이 잠자리를 가진 뒤에는 피임약을 먹어야 했고, 실수로 임신했다 하더라도 낙태약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그러나 황실은 달랐다. 후궁이 임신하면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황실의 혈통으로 인정되었다.공비가 황후보다 먼저 임신했을 때, 당시 황후는 공비가 황실의 장자를 낳을까 봐 전전긍긍했었다. 다행히 공비가 낳은 아이는 공주였고 황후는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이 모든 것은 송석석이 당시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송석석은 그 이후로 이런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다.그녀는 황제가 적장자를 두고 있는 만큼 반드시 훌륭히 키울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지금과 같은 성격으로 자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또한 송석석은 황후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온 진성에서 명성이 자자한 규수로, 문무를 겸비한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황후는 성인과 현인의 가르침을 읽은 사람이었으니 아이를 지나치게 방임하면 결국 해롭게 된다는 도리를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게다가 그 아이는 장차 황태자가 될 존재인데 말이다."그런 건 신경 쓰지 마시오. 생각하면 마음만 복잡해지오. 황태자 문제는 황제께서 매우 신중하게 결정하실 거요." 사여묵이 손을 들어 그녀의 미간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며 말했다. 그의 수려한 얼굴은 은은한 등불 아래서 더욱 부드럽게 빛났다."황태자 문제는 우리 북명황실이 감히 관여할 수 없는 일이니 그저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소. 어머니께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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