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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41 - 챕터 1050

1156 챕터

제1041화

제부.제상서가 옷소매를 휘두르며 말했다. "부인은 참 어리석소. 어찌 그 송석석의 말을 믿을 수 있단 말이오? 만약 마마께서 정말 공방을 지지하면 문관 청류들이 비난할 것이 뻔하지 않겠소? 마마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대황자의 지위는 확고하오. 그는 중궁의 적자이고 장남이오. 허니 그 외에 누가 있겠소?"제대부인은 자리에 앉은 채 반문했다. "그렇다면 대인께서는 왜 공방을 노리시는 겁니까?"고청묘 사건 이후로 제대부인은 그를 한 번도 부군이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오랜 세월 함께했지만 그들 사이엔 틈이 있었다.제상서는 입술을 깨문 채 말없이 앉아 있었는데 그의 눈빛은 점차 어두워졌다.제대부인은 이유를 잘 알기에 직접 밝히기로 했다. "폐하는 지금 강건하시니 후계자를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궁중에는 후궁도 많고 황자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만약 대황자보다 똑똑하고 기민한 사람이 있다면 폐하 역시 다른 생각을 하실 겁니다. 폐하가 여태 후계자 문제를 언급하지 않으시는 이유는 대황자가 별 볼 일 없기 때문이겠죠."제상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반박하려 했지만 할 말이 없어 결국 이렇게 말했다. "폐하의 심기를 건드리면 공훈가문과 문관 청류들이 반감을 품을 것이오. 그렇다면 마마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지 않소? 부인, 제발 어리석게 굴지 마시오."제대부인이 말했다. "이 일은 북명왕비와 이씨 부인이 주도하고 있으니 마마께서는 나서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마께서는 먼저 태후의 입장을 살피다가 만약 태후께서도 찬성하시면 공방에 조금의 돈을 보태시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폐하가 책망하더라도 태후에 효를 다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폐하가 책망하지 않으면 외부의 비판에 불과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마마와 대황자에게 이익이 될 것입니다. 대인께서도 공방을 추진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사람을 시켜 방해한 게 아닙니까?"제대부인이 아무리 설득해도 제상서는 여전히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 않으면 실수할 일도 없소. 이 위험까지 감수할 필요가 없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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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2화

몇몇 거자들이 글을 가져왔지만, 염구진은 왕야에게까지 보고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 바로 거절했다. 그들은 태도가 부자연스러웠고 공방에 대한 편견도 여전했다. "내일 다시 제출하시게. 만약 내일도 이렇게 쓸 거라면 더는 오지 않아도 될 걸세." 염구진이 담담하게 말했다.그중 진씨 성을 가진 거자가 분노에 차서 말했다. "선생님도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찌 권세를 얻고 나서 학문하는 사람을 괴롭히시는 겁니까?"염구진은 그들의 얕은 생각을 직접적이고 간단하게 반박했다. "자네들이 여자가 아닌 것이 한탄스럽소. 어머니의 고생을 알지 못하니 말이오.""공방과 여인이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그것은 버려진 여인들을 수용하는 곳입니다."염구진이 엄하게 말했다. "버려진 사내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소?"그러자 거자들이 모두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버려진 사내라니요? 정말 우스운 말이군요."염구진은 그들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왜 버려진 사내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세상 사내가 모두 고귀해 여인을 능가한다고 생각하는 게요?""사내는 온갖 고생을 도맡아 하고 아내와 자식까지 부양해야 하지 않습니까?"그러자 염구진이 물었다. "여인들은 못하는 일이오?"그들은 하나같이 눈을 크게 뜨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내일 이 시간까지 내가 만족할 만한 글이 제출되지 않으면 그대들의 미래는 없을 것이오. 돌아가서 농사를 짓든 글을 팔든, 아니면 아내가 자수라도 잘하면 아내의 힘으로 먹고 살 수 있소. 그러다 아내가 머리가 하얘질 때까지 기다리다 아내를 쫓아내면 될 것이오."염구진은 결국 몽동이를 불러 사람들을 쫓아내게 했다.그러자 몽둥이가 철몽둥이를 휘두르며 큰 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하나같이 여인의 몸속에서 나온 것들이 까짓 학문을 좀 익혔다고 어머니까지 욕보이다니! 참으로 우습도다. 의리도 모르고 효도도 모르고, 백성을 위해 싸우지도 않고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것저것 비난만 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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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3화

송석석이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나 수씨와 관련이 있는 일이었다. 그녀가 가장 아니길 바랐던 것이 바로 수씨었다. 그녀는 다년간 후부에서 집안의 일을 도맡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온갖 고생을 다 했지만 가의는 늘 그녀에게 가혹하게 대했다. 비록 그녀가 노부인의 조카이긴 했지만, 본처가 아니라 명분도 제대로 얻지 못했다. 시만자 역시 머리가 아팠다. “이걸 어쩐단 말이냐? 정말 수씨라는 것이냐? 만약 그렇다면... 사람도 다 죽은 마당에 조사한들 평양후부의 노부인이 그 말을 믿기나 할까? 게다가 수씨가 죽기 전에 계획했다는 증좌도 없으니 단지 시녀의 증언으로 부족할 것이다.” 송석석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노 집사에게 부탁해 풍 집사를 청하도록 하지. 이번엔 우리가 직접 묻는 것이 좋겠구나.” “그럴 수밖에. 모든 일은 풍 집사가 안배한 일이니 그자는 절대 아무 이유도 없이 가의를 겨냥하지 않을 것이다. 배후에 분명 누군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 송석석은 먼저 노 집사를 불러 풍 집사에 대해 철저히 알아보면 그의 의도를 분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풍 집사가 이 일을 꾸몄을 거라는 말에 노 집사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화가 역력한 기색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저에게 했던 말들은 전부 일부러 왕비님의 귀에 들어가라고 한 말이군요.”“그럴 가능성도 있지요. 사실을 왜곡해 우리가 가의를 나쁜 사람으로 믿도록 한 것입니다. 물론 가의가 악독하긴 하지만 이 일에 있어 무고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우리가 가의를 의심하게 유도한 것이지.” 송석석은 노 집사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허나 일부러 속이려고 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이건 일이 밝혀지고 나서 다시 묻도록 하자.” 송석석은 풍 집사의 의도를 확신할 수 없지만 그가 악의적인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노 집사와 이렇게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그러자 노 집사는 얼굴이 조금 창백해졌다.“하긴, 정말 절 이용하려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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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4화

단신의의 제자들은 진성 행림에서 알아주는 인물로 소식도 제법 빠르다. 공방과 가의의 일이 시끌벅적하게 퍼지자 의원들도 의문을 금치 못했다. 설사약으로 어찌 유산이 된단 말인가? 그러던 중 누군가 중얼거리며 말했다. “홍화삼칠탕약을 그리도 먹어댔으니 유산이 안 될 리가 없지. 생명도 위태로울 판에.” 이 말은 그렇게 돌고 돌아 홍작의 귀에 들어갔다. 공방과 관련된 일이라 홍작은 이 소문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고 결국 유 의원의 제자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유 의원은 평양후부의 전용의원으로 작은 의관을 운영하며 몇몇 제자도 키우고 있었다. 거듭된 조사와 질문 끝에 홍작은 유 의원이 누군가의 명령을 받아 매일 평양후부에 보내는 약에 소량의 삼칠과 홍화를 넣었는데 그 향을 숨기기 위해 용안과 붉은 대추도 넣었다고 말했다. …왕경루.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이 노 집사와 후부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말 속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고청락이 난리를 치지 않았다면 측부인도 이리 일찍 가지 않았을 터, 측부인은 분명 화가 나서 갔을 것이오. 후부에 들어간 뒤로 고청락 때문에 측부인은 고단하게 살았소. 그러다 보니 젊은 나이에 병이 들어 죽게된 것이지. 우리 하인들까지도 가슴 아프로구나.” 그 말에 노 집사는 고개를 들고 담담히 물었다. “듣자니 측부인께서 작년에 유산을 했다지? 사실이오?” 속으로 괴로워하던 풍 집사는 그 말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가 곧 다시 정신을 차렸다. 때마침 송석석과 시만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고 풍 집사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예의 행했다. “왕비님을 뵙습니다.” 그러자 송석석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미소를 지었다. “풍 집사, 어서 앉거라.” 풍 집사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소인이 어찌 감히 왕비님과 자리를 함께하겠습니까. 서서 모시겠습니다.” “앉거라. 너에게 몇 번이고 일을 알아보면서도 내가 감사의 표시를 하지 못했다. 그러니 어서 앉거라.” 송석석은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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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5화

풍집사는 아무 말 없이 침묵하며 속으로 그녀가 얼마나 알고 있을지를 추측하며 혹시라도 그녀가 자기를 속이는 게 아닌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이때 시만자가 크게 말했다. “어려울것 없다. 증좌를 들고 바로 관청에 고하면 될 일이다. 비록 장본인은 죽었다지만 그래도 자기가 한 일에는 책임을 져야지!”“안 됩니다!” 그 말에 풍집사는 털썩 무릎을 꿀고 다급히 말했다. “이건 측실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측실은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 더는 측실의 영혼을 불안하게 하지 말아주십시오. 왕비님,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모든 건 소인의 짓입니다. 공방을 헐뜯으라고 사람을 보낸 것 역시 소인의 짓입니다.”송석석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고 말했다. “시만자가 수씨를 언급한 것도 아닌데 넌 뭐가 그리 급해 그녀를 언급하는 것이냐. 관청에 고하라.” 그 말에 풍집사는 제대로 놀란 듯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아니 되옵니다. 제가 어찌해야 할지 말씀만 해주십시오. 왕비님이 시키는대로 다 하겠습니다. 소인의 목숨을 빼앗아 가도 아무런 원망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관청에 고하진 않았지만 홍작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배후에서 계략을 세운 건 수씨이고 실행에 옮긴 건 풍 집사와 수씨의 몇몇 시녀였다. 하지만 평양후 모자가 이 일을 알고 있는지, 알면서도 감싸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수씨가 이런 계획을 세운 이유는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뒤부터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시기에 평양후가 자신에게 측실을 들이겠다고 말하면서 이미 조씨라는 여인을 정해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평양후는 조씨를 서부인의 신분으로 들이겠다고 했다. 허나 서부인이란 이름만으로도 그 지위는 첩들보다 월등히 높았다.게다가 조씨를 언급할 때면 평양후는 그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의 부친이 수재고, 그녀 또한 단정하고 정숙해 집안을 맡기기에 딱이라고 했다.허나 수씨가 알아본 데 의하면 조씨에겐 약혼자가 있었지만 약혼자가 죽게 되어 여태 혼인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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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6화

송석석과 시만자는 풍 집사를 데리고 평양후부에 갔다.수씨가 세상을 떠난 뒤로 노부인의 건강은 더 나빠졌고 장례식을 치른 이후로는 줄곧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였다. 송석석이 막 도착했을 때 평양후 노부인은 막 약을 먹고 침대에 반쯤 기대어 있었는데 전소환이 옆에서 수발을 들고 있었다.전소환은 송석석을 쳐다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미 큰 충격을 받았다.송석석이 가의의 일로 풍 집사까지 데리고 온 사실에 심장이 철렁했던 것이었다.전소환이 가장 증오하는 사람이 바로 송석석이다.그녀는 이번 생에 절대 송석석을 용서할 수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증오해도 그녀는 송석석을 두려워했다.송석석의 현재 신분과 지위로 평양후부의 작은 첩 하나를 없애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노부인은 이전에 송석석의 청을 한 차례 거절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후부가 막 장례를 치른 후이기도 하고, 가의의 일이 소진 소주방에 누를 끼쳤기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여 송석석이 들어오자 노부인은 전소환이 건네준 손수건으로 입가의 약을 닦으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왕비께서는 가의 일로 오신 게로군? 가의는 그냥 내쫓아버리게. 그러면 내가 알아서 그 아이를 마을에 안치할 걸세.”노부인은 많이 여윈 상태로 눈두덩은 깊게 들어가 있었고 피부에는 누런 반점이 가득 자랐으며 눈가도 누르스름하고 푸르스름해 보이는 것이 전혀 기운이 없어 보였다.이전의 품위 있고 차분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송석석이 물었다.“노부인께서는 어떠신지요?”“괜찮네. 왕비가 신경 써주니 감사할 따름이지.”노부인이 힘겹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한쪽에 있던 전소환이 손수건을 쥐고 말했다.“의원께서 노부인은 자극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병세가 더 악화될 수 있으니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송석석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풍 집사에게 말했다.“네가 직접 노부인께 말씀드릴 테냐, 아니면 내가 대신 말하랴?”풍 집사은 털썩하고 무릎을 꿇더니 눈물을 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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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7화

평양후부는 단 하룻밤 만에 모든 일을 철저히 조사해 냈다.조사가 끝난 뒤, 평양후부의 노부인은 평양후를 불러 자신의 계획을 전했다.“전소환을 휴서로 내치고 가의는 다시 데려오도록 하거라. 그리고 이야기꾼 몇 분을 모셔 진실을 전한 뒤 밖으로 나가 사실을 밝히게 하거라.”평양후는 속으로 이미 가의에 대한 혐오감이 깊어져 있었기에 그녀를 다시 집으로 데려오는 것을 원치 않았고 노부인의 제안에도 강하게 반대했다.“허나… 동의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잘못을 덮어두는 편이 낫습니다. 과거 저는 고청락 일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적이 많습니다. 겨우 그녀를 휴서로 내보내 평화를 얻었는데 이제 와서 이런 일을 밝히는 것은 후부의 명성도 실추시키고 어머님 조카의 명성도 실추시키는 일입니다. 어머님 손주의 모친인데 이건 너무 잔인한 일입니다. 허니 아들은 절대 가의를 다시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노부인은 그를 바라보며 속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함과 끝없는 슬픔을 느꼈다.머리도 있고 눈도 있건만 아들은 머리도 돌아가지 않고 눈도 제대로 달리지 않았다. 그들 같은 공작 가문에서는 후대가 무능한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다. 아무 쓸모도 없는 코흘리개 같은 존재라면 방탕한 자식만도 못한다.노부인은 어지러움을 느끼면서도 억지로 정신을 부여잡고 말했다.“북명왕비는 이미 모든 사실을 명확히 조사했다. 내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녀가 말하지 않겠느냐? 그녀가 여기로 온 것은 아직 우리 평양후부의 체면을 세워줄 마음이 있으므로 우리에게 직접 처리하라는 것이다. 만약 그녀가 밖에 나가 이 사실을 말하면 우리 후부는 그야말로 가릴 것도 없어질 것이다. 됐다, 어차피 평양후부는 네가 주관하고 있으니 네가 직접 결정하거라. 네가 어떻게 하든 이 어미는 널 지지할 것이다.”노부인이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평양후는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북명왕비가 어머니 체면을 세워주려고 한다면 이 일을 덮어달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까? 그 공방이라는 것도 사실 허울에 불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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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8화

며칠 후, 소문은 점차 가라앉았다.인심이란 참으로 묘했다. 온갖 비난과 험담이 퍼져나간 후 일부 사람들은 오히려 소진 소주방의 존재 의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는 아마도 몇몇 거자들의 글이 사람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은 덕분일 것이다. 이들 글로 인해 몇몇 선비들도 점차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등과 찻집의 이야기꾼은 이렇게 말했다.‘소진 공방은 그저 버림받은 부인들에게 살아갈 길을 열어주는 곳일 뿐이다. 헌데 그곳이 무슨 세상을 뒤엎거나 인륜을 어기는 대단한 곳이라도 된단 말인가? 혹시 그대들에게 이 정도의 너그러움조차 없단 말인가?’이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비록 소수에 불과했지만, 대다수 사람들 역시 예전처럼 극렬히 반대하거나 비난하지는 않았다. 조금 더 차분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이러한 와중에 영안군주 사란이 소진 공방에 몸소 찾아가 공방에 들어가 살겠다고 선언했다. 그녀는 회왕부와 인연을 끊고 더는 회왕을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으며 앞으로는 공방을 집으로 삼겠다고 밝혔다.이 결정은 그녀가 즉흥적으로 내린 것은 아니었다.공방에 처음 입주자가 없었을 때부터 그녀는 이미 이곳에 살고자 하는 뜻을 품고 석소사저와 라사저와 몇 차례 상의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두 사저는 이를 반대하며 그녀의 이러한 행동이 진실로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방에 도리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번 일이 터진 뒤에도 그녀의 의지는 변함 없었다. 이에 석소사저는 송석석을 찾아가 이 일을 논의했고 송석석은 사란과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눈 끝에 그녀의 입주를 허락했다. 다만 공방에 들어가기 전 회왕부와의 관계를 완벽하게 끊을 것을 조건으로 삼았다.사실 회왕부에는 앞으로도 분명 일이 터질 것이기에 회왕과의 관계를 끊어야만 사란이 연루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란은 그리 먼 미래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단지 부모의 행동에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을 뿐이었다. 자신이 곤경에 처했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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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9화

가의 얼굴에 점점 불쾌한 기색이 나타났다. "아이구, 내가 몇 번이나 말했소? 그만 좀 떠들어 대시오. 손마마처럼 구질구질하게 굴면 다들 싫어한다지 않았소? 내가 주인이라면 자네 같은 하인은 필요 없을 것이오!"그러자 손마마가 불쑥 나타나 반문했다. "그럼 직접 주인이 되셔서 마음에 꼭 맞는 하인을 구하십시오!""당연히 그럴 것이오. 여기서 고생하며 자네 같은 늙은 하인 얼굴 볼 바에야!"가의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어서 가십시오. 옷 챙길 필요도 없겠습니다. 가면 좋은 옷이 많을 테니깐요.” 그러자 가의가 고개를 번쩍 들며 소리쳤다."경고하는데 내 옷 건드리지 마시오! 줬다 뺐는 건 부도덕한 일이오."그러자 손마마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인색하긴, 어차피 입지 못하는 옷인데 가져가서 뭘 하시려고요? 후부의 하인도 그런 옷은 입지 않을 겁니다.” “입고 안 입고 난 반드시 가져갈 것이오.” 그러자 손마마가 말했다."알겠습니다. 내가 챙겨줄 테니까 빨리 가십시오."그러자 가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내 물건은 내가 챙길 테니 건드리지 마시오!” 그러더니 다급히 자기 방으로 달려갔다. 사란은 잠시 시만자를 바라보다가 시만자에게 얼른 그녀를 따라가라고 손짓했다. 방 안은 그리 깨끗하지 않았는데 바닥엔 심지어 진흙도 있었다. 의자에는 새 옷 한 벌이 걸려 있었는데 땀 냄새가 났고 바닥에는 신발 두 켤레가 널브러져 있었는데 하나는 새 신발이고 또 하나는 진흙이 묻은 짚신이다.가의는 그 옷을 품에 안았다. 그 옷은 단순한 색깔로 아무런 자수나 장식이 없었지만 바느질이 매우 섬세했다.사란이 물었다. "언니, 아주 비싼 옷이오?"그러자 가의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비싸긴 개뿔, 손마마가 못 쓰는 안감으로 만들어 준 옷이다. 노파가 어찌나 깍쟁인지 나한테 옷 한 벌 만들어주는 것도 아까워하더구나. 흥, 절대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그러자 사란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나무랐다. “언니, 그런 말은 하지 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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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0화

가의는 눈앞의 비통함이 가득한 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살길을 찾고 싶다면 들어가시오. 비록 생활은 궁핍할지 몰라도 여기선 아무도 당신을 다치게 하지 않을 것이니.”여인의 눈물은 순간 둑이 터진 강물처럼 쏟아졌다.그녀의 이름은 모종윤이었다.원래 그녀와 남편 진성은 서울에서 염색 공방을 운영하며 딸 하나를 두고 살았다.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부부 사이는 원만했고 금전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어 나름 행복한 생활이었다.하지만 그녀가 딸을 낳을 때 대출혈을 겪으며 의원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고 했다.다만 이후로는 아이를 다시 가질 수 없다는 소식에 큰 슬픔에 빠진 것이었다.그녀는 낙담했지만 진성은 오히려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딸 하나면 충분하오. 나에겐 아우가 둘이나 있으니 아우들이 대를 이어갈 것이오.”그녀는 장며느리로서, 또한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었기에 두 소숙에게 각자 아내를 맞이하도록 도왔고 그들은 모두 아들을 낳았다.그 시절 두 소숙은 그녀를 존경하며 모든 일을 상의했다.그러나 1년 전, 남편과 딸이 고향에 다녀오는 길에 산적을 만나 참변을 당했다.떠날 때는 생기 넘치는 두 사람이었는데, 돌아올 때는 이미 부패 직전의 시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그 충격에 거의 삶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지만 부모님과 시부모님이 계신다는 생각에 자식으로서, 며느리로서 마지막까지 봉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떨칠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가 그렇게 생각한 것과 달리 시부모와 두 소숙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남편이 죽고 아들도 없는 그녀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로 여겨졌다.그들은 염색 공방과 그녀가 모은 재산을 전부 가져갔고 결국 그녀를 쫓아내 버렸다.심지어는 그녀에게 시어머니를 때렸다는 누명까지 씌웠다. 그 일은 관아까지 알려졌고 시부모에게는 증인이 있었으며 심지어 몸에 상처가 있었다.그녀는 억울하다고 외쳤지만 하인들과 두 소숙의 아내들이 직접 증언하는 바람에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다.그녀는 친정으로 돌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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