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711 - Chapter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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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1화

여이현이 도와주지 않는 것을 보고 여진숙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이현아, 저년 말을 들으면 어떡하니? 난 네 어머니야. 어머니를 감옥에라도 보낼 셈이야? 네가 구미호 년한테 홀려도 단단히 홀린 모양이구나!”흥분한 여진숙은 모든 분노를 온지유에게 돌렸다.“너 이현이한테 무슨 짓을 했어? 내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줄 알아? 다시 한번 승아를 건드리면 죽어서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넌 내가 꼭 지옥에 보낼 거라고!”그녀는 온갖 듣기 싫은 말을 다 퍼부으며 끌려 나갔다.여진숙이 떠나자 집은 훨씬 조용해졌다. 여이현은 검게 타버린 바닥을 바라보며 말했다.“당분간은 다른데 가서 살아야겠다. 그게 편하겠어.”“괜찮아요, 그냥 살짝 탔을 뿐인데요. 금방 고칠 수 있을 거예요. 이거 때문에 귀찮게 옮겨 다닐 필요는 없어요.”“너를 위해서라면 무엇도 귀찮지 않아.”“저는 여기서 지내는 게 좋아요.”여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닥을 복구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이 별장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엄격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의 가족도 포함해서 말이다. 온지유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었다.여이현이 할 일을 끝낸 다음에야 온지유는 물었다.“혹시 이현 씨가 노승아 씨를 풀어줬어요?”“응, 그건 왜?”“...조직이랑 연관되어 있는 걸 알면서 왜 그랬어요? 희생한 사람한테 불공평하잖아요.”여이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증거가 없잖아.”“증거요? 그걸 꼭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요? 노승아 씨랑 노석명이 어떤 사이인지, 이현 씨도 알잖아요. 저한테 독을 먹인 건 증거가 아니에요? 뭐든 이현 씨 눈으로 봐야 해요?”“진정해, 애 생각해야지.”그는 그녀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면서 말했다.“아직도 노승아 씨를 잊지 못한 거죠? 이러는 건 예전이랑 다를 바 없어요. 노승아 씨는 계속해서 절 괴롭힐 거예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 생활을 방해할 거라고요! 오늘 일도 분명히 노승아 씨랑 연관 있어요.”“증거 있어?”“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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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여이현은 이제야 온지유를 풀어줬다. 온지유의 손목에는 빨간 자국이 남아 있었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손목을 바라봤다. 여이현이 이 정도로 힘을 줄 줄은 몰랐던 것이다.온지유는 어두운 표정으로 여이현을 바라봤다. 여이현도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의 손목을 바라봤다. 이상한 기분이 든 것도 잠시 죄책감이 들었던 그는 황급히 사과했다.“미안해.”힘이 잔뜩 빠진 사과였다. 어찌 됐든 그녀가 다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도 이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온지유는 화가 났다. 안 그래도 그녀는 노승아 때문에 화가 났었다. 어쩐지 세 사람의 연애를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여이현이 그녀를 다치게 하기까지 했으니 더욱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감정에 휩쓸린 온지유는 그의 사과를 받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사과가 소용 있어요? 어차피 이현 씨는 또 이럴 거잖아요. 저 그냥 나갈게요. 여기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온지유는 떠날 생각이었다. 이곳은 그녀의 집도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여이현과 이혼한 상태였다. 그를 쫓아낼 수는 없으니 그녀가 떠날 수밖에 없었다.온지유가 발걸음을 옮기기 바쁘게 여이현이 그녀를 불러세웠다.“넌 임신했으니까 여기 가만히 있어. 내가 갈게.”온지유는 발걸음을 멈춰서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한 번도 바라보지 않고 훌쩍 떠나버렸다.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온지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설명 한마디 없이 떠날 줄은 몰랐다. 만약 그녀를 좋아한다면 조금이라도 달래 줄 만한데 말이다.그녀가 의심을 품고 있다고 해도 그가 안전감을 줄 수 있었다. 조금 전 다치게 한 것도 계속 사과하다 보면 그녀가 용서했을 것이다. 한마디라도 더 했으면 말이다.‘그냥 가버리는 건 무슨 뜻이야? 노승아랑 그런 사이라는 걸 인정하는 거야?’온지유는 아직도 기대를 품고 있었다. 혹시라도 그가 멈춰 서서 그녀를 바라보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주저 없이 나가버리고 말았다.속상하기도 하고 화나기도 했던 온지유는 어찌할 바를 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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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이번 일로 노승아는 많은 일이 끊겼다.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국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해외에 가면 된다. 다행히 일이 해외까지 퍼지지 않아서 자그마한 활동 정도는 참석할 수 있었다.이는 게임에 연관된 활동이었다. 대부분 참석자가 플레이어여서 그녀는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캐릭터를 코스프레 할 생각이었다. 그러면 사진 한 방 더 찍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노승아는 나름 똑똑했다. 그녀는 어떻게 화제를 이끌지 알았다. 활동에 참석할 때마다 센터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동시에 그녀는 여진숙의 소식을 기다렸다. 그녀는 온지유가 자신을 괴롭힌 만큼 되돌려줄 생각이었다. 여진숙이 화가 잔뜩 난 채 찾아갔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많은 일을 겪고 나서 그녀는 드디어 깨달았다. 무슨 일이든 직접 해서는 안 된다. 혹시라도 들킨다면 그녀만 손해였다. 지금도 큰코다치지 않았는가?앞으로는 모든 일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 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유리한 일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여진숙은 소식이 없었다. 잠시 후 알고 보니 그녀는 경찰서에 갔다고 했다.이 소식을 들은 노승아는 안색이 확 변했다.“그럴 리가? 어머니가 경찰서에 갔는데 이현 오빠는 가만히 있었대? 감옥에 안 가게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여이현 씨가 보낸 거라고 합니다. 온지유 씨를 위해서요.”“하, 이런 쓸데없는 것들!”화가 치밀어 올랐던 노승아는 언성을 높였다.“승아 씨도 조심해요.”상대가 경고했다.“지금으로 봐서 승아 씨를 도와줄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 조심할 수밖에요.”노승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자신의 처지를 잘 알았다. 그녀를 도와줄 만한 사람은 이제 없었다. 아름다운 인생은 한순간 곤두박질쳤다.사람들의 눈에 띄어서 안 되는 상대는 소식만 전하고 금방 떠났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노승아는 발만 동동 굴렀다.무심코 고개를 들어서 거울을 봤다가, 그녀는 아직 일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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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외침이 점점 커지자, 노승아는 얼빠진 표정으로 얼어붙었다. 인파 속에 서서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뒤에서 욕먹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니 상관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녀가 보고 듣는 앞에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MC는 애써 분위기를 환기해 보려고 말했다.“인터넷에서 떠도는 루머는 믿지 마세요. 다시 마지막 캐릭터를 환영해 볼까요?”“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어요? 인터넷에 설명글이 올라와 있어요! 노승아는 구린 데가 있는 게 분명해요! 당장 경찰 불러요! 범죄자가 마구 돌아다니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요?”“진정하세요. 다들 진정하세요.”MC는 아직도 질서를 유지하려고 했다.“그게 사실이라면 승아 씨가 이곳에 오지도 못...”사람들은 MC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노승아를 미워하다 못해 증오했던 그들은 급기야 물건을 던지기 시작했다.“악!”무언가에 머리를 부딪힌 노승아는 머리를 감싸며 설명하려고 했다.“아니에요, 제가 한 거 아니에요...”현장 스태프는 후다닥 달려와서 그녀를 데려가려고 했다. 사람들은 아직도 분에 차서 외쳤다.“안 그래도 여자 시체가 발견돼서 분위기가 흉흉한데, 노승아가 진짜 연루된 거면 인간도 아니에요! 여자들을 위해서라도 처단해야 한다고요! 저런 사람이 멀쩡히 연예인 놀음하고 있는 거라면 희생자의 속은 누가 달래요!”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말이었다. 그들은 더욱 일치한 목소리로 말했다.“나가라! 나가라!”“나가라! 나라가!”노승아는 처음으로 이토록 선명한 증오를 느껴봤다. 어쩐지 인생이 망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완전히 망하는 것이었다.그녀는 아직 감옥에 들어가지 않았다. 증거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루머는 증거도 필요 없이 그녀를 감옥보다 더 한곳에 넣을 수 있었다.원래의 그녀는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어야 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스태프를 따라 무대 뒤로 들어간 그녀는 손을 덜덜 떨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몸에는 날아오는 물건에 부딪혀 난 상처로 가득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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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말을 마친 김예진은 물건을 정리하게 시작했다.노승아는 아직도 울고 있었다. 그러나 안색은 싸늘했다. 그녀는 어떻게든 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갯벌에 빠진 것처럼 몸부림칠수록 더 깊이 빠져들었다.‘이제 어떡하지? 이제 어떡해야 하지?’그녀는 최고의 스타가 되어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러니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이때 또다시 노크가 들려왔다. 김예진은 짜증 난다는 듯이 문을 열었다.“글쎄 나간다고 했...”찾아온 사람은 여이현의 부하였다. 김예진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언니!”절망에 빠져 있던 노승아도 여이현의 사람을 보자마자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면서 후다닥 달려갔다.“이현 오빠는요? 오빠가 저를 찾았어요?”여이현은 그녀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여이현만 손을 뻗어주면 그녀는 살길이 있었다.“노승아 씨, 따라오시죠.”“네. 이현 오빠가 가만히 있지 않을 줄 알았어요. 오빠가 저를 도와주려고 하는 거죠? 지금 당장 갈게요!”노승아는 여이현을 포기한 적 없었다. 그에게는 무조건적인 신뢰가 있었다. 더군다나 지난 세월 동안 그는 한 번도 그녀를 포기할 적 없었다.이번에도 믿어 의심치 않았던 노승아는 흔쾌히 그들을 따라갔다.차 안은 아주 조용했다. 노승아가 웃는 얼굴로 이것저것 묻는데도 그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그래도 노승아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곧 여이현과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모든 일이 무사히 풀릴 것으로 자부했다.하지만 이번에는 그녀의 생각처럼 순탄하지 않았다. 그녀는 한적한 교외에 가게 되었다. 사방이 전부 산이라 왠지 음침한 느낌을 줬다.차가 잠깐 멈춘 사이 노승아를 주변을 둘러봤다. 이때 한 사람이 그녀를 폭력적으로 밀쳤다.“뭐 하는 짓이에요? 난 이현 오빠 약혼녀예요. 죽고 싶지 않으면...”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손이 포악하게 묶였다.“뭐 하는 짓이냐고요?!”노승아는 몸부림치며 반항했다.“그쪽이야말로 죽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어요.”노승아는 묶인 채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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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노승아는 여이현의 말에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다.이제 노승아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여이현은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그마저도 자신을 버린다면 이제는 완전히 끝이었다.“이현 오빠!”노승아는 눈물을 쏟으며 아픔도 잊고 여이현 쪽으로 기어갔다.“잘못했어요. 나 정말 잘못했어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발밑에 매달리는 노승아를 여이현은 마치 벌레 보듯 냉랭하게 바라보았다.그는 고개를 숙였지만 여전히 당당한 태도로 차갑게 웃었다.여이현은 길고 섬세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잡으며 나지막이 물었다.“잘못했다고? 말해봐, 뭘 잘못했는지.”그의 말에 노승아는 순간 멍해졌다.‘잘못 했나? 내가 대체 무얼?’하지만 살아 남기 위해서는 여이현의 도움이 필요했고 지금은 여이현에게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이현 오빠가 뭘 잘못 했다고 하면 내가 뭘 잘못한 거겠죠. 말만 해주시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노승아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고 가련한 모습으로 여이현의 자비를 바랐다.여이현은 불쾌하다는 듯 잡고 있던 노승아의 턱을 놓고 소독용 물티슈를 꺼내 손을 닦으며 말했다.“노승아, 네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지금 그 말 속에서 진심은 느껴지지 않네. 반성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거든.”노승아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여이현의 눈빛은 여전히 싸늘했다.“온지유에게 독을 주입했을 때 넌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라 생각이나 해봤어?”노승아의 입술이 떨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말했잖아요. 오빠가 나와 결혼만 해준다면 언니에게 해독제를 줄 거라고!”노승아의 말에 여이현의 눈빛은 한층 더 날카로워졌고 이마에 핏줄이 서기 시작했다.그의 분노는 최고조에 달해 더는 참지 못하고 노승아의 목을 움켜쥐었다.“해독제? 네가 해독제를 가지고 있긴 해? 한 번만 더 말해 봐, 네가 정말 해독제를 가지고 있긴 하냐고!”여이현은 처음부터 노승아가 진짜 해독제를 가지고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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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여이현은 노승아가 감옥에 갇히는 건 너무 쉽게 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자신의 손으로 그녀를 직접 처리하고 싶었다“아직 머리는 굴러가나 보네.”여이현이 비웃으며 말했다. 마치 그녀의 운명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저승사자처럼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최후통첩을 날렸다.“네 인생도 여기서 끝이야!”“아니, 안 돼요!”노승아는 감정이 격해져 소리쳤다.“함부로 날 가두는 건 불법이에요. 이렇게 하면 오빠도 쉽게 넘어가지 못할걸요!”그녀는 여이현이 어떤 무리수를 둘까 봐 두려웠다.감옥에 보내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 그가 자신을 가둔다면 그 결과는 더욱 참혹할 것이 분명했다.순순히 잡혀가서 고통받을 수는 없다.차라리 감옥에 갇히는 게 나을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니 노승아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도망쳐야만 했다.노승아는 곧바로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여이현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전혀 말리지 않았다. 그는 노승아가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의 입가에는 잔혹한 미소만이 떠올랐다.그 모습은 어떤 살인마보다도 더 오싹했다.노승아는 미친 듯이 달렸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었다.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그저 한 방향으로 내달렸다.오랫동안 뛰다 보니 온몸에 힘이 빠졌지만 여이현에게 잡힐까 두려워 멈출 엄두도 나지 않았다.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둘러보니 주위는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마치 미로와 같아 도무지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하늘 높이 솟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어 햇빛조차 들어오지 못했다.그리고 앞쪽에는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절벽이 펼쳐져 있었다.‘여긴 대체 어디지?’노승아는 점점 더 불안감과 혼란스러움에 사로잡혔다.“꺄악!”부주의로 돌에 걸려 노승아는 그만 땅에 넘어져 주저앉고 말았다.손이 땅에 닿으면서 날카로운 풀 가시가 그녀의 손바닥을 찔렀다.순간 피가 흘러나왔다.온몸은 흙투성이가 되었고 머리카락은 땀으로 엉겨 붙어 있었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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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이곳의 경비들은 용경호와 가까운 사이었기에 온지유는 먼저 그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대장님은 아직 귀가하지 않으셨습니다. 언제 돌아오실지는 저희도 알지 못합니다.”경비가 대답했다.“어디로 가셨는지 아세요?”온지유가 다시 물었다.“저희는 잘 모릅니다.”묻나 마나 한 답변이었다.아무런 해결책도 되지 않았다.당장 곁에 여이현이 필요한데 그는 하필 지금 온지유의 옆에 없었다.시간이 지나면서 화도 절반은 누그러졌고 제대로 설명만 해준다면 온지유도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하지만 여이현은 기어코 그 쉬운 일을 하려 하지 않았다.더 이상 온지유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사랑하지 않더라도 말은 똑바로 해야 하지 않을까.온지유는 이런 애매한 태도가 가장 싫었다.그래서 다시 물었다.“용경호 씨에게 전화해서 어디에 있는지 언제 돌아오는지 물어봐 주세요!”“알겠습니다, 사모님.”경비는 즉시 온지유의 요청대로 행동했다.온지유는 체면을 지키려 에둘러서 여이현의 행방을 알아내고자 했다.전화가 걸렸다.온지유가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경비는 질문을 던졌다.전화를 끊은 후 그가 말했다.“사모님, 대장님은 오늘 밤에는 돌아오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어디에 있는지는 물어보았나요?”“말씀해 주지 않았습니다.”온지유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마음이 답답했다.어디 있는지 그렇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걸까?노승아를 풀어준 이후로 그는 행방을 감춘 채 전화도 받지 않았다.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온지유는 실망과 함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모호한 상황이 정말 싫었다.경비는 온지유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물었다.“사모님,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온지유는 차가운 표정으로 매우 불쾌한 듯 말했다.“저쪽이 어디 있는지도 말해주지 않는데 내가 어디를 가든 이젠 상관없잖아요.”“사모님, 이미 늦은 시간입니다. 이렇게 갑자기 나가시면 저희는 대장님께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경비가 걱정스럽게 말했다.온지유는 헛웃음을 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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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제가 떠나는 건 이현 씨가 돌아오지 않아서가 아니에요.”온지유는 이미 충분히 상처받았다. 여이현과 함께한 이 몇 년간 온지유는 그의 신뢰를 얻지 못했고 쉽게 깨지고 이어 붙이는 관계에 지쳤다. 그의 무관심에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이제껏 너무 쉽게 여이현을 용서했기에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일 테다.이제 더 이상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된다.“사모님, 제발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경비는 거의 무릎을 꿇고 사정할 기세였다.하지만 온지유는 이미 인내심이 바닥났다. 경비들이 무슨 말을 해도 떠나기로 결심했다.경비들이 필사적으로 막아섰지만 온지유는 꿋꿋이 배를 안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이렇게 나오면 그들은 당연히 앞을 막을 수 없었다.온지유는 당당히 떠났다.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경비들은 그녀를 뒤따라가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온지유는 걸어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전화를 걸어 사람을 부르기로 했다.아예 친정으로 돌아가려 마음먹었다.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백지희가 차를 몰고 도착했다.“지유야, 웬일이야? 얼마 전에 겨우 화해하더니 또 떠나려는 거야?”백지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여이현이 온지유를 사랑한다는 건 확실한데 고작 며칠 만에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믿기지 않았다.온지유는 차 문을 열고 타며 그들을 등졌다.“일단 출발하자. 천천히 이야기할게.”지금 온지유는 여이현과 관련된 사람들만 봐도 불쾌하고 짜증이 났다.사랑이 깊으면 미움도 깊어진다는 말을 이제야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백지희는 일단 시동을 걸고 그곳을 벗어났다.온지유는 차 안에서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나올까 봐 한참 동안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그리고 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현 씨가 노승아를 풀어줬어.”“뭐?”백지희는 깜짝 놀랐다.“말도 안 돼! 노승아가 너를 그렇게 괴롭혔는데? 어릴 적에도 분명히 너에게 뭔가 손을 댔을 거야. 그런 사람은 감옥에 있는 게 당연한 건데 이현 씨는 왜 그런 짓을 한 거래? 군인이고, 법을 아는 사람인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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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알겠어.”백지희는 더 캐묻지 않고 온지유를 집에 바래다주기로 했다.온지유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허전한 마음을 달랬다.사랑이란 바로 이런 거일지도 모른다. 상대의 사소한 행동에도 신경 쓰이고 자신의 보잘것 없는 마음이라도 소중히 여겨주길 바라는 것.하지만 현실은 상상과는 너무 달랐다.그때, 백지희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온지유는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지만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몸이 움찔했다.“아니 대체 왜 길을 가로막고 있는 거야! 한두 대도 아니고 이렇게 많이!”백지희는 화가 잔뜩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늦은 밤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니 정말 기가 막혔다. 다행히 백지희의 운전 실력이 좋아 사고는 나지 않았다.온지유는 차에 비치는 강한 불빛 때문에 눈이 부셔 앞이 보이지 않았다.그 탓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이윽고 갑자기 차 문이 열렸다.백지희는 한바탕 욕이라도 하려다가 나타난 사람을 보고 입을 다물고 말았다.“시간이 늦었으니까 이만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무슨 일이든 집에서 얘기하자고. 나 이제 돌아왔으니까.”여이현이 차 옆에 서서 차분한 목소리로 온지유에게 말했다.그 목소리를 듣고 온지유는 고개를 들었다.그녀의 눈앞에는 여이현의 얼굴이 있었다. 그는 꽤 급하게 달려온 듯 옷차림이 헝클어져 있었다. 하지만 온지유의 마음은 여전히 차가웠다.집에 돌아올 시간이 없다며?어디 있는지도 못 알려준다며?떠난다니까 이제 와서 이렇게 다급하게 나타나다니. 이미 상처는 줄대로 다 줘놓고 뭐가 그렇게 급한 걸까.온지유는 차갑게 말했다.“집으로 돌아갈 거예요. 여기는 내 집이 아니잖아요.”“넌 내 아내야. 내 모든 것이 너의 거니까 이 집도 네 집이지.”여이현이 다시 말했다.온지유는 비웃듯 그를 쳐다봤다.“우리 이혼했잖아요? 기분 좋으면 다 내꺼고, 내키지 않으면 자산 몇억과 집을 가져가고? 그래도 이 정도면 이득 본 셈이네요 뭐. 그런데 아쉽게도 남자의 말은 믿을 게 못 되는 걸요. 다 거짓말일 뿐이니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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