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701 - 챕터 710

1392 챕터

제701화

지선율은 거부감이 들었다.“됐어요, 연애는 너무 귀찮은 것 같아요.”그녀는 연애를 해 본 적 없었다. 애초에 연애가 귀찮은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다.여초, 여중, 여고, 여대의 루트를 밟은 그녀는 남자와 접촉해 본 적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연애할 생각이 없거니와, 남자를 안 좋아하는 것 같기도 했다.“쪽쪽이 너무 귀여워요.”온지유는 선물 받은 것을 구경하며 말했다.“고마워요. 아기를 위해 신경 써줘서.”“고맙긴요. 저희를 요정 대모 정도로 생각해 주면 돼요.”“연예인에, 감독에, 작가에, 예술가까지... 굳이 노력할 필요 없이 평생 요정 대모만 믿고 살아도 될 것 같은데요?”백지희는 장난으로 말했다.“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다이아몬드 수저 물려줄 아버지만 있으면 됐지.”“그러면 안 돼. 난 애를 너무 오냐오냐 키우지 않을 거야. 나쁜 버릇이라도 들면 내가 죽어서도 관 뚜껑 열어 던지고 튀어나올 수가 있어.”그녀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온지유를 바라봤다. 그녀가 왜 이런 비유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던 것이다.온지유도 단어 선택이 잘못된 것을 깨닫고 금방 말을 이었다.“장난이야. 신경 쓰지 마. 애는 내가 잘 가르쳐야지.”“놀랐잖아요, 지유 씨!”지선율은 가슴을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잘난 아버지도 좋지만 잘난 어머니도 있잖아요. 우리 지유 씨 이제 유명해질 일만 남았어요. 그리고 또 좋은 소식 있어요. 우리 작품 대상 후보가 됐어요!”온지유는 눈을 반짝였다.“정말요?”“그럼요!”지선율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우리 다희 씨 여우주연상 받을지도 몰라요. 정말 너무 기대돼요.”“다행이네요.”온지유는 진심으로 기뻤다.“지유 씨도 시상식에 와야 해요. 감독 겸 투자자니까, 자리를 비우면 안 되죠!”“시상식이 언제예요?”“다음 달이요. 저희 결전의 날이죠.”지선율은 온지유의 볼에 마구 뽀뽀를 해댔다. 엄청 상기된 모습이었다.백지희도 똑같이 기뻤다.“노력이 헛되지 않았네. 우리 온 감독님 축하해.”“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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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온지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이현이 이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이 달랐다.“아들한테 너무 한 거 아니에요?”여이현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입꼬리를 올렸다.“인성에 문제 있는 애로 키우면 장가는 어떻게 가겠어? 장가갔다고 해도 남의 집 귀한 딸을 고생시키면 안 되지.”이 말은 온지유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이 미래를 그리기 시작한 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자리를 피해줬다.병실 문이 닫힌 다음 온지유는 다소 원망하는 말투로 탓했다.“이현 씨가 그런 생각도 할 줄 아네요? 근데 저랑 결혼했을 때는 왜 그랬어요? 이현 씨 입에서 나온 말 같지가 않네요.”여이현은 그녀의 볼에 자신의 볼을 비볐다.“내가 잘못했어. 내가 했던 잘못이니까 우리 애는 제대로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한 거야. 후회를 남기면 안 되니까.”“이현 씨 후회하고 있어요?”여이현은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했다.“너무 늦게 정신 차린 건 후회돼. 근데 너랑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해.”온지유는 과거를 떠올려봤다. 참 다사다난했다.여이현이 그녀를 사랑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쩌면 여호산은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두 사람을 억지로 묶어놓지 않았을까?그녀는 진작 여이현을 사랑했다. 그래서 혼인이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감정을 제치고 궁금한 것이 또 있었다. 그녀와 여이현은 중학교 때 처음 만난 것이 아니다. 또 여이현은 그녀를 구해준 적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왜 여이현과 같은 대학교에 다니면서 그를 생명의 은인으로 여겼을까?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여이현은 잠깐 있다가 나가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회사 일도 있고 부대 일도 있어서 전보다 훨씬 바빠졌다.온지유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사명과 신념을 따르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영웅으로 나라를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그녀는 여이현이 신성해 보이기까지 했다.병실에서 그녀는 오늘 받은 선물들을 정리했다. 아이의 탄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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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백지희는 온지유를 꼭 끌어안았다. 온지유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두 사람은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다. 세월이 지나자, 이제는 가족처럼 느껴지기도 했다.온지유는 하루 종일 병실에 있는 것이 싫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입원해야 하는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백지희와 함께 산책하기로 했다.“너 지유니?”두 사람이 걷고 있을 때 한 여자가 와서 물었다. 그녀도 온지유를 제대로 알아본 것이 맞는지 확실치 않은 모양이었다.온지유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자의 얼굴은 꽤 익숙했다. 그러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한참 망설였다. 그러자 여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나 잊었어? 그렇게 많이 변했나... 우리 고등학교 때 같이 앉았었잖아. 수업 끝나고 수다 떤 적도 있고, 기억 안 나?”“미안한데 기억이 잘 안 나네. 혹시 이름이...?”“나 유다은이야. 진짜 기억 안 나? 아무튼 이렇게 만나서 반갑네.”유다은은 아주 활기찼다. 단발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도 보기 좋았다.“이게 몇 년 만이야. 너 임신했어? 얼굴은 그대로네. 전이랑 똑같이 예뻐.”유다은은 온지유의 외모를 항상 부러워했다. 반에서도 그녀는 모두가 인정하는 퀸카였다. 지금도 그녀의 얼굴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풍성한 머리카락도, 조각 같은 몸매와 얼굴도 여전했다.고등학교 동창이라면 온지유도 관심이 갔다. 유다은의 말을 들으면서 살짝 떠오르는 기억도 있었다.“알겠다. 우리 같아 앉아서 좋아하는 연예인 얘기도 했었는데, 맞지?”“맞아! 나 빠순이였잖아. 책상에 우리 오빠들 사진으로 가득했었지.”“그래!”온지유가 떠올린 것을 보고 유다은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폴짝 뛰었다.“졸업하면서 연락처 못 받아서 내가 얼마나 섭섭했는지 알아? 그렇게 친하게 지냈는데 졸업 후에는 말 한마디 못 했어. 나만 친하다고 생각한 건가 싶었어. 너 갑자기 말수도 적어지고 그래서 나 꽤 놀랐었다?”고등학교 때는 모두 단순했다. 서로 음해하고 모함할 것도 없다. 지금의 생활보다는 훨씬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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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온지유는 안색이 확 변하면서 유다은의 손을 잡았다.“방금 뭐라고?”그녀는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 유다은이 노승아를 알고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그녀의 기억에 따르면 노승아는 여이현을 짝사랑하면서 알게 된 사람이다. 그리고 그녀는 절대 노승아와 친했을 리가 없다. 원수지간이면 모를까.‘중학교 때 이현 씨를 만났던 게 아니라면 어떻게 노승아를 알았지? 말도 안 돼.’이 순간 그녀는 모든 기억이 가짜가 된 것 같았다. 그녀의 안색이 안 좋은 것을 보고 유다은은 자신이 말실수라도 한 줄 알았다.“미안해, 내가 말실수했어? 너 왜 그래?”온지유는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면서 되물었다.“내가 노승아랑 친하게 지냈었다고? 확실해?”그녀는 간절하게 답을 원했다.그녀의 반응에 유다은도 자신의 기억을 의심했다. 그녀가 자신만 빤히 바라보는 것을 보고는 애써 기억을 되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친했었어. 네 입으로 나한테 불쌍한 동생이라고 했거든. 그때 엄청 친하게 지내길래 나는 지금도 연락하는 줄 알았는데?”온지유의 눈빛이 세차게 흔들렸다.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전부터 노승아와 알고 지냈다는 것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그녀는 아무런 기억도 없었다.유다은의 손을 놓은 그녀는 힘 풀린 다리로 뒷걸음질 쳤다.“지유야, 너 괜찮아?”유다은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괜찮아. 그것보다 너 또 뭐 아는 거 없어?”백지장 같은 과거에 얼마나 더 놀라운 일이 있을지 상상도 안 됐다.“글쎄. 우리도 그냥 공부 얘기에 취미 얘기만 해서, 특별한 건 없었어. 노승아 때문에 그래?”“나 혹시 노승아랑 자주 만났었어?”“그건 나도 잘 몰라. 전해 들은 게 전부라. 그렇게 자주 만나지는 않았을걸?”그렇다면 노승아가 의도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녀가 조직에 가게 된 것도 노승아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10대 때는 사기에 별다른 인식이 없었을 것이다. 노승아의 거짓말에 마음이 약해져서 동정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노승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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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온지유도 알았다. 그녀는 노승아를 너무 얕봤다. 노승아는 쉽게 여길 상대가 아닌데도 말이다.“우리 이만 돌아가자.”온지유는 정신을 차리지도 못했다. 그녀가 정신을 잃었을 때 노승아가 얼마나 많은 짓을 저질렀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난 조직에서 무슨 일을 겪었지? 노승아는 또 어떻게 나를 데려갔을까? 그리고 난 왜 멀쩡히 나왔지? 노석명은 왜 나를 무서워하고?’답을 알 수 없는 질문투성이였다. 진실은 엄청난 비밀을 동반했을 것이다.온지유는 뭐라도 떠올랐으면 했다. 그러면 지금보다는 덜 답답했을 것이다. 기억을 잃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누군가 일부러 그녀의 기억을 가리고 있는 것 같았다.이때 백지희가 말했다.“지유야, 노승아가 석방됐대!”“뭐? 그게 정말이야?”“응, 나 방금 봤어. 옛날 사진은 아닌 것 같아. 이거 봐, 식당 앞에서 찍힌 거야.”백지희는 자신의 핸드폰을 온지유에게 보여줬다. 노승아가 일행과 식당에 있는 사진이었다.사람들은 노승아에게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떠들어댔다. 여이현과 공개 연애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스캔들이 나왔으니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노승아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부정적인 스캔들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잊히지만 않으면 장땡이었다. 어쩌면 이 기사도 그녀가 일부러 냈을 수 있다.그 말인즉슨 노승아가 정말로 석방되었다.“지긋지긋하다. 그런 짓을 하고도 석방된 거야? 도대체 누가 끄집어냈어?”백지희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적어도 몇 년 동안은 콩밥을 먹게 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감옥에 몇 년 들어갔다가 나오면 연예계 생활도 끝장이다.온지유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노승아가 여이현의 도움 없이 석방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스캔들이 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노승아가 해명글을 올렸다. 남자친구가 아닌 드라마 팀 회식이라고 했다.“직접 글을 올렸어! 석방이 맞다니까!”백지희가 말했다.노승아가 구속됐던 일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좋은 소식이 아니니 막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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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노승아는 아직도 톱스타의 꿈을 놓지 못했다. 더러운 사생활이 들키지만 않는다면 톱스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정상에 오른 다음에는 행복할 일만 남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녀의 생각처럼 순탄하지 않았다.기사는 대부분 디테일을 정확하게 짚었다. 경찰도 모를 디테일까지 섞여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겁먹지 않겠는가?그녀의 인생을 망치고도 남을 기사였다. 골치 아픈 일이 해결되기도 전에 또 이런 기사가 터졌으니, 그녀를 스카우트하려는 사람이 없어질지도 몰랐다.벌써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낸 감독이 몇 명 있었다.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촬영의 길을 벌써 끊어 놓을 수는 없었다.노승아는 안색이 확 변하면서 외쳤다.“누구 짓이야?!”“KTBC요.”노승아는 화를 참지 못하고 유리컵을 내던졌다.“온지유! 또 온지유야! 겁도 없이 감히 나를 건드려? 멍청한 것들은 이래서 문제야! 확 죽여버리든지 해야지!”김예진은 노승아가 화내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봐왔다. 하지만 이토록 독기 서린 모습은 처음이기에 저도 모르게 넋이 나갔다.노승아는 계속해서 외쳤다.“뭐 하나 찍었다고 연예계에 몸담을 수 있을 줄 알아? 내가 연예계에 떡하니 있는데, 내 작품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김예진은 소신껏 말했다.“언니, 지난번에 찍은 드라마 산으로 간다고 욕먹고 있어요. 원작 작가도 같이 욕먹는 중이에요. 온지유 씨 작품은 엄청 유명해졌다고 들었어요.”“말도 안 돼! 내 작품이 더 유명해! 걔가 찍은 쓰레기 누가 본다고 그래? 거짓말하지 마! 내가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세상이 변했겠어?”노승아는 현실을 부정했다. 그녀의 작품에 맹목적인 자신감도 있었다. 첫 시작이 좋으면 끝까지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현실은 그녀의 생각과 달랐다. 노승아의 질투심 때문에 작품은 점점 망가져 갔다. 별점이 하도 낮아서 이제는 악플을 다는 사람도 거의 사라졌다.작품이 산으로 가는 와중에 노승아는 스캔들까지 났다. 대중도 이제는 지칠 대로 지쳤다. 기사도 온통 부정적인 것들뿐이니 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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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좋은 일이 있을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이럴 때만 회사 찾지. 여 대표한테 가서 도와달라고 해. 네가 언제 나한테 부탁한 적이나 있었어? 나한테 연락한 걸 보면 여 대표한테 벌써 까였나? 그렇다면 나도 거절이니까 다른 사람 알아봐.”“저기요! 잠깐만요...!”노승아가 말을 하기도 전에 전화는 이미 끊어졌다.노승아를 책임지는 부서는 밤샘 야근이 일상이었다. 허구한 날 사고만 치고 다니는 노승아에게 진작 불만이 쌓여 있다는 말이다.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한 노승아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녀는 핸드폰까지 내던지면서 외쳤다.“내가 망할 것 같으니까 등 돌리는 거야! 배은망덕한 것들!”“언니, 여 대표님한테 연락해 볼까요? 언니랑 결혼했다고 했잖아요. 여 대표님은 무조건 도와줄 거예요.”김예진은 아직 아무것도 몰랐다. 그녀는 여이현과 노승아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이번 일도 여이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그게 가능하면 내가 이러고 있겠어?”노승아도 이대로 포기하기는 싫었다. 그러나 여이현이 전처럼 그녀가 해달라는 모든 것을 해주지 않으리라는 걸 똑똑히 알고 있었다.만약 여이현에게 도와줄 마음이 있었다면 이 기사는 애초에 뜨지도 않았을 것이다.이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승아 씨, 여진숙 사모님께서 오셨습니다.”도우미가 말했다. 그러자 김예진이 먼저 대답했다.“보고할 것 없이 돌려보내라고 했잖...”“잠깐, 여진숙이라고요?”김예진이 투덜댔다.“언니가 집에 없다고 하는데도 자꾸만 찾아와요. 집착이 장난 아니에요.”“들어오라고 해.”노승아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여진숙의 힘도 빌려야 할 정도로 말이다. 여진숙은 그녀에게 빚진 것이 있다. 그녀의 부탁이라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이미 수차례나 문전박대를 당한 여진숙은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도우미가 그녀를 집 안으로 들였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상기된 목소리로 외쳤다.“승아야! 승아야!”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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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여진숙은 안색이 빠르게 변하며 언성을 높였다.“그렇게 큰 일을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이혼하고도 들러붙는 꼴이 참 걔 답구나.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안 되겠다, 내가 직접 찾아가서 따져야겠어. 우리 승아를 괴롭힌 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처리해 버릴 거야.”여진숙은 단단히 화난 모양이었다. 노승아를 위해서라면 못 할 것이 없는 기세였다.노승아는 황급히 말렸다.“안 돼요, 아주머니. 그러다가 아주머니까지 보복당하면 어떡해요. 그럴 수는 없어요.”“걔한테 무슨 힘이 있다고 그러니? 우리 집안에 들어오려면 내 눈치를 봐야 하는 법이야! 걱정하지 마, 승아야. 내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걔를 죽여서라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할게!”화가 치밀어 오른 여진숙에게 이성이란 없었다. 그녀는 온지유에게 복수할 생각밖에 없었다.말을 마친 여진숙은 부랴부랴 밖으로 나갔다. 노승아가 아무리 말려도 멈춰 서지 않았다. 노승아는 그녀의 뒤를 따르면서 외쳤다.“아주머니! 아주머니!”그녀의 목소리에 더 자극받은 여진숙은 빠른 걸음으로 별장 밖에 나갔다. 노승아는 더 이상 쫓아가지 않았다.여진숙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노승아의 얼굴은 아주 차가웠다. 여진숙의 반응은 그녀의 계획 중 하나였다. 그녀는 가만히 온지유가 고생하는 꼴을 보기만 하면 되었다. 여진숙이라면 온지유를 퍽 난감하게 만들 것이다.온지유는 마침 퇴원해서 집에 돌아갔다. 배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 짐은 도우미에게 맡기고 천천히 걷는 중이었다.여이현은 할 일이 많았다. 그래서 노승아가 석방된 일도 알리지 않았다. 동시에 그가 먼저 설명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집에 돌아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도우미가 와서 말했다.“여진숙 사모님께서 오셨습니다.”온지유는 여진숙을 못 본 지 한참 되었다. 여이현과 이혼하고 나서 여진숙은 한 번도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여씨 가문의 속박에서 벗어난 그녀는 전보다 훨씬 숨통이 트였다. 그래서 아직 재결합 소식도 알리지 않았는데 여진숙이 대뜸 찾아온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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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겁이 났던 도우미는 그다지 힘을 주지도 못했다. 온지유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노승아 씨한테 무슨 일만 생기면 부리나케 달려오시네요. 차라리 노승아 씨가 여씨 집안 친딸이라고 밝히지 그러세요? 어릴 때 버렸던 게 미안하니까 지금 이러는 거잖아요. 노승아 씨가 그 마음을 알아줄지는 모르겠지만요.”여진숙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온지유가 이 비밀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은 당당하게 말했다.“그래, 승아는 내 딸이야. 여씨 집안 때문에 고생 많이 했지. 그런 애를 네가 무슨 자격으로 괴롭혀?”“저는 누구를 괴롭히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만약 제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세요. 아니면 노승아 씨 조만간 감옥에 다시 가게 될 테니까요.”그녀는 도우미를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빨리 내보내요!”온지유의 위엄에 놀란 도우미는 다시 여진숙을 쫓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여진숙은 쉽게 물러날 위인이 아니었다.“너만 없으면 해결될 일이야! 오늘 네가 죽든지, 내가 죽든지 해야겠다!”여진숙은 커다란 통의 뚜껑을 열고 온지유를 향해 부었다.온지유는 곧바로 이상함을 눈치챘다. 강렬한 냄새를 맡고는 안색이 다 창백해졌다. 거동이 불편했던 그녀는 빠르게 움직일 수 없었다. 대신 도우미가 그녀의 앞에 막아섰다.“빠, 빨리 끌어내! 휘발유야!”도우미는 사람을 불렀다.휘발유가 온지유의 몸에 묻지 않은 것을 보고 여진숙은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 그러나 경각심이 생긴 온지유는 진작 멀리 떨어져 있었다.경비는 안으로 들어와서 여진숙을 제압했다. 이성을 잃은 여진숙은 다짜고짜 라이터를 들고 불을 붙였다.불길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여진숙도 바닥에 제압된 채 꼼짝할 수 없었다.별장에 불길이 번지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아주 통쾌했다. 몇 년 묵은 스트레스가 한 번에 풀리는 기분이었다.“하하하하하! 확 죽어버려! 애새끼까지 같이 죽어버려! 재혼은 꿈도 꾸지 마!”온지유는 여진숙이 이런 일까지 저지를 줄 몰랐다. 그녀가 아이까지 죽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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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여진숙은 포기를 몰랐다. 그녀는 여이현이 자신의 생각대로 실망할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여이현은 그녀의 앞으로 걸어가서 싸늘하게 물었다.“어떻게 들어왔어요?”“난 네 어머니야. 내가 왜 못 들어오겠니?”그녀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여이현은 입을 꾹 닫았다. 차가운 눈빛에는 살기가 맴돌았다. 여이현의 이런 표정을 처음 보는 여진숙은 등골이 오싹했다.“제 집을 불태우러 온 거예요?”여이현의 표정은 점점 차가워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당하던 여진숙은 이제야 말을 바꿨다.“난 온지유한테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지, 불낼 생각은 없었어. 너도 알잖아, 이현아. 내가 언제 널 귀찮게 만든 적 있니?”“불내서 지유랑 아이를 죽일 생각이었겠죠. 이런 일을 당하고도 제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요?”겁이 났던 여진숙은 몸을 흠칫 떨었다.“이현아...”여이현은 거칠게 호흡하며 주먹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제가 편 들어줄 거로 생각한 게 웃기네요. 너무 뻔뻔한 것 같지 않아요?”“이현아... 난 네 어머...”“그 소리가 좀 작작 해요! 어차피 피가 섞인 사이도 아니잖아요.”여이현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냉소했다.“지유한테 무슨 일이 생겼으면 당신도 살아남지 못했을 거예요.”여진숙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눈앞의 사람은 여이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아무리 친아들이 아니라고 해도 넌 내가 키웠어! 내 착한 아들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이게 다 저 악마 같은 년 때문이야!”온지유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여이현의 말은 그녀가 들어도 너무 한 것 같았다. 더군다나 여이현이 여진숙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딘가 이상했다.평소의 여이현은 여진숙에게 무심하기만 했다. 그러나 오늘은 악의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죽여버릴 기세로 말이다.혹시 사고가 나지는 않을지, 온지유는 슬슬 걱정되었다. 어찌 됐든 여진숙은 여이현의 서류상 어머니였다. 그래서 예전에는 여진숙이 무슨 일을 저지르든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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