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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1화

시간이 1분 1초 흐르자 처음에 자신만만하던 가면남은 초조해지게 되었다.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임무를 완수했다는 연락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렇다는 것은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짝퉁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기도 했다.정말로 그렇다면 그의 정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아주 컸고 그가 있는 곳으로 여이현이 사람을 끌고 올 가능성이 있었다.“온지유, 너희 둘 사이가 아주 깊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여이현이 그 짝퉁이 네가 아니라는 걸 눈치챘겠어.”가면남은 시선을 돌려 온지유를 보았다. 비록 계획은 실패했지만 그에겐 온지유가 있었으니 아직은 괜찮았다.어차피 그의 손에 잡혀 있는 온지유로 하나로 여이현이든 신무열이든 협박해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두 사람 모두 온지유가 죽길 바라지 않았으니까.이런 좋은 인질이 손아귀에 있었으니 절대 그가 망할 리가 없었다.그는 온지유의 곁으로 다가간 뒤 가면을 벗었다. 그저 한없이 평범한 얼굴이었다.“내기는 끝났어. 내가 졌지. 난 약속대로 내 얼굴을 보여주긴 했지만 한 가지 알려줄 게 있지. 내 얼굴을 본 사람은 대부분 죽었다는 걸 말이야!”말을 하면서 그는 가방에서 주사기를 꺼냈고 전처럼 마취제를 온지유에게 주사했다.약물이 온지유의 몸속에 퍼지면 저항하기는커녕 그가 휘두르는 대로 휘두를 수 있게 된다.그러나 그다음 순간 온지유는 묶었던 손을 풀고 빠르게 주사기를 빼앗은 뒤 그의 어깨에 찔러 넣어버렸다. 대량의 약물이 남자의 몸에 들어가고 남자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이럴 수가?”그는 분명 꽉 묶어두었지만 온지유는 그것을 혼자의 힘으로 풀어냈을 뿐만 아니라 반격까지 했다.“이제 상황이 뒤바뀌었네? 지금은 네가 내 인질이야.”온지유는 당연히 그의 질문에 대답할 생각이 없었고 그녀의 말에 남자는 지옥에 떨어진 기분이었다.온지유는 남자를 제압한 뒤 남자의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관자놀이에 들이댔다.“암영 조직은 네가 이끌어가고 있는 거지? 네가 암영의 보스냐고. 하지만 총 앞에서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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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2화

여이현은 당연히 휴가를 안 줄 수가 없었다.하지만 나도현에게 약혼까지 약속할 상대가 있을 거라곤 전혀 몰랐다. 애초에 그에게는 첫사랑이자 평생의 원한을 품고 있는 상대가 있었기 때문이다....“나도현, 제발 여기서는 안 돼... 내가 부탁할게...”작은 화장대 앞에서 나도현의 품에 갇힌 양시은은 그에게 애원하고 있었다.남자는 애원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도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고 오히려 더 원망 가득한 눈길로 그녀를 보았다.“이제야 나한테 애원을 하는 거야? 내가 전에 너한테 애원했을 때가 생각나?”양시은은 목에 무언가가 턱 막혀버린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고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도현아, 예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채은이는 아무 잘못 없잖아. 채은이가 밖에 있으니까...”오늘은 그녀의 동생인 양채은의 약혼식이었고 밖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친동생의 남편이 될 사람에게 이렇듯 모욕을 당하고 있었다.엄청난 두려움과 죄악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녀를 휘 감싸면서 몸을 덜덜 떨게 되었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니 나도현은 더 흥분했다.“양시은, 너도 두려움이 뭔지 알긴 아는구나? 난 또 네가 두려움 따위는 뭔지 모르는 줄 알았잖아!”그녀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 그와 결혼하려는 상대가 그녀의 친동생인데 말이다.양시은은 반항하고 싶었지만 나도현의 품에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갇혀 버렸고 심지어 그는 그녀를 수치스러운 자세로 만들어 강압적으로 거울 앞에 눌러버렸다.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양시은은 안색이 창백해졌다.“나도현! 내가 죽어야 그만둘 거야?”그녀는 4년 전에 그에게 상처를 준 일로 자신을 뼛속까지 증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죽겠다고?”나도현은 픽 코웃음을 치면서 독사보다 더 사악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그건 너한테만 편한 일이잖아. 양시은, 난 네가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못하게 만들 거야!”똑똑.이때 문을 두드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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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3화

양시은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양채은은 잡았던 그녀의 손을 놓은 채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걸어갔다.그러다가 양채은은 화장대 앞에 놓인 나도현의 핸드폰을 발견하게 되었다. 숨 참고 지켜보고 있던 양시은은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이젠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거지?'“태경 씨도 참. 핸드폰을 여기에다 흘리고 갔나 보네.”양채은은 나도현의 핸드폰을 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전혀 의심하지 않는 것 같은 모습에도 양시은은 안도할 수 없었고 얼른 화제를 돌렸다.“오늘은 네가 주인공이니까 얼른 밖으로 나가자. 난 이번에도 화장실로 달려가 봐야 할 것 같아.”말을 마친 양시은은 양 채는 이 말하기도 전에 얼른 화장실로 도망치듯 나와버렸다. 문을 꼭 잠근 후에야 그녀는 숨을 몰아 내쉴 수 있었다.다만 화장실에서는 나도현의 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고 다시 그녀를 문으로 가둬버렸다.나도현의 손은 언제나 정확하게 그녀를 잡아버렸고 양채은의 목소리가 아까처럼 문밖에서 들려왔다.“언니,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어. 얼른 병원에 가봐. 내가 지금 태경 씨한테 가서 기사님 붙여달라고 할게.”“아니야. 괜찮아. 참을 만해. 뭐가 어찌 되었든 네 약혼식이 더 중요하잖아.”양시은은 최선을 다해 평온한 목소리를 내자 말을 마친 양채은은 나도현을 찾으러 가보겠다고 했다...만약 찾다가 나도현이 그녀와 함께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양시은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지만 양채은은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언니,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데. 자꾸 고집부리면서 참으려고 하지 마.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 난 이만 가볼 테니까.”이내 양시은은 멀어져 가는 양채은의 발걸음 소리를 듣게 되었다. 힘이 풀려버린 양시은은 문에 기댔지만 머리 위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역시 양시은이네. 연기를 너무 잘해.”나도현이 다정했던 모습을 알고 있었던 그녀는 현재 자신을 비웃고 괴롭히는 모습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 저도 모르게 이를 빠득 갈면서 주먹을 움켜쥐었다.“너한테 미안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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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4화

양시은은 나도현이 양채은을 진심으로 좋아해서 약혼식까지 올리는 것이 아님을 확신했다.이것은 결국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한 엄청난 함정이었고 나도현은 이미 오래전부터 양채은이 그녀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이런 계략을 꾸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거절할 수 없었다.“채은이한테는 말하지 마. 내가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볼 테니까.”“그래. 오늘 밤 난 네가 내 개가 되는 모습을 봐야겠어. 반드시 날 만족시켜야 할 거야.”나도현은 피식 웃으며 그녀를 아래로 깐 뒤 뜨거운 숨결을 그녀의 귓가에 불어넣었다.두 사람 사이엔 알콩달콩한 분위기는 없었고 오로지 무한한 살얼음판만 존재했다.양시은은 겨우 그에게서 벗어나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양채은이 그녀의 곁으로 돌아와 말했다.“태경 씨는 대체 어디 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내가 약국 가서 약 좀 사 왔어. 언니, 이따가 저녁에 내가 패물을 팔아서 하민이 병원비를 어떻게든 마련해볼게.”양채은의 말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양시은의 심장을 난도질하는 것 같았다.양채은은 그녀를 신경 써 줄 뿐만 아니라 하민이도 신경 써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 때문에 이런 계략을 꾸민 나도현을 생각하니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그러지 마. 그 패물들은 네 약혼자가 준 거잖아. 그런데 팔아버리고 나중에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설명하려고?”양채은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미 나한테 줬으니까 내 거인 거지. 게다가 태경 씨도 말했어. 약혼하고 3개월 후에 결혼하자고. 언니, 이 패물들은 비싸지 않아. 나중에 나랑 태경 씨 월급 받게 되면 그때 또 하민이 수술비 마련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기대가 가득한 목소리에 양시은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그 사람도 너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야?”“나는 비서고 태경 씨는 변호사야. 지금 도현 씨의 명의로 집 한 채와 차가 있어. 대놓고 돈을 요구하기엔 입이 떨어지진 않지만 도현 씨가 준 패물은 내가 팔 수 있어. 나중에 결혼하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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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5화

양채은은 옆을 힐끗 보다가 검은 옷으로 차려입은 나도현을 발견했다.등 뒤에 있던 양시은도 나도현을 발견했다.나도현과 강태경이 같은 인물이라는 생각에 양시은은 다시 한번 짙은 한숨을 내쉬게 되었고 묻혀 두었던 기억이 떠올랐다.“양시은 씨가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은 강태경입니다. 그 사람이 지금 나도현이 되었으니 포기하세요!”그는 나도현이자 강태경이었다.그녀는 원래 강태경과 행복해질 수 있었지만 나도현과 엮여서는 안 되었기에 결국 떠나는 것을 선택하고 말았다.그 뒤로 강태경이라는 이름을 기억 저편에 묻어 두었는데 양채은이 자꾸만 그 이름을 부르니 묻어 두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그는 강태경이란 신분으로 양채은에게 접근했을 뿐 아니라 임신까지 하게 했다. 그리고 그녀에겐 신혼집으로 들어와 살라고 하면서 복수를 하고 있었다.그런데 그는 대체 왜 이 복수에 그녀의 여동생을 끌어들인 걸까?양채은은 분명 잘못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굳이 잘못을 따져본다면 못난 언니를 둔 잘못밖에 없었다.“방금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어. 네 쪽은 마무리된 거야?”나도현은 아주 자연스럽게 양채은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양채은은 그의 팔에 팔짱을 꼈고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양채은은 드레스 차림이었고 나도현은 정장 차림이었던지라 멀리서 보면 정말로 한 쌍의 완벽한 커플로 보였다.그러나 조금 전 있었던 일이 떠오른 양시은은 눈시울이 붉어졌다.나도현은 대체 왜 이런 계략을 꾸민 걸까?“다른 건 이미 다 해결했어요. 제 친구들도 생각보다 많이 와서 준비했던 의자가 부족할 것 같네요. 그래서 말인데 태경 씨, 우리 테이블이랑 의자를 조금 더 추가하면 안 될까요?”“돼. 이런 건 네가 알아서 하면 돼.”나도현은 양채은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지금은 그가 양채은을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애초에 이 일에 신경 쓰고 있지 않을 뿐이었다.그가 진심으로 양채은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고 이름마저 예전에 쓰던 이름을 알려줬는데 오늘 이 약혼식은 더 말할 것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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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6화

“하, 아무 잘못도 없다고?”나도현은 코웃음을 쳤다.“네가 그렇게나 많은 돈을 챙겨놓고 설마 동생한테 한 푼이라도 나눠주지 않은 거야? 정말 그런 거라면 너와 네 동생 사이도 그저 그런 건가 보네.”양시은은 또다시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고 지금 말을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나도현은 그녀의 말을 믿어줄 생각이 없었으니까.그에게 그녀는 그저 돈에 환장한 여자일 뿐이고 뼛속까지 증오하고 있다.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조차 혐오스러워하고 있는데 여기서 무슨 말을 더할 수 있겠는가.그럼에도 그녀는 나도현에게 애원해야 했다.“우리 사이 일은 이미 4년 전에 끝났잖아. 채은이가 지금 네 아기를 임신하고 있어. 배 속에 있는 아기가 네 자식이라고! 둘이 결혼할 정도로 좋아하는 거라면 그럼 채은이한테 잘해줘.”나도현의 눈빛이 점점 더 싸늘해지고 손을 올려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아직 복도에 덩그러니 남아있었던지라 양시은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머리 위엔 CCTV가 있었고 언제든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었다.만약 두 사람의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바로 인터넷을 떠들썩하지 않겠는가.또 양채은이 본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양채은은 늘 행복한 가정을 바랐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귀여운 아기를 낳아 키우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이런 것을 떠올린 양시은은 점점 더 죄책감이 들었고 그동안 동생에게 무관심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조금이라도 일찍 동생의 남자친구가 나도현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녀는 반드시 간섭해 둘 사이를 갈라놓았을 것이다.“양시은, 네가 나한테 빚진 거 아직 다 갚지 못했잖아. 그런데 지금 고작 몇 마디로 과거의 모든 걸 얼버무리려는 거야? 네 말 한마디가 천금이라도 된다고 생각해?”나도현은 바로 비꼬았다.“우리 둘 사이에 있는 이 빚은 넌 영원히 갚을 수 없어. 내가 널 싫어할 수는 있어도 넌 날 버릴 수 없어.”과거에 이미 양시은에게 한번 차였던 그는 절대 또다시 그를 찰 기회를 주지 않을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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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7화

나도현은 일부러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더 가까이 다가간 뒤 물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지금 당장 양채은에게 달려가서 헤어지자고 할까? 방금 우리 둘이 했던 그 짓도 말해주고 양채은을 병원으로 끌고 가서 아기를 지우라고 하면. 그럼 만족할 거야?”“아니야!”양시은은 다급하게 반박했지만 그녀의 안색은 창백해져 있었다.“채은이 배 속에 있는 아기는 네 자식이라고.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양채은은 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꿈으로 여겼다. 그걸 알고 있었던 그녀는 절대 양채은의 꿈이 무너지게 할 수 없었다.“그럼. 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나도현은 다시 굽혔던 몸을 피곤 그녀를 위아래 훑어보았다.“아까 그 용기로 네 생각을 말해 봐. 양시은.”“내가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갚을 거야. 원하는 금액을 말해줘. 내가 어떻게든 마련해 볼 테니까. 그리고 우리는 다시는 만나지 않는 거야. 앞으로 채은이한테도 잘해줘. 나는 그냥 죽은 사람으로 취급하면 돼. 아니면 내가 여기를 떠날게. 외국이든 어디든 떠나서 절대 네 앞에 나타나 거슬리게 하지 않을게.”양시은은 간절하게 말했다.그녀와 나도현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기에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의 눈앞에서 사라져 그와 양채은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다.나도현의 미간이 점점 더 구겨지고 두 눈엔 분노가 짙어졌다.한참 지나자 그는 분노에 기가 찬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정말 꿈도 크다. 덕분에 난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만약 노벨상에 엉뚱상이 있다면 넌 반드시 받을 거야.”양시은은 묵묵히 고개를 푹 숙였다.그녀는 방금 자신이 한 말들이 분명 나도현에게 하찮게 보일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경성 최고의 엘리트 변호사로서 그가 받는 월급은 일반인이 상상도 못 할 만큼 엄청났고 집안에도 돈이 많았다...그러나 문제는 적디적은 돈 말고는 지금 그녀가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난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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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8화

“태경 씨, 방금 우리 언니랑 무슨 말을 했어요?”손님맞이를 끝낸 양 채는 이 고개를 돌려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오늘은 언니에게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날이기도 했기에 그녀는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만약 언니가 강태경을 탐탁지 않아 하면 어쩌나 생각하면서 말이다.나도현은 고개를 저었다.“그냥 간단히 인사를 나눴어.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 언니는 너한테 어떤 사람이야?”“언니는 나한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착한 사람이에요. 저한테 엄청 잘해주기도 하고 언니는 친구들한테도 인기가 많아요. 근데 조금 아쉬운 게 있죠.”뭔가가 떠오른 양채은이 한숨을 내쉬자 나도현은 얼른 캐물었다.“왜? 나한테 말해주면 안 돼?”“어차피 이제 한 가족이니까 못 말할 것도 없죠. 언니한테는 아주 사랑하던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하지만 두 사람은 헤어졌죠. 그 일로 언니는 한동안 슬픔에 빠져나오지 못했어요.”그 남자만 언급하면 양채은은 안색이 좋지 못했다.두 사람이 왜 헤어졌는지는 양시은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기에 그녀도 몰랐다.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었다. 언니는 너무 착하고 그 사람을 너무 사랑했으며 헤어진 후 몇 년 동안 힘들어하며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었다.그런 것을 보면 분명 그 남자가 언니에게 상처를 준 것이 틀림없었다.그렇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이미 결혼하고도 남았고 둘째까지 낳고 살았을 것이다.나도현은 그녀의 말에 흥미를 느껴 조금 더 물어보려고 했지만 양채은은 아는 게 없었고 흥미가 사라지고 말았다.“참, 태경 씨. 우리 언니가 사는 집의 집주인이 갑자기 방을 빼라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방을 빼면 갈 곳도 없고 다시 새로 집을 구하기도 힘들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언니를 우리가 사는 집에 들어와 살게 해도 될까요? 마침 저도 임신해서 언니의 도움이 필요하거든요.”양채은은 설령 그가 거절이라도 할까 봐 걱정했지만 그녀가 말을 꺼내자마자 그는 바로 허락해 주었다.“네 언니면 내 누나기도 하지. 그냥 들어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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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9화

나용민과 박은희는 쉽게 넘어갈 사람들이 아니었다. 나도현의 결혼 문제에 있어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상대의 집안이었는데 지금 나도현이 결혼하려는 여자는 특별한 배경도 없었고 그렇다고 잘사는 집 딸도 아니었다.그런 그들이 어떻게 양채은을 며느리로 받아들이겠는가.“아니. 잊지 마, 네가 해외에서 사고 쳤을 때 누가 수습해줬는지. 설마 날 배신해서 우리 부모님께 알릴 건 아니겠지?”나성원은 바로 고개를 저으며 충성심을 보여주었다.“형,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요. 설령 우리 아버지를 배신하는 한이 있어도 형을 배신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오늘 이 일은 제가 무덤까지 가져가긴 할 거지만... 아무리 제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평생 숨길 수는 없을 거예요. 형 부모님이 언젠가 아시게 될 거예요.”이미 나용민과 박은희는 아들에게 맞선 상대를 알아봐 주고 있었고 어떻게든 잘사는 집안의 딸과 엮어주려고 할 것이었다.하지만 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화를 낼 것이고 그때는 아무도 좋은 나날을 보내지 못할 것이다.“네가 입단속만 잘하면 돼. 난 너 빼고 가족 중 아무도 안 불렀으니까. 그러니까 날 실망시키지 마.”나도현이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툭툭 치자 나성원은 등골이 서늘해졌다.“하하, 알겠어요. 형.”그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은 후 주위를 두리번대며 구경하고 나니 더 머리가 지끈거렸다.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란 말인가.하필이면 이때 박은희가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성원아, 내가 지금 도현이 맞선 상대를 골라주고 있는데 네가 좀 봐주렴. 너희 같은 젊은이들이 어떤 아가씨를 좋아하는지 도통 모르겠구나.]곧이어 여러 타입의 여자 사진들이 도착했고 그중에는 귀염, 섹시, 성숙한 유형도 있었다.사진 속 여자들의 공통점은 오로지 하나였고 전부 잘사는 집안의 딸이라는 것이다.그는 대충 사진을 보고 나서 고개를 들어 드레스를 입은 양채은을 본 후 에둘러 답장했다.[사실 저는 형이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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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0화

“채은아, 너 정말 진심으로 저 사람을 좋아해?”걱정스러운 눈길로 자신을 보는 동생에 양시은은 용기를 내어 물었다. 어쩌면 두 사람을 떼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말이다.길게 아파하는 것보다 짧게 아파하고 끝내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그녀의 말에 양채은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당연하지. 언니, 설마 지금 나란 태경 씨 헤어지게 하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양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리 둘은 서로 사랑하고 있어. 난 정말로, 진심으로 태경 씨를 사랑해. 태경 씨는 나한테 흠잡을 데 없이 아주 잘해주거든. 언니가 남자도 믿지 않고 사랑도 믿지 않는다는 거 알지만 곧 아이의 엄마가 될 사람한테는 다르지. 난 내 아이가 아빠 없이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아.”양채은은 그녀의 손을 잡아 아기가 있는 배 위에 올렸다.“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나고 있어. 그래서 난 아기를 위해서라도 태경 씨와 헤어지지 않을 거야. 그리고 이미 약혼식도 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태경 씨와 함께 살 거야.”이렇게까지 말하는 데 양시은이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는가.그녀도 사랑해본 적 있었기에 사랑에 빠진 그 기분을 당연히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나도현은...“둘이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남은 건 집에 가서 해. 늦었는데 이젠 집으로 가야지.”나도현이 저벅저벅 걸어온 뒤 양채은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나란히 섰다.양시은 두 사람을 따라 밖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호텔 프런트를 지나칠 때 양채은은 다가가 계산하려고 했고 손에 들고 있는 것도 당연하게도 나도현의 카드였다.양시은은 자리에 멈춰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순간 나도현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두 사람은 넓은 로비에 서 있었던지라 양채은이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양시은은 놀란 고양이처럼 황급히 그의 손을 쳐냈다.“이러지 마.”“그럼 밤에 얌전히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자꾸 거슬리게 하지 말라고. 나도 참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나도현은 그녀를 난처하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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