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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1421 - Chapter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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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1화

“별아, 여기 혼자 왜 서 있어?”온지유는 빠르게 몇 걸음 걸어와 별이를 안았다.“무슨 일 있어?”별이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빠 엄마랑 같이 놀고 싶은데... 바쁘면 됐어요. 저는 혼자 애니메이션 보러 갈게요.”그전까지 여이현은 얼마나 늦게 돌아오든 옷을 갈아입고 나면 항상 그들과 놀아줬다. 하지만 오늘은 돌아오자마자 온지유와 함께 침실로 들어갔다.별이는 한편으로는 두 사람과 함께 있고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불편을 끼칠까 봐 두려웠다.“일 다 끝났으니 같이 내려가자. 엄마가 안아줄게.”온지유는 그를 안고 함께 내려갔고 여이현도 따라왔다.셋은 소파에 앉아 웃고 떠들었다. 온하윤은 그들이 번갈아 가며 안아주다가, 결국 별이의 품에서 잠들었다.별이는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움직임이 조금만 커져도 여동생을 깨울까 봐 두려웠다.“별아, 하윤이 이만 내려놔. 엄마가 침대에 눕힐게.”온지유는 그의 손이 저리기 전에 먼저 손을 내밀어 온하윤을 안으려 했다. 온하윤은 몇 달밖에 안 되었다. 어른들에게는 무겁지 않았지만 별이도 여전히 어린 아이였다. 그녀는 한 아이가 오랜 시간 다른 아이를 안아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아니에요. 엄마. 조금만 더 안아줄래요.”별이는 고개를 저으며 두 손을 더욱 꽉 잡았다. 그는 여동생의 통통한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하얗고 붉게 빛나는 얼굴은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갓 태어났을 때보다 날이 갈수록 더 귀엽게 변했다.온지유는 두 아이 사이의 애정이 깊어져서 매우 기뻤다. 별이의 고집을 보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럼 안고 있다가 힘들면 엄마한테 말해줘.”별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계속해서 버텼고 두 팔이 저리기 시작하자 온지유에게 말했다.“엄마, 이제 안 되겠어요.”“엄마가 안아줄게.”온지유는 딸을 안아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혔다. 어떤 아이들은 이렇게 움직이면 깨우기 쉽지만 온하윤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이 잠들었다.온지유는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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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2화

이곳은 그들의 고향이다. 두 사람 다 고향을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이런 일은 요리사한테 맡기면 되잖아. 왜 직접 요리하는 거야?”신무열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 그는 급히 김혜연을 앉히며 말을 이었다.“배가 점점 커지고 있어. 지금은 제대로 쉬어야 해. 이런 일까지 네가 할 수는 없어. 내가 도와줄게.”그는 남편으로서 본래 아내를 잘 돌봐야 했다.게다가 임신과 출산의 고통은 모두 여성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데, 남편으로서 조금이라도 더 배려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면목이 없을 것 같았다.김혜연은 손을 뻗어 작은 배를 쓰다듬으며 얼굴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무열 씨도 바쁜데 제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요? 무열 씨 걱정은 잘 알아요. 그래도 이런 일에 시간 낭비하지 말아요. 혹시 아이 이름은 생각해 본 적 있어요?”이 질문에 신무열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물론 아이의 이름에 대해 생각해 봤지만 결론이 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들에게는 첫 아이이기에 이름을 잘 지어야 했다.“저는 요즘 아이 이름 찾으려고 계속 책 보고 있어요. 근데 지금은 남자앤지, 여자앤지도 몰라서 고르기가 어려워요. 우리 각자 하나씩 지어볼까요? 어차피 곧 필요할 테니까.”김혜연은 원래도 아이를 매우 좋아했다. 그녀에게 있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매우 매우 행복한 일이었다.게다가 그녀는 입덧 반응도 심하지 않았고 첫 보름만 토했을 뿐 후에는 뭐든지 먹을 수 있었다. 신무열은 그녀를 위해 최고의 산부인과 팀을 섭외해서 지금까지 큰 고통을 겪지 않았다.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그녀는 좋은 글자를 꼭 짓고 싶어 했다.“좋아, 네 말대로 할게.”신무열은 몸을 웅크려 김혜연의 배에 귀를 대었다. 아이는 이제 슬슬 움직임을 보이는 단계에 들어섰다.신무열이 입을 열었다.“아가야, 난 아빠야... 어, 방금 발로 찬 것 같은데?”“맞아요, 저도 느꼈어요. 아이가 무열 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김혜연은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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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3화

“무열 씨, 지유 씨한테 연락해 봤어요? 가까이 사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지유 씨가 제일 먼저 알 텐데.”김혜연이 조언하듯 말했다.신무열도 사실 전화를 걸어보고 싶었지만 시간을 확인한 뒤 시차를 계산해 봤다.이미 그쪽은 밤이었고 이 시간에 전화하면 아마 온지유와 아이들이 다 잠들었을 것 같았다. 괜히 방해만 될 수도 있었다.“오늘은 그냥 넘어가자. 너무 늦었어. 내일 점심쯤 전화해서 물어볼게. 당신은 방에 들어가서 좀 쉬고, 난 오늘 밤 서재에서 잘래.”신무열이 김혜연의 볼에 가볍게 입 맞췄다.그의 책상 위에는 오늘 밤까지 처리해야 할 서류가 한가득이었다.게다가 김혜연은 임신한 뒤로 잠이 얕아졌기에 그가 새벽에 침실로 들어가면 아무리 조심해도 소리가 날 듯했다.차라리 서재에서 자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오늘 밤엔 언제쯤 쉴 생각이에요? 내일 중요한 회의 있다고 했잖아요. 이 일들 내일로 미루면 안 돼요?”김혜연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신무열은 그녀가 방해받을까 걱정했지만, 사실 김혜연도 똑같이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저으며 숨길 것 없다는 듯 서류를 보여주었다.“남부 도시에서 어제 지진이 나서 큰 인명피해가 생겼어. 집을 잃은 사람도 많고... 요 며칠 매일 하는 회의가 이 문제를 다루고 있거든. 오늘 밤에 서류를 못 끝내면 내일 회의를 진행하기 힘들어.”지금 신무열의 위치라면 하루나 이틀 미뤄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스스로 납득할 수 없었다.고통받는 사람들을 두고 편히 잠들 순 없었고 눈만 감아도 그들의 상황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그럼 빨리 일 봐요. 저는 먼저 들어갈게요. 그리고 이 보신탕 꼭 먹어야 해요.”김혜연은 신무열의 시간을 뺏고 싶지 않아 더 묻지 않았다. 두어 마디 얘기하는 것보다는 빨리 일을 끝내고 조금이라도 더 자게 해주고 싶었다.방으로 돌아온 뒤 김혜연은 푹신한 침대에 걸터앉았지만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결국 다른 잡무를 처리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두면 내일 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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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4화

“혜연아.”신무열은 쉰 목소리로 김혜연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눈에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고통이 서려 있었다. 왜 이런 불행이 두 사람에게 닥쳐야 할까?둘은 아이의 탄생을 누구보다 기다렸다. 작은 옷도 잔뜩 마련했고 이름까지 거의 정해뒀다. 그러나 세상일은 뜻대로 흘러주지 않았다.“무열 씨, 저 정말 괜찮아요. 그렇게 바라보지 말아줘요. 그러면 제가 더 마음이 아파요.”김혜연은 끊임없이 그를 달랬다. 그러나 그녀가 이럴수록 신무열의 가슴은 더욱 무거워졌다.신무열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서 아래로 내려가 결국 그녀의 배에 닿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볼록했던 배가 이젠 평평해져 있었다.그는 이 사실을 말해야 할지 말지 고민했다.만약 사실대로 말하면 그녀가 이 충격을 어떻게 견디겠나 싶었다. 하지만 숨긴다고 해도 결국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잠시 입술을 뗀 신무열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무열 씨, 그렇게 보지 말라니까요. 저 어디 불편한 데도 없어요...”참다못한 김혜연이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떨궈보았다. 단 한 번의 확인만으로 그녀는 모든 걸 깨달았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배를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우리 아이... 어디로 간 거죠? 말도 안 돼요. 이건 믿을 수 없어요. 무열 씨, 어서 말해봐요. 아이가 어디로 사라진 거예요?”질문이 쏟아지자 신무열은 그녀를 힘껏 끌어안고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아이는 또 가질 수 있어. 분명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찾아올 거야.”“왜요? 제가 대체 뭘 잘못했길래 이런 일이 일어난 거예요?”김혜연의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렸다.처음 임신 소식을 듣고부터 그녀는 모든 찬 음식을 멀리할 만큼 아이에게 온 신경을 쏟았다. 그렇게까지 조심했는데도 결국 아이를 지켜내지 못했다.정말로 인연이 아니었던 걸까?“넌 아무 잘못도 없어. 네 탓이 아니야. 그저 예기치 못한 사고였을 뿐이야.”신무열의 목소리에는 깊은 자책과 슬픔이 배어 있었다.평소에 더 신경 쓰고 보살폈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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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5화

신무열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의사가 들어올 때까지 김혜연을 꼭 끌어안고 있기만 했다.의사는 보고서를 신무열에게 건네며 말했다.“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산모님은 빈혈에 영양불량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최근 과로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과로요?”신무열은 김혜연이 자신을 위해 했던 일이 떠올랐다. 이런 결과가 생길 줄 알았더라면 밤을 새우더라도 스스로 모든 일을 다 했을 것이다. 김혜연의 도움은 절대 받지 않았을 것이다.‘만약 혜연이를 무리하게 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도 지킬 수 있었을까?’이런 생각과 함께 신무열이 물었다.“과로 때문에 유산하게 된 건가요?”“일정한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유일한 이유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부모의 신체적 이유도 있으니까요. 부모 중 어느 한 쪽의 상태가 안 좋든 다 아이한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의사는 자세히 설명해 줬다.전통적인 가정 환경에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산모에게 미루기 마련이다. 그건 산모에게 너무 불공평한 일인데도 말이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몸 회복에 좋은 영양제를 처방해 주세요.”신무열은 김혜연의 건강이 빨리 회복하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김혜연 본인은 다른 문제를 걱정했다.“선생님, 저 앞으로 다시 임신할 수 있을까요? 인터넷에서는 어떤 사람은 유산이 체질이라고 하더라고요. 유산이 거듭되면 불임이 될 수도 있다고 하던데요.”만약 그렇게 되면 그녀에게는 재앙이 덮친 것과 다름없었다. 그녀는 아이를 더 바라지도 못했다. 그냥 아이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만족할 수 있었다.“산모님은 아직 젊으니까 몸조리 잘하시면 다시 임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몸조리를 정말 신경 써서 해야 할 겁니다. 적어도 반년이 지난 다음에 다시 임신을 시도하시고요. 그래야 아이가 더 건강하게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의사가 당부했다.그 뒤로도 의사는 계속해서 말했지만 김혜연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완전한 슬픔 속에 잠겨서 가장 나쁜 결과만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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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6화

그러고 난 뒤 신무열은 김혜연에게 알려주었다.“의사는 체질 문제라고 하던데 이건 네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야. 더구나 우리 둘은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왜 자꾸 날 밀어내는 거지?”김혜연이 막무가내인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엄청난 슬픔에 잠시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어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을 한 것이다.하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그가 김혜연의 곁에 있어 주면서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면 되니까.“우리에게도 아이가 있을 거야. 날 믿어. 내 직감은 단 한 번도 틀린 적 없었거든. 우리에겐 귀여운 아이가 있을 거야.”신무열은 계속 확신 가득한 어투로 그녀에게 말해주었지만 김혜연은 여전히 걱정되었다.“만약에, 만약에 없으면 어떻게 해요?”“없으면 없이 사는 거지 뭐. 지유한테 아들이랑 딸이 있잖아. 지유는 내 동생이니까 지유 자식도 우리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거지. 지유네가 바쁘거나 할 때 우리가 대신 그 아이들을 돌봐주면 되니까 안 생겨도 괜찮아. 나중에 우리가 늙으면 둘이서 행복하게 세계 여행 떠나도 되잖아. 안 그래?”신무열은 아이들을 좋아했지만 둘만 떠나는 세계 여행도 아주 좋을 것 같았다.둘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좋지 아니하겠는가.그의 설득에 김혜연은 점차 걱정을 내려놓게 되었고 병실에 남아 몸조리를 하였다. 신무열은 돌아와 바쁘게 업무를 보았던지라 온지유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한편 온지유는 오늘 여이현이 바쁘지 않은 날이었기에 가족들과 함께 법로를 만나러 갔다.들어가자마자 법로는 여이현이 품에 안고 있는 온하윤을 발견했다. 아기를 안는 여이현의 자세가 아주 정확하고 능숙해 집에서 자주 안아주는 듯했다. 그랬기에 온하윤의 표정도 평온할 수 있는 것이었다.법로는 온지유가 여이현과 함께 살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이현과 함께라면 그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오늘은 넷이 왔구나. 갑자기 넷이 오니까 병실이 작은 것 같구나. 너희들 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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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7화

온지유는 속으로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역시나 법로에게 이 방법이 먹혔다.아이들을 언급하니 법로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병실을 바꾸고 며칠 더 입원하겠다고 말했다.지난번 병실로 찾아왔을 때 그녀는 법로가 종이를 베개 밑에 숨기는 것을 보았고 검사 결과인 것이 분명했다. 여이현과 법로가 온하윤에게 정신을 팔고 있을 때 온지유는 슬쩍 법로의 뒤로 간 뒤 베개 밑으로 손을 쑥 넣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법로가 이미 그 종이를 다른 곳으로 치워버린 것이다. 어떻게든 그들에게 숨기려고 하고 있으니 그녀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낼 수밖에 없었다.그 순간 온하윤은 입술을 삐쭉 내밀더니 큰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고 온하윤을 안고 있던 법로는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내가 안고 있는 게 불편한가?”그는 여러 번 자세를 바꾸며 안아보았지만 온하윤은 눈물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크게 울어댔다. 결국 여이현이 먼저 문제를 눈치챘다.“아마 배가 고픈 것 같네요.”“분유는? 얼른 분유 줘. 우리 손녀 배가 고프면 안 되지.”법로는 다급하게 분유를 찾았다. 아직 어린 아기인데 배를 곯게 하면 쉽게 병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여이현은 얼른 가방을 뒤졌지만 한참 후에야 무언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난번 온하윤을 데리고 외출했을 때 배고파진 온하윤에게 분유를 먹이다가 분유병을 그 가방 안에 넣어두었다.집으로 돌아간 후 그 일을 깜빡 잊고 있었던 그는 이번 외출에서 분유를 미처 챙겨오지 못했다.만약 지금 그가 집으로 돌아간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었으니 차라리 온하윤을 데리고 집으로 가는 것이 나았다.“분유를 깜빡하고 챙겨오지 못했네요. 제가 일단 데리고 가서 먹이고 올게요.”여이현은 온하윤을 안으며 달랬다.“하윤이 착하지. 아빠랑 얼른 집으로 가서 맘마 먹자.”“그냥 지유랑 별이랑 돌아가거라. 오늘 나 보러 와준 것만으로도 괜찮았으니까 얼른 가. 나한테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단다.”법로는 먼저 입을 열며 집으로 돌아갈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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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8화

간호사는 드레싱 카트를 밀며 법로의 옆으로 간 뒤 약을 건넸고 이내 수액도 갈아주었다.“정말로 치료 안 하실 생각이세요? 이 약들은 부작용이 심해요. 특히 환자분 같은 나이 많으신 분한테는 더 그렇고요.”좋게 말하면 보존치료였고 나쁘게 말한다면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다.그녀는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안 할 거예요. 지금처럼 약만 먹으면 됩니다.”법로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앞으로 날 자꾸 설득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차피 병으로 머리가 이상해진 것도 아니고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그래도 검사는 정기적으로 할 생각입니다.”법로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을 보탰다. 정기 검진은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적어도 자신이 언제 죽는지 구체적인 시간을 알 수 있었고 미리 죽기 전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었으니까.간호사는 능숙하게 수액을 바꿔준 뒤 나가자마자 병실 앞에 서 있는 온지유와 마주치게 되었다. 온지유가 환자의 딸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던 간호사는 딸에게 절대 자신의 상태를 알리지 말라던 법로의 말도 떠올랐다.환자의 선택이자 부탁이었으니 그녀는 당연히 환자의 결정을 존중해야 했지만 온지유가 문 앞에서 듣고 있지 않았는가. 이건 그녀의 탓이라고 할 수 없었다.간호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온지유를 보지 못한 것처럼 태연하게 드레싱 카트를 밀며 가버렸다.어쩌면 법로는 원치 않아도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온지유는 문 앞에 서서 한참이나 방금 들은 소식에 받은 충격을 소화해야 했다.법로는 역시 병에 걸린 것이 맞았고 심지어 심각한 상태였다. 암 말기였으면서 그녀에게 숨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항암 치료까지 거부하고 있었다.그녀는 어떻게든 법로를 설득해 치료받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후 문을 열고 들어갔다.“정말로 치료 안 받을 생각이세요?”“네, 안 받을 겁니다. 아픈 사람은 나인데 왜 자꾸 치료받겠느니 안 받겠느니 하는 거죠? 여기 병원은 간호사들이 오지랖이 많은가 봅니다. 환자에게 관심을 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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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9화

“말은 그렇다고 하지만 그래도 치료는 받으셔야죠. 설령 완치하지 못한다고 해도 고통은 덜 수 있고 더 오래 살 수 있잖아요. 아버지는 의학 지식도 있으면서 왜 이런 것도 모르시는 거예요?”온지유는 진지하게 말했다.여하간에 가족이었던지라 그녀는 법로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고 직설적으로 물었다.“혹시.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탈모로 머리카락이 전부 빠질까 봐 그러시는 거예요? 머리카락이 없으면 추해질까 봐요?”법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이 죽을 땐 멋진 모습으로 죽이길 바랐고 초췌한 몰골로 죽고 싶지 않았다.나중에 자신의 두 아이가 보고 놀랄까 봐 말이다.“아니,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신 거예요? 20대도 아니고 왜 외모에 그렇게 신경 쓰시는 건데요?”온지유는 어처구니가 없었다.“머리카락이 없으면 어때서요. 어차피 아버지는 나이가 많으셔서 탈모가 와도 정상적인 거라고요. 길가에 나가보시면 대부분 어르신들이 머리숱이 없어요.”“자연적으로 탈모하는 거와 아예 없는 거와는 다르단다.”법로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올려 자신의 머리를 만졌다. 이미 꽤나 빠졌지만 만약 남아있는 머리카락마저 사라진다면 얼마나 추하겠는가.더구나 항암 치료의 부작용에는 탈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구체적인 것은 항암 치료를 시작한 뒤에야 할 수 있었다.“그러면 아버지는 두 아이들한테 외할아버지가 영원히 사라져도 괜찮은 건가요? 다른 아이들처럼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 듬뿍 받고 자라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요? 저랑 이현 씨를 제외하고 아이들한테 진심으로 사랑을 주고 아껴주는 사람이 아버지인데, 정말로 어느 날 말도 없이 떠나신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라고요? 별이랑 하윤이가 아버지를 많이 좋아한다는 걸 아버지도 알고 계시잖아요.”온지유는 계속 설득했다.“저도 아버지가 오래 살아계셨으면 좋겠어요. 설령 항암 치료의 효과가 고작 1년 반을 더 살게 된다고 해도 더 오래 살아계셨으면 좋겠다고요.”“정말로 내가 살기를 바라는 거니?”법로는 고개를 들어 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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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0화

온지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주치의를 불러와 법로의 상태에 관해 자세히 물었다.“선생님, 아버지가 치료를 받으시겠다고 마음을 바꾸셨어요.”“정말 대단하세요. 저와 간호사들이 그동안 꾸준히 설득했는데도 치료 안 받으시겠다고 하셨거든요. 역시 이런 문제는 자식들한테 맡기면 되는 거였네요.”주치의는 온지유를 보며 따라 웃음을 지었다. 사람이 눈앞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것보다 역시나 최선을 다해 살려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어떤 치료를 받게 될지 설명을 들은 후 온지유는 법로와 조금 더 대화를 나누다가 병실을 나섰다.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바로 신무열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지만 한참 지나서야 연결이 되었다. 화면에 나타난 초췌한 얼굴을 보니 온지유는 순간 걱정되었다.“요즘 공무가 많은 거예요?”“그래. 이 자리에 직접 올라와 보니 알겠더라고. 얼마나 부담스럽고 힘든 자리인지를.”신무열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비록 김혜연의 자연 유산은 배아 상태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지만 그는 만약 두 사람 모두 바쁜 나날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그 아이가 먼저 그들의 곁을 떠날 리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지금은 아이를 잃었고 김혜연은 계속 병원에서 입원하며 몸조리를 하고 있었으니 그가 가장 바쁠 때였다.그러나 그는 병원으로 가서 아내의 곁에 오래 있어 줄 수 없었다.처리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았고 설령 오늘 할 일을 마친다고 해도 하룻밤만 지나면 또 새로운 일거리가 산처럼 쌓였다. 이 자리에 앉았으면 할 일은 해야 했던지라 그는 쉽사리 공무를 내팽개칠 수 없었다.“그래도 가끔은 쉬면서 해요. 그러다가 병나면 어떻게 하려고요. 혜연 씨는요?”김혜연을 찾는 온지유에 신무열은 가슴 아픈 표정을 지었다.그의 표정을 본 온지유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기우이길 바라면서 그가 말하기를 기다렸다.“혜연이는 지금 병원에 있어. 우리 아이가 우리 곁을 떠났어.”이 말을 꺼내는 신무열의 눈가가 촉촉해졌고 온지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그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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