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배진호는 더 이상 권다솔이 무슨 말을 했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다 맞다고 생각했고 그대로 따르면 그만이라는 마음뿐이었다.권다솔은 그를 바라보다가 문득 두 사람이 한창 사랑에 빠져 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는 막 관계를 확정 지었을 무렵이라, 배진호는 매일 그녀를 보며 멍하니 웃곤 했다.그녀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그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야... 분명 우린 그때 참 행복했는데.’ 예전에 권다솔은 그에게 물었다.“진호 씨, 도대체 왜 그렇게 웃는 거예요?”그때 배진호가 답한 건 단 한 마디였다.“다솔 씨가 옆에 있기만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전 정말 행복해요.”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녀 뱃속의 아이는 엄마의 사랑과 권용민, 김영은의 사랑을 받겠지만, 아빠의 사랑만은 없을 것 같았다.“다솔 씨, 제가 몰래 따라다녀서 제가 밉지는 않나요?”배진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솔 씨가 절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요. 그래도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두려웠고, 저 사람이 정말 괜찮지 않은 사람일까 봐... 그래서 그냥 따라왔어요.”“아니에요.”권다솔이 고개를 저었다.“아니라는 게... 절 미워하지 않는다는 건지, 아니면...”“진호 씨를 보고 싶지 않다는 말은 한 번도 한 적 없어요.”권다솔이 그의 말을 끊었다.“우린 한때 서로 깊이 사랑했어요. 우리가 갈라선 건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오해랑 양쪽 부모님의 반대 때문이었죠.”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배진호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배진호의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바로 그때 경찰이 다가와 두 사람 사이의 흐름을 끊어 버렸다.“누가 신고했나요? 그리고 저기 바닥에 쓰러진 사람은 누구예요?”“제가 했어요. 방금 저 사람이 절 해치려 들어서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렸거든요. 얼굴에 난 상처들은 제 남편이 절 보호하려고 몸싸움을 하다가 생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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