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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3화

Author: 류한나
경찰서에서 권다솔은 남태건과 또다시 마주쳤다.

그는 권다솔과 배진호가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눈이 벌게져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달려들려 했지만 경찰이 바로 제지했다.

그래도 그는 입을 멈추지 않고 외쳤다.

“권다솔, 네가 어떻게 날 배신할 수 있어? 너희 둘 이미 이혼했잖아. 설마 다시 재결합하려고? 왜 날 이렇게까지 괴롭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정말로 남태건이 깊은 사랑을 품은 피해자 같고, 권다솔이 그를 저버린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었다.

“정확히 알아둬요. 저희는 친구 사이였을 뿐이고 연인조차 아니었어요. 태건 씨는 지금 선을 넘었어요. 그리고 저랑 진호 씨는 아직 이혼 절차가 끝나지 않았어요. 정식 이혼이 아니라는 말이죠. 설령 진짜로 이혼했다 해도 저희가 재결합하는 건 제 자유예요. 그게 태건 씨하고 무슨 상관이죠?”

남태건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호응해 줘야 한다는 말인가 싶었다. 그럼 나중에 그가 지겨워져 버리면 순순히 버림받아야 한단 뜻이기도 했다.

그녀는 그런 식으로 갇혀서 살고 싶지 않았다.

“권다솔, 난 너희 둘이 같이 있는 걸 절대 허락 못 해. 그러면 안 돼. 걔는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 설마 그 아이를 잊었어? 그 아이는 네 친자식이었잖아!”

남태건은 일부러 아이 이야기를 꺼내 권다솔을 자극했다.

그녀가 상처받든 말든 상관없었고 오히려 더 괴로워했으면 싶었다.

그래야 그녀가 배진호에게서 멀어질 테니까.

“솔직히 말할게요. 저 또 임신했어요. 아이는 진호 씨 아이고, 전에 잃었던 아이가 돌아온 셈이에요.”

배진호는 눈앞이 흔들릴 정도로 놀랐다.

아이가 다시 생길 줄은 그도 몰랐다. 그것도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이었다.

남태건은 더더욱 믿기 힘들었다. 권다솔의 배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날 밤만 아니었으면... 배진호가 빈틈을 노리지 않았더라면... 권다솔이 임신한 아이는 그의 것이었을 테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좀 전에 권다솔의 배를 세게 쳐서 배은망덕한 것을 없애버려야 했다고까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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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본 사람 말이야. 채은이가 맞을까?”양시은은 나도현을 꽉 붙잡으면서 물었다.“안돼. 가서 확인해 봐야겠어... 불이 그렇게 큰데 혹시나 벗어나지 못했으면 어쩌지?”양시은은 그저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힐 것 같았다.그녀의 여동생도 화재로 죽은 것이었으니 말이다.‘채은이가 아직 살아있다면? 살아있는데 또 내 부주의로 화재 속에서 죽게 된다면?’이런저런 생각이 들자 양시은은 마음을 추스를 수 없었다.“시은아, 가지 마. 이미 경찰들이 다 막아놔서 들어갈 수도 없어.”나도현은 그녀를 말렸다.“하지만 정말 채은이라면...”“너도 채은이라고 확신 못 하잖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잖아. 왜 그런 불확실한 걸 위해서 죽을 위험까지 감수하려고 해? 네가 다치면 하민이는 어떡하려고?”나도현은 한마디 덧붙이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네가 다치면 난 어떡해?’양시은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눈시울을 붉혔다.나도현은 그녀를 품에 안아주며 말했다.“내가 비서를 보내서 찾으라고 할게. 우리는 집으로 가자.”집으로 가자는 말에서 양시은은 따뜻한 온기를 느껴졌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때의 양시은은 몰랐다. 근처에 한 대의 밴이 주차되어 있었고 차 안에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웨이브 펌을 한 아름다운 여인이 앉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마치 어두운 밤 속에서 피어난 장미와 같은 미모를 가졌다.만약 양시은이 그곳에 갔더라면 분명 깜짝 놀랐을 것이다.왜냐하면 그 여인이 바로 양시은이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양채은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일부러 풀어준 거죠?”운전석에 앉은 남자한테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양채은은 깜짝 놀라며 부인했다.“그런 거 아니에요.”“거짓말하지 마요. 다 봤거든요! 한 번 죽었으면서 아직도 그렇게 네 언니를 생각해 주는 건가요? 참 눈물겨운 혈연이네요.”“정말 그런 거 아니에요.”그 남자는 그녀가 하는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쪽이 뭐라고 변명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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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지의 경매 최저 가격은 2천만 원이었다. 양시은이 부른 가격은 그 두 배였다.양시은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그녀를 향한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변했다.그 순간부터 그녀는 더 이상 나도현의 파트너가 아닌 양시은이었다.그녀의 행동은 예상 밖이었지만 양시은이라면 할 만한 선택이었기에 나도현은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결국 그 반지는 양시은이 제시한 가격으로 낙찰되었다. 이 금액은 그녀가 예상했던 가격보다 훨씬 비쌌지만 그럼에도 양시은은 그 가격으로 낙찰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매에서 낙찰된 반지가 그녀에게 전달되었다. 나도현이 그녀 대신 그것을 보관해 주었다.“그 반지가 되게 마음에 들었나 보네?”“어차피 경매에서 발생한 모든 수익은 자선 단체에 기부된다며? 손해 볼 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양시은은 이렇게 되물으며 나도현이 했던 질문을 넘겨 버렸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빨간 벨벳으로 덮인 반지 상자를 훑어보고 있었다. 그녀가 상자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나도현은 그런 양시은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그녀의 찡그린 미간을 펴주었다.갑작스러운 손길에 양시은은 깜짝 놀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나도현은 이마의 주름이 완전히 펴질 때까지 부드럽게 문지르며 말했다.“미간을 찡그린 표정이 마음에 안 들어서... 넌 웃을 때가 제일 예뻐.”그는 무심한 말투로 말했지만 그 속에는 왠지 모를 진지함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그의 손길에 양시은은 몇 초 동안 얼어 있었다.그러다가 무언가에 이끌려 옆쪽을 힐끗 쳐다본 그녀는 갑자기 두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양채은!”그러자 나도현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 양시은이 앞으로 달려가려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그가 본 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그림자였다.그 여자는 검은 드레스를 입었는데 매우 마른 체형을 가져서 멀리서 보면 확실히 양채은으로 보였다.나도현은 예전에 조사했던 CCTV 자료를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하지만 그의 생각이 정리되기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71화

    양시은의 드레스는 나도현이 준비해 준 것이었다.오프숄더 드레스였는데 그녀에게 정말 잘 어울렸다. 양시은은 오랫동안 이런 드레스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 어색해하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계속 거울 앞을 서성이며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곤 했다.옆에서 그녀를 보고 있던 도우미가 말했다.“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 잘 어울려요.”양시은은 아무 말 없이 그냥 웃을 뿐이었다.“나도 그렇게 생각해. 엄청나게 잘 어울려.”뒤쪽에서 나도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양시은이 뒤를 돌아보자 나도현이 수트를 입고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입은 건 세트로 나온 커플 의상인 듯했다.양시은은 갑자기 왠지 모를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눈치가 빠른 도우미들은 그녀의 표정이 안 좋은 걸 보고 자리를 떴다.나도현은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내며 말했다.“드레스까지 입었는데 어울리는 액세서리가 있어야지. 내가 고른 건데 어때?”양시은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액세서리 같은 건 안 해도 돼...”나도현의 태도는 온화한 듯했지만 또 거절할 수 없을 만큼 단호했으니 말이다.양시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목걸이는 이미 그녀의 목에 걸려 있었다.그녀를 바라보는 나도현의 눈빛 반짝였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역시 예뻐. 내가 생각한 대로야.”그와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 양시은은 그의 깊은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애써 그를 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머릿속에는 계속해서 나도현의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가자.”나도현이 양시은을 끌어당겼다.나란히 차에 탑승한 그들은 행사장으로 향했다.시간은 그 정도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행사장으로 가는 차들이 모두 질서를 잘 지켰기에 그들은 차가 막히지 않은 상태로 순조롭게 도착했다.전과 다른 점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양시은을 보고 놀랐다는 것이다.대부분 사람들이 모두 놀라워하며 나도현 옆에 여자 파트너가 있다는 사실에 의아해했다.그때, 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70화

    "시체도 찾았고 얼마 전 장례식마저 치렀는데 양채은이 정말로 살아 있다면 그 두 구의 시체는 누구 것일까?"너무 많은 문제가 풀리지 않자 나도현은 양시은을 안심시키기 위해 말했다.“사람을 찾더라도 지금은 아니야. 일단 차에 타. 돌아가서 얘기하자.”양시은은 밥도 먹지 못한 채 결국 집으로 돌아갔다. 점심쯤 잠에서 깬 하민이는 하인들이 만든 음식을 먹고 나서 낮잠을 잤다.거실 안.양시은은 침대에 누워서 놀이공원에서 보았던 그 여자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반복해 떠올렸다. 확실히 비슷한 점이 많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그녀가 정말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닐까?나도현은 돌아오자마자 차준기가 찾아온 놀이공원의 감시카메라를 확인한 후 양시은에게 알려줬다.“내가 확인해 봤는데 양채은의 모습을 보진 못했어. 아마도 네가 잘못 본 것 같아.”“그래?”양시은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대답했다. 과연 그녀의 착각이었을까?“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내가 다시 찾아보라고 할게.”“알았으니까 그만 나가 줘. 혼자 있고 싶어.”양시은은 지금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양채은을 만난 줄 알았을 때 얼마나 기뻤던지. 지금은 그 순간의 기쁨과 사람을 잘못 봤다는 실망이 번갈아 가며 양시은을 괴롭혔다.나도현이 잔뜩 주눅이 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나는 이만 나가 볼게.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문이 살며시 닫혔다.양시은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손에 쥔 휴대전화로 그날 양채은으로부터 걸어온 전화를 찾아보았다. 몇 초밖에 되지 않는 통화 기록이 눈에 들어오자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날 이후 양시은은 양채은에 대해 다시는 언급하지 않았다.양시은의 모습이 자꾸 마음에 걸렸던 나도현은 몰래 사람을 시켜 조사를 계속했다. 처음엔 아무것도 찾지 못할 거로 생각했는데 며칠 동안 찾아본 끝에 끝내 단서를 발견했다.그 단서는 어떤 기자가 찍은 사진이었다.처음엔 그 사람을 변장한 연예인으로 착각해서 몰래 사진을 찍었는데 잘못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69화

    하민이는 혼자서 회전목마를 신나게 타고 있었고 양시은은 머지않은 곳에 잇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이때 나도현이 그녀에게 따뜻한 밀크티 한 잔을 건네며 입을 열었다.“날씨가 추우니까 따뜻한 거 마셔.”양시은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디서 산 거야?”나도현이 가까운 곳에서 열심히 장사하는 직원들을 가리키자 직원들이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놀이공원에 고객이 세 명만 있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사장이 얼마나 기뻐하실까.양시은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밀크티를 받았다.“고마워.”나도현이 놀랍게도 그녀와 같은 의자에 앉으려 하자 양시은은 의아한 표정으로 자리를 옆으로 비켜줬다. 나도현은 우아하고 깔끔한 사람이라 아무리 지쳐도 아무 곳이나 앉을 사람이 아니었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사실 직원들한테 의자 하나 달라고 해도 돼.”“괜찮아, 이렇게 앉는 게 좋아.”나도현이 담담하게 거절했다. 깔끔하고 짧은 머리로 한쪽 눈을 가리자 평소 차가운 모습과는 달리 따뜻해 보였다. 양시은은 그런 그의 모습에 잠시 마음을 뺏겼다.남자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자 양시은은 애써 다른 곳을 바라보며 딴청을 했다. 그러자 옆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낮고 부드러운 그 소리에 양시은의 귓방울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신이 나서 요리조리 쏘다니던 하민이는 체력이 부족해 점심을 먹기도 전에 지쳐버렸다.나도현은 미리 예약한 레스토랑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점심 먹으러 가자. 레스토랑 예약했어. 하민이가 자고 있으니 내가 안고 갈게.”말을 마친 그는 양시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양시은은 잠시 망설이다가 하민이를 조심스럽게 그에게 건넸다.나도현은 조심스럽게 양시은으로부터 하민이를 건네 안고 외투로 아이를 덮어 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쌀쌀한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었지만 양시은의 마음속에는 따스한 기운이 스며들었다.나도현은 기사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알리고 있었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68화

    하민이 말을 들은 양시은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하민이는 도현 아저씨가 그렇게 좋아?”“네, 도현 아저씨는 하민이에게 아주 많은 선물을 줬어요. 그리고 전 그 할머니도 좋아요.”“그렇구나.”하민이는 도현 아저씨가 바로 꿈에서도 보고 싶다던 친아빠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양시은은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신나 하는 하민이를 바라보며 가슴이 답답해 났다. 그때 나도현과 나씨 가문에게 하민이를 숨긴 결정이 옳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민이의 존재를 숨기지 않았다면 하민이는 어렸을 때부터 아빠와 함께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하민이가 말하다 말고 누구를 봤는지 얼굴에 웃음을 띤 채 양시은의 손을 놓고 뛰어갔다.“도현 아저씨!”하민이가 나도현의 품에 와락 안기자 남자는 무릎을 꿇고 그를 안아 들었다. 평소에 다른 이들에게 얼음처럼 차갑게 굴던 나도현이 하민이를 만날 때마다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저씨가 바빠서 이틀 동안이나 하민이를 못 만났는데 엄마 말은 잘 들었어?”“네. 제가 말을 잘 들어서 엄마가 절 데리고 놀러 간대요. 도현 아저씨도 같이 갈 수 있나요?”두 사람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기대하는 눈빛으로 양시은을 바라보았다.양시은은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정신 차리고는 하민이에게 다가가서 아이의 작은 얼굴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요 나쁜 아들, 도현 아저씨를 보면 엄마가 없어도 되는 거야? ”“아니요. 하민이는 엄마도 같이 있어야 되요.”양시은은 부드러운 눈길로 히죽 웃으며 그녀 손을 잡으러 다가오는 하민이를 바라보았다. 나도현이 머리를 돌려 그녀를 힐끔 보고는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얼른 타.”양시은은 하민이를 안고 차에 올랐다. 하민이가 엄마와 앉겠다고 해서 조수석에는 사람이 앉지 않았다. 나도현이 운전기사를 불러와서 그들과 함께 뒷좌석에 앉았다.가운데 하민이가 끼어 있으니 거리가 너무 가깝지 않았기에 양시은의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양채은이 세상을 떠난 후로 양시은은 나도현을 더 꺼리게 되었다.예전에는 혼자 있는 것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67화

    양시은은 한참 동안 복잡한 표정으로 손에 쥔 약을 바라보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제자리에 돌려놓았다.나도현도 그녀를 위한 마음이었으니 못 본 척 눈감아주기로 했다.하민이를 돌보는 간호사가 책임감 있게 일을 한 덕분에 양시은의 부담을 많이 덜어주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마음을 놓고 자신의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나도현은 지석훈에게 양시은의 진료를 부탁했다.“지석훈에게 별일 없다고 해서 네 진료를 부탁해 봤어.”양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지석훈에게는 털어놓을 불평이 많았다.‘내가 할 일이 없었다고? 뭔 소리야? 나도현 네가 나를 병원에서 강제로 끌어낸 거잖아.’“진료는 끝났어요. 위가 좀 안 좋네요. 요즘 거의 안 먹죠? 그리고 조금씩 먹어야 해요.”양시은은 조심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처음으로 나도현 앞에서 죄책감을 느꼈다.나도현은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양시은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물었다.“그 외에 다른 건 없어?”“다른 건 없어. 그냥 푹 쉬면 돼. 그럼 난 먼저 갈게. 병원 일이 많아서 중요한 일이 아니면 날 부르지 마.”지석훈은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병원에 수술이 있다며 급히 떠났다.양시은은 나도현이 그녀에게 물어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예상과 달리 먼저 하인에게 물었다.“시은 씨, 최근에 음식을 거의 안 먹었나요?”하인은 양시은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네... 거의 안 드세요. 제가 설득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정말 입맛이 없어. 이 사람들 잘못 아니야.”양시은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날 이후, 양시은은 나도현의 집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처음에는 양시은이 아프다는 이유로 그녀를 설득했고 후에는 하민이를 보러 가는 것이 편하다고 해서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속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나도현이 요즘에 선을 넘지 않고 조용히 있어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최근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그래. 입맛이 없어. 좀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복용하고 있는 약도 그녀의 식욕에 영향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66화

    나도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깐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괜찮아졌어.”그는 양시은의 상태를 확인한 뒤 큰 자극을 피해야 한다는 말 때문에 이 상황을 그녀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양시은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 말을 믿었다.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거의 기억하지 못했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상태였다.나도현은 그녀가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설명했고 양시은은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이때 하민이가 양시은의 손을 잡고 말했다.“엄마 많이 피곤해요? 그럼 집에 가서 쉬어야 해요. 저는 남자아이니까 엄마가 항상 옆에 있을 필요 없어요.”양시은은 웃는 얼굴로 그의 통통한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우리 하민이 다 컸네. 엄마는 그래도 너를 혼자 두는 게 걱정되는걸.”나도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나도 네가 좀 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양시은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 난 지금 아주 좋아. 만약 채은이 일 때문에 걱정하는 거라면 나 이젠 괜찮아.”“그럼 간병인을 부를게. 내일 하루는 쉬고 모레 다시 하민이를 보러 와.”양시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어떻게 이렇게 함부로 결정할 수 있어?”양채은의 사고 이후 모든 사람이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에 회복에 전념했다.일주일 동안의 치료를 거쳐 많이 나아졌는데 왜 나도현은 여전히 그녀를 믿지 않는 것일까? 나도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너는 지금 네 상태가 괜찮다고 생각해? 화장실 가서 거울을 한 번 봐봐.”양시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요 며칠간 늦게까지 밤을 새웠고 다음 날 하민이를 보려 일찍 일어나야 해서 쉴 시간이 없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엄청 피곤해 보였을 수밖에. 심지어 다크서클이 깊게 자리를 잡아 파운데이션으로 간신히 가릴 수 있을 정도였다.하민이도 같이 양시은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협공 덕분에 양시은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약속한 뒤 나도현은 믿을 만한 간병인을 구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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