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법이다. 요즘 의료 기술이 발전한 데다가, 그들은 경제적 형편도 넉넉한 편이지 않은가.아픈 것이 사실이라면 왜 숨기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우리 먼저 들어가서 외할아버지께 직접 물어보자.”온지유는 속사정을 알지 못했기에 별다른 설명 없이 아이를 달랬다. 그리고 마음속에 의문을 품은 채 병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법로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들어오는 사람이 간호사인 줄로만 짐작하고 짜증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아까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치료든 뭐든, 제 몸은 제가 결정하겠다고. 또 와서...”그러다 고개를 들어 온지유의 얼굴을 보자 나머지 말이 목에 걸려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곧 기쁨이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지유, 아니.. 오늘 온 거야? 아까 통화할 때 분명 내일쯤 온다고 했잖니. 별이 학교 때문에 무리하지 말라고 했는데.”“오늘은 학교가 일찍 끝났어요. 그래서 별이랑 하윤이 데리고 잠깐 들렀죠.”온지유는 병상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법로는 방긋 웃으며 이야기하던 중 불현듯 시선을 침대 머리맡으로 돌렸다.거기에는 간암 말기라는 문구가 선명한 진단서가 놓여 있었다. 이걸 온지유가 보면 더는 숨길 길이 없을 터였다.그는 얼른 진단서를 두 번 접어 베개 밑으로 밀어 넣었다. 행동이 워낙 황급했고, 그 얼굴에 비친 당혹스러운 기색도 뚜렷했다.온지유는 그 모습만으로도 무엇인가 감추는 것임을 직감했다. 병실에 놓인 서류라면 아마도 몸 상태와 관련된 것일 거다.“외할아버지!”별이는 깡총깡총 뛰어오더니 가방에서 빨간 종이꽃 하나를 꺼내 법로 곁에 놓았다.“이거 오늘 제가 받은 작은 칭찬 꽃이에요. 저도 한 송이, 엄마도 한 송이. 이제 외할아버지도 한 송이 드릴게요.”“와, 어쩜 이렇게 빨갛고 예쁜 꽃일까.”법로는 작은 꽃을 집어 자신의 옷에 꽂았다.살아오면서 온갖 귀한 화초를 다 봤어도, 별이 손에 들린 이 작은 종이꽃만큼 마음 뭉클해지는 건 없었다.그건 아이가 학교에서 잘해 선생님께 받은 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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