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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1화

병원 밖으로 나오던 중, 권다솔은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석규리가 저지른 일에 대해 이제 제대로 된 계산을 할 때가 온 것이다.그때 한 대의 차가 그녀 앞에서 멈춰 섰고 창문이 내려가자 배진호의 얼굴이 보였다. 표정에는 걱정이 가득했다.“혹시 어머니가 다솔 씨를 힘들게 했어요?”“아니에요. 오히려 후회하면서 용서를 구하셨지만 제가 아직 마음의 문이 안 열려서...”권다솔은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그리고 조금 전 병실에서 있었던 일을 전부 이야기해 주었다.이야기를 들은 배진호는 권다솔의 손을 꼭 잡았다.“앞으로 우리는 그냥 각자 편하게 살아요. 명절이나 제사 때 정도만 제가 혼자 집에 다녀올게요. 다솔 씨는 억지로 갈 필요 없어요.”피붙이라고 해서 부모와 완전히 끊을 수는 없지만, 굳이 권다솔까지 또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권다솔은 그의 배려를 느끼고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석규리 일까지 처리한 후, 두 사람은 가족에게 잠깐 인사를 전하고 곧바로 비행기에 올랐다.비행 내내 둘은 나란히 붙어 있었고, 권다솔은 배진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이렇게 쭉 행복하면 좋겠어요. 진호 씨가 이혼을 언급했을 때 사실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그땐 괜히 완고하게만 굴었어요.”“제가 더 잘했어야 했어요. 일찍 집안 문제를 정리했다면 다솔 씨가 그렇게까지 상처 입진 않았을 텐데.”배진호는 권다솔의 이마에 가볍게 입 맞췄다.“불편했던 일들은 이제 끝났으니 꺼내지 말죠. 조금 자요. 눈뜨면 같이 폭포도 보러 가요.”“진호 씨도 잠깐 눈 좀 붙여요.”권다솔이 고개를 들어 그와 입술을 살짝 맞췄다.두 사람은 이 행복이 영원하리라 굳게 믿었다....그 무렵, 여이현은 회사 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동시에 어떤 조직을 수사하느라 무척 바빴다.배진호가 권다솔과 화해했으니 이 프로젝트를 그가 맡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전화를 걸었는데 돌아온 답변은 단 두 마디였다.“저희 신혼여행 중이에요. 프로젝트 이야기는 돌아가서 하면 안 될까요?”“언제쯤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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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2화

여이현은 고개를 들고 나성원에게 물었다.“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나요?”“물론이죠, 대표님. 사실 전 여기서 제 한계를 뛰어넘고 싶어 왔습니다.”나성원의 목소리에는 강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그는 원래부터 일에 대한 열의가 남달랐다. 그렇지 않고서야 학생 시절부터 여러 대기업을 전전하며 인턴 생활을 해냈을 리 없었다. 주어진 업무가 아니어도 배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하려 애썼다.졸업 후 귀국한 이유도 이곳에서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였다.“마침 새 프로젝트가 하나 있어요. 기획안은 완성된 상태고 세부적인 부분을 보완하면 되죠. 그리고 전체 진행을 맡아줄 분이 필요한데 할 수 있겠어요?”여이현은 서류를 그의 앞에 놓았다.“뭐든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제게 물어봐도 좋아요.”물론 말은 그렇게 했어도 프로젝트 하나를 단독으로 맡는 건 일반 보조 업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나성원은 바로 답하지 않고 자료를 꼼꼼히 훑었다. 그리고 나서야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대표님,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좋습니다. 그럼 이번 달부터 기본급을 20% 인상할게요. 프로젝트 진도에 따라 추가 커미션도 책정해 드리겠습니다. 만약 프로젝트를 무리 없이 완수한다면 그만큼 대우도 확실히 해 드릴 겁니다.”여이현은 결코 악덕 업주가 아니었다. 지인의 동생이라고 해서 급여나 처우를 이유 없이 깎고 싶지 않았다.나성원은 돈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편이었다. 집안이 아주 부유하진 않아도 넉넉했기에 해외 유학을 감당할 수 있었고, 박사 과정 중에도 받았던 월급으로 꽤 많은 돈을 모았다.그가 진짜 필요로 하는 건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할 기회였다.프로젝트 일정을 대략 정리한 뒤, 여이현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 곧장 집에 가서 온지유에게 전화를 걸어 금방 돌아간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막상 전화를 걸자 통화 중이었다.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집에 가는 길에 온지유와 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몇 가지 샀다.한편, 온지유는 법로와 통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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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3화

온지유의 미간은 갈수록 더 깊게 찌푸려졌다.법로의 태도가 오늘따라 이상했다. 지난번에 온지유가 여이현과 외출할 때 온하윤을 며칠 동안 법로에게 맡기려 했더니 변명을 대며 거절하지 않았던가.그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나이 드신 분에게도 본인만의 생활이 있겠거니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이 전화를 들으니 도무지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온지유는 속에 드는 의구심을 일단 억누르고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다.“지금 하윤이 자고 있어요. 이번 주말 정도면 별이가 학교에 안 가니까, 그때 저희 셋이 아버지한테 갈까요?”“그래, 네가 편하면 그때 오면 된다.”법로는 전화를 끊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마침내 병실 문이 열리고 담당 의사가 들어왔다.“수액 주사 놓겠습니다. 전에 말씀드린 치료 건은 좀 더 생각해 보셨나요?”법로는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이성적으로는 치료가 옳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간암 말기 환자라 해도 항암치료에 성실히 임하면 수명이 몇 년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화학요법이 가져오는 고통과 변화가 너무 컸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몸도 급격히 쇠약해진다. 딸에게 그런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저는 치료를 권하고 싶어요. 간암 말기는 완치가 쉽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몇 년 더 사는 분도 많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도 살고 싶어 하시잖아요. 그런데 왜 치료를 안 받으시려는 거예요?”의사는 계속 설득했다.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상황도 아니었고 법로 본인이 죽고 싶어 한다고 보기도 힘들었다.의사는 법로에게 강한 생존 의지가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무엇을 망설이는 걸까?“딸이 제가 망가진 모습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아요. 선생님 마음은 감사하지만 이 문제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법로는 더 깊이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돌렸다.처음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을 때, 그는 병원을 몇 군데씩 돌아다니며 재검사만 반복했다. 정신이 없어서 온지유와 아이들을 부를 여유도 없었다.시간이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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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4화

별이와 법로 사이의 사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돈독해졌다. 별이는 그를 만나는 걸 정말 좋아했다.“맞다, 엄마. 오늘 숙제 다 했는데 확인해 주실 수 있어요?”온지유는 기쁘게 그리하겠다고 답했다.유치원 숙제는 워낙 간단했고 별이도 거의 실수 없이 해 놓아서 검사는 금세 끝났다.별이는 숙제를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가 TV를 켰고, 온지유는 그 사이 온하윤과 놀아 주고 있었다.그때 초인종 소리가 났고 택배 기사가 물건을 건네주었다.온지유는 최근 온라인 쇼핑을 한 적이 없어서 여이현이 주문했으려니 생각하고 일단 열어 봤다.상자 안에는 몇 병의 약과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편지를 펼치자마자 온지유는 보낸 사람이 누군지 단박에 알아차렸다.바로 인명진이었다. 그가 자신을 율이라고 부르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편지에는 그가 최근 경성에 새 병원을 열어 본격적으로 이곳에서 활동할 예정이라는 점과 함께 약들은 직접 공수해 온 보약이니 그녀가 꼭 써 보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온지유는 고맙다는 의미의 짧은 문자를 보내고 약을 귀하게 챙겨 두었다. 그가 정성을 들여 마련한 것이라면 효과도 나쁠 리 없다고 믿었다.저녁에 여이현이 돌아오자, 온지유는 보약 이야기를 슬쩍 꺼냈다. 그리고 온 가족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다음 날 아침, 온지유는 아이들을 학교에 내려 준 뒤 집에 들러 이것저것 챙겼다. 특히 온하윤 기저귀와 분유, 젖병 등을 준비해 두고 시간에 맞춰 다시 학교로 가 별이를 데려 병원으로 향했다.법로는 그들이 내일쯤 방문할 거라 예상하고 전혀 대비를 하지 못했다. 침대 머리맡에 간암 말기 판정서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약을 들고 들어온 간호사는 그 서류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자기 아버지도 비슷한 나이였고 암 판정을 받은 적이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말기라도 치료를 완전히 포기하면 안 돼요. 저희 아버지도 처음엔 극구 거절하셨지만 가족들이 전부 나서서 설득했고 덕분에 예상보다 1년은 더 사셨답니다.”이미 한 발은 저세상에 걸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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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5화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법이다. 요즘 의료 기술이 발전한 데다가, 그들은 경제적 형편도 넉넉한 편이지 않은가.아픈 것이 사실이라면 왜 숨기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우리 먼저 들어가서 외할아버지께 직접 물어보자.”온지유는 속사정을 알지 못했기에 별다른 설명 없이 아이를 달랬다. 그리고 마음속에 의문을 품은 채 병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법로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들어오는 사람이 간호사인 줄로만 짐작하고 짜증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아까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치료든 뭐든, 제 몸은 제가 결정하겠다고. 또 와서...”그러다 고개를 들어 온지유의 얼굴을 보자 나머지 말이 목에 걸려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곧 기쁨이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지유, 아니.. 오늘 온 거야? 아까 통화할 때 분명 내일쯤 온다고 했잖니. 별이 학교 때문에 무리하지 말라고 했는데.”“오늘은 학교가 일찍 끝났어요. 그래서 별이랑 하윤이 데리고 잠깐 들렀죠.”온지유는 병상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법로는 방긋 웃으며 이야기하던 중 불현듯 시선을 침대 머리맡으로 돌렸다.거기에는 간암 말기라는 문구가 선명한 진단서가 놓여 있었다. 이걸 온지유가 보면 더는 숨길 길이 없을 터였다.그는 얼른 진단서를 두 번 접어 베개 밑으로 밀어 넣었다. 행동이 워낙 황급했고, 그 얼굴에 비친 당혹스러운 기색도 뚜렷했다.온지유는 그 모습만으로도 무엇인가 감추는 것임을 직감했다. 병실에 놓인 서류라면 아마도 몸 상태와 관련된 것일 거다.“외할아버지!”별이는 깡총깡총 뛰어오더니 가방에서 빨간 종이꽃 하나를 꺼내 법로 곁에 놓았다.“이거 오늘 제가 받은 작은 칭찬 꽃이에요. 저도 한 송이, 엄마도 한 송이. 이제 외할아버지도 한 송이 드릴게요.”“와, 어쩜 이렇게 빨갛고 예쁜 꽃일까.”법로는 작은 꽃을 집어 자신의 옷에 꽂았다.살아오면서 온갖 귀한 화초를 다 봤어도, 별이 손에 들린 이 작은 종이꽃만큼 마음 뭉클해지는 건 없었다.그건 아이가 학교에서 잘해 선생님께 받은 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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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6화

온지유는 법로가 일부러 숨기는 게 있다고 직감했다.하지만 지금은 확실한 증거도 없고 구체적으로 뭘 겪고 있는지 모르니, 그저 조심스레 말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아버지께서 요즘 평안하게 지내신다니까 제 마음도 놓이긴 해요. 그렇지만 정말 어디가 안 좋으시면 치료를 받으셔야죠. 의료 기술도 발달했고 우리 집이 돈이 모자란 것도 아니니까요. 더 오래 사셔서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도 보시면 좋잖아요. 나중에 둘이 결혼해서 결혼식 할 때 저희랑 같이 참석하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그래... 만약 정말로 그런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겠니.”법로 역시 그 모습을 간절히 바랐다.하지만 그간 자신이 저지른 일들이 떠올라, 이런 병도 어쩌면 업보가 돌아온 게 아닌가 싶었다.그래도 죽기 전에 이렇게 친딸과 화해하고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것만 해도 그로선 감사했다. 사람은 만족할 줄 알아야 하니까.그렇게 생각하던 중 법로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고 곧 극심한 기침이 터져 나왔다.온지유는 깜짝 놀라 얼른 그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고, 별이는 소리를 듣자마자 후다닥 달려가 컵을 챙겼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보온병을 들어 따뜻한 물을 부었다.별이는 물컵을 침대 앞으로 가져가 건네주었다.“외할아버지, 물 좀 드세요. 그러면 숨쉬기 훨씬 편해지실 거예요.”자신도 전엔 목이 따끔거릴 때 온지유가 따뜻한 물을 주었는데 마시고 나면 한결 괜찮아졌던 기억이 있었다.법로는 휴지로 입가의 피를 닦고 그 휴지를 뭉쳐 휴지통에 버렸다.그 뒤 별이가 준 물을 단숨에 마셨다. 분명 그냥 맹물이었는데 왠지 달큰한 기분이 들었다.“아버지, 제가 의사 불러서 간단히 검사라도 받아 보시죠. 약도 좀 처방받으면 좋을 텐데... 이렇게 기침하시면 너무 힘드시잖아요.”온지유는 이 기회를 틈타 의사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법로가 실제로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그러나 법로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그럴 거 없어. 어젯밤에 창문 열고 잤더니 감기에 좀 걸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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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7화

법로는 아직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 몰랐다. 아이들도 안을 때마다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당연히 지금을 틈타 더 오래 안고 싶었다.정말 그날이 오면 그가 떠나더라도 후회는 남지 않을 것이다.온지유는 마음속으로 한탄했다. 위 세대가 아래 세대에 대한 특별한 정도 법로와 두 아이를 보며 이해할 수 있었다.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이 말해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온하윤은 분유를 먹기 시작했지만, 별이는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법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 온지유가 말했다.“밖에 가서 먹을 걸 좀 사 올게요. 뭐 먹고 싶어요?”“엄마, 저는 햄버거랑 매시 포테이토 먹고 싶어요!”드문 외식 기회에 별이는 신나게 주문했다.법로는 음식에 별다른 요구가 없었다.“가벼운 음식이면 돼. 가능하면 채소를 더 먹자.”현재 그의 건강 상태는 매운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은 소화가 전혀 안 되어서 몸에 부담만 줄 뿐이었다.“알겠어요, 금방 올게요.”온지유는 돌아서서 떠났다.법로는 식습관까지 완전히 변했다. 나중에 주치의에게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물어봐야 했다.법로는 온지유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온지유가 병원을 떠난 후 먼저 주치의에게 찾아갔다.“제 가족들 앞에서 병을 숨겨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가벼운 병이라면 들어줬을 테지만 이렇게 심각한 병은 가족들도 알 권리가 있습니다.”의사의 첫 반응은 거절이었다.누군가의 자식으로서 의사는 부모님이 아플 때 소식을 알리고 다 함께 결과를 논의하기를 바랐다. 의사로서 그는 너무 많은 것을 봤다.지금 괜히 환자 가족에게 숨겼다가 치료를 원하지 않는 환자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누가 알겠는가? 환자 가족이 소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었다.“제 딸이 알게 되면 분명히 걱정할 거예요. 딸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만약 제 딸이 문제를 일으킬까 봐 걱정한다면 진술서를 작성할 수 있어요. 이건 제 생각일 뿐이고, 어떤 결과든 제가 혼자 감당할 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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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8화

사무실에 들어서자 그녀는 문을 닫았다.“선생님, 제 아버지의 상태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데요. 정확히 어떤 병이 있으신가요?”“그건 환자의 개인 정보에 해당하여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의사는 온지유의 눈에 비친 걱정을 분명히 알아차렸다.하지만 그는 방금 법로와 비밀을 유지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온지유의 질문에 형식적인 대답을 했다.“구체적인 상황은 가족이 환자와 직접 소통하는 것이 좋겠습니다.”“하지만 그분은 제 친아버지이고, 제가 보기에는 심각한 병을 앓고 계신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가족은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온지유는 방금 법로에게도 물어보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하지만 그에게 물어봐도 소용이 있을까?법로는 분명히 비밀을 지키기로 결심한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의사에게 물어볼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그러나 의사도 말하려 하지 않았다.“가족에게 알 권리는 분명히 있지만 환자의 개인적인 의사가 가족보다 우선입니다. 가족 간의 원만한 소통을 권장합니다.”“알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온지유는 계속 물어봐도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병실로 돌아가 햄버거를 별이에게 주고, 두 개의 도시락을 꺼냈다. 이 두 개는 모두 채식으로 한 개는 그녀가 먹고 다른 한 개는 법로에게 주었다.“지유야, 요즘 바쁘다면 하윤이를 우리 쪽으로 보내는 게 어때? 도우미도 같이 오게 해서 우리 둘이 아이를 돌보면 분명 잘 돌볼 수 있을 거야. 별이도 방과 후에 같이 저녁 먹으러 올 수 있고.”법로는 식사를 하면서 제안했다.이것이 바로 그가 꿈꾸던 생활이었다.온지유는 법로 머리에 생긴 몇 가닥의 흰머리를 보며 그들이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식사 후, 그들은 병실에서 잠시 놀다가 저녁이 될 때까지 있었다. 온지유는 한 손으로 온하윤을 안고 다른 손으로 별이를 잡은 채 법로에게 인사했다.“오늘은 먼저 돌아가요. 다음에 다시 찾아뵐게요.”“그래, 천천히 가고 집에 도착하면 문자 한 통 보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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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9화

“지유야, 전에 그 여자애 기억나? 소미?”여이현이 묻자 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물론 기억했다. 바로 그 아이 때문에 그들은 한순간의 부주의로 온하윤의 목숨을 잃을 뻔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녀는 상대방이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절대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을 것이다.“내가 계속 조사하고 있었어. 걔네 집안이 엄청 가난한데, 누나 두 명과 오빠 두 명, 그리고 남동생 두 명이 있어.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 혼자 힘들게 가정을 지탱하고 있어. 하지만 수입이 낮아서 혼자 대가족을 먹여 살리지 못해. 누군가가 오랫동안 그들을 후원해 주고 있어.”이 말을 듣고 온지유는 즉시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그들을 후원해 온 그 친절한 사람은 어떤 조직의 구성원일 것이다. 후원은 거짓이고 이용하려는 것이 진짜였다.여이현은 말을 이었다.“소미처럼 후원을 받는 아이들이 몇 명 더 있어. 하지만 그 아이들은 지금 모두 현지에 머물러 있고 해외로 나가지 않았어.”“분명히 아이들을 예비 인력으로 본 거겠지. 생활비를 손톱만큼 보내면서 필요할 때 해외로 보내 임무를 완수하게 하려는 거야.”온지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이 복잡해졌다.아이들에게 조직은 정말로 악랄했다. 그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강요하고 가족을 이용해 협박했다. 하지만 조직이 없었다면 그들의 경제적 조건으로는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고 일찍이 굶어 죽었을지도 몰랐다.“우리 생각이 일치하네. 이 조직의 목표가 나 혼자만은 아닐 거라고 추측해.”여이현은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내가 해외로 가서 그들을 직접 만날게. 너는 집에 남아서 하윤이랑 별이를 돌봐 줘. 내가 돌아올 때까지.”“안 돼.”온지유는 주저함 없이 그를 거절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여이현을 바라보며 확고한 눈빛으로 말했다.“우리는 부부야. 결혼식에서 한 맹세를 잊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둘이 함께 맞서야 해. 너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하게 둘 수는 없어.”“온지유, 나는 네가 위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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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0화

다른 사람들은 걱정할 만했지만 법로는 달랐다. 그에게 아이를 맡기면 온지유는 안심할 수 있었다.“근데 시간이 있을까?”여이현은 진심으로 온지유를 데리고 모험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이유를 찾아 온지유의 생각을 꺾으려 했다.“지난번 우리 셋이 나갔을 때는 도와줄 시간이 없다고 했잖아. 이번에는 외출 시간이 더 길어. 나는 그냥 포기하는 게 좋겠어.”“괜한 변명 찾지 마, 이현 씨. 다리는 내 몸에 달려있어. 나를 안 데려간다고 해서, 내가 혼자 못 찾아갈 것 같아?”온지유는 그의 속마음을 직설적으로 꿰뚫어 보았다.“나는 연약하고 힘없는 여자가 아니야. 내가 찾아가서 너를 곤란하게 할까 봐 걱정이라도 하는 거야?”“물론 그런 생각은 아니야.”여이현은 손을 뻗어 그녀를 꽉 안았다. 그는 온지유가 실력도 있고 지혜로우며 매우 용감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남편으로서 그는 이 가정을 지켜야 했다.“우리는 부모야. 아이들을 돌볼 의무가 있어. 난 모든 부담을 너 혼자 지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나도 같이 가자.”온지유의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확고했다.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여이현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온지유를 꼭 껴안고 이마에 입맞춤을 했다.“그래, 같이 가자.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가 같이 맞서자. 지유야, 너를 만난 건 정말 내 운명이야.”온지유는 그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를 맡았다. 그녀 역시 똑같이 생각했다.여이현은 단순히 좋은 아버지가 아니라 좋은 남편이기도 했다. 그녀는 그와 결혼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해외로 가기 전에 먼저 아버지 상태를 조사하고 싶어. 아버지가 많이 아픈 것 같은데 전혀 말을 하지 않거든. 심지어 의사랑 공모해서 나를 속이려고 해.”온지유는 오늘 일어난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법로가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녀가 의사를 찾았을 때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의사는 환자를 도와 비밀을 유지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말을 꺼내기 어려웠던 것이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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