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현의 갈라진 목소리는 마음에 꾹꾹 눌러 담고 있던 것을 억지로 쥐어짜 내는 것처럼 들려와 양시은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자신이 이 상황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그때 그녀는 확실히 그를 떠났고 그와의 감정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사정이 있었다.“나도현, 나는...”양시은이 입을 열려던 순간 나도현이 말을 잘랐다.“그만 말해! 듣고 싶지 않으니까!”나도현은 격한 반응을 보이며 그녀의 말을 잘랐고 마치 무언가로부터 회피하려는 듯했다.양시은은 다시금 눈물이 맺혔고 무력감이 밀려왔다. 더는 할 말이 없었던 그녀는 고개를 돌려 모든 걸 받아들였고 수치심과 절망을 느꼈다.나도현이 원하던 바를 이루려던 그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사무실의 적막을 깨버렸다.“도현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충격을 받은 듯한 목소리에 나도현과 양시은은 모두 당황해했다.고개를 돌리니 문 앞에서는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고 양채은이었다.양채은의 안색은 창백해졌고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 손가락이 하얗게 될 정도였다.“두 사람...”그녀는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다. 자신의 약혼자와 친언니가 함께 있지 않은가.양시은은 살면서 이렇듯 당황하게 된 건 처음이었고 황급히 옆에 있던 옷을 잡아 몸을 가렸다.“채은아, 내가 다 설명할게. 절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양채은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양시은의 뺨을 때리곤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안 들어! 안 들을 거라고! 양시은, 이 사기꾼! 넌 지금도 날 속이고 있었던 거야! 절대 용서 안 해!”말을 마치자마자 양채은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며 창백한 얼굴엔 절망이 보였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양시은은 가슴이 너무도 아팠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힘없는 목소리로 변명만 할 뿐이다.“채은아, 나도현은 그냥 취해서 날 너로 착각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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