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도현 도련님이 벌써 친자 검사를 진행하셨습니다.”집사가 계속 보고했다.이번에는 박은희가 탁자 위에 있던 찻잔을 바닥에 내던졌다. 맑은소리와 함께 잔은 산산조각이 났다.“아주 잘하는 짓이네. 이제 검사 결과만 나오면 양시은이 그 병든 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 문턱을 넘어서 결혼을 강요하겠지?”사실 박은희는 원래부터 그녀를 몹시 못마땅해했다.집안도 보잘것없고 나씨 가문에 도움이 될 것도 없으며 아이까지 병약했다.물론 돈이 없어서 못 키우는 건 아니지만 나도현은 결국 나씨 가문을 물려받아야 할 후계자다. 그런 애가 장손이란 건 말이 안 된다.“난 그 애가 누구 애든 신경 안 써. 어쨌든 친자 검사 보고서에는 아니라고 나와야 해. 그것도 못 하면 여기서 잘리는 줄 알아.”박은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명령했다.“네, 사모님. 바로 처리하겠습니다.”집사는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온갖 대비를 다 했는데도 박은희는 영 개운치 않았다. 그래서 직접 양시은을 불러 어느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약속 장소에 도착한 뒤, 박은희는 히말라야산 악어가죽 핸드백을 테이블 위에 꺼냈다.가방 하나만 해도 평생 벌어도 살 수 없을 정도의 값어치였다.더군다나 그녀가 입은 드레스며 목걸이, 팔찌처럼 몸에 걸친 보석들은 하나하나가 값비싼 물건이었다.반면 양시은은 빛바랜 청바지와 단순한 상의를 입었는데 전부 합쳐도 2만 원이 안 될 듯했다.그녀는 한껏 몸을 사리며 말했다.“어머... 아니, 사모님, 절 찾으셨어요.”“나도 들었어. 너랑 도현이가 다시 붙어 다닌다고? 시은 씨, 사람이 약속했으면 지켜야지. 내 돈까지 받아 놓고 거짓말하면 결과가 어떨지 몰라?”박은희는 무심히 말했지만 안에 담긴 위협은 분명했다.양시은은 답답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그 사람 만난 건 제 의도가 아니었어요. 저도...”‘사실 도현이 제 동생을 임신시켜서 약혼한 상황이라 꼼짝 못 하는 중이에요.’이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굳이 해 봐야 박은희 귀에 거슬릴 뿐이니까.그런데 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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