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461 - 챕터 1470

1504 챕터

제1461화

허민기가 따라오며 말했다.“사실 우리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네 상태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혹시 도움 필요하면 말해. 우리 어릴 때부터 쭉 봐 온 사이잖아, 소꿉친구였고.”어릴 적 그는 한때 양시은을 좋아하기도 했다. 그러다 가족이 다른 도시로 이사 가면서 양시은과 점점 연락이 끊겼고, 말 못 한 소년 시절의 짝사랑도 마음속 깊은 곳에 묻혀 버렸다.지금 그는 여자친구가 생겼고 양시은과 다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만, 어릴 적 정을 생각해서라도 조금이나마 도와주고 싶었다.“고마워, 근데 딱히 네가 도와줄 일은 없어. 나 혼자 충분히 처리할 수 있어.”양시은은 걸음을 멈추고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더는 다른 사람에게 빚지고 싶지 않은 게 그녀 마음이었다.허민기에게는 허민기만의 인생이 있고, 그녀도 마찬가지다. 괜히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알았어. 그래도 혹시 괜찮다면 우리 잠깐 앉아서 얘기 좀 할래?”허민기가 다시 한번 제안했다.양시은은 수긍했고 둘은 간단히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그녀의 아이가 아프다는 얘기를 듣고 허민기의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애 아빠는 어디 있는데? 너 혼자 책임질 일이 아니잖아. 설마 전혀 신경 안 쓰고 너희 둘 다 버렸어?”“그들은 애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라. 알았으면 억지로라도 아이 지우라고 했을 거야.”양시은은 씁쓸하게 웃었다.그녀가 말하는 ‘그들’은 나도현의 부모다.남자 쪽 입장에서는 아이를 갖는 게 훨씬 쉬울 테니 필요하다면 원하는 수만큼 가질 수도 있었다. 그에 비해 여자 쪽은 평판이니 희생이니 온갖 걸 감내해야 한다.당연히 그들은 나씨 가문에 이런 부적격한 여자가 들어오는 걸 용납하지 않았을 거다.그래서 아이를 낳기로 한 순간부터 아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스스로 질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누군가 도와주길 바라지도 않았다.“차라리 그때 아이 지우는 게 나았을 수도 있잖아. 혼자서 애까지 키우고, 게다가 아픈 애라면 네 한평생 다 바치는 셈이야.”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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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2화

“당신 누구야? 여긴 병원 복도고 CCTV가 잔뜩 달려 있어. 경고하는데 다들 보는 데서 함부로 여자 괴롭히지 마.”허민기는 소매를 걷어붙이며 당장이라도 나도현에게 덤벼들 기세였다.하지만 나도현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대학생 때부터 운동을 습관처럼 해 온 그다. 처음에는 양시은이 복근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길래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 몸 만드는 게 일상이 되었다.무산소 운동으로 땀을 쭉 빼는 걸 꽤 좋아했다. 그런 그에게 허민기 정도는 상대도 아니었다.“둘이 싸우지 마.”양시은은 재빨리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허민기에게 말했다.“나 아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너 먼저 돌아가 줘.”“방금도 너한테 막 손대려고 했잖아. 내 앞에서조차 저렇게 거칠게 구는데, 내가 가고 나면 더 심하게 굴지 어떻게 알아?”허민기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그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분노에 불타는 나도현에게는 기름 붓는 격이었다.나도현은 이를 악물었다. 뿌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그가 이렇게까지 달려온 이유가 뭔가?회의까지 취소하며 수많은 신호 위반을 감수하고 미친 듯이 달려온 건 양시은이 다칠까 봐서였다.그런데 막상 와 보니 양시은은 다른 남자와 다정하게 대화 중이고, 그 남자는 거꾸로 그를 협박까지 했다.“양시은.”나도현은 이빨 사이로 그녀 이름만 뱉어 냈다. 노골적인 경고가 담긴 목소리였다.결국 양시은은 다시 허민기를 말렸다.“나 정말 괜찮아. 그러니까 제발 돌아가 줘. 부탁이야.”그가 계속 여기 있으면 나도현만 더 자극하게 될 뿐이었다.“왜 자꾸 보내려고 해? 셋이 앉아서 얘기 좀 하자. 편의점에서 카드라도 사 와서 고스톱이라도 치든가.”나도현은 허민기를 바라보며 눈빛에 살벌한 기운을 담았다.‘지난 4년 동안 저 남자랑 쭉 지낸 모양이네. 게다가 임신까지 한 거야? 내가 죽을 만큼 괴로워할 때 다른 남자랑 웃고 떠들었다, 이거지? 참 잘도 해 먹는다.’분노가 그의 속에서 끓어올랐다.“난 당신이랑 할 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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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3화

나도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매정해서 순식간에 양시은을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였다.양시은은 해명하려 애썼다.“우리 그런 사이 아니야. 오늘 우연히 마주쳐서 그냥 몇 마디 한 거야.”그러나 말을 꺼내자마자 나도현이 가로챘다.“그래? 그럼 네 주변에 남자가 끊이질 않는다는 뜻이겠지. 너 같은 여자가 임신이라도 하면 애 아빠가 누군지도 모를 거 아냐.”양시은은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그가 뭐라고 욕을 하든 상관없지만 아이만큼은 건드리지 말아 줬으면 했다.‘우리 하민이는...’“나도현, 나한테 너 말고 다른 남자는 없었어. 그러니까 내가 임신한다면 아이는 당연히...”“설마 내 애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나도현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기억 안 나? 네가 떠나기 전날 밤 내가 혹시 임신하면 어쩔 거냐고 물었을 때, 넌 망설이지도 않고 지워 버릴 거라고 했잖아.”그때의 그는 혹시라도 양시은이 임신하면 결혼할 생각이었다.부모님이 아무리 반대한다고 해도 혼인신고는 신분증만 있으면 충분하니까.두 사람이 법적 부부가 되어 아이가 태어나면 세 식구가 행복하게 살면 된다고 믿었다. 언젠가 부모님도 물러서 주리라 생각했고 안 된다면 집에 돌아가지 않을 결심이었다.하지만 양시은의 대답은 마치 뺨을 후려치는 듯했다. 그녀는 주저 없이 아이를 지우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이런 말로 그를 속이려 한다니 말이다.“네 거짓말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네. 설마 그렇게 말하면 내가 믿고 널 불쌍히 여겨서 남의 애까지 내 자식처럼 받아들이고 행복하게 살자고 할 줄 알아?”“난 그런 거 바라지도 않아. 그냥 더 이상 너랑 얽히고 싶지 않아. 제발 날 좀 놓아 줘. 네가 그렇게 날 하찮게 본다면 시궁창 쥐 보듯이 생각하고 그냥 보내 줘.”양시은은 정말 그거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하지만 나도현이 제일 못하는 게 바로 그거였다.“그건 절대 불가능해. 당장 나랑 같이 가.”그는 그녀 손목을 움켜쥐고는 강제로 끌고 가려 했다.“아, 그리고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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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4화

양채은은 임신 초기라 당연히 제때 산전 검사를 받고 모든 위험을 피해야 한다.“양채은이 네 칭찬을 얼마나 하는지 몰라. 산부인과 검진 담당 의사도 네가 직접 알아봐 줬다며? 그런데 너는 이런 소리나 하네. 네가 한 말을 양채은이 들으면 어쩔 건데? 난 양채은한테 우리 사이를 들키든 말든 상관없어. 너랑 나 사이에 벌어지는 꼴을 보여 준다고 해도 양채은은 날 떠나지 않을 거야.”나도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양시은은 그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분명히 뭔가 확신을 잡은 거라고 직감했다. 그가 자신감이 넘칠 땐 이미 모든 걸 꿰뚫고 있다는 뜻이니까.그녀의 머릿속은 아찔하게 어지러웠다.“어젯밤 네 요구도 들어줬고 오늘 밤도 네가 원하면 얼마든지...”“난 변호사지, 헐값에 파는 신발 같은 걸 전문으로 주워 오는 업자가 아니야. 게다가 가격이 4000만 원이라고? 도대체 금을 발랐어, 다이아몬드를 박았어?”나도현이 다시 가차 없이 말을 끊었다. 그렇다고 그의 마음이 안 아픈 건 아니었다.결국 둘 다 상처 주는 싸움을 하고 있을 뿐이니까.그가 하는 말도 전부 사실에 근거해 있었다. 4년 전 양시은이 떠난 뒤, 그녀를 찾아보려 했고 여기저기 뒤져서 나온 건 그녀가 여러 남자와 찍힌 사진들이었다.심지어 소리까지 생생한 동영상도 있었다. 합성일 거라며 애써 부정했지만 가짜 흔적이 전혀 없었다.직접 눈으로 확인해 버렸으니 이제 더는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그녀도 한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양시은은 갑자기 눈앞이 새까매지며 뒤로 그대로 쓰러졌다. 나도현은 팔이 머리보다 먼저 반응해 그녀를 재빨리 붙잡았다. 하지만 이내 팔을 풀어 버려 그녀가 바닥에 털썩 떨어지게 했다.“또 연기하는 거야? 하필 이런 얘기할 때 기절한 척한다고? 너 연기 전공도 아니잖아. 그렇게 연기가 하고 싶었으면 연예계로 갔어야지.”양시은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 모습을 보자 나도현은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덜덜 떨리는 손을 그녀 코 밑에 대 봤다. 다행히 숨은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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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5화

의사는 바로 옆에 있던 간호사를 불렀다.“이분 모시고 수납 창구 가서 조회 좀 해 드려요.”마침 그 간호사는 하민의 상태를 보살피는 담당 간호사였다.그녀는 양시은과 하민의 사정을 딱하게 여기고 있었고, 지금은 자연스럽게 나도현을 하민의 아버지로 여겼다.그래서 나도현에게 양시은과 하민이 얼마나 힘들게 지내는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아무래도 혼자서 병든 아이를 돌보는 게 쉽지 않죠. 게다가 병원비 모으려고 일을 여러 개 한다던데 정말 안쓰러워요. 전에 제가 병실을 VIP로 업그레이드하자고 권했어요. 그쪽엔 침대가 두 개라 보호자도 편하게 묵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거절하더라고요. 너무 비싸다고... 지금도 보면 정말 말라서 제가 다 속상해요.”이 말을 들으며 나도현 가슴 한편이 아릿하게 조여 왔다.‘그렇게 힘들게 살아왔다는 건가, 양시은이. 그리고… 그 아이는 대체 누구 아이지? 설마 내 아이...? 아니, 그럴 리 없어.’당시 양시은은 돈 때문에 그를 떠났고 연락까지 전부 차단했었다. 그런 사람이 그의 아이를 낳았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수납 창구에 도착했다.간호사가 하민의 이름과 병실 번호를 말하자 나도현은 바로 진료 기록을 받아 볼 수 있었다.간단히 훑어본 그는 페이지마다 적힌 처치와 약물 항목들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애 병이 얼마나 심하면 이렇게 많은 약들을 쓰게 된 거지?’“아이가 있는 병실로 가 보고 싶어요.”그는 진료 기록을 덮고 간호사를 향해 고개 돌렸다.“좋아요. 왼쪽으로 돌아가시면 엘리베이터 있어요. 5층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병실이 보일 거예요.”간호사는 흔쾌히 안내했다.그 길은 멀지 않았지만 나도현은 마치 엄청난 거리처럼 천천히 걸었다.드디어 병실 문 앞에 섰을 때, 긴장된 마음으로 문손잡이에 손을 올려 살짝 눌러 열었다.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자 하민은 양시은이 온 줄 알고 신나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들어온 사람이 낯선 남자라는 걸 확인하자 금세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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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6화

나도현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그러다 문득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이 떠올라 하민에게 보여 주며 말했다.“봐, 여기 사진에 있는 사람이 네 엄마 맞지?”하민은 화면을 슬쩍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믿겠어? 난 정말 네 엄마랑 아는 사이야.”“근데... 요즘은 사진도 얼마든지 합성할 수 있잖아요. 이게 진짜 사진인지, 가짜인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하민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도현을 바라봤다.나도현은 살짝 당황했다.“넌 어떻게 이렇게 잘 알아?”그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양시은처럼 예쁜 여자가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살면 세상에 온갖 못된 이들이 꼬일 수 있다는 걸 말이다.하민은 곁에서 보기만 해도 많이 배웠을 것이다.“그럼 이건 어때? 동영상도 있어. 합성이면 흔적이 남기 마련이지.”나도현은 다시 앨범을 뒤적였다.그제야 하민은 조금 마음을 놓은 듯했다.“정말 엄마 친구라면 굳이 의심할 필요는 없겠네요.”그리고 조금 전의 질문에 답을 해 줬다.“저는... 아빠 같은 거 없어요.”“계속 없었어?”“네. 태어났을 때부터 쭉 엄마 혼자였어요. 그러니까 저도 아빠 필요 없어요. 엄마만 있으면 충분해요.”하민도 한 때 아빠가 있기를 바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꺼낼 때마다 양시은이 몰래 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 아빠 얘기를 안 했다.아빠가 한 번도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면 처음부터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그래도... 혹시 네 엄마 주위에 다른 아저씨가 온 적은...”나도현은 더 물어보고 싶었다.바로 그때 병실 문이 다시 열리며 양시은이 다급하게 들어왔다.그녀는 문간에서 나도현과 눈이 마주친 순간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느낌을 받았다.‘나도현이 왜 여기 있지?’하민의 존재만큼은 끝까지 숨길 생각이었다. 자신을 증오하는 그가 혹시 아이까지 빼앗아 가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그가 정말 마음을 먹는다면 원래도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하물며 그는 뛰어난 변호사이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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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7화

두 사람이 떨어져 지낸 건 고작 4년인데 아이가 벌써 세 살이 넘었다.나도현은 만약 자신의 아이라면 양시은이 이렇게 말하기 힘들어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양시은이 무작정 떠난 것도 뱃속에 다른 남자의 아이가 있어서라고 여겼다.“도대체 누구 애야? 아까 너랑 시시덕거리던 놈 거야, 아니면 또 다른 놈 거야?”나도현은 계속 몰아붙였다.양시은은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그저 침묵을 택할 뿐이다.나도현의 인내심도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애한테 네가 망가지는 꼴을 보여주기 싫으면 그냥 사실대로 털어놓으면 되잖아! 왜 말을 못 해!”‘설마 상대가 유부남이라 입이 떨어지지 않는 건가?’나도현은 머릿속에서 온갖 상상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침대에 누워 있던 하민이 입을 열었다.“엄마, 아저씨... 무슨 얘기하는 중이에요?”“아무것도 아니야. 엄마 친구랑 일 얘기 좀 했어.”양시은은 애써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하민은 매일 병과 싸우느라 이미 힘겨웠다. 불쾌하고 어두운 일은 그녀 혼자 짊어질 것이라고 마음먹었다.“일 얘기라...”나도현은 묘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그러니까 너도 애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거구나. 일하다가 생긴 애라 이거지.”양시은은 그의 말 속 악의가 또렷이 묻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나도현에게도 그녀를 끔찍이 아끼던 때가 있었다. 조금만 다쳐도 큰일 난 듯 걱정해 줬던 사람이 이제는 이런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결국 둘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그럼 이 아저씨랑 엄마는 회사 동료예요?”하민은 어른들 간의 복잡한 속사정을 알 리 없었다. 딱 들리는 일 얘기라는 말만 이해할 뿐이다. 그래서 일 같이하는 사람이면 동료라고 생각했다.나도현의 표정은 금세 새까맣게 질렸다.‘몸 파는 애랑 동료라니... 그럼 난 뭐가 되는 건데? 나도 몸 파는 사람 취급한다는 건가?’하민은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나도현을 향해 말했다.“아저씨, 우리 엄마 일 진짜 열심히 해요. 혹시 아저씨가 자리 좀 편한 거 주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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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8화

나도현은 양시은이 아직도 꿈에서 깨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아무것도 모르는 애가 한 말이야. 신경 쓰지 마.”양시은은 고개를 연신 저었다.그녀가 유일하게 원하는 건 나도현에게서 더 멀어지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평생 다시 마주치지 않는 것뿐이다.그와는 어떤 식으로도 엮이고 싶지 않았고 도움 따위도 필요하지 않았다.하민은 두 어른을 번갈아 보며 어리둥절해 있었다.“나 이제 회사 돌아가야 해. 3시간 뒤에 집에 갈 건데, 내가 갔을 때 네가 없으면... 어차피 네 아들이 어느 병실에 있는지, 네 동생이 누군지 다 아니까, 어디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나도현은 문을 나섰다.그전까지 그녀가 가진 약점이 하나뿐이었다면 이제 두 개가 되어 버렸다. 그야말로 그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병실을 나선 뒤 나도현은 손바닥을 펼쳤다. 거기에는 갓 뽑힌 듯한 머리카락 한 가닥이 있었다.비록 그의 아이일 가능성이 작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모르니 검사해 볼 작정이었다....병실 안.나도현이 떠나자마자 양시은은 하민을 꽉 껴안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방금 그 사람 너한테 뭐 하진 않았지?”“아뇨. 그냥 제 아빠가 누구냐고 물어봤어요. 처음에는 나쁜 아저씨인 줄 알았는데 엄마랑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줬어요. 엄마 되게 행복해 보였어요.”하민은 느낀 대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양시은의 눈물은 더 거세게 쏟아졌다.그녀는 수표를 손에 쥔 날 바로 사진들을 전부 지워 버렸다. 그 기억들이 남아 있으면 더 힘들어질 테니까.하지만 나도현은 사진을 지우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때 얼마나 사랑했으면 지금은 그만큼 증오할 것이다.“엄마, 왜 울어요?”하민은 머리맡에서 휴지를 꺼내 그녀의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 줬다.“아까 그 아저씨가 엄마 괴롭힌 거예요? 엄마가 싫어한다면 나도 싫어요. 만약 또 오면 나가라고 할 거예요!”적어도 하민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양시은이다. 양시은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라면 그에게도 나쁜 사람일 뿐이다.“안 돼. 네가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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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9화

“사모님, 도현 도련님이 벌써 친자 검사를 진행하셨습니다.”집사가 계속 보고했다.이번에는 박은희가 탁자 위에 있던 찻잔을 바닥에 내던졌다. 맑은소리와 함께 잔은 산산조각이 났다.“아주 잘하는 짓이네. 이제 검사 결과만 나오면 양시은이 그 병든 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 문턱을 넘어서 결혼을 강요하겠지?”사실 박은희는 원래부터 그녀를 몹시 못마땅해했다.집안도 보잘것없고 나씨 가문에 도움이 될 것도 없으며 아이까지 병약했다.물론 돈이 없어서 못 키우는 건 아니지만 나도현은 결국 나씨 가문을 물려받아야 할 후계자다. 그런 애가 장손이란 건 말이 안 된다.“난 그 애가 누구 애든 신경 안 써. 어쨌든 친자 검사 보고서에는 아니라고 나와야 해. 그것도 못 하면 여기서 잘리는 줄 알아.”박은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명령했다.“네, 사모님. 바로 처리하겠습니다.”집사는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온갖 대비를 다 했는데도 박은희는 영 개운치 않았다. 그래서 직접 양시은을 불러 어느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약속 장소에 도착한 뒤, 박은희는 히말라야산 악어가죽 핸드백을 테이블 위에 꺼냈다.가방 하나만 해도 평생 벌어도 살 수 없을 정도의 값어치였다.더군다나 그녀가 입은 드레스며 목걸이, 팔찌처럼 몸에 걸친 보석들은 하나하나가 값비싼 물건이었다.반면 양시은은 빛바랜 청바지와 단순한 상의를 입었는데 전부 합쳐도 2만 원이 안 될 듯했다.그녀는 한껏 몸을 사리며 말했다.“어머... 아니, 사모님, 절 찾으셨어요.”“나도 들었어. 너랑 도현이가 다시 붙어 다닌다고? 시은 씨, 사람이 약속했으면 지켜야지. 내 돈까지 받아 놓고 거짓말하면 결과가 어떨지 몰라?”박은희는 무심히 말했지만 안에 담긴 위협은 분명했다.양시은은 답답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그 사람 만난 건 제 의도가 아니었어요. 저도...”‘사실 도현이 제 동생을 임신시켜서 약혼한 상황이라 꼼짝 못 하는 중이에요.’이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굳이 해 봐야 박은희 귀에 거슬릴 뿐이니까.그런데 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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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0화

이번에도 누가 먼저 찾아갔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나도현이 아직 양시은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박은희는 예전처럼 돈으로 양시은을 쫓아내는 방식은 안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얻지 못하면 더 갈망한다는 말처럼, 지금 당장은 막을 수 있어도 언젠가 또 둘이 마주치면 불붙은 장작처럼 타오를 게 뻔했다.“방법은 간단해. 일부러 도현이가 널 혐오하게 만들고 마음을 접도록 해줘. 그렇게만 된다면 하민이 치료비 전부, 그리고 너희 둘이 평생 먹고살 돈도 댈게. 하지만 못하면... 굳이 너희가 살아 있을 필요도 없지 않겠어?”박은희는 단 몇 마디로 양시은과 아이의 운명을 결정지었다.그녀가 정말 마음먹고 하민을 해치려 한다면 양시은은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평범한 사람이 재벌가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결국 그녀가 택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나도현이 자신을 철저히 싫어하게끔 유도하는 것이었다.하지만 나도현은 이미 그녀를 몹시 증오하는 상태다. 그런데도 놓아주지 않으려고 할 때는 대체 무슨 수를 써야 한단 말인가?“내가 줄 수 있는 시간은 석 달뿐이야. 석 달 뒤에 도현이는 집안에서 정해 준 결혼을 치르게 돼. 그땐 너희 둘 사이도 완전히 끝나야 해. 알아들었지?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박은희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섰다.“오늘 커피값은 내가 내지.”그 자리에 혼자 남은 양시은은 입도 대지 않은 테이블 위 커피 두 잔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아까 박은희가 한 말들이 계속 맴돌 뿐이었다.게다가 양채은 또한 3개월 뒤 나도현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나도현이 그 결혼식 날 뭔가 큰일을 벌일 게 뻔했다.결국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3개월 남짓이다.양시은은 한동안 자리에 머물다가, 나도현이 3시간 뒤 집에서 보자고 말했던 걸 떠올리고 부랴부랴 밖으로 나왔다.카페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는데 택시를 탈까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버스를 탔다.돈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택시비까지 쓰면 정말 빈털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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