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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1451 - Chapter 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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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1화

하민이 수술비가 필요하다면 양채은도 똑같이 산전 검사할 돈이 필요했다. 그녀가 돈을 가져가면 양채은은 어떡하란 말인가?“안 될 게 뭐가 있어! 하민이 살리는 게 중요하지. 남도 아니고 왜 나랑 이런 걸 따지고 그래.”양채은은 추호도 물러서지 않고 은행카드를 억지로 건넸다. 양시은은 계속해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양채은이 기분 상한 티를 냈다.“언니, 대체 뭘 걱정하고 있는 거야? 우리 바로 쓸 수 있는 돈이 적은 건 사실이야. 근데 여기 별장도 있듯이 병원에 못 갈 정도로 가난해질 일은 없어.”양시은은 걱정되는 것이 있어도 어떻게 말하지 못했다. 나도현에게 별장 하나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 정도 돈도 쉽게 꺼낼 수 있었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는 이렇듯 컸다. 한 사람은 하늘에, 한 사람은 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둘 사이의 간격이 너무나도 컸다.만약 나도현이 원한다면 하민의 치료비는 얼마든지 부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태도를 봤을 때 도와줄 것 같지 않았다.하민이 일을 말해 봤자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며 비아냥대기만 할 것 같았다.“아무튼 이 돈을 일단 받아. 내가 내일 보석 좀 팔든지 할 테니까. 있어봐, 보여줄게.”양채은은 침실에 달려가서 주얼리를 담은 박스를 가져왔다. 그 안에는 금도 있고 다이아몬드도 있었다. 디자인은 전부 흔히 보이는 것들이었다.양채은의 취향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녀가 황궁에서 쓸법한 화려한 주얼리를 좋아한다는 건 양시은도 알았다.“전에 일부러 금값이 좋을 때 사러 갔었어. 이름값으로 돈 낭비하지 않게 유명한 브랜드도 아니고. 어차피 순금이니까 브랜드든 아니든 파는 값은 같을 거 아니야.”양채은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돈 아낄 줄 아는 자신이 내심 뿌듯한 모양이었다.반대로 양시은은 잠깐 멈칫하더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는 동생을 꼭 끌어안은 채 눈물을 펑펑 흘려댔다.“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줘?”‘난 아무것도 못 해주는데...’자신은 양채은과 같은 동생이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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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2화

“언니, 여기 잠깐 앉아 있어. 내가 가서 문 열고 올게.”양채은은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온 사람은 역시 나도현이었는데 손에 쇼핑백을 잔뜩 들고 있었다.“태경 씨, 뭘 이렇게 많이 챙겨왔어요? 그냥 몸만 오면 되는데... 얼른 들어와 앉아요. 제가 차 한 잔 따라줄게요.”양채은은 서둘러 그의 손에서 쇼핑백을 받았다.나도현은 슬리퍼로 갈아 신고 거실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양시은 바로 옆에 앉아 그녀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리더니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양채은을 바라보며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채은아, 임신했으면 쉬어야지. 그런 건 네가 안 해도 돼. 내가 하면 되니까.”“제 몸 상태는 제가 알아요. 지금 입덧도 없으니까 괜찮아요. 오히려 태경 씨가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저까지 챙기게 할 수는 없죠.”양채은은 손을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나쁜 나도현을 챙겨주고 싶은 것도 있고, 언니인 양시은을 돕고 싶은 것도 있었다.일반 남자라면 양시은과 같은 언니가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겁먹고 도망갔을 것이다. 경제적인 지원은 상상도 못 한다.나도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손길은 점점 대담해져서 양시은의 치마를 걷어 올리려 했다.양시은은 겁에 질려 두 다리를 바짝 모았고 눈가가 또다시 촉촉해졌다.“하지 마...”“뭘 하지 말라는 건데? 크게 말해 봐. 나처럼.”나도현은 한 손으로 양시은의 손을 붙잡고, 다른 손을 그녀의 등 뒤로 돌렸다. 그가 검지와 엄지를 살짝 움직이자 속박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너무 무서워서 미칠 것 같았다.“그만...”“날 두고 다른 남자랑 있을 때도 이렇게 부끄러워했어?”나도현은 이를 악물었다.반면 양시은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에게 남자는 나도현 한 명뿐이었다. 그를 제외하면 손조차 잡아본 적 없었고 이런 친밀한 행동은 더더욱 없었다.지금은 자세히 생각할 틈도 없이 그에게서 벗어날 궁리만 했다. 하지만 그녀가 옆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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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3화

“아니야.”양시은의 두 손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나도현은 그녀가 돈을 받아서 막 써버렸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사실 100억 중 양시은 손에 떨어진 건 단 한 푼도 없었다.아픈 아이 병원비 역시 전부 그녀가 직접 벌어서 조금씩 마련한 거였다.물론 나도현은 이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됐고, 내 앞에서 억지 부리지 마. 난 다른 남자랑 달라. 네가 아무 말이나 늘어놓는다고 넘어가지 않는다고. 내 직업 잊지 마.”변호사로 일해 온 그는 온갖 사건을 다뤘다. 어떤 의뢰인은 변호사를 앞에 두고도 끝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기도 한다.그래서 그는 거짓말을 가려내는 능력을 오래전에 익혔다.하지만 정작 본인도 알아채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의뢰인을 상대할 때는 이성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양시은을 대할 때만큼은 감정이 먼저 튀어나온다는 사실 말이다.감정이 치고 올라오면 이성은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려나기 마련이었다.“어차피 믿지도 않을 거면서, 왜 물어? 내가 뭘 어떻게 말해도 너한테는 전부 거짓말로밖에 안 들릴 텐데, 말해 봐야 소용 있겠어?”양시은은 완전히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그녀는 몇 년 동안 줄곧 힘든 삶을 살아왔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가 가장 괴로운 법이다. 거기에 경제적 압박까지 겹쳤다.이제는 양채은까지 챙겨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나도현은 그녀를 몰아붙이기만 했다. 순간 양시은은 베란다 난간에서 그냥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그러나 곧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아이가 떠올랐다.‘내가 죽으면 누가 그 아이를 진심으로 보살펴 줄까?’그 생각에 바로 마음을 접었다.“양시은, 지금 나한테 말대답하는 거야?”나도현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는 양시은을 난간 쪽으로 밀치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치마를 걷어올리려고 했다.“말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마. 어차피 네가 떠드는 건 하나도 들을 가치가 없으니까.”“안 돼... 이러지 마!”양시은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다음 순간, 짝 하는 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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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4화

나도현은 다이아몬드만 보면 양시은이 떠올랐다. 두 사람이 함께했던 사랑, 그리고 어리석기 짝이 없던 과거의 자신까지.“고마워!”양채은은 기쁨에 겨워 외쳤다. 하지만 나도현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는 양시은의 귀에 바짝 다가가 그녀의 마음을 일부러 후벼 파듯 말했다.“네 동생이랑 결혼 예물 사러 갔을 때, 금반지는 금값을 따지고 다이아몬드 반지는 중고로 고르더라. 그땐 왜 이렇게 가성비를 따지나 했는데, 결국 그 돈을 너한테 주려고 그랬던 거지?”‘중고라니...’양시은의 눈물은 더욱 거세게 흐르기 시작했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채은아... 넌 왜 이렇게 착하고, 또 멍청할 정도로 헌신적이야...’나도현은 그녀가 몸을 떨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럴수록 그의 말은 더욱 양채은에게서 벗어나지 않았다.“근데 말이지,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평소에 넌 어떻게 네 동생을 세뇌하는 거야? 같은 집안인데 성격이 완전 정반대잖아. 때로는 채은이가 너무 순진해서 나도 함부로 못 대하겠어.”실제로 그는 양채은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친밀한 스킨십도 전혀 없었다.그런데 양시은은 이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녀 머릿속에는 나도현이 말한 것보다 훨씬 끔찍한 장면만 그려지고 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나도현은 만족스럽다는 듯 그녀를 놓아주었다. 옷매무새를 고치던 그는 선언하듯 말했다.“채은이가 네 방을 우리 바로 옆방에 잡아 놨어. 오늘 밤에 깨끗이 씻고 기다려. 내가 갈 거니까.”양시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아무리 방음 좋은 저택이라 해도 벽 하나 떨어진 곳이 얼마나 막아줄까.양채은은 잠귀가 밝아서 밖에 고양이가 울어도 깰 정도다. 만약 들키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나도현, 넌 진짜 미쳤어.”그녀는 처참한 몰골로 이를 악물고 그를 저주하듯 내뱉었다.나도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특별한 말 없이 그대로 사라졌다.역시 미친 게 맞았다.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벌써 양시은을 잊고 새출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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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5화

“채은아, 정말 고마워.”양시은은 억지웃음을 지었다.그녀는 몸을 곧추세우고 양채은을 따라 계단을 올랐다. 막 발을 떼는 순간 허리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아까 나도현이 그녀를 너무 거칠게 다뤘다. 그는 자신의 분노를 푸는 데만 급급해서 그녀가 어떻게 느낄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양채은은 바로 눈치채고 먼저 그녀 팔을 부축했다.“언니, 또 허리 디스크가 도진 거야?”“응... 맞아.”양시은은 애매하게 넘겼다. 그러자 양채은은 더 안쓰럽다는 듯 말했다.“언니 몇 년간 죽어라 일하고 알바 뛰느라 허리디스크가 심해진 거잖아. 예전엔 어쩔 수 없었다 쳐도 이제는 나랑 강태 씨가 있어. 혼자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마.”양시은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양채은은 강태경이 나타나면 그녀가 한결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의 존재는 그녀에게 더 큰 짐이 될 뿐이었다.방에 들어선 뒤 양채은은 옷장을 열어 실크 이불 세트를 꺼냈다.“이것도 태경 씨가 언니 주려고 준비한 거야. 말주변이 없어도 세심한 사람이거든.”‘나도현이 말주변이 없다고?’이건 양시은이 살아오면서 들어 본 말 중 제일 우스운 이야기였다.법정에서는 누구도 그의 기세를 이기기 어렵고, 한창 사랑에 빠졌을 땐 몇 마디로 그녀를 뒤흔들어 놓았다. 오늘 약혼식 때도 그는 단 몇 마디로 그녀를 간담 서늘하게 만들었다.이런 남자를 어떻게“말주변이 없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아마도 그는 그저 양채은에게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렇다면 둘 사이에 대화가 아예 없을 텐데 애정은 대체 어디서 생겼을까?양채은이 그에게 완전히 속은 게 분명했다.양채은은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걱정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불을 펴면서 연애담을 들려주듯 말했다.“산부인과랑 담당 의사 정하는 것까지 전부 태경 씨가 알아봐 줬어. 가끔 나도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했길래 이런 남자를 만났지 싶다니까.”“양채은.”더는 듣고 있을 수 없었던 양시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너 정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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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6화

나도현이 오늘 밤 온다고 했으니 분명히 올 거다.결국 밖에서 노크가 울렸다.양시은은 잠깐 망설였다. 문은 이미 안에서 잠근 상태다.지금 나가서 문을 열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자는 척한다면 오늘 밤만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내일 나도현을 만났을 때 어떻게 될지는 내일 생각하면 되었다.그 순간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 조용한 방 안을 파고들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노크도 점점 거세졌다.양시은은 폰을 집어 확인했다. 발신인은 나도현이었다.[안 자는 거 알아. 얌전히 나와서 문 열어. 아니면 더 크게 노크할 거야. 차라리 양채은도 깨워서 구경 좀 시켜줄까?]언니가 자기 남편과 함께 있는 장면을 동생에게 일부러 보여주겠다니, 나도현은 대체 무슨 심보인 건가 싶었다. 그는 너무나도 잔혹했다.양시은은 허둥지둥 문 앞으로 달려갔고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애원했다.“그러지 마, 제발...”“자는 거 아니었어?”나도현은 지금 당장 들어갈 생각도 없는 듯 문간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양시은의 목덜미를 움켜쥐듯 집었다.“이왕이면 복도에서 해볼까, 어때?”거의 억지로 끌어내듯 양시은을 옆방 문 앞까지 몰고 가더니 문 쪽으로 밀쳐버렸다.양시은은 몸이 완전히 굳어 버렸다. 벽 하나 너머 방 안에는 코 고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평온히 잠들어 있는 양채은이 있었다. 그 밖에서 그녀는 동생의 남편과 이런 상황을 겪고 있다.차라리 칼로 한 번에 찌르고 끝내는 게 더 나을 만큼 비참했다.“우리 방으로 돌아가자. 여기서는 안 돼.”양시은은 물러설 대로 물러나 마지막 자존심조차 포기하고 부탁했다.나도현은 그녀에게 바싹 붙어서 물었다.“그래야 할 이유가 뭐지?”그는 그녀의 자존심을 짓밟고 마음속 분노를 터뜨리고 싶어 이러는 것이었다.그 의도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양시은은 울먹이며 말했다.“오늘 약혼식에서 말했던 거... 나 다 맞춰 줄게.”“정확히 뭘 말했는데?”서로 다 알고 있으면서도 나도현은 모르는 척했다.“똑바로 말해 봐. 우리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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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7화

“나, 나 도망치려던 게 아니야. 문 닫으러 가려던 거였어.”양시은이 급하게 해명했다.그녀가 어떻게 감히 도망칠 수 있겠는가? 애초에 나도현이 그녀에게 화풀이하느라 동생 양채은에게까지 피해가 가고 있는 상황이다.만약 그녀가 도망가 버린다면 양채은을 고스란히 불구덩이에 내던지는 꼴이 된다. 그녀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내가 문 닫는 거 허락했어?”나도현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그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양시은의 옷깃까지 뻗더니 강하게 잡아당겨 단숨에 찢어버렸다.“걸어서 다니라는 말도 안 했잖아. 우리 전에 키우던 개 기억 안 나? 개는 기어서 다녀야지.”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비웃듯 덧붙였다.“아, 까먹었나 보네. 그럼 동영상 하나 구해서 다시 익혀 볼래?”“아니, 잊지 않았어.”양시은은 고개를 저었다.강아지는 그들의 많은 추억을 품고 있었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그의 어머니가 들이닥쳤던 날, 양시은은 돈을 받고 떠나기로 결심하면서 강아지도 데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막혀 버렸다.“이 돈 너한테 엄청난 거잖아. 평생 벌어도 못 모을 큰돈 아니야? 이 정도는 나씨 집안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넌 나씨 집안 대문조차 들어올 수 없지만 개는 들어올 수 있거든. 근데 왜 개까지 데리고 가서 고생시키려고 해?”그 말은 평생 잊을 수 없었다.그녀는 두 사람 사이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이미 알고 있었고, 그래서 강아지도 포기했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옳았다.이 몇 년 동안 그녀는 일도 해야 했고 아이도 돌봐야 했으며 하루를 세 토막 낼 만큼 바빴다. 반려견을 보살필 여력 같은 건 전혀 없었다.“도넛은 잘 지내?”양시은은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도넛은 강아지의 이름이다. 온몸이 새하얀 사랑스러운 사모예드였다.나도현은 그녀의 가슴을 후벼 파듯 대답했다.“네가 떠난 뒤에 바로 개고깃집에 팔아 버렸어.”“그럴 리 없어. 너도 도넛 엄청 좋아했잖아, 게다가 돈이 모자랄 일도 없고.”양시은은 믿지 않았다.그가 설령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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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8화

방 안에는 양시은 혼자 누워 있었고 눈물은 멈출 줄 몰라 베갯잇이 금세 흠뻑 젖어 버렸다.그녀는 자신이 몇 시까지 울었는지조차 몰랐다. 체력이 바닥나서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이 밤은 나도현 역시 편히 보내지 못했다. 그는 서재로 돌아가 차가운 물로 샤워를 마친 뒤 책상 앞에 앉았다.서랍을 열자 양시은과 함께 찍었던 사진 한 장이 나왔다. 그는 그 사진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계속 간직해 왔다.사진 속 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고 있었고 눈동자에는 사랑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은...그는 양시은을 증오했고, 양시은 역시 그를 지독히 싫어했다.서로 보기만 해도 지겨운 사이가 되었는데 이성적으로는 당장 떨어져 살아야 한다고 말해도 그럴 수 없었다. 설령 계속 얽혀서 상처만 주고받는 관계가 된다고 해도, 그는 기꺼이 감수하려 했다....다음 날 아침, 양채은이 눈을 떴을 때 옆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심지어 이불조차 움직여지지 않은 상태였다.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한번 훑어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한 뒤 곧바로 옆방으로 양시은을 찾으러 갔다.문 앞에서 노크를 해 봐도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비록 둘이 같이 살지는 않았어도 그녀는 양시은의 생활 패턴을 잘 알고 있었다.늦어도 아침 7시면 일어나는 언니였다. 그런데 지금 벌써 8시를 넘겼고 곧 9시가 되려 하는데도 전혀 기척이 없었다.‘혹시 쓰러져서 의식을 잃은 건 아닐까?’양채은은 불안감에 사로잡혀 목소리를 높여 불렀다.“언니? 내 말 들려? 언니!”이대로 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양채은은 뒤로 몇 발짝 물러난 다음 문을 발로 차서 열려고 했다.그런데 몇 번 세게 차자 서재에서 나도현이 뛰쳐나오며 그녀를 붙잡았다.“임신 중이잖아. 그렇게 세게 발길질하면 안 돼.”나도현이 급히 부축해 주었다.“근데 언니가 아직도 안 깼다니까요. 뭔가 이상해요. 혹시 쓰러졌을까 봐 걱정돼요.”양채은은 전에 비슷한 일을 겪었기에 더 불안했다.예전에도 양시은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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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9화

“나 그냥 너무 피곤해서 그래.”양시은이 고개를 저었다.“그럼 좀 더 자. 언니 괜찮은 거 확인했으니까 난 이만 갈게.”양채은은 더 묻지 않고 자리를 떴다.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을 만들고 식탁에 차려 놓은 뒤 나도현을 불렀다. 그가 자신에게 크게 도움을 줬으니 해줄 건 제대로 해 주고 싶었다.아침 식사 후 나도현은 출근했고, 양채은은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았다.양시은은 충분히 자고 난 뒤에야 일어났다. 시간을 본 그녀는 서둘러 옷차림을 정돈하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채은아, 나 오늘 늦잠 잤어. 지금 병원에 가 봐야 해.”“잠깐만. 아침밥 챙겨 놨으니까 들고 가. 아침 안 먹으면 위 안 좋아질 텐데. 언니 위염도 있잖아.”양채은은 재빨리 부엌으로 가서 이미 포장해 둔 도시락을 꺼내 왔다.“2인분이야. 하나는 언니가 먹고, 다른 하나는 하민이 주면 돼.”“고마워.”양시은은 양채은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한 채 도시락을 받아 들었다.그녀는 황급히 저택을 빠져나왔고 밖에 나오자 신선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나도현이 갑자기 양심에 찔려서 날 놓아 주면 얼마나 좋을까...’물론 그럴 리 없다는 걸 잘 알았다.시간이 이미 늦었는데 때마침 버스 한 대가 눈앞에서 지나가 버렸다. 다음 차를 기다리려면 최소 20분은 더 걸린다.병실에 혼자 있을 하민이가 분명히 애타게 기다릴 텐데 말이다.결국 양시은은 이를 악물고 택시를 잡아탔다. 병원에 도착해 요금을 내려고 보니 휴대폰 잔액이 이제 몇만 원도 안 남았다.이걸로는 하민에게 영양식조차 충분히 사 주기 힘들었다.설상가상으로 간호사가 병실에 찾아와 입원비를 독촉했다.“아드님 치료비가 다 떨어졌어요. 지금 병원비가 10만 원 정도 밀렸는데 오늘 안에 내셔야 해요.”“며칠만 더 봐줄 수 없나요?”양시은은 간절히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하민이 아픈 뒤로 병원 이리저리 뛰어다닌 건 양시은이 전부였다. 가끔 양채은이 와 주긴 했지만 아이 아빠는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간호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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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0화

하민은 자신이 아니었으면 양시은이 돈을 이렇게 많이 쓸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아니야. 넌 하늘이 내게 준 선물이야. 나한테 제일 소중한 보물이고 한 번도 널 짐처럼 생각해 본 적 없어.”양시은은 아이를 꽉 끌어안았다.비록 여러 해 동안 힘겹게 살아왔지만 하민을 낳은 걸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가 주는 정서적 위로가 정말 컸으니까.“그런데 엄마 치료비는 어떡해요? 엄마가 힘들어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하민이 고개를 들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아직 어린 나이지만 양시은이 돈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는지 대략은 짐작하고 있었다. 돈이 잘 벌린다면 그녀가 이렇게 힘들어할 리가 없으니까.양시은은 잠시 침묵했다.이대로 아르바이트를 미친 듯이 해도 최소 이틀은 있어야 10만 원을 간신히 모을 텐데, 병원에서는 결코 이틀씩이나 기다려 주지 않는다.게다가 이틀 새 새로 쌓일 치료비까지 생각하면 그녀가 돈을 모으는 속도가 치료비 오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결국 그 카드를 쓰는 수밖에 없었다.카드에는 4000만 원 넘게 있어서 하민이 병원에 오래 입원해도 버틸 만하다. 하지만 그 돈은 나도현의 것이다. 정말로 그 돈을 써 버리면 그가 트집 잡으러 올지도 몰랐다.‘모르겠다.’그녀는 마음을 굳혔다.‘올 테면 오라지. 일단 오늘 치료비부터 내고 보자. 그 뒤에 날 어떻게 괴롭히든 상관없어.’“괜찮아, 하민아. 엄마 돈 있어. 오늘 늦게 온 것도 은행 가서 돈 찾으려고 그랬던 거야. 지금 당장 가서 치료비 낼게.”양시은은 벌떡 일어섰다.하민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엄마, 그 돈 어디서 났어요?”“네 이모가 빌려준 거야. 그러니까 치료비 걱정 말고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치료만 열심히 하면 돼.”양시은은 아이를 다독인 뒤 아래층으로 가서 수납 창구에서 치료비를 냈다.그녀는 카드 속 전액을 병원 계좌에 그대로 넣었다....한편, 나도현 쪽.회의 중이던 그는 갑자기 휴대폰에 카드 사용 알림이 떠서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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