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양시은의 두 손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나도현은 그녀가 돈을 받아서 막 써버렸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사실 100억 중 양시은 손에 떨어진 건 단 한 푼도 없었다.아픈 아이 병원비 역시 전부 그녀가 직접 벌어서 조금씩 마련한 거였다.물론 나도현은 이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됐고, 내 앞에서 억지 부리지 마. 난 다른 남자랑 달라. 네가 아무 말이나 늘어놓는다고 넘어가지 않는다고. 내 직업 잊지 마.”변호사로 일해 온 그는 온갖 사건을 다뤘다. 어떤 의뢰인은 변호사를 앞에 두고도 끝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기도 한다.그래서 그는 거짓말을 가려내는 능력을 오래전에 익혔다.하지만 정작 본인도 알아채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의뢰인을 상대할 때는 이성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양시은을 대할 때만큼은 감정이 먼저 튀어나온다는 사실 말이다.감정이 치고 올라오면 이성은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려나기 마련이었다.“어차피 믿지도 않을 거면서, 왜 물어? 내가 뭘 어떻게 말해도 너한테는 전부 거짓말로밖에 안 들릴 텐데, 말해 봐야 소용 있겠어?”양시은은 완전히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그녀는 몇 년 동안 줄곧 힘든 삶을 살아왔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가 가장 괴로운 법이다. 거기에 경제적 압박까지 겹쳤다.이제는 양채은까지 챙겨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나도현은 그녀를 몰아붙이기만 했다. 순간 양시은은 베란다 난간에서 그냥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그러나 곧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아이가 떠올랐다.‘내가 죽으면 누가 그 아이를 진심으로 보살펴 줄까?’그 생각에 바로 마음을 접었다.“양시은, 지금 나한테 말대답하는 거야?”나도현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는 양시은을 난간 쪽으로 밀치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치마를 걷어올리려고 했다.“말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마. 어차피 네가 떠드는 건 하나도 들을 가치가 없으니까.”“안 돼... 이러지 마!”양시은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다음 순간, 짝 하는 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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