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471 - 챕터 1480

1504 챕터

제1471화

양채은과 양시은은 이제 대화 주제를 바꾸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나도현이 쐐기를 박듯 한마디를 꺼냈다.“그렇게 돈을 빌려줘서 도대체 언제 갚을 수 있는데?”거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양채은은 양시은을 한 번 보고, 또 나도현을 한 번 보며 난감해했다.한쪽은 언니고, 다른 한쪽은 평생 함께할 사람이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중간에서 우물쭈물했다.“우리 언니가 빚을 떼어먹을 사람은 아니에요. 조금만 시간 주면 언니가 꼭 다 갚을 거예요.”그녀는 억지로 분위기를 풀어 보려 애썼다.하지만 나도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그래? 그렇다면 얼마나 지나야 네 언니가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건데? 미안하지만 아이 치료비조차 간신히 모으는 형편에 수술이 끝나고도 오랫동안 간호비가 들 텐데... 무엇으로 갚을 거야?”이쯤 되니 양채은도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 정도 돈은 별것 아니니 양시은이 써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나도현도 똑같이 생각할지는 알 수 없지 않은가.게다가 양시은은 그녀만의 언니이기 때문에 남들은 친척에게 돈을 퍼주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저...”양시은이 입술을 달싹였지만 정확히 뭐라고 해야 할지 찾지 못했다.“아, 농담이에요. 애 치료가 우선이죠. 돈이 없으면 그냥 빌려요. 앞으로 여유가 있을 때 갚으면 되죠.”나도현은 슬쩍 말투를 바꿔 넘겼다.양채은은 안도의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녀는 가볍게 주먹으로 나도현 팔을 툭 치며 말했다.“정말 사람 놀라게 하네. 저는 진심으로 화내는 줄 알았잖아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언니가 우리 집에서 지내는 걸 허락해 준 것도 그렇고, 태경 씨가 꼼꼼한 건 맞지만 야박하지는 않으니까.”“넌 위층으로 올라가서 조금 쉬어. 임산부가 오래 서 있으면 안 좋대. 요리 다 되면 내가 부를게.”나도현은 가벼운 핑계를 삼아 양채은을 올려보냈다.양채은은 기분 좋게 방으로 향했다. 나도현이 이토록 섬세한 부분까지 배려해 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임신 중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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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2화

현실은 이미 눈앞에 놓여 있었다. 양시은이 거부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여러 남자를 만나느니, 차라리 내 옆에만 가만히 있는 게 낫지 않아? 내가 줄 돈이 다른 놈들보다 적을 것 같아? 한 달에 1000만 원 줄게. 어때? 내가 기분 좋으면 보너스도 챙겨 줄 수 있고.”나도현의 말은 마치 가느다란 은침을 연달아 쑤셔 넣듯 양시은의 가슴을 모질게 후볐다. 이미 온몸에 구멍이 난 것처럼 고통스러웠는데도 그는 여전히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아니면 동생한테 계속 돈 빌리면서 언니니까 괜찮다고 뻔뻔하게 굴 거야?” “아니야, 이 돈은 내가 꼭 갚을 거야. 만약 네 정부가 되어야 한다면 나도 조건이 있어.”“조건? 들어나 보자.”양시은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3개월. 딱 3개월만 네 정부로 있을게. 그동안 네가 어떻게 굴어도 상관없어. 대신 3개월 끝나면 채은이도 나도 건드리지 마. 앞으로 우리 둘은 다시는 보지 않는 거야. 괜찮지?”그렇게 하면 박은희 쪽에도 분명히 변명이 될 테고, 양채은도 다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그리고 나도현은 3개월 동안 마음껏 복수할 수 있으니 그 뒤에는 다시 잘나가는 도련님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서로에게 나쁘지 않은 제안인 듯싶었다.그러나 나도현의 눈빛은 한층 더 험악해졌다.“양시은, 정말 제멋대로 꿈꾸고 있네. 고작 3개월? 네가 날 몇 년이나 망가뜨린 걸 그렇게 끝낼 생각이야?”그가 겪은 고통은 무려 4년이었다. 이제 와서 겨우 3개월로 모든 걸 끝낼 수 있을 리는 없지 않은가.“어느 정도면 날 놓아줄 건데?”양시은이 거칠게 물었다.차라리 다른 방법을 쓰기 위해 박은희와 다시 흥정을 해 볼 수도 있었다.어차피 4년이나 버텼는데 몇 달쯤 늘어나는 건 문제도 아닐 것 같았다.“평생 끝은 없어. 나는 널 절대 풀어주지 않아.”나도현은 그녀 마음속 희미한 기대마저 앗아갔다.“내가 널 놓으면 넌 곧장 애 아빠 찾아가서 알콩달콩 살겠지? 설령 내가 질렸다고 해도 도망은 꿈꾸지 마. 네 자식 생각해서라도 얌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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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3화

양시은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눈물만 흘렸다.돈을 다 주워 담자 나도현이 어딘가에서 옷 한 벌을 꺼내 그녀 쪽으로 던졌다.“갈아입어. 내 앞에서.”양시은은 옷을 펼쳐 본 순간 수치심에 숨이 막힐 뻔했다.거의 천이 없는 데다 블랙 레이스로 된 야릇한 디자인이어서 제대로 가릴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서로 감정이 무르익은 순간이라면 재미로 입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오직 모욕감만 들 뿐이었다.“갈아입을 생각 없어? 내가 직접 벗겨 줄까?”나도현은 불만스러운 듯 그녀를 재촉했다.그 시선이 온몸을 훑고 지나가니 참을 수 없이 불쾌했다.이미 둘은 여러 차례 몸을 섞었는데도, 그의 면전에서 이렇게 수치스러운 옷을 갈아입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양시은은 작게 중얼거렸다.“혹시... 내가 방에 들어가서 갈아입으면 안 돼?”“네 동생 방 말이야? 귀찮게 굴지 마.”그는 몇 번 손을 뻗어 그녀의 윗옷을 단숨에 찢어버렸다.“다시 말하지만, 지금 당장 내 앞에서 갈아입어.”결국 양시은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거실 창문이 열려 있어서 차가운 바람이 몸에 와 닿았다.옷을 다 갈아입자 나도현은 그녀를 부엌으로 끌고 갔다.“채소 씻어.”그는 뒤에서 그녀를 괴롭히면서도 야채를 씻으라고 시켰다. 씻는 게 끝나니 다시 채소를 썰라고 했다.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 버린 그녀는 칼을 쥐는 것조차 힘겨웠다. 칼질은 삐뚤빼뚤 자칫하면 손이라도 벨 듯 위태로웠다.그때 거실에서 양채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점점 가까워졌다.“태경 씨, 저 방금 잠깐 눈 좀 붙였어요. 제가 대신 채소라도 썰까요? 맨날 태경 씨 혼자 고생하니까 마음이 안 좋아요.”양시은은 숨이 멎을 듯한 공포를 느꼈다.만약 양채은이 부엌문을 연다면 정말 큰 일이었다. 그러나 나도현은 그녀를 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는 멀쩡한 얼굴로 대답했다.“괜찮아. 너는 거실에서 밥 기다리면 돼.”양채은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또 물었다.“아, 맞다. 혹시 언니 못 봤어요? 방에 없던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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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4화

양시은이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음식은 이미 식탁 위에 차려져 있었고 양채은도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다.양채은은 국자로 국물을 뜨며 안에 들어 있는 각진 형태의 당근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태경 씨, 오늘 당근은 왜 이렇게 이상하게 썰었어요? 평소 요리 실력 같지 않은데요?”“그거 내가 한 거 아니야.”나도현은 간단히 대답했다.이 집에는 단 세 사람밖에 없으니 그가 썰지 않았다면 누가 했는지 자명했다.양채은은 고개를 돌려 양시은을 보았다.“언니 원래 요리 잘했잖아. 근데 왜 이렇게 당근 모양이 특이해?”“오랜만에 칼 잡아서 감각이 좀 서툴러진 것 같아.”양시은은 차라리 땅으로 꺼지고 싶은 기분이었다.그녀가 의자를 당겨 앉으려는데 동작이 조금 커서 허리를 삐끗할 뻔했다.양채은이 급히 부축했다.“언니 허리 진짜 심각해 보인다. 내일 내가 병원 같이 가 줄까?”“아니야, 그냥 병원 갈 일 있을 때 진료 보면 돼.”양채은과 함께 병원에 가는 건 상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녀의 허리 상태를 알면 미친 듯이 몰아붙일 것이기 때문이다.양채은도 더 묻지 않았다.식사 시간 대부분을 양채은이 떠들었고 나도현이 가끔 대답해 주었다.양시은은 머리를 푹 숙인 채 존재감 줄이기에 급급했다.식사가 절반쯤 진행됐을 무렵 나도현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보니 박은희였다.그는 화면을 확인하고 폰을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어머니, 무슨 일이에요?”“무슨 일이긴. 아무 일 없으면 엄마가 아들 찾으면 안 돼? 너 벌써 2주나 집에 안 왔잖아. 오늘 저녁이라도 집에 와 줘.”박은희는 이미 며느릿감을 물색해 둔 상태였고 오늘 나도현에게 소개할 작정이었다.원래는 거절하려던 나도현이었지만 박은희가 말을 이었다.“내가 오늘 특별히 네 건강 생각해서 보양탕까지 끓였어. 몇 시간 동안 불 앞에 서 있었더니 손에 물집까지 잡혔다. 네가 와서 조금이라도 마셔 줘야 엄마가 위로받지 않겠니.”결국 그는 거절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이렇게 애써 준다는데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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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5화

휴대폰 화면을 보자마자 양시은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사진 찍어서 보여 줘. 지금 무슨 옷 입고 있는지.]이건 분명히 나도현의 말투였다.그가 이 시간을 못 참고 검사를 하러 온 것이다.하지만 옆에는 양채은이 함께 앉아 있었다.양시은은 재빨리 답장을 쳤다.[잠깐만 기다려. 내가 방에 들어가서 찍어 보낼 게.]그리고 휴대폰을 움켜쥔 채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그런데 양채은이 아직 대화가 덜 끝났다며 무심코 따라오려 했다.그 와중에 휴대폰이 계속 진동했다. 한 번, 두 번, 쉼 없이 문자가 쌓이고 있었다.“언니, 누가 자꾸 메시지 보내? 설마... 언니 남자 생긴 거 아니야? 나도 드디어 형부가 생기는 건가?”양채은은 눈을 반짝이며 기대에 차 물었다.진심으로 그녀가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양시은은 쓴웃음을 지었다.“지금 내 처지를 봐. 나한테 누가 관심을 주겠어?”집도 재산도 없고 병든 아이를 돌보느라 빚더미에 앉아 있는데, 어떤 남자가 이런 상황을 반길까?“그럴 수도 있지! 진짜로 언니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조건 같은 건 신경 안 쓴다니까. 예를 들어, 나랑 태경 씨도 그렇잖아. 그 사람은 차도 있고 집도 있는데 난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도 나랑 결혼했잖아.”양채은은 자신의 사례를 들어 열심히 설명했다.나도현이 강태경이라는 배려심 많은 남자로 비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이다.“나는 이렇게 좋은 사람 만났는데 언니라고 못 만날 이유가 있나? 좀 자신감을 가져! 세상에서 제일 좋은 거 다 누려도 모자랄 언니잖아.”그녀가 해맑게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그러나 양시은은 마음이 울적했다.‘채은아, 세상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아... 좋은 남자가 어디 흔한 줄 알아? 강태경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엄청 놀랄 거야...’그때 휴대폰이 울렸다.나도현이 문자가 아니라 직접 전화를 걸어 온 것이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바로 전화를 건 모양이다.“와, 이 정도면 누군지 진짜 궁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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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6화

나도현이 갑자기 전화한 것을 보아 답장도 없고 전화도 받지 않은 양시은이 이유인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화가 나 양채은에게 연락해 그녀를 난처하게 하려는 것이다.“걱정되어서 전화했어. 지금 어디야?”나도현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그는 양시은이 양채은의 옆에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지금처럼 담담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의 목소리를 양시은은 전부 듣고 있었다.핸드폰을 든 양채은은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당연히 집에서 얌전히 태교에 집중하고 있었죠. 태경 씨, 오늘 많이 바빠요?”“아니, 별로. 네 언니는?”나도현이 바로 양시은을 찾아대기 시작하자 양채은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현이 이상하리만큼 양시은에게 관심을 보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한 그녀는 나도현이 양시은의 처지를 전부 알고 있어서, 그녀를 위하는 마음에 그녀의 언니도 걱정하는 것으로 생각했다.“언니는 제 옆에 있어요. 내일은 언니랑 함께 병원에 가기로 했거든요. 하민이를 못 본 지 꽤 된 것 같아서요.”“네 언니가 지금 뭘 입고 있는지...”나도현은 일부러 말꼬리를 늘이며 말하고 있었지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양시은이 말을 잘랐다.양시은의 이마엔 식은땀이 흘러나왔고 몸이 비틀대고 있었다.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채은아, 난 이만 방으로 가서 쉴게.”만약 계속 나도현에게 영상을 찍어 전송하지 않는다면 계속 이런 식으로 그녀를 괴롭힐 것이 분명했다.“어? 내가 부축해줄까?”핸드폰을 들고 있는 양채은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랐지만 오늘따라 유난히도 양시은이 수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가 수상한지는 몰랐다.“괜찮아.”양시은은 도망치듯 빠르게 방으로 가버렸다. 정말이지 1초라도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알았어. 그럼 얼른 가서 쉬어.”양채은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참, 태경 씨. 방금 우리 언니가 뭐라고 했어?”“별거 아니야. 그냥 내일 병원엔 네 언니 혼자 가도 되지 않겠냐는 말을 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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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7화

그랬기에 양채은은 강태경이 자신을 대충 대하려 한다는 생각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 양채은이 말을 이었다.“알았어요. 그럼 얼른 일해요. 전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 어차피 이따가 저녁에 다시 못다 나눈 대화를 이어서 해도 되니까요.”아까부터 전화를 끊고 싶었던 나도현은 그녀의 말에 주저 없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차에서 앉아 조금 기다리니 양시은에게서 또 문자가 왔다. 이번에 받은 것은 영상이었고 전보다 파격적이었다.그는 아주 만족한 얼굴로 확인하더니 핸드폰을 넣고 차에서 내렸다.박은희는 이미 저녁을 한 상 가득 차리고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왼쪽 자리는 나도현을 위해 비워두었고 오른쪽 자리에는 그녀가 마음에 쏙 들어 하는 예비 며느리 임다혜가 앉아 있었다.“어머님, 도현 씨가 저를 싫어하면 어떻게 해요?”임다혜는 수시로 고개를 떨구어 손목에 있는 바쉐론 콘스탄틴을 보았다.‘이렇게나 늦었는데 나도현은 왜 아직도 오지 않은 걸까?'‘설마 일부러 날 피하고 있는 걸까?'그러자 박은희는 눈웃음을 지으며 임다혜를 보았다. 그녀는 양시은을 대했던 것처럼 압박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괜찮단다. 감정은 천천히 쌓아가는 거잖니. 넌 정말 좋은 아이인데 도현이가 널 싫어할 리가 있겠니? 오히려 나보다 더 너랑 결혼하고 싶다고 할지도 모르겠구나.”“그러면 다행이죠. 저희 부모님이 매일 시집가라고 잔소리를 하시거든요. 얼른 손자 안아보고 싶다고 하세요.”임다혜는 발그레해진 얼굴로 말을 꺼냈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정략결혼을 할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부모님과 오빠가 아무리 그녀를 애지중지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았기에 유일하게 바라는 것은 나이가 비슷한 남자 중에서 그나마 자신의 마음에 드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었다.그리고 나도현이 그녀가 선택한 남자였다.박은희는 입에 귀에 걸린 채 말했다.“그건 나도 네 부모님이랑 같은 생각이란다. 우리 집은 아들딸 차별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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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8화

박은희는 두 사람이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했기에 얼른 수저를 내려놓으며 끼어들었다.“잘됐구나. 나이도 비슷하고 공통점도 많으니 둘이서 얘기를 나눠 보아라. 난 이만 방에 가서 피부 관리를 받아야 할 것 같구나.”박은희가 자리를 뜨자 임다혜는 나도현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시간 없습니다.”나도현은 단칼에 그녀를 거절했다.“오늘 시간 없는 거면 괜찮아요. 다음에 다시 얘기를 나누면 되니까요. 도현 씨의 사무소 근처에 카페가 새로 생겼더라고요. 우리 다음에는 그곳에서 만나 커피 한잔하면서 얘기해요.”임다혜는 그의 거절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도 나도현이 자신을 좋아하기를 바라지 않았고 그가 그녀와 결혼하고 아이를 한 명 낳겠다고만 해도 충분했다.나도현의 미간이 한껏 구겨졌다.“언제가 되든 시간이 없을 겁니다. 임다혜 씨, 어머니가 무슨 목적으로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고 했는지 저도 그렇고 임다혜 씨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전 말을 돌려 하는 걸 싫어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전 임다혜 씨랑 결혼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도현 씨, 그렇게 확신하지 말아요. 어쩌면 생각이 다시 바뀔 수도 있잖아요.”웃고 있던 임다혜의 표정이 굳어버렸지만 이내 다시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왔다.처음에 어른이 되고 나서 정략결혼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도 그녀는 아주 싫었다. 그런데 그녀가 싫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부잣집에서 태어나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호화롭게 살긴 했지만 그 대가는 부모님이 정해주는 상대와 결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나도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지금 나도현이 자신을 밀어내고 거절해도 나중엔 결국 그녀와 결혼하리라고 말이다. 어차피 박은희든 나용민이든 절대 나도현이 원하는 상대와 결혼하지 못하게 할 거니까.“임다혜 씨와 같은 조건이라면 분명 결혼하려는 남자가 줄을 섰을 텐데 왜 굳이 저한테 매달리는 거죠? 전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나도현도 자신이 가소롭게 느껴졌다.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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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9화

나도현은 임다혜의 손을 뿌리치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도현 씨, 자꾸 그렇게 절 거부하지 말아요. 단호하게 거절하지 말라고요. 저 아니어도 아주머니는 계속 도현 씨에게 맞선 상대를 알아봐 줄 거고 그 여자들도 저처럼 말이 통하지 않을 거예요. 그때 가면 더 골치 아파지는 건 도현 씨라고요!”임다혜는 다시 쫓아왔다.“그냥 저랑 연기하면 된다니까요. 도현 씨한테 문제가 될 건 없잖아요. 오히려 눈앞에 있는 귀찮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대체 왜 거절하는 거예요?”나도현도 왜 그런 것인지 몰랐다.예전에는 양시은만 있으면 온 세상을 가진 기분이었고 다른 여자가 아무리 예쁘다고 한들 그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나중에 양시은이 그의 곁을 떠나니 미친 사람처럼 그녀와 닮은 사람을 찾아다니기 바빴고, 더 나중에는 양시은이 돌아왔다.그는 지금 온통 그녀를 괴롭히고 싶은 생각뿐이었고 서로 상처를 주고 있었던지라 더는 다른 여자를 상대할 시간의 여유와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것이 설령 그저 연기하는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그냥 절 한 번만 도와준다고 생각해요. 안 그러면 저희 부모님이 계속 저한테 스트레스 줄 거라고요. 전 배 불뚝 나온 아저씨랑 맞선 보고 싶지 않아요. 제발 부탁드려요. 절 도와주면 언젠가 이 빚을 꼭 갚을게요. 무엇으로든 전부 갚을게요.”임다혜는 물러서는 척하며 기회를 노렸다.비록 지금은 연기해달라고 했지만 나중에 연기하면서 진짜로 서로 사랑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녀는 자신이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한 여자라고 생각했기에 분명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했다.나도현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무언가가 떠오른 듯 더는 조금 전처럼 단호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그럼 그 연기를 언제까지 해주면 되는 거죠?”“3개월이면 될 것 같아요. 그 후엔 좋게 헤어지면 돼요. 3개월 지나면 바로 항공편을 예약해서 해외로 떠날 생각이에요. 그러면 제 가족들도 저 찾지 못하게 될 거고 더는 결혼 독촉도 하지 않겠죠.”임다혜는 거짓말을 술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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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0화

나도현은 핸드폰을 끈 뒤 내려놓았지만 이어폰을 빼는 것을 깜빡하고 말았다.박은희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는 것을 바로 눈치챘다. 또 어쩌면 임다혜 혼자 옆에서 재잘대고 나도현은 이어폰을 꽂은 채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속에서 화가 치밀었지만 임다혜가 이렇게까지 애쓰고 있으니 박은희는 대놓고 뺨을 때릴 수 없었다.“두 사람이 즐겁다면 다행이구나. 다혜야,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거라. 남는 방은 많으니 내가 네 잘 방을 내어주마.”박은희는 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어떻게든 임다혜에게 나도현의 옆방을 내어주리라 생각했다.그 방은 원래부터 미래의 며느리를 위해 남겨둔 방이었다. 게다가 두 사람의 방이 가까우니 마주칠 기회는 더 많아진다.나도현은 듣자마자 거절하려고 했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임다혜가 먼저 가로챘다.“어머님, 전 오늘은 집에 돌아가려고요. 부모님이 아주 엄하시거든요. 제가 어른이 되었는데도 통금 시간을 정해주셨어요.”“그래. 내가 그것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박은희는 그녀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는 역시나 달랐고 교양이 흘러넘쳤다. 그때 나도현이 만나던 가난한 집안 딸처럼 오르지 못할 나무에 올라가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양시은은 젊은 나이에 남자와 침대에서 뒹굴다가 심지어 몰래 아이까지 낳지 않았는가. 거기에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아이는 아픈 아이였다. 정말이지 예쁜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었고 그 누구든 양시은만 보면 혀를 끌끌 찰 것이다.“그럼 어머님, 전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볼게요. 다음에 또 찾아뵐게요.”임다혜가 예의 있는 모습으로 작별인사를 하자 박은희는 나도현을 툭툭 치며 얼른 데려다주라고 재촉했다.임씨 가문의 차가 이미 대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임다혜가 차에 올라타자마자 나도현은 몸을 홱 돌려 걸음을 옮겼다.그는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정원에 서서 양시은이 보낸 모든 음성 메시지를 눌러 들었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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