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화면을 보자마자 양시은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사진 찍어서 보여 줘. 지금 무슨 옷 입고 있는지.]이건 분명히 나도현의 말투였다.그가 이 시간을 못 참고 검사를 하러 온 것이다.하지만 옆에는 양채은이 함께 앉아 있었다.양시은은 재빨리 답장을 쳤다.[잠깐만 기다려. 내가 방에 들어가서 찍어 보낼 게.]그리고 휴대폰을 움켜쥔 채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그런데 양채은이 아직 대화가 덜 끝났다며 무심코 따라오려 했다.그 와중에 휴대폰이 계속 진동했다. 한 번, 두 번, 쉼 없이 문자가 쌓이고 있었다.“언니, 누가 자꾸 메시지 보내? 설마... 언니 남자 생긴 거 아니야? 나도 드디어 형부가 생기는 건가?”양채은은 눈을 반짝이며 기대에 차 물었다.진심으로 그녀가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양시은은 쓴웃음을 지었다.“지금 내 처지를 봐. 나한테 누가 관심을 주겠어?”집도 재산도 없고 병든 아이를 돌보느라 빚더미에 앉아 있는데, 어떤 남자가 이런 상황을 반길까?“그럴 수도 있지! 진짜로 언니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조건 같은 건 신경 안 쓴다니까. 예를 들어, 나랑 태경 씨도 그렇잖아. 그 사람은 차도 있고 집도 있는데 난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도 나랑 결혼했잖아.”양채은은 자신의 사례를 들어 열심히 설명했다.나도현이 강태경이라는 배려심 많은 남자로 비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이다.“나는 이렇게 좋은 사람 만났는데 언니라고 못 만날 이유가 있나? 좀 자신감을 가져! 세상에서 제일 좋은 거 다 누려도 모자랄 언니잖아.”그녀가 해맑게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그러나 양시은은 마음이 울적했다.‘채은아, 세상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아... 좋은 남자가 어디 흔한 줄 알아? 강태경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엄청 놀랄 거야...’그때 휴대폰이 울렸다.나도현이 문자가 아니라 직접 전화를 걸어 온 것이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바로 전화를 건 모양이다.“와, 이 정도면 누군지 진짜 궁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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