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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1화

“당연하죠. 시윤 씨, 생각해봐요. 그 사람들은 지희 씨를 아주 좋아해요. 지희 씨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면 분명 어떻게든 도와두려고 할 거라고요. 그러니 차라리 저희가 찾아뵙는 것보단 지희 씨가 가서 부탁하는 것이 낫겠죠.”김가은의 말로 백시윤은 희망을 얻게 되었다. 대충 핑계를 대면서 김가은을 떼어낸 그는 백지희의 병실로 왔다.백지희는 그를 보자마자 바로 경계했다.“여긴 왜 왔어요. 전 백시윤 씨 얼굴 더는 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나가주세요. 안 그러면 여기서 뛰어내릴 거예요.”백시윤은 더는 앞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그저 병실 문 앞에 서서 그녀를 보았다.“신장 기증자는 내가 이미 찾았어. 그리고 그림도 전부 찾았어. 네가 고개만 끄덕이면 지금 바로 다시 갤러리에 전시하라고 할 거야.”“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백시윤 씨는 앞으로 제 일에 신경 꺼주세요.”백지희의 태도는 전보다 더 쌀쌀맞았다. 희망을 품고 달려온 백시윤은 그런 그녀의 태도에 실망을 느끼게 되었다.그는 백지희를 한참 빤히 보았다. 그러다가 펜과 종이를 꺼내 기증자의 집 주소와 연락처를 적은 뒤 문가에 있던 소파에 올려두고 떠났다.백지희는 신경 쓰지 않았다. 백시윤이 질척이지 않는다면 그가 무엇을 했든 관심이 없었다.병실로 돌아온 강서준은 열려있는 문을 보며 놀란 마음으로 얼른 달려갔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는 백지희를 보고 나서야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관찰력이 뛰어난 그는 소파에 있는 메모지를 발견하곤 물었다.“이건 누가 남기고 간 거예요? 신장을 팔아 아들 대학교 등록금을 마련한다니요?”백지희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이불만 머리끝까지 끌어 올렸다.대답을 듣지 못한 강서준은 메모지를 들고 간호사를 찾아갔다.간호사의 입에서 백시윤이 다녀갔다는 소식을 듣게 된 강서준은 바로 뭔가 떠올라 메모지를 든 채 백시윤을 찾아갔다. 사실인지 확인할 생각이었다. 만약 사실이라면 백지희는 계속 살아갈 수 있게 되니까.병실 앞에 도착하자 김가은과 마주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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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강서준은 병실로 들어가자마자 말했다.“메모지에 적힌 건 사실이었어요. 우리 얼른 가요.”백지희는 이해가 가지 않아 마치 괴물을 보듯 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기증자를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미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정해진 미래를 바꾸고 싶지 않았다.강서준은 그런 그녀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안아 올려 밖으로 나갔다.“뭐해요. 내려놔요.”지나가던 간호사와 환자들이 저마다 고개를 돌려 그녀와 강서준을 보았다. 백지희는 자신에게 쏠린 시선을 견딜 수 없었다.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강서준은 절대 그녀를 내려줄 생각이 없었다.강서준이 그녀를 차 안으로 밀어 넣자 백지희는 결국 화를 내며 따져 물었다.“이러면 제가 감동이라도 받을 줄 알았어요?”강서준은 시동을 걸었다.“오해예요. 전 그냥 지희 씨가 계속 살아가길 바랄 뿐이에요. 겨우 희망을 찾았는데 그 희망을 잃고 싶지 않았다.말을 하면서 그는 속도를 올렸다. 신호등까지 무시한 채 엄청나게 빠르게 세영시로 도착했다.메모지에 적힌 주소대로 걸음을 옮기자 낡고 허름한 집이 나타났다. 두 사람은 당황했다.전혀 작은 구멍가게로 생계를 이어가는 집이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폐가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렸다.“제 뒤에 있어요.”만약의 상황을 위해 강서준은 백지희를 등 뒤로 보낸 후 손을 뻗어 노크했다.문에 손이 닿자마자 열렸다.마당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할머니가 빨래를 널고 있었다.강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할머니, 여기가 이재진 씨 댁 맞아요?”빨래를 널던 할머니는 멈칫하더니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들을 경계하듯 눈을 가늘게 접으며 한참 위아래 훑어보았다.그러고 난 후 고개를 끄덕였다.“이재진은 내 남편이에요. 내 남편은 왜 찾아요.”강서준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백지희와 안으로 들어갔다.할머니 앞으로 다가온 그는 먼저 백지희를 소개한 뒤 찾아온 목적을 얘기했다.할머니는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빨래를 내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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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3화

자리에 앉은 후 할머니는 찻잔을 들고나와 백지희와 강서준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남은 낡은 두 찻잔은 자신들의 앞에 내려놓았다.강서준은 그들의 행동을 전부 눈에 담고 있었다. 묵묵히 그들이 하는 연기를 보고 있었다.이재진은 먼저 예전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그러나 백지희는 전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이었기에 강서준은 두 사람이 연기하고 있음을 눈치챘다.돈이 필요해 신장을 기증하려는 사람도 아니었다. 다만 그는 두 사람의 목적이 무엇인지 몰랐다.“아가씨는 분명 기억하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괜찮아요. 우리가 기억하고 있으면 되니까. 얼른 차 마셔요. 식으면 맛없거든요.”이재진은 눈물이 달린 눈으로 말했다. 연기가 수준급이었다.백지희는 눈치를 채지 못해 찻잔을 들며 마시려 했으나 강서준이 그녀의 팔을 살짝 당기며 마시면 안 된다고 작게 말해주었다.이재진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 권했다.“한 모금이라도 마셔요. 어차피 차라 문제가 될 건 없잖아요. 그리고 설마 내가 생명의 은인을 해치겠어요?”백지희는 고개를 끄덕인 후 마셔버렸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이재진은 고개를 돌려 강서준을 보았다.강서준은 픽 웃으며 차를 전부 바닥에 쏟아버렸다.그는 두 사람의 연극에 어울려주고 싶지 않아 백지희에게 말했다.“이 사람들은 돈이 필요해 신장을 팔려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우리를 여기로 유인한 건 분명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니까 우리 얼른 가요.”“가려고요? 그러기엔 늦지 않았나?”이재진은 조금 전과 다른 태도로 차갑게 웃었다. 목소리도 달라졌다. 조금 전 곧 생을 마감할 것 같은 목소리와 달리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강서준은 사나운 눈빛으로 그를 경계하며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백지희의 손을 잡았다. 백지희가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말이다.그러자 옆에 있던 할머니가 크게 웃더니 백지희를 보았다.“백지희 씨, 원망하려던 약속을 안 지킨 본인을 원망하세요. 그럼 두 사람은 여기서 천천히 미래를 맞이하고 있어요. 우리는 이만 가 볼 테니까.”말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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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4화

강서준은 몸을 던지며 백지희를 지켜주려고 밖으로 밀어냈다. 이내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나무 조각이 강서준의 다리에 박혀버린 것이다.“서준 씨!”놀란 백지희는 얼른 기어가며 그를 불렀지만 떨어진 나무판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백지희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고 머리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강서준이 떠오른 그녀는 바로 침대에서 내려와 찾아다녔다.그러나 온지유가 마침 병실로 들어오며 바로 달려와 그녀를 다시 침대로 부축했다.“서준 씨한테 데려다줘. 지금 어떻게 된 거야? 말해줘, 서준 씨 아직 살아 있는 거지?”백지희는 온지유의 손을 꽉 잡았다. 백지희는 더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온지유는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를 위로했다.“살아 있어. 두 사람은 대체 왜 그런 곳에 간 거야? 그건 철거 예정이었던 집이었어. 언제든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팻말까지 꽂아 둔 곳인데 못 봤어?”백지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몰랐다.백시윤이 찾아온 것부터? 아니면 강서준이 희망을 찾게 된 것부터?”어디서부터 설명해도 전부 이상할 것이다.온지유는 두 사람이 데이트하러 간 줄 알고 흐뭇하고 웃었다.“알았어. 아무리 서로 마음이 통했다고 해도 그런 위험한 곳에 가서 데이트하지 마. 짜릿한 데이트를 즐기고 싶으면 놀이공원 같은 곳에 가도 됐잖아.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으면 나한테 물어봐도 돼.”백지희는 그녀를 얄밉다는 듯 힐끗 보곤 말했다.“우린 데이트하러 간 게 아니야. 신장 기증자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속은 거야.”속았다니.놀란 온지유는 얼른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백지희는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해주곤 절대 백시윤을 찾으러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백시윤은 또 백지희를 해칠 생각을 했다. 그랬기에 온지유는 백지희의 당부를 들을 리가 없었다. 설령 말로는 알겠다고 했으나 속으로는 이미 다른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백지희가 진정한 뒤 그녀는 의사가 자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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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백지희는 바로 소리를 질렀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절 해친 거로 부족한 거예요?”그녀의 목소리에 백시윤은 행동을 멈추고 한참 멍한 표정으로 백지희를 보았다.강서준은 아픈 척 미간을 찌푸리며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아악, 지희 씨 너무 아파요. 누가 커다란 바늘로 자꾸 제 다리를 찌르는 것 같아요. 얼른 확인해줘요. 설마 이러다가 못 걷게 되는 건 아니겠죠?”백시윤은 들고 있던 이불을 내려놓고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강 대표님, 그럼 내가 대신 의사를 불러주죠. 지희는 이런 걸 잘 모르거든요.”“백시윤 씨는 신경 끄세요.”백지희는 바로 백시윤의 말에 반박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강서준의 두 다리를 확인했다.그녀의 행동은 아주 조심스러웠다. 마치 지금 살피고 있는 것이 강서준의 두 다리가 아니라 진귀한 보물인 것처럼 말이다.백시윤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고 숨쉬기가 힘들었다.그리곤 잔뜩 화가 난 눈길로 강서준을 보았다. 강서준은 기세등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약이 오른 백시윤은 더 화가 올랐지만 지금 상황에서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화를 내는 순간 백지희의 증오만 늘어갈 테니까.한참 후 그는 진정한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희야, 할 말이 있는데 시간 좀 내줄래?”“무슨 할 말인데요. 그냥 여기서 하세요.”백지희는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사과를 가져와 껍질을 깎기 시작했다.“여긴 다른 사람이 있잖아.”백시윤은 핑계를 댔다.백지희는 강서준을 힐끗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서준 씨는 다른 사람이 아니에요. 남이 절 구해줄 리가 없잖아요. 설령 서준 씨 말고도 다른 사람이 절 구해준다고 해도 전 서준 씨를 남 취급하지 않을 거예요.”그녀의 말에 백시윤 뿐 아니라 강서준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먼저 정신을 차린 강서준이 흥분한 얼굴로 백지희를 보며 손을 들고 맹세했다.“믿어주세요.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지희 씨를 더 잘 지켜드릴게요.”그러자 백시윤이 픽 웃었다.백지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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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6화

강서준은 백지희가 방금 한 말이 백시윤을 떼어내기 위한 말임을 잘 알고 있었으나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백지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자 강서준은 포기할 수 없어 다시 한번 물었다.“저랑 결혼하면 백시윤을 영원히 떼어낼 수 있다고 하면요?”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두 눈엔 눈물이 맺혔다.“그건 서준 씨한테 불공평한 일이잖아요.”강서준은 씁쓸하게 웃었다.“불공평하든 공평하든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지희 씨는 백시윤 씨한테 그런 마음이 없는 거 제가 더 잘 아니까요. 전 지희 씨를 좋아하니까 기꺼이 이용당해드릴 수 있어요.”백지희는 목이 메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렇게 두 사람은 결혼이라는 중요한 일을 쉽게 결정하게 되었다.다음 날 아침이 되자 온지유는 백지희에게서 이 소식을 듣고 놀라게 되었다.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백지희를 한참 빤히 보던 온지유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 백지희에 바로 눈치를 챘다.온지유는 바로 백지희의 손을 잡고 설득했다.“아직 아는 사람이 없을 때 얼른 서준 씨한테 말해. 이 결혼할 수 없다고.”백지희는 고개를 저었다.“밤새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야. 지유야, 나한테는 시간이 별로 없어. 너도 알잖아. 그런 거라면 나도 결혼은 한번 해보고 떠나고 싶어.”그녀의 말에 온지유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백지희가 가엾게 느껴지면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두 사람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제일 먼저 들은 사람은 백시윤이었고 결혼식은 다음 주 일요일로 정했다.그리고 그날 백시윤은 모든 이의 만남을 거부했고 병실에만 박혀 하루 종일 멍하니 천장만 보았다.그 뒤로 백시윤은 더는 백지희를 찾아오지 않았지만, 사람을 시켜 백지희가 다시 전시할 수 있게 해주었고 개인 자금으로 후원도 해주었다.새신부가 된 백지희는 즐거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매일 온지유와 함께 쇼핑하러 다녔고 새로 산 물건들은 전부 집으로 배달했다.신혼집도 강서준이 새로 매입한 별장이었다. 온지유의 집과 거리 하나를 두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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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7화

밤이 깊어지고 이곳저곳에 연락해 백시윤의 행방을 알아내던 김가은은 문자를 받게 되었다. 상대는 그녀에게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있다면서 이메일을 물어보았다.김가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라 상대의 문자를 무시했다.그러자 상대는 바로 사진 한 장을 보냈다. 백시윤이 차 안에서 여자랑 키스하는 사진이었다.김가은은 고민도 하지 않고 이메일을 알려주었다.몇 분 뒤, 김가은은 백시윤과 백지희가 서로 끌어안고 키스하는 영상을 받게 되었다. 영상은 전문가가 찍은 것처럼 두 사람의 얼굴이 선명하게 나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이 영상을 받았다면 누군가가 보낸 야한 동영상인 줄 알았을 것이다.김가은은 분을 참지 못하고 꽃병을 들어 던져버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아 손에 잡히는 대로 던졌다.그렇게 방은 처참하게 변해버렸다.분노는 어느 정도 가라앉았지만, 그녀는 가만히 넘어갈 수 없었다. 그 순간 무언가가 떠올랐다.그녀는 얼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서준과 백지희의 결혼식이 내일이라고 했죠? 어디서 하는지 알아요? 아, 그렇군요. 내일 데리러 오세요.”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음험하면서도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백지희는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에 깨어나게 되었다. 밀려오는 숙취에 머리를 붙잡으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어, 나 집이야.”온지유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시계를 힐끗 본 후 따져 물었다.“집이라고. 새벽에 우리 집으로 오기로 한 거 잊었어? 설마 아직도 자는 거야?”백지희는 그제야 온지유와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행여나 온지유가 늦잠을 자게 될까 봐 메이크업 전문가에게 온지유의 집 주소를 알려주었고 온지유의 집에서 메이크업을 받은 후 결혼식장으로 가기로 했다.다만 그녀는 어제 너무 즐거웠던 나머지 과음을 하게 된 것이다.백지희는 속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욕했다. 얼른 전화를 끊고 침대에서 일어났다.확실히 시간은 빠듯했다. 결혼식까지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온지유의 집으로 간다고 해도 부족한 시간이니 메이크업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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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8화

백지희는 바로 거절했다. 오늘은 그녀에게 아주 중요한 날이었다. 오늘만 지나면 그녀는 마음 편히 강서준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그랬기에 더는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을 데리러 온 차가 도착했고 여이현이 다가오며 알렸다.온지유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에게 마무리하라고 한 뒤 별이와 백지희와 함께 방에서 내려왔다.결혼식장은 아주 북적거렸다. 하객으로 경성시의 유명한 가문들이 전부 참석했다.강씨 가문에서 백지희를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았으나 기는 살려주었다.온지유는 조심히 차에서 내리며 작게 말했다.“그래도 강씨 가문에서는 널 신경 써주고 있네. 오늘 결혼식을 잊지 말고 나중에 고부 갈등이 생기면 네가 조금 참아줘.”백지희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던지라 당연히 그 도리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시부모님과 어떻게든 잘 지내보겠다고 말했다.“지희 씨.”강서준은 그녀를 보자마자 멍한 표정을 지었다.온지유는 바로 그를 놀렸다.“이렇게 예쁜 아내를 두었는데 꼭 잘해줘야 해요. 안 그러면 지희한테 Y 국 남자 소개해 줄 거니까요.”강서준은 연신 백지희에게 잘해주겠다며 맹세했다.사회자는 마이크를 잡으며 결혼식의 시작을 알렸다.강서준과 백지희는 서로 팔짱을 끼고 함께 버진 로드를 걸었다. 내딛는 걸음 한 걸음이 두 사람의 미래를 향한 걸음이었다.별이는 백지희의 드레스 자락을 들어주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니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게 되었다.온지유는 별이를 칭찬하는 말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여 대표,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알지? 내가 저렇게 멋진 아들을 낳았다고.”여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그녀에게 뽀뽀했다.“응, 맞아. 내가 전부 기억해두고 있으니까 나중에 제대로 보상해줄게.”보상이라곤 말했지만 그의 눈빛을 보니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온지유는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기에 그를 살짝 째려보았다.“보상보단 난 실질적인 거 더 좋아해.”여이현은 나직하게 웃었다.“당연히 실질적인 보상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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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9화

강태규는 코웃음을 쳤다.“허, 할 말이 있으면 빨게 하게. 좋은 날 시간 다 잡아먹지 말고.”그러자 옆에 있던 젊은 사람이 차갑게 말해주었다.“할아버지, 이 사람들이 설마 지금 혼수예단을 더 달라고 요구할 거는 아니겠죠? 제가 듣기론 백지희 씨가 전시 사건으로 엄청난 돈을 잃었다고 하는데, 그 돈을 저희 강씨 가문 돈으로 메울 생각은 아니겠죠.”그러자 하객들은 서로 수군대기 시작했고 백지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져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강씨 가문 사람들에게 나중에 재산 전부 빼앗기기 전에 조심하라며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강씨 가문과 사업으로 협력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사업 외에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사이였으나 오늘만큼은 그들의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강태규는 서늘한 눈빛으로 젊은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곤 다시 김가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잘 생각하고 입을 열어야 할 거네. 오늘은 두 아이가 가정을 이루는 좋은 날일 뿐 아니라 우리 두 가문에게도 중요한 날이니까. 결혼식이 무사히 끝난다면 앞으로 우리 강씨 가문은 백씨 가문을 도와줄 거네. 하지만 문제라도 생기게 해서 우리 강씨 가문의 명성을 망가뜨리는 짓을 하기라도 한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네.”그것은 김가은이 원하는 것이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입을 열려던 순간 백시윤이 그녀를 끌어왔다.그리곤 강태규를 향해 고개 숙이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어르신. 제 아내가 멋대로 한 말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않길 바랍니다. 제 아내 신경 쓰지 마시고 결혼식 계속 이어가시면 됩니다.”“에이, 백 대표 왜 그래요? 혹시 아내랑 잘 얘기가 되지 않은 거예요?”일전에 말을 꺼낸 사람이 다 꺼져가던 불씨에 부채질하며 말했다. 그러더니 버진로드에 서 있는 백지희를 음흉한 눈빛으로 보면서 뭔가 깨달은 듯 말했다.“아, 알겠네요. 전부터 백 대표가 여동생한테 엄청 신경 쓰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설마 그 관심 때문에 아내분 심기를 건드리게 된 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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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0화

백시윤은 무대로 올라가 김가은을 끌어내려고 하면서 욕설을 내뱉었다.“이런 씨... 이거 놔요, 여이현 씨. 왜 절 붙잡는 거죠? 얼른 놔요. 올라가야 하니까.”여이현은 코웃음을 치더니 주먹을 내리꽂았다.“여이현 씨, 지금 이 상황에 왜 절 때리는 거죠? 얼른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저것부터 막아야죠!”백시윤은 백지희의 결혼식이 망쳐질까 봐 걱정되었다. 설령 백지희와 강서준이 결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망쳐지길 바라지 않았다.여이현은 백시윤의 멱살을 잡고 이를 빠득 갈면서 따져 물었다.“하, 참 좋은 오빠네요.”말을 마친 후 그는 또 주먹을 날렸다.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또 한 방 더 날리더니 발을 들어 백시윤의 발을 꽉 밟았다.만약 김가은이 다급하게 내려와 여이현을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백시윤은 계속 맞고 있었을 것이다.여이현은 김가은의 손길을 뿌리치며 서늘하게 웃었다.“김가은 씨, 이제 만족해요? 앞으로 백씨 가문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지켜보세요.”그 순간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꺄악! 백지희 씨가 쓰러졌어요!”여이현의 뒤로 누군가 휙 지나갔다. 여이현을 미간을 찌푸린 채 김가은을 내동댕이치고 따라서 무대로 올라갔다.휙 지나간 사람은 온지유였다. 분명 임신한 몸이라 거동이 불편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주 빨랐다. 온지유는 백지희를 안아 올리려고 했다.“내가 할게.”이어서 다가온 여이현이 백지희를 안아 올리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서준을 보았다.“일단 하객부터 진정시키세요. 다른 건 나중에 다시 만나 얘기하죠.”“대표님, 전 지희 씨를 사랑해요. 결혼 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을 꼭 지희 씨에게 전해주세요.”강서준은 영상이 어젯밤에 찍힌 것임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백지희를 여전히 사랑했다.백지희가 백시윤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분명 누군가 함정을 판 것으로 생각했다.그렇게 생각한 강서준은 무대 아래에 있던 김가은을 보았다. 음험하고 싸늘한 눈빛으로 말이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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