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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9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13 19:00:00
강태규는 코웃음을 쳤다.

“허, 할 말이 있으면 빨게 하게. 좋은 날 시간 다 잡아먹지 말고.”

그러자 옆에 있던 젊은 사람이 차갑게 말해주었다.

“할아버지, 이 사람들이 설마 지금 혼수예단을 더 달라고 요구할 거는 아니겠죠? 제가 듣기론 백지희 씨가 전시 사건으로 엄청난 돈을 잃었다고 하는데, 그 돈을 저희 강씨 가문 돈으로 메울 생각은 아니겠죠.”

그러자 하객들은 서로 수군대기 시작했고 백지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져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강씨 가문 사람들에게 나중에 재산 전부 빼앗기기 전에 조심하라며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강씨 가문과 사업으로 협력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사업 외에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사이였으나 오늘만큼은 그들의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강태규는 서늘한 눈빛으로 젊은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곤 다시 김가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잘 생각하고 입을 열어야 할 거네. 오늘은 두 아이가 가정을 이루는 좋은 날일 뿐 아니라 우리 두 가문에게도 중요한 날이니까. 결혼식이 무사히 끝난다면 앞으로 우리 강씨 가문은 백씨 가문을 도와줄 거네. 하지만 문제라도 생기게 해서 우리 강씨 가문의 명성을 망가뜨리는 짓을 하기라도 한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네.”

그것은 김가은이 원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입을 열려던 순간 백시윤이 그녀를 끌어왔다.

그리곤 강태규를 향해 고개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제 아내가 멋대로 한 말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않길 바랍니다. 제 아내 신경 쓰지 마시고 결혼식 계속 이어가시면 됩니다.”

“에이, 백 대표 왜 그래요? 혹시 아내랑 잘 얘기가 되지 않은 거예요?”

일전에 말을 꺼낸 사람이 다 꺼져가던 불씨에 부채질하며 말했다. 그러더니 버진로드에 서 있는 백지희를 음흉한 눈빛으로 보면서 뭔가 깨달은 듯 말했다.

“아, 알겠네요. 전부터 백 대표가 여동생한테 엄청 신경 쓰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설마 그 관심 때문에 아내분 심기를 건드리게 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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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시윤은 무대로 올라가 김가은을 끌어내려고 하면서 욕설을 내뱉었다.“이런 씨... 이거 놔요, 여이현 씨. 왜 절 붙잡는 거죠? 얼른 놔요. 올라가야 하니까.”여이현은 코웃음을 치더니 주먹을 내리꽂았다.“여이현 씨, 지금 이 상황에 왜 절 때리는 거죠? 얼른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저것부터 막아야죠!”백시윤은 백지희의 결혼식이 망쳐질까 봐 걱정되었다. 설령 백지희와 강서준이 결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망쳐지길 바라지 않았다.여이현은 백시윤의 멱살을 잡고 이를 빠득 갈면서 따져 물었다.“하, 참 좋은 오빠네요.”말을 마친 후 그는 또 주먹을 날렸다.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또 한 방 더 날리더니 발을 들어 백시윤의 발을 꽉 밟았다.만약 김가은이 다급하게 내려와 여이현을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백시윤은 계속 맞고 있었을 것이다.여이현은 김가은의 손길을 뿌리치며 서늘하게 웃었다.“김가은 씨, 이제 만족해요? 앞으로 백씨 가문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지켜보세요.”그 순간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꺄악! 백지희 씨가 쓰러졌어요!”여이현의 뒤로 누군가 휙 지나갔다. 여이현을 미간을 찌푸린 채 김가은을 내동댕이치고 따라서 무대로 올라갔다.휙 지나간 사람은 온지유였다. 분명 임신한 몸이라 거동이 불편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주 빨랐다. 온지유는 백지희를 안아 올리려고 했다.“내가 할게.”이어서 다가온 여이현이 백지희를 안아 올리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서준을 보았다.“일단 하객부터 진정시키세요. 다른 건 나중에 다시 만나 얘기하죠.”“대표님, 전 지희 씨를 사랑해요. 결혼 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을 꼭 지희 씨에게 전해주세요.”강서준은 영상이 어젯밤에 찍힌 것임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백지희를 여전히 사랑했다.백지희가 백시윤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분명 누군가 함정을 판 것으로 생각했다.그렇게 생각한 강서준은 무대 아래에 있던 김가은을 보았다. 음험하고 싸늘한 눈빛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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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돼요, 할아버지. 전 지희 씨 곁으로 돌아갈래요.”강서준의 간절한 부탁에도 누구 하나 나서서 그를 도와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이런 큰 일이 터지면 당연히 제일 먼저 자기 이익부터 따지게 되고 이미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눈앞에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강태규 일가는 이런 수모를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그렇게 강서준은 위층으로 끌려갔고 강태규는 곧바로 오지영에게 당부했다.“이 일은 너한테 맡길게. 그리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백씨 가문이 넘보지 못하게 막아야 해. 저런 집안과 사돈 관계를 맺는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오지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강태규가 굳이 시키지 않아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이 세상에 자기 아들이 여자한테 배신을 당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어머니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녀는 강씨 가문의 사람이다.백시윤은 오늘날 자기 아내한테 뒤통수 맞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가슴이 아픈 건 둘째로 치고 백씨 가문을 제대로 망신시킨 꼴이 되었다.그러다가 이 사단에도 소파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김가은을 보자 당장에라도 목 졸라 죽여버리고 싶었다.하지만 백시윤은 애써 침착한 얼굴로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이런 일을 벌이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이나 해봤어?”김가은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당연하죠. 전 그 자리에서 당신한테 뺨 맞을 각오도 했어요. 근데 예상 밖으로 당신이 여이현한테 맞는 바람에 저는 신경조차 쓸 겨를이 없었던 것 같네요.”백시윤은 여전히 얼얼하게 부은 자기 뺨을 어루만지며 살기 어린 눈빛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당신도 백씨 가문의 사람인데 이런다고 얻어지는 게 뭐야?”김가은은 고개를 들고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백시윤 씨, 설마 제가 그 일에 대해 발설하지 않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저를 우러러보는 것 같나요? 강씨 가문 사람들이 뒤에서 뭐라고 소문내고 다니는지 모르죠? 당신이 백지희를 엄청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줬대요. 왜요, 아니면 어디 변명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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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시윤 씨, 미쳤어요? 지희 씨는 당신 여동생이라고요.”김가은은 이때다 싶어 다시 백지희와 백시윤과의 관계를 되짚어줬다.그런 그녀를 백시윤은 그저 가소롭다는 듯이 바라보는데 갑자기 비서 장민준한테서 전화가 왔다.그는 백시윤이 시킨 대로 병원에서 백지희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여 무조건 백지희에게 관련된 일이라고 판단한 그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오지영 사모님이 직접 오셔서 파혼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백지희 씨가 지금 혼수상태가 된 사실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겠다고 했지만...”장민준이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에 답답해진 백시윤이 버럭 화를 냈다.“했지만 뭐? 빨리 말해!”“이제 백씨 가문이 편하게 지낼 날은 끝났다는 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그 말에 백시윤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계속 지켜보고 있어. 지희가 깨면 바로 알려주고.”그러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다시 그에게 말했다.“아니다. 지금 바로 그쪽으로 갈게. 여이현 씨랑 온지유 씨도 다 병원에 있어?”이때, 온지유가 장민준의 핸드폰을 빼앗아 가더니 수화기에 대고 차갑게 경고했다.“백시윤 씨, 지금 당장 당신네 사람들 데리고 가세요. 그리고 지희랑 두 번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겁니다.”온지유는 백지희를 저렇게 만든 사람이 백시윤이라고 생각했다.어쨌든 그런 일들은 남자 쪽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여자 혼자서는 못하기 때문이다.백지희가 오늘 결혼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백시윤이 찾아갔다는 건 분명 불순한 의도가 있어 보였다.그녀는 모든 잘못을 백시윤에게 뒤집어씌우더라도 이제 두 사람이 다시는 만나지 못하도록 막아야 했다.백시윤은 아무런 대답도 못 한 채 전화를 끊었다.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김가은이 다시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온지유 씨는 보아하니 상황 파악이 잘 된 것 같은데 백지희 씨만 여전히 멍청하네요.”짝!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백시윤은 김가은의 뺨을 내리쳤다.“다시 한번 지희를 멍청하다고 하면 다음번에는 뺨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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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희야, 날 놀라게 하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지?”백시윤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자, 백지희는 깜짝 놀랐는지 손을 냉큼 빼더니 다시 활짝 웃으며 말했다.“전 지희가 아니라 동생이라니까요?”말을 마친 뒤 소파 쪽으로 다가가 다시 테이블 위의 컵을 들고 물을 마시려 했다.저기에 물컵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그리고 누가 마셨던 물인지 몰라 백시윤은 재빨리 그녀의 손에서 물컵을 뺏앗았다.그 모습에 백지희는 깜짝 놀란 나머지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하여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물컵을 되돌려준 뒤 낮은 소리로 달래줬다.“자, 여기. 물 마시려고 그래? 내가 다시 부어줄게.”“물, 물 마시고 싶어요.”약간 어눌해 보이는 모습에 백시윤은 혼란스럽기 시작했다.그때 김다은을 막지 못한 자신을 탓했고 이렇게 만든 사람이 본인이라고 자책했다.걱정스러운 얼굴로 백지희의 앞머리를 정리해 주던 그는 뭔가 결심이 섰다.바로 백지희의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는 것이다.그러다가 재빨리 장민준에게 무조건 온지유가 돌아오기 전에 백지희를 데리고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고 전하려 했다.하지만 이 시각, 예상 밖으로 장민준과 온지유가 의사 사무실에서 다투고 있었다.백시윤은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는데 책상 위의 검사 결과를 보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백시윤 씨, 지희를 저 꼴로 만들어 이제 속이 시원해요? 그러고도 지희 옆에 있고 싶다고요? 너무 염치없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온지유는 지금 몸만 성했더라면 당장에라도 백시윤에게 달려들어 죽도록 패버리고 싶었다.백시윤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진단서를 읽어보고 또 읽어봤다.이 모든 게 다 사실이란 걸 인정하기 싫었지만 분명히 백지희가 정신적으로 문제 있다고 적혀있었다.너무 충격이 심해 미쳐버린 것이다.온지유는 보고서를 뺏어 들고 그에게 다시 욕설을 퍼부었다.“가증스럽게 지금 제 앞에서 연기하는 거예요? 일찍이 지희 곁을 떠났으면 일도 없었잖아요!”“미안해요...”백시윤은 고개를 떨구었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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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시윤은 그를 무섭게 노려봐서 어쩔 수 없이 말을 다시 삼켰다.그는 더 이상 비겁한 방법이 아닌 진심으로 백지희를 자기 곁에 두고 싶었다.의사에게 몇 가지 더 물어본 뒤 백시윤은 밖에서 직접 미니 케이크 하나를 사 왔다.그리고 병실에 들어서자 온지유가 한창 백지희에게 밥을 먹여주려는데 계속 안 먹겠다고 투정 부리고 있었다.그 모습에 백시윤이 성큼성큼 다가가 앞에 있던 음식들을 전부 치워버린 뒤 자신이 사 온 케이크를 테이블 위에 올려다 놓았다.순간 백지희는 활짝 웃으며 손뼉까지 쳤다.“케이크다, 케이크!”백시윤은 덩달아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우리 동생이 좋아하는 케이크니까 많이 먹어.”이때, 온지유가 그를 한쪽으로 데려가더니 차갑게 경고했다.“이러면 점점 밥 먹이기 힘들어진다는 걸 몰라요?”그러자 백시윤이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세끼, 꼬박꼬박 챙겨줄 테니까.”말을 마친 뒤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다시 백지희에게 다가가 케이크 한 입 떠먹여 줬다.“우리 동생, 혹시 오빠랑 같이 가지 않을래? 오빠랑 집에 갈까?”백시윤은 누구보다 백지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의사도 말했듯이 이런 경우 비록 지금 제정신이 아니지만 자신이 좋아했던 것들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그리고 정신연령이 어린애이기에 떼를 쓸 수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은 무조건 손에 넣어야 한다고 했다.백시윤의 판단이 정확했다.그의 물음에 백지희가 손을 번쩍 들면서 답했다.“동생은 오빠랑 같이 갈래요.”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온지유는 마음이 조급해졌다.“지희야,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이 말이 백지희의 귀에 들릴 리 없었고 그저 백시윤을 향해 헤벌쭉 웃으며 케익을 떠먹었다.그렇게 백지희는 백시윤 따라 가게 되었고 온지유는 속으로 백지희의 안녕을 빌 수밖에 없었다.백지희를 돌봐주기 위해 백시윤은 특별히 시외에 별장 한 채를 샀고 또 안에 어린이 시설도 몇 개 마련해 거의 미니 놀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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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아니나 음치는 아니었다.별이는 기쁜 얼굴로 손뼉을 쳤다.“너무 좋아요. 아빠, 엄마, 내일 어린이집에서 가족 이벤트를 한다고 했어요. 노래 대회라고 했는데 별이랑 같이 참가해줄 거죠?”내일은 주말이었다. 어린이집에서 주말에 이런 이벤트를 계획한 것도 평일 출근할 학부모를 고려해서였다.만약 여이현에게 다른 일정이 없다면 당연히 아내와 함께 별이의 어린이집으로 갈 것이었지만 하필이면 새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배진호는 권다솔의 마음을 되돌리느라 시간이 없으니 그가 해야 했다.“여보, 여보가 별이랑 같이 가줘. 난 그날 거래처 만나봐야 하거든.”신호를 기다리는 틈을 타 여이현이 온지유에게 말했다.온지유는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아이의 일에 부모 모두 책임을 져야 했지만 두 사람은 부부였던지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도 필요했다.여이현이 바쁘게 일하는 것도 더 유복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을 온지유도 잘 알고 있었다.별이는 더욱 배려심이 깊은 아이였다. 고집을 부리지도 않고 온지유의 팔을 꼬옥 잡아 기대며 말했다.“그럼 아빠는 일하러 가세요. 별이는 엄마만 있어도 괜찮아요. 선생님도 두 분 중 한 명만 있어도 된다고 했어요. 물론 두 분이 같이 가면 더 환영한댔어요.”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세 사람은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세 사람이 돌아왔다는 것을 눈치채기라도 한 것인지 자고 있던 온하윤도 눈을 떴다. 작은 입을 벌리며 하품했다.옆에 있던 김명자는 얼른 주방으로 가서 분유를 탄 뒤 온하윤의 입에 물려주었다. 향긋한 분유 냄새를 맡은 온하윤은 꿀꺽꿀꺽 젖병을 빨아 먹었다.세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왔을 때 마침 이 모습을 보게 되었다. 너무도 행복했다.“오늘 저녁은 내가 할게. 별이가 먹고 싶다는 햄버거를 만들고 있을 테니까 당신은 아이들이랑 놀아줘.”온지유는 여이현에게 뽀뽀한 뒤 앞치마를 두르곤 주방으로 들어갔다.거실에선 웃고 떠드는 소리가 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70화

    권다솔은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결혼할 수 없었다.게다가 남태건과 평생 묶여 살고 싶지도 않았다.설령 어젯밤 이상한 약물 탓에 그와 밤을 보내게 되었다고 해도 그녀의 마음속엔 온통 배진호뿐이었다.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그녀의 온몸이 남태건의 터치를 거부하고 있었다. 설령 그저 손을 잡는 것일 뿐이라고 해도 말이다.남태건은 잔뜩 실망한 기색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그래, 일단 생각은 해봐. 다솔아, 급하게 답을 주지 않아도 돼.”그녀가 계속 거절한다면 그녀의 부모님을 찾아가 설득하면 그만이었다.권다솔의 부모님은 그를 아주 좋아했다. 어떻게든 그녀와 이어주려고 했으니 그들과 손을 잡는다면 권다솔과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권다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설령 오랫동안 생각을 해본다고 해도 남태건을 받아줄 리가 없었다....한편 온지유 쪽.권다솔이 떠난 후 두 사람은 서로 연락하지 않았다.그동안 여이현은 배진호를 찾아간 적 있었다. 기획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넘겨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배진호는 집안일로 상태가 아주 좋지 못했다. 지금까지 혼자 회사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 보였으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을 기력은 없었다.배진호는 여이현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솔직하게 말했다.그가 솔직하게 말하니 여이현도 강요하지 않았다.“일단 집안일부터 처리하세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고요. 집안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나한테 다시 찾아와도 돼요. 그때 또 새로운 일을 줄 테니까요.”여하간에 여진 그룹은 대기업이었기에 프로젝트는 언제든지 있었다.한번 기회를 놓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었다.배진호는 그런 여이현이 너무도 고마웠다. 이미 충분히 그를 도와주고 있었다.하지만 감정이라는 건 결국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법이었다. 물을 마셔도 뜨거운 것인지 차가운 것인지 본인만 아는 것처럼 말이다. 너무 많은 사람이 끼어들면 때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때도 있었다.그는 권다솔과 다시 함께 살고 싶었지만, 전제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69화

    “참.”권다솔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체크아웃 해야겠어요.”“그럴 필요 없어. 어젯밤 방은 내가 예약한 거거든. 우린 그냥 바로 병원으로 가면 돼. 나머진 내가 알아서 다 처리할 거야.”남태건은 급하게 그녀를 말렸다.두 사람이 나가자마자 배진호가 돌아왔다.그의 손에는 금방 만든 샌드위치가 있었다. 맛집으로 소문난 가게였던지라 그는 족히 반 시간은 기다려서야 살 수 있었다.하지만 괜찮았다. 권다솔이 좋아하기만 한다면 반 시간이든 한 시간이든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손님.”이때 로비 직원이 그를 불렀다.그녀는 배진호를 측은한 눈길로 보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을 사러 나갔다가 그의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함께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그는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직원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말해주었다.“여자친구분이 이미 떠나셨어요. 체크아웃하시겠어요?”“네, 체크아웃할게요.”배진호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잠에서 깨어난 권다솔이 그에게 말도 없이 가버린 것을 보면 아직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그래서 그가 나간 사이에 생각을 정리할 겸 먼저 가버린 것으로 생각했다.체크 아웃을 한 뒤 배진호도 호텔에서 나왔다.그는 누군가 자신을 사칭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남태건은 권다솔을 데리고 병원으로 온 뒤 기본적인 검사를 진행했다. 권다솔은 아주 건강했다.하지만 그녀는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다솔아, 나랑 함께 밤을 보낸 게 그렇게 슬픈 일이야? 너한테 나는 그런 존재였어?”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주던 남태건은 눈가가 붉어졌다.권다솔은 오직 배진호만 원했다. 그 사실에 그는 가슴이 쓰라리면서 분노가 치밀었다.그는 이미 권다솔을 자신의 아내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배진호는 그의 아내와 밤을 보내지 않았는가.권다솔은 고개를 저었다.“그런 게 아니에요. 전 그냥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뿐이에요. 전 태건 씨를 여전히 친구로만 생각하고 있거든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68화

    권다솔은 눈을 떴다.옆에 누워있는 남태건을 본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머릿속도 하얘졌다.그녀는 힘겹게 입을 뗐다.“어젯밤에... 그럴 리가 없잖아요?”머릿속에 남아 있던 기억이 알려주고 있었다. 어젯밤 그녀와 함께 있었던 사람은 배진호라고. 하지만 왜 남태건이 눈앞에 있는 것일까?그녀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다솔아, 내가 어제 일찍 집에 들어가라고 했잖아. 그런데 네가 싫다면서 나더러 먼저 가라고 했지. 내가 어떻게 너만 혼자 남겨두고 집에 가? 주위에 남자들이 득실거리는데. 정말로 내가 먼저 갔다면 이상한 파리들이 너한테 꼬였을 거라고. 내가 그렇게 경계하고 있었는데도 너한테 파리가 꼬였을 줄은 몰랐네.”남태건은 태연하게 거짓말을 해댔다.얼굴도 붉지 않고 가슴도 요동치지 않을 정도로 태연했지만 두 눈엔 안타까움만 남아 있었다.“누가 네 술잔에 뭔가를 탔어. 그걸 눈치 못 챈 네가 주스를 가지러 갈 때 결국 정신을 잃게 되었었지. 하마터면 처음 보는 놈들에게 끌려갈 뻔한 걸 내가 막은 거야.”권다솔은 어젯밤 있었던 일을 기억해내려고 애를 썼다.그녀는 확실히 자신에게 치근대던 남자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녀에게 손을 대려고 했으나 배진호가 나타나 남자를 때려주며 무사하게 되었다.분명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배진호라는 것을. 애초에 남태건이 아니었다.“정말로 절 구해준 사람이 태건 씨예요? 거짓말 하고 있는 건 아니죠?”권다솔은 반신반의하며 말했다.남태건은 손을 번쩍 들며 맹세했다.“당연히 거짓말이 아니야. 어젯밤 널 구한 사람이 내가 아니라면 내가 어떻게 너랑 같은 방에 있겠어? 다솔아, 그 약은 아주 위험한 약이야. 사람 기억까지 흐릿하게 만들 수 있는 약이지. 이따가 나랑 같이 병원에 가자. 후유증이라도 남으면 안 되잖아.”기억까지 흐릿하게 만든다는 말에 권다솔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설마 진호 씨랑 보낸 시간이 전부 꿈인 거야? 약 때문에 환각이 생긴 거야?'그녀는 어제 꿈속에서 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67화

    만약 권다솔이 모른다고 한다면 그는 이곳을 떠나 그녀가 푹 쉴 수 있게 해줄 생각이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권다솔이 취했다는 것을. 술에 취한 사람과 억지로 하고 싶지 않았다.“진호 씨, 내가 어떻게 진호 씨 얼굴을 잊겠어요. 설마 내가 진호 씨를 못 알아볼 거로 생각한 거예요?”권다솔은 그를 보았다.그녀는 지금 술기운이 올라오고 있었다. 호텔 불빛 아래 보이는 배진호의 얼굴도 흐릿했다.이 모든 게 꿈일 거로 생각했다.현실에서는 감정을 꾹꾹 누르고 있었으니 꿈에서만큼은 전부 표현하리라 생각했다.그녀는 한번 또 한 번 배진호의 이름을 불렀다.그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배진호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그는 옷을 하나씩 벗으며 방 안의 불을 꺼버렸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권다솔에게 키스했다. 두 사람은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두 사람은 전부 힘이 빠진 상태였다. 그제야 서로에게서 떨어졌다.권다솔은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었기에 샤워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했다.그래서 그대로 눈을 감고 자버렸다.그날 밤, 그녀와 배진호는 그 어느 때보다 푹 자게 되었다.다음 날 아침이 되자 열린 커튼 틈 사이로 햇볕이 들어와 배진호는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옆에 누워있는 권다솔을 본 그는 전례 없던 행복을 느끼게 되었고 이대로 시간이 멈추길 바랐다.그는 권다솔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옷을 입었다. 아침을 사러 갈 생각이었다.어젯밤 두 사람은 아주 격렬하게 서로를 원했기에 권다솔이 깨어나면 분명 배고플 것이었다.아침을 먹은 후에 두 사람을 편히 잠 못 이루게 했던 문제들을 해결해볼 생각이었고 이혼도 취소할 생각이었다.그는 그렇게 호텔을 나섰다.그 모습을 마침 남태건이 목격했다. 그는 어젯밤 내내 권다솔을 찾아다니느라 잠도 자지 못했지만 찾지 못했다.조급해진 그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려던 때 배진호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배진호는 호텔에서 나왔다.그렇다는 건...남태건은 이를 빠득 갈며 호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66화

    남자는 머리가 어질거렸다. 고개를 들자 보이는 잔뜩 화가 난 배진호의 얼굴에 그는 꼬리를 내리게 되었고 이내 배진호에게 비위를 맞추려고 했다.“깼어요, 깼어요. 이 여자는 형님한테 넘길게요. 두 사람 방해하지 않고 바로 여기서 꺼져드릴 테니까 형님은 천천히 즐기십시오!”“여자도 사람이야. 우리랑 같은 인간이라고. 물건처럼 넘기느니 마느니 할 자격 없어, 너한테.”배진호는 손을 뻗어 남자의 멱살을 잡으며 엄숙하게 경고했다.그는 방금 이곳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 나서서 도와준 이유는 아무 잘못도 없는 여자가 괴롭힘당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그저 한 몫 챙겨보려고 구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그의 마음속에 권다솔 외에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었다.“네, 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남자는 바닥을 기어 다니더니 빠르게 몸을 일으켜 도망쳤고 중얼거리며 배진호를 욕했다.‘어디서 허세를 부려!'‘세상에 욕망이 없는 남자가 어디에 있다고! 다들 여자를 원한다고!'배진호는 쫓아가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방금 남자에게 당하고 있었던 여자에게 밤늦게 술집에 왔을 땐 조심하라고 말하고 싶었다.그런데 그는 권다솔을 발견하게 되었다.“진호 씨?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건 아니죠? 진호 씨가 왜 여기에 있어요?”권다솔은 그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다.그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 자신이 그렇게나 그리워했던 남자가 지금 바로 눈앞에 있자 땜이 무너져버린 저수지처럼 감정이 흘러나왔다.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권다솔은 속으로 자신에 말했지만, 여전히 참지 못하고 손을 뻗게 되었다. 배진호를 직접 만지며 꿈인지 현실인지 확인하고 싶었다.“나예요. 우리가 같은 목적으로 여기에 온 것 같네요.”배진호는 씁쓸하게 웃었다.방금 그는 차를 몰고 이곳으로 오면서 안에서 빛나는 불빛 보며 생각했었다. 만약 이곳에 권다솔이 있다면 분명 안으로 들어가 한잔 마셨을 것이라고.그 생각으로 이 안까지 들어온 것이다.그러나 그는 정말로 이곳에서 권다솔을 만나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65화

    “태건 씨, 다시 말하지만 나는 도움이 필요 없어요. 빨리 돌아가세요.”권다솔의 목소리엔 이미 지친 듯한 짜증이 묻어났다.그녀가 밤늦게 클럽에 온 이유는 마음을 풀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이지 남태건이 옆에서 잔소리를 늘어놓으라고 온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남태건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그녀 옆에 자리를 잡고 자신도 맥주 한 병을 땄다.“네가 술을 마시고 싶다면 내가 같이 마셔줄게. 네가 집에 가고 싶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데려다줄게.”권다솔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갑자기 술 마실 기분이 뚝 떨어진 그녀는 술병을 옆으로 밀어두고 춤추는 남녀들로 가득한 스테이지를 멍하니 바라봤다.‘이 순간에 배진호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다솔아, 우리도 같이 춤출래?”남태건이 먼저 제안했다.아까 이쪽으로 오면서 그는 배진호를 봤다.그 남자는 정말로 끈질기게 권다솔의 앞에 나타났다. 아니면 둘 사이엔 정말 인연이라도 있는 걸까? 이렇게 힘들고 지칠 때 찾는 곳이 똑같다는 것 자체가.하지만 남태건은 그런 인연도 자신이 있는 한 반드시 끊어낼 거라 다짐했다.그는 배진호가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권다솔과 자신이 춤을 추며 두 사람의 몸이 밀착해 있는 모습을 말이다.권다솔은 고개를 저었다.“혼자 가세요. 난 그냥 조용히 있고 싶어요.”“네가 안 간다면 나도 안 가. 나는 너하고만 있고 싶어. 다른 여자는 보지도 않을 거야.”남태건은 천천히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둘 사이의 거리가 한층 더 좁혀졌다.남태건이 손을 내밀어 권다솔의 손끝에 닿으려는 순간, 권다솔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다솔아, 어디 가려고?”남태건은 그녀가 화난 줄 알고 얼른 따라가려고 몸을 일으켰다.권다솔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주스 좀 받아어려고요. 금방 올 테니까 여기 있으세요.”그제야 남태건은 안심하고 자리에 앉았다.그는 미리 준비해 둔 액세서리를 가방에서 꺼냈다. 권다솔이 돌아오면 그녀에게 선물할 생각에 미소를 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64화

    술병이 박살 나며 바닥이 깨진 조각들로 가득 찼다.여자는 눈앞의 상황에 깜짝 놀라 화들짝 일어섰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배진호를 쳐다보는 그녀의 심장은 놀라서 요동쳤다."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비키라고 했잖아."배진호는 마침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의 눈빛엔 감정이 전혀 없었다. 욕망은커녕 오히려 혐오감만 가득 차 있었다.그 순간, 여자는 철저히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내가 그렇게 형편없나?’제 발로 찾아온 여자도 거부할 뿐만 아니라 맥주병까지 깨버리다니."알았어. 가면 되잖아. 설마 내가 당신 아니면 안 될 줄 알아?"그녀도 자존심에 화가 났다.체면을 세우고 싶었던 그녀는 독설을 날렸다."당신 같은 사람 나 말고 누가 좋아한다고 그래? 사람들한테 방해받기 싫으면 여기엔 왜 온 건데?"클럽은 남녀가 자유롭게 어울리는 곳 아닌가?자기가 순진한 남자라도 되는 줄 아는가?배진호는 그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변이 조용해진 뒤,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아 조용히 술잔을 들었다.만약 권다솔이 여기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 뿐이라는 것을.그가 술잔을 집으려 고개를 숙인 순간, 남태건이 그의 옆을 지나 안쪽 자리로 향했다.권다솔이 그곳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쫓아낸 남자들이 몇 명인지 셀 수도 없었다. 몇몇은 버티며 소란을 피우려 했지만 그녀의 손에 든 맥주병은 그들을 봐주지 않았다.머리를 맞을 뻔한 남자들은 당연히 더 이상 그녀를 귀찮게 하지 못했다.하지만 그들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틈틈이 이쪽을 힐끔거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그때 남태건이 다가왔다.그는 권다솔의 손에 있던 술병을 순식간에 낚아챘다.“다솔아,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밤늦게 집에 안 들어가고 왜 여기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어?”“이건 내 일이에요. 당신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권다솔은 그의 말을 듣고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권다솔은 방금 뺏긴 술병 대신 새로운 술병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63화

    클럽에는 예쁜 여자들이 많았지만 권다솔 같은 분위기의 사람은 얼마 보이지 않았다.권다솔이 들어서자마자 한 남자가 술잔을 들고 와서 말을 걸었다.“저희 이미 자리 잡았는데 오실래요? 스페이드 에이스도 깠어요. 마시러 와요.”“저 사람 따라가실 거면 그만두고 이쪽으로 오세요. 전 이 클럽 회원이에요. 마시고 싶은 술이 있으면 아무거나 불러요.”하지만 권다솔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들을 밀어냈다.“비켜주세요.”권다솔은 곧장 카운터로 걸어가서 테이블 석과 맥주를 한 박스 주문했다.그녀는 혼자서 자리에 앉아 기계식으로 맥주를 열고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곧 테이블 위에는 빈 맥주병들이 줄을 지었다.알콜로 정신을 마비시키고 싶었지만 이렇게 많은 술을 마셔도 머리는 점점 맑아지기만 했다.머릿속에는 심지어 배진호의 모습이 그려지기까지 했다.같이 일을 하던 장면들, 행복한 연애를 하던 장면들, 많은 조각들이 모여져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를 하는 배진호의 모습으로 변했다.한때 그녀는 자신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인 것 같았다. 크면서 한 번도 억울함을 겪은 적 없었고 일도 순조로웠다. 배진호라는 사랑하는 남자도 만났고 말이다.하지만 지금은 그저 광대가 돼버린듯한 기분이었다.“웨이터.”권다솔은 빈 술병을 한쪽에 치워두고 휘청거리며 일어섰다.“소주 몇 병 추가해 주세요.”맥주로는 아무리 마셔도 도저히 취하지 않았다.소주라도 더 마셔야 할 것 같았다.취하고 나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슬프지도 않을 것이다.머지않은 곳 다른 테이블 석에서 배진호도 한잔 또 한잔 술을 입안에 들이붓고 있었다.잘 생기고 분위기 있는 그의 모습에 고급스러운 옷차림, 게다가 주변에는 다른 여자도 없었다.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바에 있는 여자들의 이목을 끌었다.곧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항 여자 한 명이 그의 곁에 와서 앉으며 배진호의 허리를 두 손으로 감쌌다.“오빠, 혼자 왔어? 혼자 마셔도 재미없는데 나랑 게임 할까? 진 사람이 옷 하나씩 벗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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