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훈의 방에 불청객 이승우가 찾아왔다.“정말 대단하네. 넌 그렇게 속이 좁아터졌는데, 정작 사람들은 다 너한테 의리 있게 굴고 말이야.”갓 샤워를 마친 연정훈은 저녁도 먹지 않은 채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할 일 없으면 얼른 가라. 나 쉬고 싶다.”이승우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나는 무슨 너희 집에 있고 싶은 줄 알아?”그는 가볍게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나 바쁘거든. 부승희가 나랑 카드 게임 하고 싶대. 야식도 사준대.”이승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연정훈의 공허한 시선이 허공에 고정되었다.그는 고개를 들어 이승우를 바라보았다.이승우도 그런 연정훈의 반응에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원래는 너도 초대하려고 했는데, 쉬어야 한다니까 굳이 방해는 안 할게.”말을 마친 이승우가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더니 느긋하게 문 쪽으로 걸어갔다.그런 이승우의 뒷모습을 연정훈은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그대로 가는 줄 알았던 이승우는 타이밍 좋게 다시 뒤돌아서더니 문틀에 기대 여우 같은 미소를 지으며 네 손가락을 세웠다.“4억, 내가 너 데리고 가준다.”“…”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연정훈은 고개를 숙이더니 담배를 한 모금 더 빨아들였다.이승우는 조금도 서두르는 기색 없이 말했다.“수표, 이체. 다 괜찮으니까 골라 봐.”연정훈의 차가운 시선이 다시 한번 이승우에게 내리꽂혔다.그 시선에 이승우의 웃음소리가 커지더니 셀프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삼, 이…”결국, 깊게 숨을 들이쉰 연정훈은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종일 일하다 온 안시연은 피로에 잠식된 나머지 그저 잠 생각뿐이었다.하지만 부승희는 어떻게 에너지가 그렇게도 넘치는지 또 누군가를 불러내 술을 마시고, 카드 게임도 할 생각이었다.“저 돈 없어요.”안시연이 말했다.“시연 씨한테는 없어도, 시연 씨 남자한테는 돈 많잖아요.”부승희가 안시연을 부추겼다.그 말을 들은 안시연은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설마 정훈 씨도 불렀어요?”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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