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씨 할머니는 미친 사람이라도 된 듯 안시연을 붙잡고는 계속 혜연이라고 불러댔다.깜짝 놀란 안시연이 서둘러 설명했다.“할머님,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아요.”“혜연아, 엄마야. 엄마 여기 있어.”하지만 할머니는 안시연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녀는 곁에 있던 임지연을 밀어내더니 두 손으로 안시연을 붙잡았다. 노인의 눈빛은 잃은 줄로만 알았던 딸을 다시 마주했다는 기쁨에 가득 차 있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 헀다.주씨 가문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할머니를 설득해보려고 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혜연이가 돌아왔어, 혜연이가 돌아온 거야!”할머니는 계속해서 같은 말만 반복했다.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안시연은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곁에 있던 부승희는 진작 인파에 의해 한쪽으로 밀려나 있었고 그렇게 밀려난 부승희의 주위에는 다 모르는 사람들뿐이었다.현장이 혼란스럽던 그때, 누군가 안시연의 뒤에서 나타나 그녀를 보호하며 천천히 인파들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손을 뻗어 할머니의 떨리는 손을 잡더니 깊고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사람 잘못 보셨어요.”안시연도 그 말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사람 잘못 보신 거예요.”할머니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안시연과 연정훈을 번갈아 보더니 오히려 그들의 손을 더욱 꽉 잡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불안하게 빨갛던 할머니의 얼굴은 더욱 빨개지고 있었다.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아챈 연정훈의 마음이 무거워졌다.그 순간, 주씨 가문의 큰아들 주운덕이 소리쳤다.“당장 의사 불러!”주운덕의 말이 끝나자 다이닝룸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당황한 안시연이 고개를 들어보니 살벌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양민지와 임유정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겁먹을 필요 없어.”귓가에서는 남자의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안시연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귓가에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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