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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Chapter 281 - Chapter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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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안시연은 쑥스러운 나머지 남자의 어깨에 기대어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정훈은 흥미를 잃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몸을 좋아하지만, 지금처럼 그녀를 안고 얼굴을 보면서 귀여워하는 것도 몸과 마음이 즐거워지는 일이다.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뽀뽀한 후 손바닥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덮었다.“아프면 일하지 말고 오늘 밤에는 일찍 쉬어.”안시연은 약간 의아했다. 적어도 다른 방법으로 시중 들어야 하는 줄 알았다.그녀는 남자를 힐끗 쳐다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연정훈은 그녀와 이마를 맞대고 조용히 정신을 가다듬었다.그녀를 안고 있으니 하루의 피로가 싹 다 풀렸다.안시연은 조용히 그의 관자놀이를 만지더니 살살 문질렀다.그렇게 한참 조용히 있다가 연정훈은 그녀를 안고 방으로 돌아갔다. 알카파 두 마리는 서브룸에 가둬두었다.안시연은 잠자리에 들 때, 달그락거리는 발소리를 들으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다시는 뛰어나오지 않을까요?”“열쇠를 가져다가 문을 잠갔어.”“...”이렇게 진지할 일인가? 그녀는 너무 웃겼다.남자는 그녀를 품에 안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자.”안시연은 대답한 후 깊은 잠에 곯아떨어졌다.연정훈은 그녀에게 옷을 맞춰주겠다고 하더니 정말 그 약속을 지켰다.주씨 가문 파티 당일, 밖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 그는 직접 함풍에 그녀를 데리러 왔다.여전히 전철웅의 가게로 갔는데, 이번에는 뒷문으로 들어갔다.전철웅의 막내 아들 전이수가 문을 열어주었다. 전통 의상을 입은 전이수는 품위 있는 청년이었다.“아버지가 요 몇 년 몸이 안 좋아서 옷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요. 이틀 동안 야근해서 만든 새 옷을 방금 보냈고, 지금 쉬러 들어가셨어요.”설명을 들은 안시연은 그 새 옷이 양민아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전이수는 그녀와 연정훈을 데리고 뒷건물로 가면서 말했다.“사실 지금 제작한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에요. 아버지가 손재간이 좋기로 유명하지만 어쨌든 연세가 있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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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전이수가 설명했다.“이 옷장 안에 있는 옷 두 벌 다 아버지께서 가장 자랑스러워하셨던 작품이에요. 안타깝게도 옷 주인들은 다 젊은 나이에 일찍 세상을 떴지만요. 옷이 완성되기도 전에 먼저 떠나버렸으니, 아쉽게 된 거죠.”그 말을 듣는 안시연의 마음이 쓰라렸다.하지만 안시연은 진심으로 그 옷이 마음에 들었다.“정말 예뻐요.”안시연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전이수는 다른 옷 몇 벌도 꺼내 보여주었지만 안시연의 눈에는 옷장 속에 있던 그 옷밖에 들어오지 않았다.“저 옷 좀 입어 봐도 될까요?”결국, 안시연이 입을 열었다.전이수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대답했다.“왼쪽 옷의 유래는 저도 알고 있지만 오른쪽 옷의 내력은 아버지께서 말해주신 적이 없어요.”“그럼…”“됐어요.”전이수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꿀벌은 예쁜 꽃에 끌리는 법이죠.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이라면 이 예쁜 옷도 아주 잘 어울릴 겁니다. 가만히 둬봤자 그냥 낭비일 테니까요.”안시연은 그런 전이수의 말에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그럼 우선 입어볼게요.”전이수가 말했다.“옷 다 갈아입으시면 불러주세요. 나중에 제가 올라와서 헤어도 해드릴게요.”말을 마친 전이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했다.안시연은 어딘가 의아한 기색으로 말했다.“제가 탈의실로 가면 돼요. 굳이 내려가실 필요 없습니다.”전이수는 아래층을 가리키며 말했다.“그래도 남녀는 다른 법이잖아요. 연 대표님께서 질투라도 하시면 저는 감당할 자신 없습니다.”그 말에 안시연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리 없어요.”안시연은 연정훈 같은 성숙한 사람이 그렇게 유치하게 질투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전이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재빨리 눈치껏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안시연이 옷을 다 갈아입고 나서야 전이수가 다시 위층으로 올라왔다.그러는 사이, 전이수는 여자 도우미까지 불러 간단히 마실 것이라도 가져다주게 하며 최대한 안시연과 단둘이 있는 시간을 피했다.안시연은 전이수가 정말 재미있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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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찰칵!셔터가 눌리자 사진이 즉석에서 나왔다.전이수는 특별히 두 사람을 위해 흑백 필터를 사용해 사진을 찍었다. 그는 이 색감이 안시연의 옷과 연정훈의 분위기에 더 어울린다고 판단했다.사진을 받은 안시연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그녀는 자신이 예쁘게 나왔다는 사실이 그저 마음에 들었다.안시연의 옆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카메라를 바라보던 연정훈의 시선은 차갑고도 깊었다. 간단히 차려입은 정장은 특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는 여유롭게 소파에 기대앉아 한 손은 안시연의 뒤에, 다른 한 손은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소매 끝에 달린 보석 단추가 흑백을 뚫고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한눈에 봐도 그는 세상을 쥐고 흔드는 거물 같아 보였다.안시연은 한동안 사진 모서리를 꼭 쥐고 있었다.그들의 관계는 하루하루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이 사진은 두 사람의 유일한 커플 사진일지도 몰랐다.그녀는 얼굴을 돌려 연정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거 저한테 줄 수 있어요?”고작 사진 한 장에 불과했다.연정훈이 대답했다.“마음에 들면 더 찍어도 돼.”안시연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이거 한 장이면 충분해요.”사진을 지갑에 넣은 안시연은 전이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네요.”시간은 아직 일렀고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런 김에 안시연은 부승희에게 선물해줄 옷을 한 벌 더 골랐다.6시가 다가오자 연정훈은 안시연을 데리고 주씨 가문의 본가로 갔다.차 안에서 안시연이 말했다.“저는 승희 씨랑 약속이 있어서요, 근처에 내려주시면 될 것 같아요.” 말에 연정훈은 안시연을 슬쩍 바라보았다.안시연이 연정훈에게 살포시 웃어 보였다.“승희 씨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어서요.”오늘 같은 상황에 안시연이 연정훈과 함께 다니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지금 안시연의 행동은 매우 적절했다. 하지만 연정훈은 저도 모르게 그날의 천문 전시회를 떠올렸다. 그때 연정훈은 안시연을 데리고 현장에 등장해 사람들에게 그녀를 소개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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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양민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다급하게 시선을 거두었다.그녀는 연정훈이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여자의 미모에 흔들릴 수는 있어도 경중을 구분하지 못할 사람은 아니었다.오늘 밤, 연정훈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은 자신뿐이었다.양민지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최수영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최수영은 한때 그녀의 선생님이었다. 그 덕분인지 최수영은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보다 양민지를 대할 때 더 친절한 듯했다.그 모습을 보며 임유정은 어딘가 못마땅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그리고 그녀의 곁에 있던 연명걸은 자발적으로 잔을 들더니 연정훈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연정훈은 사람들의 대쉬에 덤덤하게 응해주었지만 별로 열정적이지는 않았다.하지만 주씨 가문의 수장인 주운덕은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연정훈에게 제일 먼저 인사를 건넨 후에야 연명걸에게 인사를 건넸다.두 사람을 대하는 주운덕의 온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임유정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저 이를 꽉 깨물고 참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지금 양민지와 기 싸움도 해야 했고 연정훈을 빼앗아간 안시연도 경계해야 했다.그녀는 자신에게서 연정훈을 빼앗아간 안시연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길 바랐다. 그 동시에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연정훈도 꼭 후회하게 만들겠다고 거듭 결심했다.곧이어 주씨 할머니가 막내아들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 모습을 보였다. 그제야 현장의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할머니의 상태는 별로 좋게 보이지 않았지만 소문과는 다르게 정신이 아주 또렷해 보였다.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그 모습이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혈기왕성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품었다.죽음을 앞둔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 사람을 꺼리기 마련이다. 양민지와 임유정도 처음에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졌지만 곧 이 자리가 중요한 비즈니스 관계를 맺기 위한 자리라는 것을 의식하고는 밝은 미소로 할머니를 맞이했다.끝자리에 앉아 있던 부승희가 비꼬며 말했다.“저 두 명 정말 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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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주씨 할머니는 미친 사람이라도 된 듯 안시연을 붙잡고는 계속 혜연이라고 불러댔다.깜짝 놀란 안시연이 서둘러 설명했다.“할머님,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아요.”“혜연아, 엄마야. 엄마 여기 있어.”하지만 할머니는 안시연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녀는 곁에 있던 임지연을 밀어내더니 두 손으로 안시연을 붙잡았다. 노인의 눈빛은 잃은 줄로만 알았던 딸을 다시 마주했다는 기쁨에 가득 차 있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 헀다.주씨 가문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할머니를 설득해보려고 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혜연이가 돌아왔어, 혜연이가 돌아온 거야!”할머니는 계속해서 같은 말만 반복했다.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안시연은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곁에 있던 부승희는 진작 인파에 의해 한쪽으로 밀려나 있었고 그렇게 밀려난 부승희의 주위에는 다 모르는 사람들뿐이었다.현장이 혼란스럽던 그때, 누군가 안시연의 뒤에서 나타나 그녀를 보호하며 천천히 인파들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손을 뻗어 할머니의 떨리는 손을 잡더니 깊고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사람 잘못 보셨어요.”안시연도 그 말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사람 잘못 보신 거예요.”할머니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안시연과 연정훈을 번갈아 보더니 오히려 그들의 손을 더욱 꽉 잡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불안하게 빨갛던 할머니의 얼굴은 더욱 빨개지고 있었다.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아챈 연정훈의 마음이 무거워졌다.그 순간, 주씨 가문의 큰아들 주운덕이 소리쳤다.“당장 의사 불러!”주운덕의 말이 끝나자 다이닝룸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당황한 안시연이 고개를 들어보니 살벌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양민지와 임유정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겁먹을 필요 없어.”귓가에서는 남자의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안시연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귓가에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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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할머님께서 저를 만나고 싶어 하신다고요?”안시연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주운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시연 씨, 번거로우시겠지만 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저희 어르신 만나시면 시연 씨가 혜연이가 아니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안시연은 단번에 주운덕의 말을 이해했다.이는 할머니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한 주운덕의 큰 그림이었다.하지만 안시연은 어딘가 불안해졌다.그 순간, 연정훈이 타이밍 좋게 입을 열었다.“다녀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그 말을 듣자 안시연은 마음이 놓였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운덕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본채에 있던 손님들은 모두 자리를 떴고 주씨 가문의 가족들만 남아있었다. 안시연이 올라갔을 때, 할머니의 방에는 할머니와 가장 가까운 아들딸과 손주들만 있었다.안시연이 도착하자 모두가 그녀를 위해 길을 비켜주었다. 할머니는 숨만 겨우 붙어있는 상황이었다. 노인은 안시연을 발견하자마자 그녀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안시연도 무의식적으로 함께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시끄럽게 울려대던 할머니의 심장박동 기계가 안정을 되찾았다.주씨 가문의 사람들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안시연에게 다가간 최수영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괜찮아요.”최수영은 고맙다는 표정만 짓고는 아무 말도 없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시간이 조금씩 흘렀다.노인은 천천히 잠이 들기 시작했고 곁을 지키던 안시연도 한쪽 몸이 저리기 시작했다.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최수영이 다가와 속삭였다.“이제 가보셔도 될 것 같아요, 시연 씨.”안시연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손을 빼고는 몸을 일으키며 노인의 손을 이불 속으로 넣어주었다.그 모습을 눈에 담던 주씨 일가 사람들은 안시연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방을 나서기 전, 안시연은 의사의 말을 듣게 되었다.“오늘 밤 아니면 내일쯤일 겁니다. 가족분들께서 전부 지키고 계시는 게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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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연정훈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안시연은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 편히 자리에 누울 수 없었다. 혹시라도 옷과 메이크업이 망가질까 봐 그녀는 책상에 엎드려 휴식을 취했다.안시연은 몇 분마다 한 번씩 연정훈과의 채팅창을 확인하며 아직도 그가 근처에 있는지가 궁금했다.동시에 연정훈도 휴대폰을 확인할 때마다 “입력 중”임을 알리는 아이콘이 뜨는 것을 보고는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나 안 갔어.”그 문자에 안시연은 입술을 깨물며 안심했다.그렇게 메시지를 몇 번 주고받으니 점점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그렇게 꿈속에서 안시연은 오랜만에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엄마는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안시연의 이름을 불렀다.시연아.엄마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소현정의 얼굴이 아니었다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꿈속에서 만난 엄마는 소현정보다 훨씬 아름다웠다.비몽사몽 한 상태로 안시연은 계속 엄마의 발자국을 열심히 뒤따라갔다.그러던 중, 실수로 발을 헛디뎌 버렸다.귓가에는 분주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이윽고 다급한 노크 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시연 씨, 시연 씨!”깜짝 놀란 안시연이 잠에서 깨어났다. 머리보다 빨리 반응한 몸이 곧바로 몸을 일으켜 문을 열었다.문밖에는 주씨 가문의 손자가 서 있었다.“할머님께서 깨어나셨는데, 시연 씨를 찾고 계세요!”그 말에 안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자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2층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안시연은 이번이 할머니의 마지막일 것 같다는 나쁜 예감이 들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가쁜 숨소리와 희미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말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혜연아…”안시연은 침대 옆에 앉아 먼저 손을 내밀어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주씨 할머니의 의식은 전보다 더 또렷했다. 그녀는 눈을 뜬 채 쉴 틈 없이 눈물을 흘리며 안시연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할머니를 둔 안시연은 이 광경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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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이 밤은 잠들 수 없는 밤이 될 것이다.그것은 연정훈과 안시연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마찬가지였다.주씨 가문은 앞서 아주 독특한 생일 파티를 열었고, 그 후로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그것도 이름도 모를 한 여인 때문에.이 소식은 순식간에 양주시의 상류층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갔다.안시연은 사람이 가장 적은 장례 첫날에 부승희와 함께 조문을 위해 방문했다. 하지만 그 후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주씨 가문의 장례는 간소하게 치러졌고 3일 만에 모든 절차가 끝났다.그날 오후, 안시연은 주운덕의 초대로 주씨 가문을 방문해 차를 마셨다. 그곳에는 단 둘뿐이었다.주씨 가문은 장례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이었는지 집안 곳곳에서 침울한 분위기가 느껴졌다.안시연도 예의를 갖춰 단정한 옅은 흰색의 옷을 입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그녀를 발견한 주운덕 부부는 아주 부드러운 표정으로 안시연을 맞이했다.“앉아요, 시연 씨.”최수영이 직접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안시연이 말했다.“너무 과분한 대접 아닌가 싶네요.”“그런 말 마세요. 이번에 시연 씨 덕분에 어머니께서 큰 한을 풀고 가셨는걸요.”주운덕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시연 씨 아니었으면 어머니께서도 편히 눈 감지 못하셨을 겁니다.”하지만 안시연은 어딘가 모를 죄책감에 입을 열었다.“다 제 실수입니다. 제가 혜연 씨 옷만 안 입었더라면, 그랬다면 어쩌면 할머님께서는 조금 더 살다가 가셨을지도 몰라요.”주운덕이 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저희 어머니 몸 상태는 저희가 제일 잘 압니다. 절대 시연 씨 잘못이 아니에요. 그저 때가 되어 가신 것뿐입니다.”그 말에 안시연은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그녀는 찻잔을 들고 물었다.“할머님 장례식 끝났는지 얼마 안 돼서 바쁘실 텐데, 저를 부르신 이유가 있을까요? 뭐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시키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최수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희 가문에서 시연 씨한테 큰 신세를 지게 됐으니, 저희 쪽에서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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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정말 연정훈한테 그렇게 얘기했단 말이에요?”레스토랑에서 안시연과 만난 부승희는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안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시연은 어젯밤 연정훈과 말없이 진행된 대화를 떠올리더니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부승희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대단하다. 정말 너무 대단해요.”안시연은 입맛이 없는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아마 우리 교수님, 화 단단히 나셨을걸요.”흥미진진하게 얘기를 듣던 부승희는 안시연의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무슨 반응이었는데요?”“아무 반응도 없었어요.”“제가 보기엔 정훈 오빠 시연 씨 보내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은데요?”잠시 생각에 잠긴 안시연이 말했다.“아마, 제가 본인 권위에 도전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기분 나쁜 것도 당연해요.”턱을 쓰다듬던 부승희가 말했다.“아니면 시연 씨를 놔주기 싫은 걸 수도 있죠.”안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상상이 너무 과하신데요.”부승희가 턱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그럼 시연 씨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주씨 가문의 그 만능 카드를 어디에 쓰고 싶은데요?”안시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뭐야, 그럼 정말 그걸로 정훈 오빠랑 협상하는 거예요?”안시연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그러면 안 돼요?”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부승희가 말했다.“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관두는 게 좋을걸요.”그 말에 안시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최근 들어 그녀의 마음은 점점 여유로워지고 있었고 머리에는 지식도 쌓이면서 점점 대담해지고 있었다.죽고 싶어 환장했다고?사실 그런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연정훈과 원만하게 관계를 끝낼 수만 있다면 그녀의 삶도 더 이상 방해받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외할머니의 병원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면 굳이 지금 같은 생활을 계속해나갈 필요는 없었다.매일 그를 마주하며 이 관계의 끝을 기다리는 것 또한 안시연에게는 고역이었다.차라리 짧고 굵게 아프고 마는 것이 낫지 않을까?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 몇 명의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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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주 씨 저택 밖.벤틀리 차 한 대가 조용히 서 있었고 연정훈은 말없이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안시연은 앞에서는 주씨 가문으로 연정훈과 거래를 시도하며 헤어질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뒤에서는 연정훈을 위해 이런저런 부탁을 하고 다녔다.안시연…연정훈은 그녀의 이름을 곱씹으며 처음으로 그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경인으로 돌아갔던 며칠 동안, 연정훈은 단 한 번도 안시연을 잊었던 적이 없었다. 별다른 건 없었다. 그저 그녀 때문에 속이 쓰려왔고 생각할수록 잠들기 어려웠을 뿐이었다.연정훈은 안시연에게 “결혼”이나 “사랑” 같은 건 줄 수 없었어도 지금까지 그녀에게 못 해준 적은 없다고 생각해왔다.하지만 안시연은 자신이 우위를 점하게 되자 곧바로 연정훈을 내칠 생각부터 하더니 당당하게 조건을 내걸며 거래까지 제안했다.그렇게 연정훈은 며칠 동안이나 안시연을 냉담하게 대해왔건만, 연정훈이 없는 곳에서 안시연은 그에게 큰 선물을 주었다.정말 원수를 은혜로 갚은 셈이나 다름없었다.그리고 이것은 연정훈의 자존심에 큰 타격을 주었다.“연 대표님, 어디로 가야 할까요?”진수빈이 조심스레 물었다.“호텔.”어느 호텔로 가야 할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알 수 있었다.진수빈은 운전 기사에게 눈빛을 보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호텔까지 가는 동안 연정훈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텔에 도착해보니 마음만은 묘하게 기쁜 것을 알 수 있었다.엘리베이터에 올라탄 그는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계속 곁눈질로 올라가는 층수를 신경 쓰고 있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그는 카드키를 문에 갖다 대더니 잠시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이 시간이면 안시연은 퇴근하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 본 방안은 적막하기 그지없었다.안시연은 물론이고 원래 있던 두 마리의 알파카도 없었다.대단하신 우리의 연 대표는 오랜 시간 동안 거실에 서 있다가 뒤늦게 휴대폰을 꺼내 안시연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어디야?”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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