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훈은 어깨가 으쓱했으나 부승원은 난처해 쥐구멍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반우희면 몰라도 어느새 이승우마저 한술 더 떠서 뭘 할 거냐고 재촉했다.부승원의 얼굴은 아주 싸늘했다.“뭐 재판하는 거라도 보여줄까?”“좋아.”이승우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네가 재판장 해. 내가 희생해서 피의자 역 할게.”부승희가 이승우를 슬쩍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성추행범?”이승우는 고개를 돌려 다른 여자들에게 물었다.“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다고 할까요?”여자들은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내 마음에 불을 지른 방화죄?”“그렇죠.”부승희가 입을 삐죽였다.반우희는 행여나 이렇게 흐지부지 끝나기라도 할까 봐 부승원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부승원은 그녀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안시연은 반우희가 정말 눈치가 무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좋은 마음으로 말을 꺼냈다.“부승원 변호사님은 서예를 잘하시니 부승희 씨에게 따로 서예 액자를 만들어 선물하시면 어떨까요? 오늘 이 자리도 부승희 씨의 축하 파티니까요.”부승희는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오빠가 서예 하는 걸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데 안시연 씨는 어떻게 알았어요?”“전에 변호사님 사무실 한번 다녀왔는데 액자에 작게 부승원 씨 이름이 새겨져 있었어요.”“아, 난 또.”이승우는 연정훈의 눈치를 보다가 일부러 안시연을 놀리듯 말했다.“엄청 세심한 스타일인가 봐요.”“우연히 봤을 뿐이에요.”“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세심한 건가요? 아니면 부승원 변호사한테만 세심한 건가요?”안시연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이게 대체 무슨 질문인 건가?’이승우가 계속해서 물었다.“저랑 부승원 두 사람 중에서 누구랑 더 친해요?”안시연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그러나 이승우가 먼저 대답했다.“당연히 나, 맞죠?”안시연은 또 부인할 수가 없었다.“그럼 내 장기가 뭔지는 알아요?”“...”이승우는 불 난 집에 계속 부채질을 했다.“아님 나 말고 연 대표님 장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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