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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作者: 라오
연명걸은 계획이 틀어지지 않도록 먼저 안시연에게 USB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USB는 암호로 잠겨 있었지만 전문 인력이 손만 보면 해제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연명걸은 호텔 담당자를 지시해 안시연에게 전화하게 했다.

“안시연 씨, 갑자기 연락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어젯밤 연회에 참석한 고객 중 한 분이 회사 USB를 유실하셨는데 카메라 확인 결과 안시연 씨가 무심결에 챙겨가신 걸 확인했습니다.”

안시연은 전화를 받고 곰곰이 기억을 더듬었다.

연명걸이 이철수를 밀어내고 안시연은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 담았으며 특별한 물건은 기억나지 않았다.

“지금은 회사에 있어 확인이 불가능하고 확인 후 저한테 소지품이 있으면 바로 퀵으로 보내드릴게요.”

호텔 담당자는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했다.

안시연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재고 조사 업무도 거의 막바지에 달하고 이제 경인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 되었다.

주임은 농담 삼아 이런 말을 했다.

“함풍목재 경영은 그럭저럭해도 장부는 정말 아무 문제도 찾을 수가 없네요.”

안시연도 동감이었다. 정말 가히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다.

여러 선배도 말을 보탰다.

“이렇게 문제가 티끌 하나도 없는 장부는 처음이에요.”

안시연은 선배를 바라보다가 조금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주임이 말했다.

“아무 문제가 없는 건 좋은 일이지요.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요. 어쩌면 내일이면 경인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사무실은 환호성이 이어졌다.

출장에 몸이 힘들었지만 수고비와 이어질 휴가에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안시연도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오전 소현정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대충 뜻은 연정훈과의 관계가 부적절하니 빨리 끝내라는 것이었다.

외할머니도 자주 전화를 걸어와 그녀가 보고 싶다고 전했다.

안시연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일에 몰두했다.

드디어 퇴근 시간 전으로 모든 업무를 끝마쳤다.

주임이 휴가라고 외치자 모든 사람들이 환호했다.

안시연은 바로 부승희의 연락을 받았는데 교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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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열두 시 반.양혁수는 침대 왼쪽 끝에 누웠고 오른쪽엔 변여름이 누워 있었다.아까 변여름은 대화를 하자며 양혁수를 기어코 침대에 데리고 왔다.평소에 말수가 적은 변여름이었지만 대화를 이어가야 할 때에는 그 누구보다도 수다스러울 수 있었다.지금도 변여름은 양혁수에게 최근에 봤던 아재 개그를 알려주고 있었다.“너 예능도 봐?”양혁수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일반적으로 제 나이 또래 여자아이들이라면 예능 많이 보잖아요.”또 자신을 일반적인 소녀로 묶으려 애쓰는 모양이었다.양혁수는 변여름이 왜 굳이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변여름의 대화에 꽤 흥미가 생겼기에 잠자코 듣고 있었다.“그래. 무슨 아재 개그인데? 너무 썰렁하면 안 들어줄 거야.”변여름이 목을 가다듬더니 말을 이었다.“딸기가 회사에 잘리면 뭐가 되는지 알아요?”양혁수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백수.”“아니요. 딸기시럽이요.”양혁수는 한참 고민하다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왜?”변여름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딸기가 실업했으니까 딸기시럽이죠!”“...”양혁수는 썰렁함에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이상하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그 어떤 개그보다도 자신을 웃기려 애쓰는 변여름이 가장 재밌게 느껴졌다.“나 다른 아재 개그도 알아요.”변여름은 은근슬쩍 양혁수에게 다가갔고 거의 딱 붙기 직전이었다.양혁수는 재빨리 이를 발견하며 변여름을 다시 원위치로 밀었다.“자꾸 선 넘으면 네 방으로 확 던져 버리는 수가 있어.”양혁수가 변여름을 향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대화하자며 데려와 놓고 자꾸 수작 피울래?”변여름은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이불을 고쳐 덮었다.“너무 멀어서 오빠한테 잘 들리지 않을까 봐 그랬죠.”“나 겨우 서른이야. 이 정도 거리에서 듣지 못할 정도 아니거든?”“오빠 귀가 먹는다고 해도 난 오빠 옆에 있을 거예요.”변여름은 시도 때도 없이 플러팅을 했고 양혁수는 거의 무감각해졌다.“그만해.”양혁수는 이불을 쭉 당겨 변여름의 얼굴을 가렸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86화

    양혁수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건, 변여름이 마침 가장 외롭고 힘든 시간에 나타나 줬다는 것이었다.화로의 장작 타는 소리가 들려오는 거실에서 변여름과 실없는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양혁수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이렇게 마음을 놓고 지낼 수 있는 기분은 스물다섯이 넘은 뒤로 다시 느낄 수가 없었다.스물다섯 전의 양혁수는 출생의 비밀도 몰랐고, 양시연을 만나지도 못했으며 총으로 제 친어머니를 쏴 죽이는 일도 겪지 않았다.변여름이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좋아해 주고 아무 이유 없이 옆을 지켜주는 걸 보며, 어쩌면 변여름이라면 최악의 모습을 들켜도 떠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자 양혁수도 변여름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대체 뭔지 고민하게 되었다.‘내가 정말 여름이를 좋아하는 건가? 아닌데...’결국 양혁수는 본인이 변여름의 아낌없는 사랑에 점점 응석받이가 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시간이 차츰 흐르고 변여름의 뜨개질도 점점 스웨터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양혁수는 변여름이 정말 밤을 새우기라도 할까 봐 밤 열한 시가 되자 서둘러 변여름을 제지하며 잠을 잘 시간이라 다독였다.변여름은 아까 호박죽을 끓였고 양혁수를 시켜 가스레인지를 끄고 두 그릇 떠오라고 부탁했다.양혁수가 고분고분 두 그릇을 들고 다시 거실로 돌아왔는데 변여름이 제 방에서 꼬물거리는 게 보였다. 옆방의 변여름 침대에 베개 하나가 사라졌고 그건 양혁수의 침대 위에서 다시 포착되었다.‘쯧. 또 시작이군.’양혁수의 발걸음 소리에 변여름은 조금 긴장한 얼굴로 몸을 돌려 호박죽을 받아쥐었다.그리고 테이블로 걸어가 겉으론 침착한 얼굴을 하고 한 입 떠먹었다.양혁수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똑똑 두드리다가 또 제 침대를 가리켰다.“지금 뭐 하자는 거야?”변여름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오빠랑 같이 자려고요.”“꿈도 꾸지 마. 얼른 베개 들고 네 방으로 돌아가.”“새벽에 몰래 오빠 방으로 기어들어 오는 건 너무 변태 같잖아요.”그 말에 양혁수는 웃음이 터졌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85화

    화로에는 장작이 타는 소리가 타닥타닥 들려오고 거실에는 그 소리를 제외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양혁수는 도라미 인형을 베개 삼아 누워 맞은편에서 열심히 뜨개질하고 있는 변여름을 바라봤다.“너 정말 뜨개질할 줄 알아?”변여름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뜨개질하는 방법 다 익혔고 생각보다 쉬워요.”그리고 고개를 들어 양혁수를 쏘아붙였다.“오빠, 도라미 베개로 쓰지 마요!”양혁수는 상체를 살짝 들며 말했다.“좀 쓴다고 안 망가져.”그러자 변여름이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날 기세를 보였고 양혁수를 혀를 차며 어쩔 수 없이 인형을 머릿밑에서 빼냈다.변여름은 그제야 다시 자리에 편하게 기대 다시 뜨개질에 집중할 수 있었다.“오늘 밤을 새우면 완성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정말?”양혁수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이건 굵은 실이라 빠르거든요.”꽤 전문가처럼 느껴지는 말투에 양혁수는 긴가민가해졌다.그래서 그 옆에 앉아 모바일 게임을 하며 변여름의 완성품을 기다렸다.변여름은 스웨터 말고 먼저 목도리를 뜨려고 했는데 양혁수는 변여름이 스웨터를 만드는 줄만 알고 이렇게 비아냥거렸다.“이게 스웨터라고? 왜 이렇게 네모난 거야?”“스웨터는 너무 어려워서 담요로 바꾼 건가?”그리고 양혁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여름아, 오빠가 하나 조언해 줄까? 차라리 담요 두 장 만들어. 그다음에 가위로 옷 모양으로 자르고 테두리만 꿰매면, 그러면 그게 스웨터잖아.”“...”변여름은 처음으로 양혁수가 말이 많다고 느껴졌다.“담요를 그렇게 자르면 실이 다 풀린다고요!”“본드로 붙이면 되지.”“...”‘정말 못 말려.’양혁수가 말이 많아진 건 꽤 진지해 보이는 변여름의 모습이 조금 웃기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변여름은 무언가 집중할 때면 연구 실험을 하듯 한껏 굳은 표정이었는데 뜨개질할 때도 그 표정이 나오는 게 신기했다.그리고 양혁수도 변여름이 목도리를 뜨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회색 실을 보아하니 본인의 몫으로 뜨고 있는 것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84화

    고작 인형 하나 받았다고 변여름의 입이 귀에 걸렸다.양혁수는 변여름이 참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양혁수의 옆에 찰싹 달라붙던 변여름은 어느새 인형을 들고 뛰어다니며 평범한 소녀처럼 사진 찍기에 바빴다.양혁수는 변여름이 찍은 사진을 아마 노지혜에게 보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사진을 찍고 변여름은 해가 잘 드는 곳을 찾아 도라미를 눕히고 얇은 이불까지 덮어줬다.“오빠, 저녁에 먹고 싶은 거 있어요?”변여름의 관심사가 다시 양혁수로 돌아오고 있었다.양혁수는 베란다에 앉아 국내 회사에서 보내온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양혁수가 변여름의 질문에 대충 대답을 하자 변여름은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외출 준비를 했다.옷을 든든히 입고 출입문 앞에 선 변여름을 보고 양혁수가 불러세웠다.“어딜 가려고?”“마트요.”“이렇게 추운 날에 가긴 어딜 간다고 그래?”“오빠가 소갈비찜 먹고 싶다면서요. 그건 양파가 꼭 들어가야 하는데 집에 없어요.”양혁수는 아까 일에 정신이 팔려 본인이 무슨 대답을 했는지도 잊었고 소갈비찜에 양파가 들어가든 들어가지 않든 중요하지 않았다.“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 있는 재료로 만들어 먹으면 돼.”“안 번거로워요. 마트가 멀지도 않고요.”고집 피우는 변여름을 보며 양혁수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나 양파 별로 안 좋아해.”“그러면 빵가루 사와 내일 빵 구워줄게요.”‘쯧. 어떻게든 나가겠다는 생각이군.’양혁수는 성큼성큼 걸어가 변여름의 목도리를 풀어 헤쳤고 고개를 숙인 채로 타이르듯 말했다.“집 밖에선 어른 말 들어야 한다고 네 오빠가 안 가르쳤어?”변여름은 순수 무구한 얼굴로 눈만 깜빡였고 양혁수는 할 말을 잃었다.“심심하면 책 보거나 드라마 봐. 교수님이랑 프로젝트 의논을 하든지. 왜 종일 나 뭐 먹일 건지만 고민하고 있어?”“책이나 드라마, 그리고 프로젝트 의논을 해서는 오빠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잖아요.”양혁수는 목도리를 아예 훌렁 잡아당겨 소파에 곱게 눕혀진 도라미 위로 던졌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83화

    어디 도라에몽뿐이겠는가? 양혁수는 변여름이 신기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갔다.고개를 돌리자 뿌듯한 표정의 변여름이 칭찬을 갈구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그리고 옆자리 변여름의 테이블 위로 여러 장의 카드에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게 보였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여러 번이고 다시 그린 것 같았다.양혁수는 저도 모르게 변여름이 진지한 얼굴로 캐릭터 사진을 보며 카드에 옮겨 그리는 장면이 떠올랐다.‘음. 드디어 마음에 드는군. 이걸 오빠한테 보여줘야겠어!’양혁수는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고 대답 대신 펜을 찾아 도라에몽에게 귀를 두 개 그린 뒤 그걸 다시 변여름에게 돌려줬다.카드를 돌려받은 변여름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이건 무슨 의미지?’양혁수는 변여름이 애니메이션에 큰 관심이 없고 도라에몽을 그린 것도 평범한 소녀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의아한 변여름을 내버려두고 양혁수는 문을 닫고 칵테일을 한 모금 마셨다.맞은편의 변여름이 잠잠한 걸 보니 도라에몽에게 정말 귀가 있는지 없는지 검색하고 있는 것 같았다.양혁수가 수프를 다 먹고 나니 변여름이 카드 한 장을 틈새로 보냈다.[도라에몽에게 도라미라고 여동생이 있었네요!]‘어릴 때 애니메이션도 안 봤냐 정말...’양혁수는 카드를 테이블 위로 내려두고 여유롭게 칵테일을 즐겼다.편하게 먹고 즐기고 착륙 전에 두 사람은 샤워까지 마치고 비행기에서 내렸다.에든베타로 직행하는 비행기가 없어 두 사람은 일단 뉴델리에서 하룻밤 묵고 이튿날에 다시 떠나기로 했다.마중 온 사람을 찾아 차에 타려는데 마침 백인 가족이 두 사람을 지나쳤고 가족 성원 중 가장 어린아이가 인형을 안고 있는 게 보였다.변여름은 바로 양혁수의 팔을 살짝 꼬집으며 그곳을 바라보게 했다.양혁수는 고개를 살짝 돌려 확인했고 표정을 찡긋거렸다.‘도라미네?’유럽 쪽엔 아시아권 애니메이션이 크게 유행하지 않았고 테마파크도 아닌 공항에서 캐릭터를 만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그런데 비행기에서 막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82화

    “뭐가 더 좋냐고?”양혁수가 변여름의 손을 떼어내며 낮게 말했다.“내가 너 보고 반가워하길 바랐냐?”변여름은 고개를 살짝 떨어뜨렸다.“혹시... 안 반가웠어요?”“그럼 어떤 기분이었는데요?”양혁수는 자세를 편하게 고쳐 앉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싶었어.”변여름은 말없이 양혁수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어버렸다.“거짓말.”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방금 나랑 눈이 마주쳤을 때, 오빠 눈이 반짝거렸어요.”“사람 눈이 무슨 조명이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변여름은 입을 삐죽거렸다.‘그래 안 반가워하면 뭐 어때. 내가 이렇게 반가운데.’변여름은 고민도 하지 않고 다시 양혁수의 목에 팔을 감고 찰싹 들러붙었다.양혁수는 머리가 지끈거렸으나 변여름에는 자꾸 마음이 약해졌고 어느새 속수무책이 되어버렸다.그때 지나가던 스튜어트가 변여름을 찾는 듯 두리번거렸다.이어 노크 소리가 들려오고 양혁수는 변여름의 두 볼을 쭉 잡아당기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빨리 일어나.”변여름은 꼼짝도 하지 않고 품에 가만히 안겨있었다.“...”스튜어트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바로 낮은 소리로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닌지 물었다.양혁수는 고개를 숙여 변여름과 시선을 마주했다.‘네 생각엔 내가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변여름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바로 문을 열고 문밖의 스튜어트를 바라봤다.당황한 스튜어트를 보며 양혁수는 어이가 없어 눈을 감았다.변여름이 스튜어트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뿐더러 한참 뒤 다시 돌아온 변여름의 품에는 담요가 들려 있었다. 변여름은 아주 자연스럽게 다시 양혁수의 품에 안겼고 직접 양혁수의 손을 움직여 자기 허리에 감았다.양혁수는 벌써 어깨가 시큰거렸고 아직 착륙까지 열 몇 시간이나 더 있었는데 계속 이러다가는 어깨가 끊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한참 고민하다가 양혁수가 자세를 고쳤다.“여름아.”“네?”다정하게 이름 한번 불렀을 뿐인데 변여름이 번쩍 고개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81화

    변백호는 양혁수의 말을 듣더니 눈썹을 살짝 올렸다.“변여름이 너한테 잘 가라고 했다고?”양혁수는 옆에 서서 트렁크에 짐이 실리는 걸 지켜보다가 뒷좌석으로 향했고 변백호가 바로 그 뒤로 따라붙었다. 그리고 두 팔짱을 척 끼더니 단정 지어 말했다.“그 꼬맹이, 지금 너 낚는 중이야. 내 생각엔 벌써 비행기 안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데?”사실 양혁수도 방금까지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변여름은 그 연락을 끝으로 문자 한 통 보내지 않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들러붙던 변여름의 연락이 갑자기 딱 끊기니 양혁수도 괜히 기분이 뒤숭숭해졌다.변백호의 말에 양혁수는 마음이 조금 동요했으나 그래도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했다.“잘 좀 챙겨줘. 우리 여름이 또 여기저기 도망 다니게 하지 말고.”변백호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제 마음 꽁꽁 숨기는 것도 참 양혁수답다니까.’그래도 변혁수는 이 말을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았다. 자존심 강한 양혁수의 체면을 모르는 척 지켜주기로 했다.그리고 오후 네 시가 조금 넘는 시간에 두 사람은 공항에서 헤어졌고 양혁수는 비행기에 올랐다.퍼스트 클래스 좌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앞뒤로 천천히 지나가며 확인했지만, 변여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고 자리를 찾아 앉으면서도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승무원이 몇 번이나 다가와 필요한 게 있는지 물었지만, 양혁수는 건성으로 넘겨버렸다.눈을 감아도 마음은 불편했고 딱히 뭘 하기도 귀찮아 그냥 대충 시간이나 보내려 했다.그때, 바로 옆자리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유창한 스페인어로 식사를 주문하고, 이어 샤워 예약까지 잡는 목소리에 양혁수는 바로 몸을 일으켰다. 가림막을 내리고 상대와 시선을 마주했다.이 목소리의 주인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예상이 갔다. 변여름이었다.변여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고 당연하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웃었다.양혁수는 이게 무슨 감정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변여름을 몇 번 힐끔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80화

    양혁수가 어제 에든베타에 가고 싶었던 건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린 탓이었고 실은 아직 그곳으로 향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어젯밤의 일을 떠올리자 지금 그냥 떠나는 것은 너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쨌든 변여름은 아직 어린 소녀였고 그는 어른이었다. 그러니 책임을 져야 했다. 무엇보다 순간적인 충동에 휘말렸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변여름은 아침 일찍 나간 뒤 몇 시간째 돌아오지 않았다.떠나겠다고 해놓고도 한낮이 되도록 변씨 가문에 머물고 있는 자신이 양혁수는 조금 어색했다.점심시간이 되자 변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를 배웅하기 위해 모였다. 집을 비운 둘째 부부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자리했다.한 상 가득 차려진 식사 자리였지만 변여름만 보이지 않았다.마크가 갑자기 양혁수의 왼쪽으로 다가와 그의 어깨를 잡아당기며 물었다.“왜 목까지 올라오는 셔츠를 입었어요?”함은화가 곧바로 타일렀다.“삼촌이라고 불러야지.”“삼촌, 왜 목까지 올라오는 셔츠를 입었어요?”마크는 즉시 호칭을 바꾸었다.양혁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침묵했다.“...”잠시 후 그는 멍한 얼굴로 대답했다.“추워서.”“집은 안 추운데요.”하니가 반대쪽에서 다가와 그를 유심히 살폈다.“땀까지 나는데 거짓말하지 마세요.”양혁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칼과 포크를 내려놓고 하니를 살짝 옆으로 밀어냈다. 더 이상 대꾸하지 않은 채 모두에게 ‘천천히 드세요.’라고 한 마디 남기고 찻잔을 들었다. 그러고는 말없이 거실 창가로 향했다.두 꼬맹이는 끈질기게 그에게 달라붙었다. 그러다 마크가 마침내 그의 목에 난 자국을 발견하고는 크게 외쳤다.“다쳤어요.”하니도 눈을 반짝이며 맞장구쳤다.“맞아요. 보라색이에요. 엄청 커요.”양혁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멀리서 변백호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누르며 엄격한 표정으로 두 아이를 불렀다.식탁에서 함은화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너희들 아버지께서 안 계셔서 속상해하지 않으시겠네.”변여름의 셋째 형수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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