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연약해 보이는 이 여인은 꽤 큰 힘으로 안시연을 퍽 밀었다.안시연은 약간 휘청이며 두어 걸음 물러섰다.상대방이 안시연에게 뭐라고 더 말하기 전에 양혁수가 나서서 앞을 가로막았다.젊은 남성의 듬직하고 힘 있는 뒷모습이 그녀의 시선을 완전히 가렸다. 너무 가까이 선 탓에 상대의 은은한 남성 향수 향기가 풍겨오자, 그녀는 덫에 걸린 토끼처럼 화들짝 놀라 얼른 뒤로 두 걸음 더 물러섰다.이어 양혁수의 비웃는 듯한 말이 들려왔다.“내가 누군지 당신과 무슨 상관이야.”“혁수야...”“착한 척 오지네. 낸데 먹힐 줄 알았어?”여인은 목소리가 점점 꺼져 들어갔지만 그래도 마음을 굳게 먹고 입을 열었다.“혁수야, 난 그래도 네 웃어른이야!”“가지가지 한다, 정말. 요즘 세대는 스폰녀도 어른 행세를 할 수 있었나?”“너!”“빨리 꺼져요, 당신 얼굴만 봐도 짜증 나는데.”안시연은 살벌한 분위기에 놀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입이 독하네. 아까 건드리지 않아서 다행이야...’그 여자는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던 것 같았지만 끝내 참고 입을 다물었다.안시연이 고개를 내밀고 양혁수의 등 뒤에서 나와 서자, 상대방 증오의 눈빛이 마침 그녀의 얼굴에 박혀 있었다. 마치 방금 양혁수에게 당한 굴욕은 모두 그녀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그녀가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그녀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양혁수의 농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우리 집사람이 널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안시연은 소름이 끼쳤는지 목을 움츠렸다.그녀는 가방을 메고 두 손을 몸 앞에 공손히 모아 다시 한번 사과했다.“양혁수 씨, 오늘 정말 죄송합니다.”양혁수는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태도가 산만했다.“걱정 마, 연정훈에게 고자질 같은 거 안 할 테니까 너희 둘 사이 감정에 영향이 없을 거야.”“...”엘리베이터가 다시 올라오자, 그녀는 양혁수를 한 눈 쳐다보았다.양혁수는 그녀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안시연은 들어가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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