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Chapter 601 - Chapter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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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1화

정안이 류청의 차를 타고 사고 현장에 도착하니 결혼식장과 십여 분 정도 떨어진 고가도로였고 아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인양된 선박은 이미 자동차를 들어 올렸고 구조대원들은 강바닥에 잠입해 남하준을 찾고 있었다.교통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일련의 문제들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목격자를 조사하고 CCTV 등을 조사했다.정안은 난간 옆에 아무 말 없이 서서 두 손으로 난간을 꽉 쥐고 손바닥에는 땀이 찼다. 가슴 깊은 곳이 마비될 정도로 아프고 무감각해졌다.숨 쉬는 것도 잊고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춰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머리는 텅 비고, 두 발은 힘이 없고, 의지력으로 버티고 있는 느낌이었다.그녀는 마음이 괴로워서 눈 밑에는 눈물이 고였지만 울고 싶지 않았다.남하준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그는 살아 있는 것이라 여겼다.그녀는 남하준이 살아 있다고 굳게 믿었다.남하준은 지금까지 그녀를 속인 적이 없었다.그가 보낸 메시지에서 꼭 돌아올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못 찾았어요.”강바닥에서 잠수해 올라온 구조대원이 소리쳤다.“계속 찾아!”그의 상사가 명령했다.“인력을 더 파견해서 꼭 찾아야 해,”정안은 심장의 강렬한 통증을 느끼며 눈물이 눈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녀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고 나른해진 다리를 이끌고 서서히 몸을 돌렸다.“지윤아, 부축해 줘.”정안이 나지막이 울먹이며 말하자 지윤이 즉시 정안을 부축하고 슬픔에 빠져 말했다.“아직 도련님 못 찾았는데 어디 가려고요?”정안이 애써 웃으며 짐짓 덤덤하게 말했다.“오빠 여기 없어. 괜찮아. 우리 집에 가자.”“여기 없으면 어디 있어요?”“몰라. 일 끝나면 집에 돌아올 거야.”정안은 여전히 웃음을 머금고 가볍게 말했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고 두 발에 힘이 빠지고 손이 떨렸다.그러자 지윤은 더욱 마음이 안쓰러웠다.그녀가 힘겹게 버티고 있고, 자신을 속여가며 현실을 외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지윤은 정안을 부축해 차 안으로 가서 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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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정안은 배고픔을 전혀 느낄 수 없고 갈증은 더더욱 느끼지 못했다.남하준이 돌아오지 않았으니 깨어날 의욕이 전혀 없어 다시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나 괜찮아. 좀 더 잘게. 오빠 오면 나 깨워줘.”“언니!”지윤은 놀라서 펑펑 울었다. 그녀는 정안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정안은 작은 일에도 울고 낙담하고 슬퍼하는 사람이었다.지금 남하준에게 사고가 났으니 아주 슬픈 일이지만 그녀는 뜻밖에도 울지도 않고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줄곧 쿨쿨 자고 있었다.마치 삶의 의지를 잃은 것처럼 삶을 홀대하는 소극적인 태도에 가까웠다.이런 정안이 지윤은 더욱 무서웠다.백진은 남하준에게 사고가 났다는 걸 알게 된 후, 사람을 더 보내 수색 범위를 넓혔다.그는 손녀가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계속 잠만 자는 걸 볼 때마다 마음이 괴로웠다.아무리 설득해도 그녀는 듣지 않고 깨어나면 물었다.“오빠 돌아왔어요?”남하준을 못 보자 그녀는 다시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잤다.사흘째 되던 날.주치의가 와서 정안에게 영양제를 투여했다.의사가 주사를 놓을 때도, 정안은 마치 자기 손이 아닌 듯 아무것도 묻지 않고 영양제에 관심이 없는 듯했다.“선생님.”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예의 바르게 물었다.“네. 아가씨. 어때요? 뭐 좀 드시겠어요?”정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드러운 말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배 안 고파요. 혹시 제 남편 보셨어요? 남편 이름이 남하준인데 아직 안 돌아왔어요?”“남 장군님은 아직 안 돌아오셨습니다.”정안이 손을 뻗어 옆자리를 만져보며 물었다.“제 아들은요?”“도우미가 젖 먹이려고 데리고 나갔어요.”“나 더 자고 싶어요. 제 남편이 돌아오면 꼭 깨워주세요.”정안은 말을 마친 뒤 자세를 바꿔 잠이 들었다.옆에 많은 사람이 서 있었는데 정안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무관심했다.그리고 그녀는 다시 잠이 들었다.남창민과 허윤미가 정안을 보러 왔다.아들은 아직 생사를 알 수 없고 며느리는 살 의욕을 잃어버렸고 손자는 아직 그렇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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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바로 그때 류청이 부랴부랴 걸어 들어와 얼굴이 창백하고 이마에 콩알만 한 땀방울이 맺히고 숨을 헐떡이며 목소리는 약간 울먹였다.“어르신... 시체... 떠오른 시체를 찾았는데 형체가 알아볼 수 없어서 법의학자가 시체를 확인하러 오라고 하셨어요.”허윤미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다리가 나른해지며 기절했고 남창민은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애써 진정하며 곁에 있던 아내를 재빨리 부축했다.류청이 상황을 보고 급히 달려가 도왔다.백진은 몸을 약간 떨면서 침대 가장자리로 가서 몸을 웅크리고 정안의 차가운 작은 손을 잡고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완자야. 일어나봐. 하준이를 찾았어.”정안은 하준이라는 두 글자에 허약한 눈꺼풀을 뜨고 덤덤하게 백진을 바라보았다.그는 얼굴이 굳어지고 눈 밑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할아버지 왜 우세요?”정안은 쉰 목소리로 가슴 아파하며 물었다.백진은 그녀의 관심에 더욱 슬퍼졌고 눈물을 닦았다.“구조대가 강가에서 시신 한 구를 건져냈어. 지금 법의학자들이 감식하고 있는데 하준이 가족들 보고 가서 DNA를 채취해 시체를 확인하라고 해. 너도 같이 가서 하준이가 맞는지 보자꾸나.”정안은 애써 웃어 보이며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절대 하준 오빠 아니에요. 오빠는 분명 돌아와요. 죽었을 리가 없어요.”백진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다정하게 달랬다.“그럼 안 죽었지. 아내와 아들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죽어? 그래도 일어나서 할아버지랑 같이 가보자. 가서 하준이가 아닌 걸 확인하면 더 안심하잖아.”정안은 숨이 가빠진 것을 느끼며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나 안 갈래요. 오빠 돌아오면 내 방으로 오라고 하세요. 며칠 동안 보지 못했더니 너무 보고 싶어요. 너무너무.”정안은 말하면 할수록 힘이 빠지고 목소리는 가벼워지더니 이내 깊은 잠에 빠져 캄캄하고 아득한 꿈속에 자신을 가두었다.꿈나라에서 그녀는 하얀 호수에 앉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수천 년을 헛되이 기다린 요정처럼 몸과 마음이 너무 허전하고 무력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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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지윤이 말을 이었다.“언니! 도련님 연락 왔어요! 도련님 소식이라니까요. 얼른 일어나요!”정안이 서서히 눈을 뜨고 피곤한 눈을 깜박이다가 앞에 류청을 보고는 다시 감고 중얼거렸다.“오빠 아니잖아.”류청이 심호흡하고 긴장해서 말했다.“사모님. 도련님이 제게 메시지를 보내셨어요. 지금 위험에 처하셨으니 저더러 구하러 오래요.”정안은 다시 한번 눈꺼풀을 젖히고 손을 뻗어 지윤을 잡고는 허약한 몸으로 일어나려 했다.“지윤아. 나 좀 일으켜 줘.”지윤은 감격에 겨워하며 급히 정안을 일으켜 세웠다.정안이 류청에게 손을 내밀며 물었다.“오빠가 보낸 메시지는요?”류청이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프로그래머가 설정한 정보를 열어 정안에게 건넸다.정안은 남하준의 번호를 보고 또 그가 보낸 메시지를 보더니 눈물이 핑 돌고 손가락이 가늘게 떨렸다.[나 안 죽었어. 낯선 곳에 갇혀 있는데 나 구할 방법을 생각해봐. 완자에게는 내가 사고 났다고 말하지 말고 당분간 출장 갔으니 걱정 말라고 거짓말해.]류청은 심호흡하고 감정을 추스르며 말했다.“사모님, 도련님 아직 살아 계세요. 어딘 가에 갇혀 있대요. 이렇게 사모님을 걱정하시는데 이제 그만 마음 추스르세요.”정안은 더 이상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휴대전화를 끌어안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온몸을 떨며 지윤의 품에 안겨 목 놓아 울었다.마치 그동안 참았던 고통을 단숨에 토해내듯 숨이 턱턱 막히도록 비통하게 울었다.결국 의사를 불러 진정제를 맞고 나서야 비로소 진정할 수 있었다.다들 어리둥절했다. 정안이 왜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였는지 알지 못했다.진정제를 맞은 정안은 자기는커녕 오히려 이상하리만치 평온했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류청에게 건네주며 씁쓸하게 말했다.“연기가 너무 서투네요. 그리고 이 메시지도 오빠가 보낸 거 아니잖아요. 오빠 폰은 아마 강바닥에서 꺼내지 못했을 텐데 어떻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겠어요?”정안의 사유가 또렷하자 지윤과 류청은 반색했다.의사는 정안이 메시지를 보고 기운을 차리고 그녀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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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남하준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강에서도 시체를 건져내지 못했고 마치 증발이라도 한 듯 모습을 감췄다.나라에서는 비밀리에 전문적인 수사대를 파견하여 그의 종적을 찾았다. 몸을 회복한 정안도 밤낮없이 그를 찾기 시작했다.다만 그녀는 수색팀처럼 맹목적으로 강을 수색하거나 수사대처럼 밖에서 찾지 않고 당일 도로 상황 CCTV를 확인했다.당시 남하준의 차량은 여러 대의 미스터리한 번호판 차량에 쫓기고 있었고 도로에서 과속 현상이 나타났지만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갑자기 남하준의 차가 고장 나듯 옆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서 차 전체가 강물에 빠졌다.그를 미행하던 차량은 곧장 앞으로 나가더니 핸들을 꺾어 강 아래 도로로 향했다.강의 양쪽 길에는 CCTV가 없어 모든 추적 화면이 끊겼다.정안은 남하준의 입장에서 일을 생각하려 했다.그는 왜 들러리를 서려고 했을까?왜 연회 도중에 갑자기 떠났을까?만약 임무를 수행하러 갔다면 절대 혼자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류청도 부하도 데려가지 않은 건 대체 무슨 목적일까?정안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류청이 서재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사모님, 찾았어요!”정안이 급히 류청이 건넨 USB를 받았다.USB를 받은 그녀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컴퓨터에 꽂았다.류청이 다가가 같이 보면서 감격해서 말했다.“얼마나 어렵게 얻은 줄 아세요? 제가 주변 인맥을 총동원해서 이 CCTV 영상을 겨우 얻었어요.”정안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열심히 구인아의 결혼식 날 영상을 확인했다.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지켜보던 정안은 선우석이 반지에 손을 베인 것을 보고 남하준이 다가가 손수건으로 선우석의 손가락을 가릴 때 멈춤 버튼을 눌렀다.당시 무대에서는 아무도 이런 미세한 움직임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류청도 경악해서 말했다.“도련님께서 왜 손수건을 몰래 바꾸셨을까요? 대체 뭘 하시려는 걸까요?”정안은 몇 초간 침묵하다가 계속 영상을 틀었다.그제야 정안은 그날의 사회자가 왜 그렇게 형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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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만약 선우석의 신분이 깨끗하다면 자기 피 때문에 긴장할 리 없고 만약 선우석이 진짜 문제가 있다면 바로 처리하겠죠.”류청은 그제야 알아차리고 활짝 웃었다.“그러니까 도련님의 진정한 목적은 선우석의 피로 DNA 검사를 하는 게 아니라 선우석의 의심을 사기 위해 허상을 만들었다는 거네요? 선우석이 먼저 공격하게끔?”정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제 추측으로는 그래요.”“근데 도련님께서 왜 그러신 거죠?”정안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머리가 윙윙 아팠다.그녀는 한참 동안 이마를 짚고 생각하더니 물었다.“혹시 최근에 오빠가 특별히 이상한 일을 시켰거나 차에 뭐 좀 실으라고 한 적 있어요?”류청은 뭔가 떠올라 경악했다.“있어요! 얼마 전에 저보고 군 창고에서 잠수에 쓰이는 산소 펌프와 차창을 깨는 전문 망치를 가져오라고 하셨어요.”정안은 참지 못하고 한줄기 미소를 지었다. 요 며칠 동안의 슬픔과 괴로움이 모두 사라지고 모든 걱정이 동력으로 바뀌었다.그녀 마음속의 큰 바위가 마침내 내려졌다.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휴대전화를 꺼내 남하준이 그녀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열어 보았다.[마음 단단히 먹고 나 기다려.]정안은 입술을 깨물고 속으로 희비가 엇갈렸다.‘남하준, 돌아오면 단단히 혼내줄 거야. 그렇게 위험한 계획을 나와 상의도 없이 혼자 목숨 걸고 뛰어들면 어떡해? 만약 사고라도 생기면 나랑 아이는 어떡하라고?’류청이 호기심에 물었다.“사모님, 도련님의 계획이 뭘까요? 지금 어디 계실까요?”“그건 저도 몰라요.”정안은 남하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상황이 전부 그의 장악하에 있다는 것만 알았다.“그럼 우리 이제 어떡하죠?”“계속 맹목적으로 찾아요. 조사하지 말고 선우석에게 접근하지 말고, 사람 붙이지도 말고 그저 그 사람이랑 아무 상관없다는 듯. 그냥 류청 씨 할 일을 하세요. 하준 오빠 계획 망치지 말고.”“네, 사모님.”“그리고 이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네. 알겠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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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지윤이 아이를 안고 떠나자 정안은 뒤돌아 구인아 앞으로 다가갔고 미소를 지으며 휴대전화를 꺼내 통화기록을 펼쳤다.통화기록을 구인아 앞에 널어놓은 채 여유롭게 말했다.“결혼식에서 당신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에게 치근덕거리기 시작했어요. 이건 지난 한 달 동안 당신 남편이 나에게 전화한 기록이죠. 어디 한번 잘 봐봐요. 아는 번호죠?”구인아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손을 뻗어 정안의 휴대전화를 뺏으려 했다. 정안이 재빨리 휴대전화를 숨기고 차갑게 말했다.“집에 돌아가서 남편에게 제발 나에게 치근덕거리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난 그 사람 모르고, 친구 하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 부디 자중해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스토커로 고소할지도 모른다고.”구인아는 아랫배를 누르고 화가 나서 온몸이 떨리고 호흡이 어지러웠다.정안은 그녀가 아랫배를 감싸는 동작을 보고 그녀의 임신을 더욱 확신했다.같은 엄마로서 정안은 더 이상 그녀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 차가운 태도를 거두고 여유롭게 말했다.“그리고 두 분, 앞으로 말조심하세요. 나랑 내 남편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소꿉친구고, 그 사람이 나 십 년 넘게 좋아했고 나도 그 깊은 사랑에 감동한 거지 누가 누굴 꼬신 적은 없으니까.”정안은 유미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리고 당신, 입만 벙긋하면 자꾸 내가 남하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자격이 없다고 하는데. 세상에 완전히 어울리는 부부가 몇이나 되겠어? 날 사랑하는 그 마음이면 충분한 거야.”유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반박하려 했지만 정안이 바로 말을 끊었다.“억지 부리지 마. 세상에 당신만이 남하준 곁에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아쉽게도 당신이 하늘의 신선이라고 해도 남하준은 당신 거들떠보지도 않아. 근데 굳이 무리해가면서 남하준이 당신을 미워하게 만들 필요가 있나?”유미는 화가 나서 말문이 턱 막혔다.구인아는 상황을 보고 태동을 건드릴까 봐 무서워 급히 유미를 끌고 먼저 떠났다.“유미야. 우리 가자. 이런 미친 여자는 상대할 필요도 없어.”정안이 말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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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침대 하나, 옷장 하나, 세면대, 그리고 수건과 칫솔 치약이 놓여 있었다.이렇게 큰 방에 다른 물건이 더 없었다.왼쪽에는 창문이 있고 그 위에는 강철이 용접되어 있고 그 너머로 높은 담장이 보였다.남하준이 침대에서 내려와 방의 문을 열고 나가보니 밖은 넓은 거실이었다.거실 가운데에는 식탁과 의자 네 개가 놓여 있고, 벽 쪽에 책장이 하나 있고, 책장 위에는 많은 책이 놓여 있었다.이것 말고는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바로 그때, 종이비행기 하나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의 발아래로 떨어졌다.얼굴이 하얀 남자아이가 달려왔다.“비행... 기.”남하준이 눈살을 찌푸리고 멍해 있다가 천천히 몸을 웅크리고 종이비행기를 주워들고 어린 남자아이를 안아 올리고 엷게 웃으며 물었다.“이름이 뭐야?”남자아이가 눈을 깜박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바로 그때 부드럽고 중후한 중년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백건.”남하준이 소리가 나는 방향을 따라 보니 점잖은 외모의 중년 남자가 다른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그를 본 남하준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그가 바로 백완자의 아버지 백정우였다.그러자 우아하고 고상한 중년 여자가 걸어 나왔는데 미모가 수려했다.그녀는 백완자의 어머니 서윤아였다.백정우가 먼저 물었다.“하준아, 오랜만이구나. 우리를 기억해?”남하준이 옅은 미소를 띠며 예의 바르게 말했다.“죄송하지만 제가 머리를 다쳐서 기억을 잃었습니다.”“내 딸 백하린은? 기억해?”남하준이 고개를 젓자 서윤아가 수정했다.“너 어릴 때는 완자라고 불렀는데 정말 아무런 기억이 없어?”“네. 없습니다.”남하준이 주위를 쓱 훑어보더니 순식간에 모든 CCTV를 스캔했다. 거실에만 대략 열 몇 개의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백정우와 서윤아는 낙담하며 한숨을 내쉬었다.남하준은 아이를 내려놓고 종이비행기를 돌려주고는 가서 놀라고 했다.그리고 남하준은 의자에 앉아 물었다.“제가 왜 여기 있죠?”백정우와 서윤아도 식탁 의자에 앉아 그 위에 있는 물을 남하준에게 한 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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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백정우가 깜짝 놀라며 남하준을 바라보았다.“방금 나 뭐라고 불렀어?”남하준은 손을 뻗어 그의 어깨에 걸치며 뜨거운 눈빛으로 부드럽하게 웃었다.그의 눈빛과 웃음에는 조금의 생소함도 없었다.존경하는 어른을 만난 듯 겸손과 예의를 갖추고 있었고 의젓하고 따뜻했다.백정우는 흥분하며 손끝이 약간 떨리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말문이 막혔다.자신이 건넨 정보가 충분해 백정우가 이해했을 거로 생각한 남하준이 즉시 화제를 돌렸다.“여기 감시 카메라가 없는 곳이 어디죠?”백정우는 약간 감격스러운 듯 남하준의 손을 잡고 화장실로 향했다.화장실로 들어가니 샤워하는 곳과 화장실 칸을 커튼으로 둘러 카메라를 차단했다.그리고 백정우는 또 그들의 방으로 남하준을 데리고 갔다.방에는 네 개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침대에는 천 커튼을 모기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이 두 곳에만 카메라가 없어.”남하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충분해요.”이 충분하다는 말에 백정우는 안정제를 먹은 것 같았다.그는 떨리는 손으로 남하준의 손목을 잡았고 눈물이 반짝이는 눈에서는 기대감이 차올랐다. 묻고 싶고 또 알고 싶었지만 감히 소리 내어 말할 수 없었다.남하준은 그의 의혹과 격앙된 감정을 알아차렸지만 들통날까 봐 많은 말을 할 수 없었다.그저 백정우의 손등을 토닥이며 무언의 위로를 해줄 수밖에 없었고 백정우는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남하준이 불쑥 말했다.“오늘 저녁에 저랑 방을 바꿔서 주무시죠.”“네가 우리 방에서 자겠다고?”“네. 하루만요.”백정우는 남하준이 무슨 목적인지 모르지만 틀림없이 카메라에게 찍히기 싫은 일이라 믿고 거침없이 대답했다.“그래. 너 오늘 금방 왔으니 필요한 거 있으면 뭐든 말해.”남하준이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더니 물었다.“면도기 있어요?”“있어.”“소독수는요?”“그것도 있어.”남하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식탁에 앉아 시선은 문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백정우가 또 그의 곁에 앉아 물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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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대문이 열리고 철제 난간 밖에 총을 든 두 남자가 서 있었다.인상이 사나운 두 사람은 살상력이 매우 강한 소총을 들고 있었다.그러자 한 남자가 남하준에게 총을 겨누고 냉소를 지었다.“너, 얌전히 있어. 여기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해.”백정우가 황급히 나서서 좋게 말했다.“형님들 노여움 푸세요. 아직 젊고 원기 왕성한 나이에 방금 갇혔으니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정상이죠. 제가 잘 가르치겠습니다.”또 다른 총을 든 건장한 남자가 차갑게 웃었다.“네가 이 방에서 도망친다고 해도 신호가 잡히지 않는 외딴 섬에서 탈출하는 건 불가능해.”남하준의 안색이 확 굳어졌다.그러자 두 사람은 활짝 웃더니 몸을 돌려 떠나며 말했다.“어쩌면 이렇게 신호가 전혀 없냐고. 나 완전 원시인 된 것 같다니까?”“참아. 몇 년만 더 벌다가 관둘 거야. 이 섬은 정말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니야.”백정우가 문을 닫고 몸을 돌려 남하준에게 말했다. “괜찮아. 상대할 필요 없어.”“식사와 일용품을 계속 저 두 사람이 배달해 왔어요?”“아니. 지난 몇 년간 아마 수십 명은 봤지? 때로는 총을 든 사내들이 한 무리 와서 정원 밖의 공터에서 집합해.”남하준이 감시 카메라를 올려다보며 호기심에 물었다.“섬에 신호가 없는데 이 카메라들은 어떻게 화면 데이터를 전송하죠?”이 물음에 백정우는 어안이 벙벙하더니 잠시 후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자들이 우리를 감시하든 안 하든 우리는 절대 저 철제문을 열 수 없고 이 섬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윤아가 말을 이었다.“그래. 여기는 배도 없고 신호도 없어. 무기 없이 반항하면 바로 죽음이야.”남하준은 말없이 식탁으로 돌아와 그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저녁 식사 후 서윤아는 그릇을 깨끗이 씻어 철제 난간 밖으로 내놓고 막내아들을 씻기고 남하준의 방에서 재웠다.한편, 그들과 방을 바꾼 남하준은 커튼을 치고 모든 카메라를 차단한 채 천천히 그의 계획을 진행하기 시작했다.다른 방, 막내아들이 잠들자 백정우와 서윤아는 이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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