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Chapter 611 - Chapter 620

916 Chapters

제611화

두 사람은 서서히 깊은 잠에 빠졌고 새벽 5시가 되었다.날이 아직 어둑하고 안개가 짙었다.갑자기 윙윙거리는 큰 소리가 하늘을 빙빙 돌았다.서윤아가 먼저 놀라 깨더니 즉시 백정우를 흔들어 깨웠다.“여보. 여보. 빨리 일어나봐.”백정우가 벌떡 일어나 앉더니 긴장해서 물었다.“왜 그래?”“소리 좀 들어봐.”백정우가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듣더니 곧바로 흥분하여 이불을 젖히고 창가로 가서 철제 난간에 엎드려 하늘을 바라보았다.하늘이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하고 하늘에는 헬기 몇 대가 빙빙 돌고 있었다.헬기 안에서 검은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그때 지붕에서도 희미하게 점프하는 소리가 들렸다.백정우는 감격에 겨워 침대로 달려가 한 손으로 아들을 안은 뒤 한 손으로 서윤아를 끌어안고 흥분에 겨워 말했다.“여보! 왔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왔어!”“누가 왔는데?”서윤아는 백정우의 품에 안겨 떨리고 설렜다.“누군지는 몰라. 헬기가 많이 왔고 그 헬기에서 총을 들고 건장한 특수부대원 같은 사람들이 많이 내렸어.”두 사람은 부둥켜안고 남하준의 말을 되새기며 감히 이 방을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윽고 총소리가 요란했다.백정우는 놀라서 아들의 귀를 막았다.연거푸 총소리가 나더니 총알이 철문에 부딪혀 큰 소리를 냈다.순간, 철문이 깨지고 류청이 권총을 들고 무장한 병사들을 데리고 돌진해 들어왔다.거실에서 남하준은 앞에 반쯤 마신 물 한잔을 놓고 차분하고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류청이 남하준을 보더니 흥분에 차서 말했다.“도련님!”“왔어?”남하준이 한없이 담담하게 이 말을 하는 순간, 지난 한 달의 노력이 값지게 느껴졌다.“죄송합니다. 도련님. 제가 늦어서 도련님이 고생하셨어요.”남하준이 그를 보며 흐뭇해했다.“아니야. 제때 왔으니 사과할 필요 없어.”“가시죠. 도련님.”류청이 말하자 남하준이 다른 방을 가리켰다.“내 장인어른, 장모님과 처남이 저 안에 있어. 놀라시지 않도록 조심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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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요 며칠 그룹에 돌아가 일하고 있었는데 마침 위성 감시 데이터 부서 직원이 도련님 위치를 추적했다면서 즉시 군대와 헬기를 출동시켜 구조하러 온다는 거 듣고 따라 왔어요.”남하준이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일어나 손을 뻗어 류청에게 걸쳤다. “나 좀 부축해 줘.”류청이 남하준을 부축해 천천히 입구 쪽으로 향했다.밖에 총소리가 멈추자 류청이 궁금해서 물었다.“도련님, 근데 왜 이번 계획은 저까지 속인 거예요?”“넌 나랑 가장 가까운 부하잖아. 네가 만약 내 계획을 알았다면 실제처럼 연기하지 못했을 거고 적의 눈도 속일 수 없었을 거야.”류청은 서운해 나지막이 투덜댔다.“그러니까, 적이 도련님에게 진짜 사고가 났다고 믿게 하려고 저와 사모님, 그리고 가족분들까지 속이신 거예요? 전부 도련님에게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백방으로 찾아다니고 가슴 졸이고 슬퍼하고 계셨다고요.”남하준이 피식 웃었다.“그래.”“근데 다리는 어쩌다 다치신 거예요?”“위치추적기를 체내에 숨겨뒀었어. 병원 검사를 피하려고 계속 꺼진 상태였지.”류청이 경악했다.“그래서 직접 살을 베어 위치 추적기를 작동시키신 거예요?”남하준이 가벼운 한숨을 내쉬더니 감탄하며 말했다.“마취 없이 아파 죽는 줄 알았어. 수건을 어찌나 깨물었는지 이가 다 부서지는 줄.”류청이 그 장면을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도련님, 앞으로 이렇게 위험하고 어려운 임무는 저에게 맡기세요. 전 절대 정호처럼 도련님 배신하지 않아요.”“난 너 의심한 적 없어.”“감사합니다.”남하준은 방을 나와 헬기를 타고 병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안성 병원으로 향했고 류청은 엘리트 부대를 데리고 남아서 계속 범인을 수색했다.헬기는 무인도를 넘어 광활한 바다 위를 날았다.M국의 영토가 아닌 외딴 섬을 보고 있자니 남하준은 마음이 무거워졌다.장인어른과 장모는 구출했지만 백인호의 손에 든 카드가 점점 거대해지고 있었다. 그는 지금 정통 어르신의 사위였으니 정통 어르신의 이미지와 지위에 영향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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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정안은 아버지에게 할머니 이야기를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울음을 그치고 눈물을 닦으며 부모의 품을 떠나 화제를 돌렸다. “아빠, 엄마, 어떻게 나왔어요?”“하준이가 우리를 구했어. 남하준을 알아?”정안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고 방금 멈춘 눈물이 또 왈칵 쏟아졌다.남하준은 그녀의 남편인데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딸, 너 하준이와 결혼했어?”서윤아가 묻자 정안이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백정우와 서윤아는 기쁨에 겨워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며 눈물을 글썽였다.“어쩐지 우리를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부르더라니!”“참 잘했어. 하준이와 결혼하다니!”서윤아는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정안은 여전히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밖을 내다보고 또 옆에 서 있는 부하들을 보고 다시 부모님을 보며 긴장해서 물었다.“근데 하준 오빠는 안 돌아왔어요?”정안은 순간 부모님만 왔을까 봐 당황했다.“우리더러 먼저 헬기 타고 오라고 하고 하준이는 아직 섬에 있어.”서윤아가 말하자 정안이 의문스러워 물었다.“섬에요?”그러자 백정우가 대답했다.“그래.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계속 외딴 섬에 갇혀 있었어. 하준이 병사들이 아주 많이 갔으니까 하준이 걱정 마.”“하지만 하준이가 좀 다쳤어.”백정우가 탄식하더니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남하준의 부상 소식을 들은 정안은 걱정으로 얼굴이 창백해졌고 급히 도우미를 불러 부모님과 어린 동생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쉬게 했다.백정우는 여전히 어머니를 찾아다녔다.도우미에게 물었지만 도우미가 대답하지 않자 백정우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백진에게 거듭 캐물어 어머니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50대 중반의 중년 남자는 방에서 눈물범벅이 된 채 엉엉 울기 시작했다.이렇게 오랫동안 갇혀 있었지만 백정우와 서윤아는 배후의 인물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백진이 백인호라고 알려줬을 때 그는 전혀 믿기지 않았다.백인호는 지난 몇 년간 그들 앞에 나타난 적이 없었고 또 백인호를 친 형제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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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남태준의 말에 남하준은 속으로 걱정되었지만 짐짓 덤덤한 척 웃었다.“하하. 완자 성격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빨리 알려줘. 집에서 너 돌아오기만 기다리면서 얼마나 불안하고 걱정되겠어?”“응. 이따가 전화해야지.”남태준이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남하준은 그의 침울한 표정을 보며 물었다.“형, 눈도 안 보이면서 전화해서 안부만 물으면 되지 왜 여기까지 직접 찾아왔어? 혹시 나한테 할 말 있어?”남태준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자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확실히 너에게 부탁이 있긴 해.”“뭔데. 말해봐.”“만약 백인호를 잡으면 죽이지 말아줄래?”남하준은 움찔 놀랐고 얼굴에는 의혹스러움이 가득했다.“형, 그게 지금 무슨 말이야?”“백인호가 죽을 죄를 지었다는 거 잘 알아. 하지만 생포해서 잠시만 붙잡아두면 안 될까? 나 뇌수술 받고 싶어.”남하준이 경악하더니 엄숙하게 말했다.“그건 절대 안 돼. 아주 위험하고 악랄한 인물이야. 형 머리를 맡기는 건 목숨을 내놓는 거나 마찬가지라고.”남태준이 엷게 웃더니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만약 네 머리를 맡기면 인호는 주저하지 않고 너 죽이겠지만 나는 해치지 않을 거야.”“만약 형을 해친다면?”“그럼 운명을 받아들여야지.”남하준은 그의 모험을 허락할 수 없었다.백인호는 보기 드문 뇌 외과 의사이고 조예가 깊지만 그런 인물은 너무 위험했다.그에게 수술을 청하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노릇이고 또 그의 조건을 들어줘야 할 것이다.남하준이 극구 반대했다.“형, 그건 절대 안 돼. 형 일상생활이 불편한 건 알겠어. 근데 그건 도우미 구하면 사는 데 크게 문제 될 것 없잖아. 만약 백인호에게 머리를 맡긴다면 그 인간 손에 형 목숨을 쥐여주는 거나 마찬가지야.”남태준이 흔들림 없이 말했다.“하준아, 형이 언제 너한테 부탁한 적 있어? 나에게 눈은 아주 중요해. 이렇게 도박할 만큼.”“형은 지금 목숨을 걸고 도박하는 거야. 그리고 워낙 수술 난이도가 높아서 꼭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어.”“알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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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남하준은 남태준의 마음을 이해했다.만약 남하준이었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한 번쯤 모험했을 거다.남태준은 깊은 한숨 소리만 들렸고 한참 후 물었다.“하준아, 너 도와줄 수 있지?”“최선을 다해 볼게.남하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난 그래도 형이 다시 잘 생각해봤으면 해. 가뜩이나 위험한 수술을 백인호에게 맡기는 건 리스크가 너무 커. 그때 가서 백인호가 제기한 무리한 요구를 우리가 만족시킬 수 없다면 형 수술 해주지 않을 거야.”“넌 목숨만 살려둬.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남하준이 덤덤하게 대답했다.“그래.”“고마워 하준아.”“우리 사이에 고맙다니.”“네가 인호를 빨리 찾았으면 좋겠다. 나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많지 않거든.”남하준이 고개를 돌려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지우는 계속 맞선 보고 있어. 좋은 남자 만나면 바로 결혼할 거야.”남하준은 그제야 반응하고 몸을 일으켜 앉았다.“지우 씨가 계속 맞선을 본다는 건 형에게 아무런 마음이 없다는 거잖아? 형이 그렇게까지 위험을 감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남태준은 고개를 숙이고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하지 않았다.“형은 지우 씨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도 없잖아. 근데 형 스타일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내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남자야?”남태준이 되묻자 남하준이 멋쩍게 웃었다.“그런 뜻이 아니라 감정에는 외모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그럼 넌 지우가 예쁘다고 생각해?”“완자보단 안 예쁘지.”“하필 비교해도 참. 네 눈에 완자보다 예쁜 여자가 세상에 존재하긴 해?”남하준도 동의하며 웃을 뿐 말하지 않았다.“지우가 예뻐, 아니면 유미가 예뻐?”남하준은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비교했다.“그 두 사람을 비교한다면 난 지우 씨가 더 예쁜 것 같고 유미는 더 성숙한 분위기지.”“유미도 이미 충분히 예쁜데. 그러니까 지우가 유미보다 예쁘다, 그거지?”“아마도? 난 유미가 어디가 예쁜지 잘 모르겠어.”유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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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정안이 다가가 남태준의 손을 부축했다.“오빠 내가 데려다줄게요.”남하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고 또 말하기 미안했다.허공에 손을 내놓고 입을 벌렸다가 마지못해 내려놓았다.남태준은 정안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에서 나왔고 운전기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완자야. 돌아가. 하준이 기다려.”정안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중얼거렸다.“저 사람 나 보고 싶어 하지 않아요. 내가 류 비서 협박해서 여기 있는 거 알아내지 않았다면 아마 나 계속 속였을 거예요.”“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하준이가 왜 너 안 보고 싶어 해? 아마 미치도록 보고 싶어 할걸? 다만 하준이가 다친 모습을 네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뿐이야.”정안이 입술을 오므리고 남태준을 차에 태웠다.차에 올라탄 남태준이 급히 설명했다.“완자야, 유미 얘기는 내가 먼저 꺼냈어. 하준이 탓하지 말고 질투하지도 마.”역시 형제애가 남달랐다.“알겠어요. 잘 가요.”정안은 말을 마치고 문을 닫았고 차량이 떠난 후, 그녀는 뒤돌아 병원으로 돌아왔다.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막 나오자마자 남하준이 긴 복도에 서서 난간을 잡고 고개를 내밀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긴장한 기색으로 그녀의 모습을 찾고 있는 것을 보았다.“왜 나왔어요?”정안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남하준은 소리를 듣고 정안을 뒤돌아보더니 다친 다리를 돌볼 겨를도 없이 절룩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마음이 급해진 정안은 달려가 그를 부축하려 했지만 남자는 그녀를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남하준은 허리를 굽혀 그녀의 목에 얼굴을 묻고, 그녀의 몸을 꼭 껴안고, 뜨겁고 가쁜 숨을 그녀의 피부에 내쉬었다.그는 심장이 출렁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완아... 완아...”정안은 원래 마음속에 약간의 원한이 있었지만 남자의 품에서 그의 온도를 느끼는 순간, 흥분과 기쁨 외에 다른 감정은 전부 사라졌다.눈이 걷잡을 수 없이 흠뻑 젖었다.지금 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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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정안은 남하준이 안도록 내버려 두었고 눈을 감고 그에게 기댄 채 마음은 여전히 설렜다.그의 체온, 그의 호흡, 그의 심장 박동이 이렇게도 행복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정안이 행복한 포옹에 빠져 있을 때 남하준이 그녀의 턱을 살짝 걷어 올렸다.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입술이 따뜻하고 부드럽고 촉촉한 남자의 입술에 의해 뒤덮였고 이내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진한 키스가 이어졌다.그녀는 미간을 젖히고 남하준의 가슴에 두 손을 바짝 대고 그를 밀어내려고 몇 번 발버둥을 쳤다.하지만 남하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허리 뒤로 꺾어 그녀의 손을 고정한 후, 오랫동안 갈망한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음음.”정안이 고개를 가로젓자 남하준이 아쉬운 듯 입술을 떼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정안은 키스로 인해 촉촉해진 입술을 오므리고 수줍어하며 말했다.“여긴 병원이에요. 간호사들이 자주 드나들 텐데. 이러지 말아요.”남하준이 피식 웃더니 눈동자가 더욱 뜨거워져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허스키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잠깐 키스하는 건 괜찮아.”“방금 급해 하지 말라고 하던 사람이 누군데?”정안이 일부러 비꼬자 남하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입술에 빨리 키스했다.“다르단 말이야.”“비슷해요.”남하준은 그녀의 뒤통수를 잡아 그녀의 머리를 고정하고 뜨거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노려보며 속삭였다.“나 키스하고 싶어. 아주 잠깐만. 응?”정안은 얼굴을 홱 돌리고 그의 입술을 피했다.“싫어요. 여긴 불편하니까 집에 돌아가서 얘기해요.”남하준이 손을 뻗어 침대 커튼을 쳤다.“이러면 되지?”“안 돼요.”“1분만.”“싫어요.”“30초만.”“싫어요.”“그럼 2초.”“싫!어!”“완아...”남하준은 무기력하게 말했고 가라앉은 얼굴에 서운한 기색이 역력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정안은 슬쩍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그가 서운하고 갈망하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 그를 놀리고 싶지 않았다.어쩌면 남태준의 말처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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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남하준은 좁은 싱글 침대를 보고 곧바로 동의했다.“그래. 내가 밑에서 잘 테니까 넌 내 가슴 위에서 자.”정안이 수줍게 웃었다.“난 보호자 침대에서 자면 돼요.”하지만 남하준은 단호한 태도였다.“내 위에서 자.”“오빠 다리 다쳤잖아요. 상처 눌리면 어떡해요.”“괜찮아. 내 가슴 위에서 자.”“싫어요.”“어차피 넌 오늘 여기서 나랑 잘 거야.”정안이 뜨끔 하더니 눈을 깜박이며 그를 바라보았다.“그럼 나 집에 돌아갈게요.”남하준이 긴 한숨을 내쉬며 정안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중얼거렸다.“너 일부러 그러지?”“뭘요?”“내가 기뻐하는 꼴을 못 보겠지?”정안은 피식 웃더니 그의 짧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를 달래듯 부드럽게 말했다.“우리 오빠 착하죠. 내일 아침에 다시 보러 올게요.”남하준은 그녀의 허리를 덥석 껴안아 품에 안은 채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아무 데도 가지 말고 나랑 여기 있어.”“나...”정안이 말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유미의 목소리가 들렸다.“하준아...”순간 남하준과 정안은 동시에 얼굴빛이 가라앉았고 남하준이 침대 커튼을 젖히고 문 쪽을 돌아보았다.정안은 차가운 얼굴로 남하준의 품에서 일어났다.유미는 과일 바구니와 꽃다발을 손에 든 채 걱정스러운 얼굴로 들어왔다.“다친 곳은 괜찮아?”남하준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지막이 화를 냈다.“누가 알려줬어?”“뭐?”유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시치미를 떼자 남하준이 다시 물었다.“나 여기 있다는 거 누가 알려줬냐고?”“백완자에게도 누가 알려줬는지 따져 묻지 그래?”유미가 정안을 가리키며 묻자 남하준이 냉소를 지었다.“네가 내 아내랑 같아?”유미의 출현으로 정안은 좋던 기분이 와르르 무너졌고 괴롭고 짜증이 났다.하지만 유미는 여전히 당당한 태도였다.“너 지금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건 기밀에 속한다는 거 알아. 근데 왜 백완자에게는 말해주고 나한텐 말해주면 안 되는 건데? 난 그저 네가 걱정돼서 와봤을 뿐이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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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정안은 남하준이 그와 유미의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 덤덤하게 말했다.“나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 테니까 두 사람 얘기해요.”말을 마친 그녀가 손을 빼자 남하준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목소리가 약간 엄숙해지며 명령조로 말했다.“백완자. 여기 앉아.”정안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몸을 돌려 병실을 나왔다.남하준은 정안의 뒷모습을 보며 왠지 짜증이 몰려왔고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이마를 짚고 심호흡했다.그는 정안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다.유미를 그렇게 신경 쓰더니 이제 와서 양보하려는 걸까?정안이 병실을 나온 뒤 유미가 침대 옆 의자에 앉아 걱정하며 물었다.“다리 많이 다쳤어?”남하준은 차가운 얼굴로 침대 머리맡에 기댄 채 이불을 끌어다가 다리를 덮었다.“할 말 있으면 빨리해. 그리고 당장 나가.”유미는 심호흡하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남하준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하준아. 네가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 상관없어. 그냥 네 옆에서 일하며 네 얼굴 보고 너 보살펴줄 수만 있다면 난 만족해.”남하준이 짜증스럽게 말했다.“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나 905 공정 후방 지원부 주임으로 옮겼어.”남하준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천천히 유미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905 공정은 군전 그룹 무기 부서와 함께 새로 설립된 신형 전투기 연구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었다.즉, 최근 개발 중인 신형 전투기는 905 공정팀과 합작 개발해야 하며 앞으로 장기간 왕래해야 한다.더욱이 그녀가 후방 지원부 주임이라면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무엇보다 정안은 출산 휴가가 끝나는 대로 이 신형 전투기 개발팀에 합류하여 수석 엔지니어로 일해야 한다.남하준은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냉소를 지었다.사람은 군전 그룹에서 떠났지만, 그리 멀리 이동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승진까지 했고 앞으로 여전히 그들 부부와 자주 왕래하게 될 것이다.남하준은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고 머릿속은 정안이 방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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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남하준은 정안의 어깨를 잡고 살며시 밀어내며 깊고 어두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나가지 말라니까 왜 내 말 안 들었어?”“중요한 할 얘기가 있는 것 같아서 자리를 피했죠.”정안이 해명하자 남하준이 감탄하며 말했다.“너무 무서운 편집증 환자야. 나한테 무례를 범했어.”정안은 긴장된 얼굴로 그의 팔을 잡고 올려다보며 분노에 차서 말했다.“유미가 오빠에게 무례를 범했어요?”“정신적 무례도 속하나?”“속하죠!”“그러니까, 네가 방금 나 혼자 두고 나간 결과가 아주 심각해. 알겠어?”“미안해요.”정안은 손을 뻗어 남자의 볼을 감싸 안으며 미안한 눈빛을 했다.“진짜 미안해요. 유미가 그렇게까지 심하게 나올 줄은 몰랐어요. 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무례를 범했다고 느낀 거예요?”“내가 자기랑 인연을 끊어내지 못하는 걸 네가 알까 봐 널 내보냈대.”정안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이런 미친년! 정신이 나갔나?”남하준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정안의 통제 불능인 모습을 본 것도 처음이었고 욕설을 하는 모습도 아주 귀여웠다.“웃음이 나와요?”정안은 이를 갈며 물었다.“정신 번쩍 차리게 한 대 때려 주지 그랬어요?”남하준은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여자를 때리면 남하준이 아니지.”정안이 분노해서 말했다.“내가 방금 나오는 게 아니었어요. 그런 말을 하는 순간 내가 뺨을 후려갈겼어야 했는데. 자기 신분을 똑똑히 알려줘야죠!”남하준은 그녀의 어깨를 껴안고 돌아서서 병실로 향했다.“근데 유미는 왜 인연을 끊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정안이 궁금해서 묻자 남하준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905 공정 후방 지원부 주임으로 전근됐어.”정안의 발걸음이 멈추고 몸이 굳어버리자 남하준도 따라 멈춰서 그녀의 표정을 곁눈질했다.그의 예상대로 정안은 안색이 아주 어둡고 기분이 언짢았다.“무슨 생각해?”남하준이 묻자 정안이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부축해 병상으로 향하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냥 유미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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