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아름답고 거리 풍경은 어슴푸레했는데 그날 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금원으로 돌아온 후, 남하준은 일이 바빠서 서재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다음 날 아침, 그는 그룹에 급한 일이 생겨서 일찍 금원을 떠났다.남하준은 그녀를 군전 그룹으로 데려가지 않았다.소탈하고 평온한 작별 인사였다.두 사람은 속으로 알고 있었다. 이번에 서로 헤어지면 평생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걸.아프고 섭섭한 마음으로 정중히 작별 인사를 하기보다는 그냥 무심코 지나치는 게 나았다.그는 군전 그룹에 가서 일하고 그녀는 Z국으로 돌아가 그녀의 연구를 계속하며 서로 낯선 사람이 되는 거였다.정안은 금원의 남은 물건을 정리하고 아쉬운 듯 이 집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그 거대한 책장, 따뜻한 장식,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디테일로 넘쳤다.가짜 백하린이 돌아왔을 때, 남하준은 지체 없이 이 집을 꾸미며 오랫동안 사랑한 여자와 결혼하기를 꿈꿨을 것이다.대체 어떤 힘이 이 남자를 십여 년 동안이나 그녀를 사랑하고, 결국 그녀의 모든 것을 태연하게 받아들이고, 결연히 그녀를 떠나보낼 수 있게 했을까?정안은 남하준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났다.자신이 이 남자의 깊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것 같았다.정안은 눈물을 훔치고 가방을 들고 금원을 떠났다.밖에서 기다리던 지윤이 정안이 나오는 걸 보고 급하게 가방을 받다가 그녀의 눈이 퉁퉁 부은 것을 보고 안쓰러워하며 물었다.“언니 눈이 엄청 부었어요. 밤새 울었어요?”정안은 두 손을 눈에 대고 아픈 눈을 쉬게 하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추슬렀다.“괜찮아.”“언니 며칠 후면 떠나는데 도련님은 갑자기 그룹으로 돌아가셨어요. 설마 언니 가는 거 마중도 안 해요?”“나 갈 때 알리지 말라고 했어.”정안은 말하다가 울음을 참지 못하고 흐느꼈다.“나 못 떠나게 하려고 어디 꼭꼭 숨겨둘까 봐 무섭대.”지윤은 마음이 아파서 다가가서 그녀를 껴안고 등을 토닥였다.“울지 말아요. 도련님은 언니를 너무 사랑해서 언
Last Updated : 2024-09-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