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의 모든 챕터: 챕터 441 - 챕터 450

920 챕터

제441화

정호는 심호흡을 하고 이 화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총을 거두고 낮은 소리로 백인호를 욕했다.“여자에 눈먼 자식! 지난번에도 이 총의 위력을 봤으면서 이번에도 들고 들어오게 하다니. 쓸모없는 놈!”그러자 정호는 돌아서 나가면서 명령했다.“시체 치우고 저 두 사람 나눠서 가둬.”“감히 여색을 탐한다면 나한테 거시기 잘릴 줄 알아. 들었어?”정호가 고함을 치자 부하들이 이구동성으로 대꾸했다.“네. 형님!”이윽고 건장한 사내들이 정안을 밀고 방을 나갔다.정안은 걸으면서 정호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의사 좀 불러줘. 지윤이 내상 입었어. 제발 의사 좀 불러 달라고!”정호는 못 들은 척 점점 멀어져갔다.정안은 어쩔 수 없이 지윤과 다시 헤어지고 방에 갇혔지만 계속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내 말 들려? 의사 좀 불러줘! 내상 지혈약이라도 갖다 달라고. 제발 부탁이야!”반대편 방 지윤 역시 눈물이 핑 돌며 입가에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다.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약간 울먹였다.“언니, 나 괜찮아요.”...어느새 밤이 되었다.정안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 허기가 질 정도로 배가 고파서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안전을 걱정했고 지윤, 남태준과 지우를 걱정했다.문득 천둥소리가 났다.“우르릉!”“악!”정안은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본능적으로 귀를 막고 다리를 오므렸다.그녀는 천둥을 무서워했다. 기억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천둥 치는 비 오는 날이 무서웠다.부모가 살해된 날, 그녀가 습격당했을 때, 비가 왔었다.물속에서 익사할 것 같은 느낌에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혔다.잠시 후 밖에 천둥과 번개가 치고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정안은 이불을 잡아당겨 온몸을 덮고 다리를 조이며 이불 속에서 가늘게 떨었다.얼마나 지났는지 천둥도 멎고 비도 그쳤다.‘펑’작은 소리가 현관에서 들려왔고 그 소리는 미약했지만 정안은 똑똑히 들었다.정안이 이불을 젖히고 보니 방이 깜깜했다.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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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정안은 손을 뻗어 자신의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잡아당기고 부드럽게 말했다.“오빠,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두 따로 감금되었어요.”“정호는 나와 오랫동안 함께 일하면서 자신을 어떻게 보호하고 수사를 피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어.”“그게 무슨 말이죠?”“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졌어. 이 집에 없어.”정안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가슴이 꽉 막혀서 깊은 슬픔에 빠졌다.일전에는 그녀의 부모님, 지금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빼돌렸다.‘빌어먹을 백인호, 천 번 만 번 죽여도 모자랄 놈!’“그럼 다른 사람들은요?”남하준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급해 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정안은 남하준을 100% 믿었다.그녀는 경계를 늦추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시간이 1분 1초가 지나고 정안은 코안에 남하준의 익숙하고 좋은 향기가 가득 찬 것을 느꼈다.그의 뜨거운 호흡이 그녀의 뺨에 은은하게 뿜어져 나왔고 그의 건장한 몸은 그녀의 지척에 떨어져 있었다.온몸에서 강한 남성호르몬이 뿜어져 나오는 그의 카리스마는 강렬하고 위압적이어서 사람의 핏줄을 팽창하게 했다.정안은 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스럽고 긴장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빠, 나 좀 놔주면 안 돼요?”남하준은 흠칫 놀랐다. 즉각 반응하고는 그녀의 몸을 풀어주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두 사람의 호흡은 여전히 거칠었으며 어두운 밤이라 서로의 안색을 알아볼 수 없었다.정안은 조금 어색하여 그의 곁을 지나쳐 어둠을 더듬어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너 태준이 형 Z국에 데려가려 했어?”남하준의 극심하게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데리고 가서 치료하려고요.”남하준이 침묵했다.정안은 그의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또 입을 열었다.“오빠 부모님도 동의하셨어요.”남하준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한 가닥 희망이라도 있다면 나 절대 태준 오빠 포기할 생각 없어요.”남하준이 차디찬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는 바로 방문을 열고 나갔다.정안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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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류청, 당장 병원으로 데려가.”남하준이 명령하자 류청은 대답하는 시간까지 아껴서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지윤을 안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정안이 그 뒤를 따라 뛰쳐나갔다.그녀가 문을 나서자마자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남하준을 바라보며 긴장했다. “태준 오빠와 다른 사람들도 다른 방에 갇혔어요. 반드시 구해줘요.”남하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장이 은은히 아팠다.말을 마친 정안은 더 이상 누구도 돌볼 겨를이 없이 류청의 뒷모습을 쫓아 달려갔다.방에서 나온 남하준은 난간에 두 손을 얹은 채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거실 한가운데에 묶여 있는 악당들을 내려다보았다.다른 방에서는 폭탄 전문가들이 계속해서 폭탄을 찾고 있다.남하준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1층 방문이 열리고 지우가 남태준을 밀고 나왔다.남하준은 그윽한 눈빛으로 남태준을 바라보았다.“형.”남하준이 다가가 인사하자 남태준은 덤덤하게 말했다.“벌써 왔어? 소식 하나는 빠르네.”“완자가 제때 구조 요청을 보냈어요.”남하준이 지우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손을 떼라고 손짓하자 지우는 손을 놓고 몇 걸음 물러났다.그는 휠체어 손잡이를 받아 남태준을 밀고 문을 나섰다.두 사람은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완자는?”남하준은 씁쓸한 웃음과 함께 왠지 모를 질투가 솟구쳤다.“두 사람 서로에 대한 걱정이 남다르네.”이 말을 들은 남태준은 흠칫 놀라더니 침묵했다.왠지 질투 섞인 말처럼 들렸다.남하준은 그가 대답하지 않자 말을 이었다.“지윤 씨가 다쳐서 병원에 같이 갔어요.”“지윤이가 누군데?”“완자 옆에 있는 경호원.”“아.”“형 완자랑 함께 Z국에 가서 치료받는다면서요?”“난 가기 싫은데 억지로 떠밀려 가는 거야.”“가요. 한 가닥 희망이라도 있다면 포기하지 말아야죠.”“그래.”남태준이 대답했다.문밖에서는 이미 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남하준은 뒷좌석에 남태준을 앉히고 휠체어를 집어서 차 트렁크에 넣었다.차량은 빗물 세례를 받으며 떠나갔다.어두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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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남하준의 깊은 눈망울이 어두워졌다.“나에 대해 잘 아네.”정호가 냉소를 짓더니 말했다.“도련님 옆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니 그 정도는 알고 있죠.”“그런데도 감히 나를 배신해?”정호는 턱을 치켜든 채 독한 모습으로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정도 위험도 감수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돈을 벌겠어요?”남하준은 서서히 일어나더니 덤덤하게 말했다.“글쎄. 목숨이 붙어 있어야 그 돈을 쓸 텐데 말이야.”말을 마친 그는 돌아서서 소파에 앉았다.정호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무표정하고 냉담해 보였지만 사실 그는 마음이 아팠다.다년간 함께했던 전우의 정.오늘날, 이런 상황에 처하는 것은 결코 그가 원했던 결과가 아니었다.군전 그룹의 대열은 질서정연하게 범인을 차에 태우고 찾은 폭탄도 하나둘씩 방폭차로 옮겼다....비가 그치고 날이 밝았다.하루의 구조 끝에 지윤은 위험에서 벗어났다.진도훈이 병원에 와서 기운이 없고 수심이 가득한 정안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지윤이 잠자는 동안 정안은 진도훈과 함께 긴 복도의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돌발상황이 또 우리 계획을 망쳤어. 언제 돌아갈 생각이야?”정안은 두 손을 꼭 맞잡고 기분이 한껏 다운됐다.“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M국에 남아서 할아버지, 할머니 곁에 있고 싶고 엄마 아빠도 찾고 싶고요. Z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완자야...”진도훈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연구소는 물론 나라에서도 동의하지 않을 거야.”정안이 쓸쓸하게 웃었다.“그러니까요. 전 어쩔 수 없이 돌아가 연구를 계속할 수밖에 없겠죠. 앞으로 평생 아쉬움을 안고 살겠죠.”“Z국은 네 가족을 찾아 줄 거야. 그건 걱정 마.”“그럼 그 사람은요?”진도훈이 의문스러워 물었다.“누구?”“내가 사랑하는 남자요.”“그건 간단하지. Z국에 데려가. 비록 네 직업이 특수하긴 하지만 매달 부부 방문 기간은 있어.”정안은 젖은 눈동자로 진도훈을 바라보며 슬프게 중얼거렸다.“선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남하준이에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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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정안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가족은요? 가족도 보잘것없어요?”진도훈은 침묵했다.“난 내 일을 사랑하지만 내 조국도, 가족도, 그 남자도 너무 사랑해요.”“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위대한 과학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국적을 옮겼고 그러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었어요.”정안이 감회에 젖어 물었다.“지금 내 선택이 정말 맞는 거예요?”진도훈은 고개를 들어 정안을 보았다.그녀의 울적한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고 촉촉한 눈동자는 이미 빛을 잃었다.그는 마음이 몹시 아팠다.“사실 돌아올 수 없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정안은 흠칫 놀라서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진도훈이 그녀의 어깨를 잡아당기며 말했다.“이리 와봐.”정안이 즉시 얼굴을 갖다 댔다.진도훈은 손으로 그녀의 귓전을 가리며 머리를 숙이고 수군수군 이야기했다.그의 말을 들은 정안은 큰 눈을 깜박이며 눈동자가 더욱 맑아지고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진도훈이 말을 마치자 정안은 활짝 웃으며 감격해서 진도훈을 바라보았다.“선배, 고마워요.”“방법은 이미 알려줬어. 성공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한번 시도해봐.”정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시도해보고 싶어요.”“그 사람이 동의할까?”정안의 얼굴이 축 늘어지더니 순간 자신감을 잃었다.“분명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왜? 그 사람 너 사랑하잖아?”정안은 가볍게 탄식했다.“순애보에요. 조금도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 없는 사람이죠.”진도훈은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그럼 방법을 잘 생각해봐.”“네.”정안은 진지하게 응수하더니 이내 생각에 잠겨 이 계획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궁리했다.점심에 지윤이 깨어났고 정안이 그녀를 보살펴 주었다.류청은 붉은 장미 한 다발과 과일 한 바구니를 들고 병문안을 왔다.빨간 장미꽃을 본 정안과 지윤 모두 넋을 잃었다.병문안에 웬 빨간 장미?정안은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남하준이 그녀에게 국화꽃을 선물하는 것보다 더 용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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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류청이 즉시 대답했다.“네. 그러세요.”정안이 병실을 나가자 류청과 지윤은 조용한 분위기에 빠져 잠시 눈을 마주치며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류청이 급히 화제를 찾았다.“과일 먹을래요? 제가 사과 깎아 올게요.”지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류청은 몸이 뻣뻣해지고 사지가 말을 듣지 않았는 것 같았고 왔다 갔다 두리번거리다가 사과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또 허둥지둥 칼을 찾다가 돌아보니 칼이 과일 옆에 있었다.그의 어색함에 지윤은 피식 웃었다.3일 후, 몸이 회복된 지윤이 퇴원하는 날 류청이 또 그들을 데리러 왔다.류청의 차에 탄 뒤 정안이 물었다.“하준 오빠 지금 안성에 있어요?”“네.”“많이 바빠요?”“그럼요.”류청은 사실대로 대답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우리 도련님 안 바쁠 때가 어디 있어?’“그래요. 괜찮아요. 어차피 많은 시간을 뺏을 필요도 없고.”류청이 궁금해하며 물었다.“저희 도련님 만나시게요?”“류청 씨, 나 금원으로 데려다주고 지윤이는 우리 집에 데려다줘요.”“네.”지윤이 의문스러워 물었다.“언니, 금원엔 왜 가요?”정안이 지윤의 귓가에 다가가 손으로 막고는 속삭였다.“도둑질하러.”지윤은 믿기지 않는 듯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뭐 훔치려고요?”지윤이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정안은 신비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아직은 그녀에게 말해줄 수 없었다.지윤은 더욱 궁금해서 정안을 빤히 쳐다보았다.‘대체 남하준의 무슨 물건을 훔치려는 거지?’‘무슨 물건이기에 훔쳐야 할까?’...인기척이 없는 깊은 밤, 검은색 승용차가 천천히 금원으로 진입했다.기사가 차에서 내려 남하준의 문을 열어주었다.“도련님, 집에 도착했습니다.”서류를 보던 남하준은 정신을 차리고 서류를 덮고 한 손에는 옆에 있는 양복 외투를, 다른 손에는 서류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남하준은 큰 저택으로 들어가며 기사에게 말했다.“퇴근해.”기사가 공손히 대답했다.“네. 안녕히 주무십시오.”남하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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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정안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내가 안 반가워요?”“그런 뜻 아니란 거 알잖아?”정안은 두 손으로 뺨을 괴고 그의 엄숙한 표정을 살피며 느릿느릿 말했다.“보고 싶어서요.”남하준은 어리둥절했고 마음이 들끓기 시작했으며 이유 없이 긴장했다.보고 싶다니?어떤 의미의 보고 싶다 일까?부탁이 있어서? 아니면 진짜 그리워서?남하준은 목이 좀 마른 것 같아 침을 삼키고 배탕을 한 모금 마시며 울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배탕은 아주 달았다.그는 다 마시고 그릇을 내려놓고 말했다.“완아, 할 말 있으면 그냥 해. 나 오해할 만한 말 하지 말고.”정안이 오랫동안 생각해 보니 훔치는 것은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이었다.차라리 구걸하는 것이 나았다.남하준은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그녀는 계속 고민했다.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열어 중요한 정보가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했다.정안의 긴장된 손이 식탁 아래에서 손톱을 힘껏 꼬집고 있었고 가슴이 마구 벌렁거렸다.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볼이 이미 뜨거워지고 부끄러워 한마디 했다.“하준 오빠, 나랑 잘래요?”그녀의 말이 막 떨어지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휴대전화가 바닥에 떨어졌다.정안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뻗어 기웃거렸고 남하준은 황급히 허리를 굽혀 휴대전화를 빠르게 집어 들었다.먼저 식탁 위에 올려놓고 또 휴대전화를 집어 주머니에 넣었는데 그 행동이 다소 혼란스럽고 부자연스러웠다.그는 그녀의 대담한 발언에 진심으로 놀랐다.정안이 일어나서 그에게 다가갔다.“오빠...”그녀가 남하준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의자의 반대편에서 일어나 목이 마르고 말투가 약간 거칠었다.“백완자. 나 지난번에 분명히 말했다. 네 머리로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진 않았을 텐데?”정안은 얼굴이 빨개지고 서러워하며 말했다.“무슨 말인지 알아요. 오빠는 내가 Z국으로 돌아가서 미래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거로 생각해서 내 순결을 지켜주고 싶은 거잖아요.”“알았으면 몸가짐을 똑바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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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정안은 속으로 안 좋은 생각이 들어 긴장하며 물었다.“오빠 설마 거기 부실해요?”남하준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미간을 찌푸렸다.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니 남자의 자존심을 제대로 꺾었다.그는 잠시 멈칫했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러자 정안이 당황해서 물었다.“정말이에요?”남하준은 가슴이 답답하고 괴로워 심호흡을 하더니 말했다.“나 자극할 생각하지 마. 소용없어.”정안은 얼굴이 타들어 갈 정도로 뜨거운데 이 남자는 의외로 냉정했다.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화가 나서 물었다.“나 좋아한다면서요? 어릴 적부터 짝사랑했다면서 설마 모두 거짓말이에요?”남하준은 손을 뒤로하고 그녀의 손을 떼고는 한 걸음 물러서서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그의 안색이 극히 어두웠고 목소리도 차가워졌다.“맞아, 너 좋아하고 사랑해. 너랑 함께 있고 싶은데 넌? 넌 나 좋아해? 너도 나랑 함께 있고 싶어?”정안은 가슴이 두근두근 뛰며 긴장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속삭였다.“좋아하죠!”남하준은 어렴풋이 그녀의 말을 듣고 순간 분노가 차서 물었다.“어떤 의미로 좋아하는데? 침대에서 욕망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 아니면 옆집 오빠정도?”정안은 의문스러워하며 물었다.“그게 뭐가 달라요?”“날 위해 남을 수 있어? M국에 남아서 내 옆에 있을 수 있냐고.”정안은 마음이 심란했다.또 이 질문이었다.그녀는 이미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그 방법이 남하준에게 너무 잔인했다.만약 성공한다면 그녀는 아이와 함께 M국으로 돌아올 것이고, 실패하면 그녀와 아이는 Z국에 있고 그는 M국에서 홀로 견뎌야 할 것이다.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혈육과 생이별을 겪는 꼴이었다.정안은 양손으로 천천히 남하준의 팔을 잡고 그의 어두운 얼굴을 올려다보며 부드럽게 속삭였다.“오빠, 나도 M국에 남고 싶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요. 돌아가야만 해요.”“그만해.”남하준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허탈하게 돌아서서 서재로 향했다.정안이 급하게 뒤쫓아가서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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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그런데 넌?”“너에 대한 나의 호의를 십 년의 그리움으로 갚았어. 이젠 내가 더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더 재미를 주고 내 남은 생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려는 거야?”정안은 고개를 천천히 숙이고 아랫입술을 깨물어 몰래 눈물을 흘리며 가슴이 무너질 듯 아팠다.그녀는 기억을 되찾지 못한 서다인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눈과 마음속에 오직 남하준으로 가득 찬 그저 그의 평범한 아내로 살고 싶었다.그렇게 많은 책임을 질 필요도 없고 그저 머리에 사랑으로 가득 차서 남하준과 평범하게 이번 생을 마치고 싶었다.하지만 현실은 참혹했다.그녀에게는 사명이 있고 책임이 있었다.그녀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로 남하준의 곁을 스쳐 지나가 금원을 나왔다.그녀가 간 지 30분도 되지 않아, 남하준이 다급하게 밖으로 뛰쳐나왔다. 멀리서 정안이 이미 앞뜰의 큰길까지 간 것을 보았다.그는 쏜살같이 쫓아가 그녀의 손을 홱 잡아당겼다.밤의 장막이 드리우고 따사로운 불빛 아래서 정안은 눈물을 닦고 그를 올려다보았다.남하준은 숨을 가쁘게 쉬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말투는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시간이 늦었어. 위험해. 데려다줄게.”정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기서 기다려.”남하준은 말을 마치고 차고를 향해 돌았고 곧 그는 차를 몰고 나왔다.정안은 조수석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안전벨트를 맸고 차량은 천천히 금원을 벗어나 번화한 대로 위를 질주하고 있었다.번화한 대로는 불빛이 눈부시고 네온사인이 반짝이며 차량으로 가득했다.차 안 불이 꺼지고 가로등이 한 프레임씩 차 안으로 비쳐들며 그들의 몸에 한 줄의 빛 그림자를 그었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저기압에 휩싸여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정안은 고개를 돌려 창밖의 거리 풍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멍하니 있었다.남하준의 운전 속도가 좀 느려서 곁에 있던 차들이 한 대 한 대 추월했다.곧 백씨 가문에 도착했고 정안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먼저 침묵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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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지금의 정안은 의기소침한 모습이 폐인 같았다.모든 가족이 납치되었지만 그녀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고, 어떻게 구해야 할지 몰랐고, 경찰에 신고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과학 연구소로부터 국제 전화가 하나둘씩 걸려와 그녀에게 빨리 복귀하라고 권했다.지금의 그녀는 전처럼 일에만 몰두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걱정도 많고 고려해야 할 것도 많고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았다.그때 휴대폰 벨이 울렸다.정안은 나른하게 책을 내려놓고 손을 뻗어 침대의 휴대전화를 만져보니 지우의 전화였다.그녀는 급히 연결하고 귓가에 댔다.“지우야, 무슨 일이야?”“완자야. 네 친구 이미 몸이 회복해서 퇴원했다고 들었는데 우리 언제 출국해?”정안은 미안해하며 말했다.“그게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아직 해결해야 할 일들이 남았어.”“네 할아버지라, 할머니? 아직도 못 찾았어?”정안은 시무룩해서 말했다.“백인호가 숨겼으니 찾기 쉽지 않을 거야.”“소고집을 부리던 태준 도련님께서 이제 치료에 협조할 의향이 있으니 빨리 출국해서 최고의 의사를 찾아줬으면 좋겠어. 빨리 이 사람 눈과 다리를 치료해야겠어. 안 그럼 매일 저 더러운 인상과 마주해야 하잖아. 800만 원 벌기 정말 쉽지 않다니까.”정안은 피식 웃었다.“옆에 태준 오빠 있지? 들으라고 그렇게 말하는 거지?”지우도 따라 웃었다.“역시 넌 똑똑해.”“너랑 태준 오빠 먼저 출국해도 돼. 나 기다릴 필요 없어.”“우린 말도 안 통하고 거기 아는 사람도 없잖아. 나 혼자 장애인을 데리고 타국으로 달려가 치료받으라고? 너무 어려워.”“그렇긴 하지.”그때 남태준의 말소리가 들렸다.“누가 그래? 내가 Z국 언어를 모른다고?”지우가 경악했다.“설마 알아요?”남태준이 덤덤하게 말했다.“알아.”지우가 웃으며 말했다.“매일 인상 쓰면서 걸핏하면 물건이나 집어 던지고 나한테 화만 낼 줄 아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Z국 언어를 안다고 하니 정말 놀랍네요!”“좀 닥쳐줄래?”“싫은데요? 못하겠는데요?”“막돼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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