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Chapter 451 - Chapter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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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1화

유미의 비슷한 수단을 이미 겪어본 정안이었다.“우리 정식으로 만난 적도 없는데 헤어졌다는 표현은 올바르지 않죠.”“그런데 왜 여긴 찾아왔어요?”정안이 승기를 잡고 말을 이었다.“저번에는 나한테 두 사람 사귄 지 한 달 됐다며 찾아오지 말라고 허풍을 떨더니 오늘은 또 무슨 말로 나 쫓아낼 생각이죠?”유미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말문이 막혔다.“어젯밤 두 사람 만난 적도 없죠?”정안이 여유롭게 말했다.“오늘도 일 때문에 찾아온 거죠?”유미는 이를 악물고 여전히 침묵했고 정안은 손으로 태양을 가리는 동작을 하며 말했다.“햇살이 너무 강하네요.”말을 마친 그녀는 유미 곁을 스쳐 지나가려는데 유미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백완자. 거기 서.”이건 유미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대놓고 반말을 한 것이다. 이젠 연기하기도 싫은 걸까?정안은 그늘진 곳에 가서 뒤돌아서서 물었다.“아직 할 말이 남았나요?”유미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정안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또박또박 말했다.“하준이가 너 좋아한다고 해서 너무 우쭐대지 마. 넌 Z국 사람이니 Z국으로 돌아가 살아야 해. 언젠가 떠날 사람이라고. 하지만 난 하준이와 평생 친구가 될 수 있고 평생 동료가 될 수 있어. 우리에게는 평생이 존재하지만 너랑 하준이는 없다고.”현실은 언제나 잔인한 법. 그녀의 말은 마치 부드러운 칼처럼 천천히 정안의 가슴에 꽂혔다.정안은 가슴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고 은근히 찢어지는 것 같아 아프고 괴로웠다.이건 엄연한 사실이라 반박할 힘이 없었다.유미는 마치 승자가 된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우리는 소울메이트가 될 수 있어. 하지만 난 믿어. 오래 옆에 있다 보면 언젠가 사랑이 싹트겠지. 난 하준이 옆에서 그 순간을 기다릴 거야.”말을 마친 유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돌아섰다.유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정안은 그녀가 정말 남하준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런 여자가 남하준 곁에 있다고 생각하니 정안은 불안하고 무섭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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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정안은 반달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진짜 별일 없어요. 나 아직 Z국에 가지 않았고 오빠도 마침 안성에 있으니 더 오래 같이 있으려고 온 거지.”남하준이 진지하게 물었다.“나랑 정이라도 붙일 생각이야?”정안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정들면 그래도 갈 거야?”“가야죠.”남하준은 눈빛이 흐려지더니 정안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한마디 던졌다.“애가 배불러 할 짓이 없네.”정안은 그의 뒤를 따라갔고 두 사람은 거실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배불러 할 짓이 없다니요?”남하준은 앉은 뒤 티테이블의 귤을 들어 껍질을 벗기며 말했다.“꼭 가야 한다면서 왜 굳이 고통을 자초하는 건데?”정안은 더 이상 그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싶지 않아 옆으로 앉아 그에게 다가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방금 유미 씨 왜 왔어요?”남하준은 까놓은 귤을 정안의 손에 놓았다.정안은 살짝 넋을 잃고 손에 든 귤을 보고 있자니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남하준이 느릿느릿 설명했다.“서류도 가져오고 업무도 얘기할 겸.”“무슨 업무요?”정안이 궁금해서 묻고는 귤을 쪼개 한 조각 입에 넣으니 달콤한 식감과 특별한 과일 향이 섞여 아주 맛있었다.남하준은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보며 침묵을 지켰다.그러자 정안이 의문스러워하며 물었다.“비밀이에요?”남하준이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하는 일은 너한테 전부 비밀 사안이야.”정안은 흠칫 놀라더니 얼굴빛이 가라앉았다.한바탕 얻어맞은 것 같아 좀 허탈했다.그녀는 느릿느릿 귤을 씹었지만 아무 맛도 나지 않았고 가슴이 답답했다.문득 유미가 방금 한 말이 떠올랐다. 유미와 남하준은 평생의 친구, 평생의 동료, 업무 파트너 또는 소울메이트가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난처한 신분은 남하준의 일을 묻는 것조차 군정을 염탐하는 것이 된다.남하준은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가라앉고 천천히 씹는 것을 바라보며 눈빛이 뜨거워지고 덩달아 마음이 가라앉았다.그녀가 곁에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해도 세월이 고요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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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정안은 기회를 틈타 그에게 기대어 한쪽 발을 그의 허벅지 위로 건너뛰어 그의 허벅지 안에 앉았다.남하준의 몸이 뻣뻣해지고 그녀에게 키스하는 동작을 멈추었다.정안은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감싸고 그의 민감한 위치에 닿을 때까지 엉덩이를 천천히 그의 허리와 복부로 이동했다.순간 벼락이 치듯, 한 기류의 전류가 남하준의 사지를 관통했고 그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몸이 굳어지며 어딘가에서 순간적인 반응이 일어났다.남하준은 속으로 질주하는 욕망을 억누르며 그녀의 얼굴을 밀어내고 고통스럽게 인상을 찌푸리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유혹 안 한다며?”정안은 얼굴이 새빨개지고 부끄러워하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나 그런 적 없는데요?”남하준은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두 손으로 잡고 천천히 힘껏 내리누르자 두 사람 사이에는 조금의 틈도 없었다.“그럼 이건 뭔데?”눌려 약간의 통증을 느낀 정안은 수줍고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조심하지 않아 부딪힌 거예요.”남하준은 심호흡을 했다. 이대로 참다가는 그녀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미치겠네.”남하준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했는데 지키고 있던 선은 이미 끓어오르는 욕망에 무너져 꿈틀거린 지 오래였다.정안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고 입술을 오므렸다.남하준은 그녀의 분홍색 입술을 바라보며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느꼈다. 그녀의 거친 호흡과 심장 기복 그리고 뜨거운 욕망이 불처럼 남하준을 활활 태우고 있었다.그녀가 너무 주동적이어서 남하준이 도저히 막아낼 수 없었다.아무리 강한 신념이라도 지금 이 순간 모두 무너져내리고 말았다.정안은 부끄러운 눈을 들어 남자의 뜨거운 시선을 마주 보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오빠. 정말 원하지 않아요?”남하준의 목구멍으로 두 글자가 흘러넘쳤다. “원해.”그는 미친 듯이 원하고 있었다. 모든 정력과 욕망을 모두 그녀의 몸에 쏟아내고 싶은심정이었다.얼마나 많은 외로운 밤을 그녀의 생각으로 잠 못 이뤘을까.정안은 거의 다 된 것 같아 두 손으로 천천히 그의 목을 졸랐다. 경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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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근데 콘돔은 왜 안 사용해?”“안전기에요.”“한층 더 보호하면 좋은 거 아니야?”정안은 어쩔 수 없이 창피하지만 계속 핑계를 댔다.“그게... 막이 있어서 불편해요.”남하준은 어리둥절했고 온몸이 경직되어 눈빛 속에 충격을 숨길 수 없었다.정안은 지금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궁색하고 난처해 죽을 지경이었다.“이건 네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야.”남하준은 놀라서 손을 떼고 한 손으로 허리를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단발머리를 늘어뜨리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숙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말투가 약간 굳어졌다.“설마 내 아이를 임신하고 싶은 건 아니지?”마음을 들킨 정안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눈빛이 반짝이고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어떻게 감추어야 할지 몰랐다.그녀의 반응은 남하준의 추측을 완전히 확인시켜 주었다.남하준은 경악과 분노에 휩싸여 꾹 참고 뒤로 물러난 뒤 고개를 들고 심호흡을 하며 착잡한 심정이었다.정안이 나지막이 설명했다.“사실 나...”남하준은 화가 나서 온몸이 괴로워 그녀의 말을 바로 끊었다.“요즘 이상하게 자꾸 나 유혹하는 이유가 그거였어? 백완자, 너 참 독하다.”당황한 정안은 긴장하며 연신 사과했다.“미안해요, 오빠. 일부러 속이려던 건 아니었어요. 오빠가 동의하지 않을 걸 아니까 내가 다른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어요.”남하준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분노에 눈시울을 붉히고 목소리를 낮추어 화를 냈다.“내가 동의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그랬다고?”정안은 주먹을 천천히 쥐며 사실대로 말했다.남하준은 이 아이러니한 말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고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그녀를 보는 눈빛에 증오가 깃들었다.“백완자. 난 이미 충분히 비참하다는 생각 안 해? 근데 내 아이를 임신하고 Z국으로 돌아가서 내가 혈육의 이별까지 겪게 해? 내가 더 많은 그리움과 더 많은 고통을 느꼈으면 좋겠어?”정안은 남하준이 그렇게 큰 고통을 느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눈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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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남하준은 마음을 추스르더니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기대하는 말투로 물었다.“완아. 너 나 사랑해서 내 아이를 임신하고 싶고 M국에 머물고 싶은 거야?”정안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 끝이 저릴 정도로 아팠다.남하준은 진지한 눈빛으로 진심을 담아 말했다.“너만 남고 싶다면 난 목숨을 걸고 너 보호할 거야. Z국이 아무리 강해도, 내가 있는 한 넌 무조건 안전해. 모든 일은 내가 책임질게.”정안은 눈물을 참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난 오빠가 목숨 거는 것도, Z국과 적이 되는 것도, 오빠 몸이 부서지는 것도 전부 원하지 않아요.’남하준은 점점 뒷걸음질 치는 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미어졌다.그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두 손으로 정안의 어깨를 잡고 허리를 굽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완아, 너도 나 사랑하지?”정안은 눈물을 참고 코를 훌쩍이며 애써 덤덤하게 말했다.“아니요. 나 Z국으로 돌아가면 일하느라 결혼할 생각 없어요. 그냥 오빠 유전자가 탐나서 아이를 낳고 싶었을 뿐이에요.”남하준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려갔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는데 눈가에 눈물이 가득했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정안의 그 말은 수백 개의 화살처럼 그의 심장을 찌르고, 피와 살을 헤집어 피가 뚝뚝 떨어져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그는 웃었다. 우는 것보다 더 못생기게 웃는 그의 눈 밑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분노에 차서 나지막이 화를 냈다.“날 사랑하지 않아도 돼. 근데 왜 그렇게 잔인한 수단으로 나 괴롭히려는 거야?”정안은 눈물범벅이 되어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남하준이 소파 가장자리에 가서 방금 떨어뜨린 핸드폰을 주워 정안을 등지자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슴이 아파서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그는 얼음처럼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난 널 만난 적도, 사랑한 적도 없는 거야. 앞으로 남은 인생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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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익숙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정안은 마음을 가다듬고 무릎에서 고개를 들어 두 손으로 눈물을 닦고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지윤의 전화인 것을 보고 심호흡을 한 후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귓가에 연결했다.“지윤아.”정안이 부드럽게 입을 열자 지윤이 긴장한 말투로 물었다.“언니 지금 어디예요?”정안은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나 바지의 먼지를 툭툭 털며 말했다.“금원이야.”“내가 주소 하나 보낼 테니까 지금 당장 와요.”지윤은 다급해 보였고 목소리에 당황스러움이 섞여 있었다.정안은 그녀가 이렇게 당황하는 건 처음 봐서 금원을 뛰쳐나가며 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이야?”“언니 할머니 찾았어요.”정안은 마음이 급해져 더 빨리 뛰었다.“어디야? 할머니 어디 계셔? 주소 보내.”“보낼게요. 근데 마음 단단히 먹어요.”순간 정안은 머릿속이 하얘지고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그녀는 택시를 타고 지윤이 보낸 주소를 따라 외진 교외로 나가 낡은 건물 공사장에 멈춰 섰다.그녀가 공사장에 도착했을 때 이곳에는 이미 경찰차 여러 대가 주차돼 있었고 주변은 폴리스라인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폴리스라인 밖에서 두 명의 경찰이 기다리고 있었다.이를 본 정안은 더욱 당황했고 공포와 불안이 점점 더 심해지고 발걸음이 무거워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언니!”지윤이 멀리서 그녀를 보고 무거운 표정으로 달려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정안의 손은 차갑고 몸은 가늘게 떨고 있었고 목소리마저 떨리며 긴장해서 물었다.“할머니는?”지윤이 하늘을 가리키자 정안이 고개를 들었다.순간 정안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깊이 타들어 가는 공포가 온몸에 번져 눈물이 시야를 흐렸다. 허공에 매달린 할머니를 바라보니 가슴이 칼로 에는 듯 아팠고 너무 아파 미쳐버릴 것 같았다.포승줄에 묶인 할머니는 몸에 폭탄 같은 것을 가지고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할머니를 들어 올린 건 대형 크레인이었다.정안은 경찰 앞에 달려들어 그들의 손을 덥석 잡으며 다급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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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저건 원격 조종 폭탄이에요. 올라가면 죽는다고요!”“아니요. 저 사람들은 나 못 죽여요. 내가 있는 한 절대 폭파하지 못해요. 빨리 알려주세요. 내가 올라가요.”전문가가 크게 고함을 질렀다.“이거 미친 여자네. 당장 끌고 나가!”정안은 전문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올라가게 해 주세요. 나 정안이에요. 절대 나 죽이지 못한다고요. 빨리 어떻게 제거하는지 알려주세요. 내가 할게요.”전문가들은 생명을 구하고 싶은 그녀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녀가 죽음을 무릅쓰는 건 이해하지 못했다.“그쪽이 누구든 당장 폴리스라인 밖으로 물러나세요!”그때 머리 위에서 여은수의 목소리가 들렸다.“완자야. 우리 완자...”정안이 고개를 번뜩 들었지만 눈물이 그녀의 시야를 흐려 할머니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급히 눈물을 닦고 미소를 지으며 울먹였다.“할머니, 괜찮아요. 내가 할머니 구하러 왔으니까 곧 내려올 수 있어요.”여은수가 웃으며 말했다.“완자야. 할머니가 많이 사랑해. 내가 우리 손녀 아주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정안은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나 알아요. 지금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우리 집에 돌아가서 얘기해요. 네?”여은수가 큰소리로 외쳤다.“나 네 엄마랑 아빠 만났다. 그리고 한 살짜리 네 동생도 봤고. 완자야. 이 할미는 죽어도 여한이 없어. 내가 하늘에서 너희들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지켜주마.”정안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오장육부가 저린 것 같았고 목소리가 떨렸다.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어디 있어요? 할아버지는 어디 계세요?”“국내에 있는 한 별장에 구금됐는데 주소도 모르고 주변도 잘 보이지 않았어.”정안은 할머니의 허약한 몸을 보고는 폭탄 제거 전문가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제발 저 올라가게 해 주세요. 블랙 섀도우 조직이든 백인호든 절대 나 죽이지 못해요. 나 올라가게만 해 주면 내가 할머니 구할 수 있어요.”폭탄 제거 전문가가 경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경찰이 즉시 돌진해 와서 정안을 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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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할머니 괜찮은 거지? 괜찮지?”정안은 고함을 지르며 애간장이 찢어질 듯 울부짖고 애통해하며 두 발이 힘없이 흘러내렸다.지윤은 그녀를 끌어안고 미끄러져 내려갔고 두 사람은 무릎을 꿇은 채 서로를 꼭 껴안았다.정안은 통곡하며 목놓아 울었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할머니가 눈앞에서 죽었는데도 할머니를 구하지 못했으니 자신ㅇ 너무 무능하다고 생각했다.어릴 때부터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할머니가 눈앞에서 사라졌다.시신도 찾을 수 없었다.정안은 두 손으로 가슴팍의 옷을 꽉 움켜쥐고 심장을 짓눌렀지만 따끔거리는 느낌은 점점 강해지고 호흡은 점점 옅어졌다.그녀는 결국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하고 지윤의 품에서 기절할 때까지 울었다.정안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다음 날 아침이었다.지윤이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밤새 그녀를 지켜보다가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 급히 그녀의 이마를 만지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언니 괜찮아요? 어디 아파요? 물 좀 줄까요?”정안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슬픈 기색이 가득했지만 더 이상 울지 않았다.지윤이 또 말을 이었다.“어젯밤에 하준 도련님께서 언니 보러 왔어요. 아침에도 왔다가 이제 막 갔어요.”정안은 유유히 고개를 돌린 채 눈시울을 적시고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오빠가 뭐래?”“백인호는 이미 1급 수배범으로 분류되어 전국에서 수배 중이라고 하셨어요.”정안은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지윤이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도련님께서 언니 옆에 있어 주지 못한다고 서운해하지 마세요. 그쪽에도 지금 일이 많아요.”정안은 고개를 저으며 그를 탓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이미 인연을 끊겠다고 밝힌 남하준이 그녀의 할머니가 사고 난 후 두 번이나 그녀를 보러 왔으니 그 사랑이 깊어 여전히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말한다.지윤은 그녀가 고개를 가로젓자 무슨 뜻인지 몰라 계속 설명했다.“류청 씨 말 들어보니까, 어제 점심에 정호를 호송하던 죄수 차량이 습격당했고 도로에서 격렬한 총격전과 폭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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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정안은 화가 나서 온몸이 불편했고 또박또박 소리쳤다.“네가 원하는 건 돈이잖아. 가문의 모든 재산을 주겠다는데 왜 할머니를 죽여? 왜 우리 가족을 모두 해치는 거냐고?”백인호가 피식 웃더니 느릿느릿 말했다. “지금 백씨 가문 돈은 해외로 나갈 수 없어. 난 M국 수배범이고. 나를 이렇게 만든 이상 나도 본때를 보여줘야지 않겠어? 안 그럼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잖아?”정안은 얼굴이 굳어지고 불끈 쥔 주먹이 가늘게 떨리며 가슴에 한이 맺혔다.백인호가 말을 이었다.“나 방금 결혼했어. 아내 이름이 한이서야. 내일부터 이서가 돌아가 모든 재산을 상속받고 그룹 회장직을 맡을 거야. 이서 손에 이미 네 할아버지 임명장과 자산 이전 협의서가 있어. 만약 너희 가족이 하나둘씩 할머니를 따라가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이서가 재산 상속받는 거 막지 마. 남하준이 이 일에 끼어드는 건 더더욱 안 되고. 내가 돈을 손에 넣지 못한다면 네 가족은 잿더미가 될 거야.”정안에게 가족의 안전을 제외한 모든 건 보잘것없었다.그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내 가족들 해치지 않는다면 뭐든 들어줄 수 있어.”백인호가 웃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경분자도 줘.”“그건 네가 가져도 쓸모없는 물건이야. 나만 그 원리와 사용법을 알고 있어.”“하지만 내가 팔 수는 있잖아? 1g에 1조억 원. 이건 천문학적 수치야.”정안이 코웃음을 쳤다.“욕심이 끝도 없네.”그러자 백인호가 명령했다.“내일 경분자 48g을 이서에게 건네.”“좋아.”말을 마친 정안은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옆으로 던졌다.지윤이 눈을 부릅뜨고 긴장된 표정으로 정안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정안이 그녀의 걱정을 눈치채고 그녀의 손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이 세상에서 진짜 경분자를 연구해 본 사람은 나 말고 군전 그룹의 그 노교수들뿐이야.”지윤이 지난번 군전 그룹 폭발 사건을 떠올리니 바로 그 교수들이 2g 경분자 연구에 실패했었다.그녀는 순간 정안의 뜻을 이해했다. “설마 백인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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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연결음이 막 들려오자 정안은 갑자기 전화를 끊더니 휴대전화를 지윤에게 넘겼다.“전화 안 해요?”지윤이 의문스러워 묻자 정안은 시무룩해서 말했다.“오빠는 지금 나 만나고 싶지도 않고 나랑 연락하고 싶지도 않아. 그냥 네가 말해줘.”“그럴 리가요?”지윤이 경악해서 말하자 정안은 말없이 침대에 누워 이불을 끌어다가 머리까지 덮고 슬픈 마음으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지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남하준의 전화가 걸려왔다.그녀는 곧바로 귓가에 대고 바로 자신임을 밝혔다.“도련님, 저 지윤이에요.”남하준이 흠칫 놀라더니 물었다.“완이 깼어요?”“네.”“몸은 좀 어때요?”“괜찮아요. 다만 아직 많이 슬퍼해요.”“나한테 무슨 일로 전화했죠?”지윤은 이불을 덮은 정안을 흘끗 보고는 말했다.“언니가 도련님 연구팀에 스파이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어요.”“알고 있어요.”“네? 알고 계신다고요?”“가짜 백하린 정체가 탄로 난 뒤부터 계속 조사하고 있었어요.”지윤은 입술을 오므리고 웃더니 탄복하는 마음이 저도 모르게 피어났다.“언니랑 통화하시겠어요?”남하준이 침묵하자 지윤은 분위기가 조금 이상함을 감지했다.그때 남하준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아니요. 잘 돌봐주세요.”지윤은 정말 이해가 안 갔다. 남하준은 분명 정안을 그렇게 걱정하면서 왜 갑자기 냉담한 태도를 보일까?정안의 가족이 세상을 떠나서 위로가 가장 필요한 지금 왜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행동할까?지윤은 별말 없이 간단히 인사하고 전화를 끊었다.정안은 이불 속에 숨으니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할머니의 별세도 슬프고 남하준이 고한 이별도 더욱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다음날 점심.정안은 백인호의 아내 한이서를 만났다.생김새는 평범하지만 세련되고 야무진 여자였다.그녀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그룹에 들어가 회장직을 인수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신원과 가업 승계를 위한 서류를 발표했다.그날의 인기 검색어는 모두 백가의 뉴스였다.백완자가 Z국 출신이라 재산을 상속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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