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의 모든 챕터: 챕터 471 - 챕터 480

920 챕터

제471화

남하준은 휴대전화를 들고 앞으로 나가며 명령했다.“따라오지 마.”유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왜 그렇게 서둘러? 또 지윤 씨는 왜 찾아?”남하준이 뒤돌아보며 나지막이 쏘아붙였다.“따라오지 마.”유미는 얼굴을 찡그리며 불쾌하게 말했다.“너 걱정해서 그런 거잖아!”“얘 데려가.”남하준이 류청을 가리키며 말하자 류청이 즉시 앞으로 가서 유미의 손을 잡고 뒤로 물러섰다.유미가 몸부림치려 고함을 질렀다.“뭐 하는 거야? 하준이 지금 급해 하는 거 못 봤어? 분명 무슨 일 생겼다고. 내가 가서 해결해야 해.”류청이 어쩔 수 없어 하며 말했다.“도련님은 지금 그쪽 친구가 아니라 상급자예요. 사적인 일에 간섭하지 마세요.”유미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멀리서 전화하는 남하준을 바라보며 긴장해서 물었다.“사적인 일?”“지윤이를 찾는 건 분명 사적인 일 때문이겠죠. 설마 업무적인 일로 찾겠어요?”“그렇다면 내가 더욱 도와야지.”류청이 미간을 찌푸리고 그녀의 팔을 잡고 놓지 않았다.“제발... 좀 그만 하세요. 도련님 걱정하는 것도 알고 좋아하는 것도 알겠는데 어떤 일은 너무 성급하게 행동하면 안 돼요.”유미는 화가 나서 이가 근질근질했고 남하준을 가리키며 말했다.“지윤 씨를 찾는 건 분명 백완자 때문일 거야. 그 여자는 이미 떠난 지 반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하준이 곁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녀?”류청은 침묵했다.강한 소유욕과 편집증을 보이는 유미를 보며 어쩔 수 없었다.만약 남하준과 유미가 서로 사랑했다면 남하준은 분명 행복했을 것이다. 이렇게 그를 사랑하는 여자가 곁에 있으니 아마 매일매일을 평안하게 보냈을 것이다.전화 연결음이 울리고 남하준의 심장은 불에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지윤은 전화를 받자마자 쏘아댔다.“이 사람아. 나 지금 운전 중이야. 어지간한 일은 음성으로 보낼 수 없어?”남하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나 남하준이에요.”지윤은 순간 당황했다.“죄...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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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아니. 난 안 변했어. 그대로야.”정안은 무신경한 태도를 보였다.“그래요?”남하준은 심호흡을 하고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은 아픔을 참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한번 물었다.“어디야? 내가 갈게. 얘기 좀 해.”정안은 여전히 흐트러짐 없이 평온했다.“내일 변경으로 떠나는 데다 지금 본가에 가서 태준 오빠랑 지우 보러 가야 해요. 남 장군님이랑 만날 시간 없어요.”남하준이 싸늘하게 웃더니 눈시울이 붉어졌다.또 남태준.그녀가 영원히 잊지 못하는 남자는 항상 그의 넷째 형 남태준이었다.“그래.”남하준은 괴로워 숨을 못 쉬고 입으로 입김을 내쉬며 여전히 다정하게 말했다.“너 시간 날 때 만나자.”“그럼 이만 끊을게요.”정안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남하준은 손을 천천히 내리고 발끝에 쌓인 눈을 내려다보았다.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풀이 죽어 고목 아래서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그의 심장이 날씨보다 더 추운 것 같았다.남하준의 통화가 끝나자 유미가 지체 없이 그에게 달려갔다. “하준아! 대체 무슨 일이야?”...같은 시각, 차 안.전화를 끊은 정안은 시들어가는 꽃처럼 차창가에 맥없이 기대어 눈시울이 촉촉하고 눈동자에는 빛이 없었다.그들의 통화를 들은 지윤이 궁금해서 물었다.“왜 도련님 안 만나요?”정안이 눈을 감고 무기력하게 말했다.“내일 그룹에 가서 입사할 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만나는 게 좋아. 아니면 괜히 시끄러워질지도 몰라.”“뭐가 두려운 거예요? 제가 있잖아요.”정안은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너처럼 대단한 무술 실력이 없는 내가 배 속의 아기를 잘 보호하려면 유일한 방법은 아무런 사건사고에도 휘말리지 않는 거야. 절대 아무 일도 일어나선 안 돼. 내 맘 알겠어?”지윤이 그녀의 뜻을 깨닫고 긴장하며 물었다.“유미 만났어요?”정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목이 메어 한마디만 더 하면 울컥할 것 같았다.그녀는 유미를 만났다.그 여자는 남하준의 앞에 서서 그의 머리와 어깨의 눈송이를 부드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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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지윤은 이해가 가지 않아 오래 참았지만 도저히 참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언니 지금 도련님 아이도 임신했고 도련님도 아직 언니에게 미련이 남았는데 왜 쟁취하지 않는 거예요?”“언니가 손가락만 까딱해도 도련님은 바로 넘어올 거예요.”정안은 진지한 얼굴로 지윤을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하준 오빠는 유미가 자기 좋아하는 거 알아.”“그게 왜요?”정안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지윤의 둔한 머리를 두드렸다.“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일한다는 건,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아니면 예비 여자친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거잖아.”지윤은 어느 정도 알아들은 셈이었다.유미가 남하준의 곁에 있는 한 정안은 그 혼잡한 물에 뛰어들고 싶지 않았다.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배 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언니 앞으로 그룹에서 일하게 되면 도련님과 자주 마주칠 거고 계속 피할 수만은 없어요. 그리고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숨길래요?”정안은 불룩한 아랫배를 만지작거리며 긴 한숨을 내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비행기가 착륙한 후 정안은 지윤과 함께 택시를 타고 군전 그룹으로 갔다.두 사람은 아무도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조용히 행동했고, 출입문 경비원에게 증명서를 제출하고, 신원 정보를 입력하고, 지문 등을 확인했다.마지막으로 보안 검사를 통과하고 군전 그룹에 들어갔다.정안은 많이 와봐서 이곳에 익숙했다.그녀는 일부러 남하준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진 기숙사 아파트를 골라 입주했다.지윤이 짐을 챙겨주고 방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자 정안이 책을 내려놓고 문을 열러 갔다.“지윤아 나 신경 쓰지 마. 남은 건 내가 정리...”문이 반쯤 열리고 말도 다 하지 못했는데 정안은 문 앞에 있는 남자를 보자마자 굳어버렸다.남하준이 벌써 그녀가 온 걸 알았을까?정안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지만 짐짓 덤덤하게 물었다.“도련님, 무슨 일이시죠?”남하준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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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남하준이 소파에 앉았고 정안이 옆 의자를 그의 맞은편으로 끌어당겨 앉았다.두 사람은 유리 탁자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남자의 눈빛은 뜨거웠지만 정안의 잔잔한 물결 같은 태도로 인해 간극이 벌어졌다.남하준이 소파에 등을 기댄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언제 돌아왔어?”정안은 움찔하더니 말했다.“우리 집안일에 대해 얘기한다면서요?”남하준이 불쾌해하며 물었다.“그러니까 지금 우리 관계는 이렇게 간단한 안부 인사조차 할 수 없다는 거야?”정안은 고개를 떨구고 손가락으로 외투의 단추를 만지며 침묵을 지켰다.남하준은 그녀의 눈매가 처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은근히 마음이 아팠지만 더 이상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 화제를 바꾸었다.“한이서가 네 할아버지의 모든 사업을 인수한 후 망하기는커녕 오히려 시가총액이 10조 원 이상 증가했어. 지난 반년 동안 한이서는 기업과 자산을 차근차근 해외로 이전했어.”“대부분 산업을 해외로 이전했지만, 그 자산들은 아직 한이서 명의로 되어 있지 않아 네 할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오시면 전부 네 할아버지 소유로 돌아갈 거야.”“자산은 일단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어.”“그동안 백인호는 인간 세상에서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졌어. 그래서 네 가족 소식도 전혀 없고.”말을 마친 남하준은 조용히 정안을 지켜보며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정안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얼굴색은 어두웠고 외투의 단추는 거의 헐렁해졌다.남하준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마음이 초조했다.“내가 계속 추적하고...”남하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안이 끼어들어 그의 이전 질문에 답했다.“나 돌아온 지 일주일 됐어요.”남하준은 움찔하더니 그대로 굳어졌다.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그녀가 마침내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 기뻤지만 또 그녀가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그에게 연락을 하지 않아 슬펐다.정안은 마음이 무거웠지만 애써 평온한 척 고개를 들어 남하준을 바라보며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웃음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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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그 여자가 누구를 좋아하든 그건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그 여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난 몰라.”“하지만 분명 내 마음을 알면서도 자꾸 들리는 헛소문만 믿고 내가 다른 여자와 잘 어울린다며 내 상처를 짓밟고 있어.”남하준은 불쾌한 감정을 단숨에 쏟아낸 뒤 한마디 더 보탰다.“내가 본 최악의 여자야.”말을 마친 그는 일어나서 굳은 얼굴로 문 쪽으로 걸어갔다.정안은 그의 꾸지람을 듣고 나니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고 서러운 마음이 풀렸다.적어도, 그는 유미와 사귀고 있지 않았다.그런데 그녀가 정말 나쁜 것일까?아니면 남하준이 선을 지키지 못하는 걸까?정안이 몸을 돌려 급히 물었다.“어디 가요?”남하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문고리를 잡은 손도 멈춰 2초간 머뭇거리다가 말했다.“군무기 팀 회의가 있어.”말을 마친 그는 문을 열고 나갔다.정안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남하준이 떠나는 뒷모습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그녀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배를 만졌고 마음이 쓰라렸다.‘아가야, 네 아빠는 여전히 우리 거인가 봐. 아빠에게 네 존재를 알려야 할까? 만약 알려주면 유미 이모도 알게 될 텐데... 애초에 백하린처럼 독하게 나와 우리를 괴롭힐까 봐 걱정이야.’정안은 아기가 뱃속에서 두 번 걷어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온화하고 자상하게 웃으며 부드럽게 배를 문지르며 속삭였다.“착하지. 널 위해서라도 엄마는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거야. 일단 조용히 지켜보자. 응?”아기가 또 두 번 움직였고 정안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이튿날 아침.정안은 서류를 챙겨 입사하러 그룹 본사에 왔고 지윤이 그 뒤를 따랐다.건물 1층 로비에 막 발을 들여놓았는데 공교롭게도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유미를 만났다.정안을 보는 순간 유미는 마치 혈 자리가 눌린 듯 미동도 하지 않고 얼굴빛이 흐려지며 눈빛이 어두워졌다.정안이 대범하게 걸어 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유 비서님.”유미는 화를 억누르고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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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지윤이 곧바로 반응하고 사과했다.“미안해요, 언니. 다음부터 주의할게요.”정안의 배가 크지 않은 데다 두꺼운 코트 안에 숨겨져 있어 지윤은 그녀의 임신 사실을 잊기 쉽상이었다.정안이 나지막이 말했다.“반드시 화목하게 지내야 해.”“알겠어요.”입사 절차는 순조롭게 끝났다.지윤은 군전 그룹에 근무하지 않고 정안의 개인 비서로 전향해 급여도 정안 개인이 지급했다.과학 연구부서에서 정안은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교수들을 만났다.유주헌, 하영진과 같은 나이든 과학자들은 일찍이 정안의 실력을 직접 본 적이 있어 정안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크게 기뻐했다. 마치 최고의 보물을 얻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그러나 해외파 연구원들은 젊고 예쁜 외모와 연약한 모습을 가진 젊은 여성을 보고 또 낙하산으로 들어왔다는 소문을 듣고 그녀를 무시했다.모두가 정안을 둘러싸고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새로운 2팀의 팀장 류강우가 보다 못해 정안을 사무실로 불러 그녀에게 자료 뭉치를 던져주었다.“백완자 씨라고 했죠?”류강우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앞으로 016 프로젝트 맡아서 진행하세요. 거기 있는 핵연료를 분석하면 돼요.”정안이 자료를 집어 들고 훑어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라듐 원료에는 방사선이 있었다.비록 연구 수치가 작고 방사선 방호복을 입어 안전성이 높았지만 임산부에게는 너무 위험했다.그녀는 견딜 수 있지만 아기는 견딜 수 없었다.정안이 완곡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팀장님. 이 프로젝트는 제가 맡을 수 없으니 바꿔주세요.”류강우는 신입사원이 출근 첫날부터 상사에게 기세등등하게 위세를 부릴 줄은 정말 몰랐다.그는 노기를 띠며 물었다.“프로젝트는 못 바꿔요. 그럼 팀을 바꾸든지. 가서 1팀에 불어봐요. 그쪽 같은 신입사원 받는지.”“전 어딜 가든 다 괜찮아요.”정안이 덤덤하게 말하자 류강우가 코웃음을 쳤다.“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하고 있네. 1팀이 그쪽이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줄 알아요?”정안이 심호흡을 하고 화를 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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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남하준의 시선이 천천히 감으로 향했다.밝은 주황색의 감은 크고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게다가 하나 같이 아주 정교하게 배열되어 있었다.남하준이 그녀를 수상쩍게 바라보며 물었다.“네가 땄어?”“네. 가지 하나가 아래로 늘어 뜰어져서 땄어요.”남하준은 가슴이 뭉클했지만 정안의 상투적인 수법을 생각하니 순식간에 감동이 사라졌다.“말해봐. 내가 뭘 도와줄까?”남하준은 그녀가 이유 없이 아부하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언제나 그녀에게 백기를 들고 도와줄 수밖에 없는 그였다.정안은 생글생글 웃으며 남하준에 다가가서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나 1팀에 가고 싶어요.”남하준의 눈빛이 흐려지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안 돼. 1팀은 전부 최전선에 있는 프로젝트를 맡고 있어 프로젝트가 어렵고 주기도 길고 스트레스도 많고 위험해. 넌 2팀에서 네가 잘하는 분야를 열심히 하면 돼. 게다가 2팀에 있는 몇몇 교수들과 전에 몇 번 일했으니 그분들도 너 좋아하실 거야.”정안은 순간 막막해졌다.1팀은 최전선 업무를 책임지고 있었다니.만약 2팀이 곡식을 쫓는 맷돌이라면 1팀은 그 맷돌을 끄는 당나귀였다.그에 비하면 2팀 팀장이 그리 무서운 것도 아니었다.남하준은 그녀가 오랫동안 사색에 잠겨 깨어나지 못하는 걸 보고 호기심에 물었다.“왜? 2팀이 싫어?”정안은 곧 정신을 차리고 급히 웃어 보였다.“아니요. 2팀 좋죠. 괜찮아요. 그럼 일 보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두 손으로 바구니를 들고 떠나려 했다.눈치 빠른 남하준이 바구니의 한쪽을 잡더니 다급하게 물었다.“왜 이래?”정안이 진지하게 답했다.“돌아가야죠!”남하준은 피식 웃더니 따뜻한 눈동자에 어이 없는 기색이 스치며 물었다.“이런 경우가 어딨어? 방금 준 선물을 도로 가져가?”정안이 기억하는 남하준은 감을 좋아하지 않았다.다만 그녀는 방금 그를 만날 마땅한 핑계를 찾지 못했고, 추운 날 위험을 무릅쓰고 과일을 사러 나가고 싶지 않아 직접 감을 몇 개 따왔다.이 감은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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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남하준은 정안에게 외투를 잘 여며주고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그의 싸늘한 눈빛은 노기를 띠고 약간의 의혹이 섞여 있었다.마치 유미에게 이게 지금 무슨 태도냐고 묻는 것 같았다.유미는 자신의 당돌함과 추태를 의식한 듯 방금의 기세를 꺾고 남하준 앞으로 다가갔다.“하준아, 너 야근한다며? 내가 너 저녁밥 챙겨왔어.”유미의 시선이 천천히 정안에게로 옮겨졌고 가식적인 미소는 매우 온화했다.“완자 씨도 계신 줄 모르고 따로 준비하지 못했네요. 미안해요.”정안에게 지금은 특수 상황이었다. 최대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누구의 미움도 받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상냥하게 대하고 그저 평안한 하루하루를 보내야했다.“괜찮아요. 저 돌아가 먹으면 돼요.”정안은 웃으며 말하더니 외투 단추를 풀고 남하준이 말리기도 전에 옷을 벗어 남하준의 손에 억지로 쥐여주었다.“번거롭게 바래다주지 않으셔도 돼요.”남하준의 안색이 가라앉고 침울해졌다.“두 분 식사하세요. 전 이만 가볼게요.”정안은 경직된 미소를 지으며 가슴이 아릿아릿하면서도 애써 괜찮은 척 말했다.그녀는 유미에게 예의를 갖추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남하준이 따라가고 싶어 하자 유미가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어디 가려고?”남하준이 차가운 얼굴로 그녀의 손을 홱 뿌리치고 성큼성큼 뒤쫓아갔지만 한 발짝 느려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그가 힘껏 문 열기 버튼을 눌렀지만 문은 조금의 기척도 없었다.초조해 난 그는 몇 번이나 화를 내며 버튼을 누르다가 재빨리 비상계단으로 성큼성큼 뛰어 내려갔다.정안은 1층 로비 유리문 앞에 서서 지윤을 기다리며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목을 움츠린 채 어두컴컴한 바깥 하늘을 바라보았다.길가의 따스한 노란색 불빛에 흩날리는 눈송이가 천천히 떨어져 쓸쓸하고 처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그녀는 몸도 춥고 마음도 추웠다.임신 중에 울지 말고 최대한 유쾌한 기분을 유지해 아기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자신을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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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그녀는 한 번도 울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너무 서러워 눈물이 핑 돌았고 아랫입술을 깨물며 참아내고는 촉촉한 눈빛에 약간의 분노를 머금고 남하준을 마주 보았다.정안은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아 살짝 울먹이며 말했다.“내가 뭐 어쨌다고요?”남하준은 핏발 선 눈으로 웃으며 말했다.“나 좋아하지 않아도 되는데 자꾸 다른 여자에게 갖다 붙이지 마.”정안은 남자가 그녀의 어깨를 잡은 위치가 조금 아픈 것을 느꼈다. 그녀의 손은 천천히 그의 가슴에서 떠나갔고 힘없이 비꼬았다.“두 사람 매일 붙어 있으니 내가 억지로 붙일 필요도 없잖아요?”남하준의 숨결이 점점 무거워지고 눈 밑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 그는 피를 머금은 듯한 통증을 참아내며 또박또박 말했다.“왜 돌아왔어? 왜 내 눈앞에 나타나서 나 괴롭혀? 왜?”남자의 힘이 점점 더 세져 그녀의 두 팔을 매우 아프게 잡았다.정안은 무서워 몰래 배를 움켜쥐고 그를 올려다보고 눈물을 반짝이며 차가운 말투로 속삭였다.“왜 그런지 알고 싶어요? 그럼 유미 씨 다른 곳으로 발령 내요. 멀면 멀수록 좋아요. 평생 못 만나면 더 좋고.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전부 말해줄게요.”“유미는 상부에서 파견된 직원이라 난 간섭할 권리 없어.”남하준의 상부라면 바로 정통 어르신이었다.정안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매우 허탈했다.“이거 놓으시죠. 손이 너무 아파요.”남하준은 그제야 자신이 이성을 잃었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손을 놓았다.정안은 오른손을 들어 왼팔을 만져보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몰래 눈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괴로운 감정을 추슬렀다.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정안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 아무리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도 애써 침착한 척했다.“서로 사랑하는 것만 사랑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짝사랑도 일종 사랑이에요. 유미 씨가 당신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 그 여자의 보살핌을 받고 늘 함께 있는 건 무한한 희망을 주는 거예요. 그 여자의 동등한 사랑에 응답하지 않았지만 예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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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남하준은 여전히 꿋꿋하게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지만 서서히 주먹을 움켜쥐며 마음속 깊은 곳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억누르고 있었다.정안은 지윤이 아직 안 온 걸 보고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저 먼저 가볼게요.”그녀는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유리문을 열고 찬바람을 맞으며 걸어 나갔다.추위가 순식간에 몰려와 정안은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그녀는 작은 걸음으로 땅 위의 얇은 눈을 밟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침착하게 앞으로 걸어갔다.남하준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쫓아갔다.가로등 아래 자욱한 따뜻한 불빛 속에서 남하준이 정안의 팔을 홱 잡아당겼다.정안은 심장이 다시 조여왔고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정말 이 남자에게 소리치고 싶었다.‘자꾸 뒤에서 갑자기 끌어당기지 말아줄래요? 이렇게 거친 행동은 나와 아이에게 모두 안 좋아요.”남하준의 눈 밑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원망스럽게 한 글자 한 글자 뱉어냈다.“왜 나 속였어?”정안은 순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내가 뭘 속여요?”남하준은 쓴웃음을 짓더니 얼굴이 잿빛이 되었고 슬픔이 가슴에 가득 차서 말소리조차 가늘게 떨렸다.“다시 M국으로 돌아온다면 나랑 계속 부부로 살기로 했잖아.”정안은 할 말이 없어 침묵했다.남하준은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입으로 숨을 가볍게 내쉬며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내 유전자가 맘에 든다며 내 아이도 낳고 싶어 했잖아.”“근데 나와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고 지금 내 부하로 들어와 계속 눈앞에 어슬렁거리면서 나에게 조금의 기회도 주지 않는 거야?”“아무것도 지키지 못하면서 왜 날 속였어?”남하준은 거의 울분을 토했고 주먹 쥔 손이 가늘게 떨리고 눈시울이 젖었다.정안은 그가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약해졌다.20년 동안 알고 지내고, 10년 넘게 짝사랑한 그 마음이 너무 깊어 그는 지금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정안은 그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것을 볼 수 없어서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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