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의 모든 챕터: 챕터 481 - 챕터 490

924 챕터

제481화

그의 손이 마침내 풀렸다.정안은 순간 마음이 아팠다. 남하준의 깊은 사랑을 받는 건 바로 이런 느낌이었다.저녁을 못 먹었다는 그녀의 한마디에 방금까지도 집요하던 남자가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정안은 지윤의 팔짱을 꼈고 두 사람은 나란히 떠났다.가는 길에 지윤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가랑 눈이 흩날리고 안개가 자욱한 따뜻한 노란 불빛이 남자의 몸을 감싸며 점점 희미해졌다.그는 제자리에 우뚝 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시선은 줄곧 정안의 뒷모습을 향하고 있었다.지윤은 마음이 아파 작은 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아직도 제자리에 서 있어요.”“그래.”정안은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고 지윤이 감탄했다.“가끔 도련님 참 불쌍한 것 같아요.”“뭐가 불쌍해. 오빠 옆에는 유미가 있잖아? 차라리 날 불쌍하게 여기지 그래?”지윤은 그녀의 손을 꼭 껴안고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언니 곁에는 내가 있잖아요.”“그래. 난 우리 지윤이가 있지.”“언니, 내가 인터넷에 검색해봤더니 임신 중반에 배가 눈에 잘 띄지 않는 게 정상이래요. 임신 후기가 되면 배가 갑자기 자라서 티가 난대요. 계속 이렇게 도련님 속일 수 없어요. 차라리 기회를 봐서 솔직하게 말해요. 만약 유미가 아기를 해칠까 봐 걱정된다면 우리 안성으로 돌아가 태교에 전념해요.”정안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튿날 아침.정안이 연구소로 출근했다.류강우가 그녀에게 서류뭉치를 던져주며 여전히 차가운 태도를 보였지만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여기 우리 2팀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 전부에요. 어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지 직접 골라요.”정안이 어리둥절하자 류강우가 비꼬았다.“이미 직접 도련님까지 찾아갔으면서 왜 시치미를 떼지?”정안이 서류를 살짝 밀며 말했다.“전 제가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와 방향이 있어서 당분간 다른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요.”류강우가 코웃음을 치며 서류를 집어 들고 깔보는 눈초리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역시 놀고먹으려고 들어온 낙하산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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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정안은 긴장해서 어찌할 줄 모르며 지윤에게 바짝 기댔다.유미는 정안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보고 더욱 의심했고 말없이 달려들어 정안의 배를 만지려고 손을 뻗었다.정안이 황급히 몸을 피했고 지윤은 더욱 화가 나서 정안을 감싸고 유미의 도 넘은 행동을 막았다.“지금 뭐 하는 짓이야? 당신 미쳤어?”“내가 임신했냐고 묻잖아!”화가 치밀어 오른 유미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할 겨를도 없이 따져 물었다.당시 유동진이 정안을 도와 남하준을 취하게 했을 때부터 유미는 계속 걱정하며 전전긍긍했다.지윤이 힘껏 유미를 밀쳐내자 그녀는 몇 발짝 뒤로 물러나더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이를 갈며 정안의 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정안은 배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헐렁한 코트를 입고 있었지만 그녀의 행동과 걸음걸이는 예전처럼 가볍지 않았다.보면 볼수록 임신한 여자 같았다.식당에는 다른 직원들도 많이 있었는데 입구의 소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구경하러 나왔다.이번에는 아이를 낳아 본 여직원들이 모두 정안의 몸을 훑어보기 시작했다.원래는 아무도 그녀의 상황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누군가 의심을 하니 아이를 낳아 본 여자들은 쉽게 정안의 상태를 알아챘다지윤은 이렇게 성가신 여자는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고 유미를 가리키며 화를 냈다. “진짜 미친 여자 아니야? 다른 사람이 임신하든 말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야? 설마 그쪽 아이라도 임신했을까 봐?”정안은 지윤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사람이 말을 많이 하면 반드시 실수하게 되는 법이다.지윤은 곧바로 반응하고 정안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언니 기숙사에 가서 쉬고 있어요. 식사는 내가 방으로 갖다 줄게요.”정안은 우울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모두의 이상한 시선 속에서 천천히 떠났다.유미는 주먹을 불끈 쥔 채 눈을 부릅떴다. 정안이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의심은 더욱 분명해졌다.심지어 구경하던 여직원의 속삭이는 소리까지 들렸다.“임신 맞는 것 같아. 허리와 걸음걸이를 보니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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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유미가 불쾌해하며 다그쳤다.“하준아,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남하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숙여 심호흡을 하며 답답하고 아픈 가슴을 달랬다.유미는 조금 부드러워진 말투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내가 너 감정생활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난 네 부하직원일 뿐만 아니라 십 년 넘은 친구야. 나 네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 볼 수 없어.”류청은 그녀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다.“유 비서님, 백완자 씨 임신이 도련님이랑 무슨 상관이죠?”“임신한 시기를 보면 분명 하준이 애는 아니에요. 하지만 배가 불러 하준이 찾아온 건 분명 목적이 있겠죠.”“설마 도련님더러 애 아빠가 돼 달라는 뜻이에요?”유미는 대답하지 않고 두 손으로 책상을 짚고 남하준에게 다가가 말했다.“하준아 말 좀 해보라고!”남하준은 차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돌아섰다.유미와 류청이 급히 따라갔다.그들은 남하준이 백완자를 찾으러 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는 바로 사무실로 돌아가 그들을 들여보내지 않고 문을 잠갔다.그가 사무실에서 무엇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군전 그룹은 작은 마을과 같아 전 장군 부인의 임신 소식이 곧 그룹 전체에 퍼졌고 모두의 화제와 추측의 대상이 되었다.의견이 분분하고 버전도 다양했다.어떤 사람들은 아이가 남하준의 아이라고 말했고, 어떤 사람들은 그녀가 떠난 지 반년이 지났는데 배가 6개월 같지 않아 애 아빠는 따로 있다고 했다.이야기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고 과장에 과장을 보탰다.당사자들이 인정하기도 전에 이 일은 외부인에 의해 이미 기정 사실화 되고 2주간 발효되었다.남하준은 한 번도 정안을 찾으러 가지 않았고 평소처럼 일하고 심지어 평소보다 더 바빠졌다.그런 남하준을 보며 유미는 백완자가 임신한 애가 분명 남하준의 애가 아니라고 확신했다.처음에 걱정하던 유미는 점점 마음이 편안해지더니 심지어 약간 흥분되기도 했다. 특별히 백완자의 상사에게 그녀가 너무 과로하지 않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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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겉으로는 우유를 데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정안의 출현으로 인해 통제 불능의 혼란을 겪고 있어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는 표현에 가까웠다.정안은 소파에 앉은 뒤에 목도리와 장갑을 벗고 그의 방을 두리번거렸다.이곳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널찍하고 심플하고 깔끔한 것이 마치 그의 성격과 닮았다.남하준이 미지근한 우유를 들고 정안 앞으로 가서 건네자 정안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고마워요.”여자의 차가운 손끝에 닿자 그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렇게 꽁꽁 껴입었는데도 몸이 따뜻하지 않은 걸 보니 마음이 아팠다.남하준은 반대편에 앉아서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그의 시선에 약간 마음이 찔린 정안은 따뜻한 우유를 한 모금 마시며 불안감을 덜었다.두 사람의 침묵으로 인해 방은 조용해졌고 위압감이 감돌았다.정안은 긴장된 듯 컵을 감싼 채 그의 평온한 시선을 바라보며 먼저 침묵을 깼다.“요즘 다들 나에 대해 시끄럽게 떠들고 있어요. 류청 씨도 알고 있던데. 왜 나한테 안 물어요?”남하준은 쓸쓸히 입술을 오므리고 숨을 내쉬더니 되물었다.“내가 뭘 묻기를 바라는데?”정안은 고개를 푹 숙이고 죄책감이 더 커졌다.남하준이 이어서 물었다.“나에게 아이가 있다면 아이 엄마가 직접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미안해요.”정안의 미안하다고 속삭이는 말에 남하준은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짐짓 덤덤하게 말했다.“나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건 나보고 책임지지 말라는 뜻인데 내가 뭘 더 묻겠어.”정안은 마음이 쓰라렸다.“다들 도련님 애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요.”“난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어.”정안은 가슴이 따뜻해지고 죄책감이 더 커져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가 왜 유미와 거리를 두지 못하는지 원망스러웠다.그녀가 기억을 잃었을 때, 이미 남편이 좋아하는 여자와 얽히고설킨 경험을 했었다.그녀는 항상 의심하고, 초조하고, 질투심에 시달리며 괴로웠다.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가슴 아픈 기억이었다.정안은 우유를 들고 한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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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남하준은 움찔하더니 몇 초 동안 경직되었다가 허리를 굽히고 팔꿈치를 무릎에 괴고는 손바닥으로 뺨을 감싸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의 기복을 억눌렀다.몇 초 후,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두 눈은 이미 시뻘게졌고 차갑게 웃으며 쏘아 붙였다.“백완자. 너 내가 만만해? 필요할 때 찾아오고 필요 없으면 인정사정없이 내동댕이치다가 이제 결혼하고 싶으니까 와서 통보해? 내가 이번 생에 너 아니면 결혼 못 할 것 같아?”정안은 그가 힘겹게 감정을 억제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불편해 경맥이 살살 뛰며 아프고 슬픈 마음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아이도 뱃속에서 심하게 차고 있었다.“미안해요.”정안은 천천히 일어나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 장갑을 낀 채 목례를 하며 진심으로 사과했다.“내 생각이 짧았어요. 미안해요.”정안은 입구로 향해 문을 열고 나갔고 남하준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두 눈은 어둡고 쓸쓸하며 슬픔으로 가득 찼다.그가 원하는 건 결혼도 아이도 아닌 항상 그녀의 마음이었다.문이 닫히자 그는 소파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머리를 천천히 뒤로 젖히고 눈을 감고 손을 힘없이 눈 위에 얹었다.단 몇 초의 침묵 후, 그는 벌떡 일어나 재빨리 옷장 앞으로 달려가 코트 한 벌을 꺼내 입고 또 다른 코트 한 벌을 꺼내 그녀를 쫓아갔다.추운 거리는 텅 빈 도시처럼 조용했다.길가의 따뜻한 노란색 불빛이 대지를 밝게 비추고 있었고 눈이 내리지 않는 밤도 추웠다.정안은 가로등 아래에서 울적한 마음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지금 후회하고 있었다. 만약 애초에 그렇게 많은 걱정과 생각을 하지 않고 M국에 돌아오자마자 남하준을 찾아왔더라면 지금의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남하준처럼 훌륭한 남자에게는 많은 선택지가 있다. 반드시 그녀와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정안은 양손으로 천천히 배를 만지고 하늘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지고 마음속으로 괴로워하며 말했다.‘아가,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네 아빠를 잃어버렸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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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새벽 6시, 날은 아직 어둑어둑했다.정안은 졸린 몸을 가누고 일어나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문을 열고 보니 남하준은 이미 밖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크한 블랙 수트 차림이지만 평소보다 세련되고 우아한 모습이었다.“잘 잤어?”남하준이 따뜻한 목소리로 인사했다.정안은 자신이 입고 있는 코트를 내려다보니 그다지 예쁘지 않았다. “나 다른 옷으로 갈아입을까요?”“괜찮아.”남하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남자는 그녀가 당장이라도 후회할까 봐 내내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비행기에서도, 비행기에서 내려 구청으로 갈 때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군혼이라 우선 등록권이 있었고 혼인신고 과정이 마치 쫓기듯 진행되며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았다.혼인신고 증명서를 손에 쥐었을 때 정안은 여전히 잠이 덜 깬 듯 몽롱했다.두 사람은 구청을 나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서 있었다.남하준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내가 보관할게.”“이건 내 건데 왜요? 싫어요.”그녀가 가끔 꺼내 보고 싶을 때 그에게 달라고 해야 하니 얼마나 번거로운가?남하준은 말없이 증명서를 주머니에 넣고 그녀의 손을 잡고 앞에 있는 승용차로 향했다.“도련님, 우리 어디 가요?”정안이 궁금해서 묻자 남하준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방금 혼인신고 가짜였어?”“아니요. 진짜죠!”남하준은 언짢은 듯 부드럽게 물었다.“근데 지금 자기 남편보고 도련님이라고 부른 거야?”정안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가 다른 한 손도 그의 큰 손을 잡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 결혼했다는 거 당분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으면 안 될까요? 특히 유미 씨에게.”남하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유미가 나를 좋아하는 건 맞지만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 너랑 아이 해치지 않을 거야.”“알아요. 나쁜 사람 아니라는 거 아는데 오빠를 너무 사랑해요. 너무 집착해서 자기사업도 포기한 여자니 앞으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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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정안은 천천히 몸을 남하준의 가슴에 기대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회사에서는 도련님이라고 부르고 사적으로는 오빠라고 부를게요. 네?”남하준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잡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는데, 초롱초롱한 눈은 그렇게 온화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그렇게 듣기 좋은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그래.”그가 대답하자 정안은 달콤하게 웃더니 물었다.“우리 이제 어디 가요? 비행기 타고 그룹으로 돌아가요?”“금원으로 가.”“그럼 내일 돌아가요?”“결혼했으니 신혼여행 가야 하는 거 아니야?”정안이 호기심에 물었다.“오빠 안 바빠요?”“뭐든 내가 직접 할 필요 없어. 비서가 있잖아.”정안이 가볍게 웃더니 일부러 놀렸다.“하지만 난 바쁜데요?”남하준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너 안 바빠.”“설마 내 일을 조사했어요?”남하준이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완아. 나 너한테 원하는 거 하나밖에 없어.”“뭔데요?”남하준의 눈동자가 깊어지더니 엄숙하게 말했다.“평생 나 배신하지 마.”정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진지한 눈빛으로 또박또박 말했다.“난 이번 생에 절대 남하준을 배신하지 않아요. 만약 배신하면...”남하준이 원하는 건 앞 구절이었고 뒤 구절은 듣고 싶지 않아 머리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며 그녀의 말을 막았다.정안은 화들짝 놀라 눈을 부릅뜨고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받쳤다.그의 입과 혀가 천천히 깊숙이 파고들었다.정안은 급히 그를 밀어내고 머리를 뒤로 피하며 키스한 입술을 오므리고 부끄러운 듯 물었다.“뭐예요? 길거리에서 키스하면 어떡해요?”남하준은 가볍게 웃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차 문을 당겨 그녀를 조수석에 앉혔다.정안이 막 앉자마자 남하준이 고개를 내밀고 들어가 안전벨트를 잡아당겼다.“내가 할 수 있어요.”남하준은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매주고 시트를 손으로 받치고 그녀의 붉어진 볼과 분홍빛 입술을 옆으로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또 그녀의 입술을 탐냈다.정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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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남하준이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엄마, 완자 임신했어요.”남창민과 허윤미는 정안의 배를 충격적으로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금세 경사에 젖은 분위기였다.“임신했다고? 벌써?”정안은 수줍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6개월 됐어요.”허윤미는 활짝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고 흥분해서 정안의 곁으로 달려가 그녀의 팔짱을 끼고 그녀의 배를 내려다보았다.“세상에. 벌써 반년이라니. 난 매일 너랑 하준이 미래를 걱정했어. 너희들 진작 이런 계획을 세웠으면 나한테 말하지 그랬어?”“죄송해요. 저...”정안이 죄책감에 사과하자 허윤미가 바로 말을 끊었다.“아니. 미안해할 필요 없어. 앞으로 여기서 지내. 내가 돌봐줄게. 네가 하준이 옆에 있는 건 안심이 안 돼서 그래.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내가 직접 만들어줄게.”남하준이 대뜸 끼어들었다.“나 잘 돌볼 수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허윤미가 눈살을 찌푸렸다.“아이를 임신한 적도 없고 낳은 적도 없는 네가 어떻게 잘 돌볼 수 있어? 완자는 여기 두고 넌 일하러 가려면 가. 내가 반드시 완자랑 아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키울게.”남창민이 위엄 있게 말했다.“그래. 하준아. 엄마 말 들어.”남하준이 가볍게 탄식했다.“싫어요.”“다른 건 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하지만 이 일은 상의할 여지도 없어.”허윤미가 진지하고도 엄숙하게 말했다.“완자 혼자 금원에 사는 건 도저히 맘이 안 놓이고 너 따라 변경으로 가는 건 더더욱 안심할 수 없어.”“엄마...”남하준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고 갑자기 부모님에게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린 걸 후회했다.정안도 본가에 살고 싶지 않았다.이곳에 최서윤이 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최서윤은 전에 남하준을 좋아했는데, 정략결혼으로 그녀와 남하준의 혼사를 성사시키려 했다.하지만 남하준의 태도가 강경하여 누구도 그를 핍박할 수 없어 셋째 형과 혼인하게 된 것이다.그래서 최서윤은 늘 정안을 아니꼽게 여겼다.임신 중인 정안이 그녀와 함께 사는 건 도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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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지우는 정안을 놓아주고 그녀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들어와.”정안은 거실로 들어가 사방을 기웃거리며 물었다. “태준 오빠는?”“남태준 씨? 헬스장에 있어.”지우가 다른 방을 가리키며 말하자 정안이 후다닥 걸어갔고 남하준이 그 뒤를 따랐다.정안이 노크하자 남자의 둔탁하고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정안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건장하고 잘생긴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남태준을 본 순간 그녀는 형언할 수 없는 감격에 휩싸였다.한때 약하고 퇴폐적이었던, 삶의 의지가 없던 그 남자는 이미 사라졌고, 지금의 남태준은 예전의 찬란하던 모습을 되찾았다.당시 J국에서 보았던 모습보다 훨씬 건장하고 씩씩하며 잘생긴 얼굴에는 생기가 감돌았다.“오빠, 나 완자에요.”정안이 울먹이며 천천히 걸어갔다.남태준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지만 침술과 꾸준한 운동으로 다리는 건강을 되찾았다.“완자?”남태준은 활짝 웃더니 손에 쥔 아령을 내려놓고 앞으로 손을 뻗어 정안을 찾았다.정안이 부리나케 앞으로 나가 그를 부축했다.남태준은 손을 뻗어 정안의 머리를 만지고 가볍게 다독였다.“오랜만이야. 키는 여전히 그대로네.”정안이 눈물을 글썽이고 웃으며 말했다.“나 이제 스물여섯인데 어떻게 키가 더 커요?”남하준은 질투심이 타올라 남태준의 두 손을 잡고 정안의 몸에서 끌어내리며 인사했다.“형 나도 왔어요.”“하준이도 왔어?”남태준이 기뻐하며 물었다.“응. 나 완자랑 결혼했어요.”말을 마친 그의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정안을 바라보며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부드러웠고 눈물을 머금은 채 남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남태준이 남하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축하해. 녀석, 드디어 소원을 이뤘네.”지우가 들어와 경악해서 물었다.“뭐? 두 사람 결혼했어?”정안이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지우가 들어와 정안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가자. 우리 나가서 얘기 좀 해.”남하준이 남태준을 부축하자 남태준이 바로 그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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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지우는 그가 오는 것을 보고 급히 소파에서 빠져나가 넓은 곳으로 뛰어갔다.“폐인. 나 잡는 거 외에 할 줄 아는 게 뭐에요? 잡지도 못하면서 자기가 폐인이란 건 죽어도 인정하지 않으니. 사람 참 귀찮게 하다니까!”“너! 내 손에 잡히면 밖에 내다 버릴 줄 알아.”남태준은 성큼성큼 다가가며 아무것도 부딪치지 않았는데도 지우를 잡지 못했다.“일단 나부터 잡고 얘기하시죠?”“너 죽었어. 내가 너 단풍나무에 매달아 말려버린다!”“그러던지!”지우가 웃으며 외쳤다.“폐인! 어디 한 번 잡아보라고!”정안과 남하준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고 남하준이 정안의 손을 잡고 말했다.“우리 가자.”정안이 거실에서 서로 쫓고 쫓기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치 눈먼 독수리가 장난기 많은 영리한 병아리를 쫓고 있는 것 같았다.“신경 쓰지 마.”남하준이 말하자 정안은 그를 따라 떠났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단풍 숲길을 걸었다.“지우 덕에 태준 오빠가 저렇게 빨리 회복한 것 같아요. 근데 태준 오빠는 왜 지우에게 저렇게 잔인한 거예요?”남하준이 의혹스러운 듯 물었다.“뭐가 잔인해?”“뭐 내다 버리겠다는 둥, 나무에 매달려 말려버리겠다는 둥, 듣기만 해도 끔찍하잖아요.”남하준은 참지 못하고 웃더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뭘 모르네. 형이 정말 잡고 싶었다면 1분 걸리지 않아 제압했을 거야. 그럼 지우 씨 도망갈 기회도 없었어.”정안이 경악해서 물었다.“앞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잡아요?”“귀가 있잖아. 소리만 잘 듣고 달려들면 2m 안에 건 잡을 수 있지.”남하준이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형이 전에 어떤 사람인지 잊었어? 연약한 여자는 말할 것도 없고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도 눈 감고 소리로 얼마든지 잡을 수 있어.”“그런데 왜 지우와 장난을 치는 거죠?”정안이 궁금해서 입술을 오므리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또 말했다.“매일 싸우고 서로 잡으며 노는 것도 재미없잖아요?”남하준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약간 질투심에 차서 물었다.“너 질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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