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하준이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엄마, 완자 임신했어요.”남창민과 허윤미는 정안의 배를 충격적으로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금세 경사에 젖은 분위기였다.“임신했다고? 벌써?”정안은 수줍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6개월 됐어요.”허윤미는 활짝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고 흥분해서 정안의 곁으로 달려가 그녀의 팔짱을 끼고 그녀의 배를 내려다보았다.“세상에. 벌써 반년이라니. 난 매일 너랑 하준이 미래를 걱정했어. 너희들 진작 이런 계획을 세웠으면 나한테 말하지 그랬어?”“죄송해요. 저...”정안이 죄책감에 사과하자 허윤미가 바로 말을 끊었다.“아니. 미안해할 필요 없어. 앞으로 여기서 지내. 내가 돌봐줄게. 네가 하준이 옆에 있는 건 안심이 안 돼서 그래.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내가 직접 만들어줄게.”남하준이 대뜸 끼어들었다.“나 잘 돌볼 수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허윤미가 눈살을 찌푸렸다.“아이를 임신한 적도 없고 낳은 적도 없는 네가 어떻게 잘 돌볼 수 있어? 완자는 여기 두고 넌 일하러 가려면 가. 내가 반드시 완자랑 아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키울게.”남창민이 위엄 있게 말했다.“그래. 하준아. 엄마 말 들어.”남하준이 가볍게 탄식했다.“싫어요.”“다른 건 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하지만 이 일은 상의할 여지도 없어.”허윤미가 진지하고도 엄숙하게 말했다.“완자 혼자 금원에 사는 건 도저히 맘이 안 놓이고 너 따라 변경으로 가는 건 더더욱 안심할 수 없어.”“엄마...”남하준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고 갑자기 부모님에게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린 걸 후회했다.정안도 본가에 살고 싶지 않았다.이곳에 최서윤이 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최서윤은 전에 남하준을 좋아했는데, 정략결혼으로 그녀와 남하준의 혼사를 성사시키려 했다.하지만 남하준의 태도가 강경하여 누구도 그를 핍박할 수 없어 셋째 형과 혼인하게 된 것이다.그래서 최서윤은 늘 정안을 아니꼽게 여겼다.임신 중인 정안이 그녀와 함께 사는 건 도저히
지우는 정안을 놓아주고 그녀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들어와.”정안은 거실로 들어가 사방을 기웃거리며 물었다. “태준 오빠는?”“남태준 씨? 헬스장에 있어.”지우가 다른 방을 가리키며 말하자 정안이 후다닥 걸어갔고 남하준이 그 뒤를 따랐다.정안이 노크하자 남자의 둔탁하고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정안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건장하고 잘생긴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남태준을 본 순간 그녀는 형언할 수 없는 감격에 휩싸였다.한때 약하고 퇴폐적이었던, 삶의 의지가 없던 그 남자는 이미 사라졌고, 지금의 남태준은 예전의 찬란하던 모습을 되찾았다.당시 J국에서 보았던 모습보다 훨씬 건장하고 씩씩하며 잘생긴 얼굴에는 생기가 감돌았다.“오빠, 나 완자에요.”정안이 울먹이며 천천히 걸어갔다.남태준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지만 침술과 꾸준한 운동으로 다리는 건강을 되찾았다.“완자?”남태준은 활짝 웃더니 손에 쥔 아령을 내려놓고 앞으로 손을 뻗어 정안을 찾았다.정안이 부리나케 앞으로 나가 그를 부축했다.남태준은 손을 뻗어 정안의 머리를 만지고 가볍게 다독였다.“오랜만이야. 키는 여전히 그대로네.”정안이 눈물을 글썽이고 웃으며 말했다.“나 이제 스물여섯인데 어떻게 키가 더 커요?”남하준은 질투심이 타올라 남태준의 두 손을 잡고 정안의 몸에서 끌어내리며 인사했다.“형 나도 왔어요.”“하준이도 왔어?”남태준이 기뻐하며 물었다.“응. 나 완자랑 결혼했어요.”말을 마친 그의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정안을 바라보며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부드러웠고 눈물을 머금은 채 남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남태준이 남하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축하해. 녀석, 드디어 소원을 이뤘네.”지우가 들어와 경악해서 물었다.“뭐? 두 사람 결혼했어?”정안이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지우가 들어와 정안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가자. 우리 나가서 얘기 좀 해.”남하준이 남태준을 부축하자 남태준이 바로 그의 손을
지우는 그가 오는 것을 보고 급히 소파에서 빠져나가 넓은 곳으로 뛰어갔다.“폐인. 나 잡는 거 외에 할 줄 아는 게 뭐에요? 잡지도 못하면서 자기가 폐인이란 건 죽어도 인정하지 않으니. 사람 참 귀찮게 하다니까!”“너! 내 손에 잡히면 밖에 내다 버릴 줄 알아.”남태준은 성큼성큼 다가가며 아무것도 부딪치지 않았는데도 지우를 잡지 못했다.“일단 나부터 잡고 얘기하시죠?”“너 죽었어. 내가 너 단풍나무에 매달아 말려버린다!”“그러던지!”지우가 웃으며 외쳤다.“폐인! 어디 한 번 잡아보라고!”정안과 남하준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고 남하준이 정안의 손을 잡고 말했다.“우리 가자.”정안이 거실에서 서로 쫓고 쫓기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치 눈먼 독수리가 장난기 많은 영리한 병아리를 쫓고 있는 것 같았다.“신경 쓰지 마.”남하준이 말하자 정안은 그를 따라 떠났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단풍 숲길을 걸었다.“지우 덕에 태준 오빠가 저렇게 빨리 회복한 것 같아요. 근데 태준 오빠는 왜 지우에게 저렇게 잔인한 거예요?”남하준이 의혹스러운 듯 물었다.“뭐가 잔인해?”“뭐 내다 버리겠다는 둥, 나무에 매달려 말려버리겠다는 둥, 듣기만 해도 끔찍하잖아요.”남하준은 참지 못하고 웃더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뭘 모르네. 형이 정말 잡고 싶었다면 1분 걸리지 않아 제압했을 거야. 그럼 지우 씨 도망갈 기회도 없었어.”정안이 경악해서 물었다.“앞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잡아요?”“귀가 있잖아. 소리만 잘 듣고 달려들면 2m 안에 건 잡을 수 있지.”남하준이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형이 전에 어떤 사람인지 잊었어? 연약한 여자는 말할 것도 없고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도 눈 감고 소리로 얼마든지 잡을 수 있어.”“그런데 왜 지우와 장난을 치는 거죠?”정안이 궁금해서 입술을 오므리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또 말했다.“매일 싸우고 서로 잡으며 노는 것도 재미없잖아요?”남하준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약간 질투심에 차서 물었다.“너 질투해
정안은 멍해져서 지난 일을 회상했다.‘뭐야. 처음부터 오해하고 있었던 거야?’“넌 상대가 적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사랑이 없는 결혼도 할 수 있잖아?”남하준은 마음속의 괴로움을 참고 애써 감정을 다스리려고 애썼다.“내가 어떤 마음일지 생각한 적 있어?”정안은 어이가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오빠, 난 할머니 때문에 오빠랑 결혼한 게 아니에요.”“그럼 왜 결혼했는데?”정안은 마음이 급해져 불쑥 진심을 내뱉었다.“난 그때 이미 오빠를 3년 동안 짝사랑했으니까요!”남하준은 멍해졌다. 마치 혈 자리를 눌린 듯 경악하여 그녀를 바라보았다.정안의 얼굴이 점점 더 화끈거려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구고 작은 소리로 반복했다.“오랫동안 짝사랑했다고요.”남하준은 감격해서 그녀의 두 어깨를 잡고 고개를 숙여 그녀와 마주 보며 눈시울을 약간 붉히고 두 손을 떨었다.“방금 나 짝사랑했다고 했어?”정안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3년 동안 짝사랑했다고?”남하준은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물어봤다.“그러니까 네가 서다인이었을 때, 나를 처음 알았을 때부터 좋아했던 거야?”정안이 다시 고개를 끄덕이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고백하는 게 이렇게 민망한 일이었다니.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고 마음을 진정하기 어려웠다.남하준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눈가에 눈물이 반짝였다.“넌 나 싫어한다고 말한 적도 있어. 근데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정안은 화가 나서 고개를 번쩍 들고 부끄러워 빨개진 얼굴로 그의 붉어진 검은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세상에 어느 여자가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 아이를 임신해요? 만약 유전자가 좋은 아이를 낳고 싶으면 정자은행에 차고 넘치죠!”“너 참 나쁘다.”남하준은 한마디 속삭이더니 그녀를 품에 안았고 자기 심장에 비벼 넣을 기세로 꼭 껴안았다.정안은 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남자의 허리를 껴안고 심하게 뛰는 그의 심장 소리와 뜨거운
“나 사랑하지 않아요?”정안은 화난 척 입술을 삐죽 내밀고 눈살을 찌푸렸다.남하준이 무의식중에 내뱉었다.“사랑해.”“그럼 애교스럽게 여보라고 한 번 부르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차라리 만 번 사랑한다고 말하고 말지.”정안은 웃음이 더욱 짙어져 그의 눈을 올려다보며 말했다.“그럼 만 번 사랑한다고 말해줘요.”남하준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가로로 안았다.정안이 그의 목을 두르고 긴장한 채 물었다.“왜 또 안아요?”남하준이 진지하게 말했다.“그렇게 길 안 보고 걷다가 넘어지면 속상한 건 나야.”정안은 가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 더욱 환하게 웃었다.몸과 마음이 모두 따뜻해져서 구름 위를 밟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꿈만 같은 현실이 이렇게 아름답고 행복했다....금원으로 돌아간 후, 정안이 소파에 앉자마자 지우의 전화가 걸려왔다.그녀는 귓가에 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지우야, 무슨 일이야?”지우가 의문스러워하며 물었다.“왜 벌써 갔어? 우리 아직 제대로 얘기도 못 했잖아.”정안이 피식 웃더니 물었다.“태준 오빠한테 안 잡혔어?”“아니. 아직 나 못 잡아. 지금 샤워하러 갔어.”지우가 조곤조곤 말하더니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실의에 빠진 듯 말했다.“사실 이미 거의 회복했어. 지난 반년 동안 나와 싸우려고 열심히 운동하고 의사도 만나고 재활 치료에 전념했어. 만약 정말 나아진다면 나도 이제 슬슬 떠나야지. 매달 수백만 원의 월급이 적은 돈도 아니고.”“그 정도 돈은 남씨 가문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부담 갖지 마. 오빠가 회복할 수 있었던 건 전부 네 덕이야.”“난 그저 돈 받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지우야, 오빠 눈 회복할 때까지 있어줘.”“사실 이제 내가 돌봐줄 필요가 없어. 눈은 안 보이지만 일상생활에 별로 지장이 없어. 심지어 정상인보다 더 잘한다니까? 밥하고 채소를 써는 것도 손으로 더듬으면서 해.”지우는 감탄하면서 말투에는 존경심과 숭배감이 흘러넘쳤다.“의지력이 아주 강해서 뭐든 잘
재혼이라는 두 글자에 정안은 웃음이 터졌다.두 사람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정안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남하준 쪽으로 몸을 기울인 뒤 귓가에 속삭였다.“내 손 재밌어요?”남하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주 재밌어.”정안이 손을 빼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손은 오빠도 있잖아요.”“다르단 말이야.”남하준이 속삭이더니 그녀의 머리를 감싸고 입을 맞추었다.당황한 정안이 그의 가슴을 밀며 그의 입술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말했다.“오빠.”남하준은 그녀가 말을 마치기 전에 조용히 명령했다. “가만히 있어.”정안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그는 정안을 안아 자신의 허벅지에 올려놓고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머리를 감싼 뒤 미친 듯이 키스했다.마치 과거의 잘못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그의 키스는 뜨겁고 애틋했지만 한 점의 욕망도 없었다. 손도 규칙적으로 놓아두어 조금도 선을 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정안은 그가 아주 인내하고 절제하며 키스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전에는 이 남자가 성적으로 무능해 자제한다고 생각했지만 임신 사실이 그녀에게 말해주듯 그는 아주 훌륭했다. 단지 그의 자제력이 아주 강했을 뿐이었다.지금 그녀가 임신했으니 남하준은 그런 쪽으로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녀 몸에 손대지도 않았다.밤에는 같은 방에서 따로 잤다.다만 남하준이 말한 신혼여행은 뜻밖에도 두 사람이 함께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붙어 지내는 것이었다.그녀는 책을 보거나, 핸드폰을 보거나, 풍경을 보거나, 심지어 멍을 때릴 수 있지만 다만 그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손을 잡고 쇼핑은 하는데 장거리 여행은 가지 않았다.그녀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지만 영양가 없고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심지어 비서에게 업무를 모두 맡기고,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전환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은 모두 무시했다.그의 눈에는 임신한 아내 백완자만 보였다.겨울 아침, 따스한 햇볕이 나뭇가지 끝을 통
“아내?”유미가 주먹을 불끈 쥔 채 꾹 참고 거실로 들어가더니 죄를 묻는 기세로 말했다.“하준아, 너 결혼했어?”남하준이 여유롭게 대답했다.“응. 결혼했어.”유미는 화가 나서 얼굴이 파랗게 질려 정안의 배를 가리키며 이를 악물고 남하준에게 따져 물었다.“저 뱃속에 있는 아이를 받아들였단 거야?”남하준이 그녀에게 다가서며 말했다.“내 아이를 왜 안 받아들여?”유미가 코웃음을 치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고 참았다.남하준이 물었다.“아침 먹을래?”“아침이나 먹으려고 찾아온 게 아니란 거 알잖아!”남하준이 여유롭게 말했다.“나도 너 주려고 만든 거 아니야. 근데 많이 준비해서 너 먹으려면 남고 먹기 싫으면 가서 일이나 해. 여기서 방해하지 말고.”“하준아, 결혼은 큰일인데 너무 경솔한 거 아니야?”“아니.”정안은 바로 옆에서 그들이 잡담하는 것을 보며 심장이 큰 손에 의해 심하게 쥐어짜는 것 같았고 서럽고 괴로웠다.남하준이 비밀 결혼을 지키지 못한 건 괜찮지만 그는 유미와 역사가 유구한 친구라 아무리 봐도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처럼 보였다.정안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든 말든 변하지 않는 사실 같았다.어쨌든, 그녀는 질투가 타올라 괴로웠다.정안은 배를 잡고 문 쪽으로 걸어가며 두 사람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남하준이 긴장해서 얼른 뒤쫓아갔다.“완아, 어디 가?”입구에서 정안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차가운 얼굴로 남하준과 유미가 지켜보는 가운데 대문 도어락을 초기화했다.그녀는 비밀번호와 지문을 다시 입력했다.그러자 유미가 언짢아하며 미간을 찌푸렸다.“비밀번호는 왜 재설정해?”정안은 비밀번호를 고치고 들어오면서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유 비서님. 앞으로 우리 집에 들어올 때 노크 부탁드릴게요.”남하준이 의혹스러워 물었다.“내 지문도 입력하지 않았는데 그럼 난?”정안은 그를 힐끗 보고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오빠도 마찬가지예요. 집에 돌아오면 노크부터 해요. 만약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그냥 들어오지 말고.”남
유미가 아무리 분노하더라도 남하준과 백완자가 다시 결혼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방 안, 정안은 문을 잠그고 핸드폰을 꺼내 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결혼 당일 정안은 지윤에게 자신이 남하준과 혼인신고를 했다고 말했다.그때 지윤은 잔뜩 흥분해서 진심으로 축복하며 남하준과 신혼여행을 잘 즐기라고 했다.결국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유미의 등장으로 인해 정안은 화가 나서 온몸이 아팠다.지윤이 전화를 받자 정안이 서러워하며 말했다.“지윤아. 나 비행기 티켓 예매해줘. 돌아가 출근할 거야.”“왜요? 도련님이 언니 괴롭혔어요?”“그래. 나 괴롭혔을 뿐만 아니라 유 비서랑 합세해서 나 화나게 했어.”지윤이 울분에 차서 말했다.“또 유미에요? 도련님은 왜 계속 그 여자랑 얽히는 거예요?”정안이 시무룩해서 울먹였다.“몰라. 왜 늘 저러는지. 나 괜히 결혼했나 봐.”지윤이 급하게 달랬다.“언니, 그런 불길한 말은 하지 말아요. 도련님이 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정안은 생각할수록 울화가 치밀어 올라 눈물을 글썽인 채 말했다.“이젠 못 믿겠어. 유 비서가 우리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서 마음대로 드나들어. 내가 보는 앞에서 오빠 아이가 아니라고 의심하고 오빠보고 결혼을 경솔하게 했다고 말하는데 화나 죽을 뻔했어. 근데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더라?”지윤이 경악하더니 단번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뭐요? 도련님이 그랬다고요? 언니 가족이 곁에 없으니 내가 바로 언니 친정 식구예요. 기다려요. 내가 당장 데리러 갈게요.”그때, 문 앞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고 곧 남하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완아. 문 열어.”정안은 휴대전화 마이크를 잡고 문 앞에 있는 남하준을 향해 소리쳤다.“나 아침 먹기 싫으니까 귀찮게 하지 말고 가서 친구랑 먹어요!”문밖이 조용해졌다.정안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지윤과 계속 전화 통화를 했다.임신한 여자는 쉽게 우울해지고 통제력을 잃기 쉽다.정안은 남하준이 어쩌면 다른 뜻은 없었다는 걸 알
“그건 지난번에 이미 설명했잖아.”“그 사람 내가 만나야겠어. 주소와 연락처 줘.”“없어.”임다희는 냉정한 얼굴로 어금니를 깨물며 악에 받쳐 말했다.“내가 그렇게 큰 단서를 줘서 네가 공을 세웠는데 넌 내게 조금의 감사함도 없이 이런 태도로 날 심문해?”“네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내가 너 경찰서로 데려가 어떻게 해서 그 단서를 얻었는지 조사할 거야. 너 절대 쉽게 못 벗어나.”임다희는 피식 웃더니 심호흡을 하고 중얼거렸다.“정말 어이가 없어.”남태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그 술을 마신 후 몸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알코올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따뜻함이 점차 뜨거움으로 번지고 일부 기능은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해지며 의식이 약간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는 예리한 눈빛으로 컵을 보더니 와인을 바라보았다.컵은 닦았으니 틀림없이 문제가 없을 것이고 문제는 아마 개봉하지 않은 것 같은 와인에 있을 것이다그가 방심했다.남태준은 더 이상 임다희를 캐묻지 않고 벌떡 일어나 두말없이 성큼성큼 돌아서서 가버렸다.“태준아!”임다희가 급히 뒤쫓아가 남태준을 뒤에서 덥석 끌어안고 두 손을 놓지 않았다.“가지 마. 태준아. 사랑해.”임다희는 와인에 매우 강한 약을 넣었다. 소 열 마리라도 이 약효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남태준의 경계하고 신중한 성격을 알고 일부러 와인에 약을 넣은 다음 개봉하지 않은 것처럼 포장하여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이거 놔.”남태준은 화를 꾹 참고 나지막이 명령했지만 임다희는 한사코 놓지 않았다.그의 몸을 더 꽉 껴안고 자기 몸을 그의 몸에 문지르며 그를 통제 불능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남태준의 눈빛이 가라앉더니 임다희의 손목을 힘껏 잡아당겨 어깨너머로 세게 넘어뜨렸다.펑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임다희의 괴로운 울부짖음 소리가 들렸다. 고통스럽게 땅바닥에 뒹굴며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초라했다.“내일 다시 봐.”남태준은 매섭게 말하고는 방에서 사라졌다.그는 걸으면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
며칠 후.남태준은 임다희가 제공한 단서에 따라 미리 깊은 산에 잠복해 마약 밀매업자들을 잡았고 몇 킬로그램의 물품도 압수했다.모두가 기뻐하고 공적을 세운 것을 감격스러워하며 축하하고 있을 때, 남태준만 걱정이 가득했다.그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임다희가 이렇게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그녀의 신분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다.이 사건은 곧 경찰에 의해 발표되었고 공식 웹사이트는 물론 뉴스에도 게재되었다.뉴스를 본 임다희가 남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태준아. 네가 마약상을 잡고 물건까지 손에 넣은 건 내 공도 있지 않아? 나 밥 한 끼 사줘야 하는 거 아니야?]남태준은 그녀의 입에서 단서를 더 찾고 싶어 그녀의 요구를 승낙했다.저녁, 퇴근 후 남태준은 임다희가 준 장소로 차를 몰고 갔다.장소에 도착해서야 개인 클럽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곳은 VIP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준 초대 코드로 그 클럽에 들어갔다.긴 복도를 지나 웨이터가 룸의 문을 열었다.남태준이 들어가서 보니 범상치 않은 방이었다. 커다란 방에는 침대, 소파, 식탁, 옷장에 화장실까지 있었다.식탁에서 임다희는 섹시하고 우아한 튜브톱 스커트를 입고 요염하게 차려입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식탁 위에 촛불을 켜 놓은 저녁 식사는 매우 낭만적이었다.“태준아 왔어?”임다희는 일어나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어서 앉아.”남태준은 조금 경계하며 천천히 걸어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앞에 있는 양식을 보고 옆에 있는 몇 병의 술을 보며 말했다.“오늘 식사를 위해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이야.”“마음에 들어?”임다희가 웃으며 묻자 남태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아니. 싫어.”임다희의 안색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남태준은 의자 등받이에 나른하게 기대어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준 정보 아주 정확하더라. 고마워. 만약 필요하다면 경찰서에 와서 상금 받아 가.”임다희는 어이없이 웃으며 옆에 이미 열린 술을 들고 남태준에게
“네?”지우가 멍하니 아직 반응하지 못했을 때 남태준이 바로 키스를 했다.남자의 패기 넘치고 강한 딥키스에 지우는 어질어질하고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었으며 그의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몸 아래에서 넋을 잃었다.함께 있는 시간은 늘 뜨겁고 끈적끈적했으며 아늑하고 행복했다.진한 키스를 나눈 후, 지우는 몸이 나른하고 숨이 가빠졌지만 남태준은 오히려 더욱 에너지가 넘치고 심지어 욕망이 자극되어 발산되지 않으니 더욱 흥분했다.그는 지우를 거실에 남겨두고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방으로 달려가 목욕을 했다.다시 나왔을 때 지우는 거실에서 소설을 쓰고 있었다.남태준은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녀 옆에 앉아 그녀의 컴퓨터 내용을 들여다봤다.그러자 지우는 노트북을 덥석 덮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시간이 늦었어요. 집에 가야겠어요.”남태준이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니 저녁 9시가 넘었다.그는 지우를 떠나보내기 아쉬워하며 그녀가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랐다.“열 시에 가.”남태준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조용히 달랬다.“열 시에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지우는 고개를 흔들었다.남태준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가 항상 그녀에게 키스해 그가 욕망을 억누를 수 없을까 봐 조금 두려웠다.그가 매번 자신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또 고통스럽게 억누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런 남자를 보며 지우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아니요. 지금 가야겠어요. 너무 늦으면 안 돼요.”남태준은 그녀의 머리를 잡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래.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지우는 즉시 물건을 챙기고 가방을 든 뒤 남태준의 따뜻한 손을 잡았다.“가요.”남태준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좀 서운했다.지우는 정말 그와 더 있고 싶지 않은 걸까?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미어졌다.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승용차는 마당에서 천천히 빠져나가 도로로 들어가 쏜살같이 달려갔다.길가에는 오랫동안 주차된 승합차 한 대가 줄곧
적어도 지우가 그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증명해주니 말이다.남태준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다희는 언제나 자신이 훌륭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이야. 자기가 원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대가를 치러서라도 손에 넣으려 하지.”지우가 감탄하며 말했다.“그 여자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네요.”남태준이 거침없이 말했다.“그래도 한 때 만났던 사이니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그럼 태준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지우가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다시 만나고 싶어요?”남태준이 화를 억누르고 물었다.“나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묻는 거야?”“그럼 아까 왜 그렇게 긴장하며 끌고 나갔어요. 그건...”남태준의 바로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그건 네가 우리 집에 있는 거 들키기 싫어서지. 지성이가 이미 육건우에게 한 방 먹었는데 아직도 모르겠어?”지우는 순간 그의 뜻을 알아챘다.전에 남태준은 임다희가 아직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줄 몰라서 대범하게 지우를 소개해줬었다.하지만 지금은 임다희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걸 알았으니 지우를 보호하기 위해 이 연애를 잘 숨겨야 했다. 아니면 임다희가 또 무슨 수단을 써서 두 사람을 이간질할지 모른다.마음이 따뜻해진 지우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남 대장님도 무서울 때가 있었네요?”남태준은 그녀의 말에 화가 나서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지우가 날쌔게 손을 피했다.“지우야. 이리 와.”남태준이 화난 척 말했지만 지우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싫은데요?”남태준이 몸을 기울이고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 하자 지우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식탁을 나섰다.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직 밥 다 안 먹었는데 어디 가?”“안 먹을래요.”지우는 방긋 웃으며 남태준의 행동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잡고 혼내주려 하는 것 같았다.남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우는 급하게 돌아서서 거실로 뛰어갔다.“이리 오라고.”남태준이 부드러운 명
“그래 그럼.”남태준은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아무리 쓸쓸하고 힘들어도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다.지우가 그의 곁에 있는 한 그는 반드시 그녀의 마음, 그녀의 사랑, 그녀의 모든 것을 기다릴 수 있었다.그때, 입구의 벨이 울렸다.지우는 궁금한 얼굴로 남태준을 보았고 남태준도 입구를 보았다.“이 시간에 누구죠?”지우가 묻자 남태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아마 신우일 거야.”“먼저 먹고 있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볼게.”말하면서 그는 거실로 나와 문을 열었다.순간 남태준의 안색이 일그러졌다.바로 임다희였다.방금 차에서 내린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이대로 남태준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시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아왔다.“태준아 난...”남태준은 바로 나가서 문을 닫고 임다희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집에 지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이 재결합했다는 것을 임다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다희가 알면 지우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고 불필요한 문제만 일으킬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그의 집에 있다는 것을, 임다희가 지우와 재결합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긴 왜 왔어?”남태준은 불쾌한 듯 묻더니 그녀의 팔을 끌고 마당으로 향했다.임다희는 남태준의 언짢음과 난폭함을 느끼고 말했다.“너랑 다시 잘 얘기하려고 찾아왔어. 방금 너 쓰레기라고 욕한 거 사과할게. 너무 슬퍼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지 진심이 아니었어.”“나 쓰레기 맞아.”남태준은 그녀를 마당 밖으로 끌고 나가 철제 난간을 나와 철문을 걸어 잠그고 마당 바깥 입구에 서 있었다.“우리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연인으로는 얘기가 이미 끝났어.”“우리 앉아서 얘기 좀 해. 우리 다시 시작하자.”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의 덤덤한 눈을 올려다보며 울먹였다.“나 많이 변했어. 더 이상 이전의 임다희가 아니라고. 나 너를 많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남태준은 몇 초 동안 어이없어 하더니 엄숙하게 말
지우는 예전에는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게 되었다.그녀는 남태준 같은 유형의 남자를 좋아했다.이런 성격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좋아함으로써 그의 성격도 좋아하게 된 것이다.지우는 부끄러운 듯 그의 목을 감싸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아니요. 난 당신 같은 돌직구가 좋아요.”남태준은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맑고 큰 눈과 촉촉한 입술을 보니 저도 모르게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마음이 심란했다.그는 목젖을 위아래로 굴리며 그녀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감싸 안고 일어서더니 매력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가자. 밥 먹으러 가자. 다른 일에 주의력을 돌리지 않으면 내가 널 잡아 먹을 것 같아.”지우는 부끄러워하며 그의 어깨에 고개를 푹 묻었다.남태준은 그녀를 안고 식탁 앞에 놓아주었고 식탁 위의 반찬 세 가지와 국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너 정말 요리를 잘하는구나. 먹기도 전에 군침이 돌 정도로 비주얼이 훌륭해.”지우는 기분 좋게 앉아 그에게 국을 떠 주었다.남태준도 따라 앉아서 젓가락을 들어 한 입 맛보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맛있어. 지우가 한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니.”지우는 그가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뿌듯해졌다.그녀가 만든 건 그저 일상적인 가정식 음식이었고 평범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조리 방법도 단순했다.갈비찜, 토마토 달걀 볶음, 청경채, 그리고 어두 무찌개였다.그러나 남태준은 세상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듯 싱글벙글했다.“내가 한 음식이 맛있다면서 그래도 나 음식 못하게 할 거예요?”지우가 궁금해서 묻자 남태준이 피식 웃더니 입에 든 음식을 삼키고 목을 축이고 말했다.“만약 네가 음식 만드는 거 좋아하고 취미라면 그리고 힘들지 않다면 해도 돼.”“하지만 네 취미도 아니고 임무를 완성하는 것처럼 한다면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거듭하며 네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어. 그러면 너도 힘들잖아.”남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만지며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남자는 손으로 지우의 허리를 꼭 껴안고 눈빛은 뜨거웠다.“내 침대에서 좀 더 오래 자지 그랬어?”“네?”지우가 의혹스러운 듯 맑은 눈망울을 깜빡이며 어리둥절했다.“내가 돌아오면 같이 잘 수 있게.”지우는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고 그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수줍게 중얼거렸다.“누구 좋으라고요!”“앞으로 나 밥해주지 마.”남태준은 그녀의 하얀 작은 손을 만지고 입가에 끌어당겨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왜요?”지우는 자신의 요리 솜씨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집에서도 늘 그녀가 요리했으니.“내가 돌아와서 하면 돼. 내가 바쁘면 요리사 부르면 되고.”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문지르며 안타까워하며 바라보았다.“내 여자친구는 요리나 집안일 같은 거 할 필요 없어.”그 말을 들은 지우는 호기심에 물었다.“그럼 여자친구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요?”남태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정신적 지주 같은 역할? 나에게 네 일을 공유하고 내 일을 경청하고 각자의 일을 마친 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시시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뭐가 시시한 일인데요?”“영화 보고 밥 먹고 산책하고 쇼핑하고...”남태준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갑작스러운 키스에 지우는 저도 모르게 수줍은 소리가 목구멍에서 새어 나왔다.그의 키스는 뜨거웠고 큰 손은 천천히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아 그녀의 엉덩이를 안으로 오므렸다.진한 키스가 뜨거워질수록 지우는 그의 몸 반응이 점점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앉은 위치가 애매해 커다란 것이 몸에 받치는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온몸은 저도 모르게 나른해지고 팔다리에는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고 아랫배가 공허해졌다.떨림, 수줍음 그리고 왠지 모를 두려움이 그녀를 도망치게 했다.그녀가 옮기려고 할수록 남태준이 그녀를 껴안고 더 바싹 달라붙었다.진한 키스가 불러온 욕망에 두 사람의 숨결은 가빠졌다.남태준은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서 떠나 그녀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제 목소리를 잃은 듯 쉰 목소리로 가볍게 중
“그럼...”임다희는 믿기 싫은 듯 눈물이 핑 돌았다.“내가 목숨 걸고 널 구한 건 내가 경찰이기 때문이야.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어.”“그럴 리 없어.”임다희는 분노하여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울먹였다.“나 절대 못 믿어. 나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날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어?”남태준은 긴 한숨과 함께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임다희, 난 널 위해 목숨을 버린 적 없어.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무슨 논리?”임다희가 눈물을 쓱 닦았다.“넌 그래도 내가 사귀었던 여자친구니까 측은한 마음에 그 요트를 떠나라는 것을 상기시켰을 뿐인데 네가 내 신분을 폭로한 거야.”남태준은 그녀를 구하려던 동기를 차근차근 분석해줬다.“네가 내 스파이 신분을 폭로하면서 우리 둘 다 위험에 빠졌어. 도망가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로서 난 절대 자기 살길만 도모하고 다른 사람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어. 경찰의 책임감으로 너 데리고 도망친 거야.”임다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이해하기 어려웠다.남태준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죽을 뻔한 건 너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네가 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야.”지금 남태준이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 것은 그의 관대함 때문이었다.“너 지우 때문에 여기 와서 일하는 거야?”임다희가 눈물이 흐릿해져서 묻자 남태준이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맞아.”“하지만 지우가 너를 차버렸어.”임다희는 눈물을 닦고 고상한 자태를 뽐내며 조롱하듯 물었다.“이번에도 흔쾌히 승낙하고 깨끗이 잊은 거야?”남태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몇 초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질투가 많은 여자는 신중하게 대처해야 했다.“맞아. 깨끗이 잊었어. 이미 끝난 인연이고 지나간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어? 이 세상에 여자가 수도 없이 많은데 한 나무에만 매달릴 필요 없잖아?”임다희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매섭게 말했다.“쓰레기!”그리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더니 문을
사람은 기쁜 일이 생기면 기분이 상쾌한 법이다. 하루 종일 바빠도 지우와의 관계를 회복한 생각만 하면 속으로 은근히 기뻐 났다.남태준이 막 차 옆으로 다가갔을 때 임다희가 차 뒤에서 걸어왔다.“태준아.”남태준은 멈칫하고 고개를 돌려 여유롭게 물었다.“임다희? 무슨 일이야?”“할 얘기가 있어. 아주 중요한 얘기야.”임다희는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타.”남태준이 쿨하게 대답하자 임다희는 그의 차에 올라탔고 남태준이 시동을 걸고 떠났다.차 안에서 남태준이 물었다.“어디서 얘기할래?”“너희 집.”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그건 안돼.”“아주 중요한 일이야. 반드시 사람 없는 곳에서 얘기하고 싶어서 그래.”임다희는 남자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빛을 내뿜으며 엄숙하게 말했다.“마약 거래에 관한 얘기야.”“그럼 지금 얘기해.”남태준은 차를 길가에 세웠다.“차 안에는 우리 둘만 있으니까 안전해.”임다희가 앞뒤를 돌아보니 이 길은 행인도 없고 오가는 차량도 뜸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남태준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으려 하자 마지못해 핸드백을 열어 그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이 시간에 거래가 있을 거야.”그의 다년간 사건 처리 경험으로 볼 때, 이렇게 명확한 거래 장소와 시간은 임다희가 절대 알 수 없었다.이 정보가 가짜이거나, 누군가가 그녀에게 준 것이 틀림 없었다.“어디서 났어?”남태준이 묻자 임다희는 조금 켕긴 듯 대답했다.“건달인 친구가 알아낸 정보인데 내가 샀어.”남태준은 입꼬리를 꼬며 그녀의 거짓말이 좀 억지스러워서 계속 물었다. “네가 마약 형사도 아니고 이 정보를 왜 사는데?”“너 주려고.”남태준은 움찔하더니 침묵했다.임다희는 애정 어린 눈으로 남태준을 지그시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태준아, 우리 다시 만나자.”남태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뭐라고?”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울먹였다.“전에는 내가 미안했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