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하준은 마음을 추스르더니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기대하는 말투로 물었다.“완아. 너 나 사랑해서 내 아이를 임신하고 싶고 M국에 머물고 싶은 거야?”정안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 끝이 저릴 정도로 아팠다.남하준은 진지한 눈빛으로 진심을 담아 말했다.“너만 남고 싶다면 난 목숨을 걸고 너 보호할 거야. Z국이 아무리 강해도, 내가 있는 한 넌 무조건 안전해. 모든 일은 내가 책임질게.”정안은 눈물을 참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난 오빠가 목숨 거는 것도, Z국과 적이 되는 것도, 오빠 몸이 부서지는 것도 전부 원하지 않아요.’남하준은 점점 뒷걸음질 치는 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미어졌다.그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두 손으로 정안의 어깨를 잡고 허리를 굽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완아, 너도 나 사랑하지?”정안은 눈물을 참고 코를 훌쩍이며 애써 덤덤하게 말했다.“아니요. 나 Z국으로 돌아가면 일하느라 결혼할 생각 없어요. 그냥 오빠 유전자가 탐나서 아이를 낳고 싶었을 뿐이에요.”남하준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려갔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는데 눈가에 눈물이 가득했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정안의 그 말은 수백 개의 화살처럼 그의 심장을 찌르고, 피와 살을 헤집어 피가 뚝뚝 떨어져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그는 웃었다. 우는 것보다 더 못생기게 웃는 그의 눈 밑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분노에 차서 나지막이 화를 냈다.“날 사랑하지 않아도 돼. 근데 왜 그렇게 잔인한 수단으로 나 괴롭히려는 거야?”정안은 눈물범벅이 되어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남하준이 소파 가장자리에 가서 방금 떨어뜨린 핸드폰을 주워 정안을 등지자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슴이 아파서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그는 얼음처럼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난 널 만난 적도, 사랑한 적도 없는 거야. 앞으로 남은 인생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익숙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정안은 마음을 가다듬고 무릎에서 고개를 들어 두 손으로 눈물을 닦고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지윤의 전화인 것을 보고 심호흡을 한 후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귓가에 연결했다.“지윤아.”정안이 부드럽게 입을 열자 지윤이 긴장한 말투로 물었다.“언니 지금 어디예요?”정안은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나 바지의 먼지를 툭툭 털며 말했다.“금원이야.”“내가 주소 하나 보낼 테니까 지금 당장 와요.”지윤은 다급해 보였고 목소리에 당황스러움이 섞여 있었다.정안은 그녀가 이렇게 당황하는 건 처음 봐서 금원을 뛰쳐나가며 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이야?”“언니 할머니 찾았어요.”정안은 마음이 급해져 더 빨리 뛰었다.“어디야? 할머니 어디 계셔? 주소 보내.”“보낼게요. 근데 마음 단단히 먹어요.”순간 정안은 머릿속이 하얘지고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그녀는 택시를 타고 지윤이 보낸 주소를 따라 외진 교외로 나가 낡은 건물 공사장에 멈춰 섰다.그녀가 공사장에 도착했을 때 이곳에는 이미 경찰차 여러 대가 주차돼 있었고 주변은 폴리스라인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폴리스라인 밖에서 두 명의 경찰이 기다리고 있었다.이를 본 정안은 더욱 당황했고 공포와 불안이 점점 더 심해지고 발걸음이 무거워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언니!”지윤이 멀리서 그녀를 보고 무거운 표정으로 달려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정안의 손은 차갑고 몸은 가늘게 떨고 있었고 목소리마저 떨리며 긴장해서 물었다.“할머니는?”지윤이 하늘을 가리키자 정안이 고개를 들었다.순간 정안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깊이 타들어 가는 공포가 온몸에 번져 눈물이 시야를 흐렸다. 허공에 매달린 할머니를 바라보니 가슴이 칼로 에는 듯 아팠고 너무 아파 미쳐버릴 것 같았다.포승줄에 묶인 할머니는 몸에 폭탄 같은 것을 가지고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할머니를 들어 올린 건 대형 크레인이었다.정안은 경찰 앞에 달려들어 그들의 손을 덥석 잡으며 다급하
“저건 원격 조종 폭탄이에요. 올라가면 죽는다고요!”“아니요. 저 사람들은 나 못 죽여요. 내가 있는 한 절대 폭파하지 못해요. 빨리 알려주세요. 내가 올라가요.”전문가가 크게 고함을 질렀다.“이거 미친 여자네. 당장 끌고 나가!”정안은 전문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올라가게 해 주세요. 나 정안이에요. 절대 나 죽이지 못한다고요. 빨리 어떻게 제거하는지 알려주세요. 내가 할게요.”전문가들은 생명을 구하고 싶은 그녀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녀가 죽음을 무릅쓰는 건 이해하지 못했다.“그쪽이 누구든 당장 폴리스라인 밖으로 물러나세요!”그때 머리 위에서 여은수의 목소리가 들렸다.“완자야. 우리 완자...”정안이 고개를 번뜩 들었지만 눈물이 그녀의 시야를 흐려 할머니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급히 눈물을 닦고 미소를 지으며 울먹였다.“할머니, 괜찮아요. 내가 할머니 구하러 왔으니까 곧 내려올 수 있어요.”여은수가 웃으며 말했다.“완자야. 할머니가 많이 사랑해. 내가 우리 손녀 아주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정안은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나 알아요. 지금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우리 집에 돌아가서 얘기해요. 네?”여은수가 큰소리로 외쳤다.“나 네 엄마랑 아빠 만났다. 그리고 한 살짜리 네 동생도 봤고. 완자야. 이 할미는 죽어도 여한이 없어. 내가 하늘에서 너희들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지켜주마.”정안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오장육부가 저린 것 같았고 목소리가 떨렸다.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어디 있어요? 할아버지는 어디 계세요?”“국내에 있는 한 별장에 구금됐는데 주소도 모르고 주변도 잘 보이지 않았어.”정안은 할머니의 허약한 몸을 보고는 폭탄 제거 전문가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제발 저 올라가게 해 주세요. 블랙 섀도우 조직이든 백인호든 절대 나 죽이지 못해요. 나 올라가게만 해 주면 내가 할머니 구할 수 있어요.”폭탄 제거 전문가가 경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경찰이 즉시 돌진해 와서 정안을 부
“할머니 괜찮은 거지? 괜찮지?”정안은 고함을 지르며 애간장이 찢어질 듯 울부짖고 애통해하며 두 발이 힘없이 흘러내렸다.지윤은 그녀를 끌어안고 미끄러져 내려갔고 두 사람은 무릎을 꿇은 채 서로를 꼭 껴안았다.정안은 통곡하며 목놓아 울었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할머니가 눈앞에서 죽었는데도 할머니를 구하지 못했으니 자신ㅇ 너무 무능하다고 생각했다.어릴 때부터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할머니가 눈앞에서 사라졌다.시신도 찾을 수 없었다.정안은 두 손으로 가슴팍의 옷을 꽉 움켜쥐고 심장을 짓눌렀지만 따끔거리는 느낌은 점점 강해지고 호흡은 점점 옅어졌다.그녀는 결국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하고 지윤의 품에서 기절할 때까지 울었다.정안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다음 날 아침이었다.지윤이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밤새 그녀를 지켜보다가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 급히 그녀의 이마를 만지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언니 괜찮아요? 어디 아파요? 물 좀 줄까요?”정안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슬픈 기색이 가득했지만 더 이상 울지 않았다.지윤이 또 말을 이었다.“어젯밤에 하준 도련님께서 언니 보러 왔어요. 아침에도 왔다가 이제 막 갔어요.”정안은 유유히 고개를 돌린 채 눈시울을 적시고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오빠가 뭐래?”“백인호는 이미 1급 수배범으로 분류되어 전국에서 수배 중이라고 하셨어요.”정안은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지윤이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도련님께서 언니 옆에 있어 주지 못한다고 서운해하지 마세요. 그쪽에도 지금 일이 많아요.”정안은 고개를 저으며 그를 탓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이미 인연을 끊겠다고 밝힌 남하준이 그녀의 할머니가 사고 난 후 두 번이나 그녀를 보러 왔으니 그 사랑이 깊어 여전히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말한다.지윤은 그녀가 고개를 가로젓자 무슨 뜻인지 몰라 계속 설명했다.“류청 씨 말 들어보니까, 어제 점심에 정호를 호송하던 죄수 차량이 습격당했고 도로에서 격렬한 총격전과 폭
정안은 화가 나서 온몸이 불편했고 또박또박 소리쳤다.“네가 원하는 건 돈이잖아. 가문의 모든 재산을 주겠다는데 왜 할머니를 죽여? 왜 우리 가족을 모두 해치는 거냐고?”백인호가 피식 웃더니 느릿느릿 말했다. “지금 백씨 가문 돈은 해외로 나갈 수 없어. 난 M국 수배범이고. 나를 이렇게 만든 이상 나도 본때를 보여줘야지 않겠어? 안 그럼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잖아?”정안은 얼굴이 굳어지고 불끈 쥔 주먹이 가늘게 떨리며 가슴에 한이 맺혔다.백인호가 말을 이었다.“나 방금 결혼했어. 아내 이름이 한이서야. 내일부터 이서가 돌아가 모든 재산을 상속받고 그룹 회장직을 맡을 거야. 이서 손에 이미 네 할아버지 임명장과 자산 이전 협의서가 있어. 만약 너희 가족이 하나둘씩 할머니를 따라가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이서가 재산 상속받는 거 막지 마. 남하준이 이 일에 끼어드는 건 더더욱 안 되고. 내가 돈을 손에 넣지 못한다면 네 가족은 잿더미가 될 거야.”정안에게 가족의 안전을 제외한 모든 건 보잘것없었다.그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내 가족들 해치지 않는다면 뭐든 들어줄 수 있어.”백인호가 웃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경분자도 줘.”“그건 네가 가져도 쓸모없는 물건이야. 나만 그 원리와 사용법을 알고 있어.”“하지만 내가 팔 수는 있잖아? 1g에 1조억 원. 이건 천문학적 수치야.”정안이 코웃음을 쳤다.“욕심이 끝도 없네.”그러자 백인호가 명령했다.“내일 경분자 48g을 이서에게 건네.”“좋아.”말을 마친 정안은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옆으로 던졌다.지윤이 눈을 부릅뜨고 긴장된 표정으로 정안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정안이 그녀의 걱정을 눈치채고 그녀의 손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이 세상에서 진짜 경분자를 연구해 본 사람은 나 말고 군전 그룹의 그 노교수들뿐이야.”지윤이 지난번 군전 그룹 폭발 사건을 떠올리니 바로 그 교수들이 2g 경분자 연구에 실패했었다.그녀는 순간 정안의 뜻을 이해했다. “설마 백인호
연결음이 막 들려오자 정안은 갑자기 전화를 끊더니 휴대전화를 지윤에게 넘겼다.“전화 안 해요?”지윤이 의문스러워 묻자 정안은 시무룩해서 말했다.“오빠는 지금 나 만나고 싶지도 않고 나랑 연락하고 싶지도 않아. 그냥 네가 말해줘.”“그럴 리가요?”지윤이 경악해서 말하자 정안은 말없이 침대에 누워 이불을 끌어다가 머리까지 덮고 슬픈 마음으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지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남하준의 전화가 걸려왔다.그녀는 곧바로 귓가에 대고 바로 자신임을 밝혔다.“도련님, 저 지윤이에요.”남하준이 흠칫 놀라더니 물었다.“완이 깼어요?”“네.”“몸은 좀 어때요?”“괜찮아요. 다만 아직 많이 슬퍼해요.”“나한테 무슨 일로 전화했죠?”지윤은 이불을 덮은 정안을 흘끗 보고는 말했다.“언니가 도련님 연구팀에 스파이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어요.”“알고 있어요.”“네? 알고 계신다고요?”“가짜 백하린 정체가 탄로 난 뒤부터 계속 조사하고 있었어요.”지윤은 입술을 오므리고 웃더니 탄복하는 마음이 저도 모르게 피어났다.“언니랑 통화하시겠어요?”남하준이 침묵하자 지윤은 분위기가 조금 이상함을 감지했다.그때 남하준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아니요. 잘 돌봐주세요.”지윤은 정말 이해가 안 갔다. 남하준은 분명 정안을 그렇게 걱정하면서 왜 갑자기 냉담한 태도를 보일까?정안의 가족이 세상을 떠나서 위로가 가장 필요한 지금 왜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행동할까?지윤은 별말 없이 간단히 인사하고 전화를 끊었다.정안은 이불 속에 숨으니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할머니의 별세도 슬프고 남하준이 고한 이별도 더욱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다음날 점심.정안은 백인호의 아내 한이서를 만났다.생김새는 평범하지만 세련되고 야무진 여자였다.그녀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그룹에 들어가 회장직을 인수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신원과 가업 승계를 위한 서류를 발표했다.그날의 인기 검색어는 모두 백가의 뉴스였다.백완자가 Z국 출신이라 재산을 상속
지윤은 너무 궁금했다. 정안과 남하준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싶어도 물어볼 수가 없었다. 남녀 간의 감정이란 두 사람의 일이지 외부인이 도와줄 수 없었다.정안과 지윤은 호텔에 투숙했고 그 후 며칠 동안 여은수의 장례를 치렀다.호상이 아닌 데다 가족들이 모두 곁에 없어 정안은 성대한 장례식을 치르지 못했고 환경이 아름다운 묘지를 찾아 할머니의 약간 남은 유골을 묻었다.정안은 모든 연락을 차단하고 뉴스도 보지 않고 그룹의 동태도 살피지 않고 매일 호텔에 숨어 마음을 다스렸다.그녀는 M국 지도를 보며 백인호가 그녀의 가족을 어디에 가뒀을 지 연구하기 시작했다.저녁 무렵.지윤이 호텔 로비의 음식을 들고 방으로 돌아와 안쓰러워하며 말했다.“언니, 뭐 좀 먹어요. 요 며칠 동안 잘 먹지 못해서 살이 빠졌어요.”“배 안 고파.”정안은 티테이블에 엎드려 지도 연구에 몰두했다. 각 지역을 백인호의 상황과 비교하며 그의 은신처를 추측했다.지윤은 음식을 그녀의 앞에 내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래도 좀 먹어야죠.”정안이 고개를 들어 긴장된 표정으로 지윤을 바라보며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너 혹시 백씨 별장에 도청 장치 설치하지 않았어?”지윤이 탄식했다.“설치했죠. 근데 이미 모두 신호가 끊겼어요.”정안은 주먹을 불끈 쥐고 분노가 끓어올랐다.‘역시 1급 범죄자다워. 반 수사 능력이 대단하군.’“그럼 한이서에게 24시간 미행은 붙였어?”지윤이 듣자마자 웃었다.“언니, 하준 도련님 부하가 이미 한이서를 몰래 미행하고 있고, 제 사람들도 뒤를 밟고 있어요. 한이서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니까 백인호를 만나기만 하면 우린 잡을 수 있어요.”정안은 지도를 내려놓고 일어서서 지윤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았다.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지윤아. 네가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지윤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난 언니 사람이에요. 원하는 건 명령만 하세요. 부탁할 필요 없어요.”정안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지윤의 달콤한 얼굴을 바라보며 속삭였
인기척이 없는 깊은 밤, 유원의 불은 여전히 환하게 빛났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온 유미가 소파에 누워 있는 유동진을 보니 얼굴이 빨갛고 술기운이 돌았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불쾌해서 물었다.“한밤중에 웬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어?”유동진이 덤덤하게 웃었다.“어쩔 수 없었어. 하준이 취하게 하려면 마셔야지.”유미가 그의 곁에 다가가 앉더니 물었다.“왜 하준이 취하게 하는데?”유동진이 고개를 들어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약간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오늘 백완자가 나 찾아왔었어. 글쎄 남하준을 원한다고 하지 뭐야.”유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주먹을 불끈 쥐었다.유동진은 바보스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나 처음에는 하준이한테 프러포즈하겠다는 말인 줄 알았다? 근데 두 사람 반년 넘게 부부 생활을 했는데도 깨끗한 몸이라니 너무 충격적이었어. 나...”유미가 일어나서 급하게 밖으로 나가자 유동진이 빠른 걸음으로 뒤쫓아가며 그녀를 낚아챘다.“어디 가려고?”유미가 소리쳤다.“하준이 구하러 가야지!”유동진은 취기가 좀 가시더니 소리쳤다.“구하긴 뭘 구해?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네가 왜 끼어들어?”유미는 눈이 빨개져서 이를 악물고 말했다.“누가 서로 사랑한대? 백완자는 앞으로 Z국으로 돌아가서 살 거라고. 하준이 옆에 있지 않아. 하준이가 사랑했던 사람은 예전에 그 첫사랑이지 지금 그 이기적인 여자가 아니라고!”“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하준이가 누구를 좋아하든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 정신 좀 차려!”유미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두 사람 이미 깨끗하게 끝났어. 보름 넘게 연락하지 않았다고. 하준이가 이미 그 여자 포기하기로 했는데 왜 그 나쁜 여자를 도와 하준이를 해치려는 거야?”유동진은 중요한 포인트를 잡아내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두 사람 보름 넘게 연락 안 한 거 네가 어떻게 알아? 하준이 사람 매수했니?”유미는 유동진의 손을 홱 뿌리치고 소리쳤다.“이거 놔! 나 하준이 구하러
“그건 지난번에 이미 설명했잖아.”“그 사람 내가 만나야겠어. 주소와 연락처 줘.”“없어.”임다희는 냉정한 얼굴로 어금니를 깨물며 악에 받쳐 말했다.“내가 그렇게 큰 단서를 줘서 네가 공을 세웠는데 넌 내게 조금의 감사함도 없이 이런 태도로 날 심문해?”“네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내가 너 경찰서로 데려가 어떻게 해서 그 단서를 얻었는지 조사할 거야. 너 절대 쉽게 못 벗어나.”임다희는 피식 웃더니 심호흡을 하고 중얼거렸다.“정말 어이가 없어.”남태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그 술을 마신 후 몸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알코올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따뜻함이 점차 뜨거움으로 번지고 일부 기능은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해지며 의식이 약간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는 예리한 눈빛으로 컵을 보더니 와인을 바라보았다.컵은 닦았으니 틀림없이 문제가 없을 것이고 문제는 아마 개봉하지 않은 것 같은 와인에 있을 것이다그가 방심했다.남태준은 더 이상 임다희를 캐묻지 않고 벌떡 일어나 두말없이 성큼성큼 돌아서서 가버렸다.“태준아!”임다희가 급히 뒤쫓아가 남태준을 뒤에서 덥석 끌어안고 두 손을 놓지 않았다.“가지 마. 태준아. 사랑해.”임다희는 와인에 매우 강한 약을 넣었다. 소 열 마리라도 이 약효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남태준의 경계하고 신중한 성격을 알고 일부러 와인에 약을 넣은 다음 개봉하지 않은 것처럼 포장하여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이거 놔.”남태준은 화를 꾹 참고 나지막이 명령했지만 임다희는 한사코 놓지 않았다.그의 몸을 더 꽉 껴안고 자기 몸을 그의 몸에 문지르며 그를 통제 불능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남태준의 눈빛이 가라앉더니 임다희의 손목을 힘껏 잡아당겨 어깨너머로 세게 넘어뜨렸다.펑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임다희의 괴로운 울부짖음 소리가 들렸다. 고통스럽게 땅바닥에 뒹굴며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초라했다.“내일 다시 봐.”남태준은 매섭게 말하고는 방에서 사라졌다.그는 걸으면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
며칠 후.남태준은 임다희가 제공한 단서에 따라 미리 깊은 산에 잠복해 마약 밀매업자들을 잡았고 몇 킬로그램의 물품도 압수했다.모두가 기뻐하고 공적을 세운 것을 감격스러워하며 축하하고 있을 때, 남태준만 걱정이 가득했다.그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임다희가 이렇게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그녀의 신분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다.이 사건은 곧 경찰에 의해 발표되었고 공식 웹사이트는 물론 뉴스에도 게재되었다.뉴스를 본 임다희가 남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태준아. 네가 마약상을 잡고 물건까지 손에 넣은 건 내 공도 있지 않아? 나 밥 한 끼 사줘야 하는 거 아니야?]남태준은 그녀의 입에서 단서를 더 찾고 싶어 그녀의 요구를 승낙했다.저녁, 퇴근 후 남태준은 임다희가 준 장소로 차를 몰고 갔다.장소에 도착해서야 개인 클럽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곳은 VIP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준 초대 코드로 그 클럽에 들어갔다.긴 복도를 지나 웨이터가 룸의 문을 열었다.남태준이 들어가서 보니 범상치 않은 방이었다. 커다란 방에는 침대, 소파, 식탁, 옷장에 화장실까지 있었다.식탁에서 임다희는 섹시하고 우아한 튜브톱 스커트를 입고 요염하게 차려입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식탁 위에 촛불을 켜 놓은 저녁 식사는 매우 낭만적이었다.“태준아 왔어?”임다희는 일어나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어서 앉아.”남태준은 조금 경계하며 천천히 걸어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앞에 있는 양식을 보고 옆에 있는 몇 병의 술을 보며 말했다.“오늘 식사를 위해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이야.”“마음에 들어?”임다희가 웃으며 묻자 남태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아니. 싫어.”임다희의 안색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남태준은 의자 등받이에 나른하게 기대어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준 정보 아주 정확하더라. 고마워. 만약 필요하다면 경찰서에 와서 상금 받아 가.”임다희는 어이없이 웃으며 옆에 이미 열린 술을 들고 남태준에게
“네?”지우가 멍하니 아직 반응하지 못했을 때 남태준이 바로 키스를 했다.남자의 패기 넘치고 강한 딥키스에 지우는 어질어질하고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었으며 그의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몸 아래에서 넋을 잃었다.함께 있는 시간은 늘 뜨겁고 끈적끈적했으며 아늑하고 행복했다.진한 키스를 나눈 후, 지우는 몸이 나른하고 숨이 가빠졌지만 남태준은 오히려 더욱 에너지가 넘치고 심지어 욕망이 자극되어 발산되지 않으니 더욱 흥분했다.그는 지우를 거실에 남겨두고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방으로 달려가 목욕을 했다.다시 나왔을 때 지우는 거실에서 소설을 쓰고 있었다.남태준은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녀 옆에 앉아 그녀의 컴퓨터 내용을 들여다봤다.그러자 지우는 노트북을 덥석 덮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시간이 늦었어요. 집에 가야겠어요.”남태준이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니 저녁 9시가 넘었다.그는 지우를 떠나보내기 아쉬워하며 그녀가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랐다.“열 시에 가.”남태준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조용히 달랬다.“열 시에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지우는 고개를 흔들었다.남태준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가 항상 그녀에게 키스해 그가 욕망을 억누를 수 없을까 봐 조금 두려웠다.그가 매번 자신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또 고통스럽게 억누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런 남자를 보며 지우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아니요. 지금 가야겠어요. 너무 늦으면 안 돼요.”남태준은 그녀의 머리를 잡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래.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지우는 즉시 물건을 챙기고 가방을 든 뒤 남태준의 따뜻한 손을 잡았다.“가요.”남태준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좀 서운했다.지우는 정말 그와 더 있고 싶지 않은 걸까?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미어졌다.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승용차는 마당에서 천천히 빠져나가 도로로 들어가 쏜살같이 달려갔다.길가에는 오랫동안 주차된 승합차 한 대가 줄곧
적어도 지우가 그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증명해주니 말이다.남태준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다희는 언제나 자신이 훌륭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이야. 자기가 원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대가를 치러서라도 손에 넣으려 하지.”지우가 감탄하며 말했다.“그 여자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네요.”남태준이 거침없이 말했다.“그래도 한 때 만났던 사이니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그럼 태준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지우가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다시 만나고 싶어요?”남태준이 화를 억누르고 물었다.“나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묻는 거야?”“그럼 아까 왜 그렇게 긴장하며 끌고 나갔어요. 그건...”남태준의 바로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그건 네가 우리 집에 있는 거 들키기 싫어서지. 지성이가 이미 육건우에게 한 방 먹었는데 아직도 모르겠어?”지우는 순간 그의 뜻을 알아챘다.전에 남태준은 임다희가 아직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줄 몰라서 대범하게 지우를 소개해줬었다.하지만 지금은 임다희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걸 알았으니 지우를 보호하기 위해 이 연애를 잘 숨겨야 했다. 아니면 임다희가 또 무슨 수단을 써서 두 사람을 이간질할지 모른다.마음이 따뜻해진 지우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남 대장님도 무서울 때가 있었네요?”남태준은 그녀의 말에 화가 나서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지우가 날쌔게 손을 피했다.“지우야. 이리 와.”남태준이 화난 척 말했지만 지우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싫은데요?”남태준이 몸을 기울이고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 하자 지우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식탁을 나섰다.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직 밥 다 안 먹었는데 어디 가?”“안 먹을래요.”지우는 방긋 웃으며 남태준의 행동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잡고 혼내주려 하는 것 같았다.남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우는 급하게 돌아서서 거실로 뛰어갔다.“이리 오라고.”남태준이 부드러운 명
“그래 그럼.”남태준은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아무리 쓸쓸하고 힘들어도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다.지우가 그의 곁에 있는 한 그는 반드시 그녀의 마음, 그녀의 사랑, 그녀의 모든 것을 기다릴 수 있었다.그때, 입구의 벨이 울렸다.지우는 궁금한 얼굴로 남태준을 보았고 남태준도 입구를 보았다.“이 시간에 누구죠?”지우가 묻자 남태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아마 신우일 거야.”“먼저 먹고 있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볼게.”말하면서 그는 거실로 나와 문을 열었다.순간 남태준의 안색이 일그러졌다.바로 임다희였다.방금 차에서 내린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이대로 남태준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시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아왔다.“태준아 난...”남태준은 바로 나가서 문을 닫고 임다희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집에 지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이 재결합했다는 것을 임다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다희가 알면 지우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고 불필요한 문제만 일으킬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그의 집에 있다는 것을, 임다희가 지우와 재결합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긴 왜 왔어?”남태준은 불쾌한 듯 묻더니 그녀의 팔을 끌고 마당으로 향했다.임다희는 남태준의 언짢음과 난폭함을 느끼고 말했다.“너랑 다시 잘 얘기하려고 찾아왔어. 방금 너 쓰레기라고 욕한 거 사과할게. 너무 슬퍼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지 진심이 아니었어.”“나 쓰레기 맞아.”남태준은 그녀를 마당 밖으로 끌고 나가 철제 난간을 나와 철문을 걸어 잠그고 마당 바깥 입구에 서 있었다.“우리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연인으로는 얘기가 이미 끝났어.”“우리 앉아서 얘기 좀 해. 우리 다시 시작하자.”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의 덤덤한 눈을 올려다보며 울먹였다.“나 많이 변했어. 더 이상 이전의 임다희가 아니라고. 나 너를 많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남태준은 몇 초 동안 어이없어 하더니 엄숙하게 말
지우는 예전에는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게 되었다.그녀는 남태준 같은 유형의 남자를 좋아했다.이런 성격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좋아함으로써 그의 성격도 좋아하게 된 것이다.지우는 부끄러운 듯 그의 목을 감싸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아니요. 난 당신 같은 돌직구가 좋아요.”남태준은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맑고 큰 눈과 촉촉한 입술을 보니 저도 모르게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마음이 심란했다.그는 목젖을 위아래로 굴리며 그녀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감싸 안고 일어서더니 매력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가자. 밥 먹으러 가자. 다른 일에 주의력을 돌리지 않으면 내가 널 잡아 먹을 것 같아.”지우는 부끄러워하며 그의 어깨에 고개를 푹 묻었다.남태준은 그녀를 안고 식탁 앞에 놓아주었고 식탁 위의 반찬 세 가지와 국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너 정말 요리를 잘하는구나. 먹기도 전에 군침이 돌 정도로 비주얼이 훌륭해.”지우는 기분 좋게 앉아 그에게 국을 떠 주었다.남태준도 따라 앉아서 젓가락을 들어 한 입 맛보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맛있어. 지우가 한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니.”지우는 그가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뿌듯해졌다.그녀가 만든 건 그저 일상적인 가정식 음식이었고 평범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조리 방법도 단순했다.갈비찜, 토마토 달걀 볶음, 청경채, 그리고 어두 무찌개였다.그러나 남태준은 세상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듯 싱글벙글했다.“내가 한 음식이 맛있다면서 그래도 나 음식 못하게 할 거예요?”지우가 궁금해서 묻자 남태준이 피식 웃더니 입에 든 음식을 삼키고 목을 축이고 말했다.“만약 네가 음식 만드는 거 좋아하고 취미라면 그리고 힘들지 않다면 해도 돼.”“하지만 네 취미도 아니고 임무를 완성하는 것처럼 한다면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거듭하며 네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어. 그러면 너도 힘들잖아.”남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만지며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남자는 손으로 지우의 허리를 꼭 껴안고 눈빛은 뜨거웠다.“내 침대에서 좀 더 오래 자지 그랬어?”“네?”지우가 의혹스러운 듯 맑은 눈망울을 깜빡이며 어리둥절했다.“내가 돌아오면 같이 잘 수 있게.”지우는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고 그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수줍게 중얼거렸다.“누구 좋으라고요!”“앞으로 나 밥해주지 마.”남태준은 그녀의 하얀 작은 손을 만지고 입가에 끌어당겨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왜요?”지우는 자신의 요리 솜씨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집에서도 늘 그녀가 요리했으니.“내가 돌아와서 하면 돼. 내가 바쁘면 요리사 부르면 되고.”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문지르며 안타까워하며 바라보았다.“내 여자친구는 요리나 집안일 같은 거 할 필요 없어.”그 말을 들은 지우는 호기심에 물었다.“그럼 여자친구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요?”남태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정신적 지주 같은 역할? 나에게 네 일을 공유하고 내 일을 경청하고 각자의 일을 마친 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시시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뭐가 시시한 일인데요?”“영화 보고 밥 먹고 산책하고 쇼핑하고...”남태준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갑작스러운 키스에 지우는 저도 모르게 수줍은 소리가 목구멍에서 새어 나왔다.그의 키스는 뜨거웠고 큰 손은 천천히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아 그녀의 엉덩이를 안으로 오므렸다.진한 키스가 뜨거워질수록 지우는 그의 몸 반응이 점점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앉은 위치가 애매해 커다란 것이 몸에 받치는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온몸은 저도 모르게 나른해지고 팔다리에는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고 아랫배가 공허해졌다.떨림, 수줍음 그리고 왠지 모를 두려움이 그녀를 도망치게 했다.그녀가 옮기려고 할수록 남태준이 그녀를 껴안고 더 바싹 달라붙었다.진한 키스가 불러온 욕망에 두 사람의 숨결은 가빠졌다.남태준은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서 떠나 그녀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제 목소리를 잃은 듯 쉰 목소리로 가볍게 중
“그럼...”임다희는 믿기 싫은 듯 눈물이 핑 돌았다.“내가 목숨 걸고 널 구한 건 내가 경찰이기 때문이야.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어.”“그럴 리 없어.”임다희는 분노하여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울먹였다.“나 절대 못 믿어. 나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날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어?”남태준은 긴 한숨과 함께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임다희, 난 널 위해 목숨을 버린 적 없어.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무슨 논리?”임다희가 눈물을 쓱 닦았다.“넌 그래도 내가 사귀었던 여자친구니까 측은한 마음에 그 요트를 떠나라는 것을 상기시켰을 뿐인데 네가 내 신분을 폭로한 거야.”남태준은 그녀를 구하려던 동기를 차근차근 분석해줬다.“네가 내 스파이 신분을 폭로하면서 우리 둘 다 위험에 빠졌어. 도망가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로서 난 절대 자기 살길만 도모하고 다른 사람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어. 경찰의 책임감으로 너 데리고 도망친 거야.”임다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이해하기 어려웠다.남태준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죽을 뻔한 건 너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네가 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야.”지금 남태준이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 것은 그의 관대함 때문이었다.“너 지우 때문에 여기 와서 일하는 거야?”임다희가 눈물이 흐릿해져서 묻자 남태준이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맞아.”“하지만 지우가 너를 차버렸어.”임다희는 눈물을 닦고 고상한 자태를 뽐내며 조롱하듯 물었다.“이번에도 흔쾌히 승낙하고 깨끗이 잊은 거야?”남태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몇 초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질투가 많은 여자는 신중하게 대처해야 했다.“맞아. 깨끗이 잊었어. 이미 끝난 인연이고 지나간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어? 이 세상에 여자가 수도 없이 많은데 한 나무에만 매달릴 필요 없잖아?”임다희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매섭게 말했다.“쓰레기!”그리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더니 문을
사람은 기쁜 일이 생기면 기분이 상쾌한 법이다. 하루 종일 바빠도 지우와의 관계를 회복한 생각만 하면 속으로 은근히 기뻐 났다.남태준이 막 차 옆으로 다가갔을 때 임다희가 차 뒤에서 걸어왔다.“태준아.”남태준은 멈칫하고 고개를 돌려 여유롭게 물었다.“임다희? 무슨 일이야?”“할 얘기가 있어. 아주 중요한 얘기야.”임다희는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타.”남태준이 쿨하게 대답하자 임다희는 그의 차에 올라탔고 남태준이 시동을 걸고 떠났다.차 안에서 남태준이 물었다.“어디서 얘기할래?”“너희 집.”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그건 안돼.”“아주 중요한 일이야. 반드시 사람 없는 곳에서 얘기하고 싶어서 그래.”임다희는 남자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빛을 내뿜으며 엄숙하게 말했다.“마약 거래에 관한 얘기야.”“그럼 지금 얘기해.”남태준은 차를 길가에 세웠다.“차 안에는 우리 둘만 있으니까 안전해.”임다희가 앞뒤를 돌아보니 이 길은 행인도 없고 오가는 차량도 뜸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남태준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으려 하자 마지못해 핸드백을 열어 그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이 시간에 거래가 있을 거야.”그의 다년간 사건 처리 경험으로 볼 때, 이렇게 명확한 거래 장소와 시간은 임다희가 절대 알 수 없었다.이 정보가 가짜이거나, 누군가가 그녀에게 준 것이 틀림 없었다.“어디서 났어?”남태준이 묻자 임다희는 조금 켕긴 듯 대답했다.“건달인 친구가 알아낸 정보인데 내가 샀어.”남태준은 입꼬리를 꼬며 그녀의 거짓말이 좀 억지스러워서 계속 물었다. “네가 마약 형사도 아니고 이 정보를 왜 사는데?”“너 주려고.”남태준은 움찔하더니 침묵했다.임다희는 애정 어린 눈으로 남태준을 지그시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태준아, 우리 다시 만나자.”남태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뭐라고?”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울먹였다.“전에는 내가 미안했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