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짐승일 때 짐승보다 더 무서운 법이니까.”남하준은 탄식하며 말했고 류청은 그의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보고 또 정호의 행동이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을 생각하며 한 걸음 나아가서 진지하게 말했다.“전 절대 정호처럼 한낱 돈 때문에 도련님을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 전 무조건 도련님께 충성하니 걱정 마십시오!”남하준은 가슴에 감동이 일었다.“너 믿어.”“감사합니다.”류청이 엄숙한 표정으로 답했다.어둠이 짙어가는데도 그룹 사무실의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고 밤새도록 꺼지지 않았다....이튿날 아침.정안이 깨어났을 때 눈이 빨간 복숭아처럼 빨갛고 부어 있었다. 너무 많이 울어서 잠을 잘못 잔 탓에 얼굴도 퉁퉁 부었다.그녀는 일어나서 깨끗이 씻고 평범한 원피스에 검은색 숄더백을 메고 포니테일을 하고 집을 나섰다.아래층에서 지윤과 진도훈이 아침을 먹고 있었다.지윤이 일어나서 인사도 하기 전에 정안의 소리에 묻혔다.“잠깐 남씨 본가에 들를 거야. 지윤아 너 나랑 같이 가.”지윤은 의혹스러웠고 진도훈이 일어나 긴장하며 물었다.“완자야, 오후 비행기 타고 출발해야 하는데 어디 가려고?”정안은 발걸음을 멈추고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매우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태준 오빠 설득해서 우리랑 함께 Z국에 가서 치료받게 할 거예요.”지윤이 경악했다.“왜요?”“현대 의학으로 치료되지 않는 골질환을 Z국은 전통 의술로 치료할 수 있어. 요 며칠 인터넷을 통해 많은 사례를 조사했는데, 현대 의학으로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평생 장애를 선고받은 환자들이 침술과 물리 치료로 다시 일어섰어.”지윤은 화들짝 놀랐다.“만약 그렇다면 시도해볼 만 하네요. 저도 같이 설득해 볼게요.”“나도 같이 가.”진도훈도 따라나섰고 세 사람은 나란히 백씨 저택을 나왔다.지윤이 차를 가지러 간 사이 진도훈이 정안을 몇 번 흘끗 보더니 말했다.“설득하지 못하더라도 제시간에 출발해야 해. 비행기 시간 놓치면 안 돼.”정안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럴 리 없어요. 만약
정안 일행이 남씨 본가에 도착해 남태준을 데리고 출국하겠다는 의사를 부모에게 말하자 두 사람 모두 지지했다.아들을 구할 수 있는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들은 모두 시도해 볼 의향이 있었다.하지만 남태준이 Z국 치료에 협조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 이 일을 정안에게 맡겼다.단풍잎 숲속 저택.정안이 다시 남태준을 만났을 때, 그는 이미 완전히 새롭게 변했다.턱수염을 깨끗이 깎고 머리도 짧게 깎았고 캐주얼한 화이트 옷차림으로 깔끔하고 산뜻한 모습이었다.다만 이건 겉모습의 변화일 뿐 그의 몸은 여전히 야위고 퇴폐적이며 마치 산송장처럼 영혼이 없었다.지우가 남태준을 베란다로 밀고 가 햇볕을 쬐게 하자 그는 눈을 감고 뒤로 기대어 꼼짝도 하지 않았고 정안이 그에게 인사를 해도 대꾸조차 없었다.정안은 지우에게 진도훈을 소개했고 그들은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번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지우는 정안의 생각을 듣더니 경악했다.“Z국에 보내 치료한다고? 오늘 바로? 왜 이렇게 서둘러?”“미안해, 지우야. 나도 갑자기 결정한 거야. 태준 오빠를 외국으로 데려가 치료하고 싶은데 너도 같이 가줄 수 있어?”“나야 괜찮지.”지우는 한참을 머뭇거렸다.“하지만 태준 씨는 절대 쉽게 따라가지 않을 거야.”정안이 돌아보니 남태준은 햇빛 아래서 시든 나무처럼 음울한 냉기가 온몸을 뒤덮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정안은 거실을 나와 남태준 곁에 쭈그리고 앉아 그의 차가운 큰 손을 천천히 잡고 수척해진 얼굴을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오빠, 나랑 외국에 치료하러 가요. 오빠 다리 반드시 치료할 수 있고 눈도 머리를 다쳐서 실명했을 뿐 완전히 가망이 없는 건 아니에요.”“계속 이렇게 자포자기해서는 안 돼요. 오빠, 정말 이 세상에 미련을 둘만 한 일이 하나도 없어요? 부모님도 있고 형제도 있잖아요. 가족분들이 오빠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낫기를 바라고 있어요.”“만약 두 다리도 움직일 수 있고 눈도 볼 수 있다면 열심히 살래요?”정안이 끊임없이 설득 했
정안이 남태준을 바라보았다.남태준의 몸이 아무리 야위고 정신이 퇴폐해도 1m 90㎝의 장신으로, 다년간 단련한 체력으로 여자 하나를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정안이 부드럽게 말했다.“나 지우 믿어. 분명 오빠를 잘 돌봤을 거야.”얼마 후 지우가 큰 캐리어 두 개를 끌고 내려왔고 진도훈과 지윤이 급히 가서 그녀를 도왔다.정안이 남태준의 휠체어를 밀고 밖으로 나갔고 그들은 곧 차에 올라 백씨 저택으로 향했다.정안은 조수석에 앉아 차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뒷좌석에서 남태준의 허스키하고 매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얼음 동굴에서 나온 것처럼 서늘하고 아무 감정 없는 말투였다.“차 돌려.”지우가 말했다.“우리 지금 완자랑 함께 백씨 저택에 가서 짐 챙겨서 공항으로 가요. 그쪽 여권도 이미 내가 챙겼고 우리 치료받으러 외국 가요.”남태준이 이를 갈며 말했다.“차 돌리라고!”지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우리 치료받으러 외국 간다니까요.”“내 손에 죽는다?”지우는 두 손으로 가슴을 두르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그쪽이 날 죽여요? 참나. 밥은 내가 들이붓고, 샤워는 묶어서 하고 자기 전에 수면제를 먹어야 하는 사람이? 나 목 졸라 죽일 힘도 없으면서 지금 죽인다고 큰소리치는 거예요? 내 눈에 그쪽은 그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겁쟁이고 폐물이에요.”차에 타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이게 바로 한 달에 800만 원짜리 간병인이란 말인가?남태준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너! 나 화나게 하지 마.”지우가 코웃음을 쳤다.“그쪽이 화나면 뭐 어쩔건데요?”정안은 듣다못해 다급히 지우를 바라보며 왜 그런 태도로 남태준을 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남태준은 이미 격노하여 통제 불능의 수사자처럼 창가에 앉아 있는 지우에게 몸을 돌렸다.그가 덤벼들자 지우는 재빨리 남태준의 두 손목을 잡고 몸을 뒤집어 그의 몸에 올라타 그의 두 손을 의자 등받이에 눌렀
“그쪽이 밥을 안 먹으면 난 당신을 짐승처럼 깔때기로 위에 쏟아부을 거고, 자지 않으면 수면제를 먹여 재울 거예요. 어쨌든 당신이 자살하지 못하게 잘 지켜보면 되니까. 당신은 내 평생의 돈줄이 되는 거죠.”차에 타고 있던 다른 세 사람은 이 말을 듣고 이미 화가 나서 온몸이 괴로웠다.자신이 그런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 같은 분노가 극에 달했다.남태준이 이를 갈며 또박또박 소리쳤다.“백완자. 이 여자 당장 해고해.”이건 남태준이 다친 이후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정안은 흥분해서 눈시울을 붉히며 돌아보았다. 지우의 방법에 공감할 수 없지만 효과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았다.그녀는 기쁨에 겨워 말했다.“태준 오빠. 나 해고 못 해요. 만약 맘에 들지 않으면 오빠가 직접 쫓아낼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남태준은 심호흡을 하고 몸부림을 멈추더니 온몸이 나른해져 침묵을 지켰다.지우는 그가 다시 나른해지고 아무런 반응이 없자 천천히 그의 몸에서 내려와 자리에 앉았다.그녀는 남태준의 반응을 슬쩍 곁눈질하고 겁에 질린 심장을 잡은 채 몰래 숨을 내쉬었다.침착하고 강한 척했지만 손은 이미 떨리고 있었다.백씨 저택에 도착하자 철문이 열리고 차량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정안이 문을 지키는 경호원을 보니 좀 낯설어 이상하게 생각했다.차량은 화원 대로를 따라 운전해 별장 앞에 도착했다.“언니, 도착했어요.”정안의 말투가 좀 당황한 듯했다.“좀 이상한데요?”정안도 이를 발견하고 급히 차에서 내려 큰 철문 쪽을 돌아보니 경비원은 두 손을 허리에 짚고 철문 앞에 서서 오만방자하게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정안이 다시 저택 입구를 바라보니 두 명의 낯선 건장한 남자가 대문 좌우를 지키고 있었는데, 그들의 모습은 흉악하고 손을 허리에 누르고 있는 모습이 마치 기회를 노리고 언제든지 움직이려는 것 같았다. 옷 아래에는 아마 권총이 있었을 것이다.“저 사람들 누구야?”차에서 내린 진도훈이 긴장하며 묻자 정안이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
소파에는 백진과 여은수가 모두 끈으로 묶여 있었는데 입은 테이프로 막혔고 몸에 폭탄을 두르고 있었다.눈에 공포로 가득 찼던 그들은 정안이 돌아온 것을 보자 더욱 안쓰럽고 슬퍼하면서 몸부림쳤다. 입으로는 흑흑 소리를 내었고 눈에는 핏발이 섰다.마치 ‘왜 돌아왔어? 얼른 도망가야지!’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할아버지, 할머니...”정안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두 분이 다칠까 봐 전전긍긍하며 백인호에게 고함을 질렀다.“백인호.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백인호는 소파 반대편에 앉아 다리를 꼬고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내가 뭘 하려는지 뻔하지 않아?”그때 총을 든 남자가 그들에게 다가와 휴대폰 워치를 포함한 모든 통신 전자제품을 제출하라고 협박했다.지우는 고개를 숙이고 남태준의 귓가에 기대어 말했다.“우리 지금 납치됐어요. 십여 명의 남자들이 십여 자루의 총을 들고 있어요. 그리고 몇십 근의 폭탄도 설치되어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우리 모두 잿가루로 변해요. 그 쪽에겐 정말 행운이죠? 드디어 죽게 됐네요. 좋아요?”남태준은 차가운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이 죽어주니 저승길이 외롭지 않아서 좋겠네요?”남태준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어금니를 꽉 깨물며 이 여자를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죽음을 앞둔 이 순간에도 잊지 않고 그를 모욕하고 있었다.그는 눈이 멀었지 귀머거리는 아니니 그녀가 귓속말로 비웃을 필요가 없었다.백인호가 남태준을 발견하더니 안색이 어두워져서 천천히 걸어갔다.“태준아, 너 왜 이래?”그와 함께 자란 친구가 갑자기 휠체어를 타고 뼈만 앙상하게 남았고 한때 의기양양한 남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위축된 모습이었다.정안이 백인호의 앞을 가로막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네가 찾는 사람은 나잖아. 다른 사람들은 모두 풀어줘.”백인호가 차가운 얼굴로 다시 물었다.“태준이 왜 저러냐고?”“마약 경찰이었는데 잠복 수사하다 신분이 노출돼 폭행당해서 눈
백진의 100조 원 자산과 비교하면 백인호가 요구한 10조 원은 확실히 단기간에 마련할 수 있었다.“좋아. 약속하지.”정안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가리키며 진지하고 엄숙하게 말했다.“하지만 두 분 몸에 있는 폭탄과 밧줄은 풀어줘.”백인호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부하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총을 든 건장한 남자가 걸어가서 두 노인의 밧줄을 풀고 폭탄을 제거했다.두 노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진작 벌벌 떨고 있었다.백진은 입에 틀어박힌 천을 뜯고 고함을 질렀다.“백인호! 당장 내 손녀 풀어줘! 그럼 10조 원이 아니라 100조 원을 다 줘도 좋으니까.”백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백진을 쏘아보았다.“진작 그렇게 나오지 그러셨어요? 지금은 수배자라 아버지의 100조 원을 상속받을 수 없잖아요.”백진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일어섰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을 놓아준다면 네가 원하는 만큼 주마.”“아버지는 지금 나랑 딜을 할 자격 없어요.”백인호가 오만하게 웃었다.“당신 손녀가 내 손에 있는 한 안 줄 수가 없잖아?”여은수는 손을 떨며 천천히 백진의 팔짱을 낀 채 당황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영감. 말 작작 해요. 저 배은망덕한 늑대가 당신을 죽이면 어떡해요?”백인호가 부하에게 명령했다.“이 늙은 영감탱이 자금 이동해야 하니까 너희들 가서 컴퓨터 가져와. 경찰에 신고하는 즉시 죽여버려.”“네!”현장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랐다.그러자 총을 든 건장한 두 사내가 백진 부부를 끌고 서재로 들어갔다.백인호가 유유히 뒤로 기대어 정안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으며 서재를 가리켰다.“안에 폭탄이 수없이 깔렸어. 네 할아버지 할머니 잿가루 되는 거 보기 싫으면 내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정안은 천천히 이성을 되찾았다. 백인호는 Z국에서 수년간 의학을 공부했고 의술이 뛰어나서 의학계에서도 인정받는 실력자였다.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온화해졌고 말투도 가벼워졌다.“작은 아빠.”백인호는 흠칫 놀랐다. 그녀가 작은 아빠라고
남태준의 차트와 엑스레이를 확인한 백인호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정안이 그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팔에 살짝 손을 얹고 구걸의 눈빛을 띠었다.갑작스런 정안의 스킨십에 깜짝 놀란 백인호는 흠칫하더니 그녀의 손에 시선이 고정되었다.‘완자가 지금 내 손을 만진 거야?”그녀의 눈빛은 부드럽고 가련했는데 그에게 부탁이 있는 것 같았다.“작은 아빠.”정안이 다정하게 부르더니 입만 움직이며 거의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말했다.“희망을 줘요. 제발.”백인호는 그 뜻을 깨닫고 목을 축이더니 말했다.“태준아. 네 다리 신경이 아직 완전히 죽은 건 아니야. 침술 치료와 재활 치료를 병행하면 1년도 안 돼 일어설 수 있어.”“그리고 눈은 뇌부 어혈에 눌려 실명한 거야. 어혈의 위치가 너무 위험해서 아마 많은 의사가 이 개두술은 살 희망이 1%도 없다고 했겠지.”“하지만 나에게는 그리 어려운 수술이 아니야. 적어도 이 어혈을 안전하게 제거할 가능성이 10%는 돼.”지우는 감격에 겨워 백인호의 손을 잡으며 순간 그가 납치범임을 잊었다. “백 선생님, 정말이에요? 이 사람 다시 빛을 볼 수 있는 거예요?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백인호는 사실 확신이 별로 없었지만 희망을 주겠다고 정안에게 약속했을 뿐이었다.“네. 무조건 가능해요.”지우는 순간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며 활짝 웃는 얼굴로 남태준 앞에 가서 몸을 웅크리고 앉아 그의 차가운 큰 손을 잡고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들었어요? 이 실력 있는 의사가, 당신의 친구였던 이 사람이 그쪽 눈 치료할 수 있고 다시 일어설 수도 있대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남태준은 눈을 감고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좋아지면 네 돈줄도 끊기는 건데 왜 그렇게 기뻐해?”지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한참 후 그녀는 웃음을 거두고 일부러 차갑게 비꼬았다.“하긴. 당신이 좋아지면 안 되죠. 눈도 계속 멀어야 하고 다리도 계속 절룩거려야 내가 실직하지 않는 거지.”남태준은 코웃음을 치며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그때,
“아아!”지우는 소리칠수록 서러웠고 감정을 담아 소리쳤다.“어떡하냐고!”한쪽에 있는 남태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귀를 닫고 이 시끄러운 소리를 차단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그는 혼자 조용히 이 세상을 떠나고 싶었다.이 여자는 하늘이 그를 치료하기 위해 보낸 사람이었다.그가 죽지도 못하게 매일 괴롭히고 죽는 것보다 더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하루 24시간 밀착 케어에 잠자리까지 그와 같은 방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그녀는 혼잣말을 좋아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자기와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며 자주 소리를 지르며 불쾌감을 토로하기도 했다.남태준이 침착하고도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방 안에 통신기구가 있는지 잘 찾아봐.”지우가 벌떡 일어나 앉더니 입을 딱 벌리고 남태준을 바라보며 큰 눈을 깜박였다.놀랍고 경악스러워 되물었다.“방금 나한테 말했어요?”남태준이 가볍게 탄식하더니 차갑게 물었다.“그럼 귀신한테 말했을까?”지우는 입술을 오므리고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나한테 말한 거네!”“찾아!”남태준이 명령조로 말하자 지우가 일어나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휴대폰 찾아서 경찰에 신고해요?”남태준이 그녀의 접근을 피하며 불쾌하게 간지러운 귀를 만졌다.“경찰에 신고하면 넌 가루가 될 거야.”“그럼 누구를 불러야죠?”“내 동생.”“군전 그룹 수장이요?”남태준이 말이 없자 지우는 휠체어 손잡이에 팔꿈치를 대고 두 손으로 뺨을 괴고 큰 눈을 깜빡이며 남태준의 뺨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느릿느릿 중얼거렸다.“남하준 씨를 부르면 우리 모두 살 수 있어요?”남태준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지우는 또 한숨을 내쉬더니 손가락을 들어 그의 이목구비를 그리며 그의 모습을 자세히 감상했다.“이목구비가 꽤 잘생긴 편이네요. 전에는 그래도 멋지다는 소리 많이 들었죠? 근데 지금은 너무 말라서 해골 같아 무섭다니까요.”남태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또박또박 말했다.“핸드폰 찾으라고!”“없어요!”“찾지도 않았잖아!”“사람이 살
“그래 그럼.”남태준은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아무리 쓸쓸하고 힘들어도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다.지우가 그의 곁에 있는 한 그는 반드시 그녀의 마음, 그녀의 사랑, 그녀의 모든 것을 기다릴 수 있었다.그때, 입구의 벨이 울렸다.지우는 궁금한 얼굴로 남태준을 보았고 남태준도 입구를 보았다.“이 시간에 누구죠?”지우가 묻자 남태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아마 신우일 거야.”“먼저 먹고 있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볼게.”말하면서 그는 거실로 나와 문을 열었다.순간 남태준의 안색이 일그러졌다.바로 임다희였다.방금 차에서 내린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이대로 남태준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시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아왔다.“태준아 난...”남태준은 바로 나가서 문을 닫고 임다희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집에 지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이 재결합했다는 것을 임다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다희가 알면 지우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고 불필요한 문제만 일으킬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그의 집에 있다는 것을, 임다희가 지우와 재결합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긴 왜 왔어?”남태준은 불쾌한 듯 묻더니 그녀의 팔을 끌고 마당으로 향했다.임다희는 남태준의 언짢음과 난폭함을 느끼고 말했다.“너랑 다시 잘 얘기하려고 찾아왔어. 방금 너 쓰레기라고 욕한 거 사과할게. 너무 슬퍼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지 진심이 아니었어.”“나 쓰레기 맞아.”남태준은 그녀를 마당 밖으로 끌고 나가 철제 난간을 나와 철문을 걸어 잠그고 마당 바깥 입구에 서 있었다.“우리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연인으로는 얘기가 이미 끝났어.”“우리 앉아서 얘기 좀 해. 우리 다시 시작하자.”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의 덤덤한 눈을 올려다보며 울먹였다.“나 많이 변했어. 더 이상 이전의 임다희가 아니라고. 나 너를 많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남태준은 몇 초 동안 어이없어 하더니 엄숙하게 말
지우는 예전에는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게 되었다.그녀는 남태준 같은 유형의 남자를 좋아했다.이런 성격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좋아함으로써 그의 성격도 좋아하게 된 것이다.지우는 부끄러운 듯 그의 목을 감싸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아니요. 난 당신 같은 돌직구가 좋아요.”남태준은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맑고 큰 눈과 촉촉한 입술을 보니 저도 모르게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마음이 심란했다.그는 목젖을 위아래로 굴리며 그녀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감싸 안고 일어서더니 매력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가자. 밥 먹으러 가자. 다른 일에 주의력을 돌리지 않으면 내가 널 잡아 먹을 것 같아.”지우는 부끄러워하며 그의 어깨에 고개를 푹 묻었다.남태준은 그녀를 안고 식탁 앞에 놓아주었고 식탁 위의 반찬 세 가지와 국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너 정말 요리를 잘하는구나. 먹기도 전에 군침이 돌 정도로 비주얼이 훌륭해.”지우는 기분 좋게 앉아 그에게 국을 떠 주었다.남태준도 따라 앉아서 젓가락을 들어 한 입 맛보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맛있어. 지우가 한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니.”지우는 그가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뿌듯해졌다.그녀가 만든 건 그저 일상적인 가정식 음식이었고 평범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조리 방법도 단순했다.갈비찜, 토마토 달걀 볶음, 청경채, 그리고 어두 무찌개였다.그러나 남태준은 세상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듯 싱글벙글했다.“내가 한 음식이 맛있다면서 그래도 나 음식 못하게 할 거예요?”지우가 궁금해서 묻자 남태준이 피식 웃더니 입에 든 음식을 삼키고 목을 축이고 말했다.“만약 네가 음식 만드는 거 좋아하고 취미라면 그리고 힘들지 않다면 해도 돼.”“하지만 네 취미도 아니고 임무를 완성하는 것처럼 한다면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거듭하며 네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어. 그러면 너도 힘들잖아.”남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만지며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남자는 손으로 지우의 허리를 꼭 껴안고 눈빛은 뜨거웠다.“내 침대에서 좀 더 오래 자지 그랬어?”“네?”지우가 의혹스러운 듯 맑은 눈망울을 깜빡이며 어리둥절했다.“내가 돌아오면 같이 잘 수 있게.”지우는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고 그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수줍게 중얼거렸다.“누구 좋으라고요!”“앞으로 나 밥해주지 마.”남태준은 그녀의 하얀 작은 손을 만지고 입가에 끌어당겨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왜요?”지우는 자신의 요리 솜씨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집에서도 늘 그녀가 요리했으니.“내가 돌아와서 하면 돼. 내가 바쁘면 요리사 부르면 되고.”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문지르며 안타까워하며 바라보았다.“내 여자친구는 요리나 집안일 같은 거 할 필요 없어.”그 말을 들은 지우는 호기심에 물었다.“그럼 여자친구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요?”남태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정신적 지주 같은 역할? 나에게 네 일을 공유하고 내 일을 경청하고 각자의 일을 마친 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시시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뭐가 시시한 일인데요?”“영화 보고 밥 먹고 산책하고 쇼핑하고...”남태준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갑작스러운 키스에 지우는 저도 모르게 수줍은 소리가 목구멍에서 새어 나왔다.그의 키스는 뜨거웠고 큰 손은 천천히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아 그녀의 엉덩이를 안으로 오므렸다.진한 키스가 뜨거워질수록 지우는 그의 몸 반응이 점점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앉은 위치가 애매해 커다란 것이 몸에 받치는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온몸은 저도 모르게 나른해지고 팔다리에는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고 아랫배가 공허해졌다.떨림, 수줍음 그리고 왠지 모를 두려움이 그녀를 도망치게 했다.그녀가 옮기려고 할수록 남태준이 그녀를 껴안고 더 바싹 달라붙었다.진한 키스가 불러온 욕망에 두 사람의 숨결은 가빠졌다.남태준은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서 떠나 그녀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제 목소리를 잃은 듯 쉰 목소리로 가볍게 중
“그럼...”임다희는 믿기 싫은 듯 눈물이 핑 돌았다.“내가 목숨 걸고 널 구한 건 내가 경찰이기 때문이야.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어.”“그럴 리 없어.”임다희는 분노하여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울먹였다.“나 절대 못 믿어. 나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날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어?”남태준은 긴 한숨과 함께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임다희, 난 널 위해 목숨을 버린 적 없어.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무슨 논리?”임다희가 눈물을 쓱 닦았다.“넌 그래도 내가 사귀었던 여자친구니까 측은한 마음에 그 요트를 떠나라는 것을 상기시켰을 뿐인데 네가 내 신분을 폭로한 거야.”남태준은 그녀를 구하려던 동기를 차근차근 분석해줬다.“네가 내 스파이 신분을 폭로하면서 우리 둘 다 위험에 빠졌어. 도망가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로서 난 절대 자기 살길만 도모하고 다른 사람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어. 경찰의 책임감으로 너 데리고 도망친 거야.”임다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이해하기 어려웠다.남태준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죽을 뻔한 건 너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네가 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야.”지금 남태준이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 것은 그의 관대함 때문이었다.“너 지우 때문에 여기 와서 일하는 거야?”임다희가 눈물이 흐릿해져서 묻자 남태준이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맞아.”“하지만 지우가 너를 차버렸어.”임다희는 눈물을 닦고 고상한 자태를 뽐내며 조롱하듯 물었다.“이번에도 흔쾌히 승낙하고 깨끗이 잊은 거야?”남태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몇 초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질투가 많은 여자는 신중하게 대처해야 했다.“맞아. 깨끗이 잊었어. 이미 끝난 인연이고 지나간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어? 이 세상에 여자가 수도 없이 많은데 한 나무에만 매달릴 필요 없잖아?”임다희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매섭게 말했다.“쓰레기!”그리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더니 문을
사람은 기쁜 일이 생기면 기분이 상쾌한 법이다. 하루 종일 바빠도 지우와의 관계를 회복한 생각만 하면 속으로 은근히 기뻐 났다.남태준이 막 차 옆으로 다가갔을 때 임다희가 차 뒤에서 걸어왔다.“태준아.”남태준은 멈칫하고 고개를 돌려 여유롭게 물었다.“임다희? 무슨 일이야?”“할 얘기가 있어. 아주 중요한 얘기야.”임다희는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타.”남태준이 쿨하게 대답하자 임다희는 그의 차에 올라탔고 남태준이 시동을 걸고 떠났다.차 안에서 남태준이 물었다.“어디서 얘기할래?”“너희 집.”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그건 안돼.”“아주 중요한 일이야. 반드시 사람 없는 곳에서 얘기하고 싶어서 그래.”임다희는 남자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빛을 내뿜으며 엄숙하게 말했다.“마약 거래에 관한 얘기야.”“그럼 지금 얘기해.”남태준은 차를 길가에 세웠다.“차 안에는 우리 둘만 있으니까 안전해.”임다희가 앞뒤를 돌아보니 이 길은 행인도 없고 오가는 차량도 뜸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남태준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으려 하자 마지못해 핸드백을 열어 그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이 시간에 거래가 있을 거야.”그의 다년간 사건 처리 경험으로 볼 때, 이렇게 명확한 거래 장소와 시간은 임다희가 절대 알 수 없었다.이 정보가 가짜이거나, 누군가가 그녀에게 준 것이 틀림 없었다.“어디서 났어?”남태준이 묻자 임다희는 조금 켕긴 듯 대답했다.“건달인 친구가 알아낸 정보인데 내가 샀어.”남태준은 입꼬리를 꼬며 그녀의 거짓말이 좀 억지스러워서 계속 물었다. “네가 마약 형사도 아니고 이 정보를 왜 사는데?”“너 주려고.”남태준은 움찔하더니 침묵했다.임다희는 애정 어린 눈으로 남태준을 지그시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태준아, 우리 다시 만나자.”남태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뭐라고?”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울먹였다.“전에는 내가 미안했어. 네
지하 카지노 사무실.육건우는 자료를 책상에 던지고는 화가 나서 일어나 두 손을 허리에 짚고 임다희를 노려봤다.“너 혹시 남태준 스파이야?”임다희가 미소 지으며 천천히 말했다.“그럴 리가 있나요? 우리는 같은 배에 탄 사람이잖아요. 내가 남태준을 도와서 얻을 수 있는 게 뭔데요? 난 단지 애매한 단서만 줬지 실질적인 증거를 준 적은 없어요.”“요즘 사복 경찰이 계속 우리 촬영장 밖을 배회하고 가끔 항공사진 드론이 공중을 선회하고 또...”육건우는 책상으로 가서 서류뭉치를 집어던졌다.“이건 전부 최근 경찰들에게 적발된 물건이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젠장!”임다희는 긴장해서 침을 삼키고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육건우는 분노하여 임다희를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네 신분을 잊지 마. 내가 너를 도와 남태준과 그 여자를 갈라놓겠다고 약속했고 그 동생까지 함정에 빠뜨렸어. 그런데 그 여자가 지금 나를 고소했다고. 젠장.”임다희는 웃어 보이며 말했다.“제가 어떻게 사장님의 큰 은혜를 잊겠어요? 다만... 저는 다시 전 남자친구와 재결합하고 싶어요. 그런데 하필 태준이가 마약 경찰이잖아요. 그래서 저... 이 일에서 손 떼고 싶은데 보스에게 사정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육건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린 채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이 일에서 손을 떼겠다고?”임다희가 긴장하며 침을 삼켰다.그해 남태준과 요트에서 탈출한 뒤 남태준은 그녀 때문에 다시 잡혀가 바다에 빠져 하마터면 숨질 뻔했지만 그녀는 사실 안전하게 귀국할 방법이 없었다.배후의 빅보스가 바로 그녀를 죽이려고 했지만 육건우가 빅보스에게 사정을 해서 그녀에게 살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초기에는 그녀의 연예인 신분을 이용하여 마약을 갖고 귀국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그녀는 마지못해 그 부탁을 들어주었다. 십여 킬로그램의 마약을 촬영장 카메라 기둥에 숨긴 후 요트를 타고 귀국했다.그 이후로 그녀는 마약밀매 조직의 일원이 되었고 매번 물건을 가져오거나 몸을 헌신해야 했다.임
꽃가게 앞을 지날 때 남태준이 걸음을 멈추었다.“지우야. 나...”남태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우는 재빨리 그를 끌고 나가 그의 팔을 껴안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부질 없는 곳에 돈 낭비하지 말아요.”“여자들은 다 꽃을 좋아하지 않아?”지우에 의해 팔이 단단히 조여진 남태준은 아주 편안했고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 번졌다.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난 안 좋아해요. 굳이 사주고 싶다면 차라리 다육식물을 줘요. 기르기도 쉽고 번식도 할 수 있잖아요.”“가방의 품질, 브랜드, 가격 중 어떤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가격이죠.”남태준은 피식 웃더니 그녀의 소비 관념과 가치관에 대해 더 알고 싶어 또 물었다.“다이아몬드와 금 중에 뭐가 좋아?”“금이요.”지우가 고민도 없이 대답하자 남태준은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예쁜 얼굴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좋아. 알겠어.”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걷고 있을 때 흥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우야!”지우가 멈칫하고 뒤를 돌아보더니 그녀를 부른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바로 그녀에게 맞선 상대를 소개해 준 중매인이었다.그녀는 빠르게 남태준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걸어와 놀라움과 설렘이 가득해 말했다.“어쩐지 내가 그렇게 좋은 남자들을 소개해줘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더라니. 알고 보니 눈이 이렇게 높았었네? 남편 어디 사람이야? 누가 소개해줬어?”지우는 어색하고 난처해하며 웃어 보였다.“친구가 소개해줬어요.”말하자면 백완자가 그들을 소개해 준 셈이었다.“외모도 빼어나고 큰 기에 몸매도 좋네. 어디 사람이야? 무슨 일 해?”역시 가십에 관심이 많은 중매인이었다.남태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지 않았지만 지우는 조금 당황한 듯했다.“안성 사람이에요. 아주머니, 제가 얼른 가서 밥해야 해서요. 다음에 얘기 나눠요.”“안성 좋지! 큰 도시 사람이네!”지우는 남태준의 손을 잡고 서둘러 떠났다.그녀는 매우 급하게 걸었지만 남태준의 얼굴에는
지우는 긴장되어 귀가 빨개졌다.“싫어?”남태준은 그녀의 진심을 떠보고 싶었다. 진심으로 그와 재결합하고 싶은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의 허벅지에 몸을 기울여 앉았는데 긴장해서 등이 약간 뻣뻣했다.남태준은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덥석 끌어안고 뒤로 기댔다.지우는 그의 튼실한 가슴에 완전히 엎드렸고 몸이 나른해졌다. 수줍고 난처해 감히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그의 품에 안겨있는 느낌은 아주 편안하고 심장이 왠지 모르게 떨리면서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만약 네가 불편하거나 거부감이 든다면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남태준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를 갖고 싶었지만 그녀가 자신 때문에 괴로워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지우는 조바심이 났다.그녀는 남태준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그의 깊고 아름다운 검은 눈동자를 올려다보며 말했다.“나 불편하지 않아요. 거부감도 들지 않고요.”“그러니까 너 지금...”남태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우가 갑자기 입을 맞추었다.그러자 남자는 움찔했다.지우는 눈을 감고 두 손을 천천히 남자의 어깨에서 뒤로 걸어 목을 감은 뒤 수줍고 서툴게 그의 따뜻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그녀는 심장이 천둥처럼 뛰었다.남태준은 몇 초 동안 멍해졌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마음은 더없이 흥분되었다.그는 지우의 뒤통수를 낚아채 옅은 키스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의 입술과 혀는 그녀의 어금니를 비틀어 열고 곧장 달려들어 여자의 혀와 한데 엉켰다.“음!”지우는 그의 공세에 못 이겨 수줍은 소리를 냈다.그동안의 갈망과 그리움을 남태준은 한숨에 모두 보상받고 싶은 심정이었다.지우를 꽉 껴안고 격렬하고 난폭한 키스를 계속 퍼부었다.긴 키스가 이어지고 지우는 입술이 다 아프고 호흡이 가쁜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남자의 가슴을 밀면서 고개를 뒤로 뺐다.남태준은 아쉬운 듯이 그녀를 놓아주었다.두 사람은 눈을 감고 서로 이마를 맞댔고 거친 호흡을 나누며 뜨거운 기운이 감돌
지우가 부랴부랴 그를 불렀다. “아니요. 나 안 더워요.”남태준이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리모컨을 놓았다.그녀의 영롱한 큰 눈은 여전히 아름답고 맑고 깨끗했으며 매력적이었다.지우는 잔을 내려놓고 심호흡을 한 후 용기를 내어 물었다. “태준 씨가 임다희와 사귀는지 물어보려고 왔어요.”남태준이 미간을 찌푸린 채 이해가 안 가는 표정으로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해?”지우는 휴대전화를 꺼내 인터넷에서 뉴스를 검색하여 남태준에게 건넸다.순간, 지우는 자신의 이런 행동이 지나치다고 느꼈다. 이미 헤어진 이상 그와 다른 여자에 관해 물어볼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하지만 그녀는 참지 못했다.확실히 묻지 않으면 그녀는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비록 죄책감을 느끼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남태준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다만 이때 그 이야기를 거론하는 것은 그녀의 목적이 단순하지 않아 보일 수 있었다.모두 그녀의 어머니와 동생이 저지른 일이지만 그녀는 동생의 취업을 위해 목적을 갖고 남태준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그렇게 생각한 지우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뉴스를 본 남태준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긴장하며 설명했다.“지우야. 나와 다희 그런 사이 아니야. 나 믿어줘.”현재 임다희는 그의 정보원이기 때문에 보안 및 기밀 유지 계약으로 인해 임다희의 신분과 작업을 기밀로 유지해야 했으므로 지우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하지만 남태준은 지우가 자신을 믿지 못할까 봐 초조하게 이마를 짚고 죽을상이 된 얼굴로 휴대폰 액정을 들여다보고 또 불안하게 소파에 기대어 지우를 바라봤다.지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이 여자가 먹여준 음식 먹었어요?”“그저 보통 친구와 밥 한 끼 먹은 거야. 나와 다희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 아니야.”“안 먹었어요?”“응. 거절했어.”“아.”지우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술을 오므렸다.그러자 둘 다 침묵에 빠졌다.남태준이 지우를 바라보니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뭔가 고민하는 듯했다